몽상은나의조랑말

  • Artist 소실 (Sosil)
  • Release2025-03-17
  • Genre Acoustic/FolkAlternativeLo-Fi
  • Label소실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멀어
  • 2.창밖에
  • 3.미끄럼틀
  • 4.슬픔과어둠
  • 5.44
  • 6.몽상은나의조랑말
  • 7.이젠 나아지기를
  • 8.눈과피
  • 9.노르웨이
  • 10.숨고싶은날

 

여전히 ‘얼터너티브’를 이야기하는 젊은 음악인 ‘소실’이 있다. 물론 지금도 ‘얼터너티브’란 용어는 힙합이나 R&B 등의 장르 앞에서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 ‘대안’이라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이라는 뜻까지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소실은 첫 앨범 [몽상은나의조랑말]을 만들며 ‘대안’에 더 방점을 두고 ‘얼터너티브 포크’라 이름 붙였다. 그가 처음 음악에 빠져들 무렵 들었던, 너바나(Nirvana)를 위시한 얼터너티브 록은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 음악이 가진 ‘태도’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소실의 음악을 포크라 규정지을 수 있다면 기존과는 또 다른 정서와 태도를 가진 포크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음악을 얼터너티브 포크라 정의했다.

 

사라질 소(消)에 잃을 실(失)을 쓴다. “사라져 없어짐. 또는 그렇게 잃어버림.”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소실’이란 이름을 풀어 쓰고 보니, 정작 이름의 주인공에게 뜻을 물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나 당연하게 이 한자어에서 이름을 지었을 거로 생각했다. 그의 음악이, 그의 노랫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설령 아니라고 해도 아무 문제는 없다. 그의 음악이, 그의 노랫말이 줄곧 사라져 없어지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곡 ‘멀어’에서 소실이 “끝은 늘 정말 한순간에 다가와 어둠으로”라고 노래할 때 배경에 어쿠스틱 기타가 있고, 둔탁하게 들리는 베이스와 드럼이 있다. 단순하고 또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칠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부유하는 무드가 있다. 이는 소실 음악을 잘 드러내 주는 요소이다. ‘미니멀’이라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악기 구성으로 사운드는 이루어진다. 가끔 전기 기타나 건반 연주가 더해져 ‘몽상’을 더 돕기도 하지만 기본 뼈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시종일관 둥둥거리는 베이스 연주는 때로는 몽상을 몽환으로 바꾸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도적으로 강조된 듯한 베이스 소리를 들으며 직관적으로 스위트피(Sweetpea)가 노래했던 ‘유기’가 떠올랐다. 목소리와 전체적인 정서에선 이다오가 떠오르기도 했다. 2000년을 전후로 한 음악들이다. 실제로 소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 음악들이 나오던 시절의 음악에 노스탤지어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동경해온 슬로우코어 음악도 이즈음에 많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음악들을 소실이 실제로 들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시대가 품고 있는 정서적·음악적 부분에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한국 포크의 시원(始原)이라고 할 수 있는 조동진, 조동익, 어떤날 등의 음악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음악은 귀하다. 수많은 포크 음악 가운데서도 소실의 음악은 고유하다. 어둠이 자주 등장하고, “꼬인 신발 끈 하나를 금방 풀지 못하고 문 앞에 겨우 앉아 있는” 처연한 정서는 흔하기도 하지만, 이를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풀어내는 방식은 흔치 않다. 닉 드레이크(Nick Drake)와 앨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를 좋아하는 포크 음악인은 많겠지만, 지금 소실 같은 사운드 운용을 들려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랜 시간 여러 음악을 좋아하고, 자신의 소리에 관해서 고민을 해왔을 때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이다. 포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적 장르와 상상력이 더해진 사운드다.

 

질감이 중요했다.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 이대봉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소실만이 낼 수 있는 질감에 관해 이야기했다. 앞서 언급했던 단순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고, 거친 듯한 소리는 소실의 매력이 되었다. 매일 같이 창밖을 보며 일어나지도 않을 몽상을 하던 고등학생이 있었다. 20대 중반이 된 그는 매일 밤 아무 대답도 없는 천장을 보면서 아침이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 과정은 고스란히 노래가 되었다. 그 노래들을 갖고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조랑말을 타고 꿈속을 산책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모호한 느낌은 청자에게 계속해서 상상하게 한다. 가사 속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사운드를 들으며 조랑말을 타는 상상을 하게 한다. 이 상상이 오래오래 지속될 것만 같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Credits

All tracks composed, written, produced, recorded, mixed by 김성빈 Kim Sungbin

Co-produced by 이대봉 Lee Debong

Mastered by 이재수 Yi Jaesoo @Sonority Mastering

Arranged by 김성빈 Kim Sungbin, 이대봉 Lee Debong (Track 3 미끄럼틀 Slide)

Drum Recorded by 이대봉 Lee Debong @공중그늘 작업실

 

Played by

Vocal 김성빈 Kim Sungbin

Acoustic Guitar, Electric Guitar 김성빈 Kim Sungbin

Bass Guitar 김성빈 Kim Sungbin

Drums 김창원 Kim Changwon, 김성빈 Kim Sungbin (Track 1 멀어 Too Far)

Chorus 김성빈 Kim Sungbin

 

Cover Artwork by 김성빈 Kim Sungbin

M/V Directed by 김성빈 Kim Sungbin (Track 7 눈과피 Snow and Blood), 정현민 Jung Hyeonmin (Track 5 44)

 

Distributed by 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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