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 Artist 안다영,
- Release2020.06.15
- Genre Rock,
- LabelANTIHERO
- FormatSingle
- CountryKorea
1. 지문
[지문]
: 명사. 손가락 끝마디 안쪽에 있는 살갗의 무늬. 또는 그것이 남긴 흔적. 사람마다 다르며 그 모양이 평생 변하지 아니한다. ≒손가락무늬
작업 노트 #02
가두어 두고 싶어 버릴 만큼의 어떤 날을 기록한 노래입니다.
2년, 3년 정도를 품어온 것 같아요.
누군가가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 닿는 자신의 손 아래 지문이 너무나도 멋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그래서 지문을 써 음악을 만들었고요.
여러 시간 동안 수많은 결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여러 날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요.
현재의 지문은 작곡 당시의 무드(Mood)와 현재의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접점을 나타내는 데에 집중한 결과물입니다.
낡은 소리, 혼자가 아닌 악기의 구성, 수정된 가사, 급변하는 편곡, 현재 좋아하고 있는 톤 등이 이를 대략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태 더 넓은 침대는 없고 땅끝에도 가보질 못했어요.
들려주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부디 애정 하는 시간에 즐겨주세요.
지문이 세상에 나오도록 함께해주신 멋진 작업자들!
[Credits]
지문 Fingerprint
Produced by 안다영 Dayoung Ahn 글로잉독 glowingdog
Written by 안다영 Dayoung Ahn
Arranged by 안다영 Dayoung Ahn 글로잉독 glowingdog
Programing 안다영 Dayoung Ahn 글로잉독 glowingdog
Synthesizer performed by 안다영 Dayoung Ahn 글로잉독 glowingdog
Keys performed by 안다영 Dayoung Ahn
Bass performed by 글로잉독 glowingdog
Guitar performed by 안다영 Dayoung Ahn
Drum performed by 안다영 Dayoung Ahn 글로잉독 glowingdog
Mixed by 허정욱 Jungwook Heo @Studio Girok
Mastered by 허정욱 Jungwook Heo @Studio Girok
Artwork by 노송희 Songhee Noh @Documents
요츄리 Yochuri (Second character of ANTIHERO), 2020. 3d graphic.
Directed by 안다영 Dayoung Ahn
Distributed by 포크라노스 POCLANOS
[요츄리 Yochuri]
그의 이름은 요츄리.
원래의 이름은 요츄리가 아닌 다른 이름이었는데, 누구도 본래의 것을 알지 못하여, 또 많은 사람이 그리 불러
요츄리는 그의 이름이 되었다.
요츄리의 키는 120cm로 아담하며, 직립 보행을 하고 온몸에는 고동색과 구리색을 섞어놓은 듯한 짙은 색의 털이
덥수룩하게 자라나 있는데, 그 털은 얼굴의 가장자리까지 범하여 자라나 있었다.
그의 몸은 푸근하고, 손목의 접히는 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오동통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멋대로 정해준 세상에 궁금한 것이 많아 하도 이리저리 뛰어대는 바람에
그 얼굴에는 태양에 그을린 주근깨가 가득했다.
그의 등 뒤로는 선 하나가 뒤엉겨 만들어진 털 뭉치 형상의 흉이 있었지만, 그의 몸은 털로 뒤덮여있기 때문에,
그의 몸을 뒤적이지 않는 한 아무도 그것을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요츄리는 아주 신기한 하루를 경험하였는데 등 뒤에 있어 제 눈으론 볼 수 없었던 흉이
실은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가락이 닿는 모든 것들의 저변에 산재하는 여러 색깔이 요츄리에게 보였다.
그 영롱한 빛깔에 완벽하게 매료되어버린 요츄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등 뒤로 자라난 흉은 더 이상의 흉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요츄리는 두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진짜 내 이름을 모른다는 건 행운일지도 몰라.’
‘저것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아무것도 되지 않을 수 있어.’
이윽고 요츄리는 그의 눈앞에 있던 연주자에게 물었다. 자신은 한 번도 만져 볼 수 없었던 그것을 보며.
“손가락 아래로 태어난 지문을 만지게 해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