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공의 노래
- Artist 박충심,
- Release2025-05-30
- Genre Alternative, Pop, Rock,
- Label박충심
- FormatSingle
- CountryKorea
- 1.사공의 노래
그러고는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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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노래를 듣다가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별 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도시 한복판에서 현재를 살아가며, 실제 뱃사람도 아니고 해안가에 살지도 않으면서, 녹이 슨 기타와 그물을 같은 선상에서 비유하는 젊은 음악가의 상상과 감성이 도대체 어떻게 피어나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좋은 포크는 있을 법한 풍경을 그린다. 불현듯 찾아 든 생각처럼 아침은 늘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서 갑자기 솟아난다. 파도와 새 소리가 잠시 잠을 깨우다가, 노래는 이내 기타와 목소리가 들어서며 오늘의 시작을 알린다. 데뷔 싱글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2024)에서 통기타와 보컬만으로 담백하게 말을 건넸던 박충심은 두 번째 싱글 ‘사공의 노래’에서 리드미컬한 드럼과 베이스, 섬세한 보컬 코러스까지 덧대며 풍경을 확장했다. 마치 노를 젓듯이 음과 스트로크를 짚으며 바다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냥 하는 거지.” 현실과 이상을 함께 등에 짊어진 화자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울린다. 영롱한 기타의 여음에서는 출렁이는 바다의 물결이 몸을 일깨운다. 영리한 팝 음악가에게는 그가 의도하지 않아도 훌륭한 선배들의 정취가 스민다. 이 노래에는 1990년대 가요와 모던록의 향수, 동시대 포크 팝을 사랑하는 이들이 떠올릴 만한 요소가 은은하게 비친다. 첫 가사 “아침을 깨우는 소리”는 한동준의 이름을 알린 노래 ‘너를 사랑해’(1993)의 첫 구절(“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이 곧바로 떠오른다. ‘너를 사랑해’가 사랑에 빠진 화자의 그저 순수함 넘치는 사랑 찬가라면 ‘사공의 노래’는 어딘지 허전한 그리움, 이와 같은 그리움의 대상을 찾아 나서는 소명, 잡히지 않는 것을 잡으려는 결연한 낭만이 깃들어 있다. 나긋나긋한 아련함 속에 단단한 힘을 갖춘 목소리는 송재경(9와 숫자들)이나 과거의 김민규(델리스파이스)를, 생을 따뜻하고도 초연하게 바라보는 관점은 기존의 소설가나 에세이스트로서가 아닌 시인 버전의 정밀아를, 포크 구성과 밴드 편성으로 결국 풍성한 팝의 질감을 완성한 형태는 천용성의 음악을 연상하게 한다. 노래가 시작할 때 풍경으로 떠오른 하루살이는 추억과 꿈을 지나쳐 다시 현실에 도달했다. 아웃트로에 다시 해변의 소리가 들려올 때, 노래가 다시 육지에 닿았을 때 나는 숨을 크게 한번 내쉬었다. 한 곡과 짧은 가사, 단출한 편성과 직관적인 멜로디에 압축한 풍부한 이미지 덕에 ‘사공의 노래’는 꽤 깊고 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직감이 들었다. 분명 이 노래를 통해 우리는 박충심을 조금 알게 되지만, 그를 더욱 궁금해하게 될 거라고.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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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s |
Composer and Lyricist 박충심
Arrangement 박충심
Vocal 박충심 Chorus 박충심, 한유진 Guitar 박충심 Drum 김주헌 Bass 홍종민
Recorded, mixed and mastered by 민상용 @studioLOG
Photo and Art Designed by 김성민
Liner note by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