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monstera ver.)

  • Artist 다린
  • Release2025-10-29
  • Genre Acoustic/FolkBallad
  • Labeldarin endangered bird
  • Formatsingle
  • CountryKorea
  • 1.친구에게 (monstera ver.)

 

다린 : <라디오 몬스테라>는 다린의 비정기 메일링 서비스로, 매주 토요일마다 그 주에 새로 쓴 노래 한 곡과 에세이를 발송하는 컨텐츠입니다. 노래가 쓰여진 직후의 떨림을 팬 분들께 꾸밈없이 들려드리고픈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5년 여름 동안 총 8개의 이야기가 모이게 되었고 그중 가장 애정하는 곡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아래는 지난 7월 발송되었던 메일 내용의 일부입니다.

 

► [라디오 몬스테라] 25년 7월 둘째 주 : 친구에게

 

버스를 타거나 길게 걷고 싶을 때, 완연한 계절이 풍경이 될 때면 나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어져.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면 난 그 기분이 참 부끄럽고 버거울 때가 많아. 대체로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쪽이 더 나은 순간이 많았던 것 같거든. 말이 길어지다 보면 수렁에 빠지기도 하잖아. 말하고 싶었던 아름다움에서 이미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로.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이 그것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저 그대로 두어야만 하는 걸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나무, 걸어가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들, 음악들 … 이 모든 것들과 나를 분리한 채로 그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나은 선택이냐는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일까? 이 세상에 아름다움은 없고 단지 아름다움을 호명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인데. 선물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함께 느끼고 싶은 것이 없다면 이 세상은 그 무엇도 존재할 필요가 없어. 내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던 세상 속에 아직 네가 있다는 것을 떠올려본다. 그럴 때면, 너를 생각할 때면. 난 정말이지 이 세상과 무관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친구야. 나는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아름다움을 수집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이름 모를 나무일지라도 5월의 초록과 7월의 초록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미처 이름 붙이지 못한 슬픔일지라도 우리의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야. 너와 함께 세상을 기억할 수 있다면 나는 부끄럽고 버거운 나를 기꺼이 자처할 거야. 그러니 너도 나에게 말해줘. 네가 느끼는 것들을. 세상을.

 

훗날 우리가 지치고 구겨져서, 더는 나아갈 힘이 없는 낡은 마음 뿐이라면은. 그런대로 있자. 심심한 얼굴로 아름다운 것에 대해 심심하게 이야기하자. 써보지 않았던 모자도 써보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을 먹고 계절을 겪으며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같이 벌벌 떨자. 대놓고 무서워해 버리자. 그리고 으하하 웃어버리는 거야.

 

 

“이번 노래는 친구에게 전하는 편지 같은 곡입니다.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친구에게 받고 싶은 말을 적었어요. 우리는 때때로 마음 너머의 마음이 무엇일 지 몰라 두려워하죠. 이 노래에 두려워해도 괜찮다는 말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근래 들어 푹 잠들지 못한 날들이 많아서 좋지 않은 상태로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요. 가이드를 녹음하고 들어보니, 잠긴 목소리와 울먹이는 듯한 호흡이 어쩐지 진심 앞에서 떨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노랫말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재녹음을 하지 않았습니다. 못 부른 노래가 마음에 든 것은 처음이네요. 최근에 부른 노래들 중 제가 말하는 목소리와 가장 유사한 목소리가 담긴 것 같아요. 부디 편안하게 들어주세요. 오늘도 고마워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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