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갱을 기다리며
- Artist 김라마,
- Release2020.07.07
- Genre Hip Hop,
- Label삼봉음반사
- FormatEP
- CountryKorea
1. 보이저3
2. 락스타
3. 외톨이갱
4. 서울팝
5. 헬펑크
6. 가라오케
김라마 [외톨이갱을 기다리며]
작년 초, 한 무명 음악가가 자신의 앨범 소개말을 적어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보통,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의뢰를 받게 되면 정중하게 거절하지만, 그 일요일 오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첨부된 음원을 받고 헤드폰을 썼다. 그렇게 본작, ‘외톨이갱을 기다리며’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신인이 다양한 악기의 전문 세션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법을 알고, 아르카(Arca)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신디사이저 운용을 통해 자칫 뻔할 수 있는 전개를 비트는 센스도 갖추다니.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르를 그 봉제선이 보이지 않도록 정교하게 꿰맨 실력은 가히 일품이었다. 여섯 곡이 마치 하나의 곡처럼 느껴지는 유기성 역시 앨범 전체를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한자리에서 도대체 몇 번을 들었을까. 나는 동료 평론가 강**씨가 저녁 메뉴를 물어볼 때까지 추천사를 적고 있었다. 이것이 2019년 1월에 있었던 일이다.
올해 초, 모종의 이유로 ‘외톨이갱을 기다리며’는 국내외 음원 사이트에서 내려갔고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는 적잖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때와 같은 메일 주소로 본작의 재발매 소식과 다시 한번 소개말을 부탁한다는 의뢰가 왔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오래된 친구와 재회하여 긴 포옹을 나눌 때의 그리움이었다. 지금 난 그 오래된 친구를 여러분에게 자신 있게 소개한다. 그는 장난기 넘치는 얼굴을 한 사서(司書)이며, 깨끗한 손수건을 건넬 줄 아는 방랑자다. 논쟁을 피하는 철학자인 동시에, 시끄러운 묵언 수행자기도 하다. 첫인상은 분명 낯설겠지. 하지만, 얼마 안 가 이 친구의 머리카락 개수까지 궁금해지리란 걸 나는 안다.
– 대중음악 평론가 / anydog
[CREDIT]
all songs by gim llama
album artwork designed by kimmoon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