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원 이야기

1.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송 (i park song)
2. 4인 가족
3. 아현포차 30년사
4. 노래하는 이유
5. 통영생선구이 블루스
6. 골든타임
7. 도면없는 예술가
8. 90세 무명노인의 이야기
9. 뭘 하고 있을까 (Bonus track)

 


 

음악으로 기록한 도시의 비극

 

<출장작곡>은 사실 출장작곡가 김동산이 좋아하는 <도시아이들>의 김창남이 한 방송프로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방송 속의 출장작곡가는 남편이 술을 좋아해 늦게 들어온다는 아주머니의 하소연을 8비트 세미(semi)뽕으로 유쾌하게 풀어나갔습니다. 소년 김동산은 우연히 한 회를 보게 되지만 그것은 이내 기억 속에서 잊힙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극장에 가서 본 <비포 선 라이즈>에서는 어느 시인이 등장합니다. 어두운 강가를 거닐던 남녀에게 시인이 다가옵니다. 행색이 남루한 시인은 두 사람이 던져주는 아무 단어로든 시를 만들어 줄 테니 그게 마음에 들면 자신에게 약간의 돈을 지불해 달라고 말했던가요. 내용이 기억나진 않지만 시인의 시와 김창남의 노래 둘 다 김동산에겐 큰 감정의 자욱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자국들은 김동산이 성인이 되어가며 머물렀던 새벽 공사장 화톳불에서, 무전여행 중 들른 시골 전방에서, 스승 유초하와의 술자리에서, 친할머니의 귀가 그나마 성했던 팔달로 1가의 불 꺼진 안방에서 다시 떠오릅니다. 그 다채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은 안개와 같이 희뿌연 자신의 정체성과 겹쳐지며 세상을 더욱 알 수 없는 곳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그 알 수 없는 세상에서 김동산에게 -혹은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준 것은 바로, 소리와 장단의 세계, 음악입니다. 그 중에서도 메이저와 마이너 화음의 배열은 김동산을 늘 평화로운 안식의 장소로 데려다 줬습니다.

 

2010년 환경행사가 있던 수원의 어느 공원에서 자신이 만든 반핵 노래 <물결>을 부르던 김동산은 즉흥적으로 라면박스에 “출장작곡 해 드림 – 단돈 1,000원에 자신만의 노래를 만드세요”라는 문구를 적어놓고 작은 의자에 앉았습니다. 30분쯤 홀로 앉아 있으니 대학생 정도 돼 보이는 여성분과 어린아이가 같이 옵니다. 어린이는 출장작곡가 김동산 앞에 머물고, 여성분은 체험프로그램으로 향합니다. 30분가량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나 어린 동생의 학교 친구들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들은 대학생은 동생을 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교에서 동생과 같이 놀던 동무들은 이제는 동생을 왕따시키는 주도자들이 되어 있던 겁니다.

 

출장작곡가 김동산의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일었습니다. 술을 먹고 집에 걸어가는 새벽녘 흥얼대던 작은 노래 조각들은 더 이상 허공에 떠돌지 않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많은 음악 친구들은 김동산에게 도움을 주었고, 환경운동을 하며 만난 수원의 활동가들은 격려를 해줬습니다. <무늬만 커뮤니티>를 통해 재생미술가 천원진을 만나 사람과 물건의 지난 시간을 존중하는 재생예술을 배웠고, 노선택의 소개로 자립음악생산조합 황경하를 만나 자립과 연대의 협업을 배웠습니다. 몸도 지치고 돈도 없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여기저기서 100곡이 넘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즐겁고, 흥분되고, 좋고, 싫은 사람들의 감정…. 도서관, 동아리, 단체, 학교, 사랑, 우정, 사업, 직업, 해고, 쫓겨남, 투쟁, 우정, 가족, 가족사, 가치관, 스타일, 좋아하는 물건, 반려동물, 인간관계, 정치, 여성주의, 생태주의 등 많은 이야기들은 저마다 우여곡절과 더 큰 배경들과 차마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노래로 될 때, 노래로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그 사람의 입에서 이야기될 때, 그것은 이미 출장작곡가 김동산과 그 사람을 동시에 치유해 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김동산 1집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대부분이 서울과 수원에서 몇 년 사이에 벌어진 비극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자조(自助)와 연대의 힘으로 이미 상황을 극복한 사례들이 있고, 아직도 해결과 사과를 받지 못한 이야기들도 더러 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폭력자본과 싸워온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밴드는 당장이라도 합당한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김동산 1집 – 출장작곡가 김동산 : 서울•수원 이야기>의 전 곡은 부를 당시의 현장성을 느끼게 하기 위해 합정동 그루브앤밸런스 스튜디오에서 원 테이크(one take), 원 마이크(one mic)로 녹음했습니다.

 

  1. 11. 1 수원에서 김동산.

 

-Credits-

서울•수원 이야기

 

Artist / 출장작곡가 김동산

 

all song written by 김동산

produced by 김동산

production assistant by 황경하

CD, tape & book design by 일상의실천

cover & book drawing by 이아람

film photo by 황경하

document photo supply by 박김형준, 달여리

memo scan by 박김형준

gig in studio : 고지영, 권혜리, 김동산, 김정근, 김페리, 노선택, 박희진, 양승현, 예람, 오진표, 이재규, 이재민, 정효준, 황경하, 그리고 콜밴 형님들!

 

Recorded by 김태호 @그루브앤밸런스 스튜디오

Mastering by 이재수 @소노리티 마스터링

Publishing by 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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