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주와 생활

  • Artist 전자양
  • Release2025-12-20
  • Genre ModernPopRock
  • Label전자양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합주
  • 2.드라이브
  • 3.해피밀
  • 4.잘 몰라
  • 5.빌 머레이
  • 6.경주
  • 7.티셔츠
  • 8.은행강도
  • 9.생수

 

●밴드 전자양 멤버들의 ‘합주와 생활’ 소개.

 

○정목 (기타)

 

오전 업무 후 점심시간, 커피를 마시는 동안, 귀가하고 난 뒤의 주차장에서, 합주 중에 가졌던 쉬는 시간들, 샤워하는 중의 짧은 생각들, 침대에서 잠들기 전 잠깐의 틈에서 앨범 소개 글을 틈틈이 써봤다. 그리고 제출을 몇 시간 앞둔 지금 최종 음원을 듣다가 모두 지워버리고 새로 쓴다.

 

<합주와 생활>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글은 첫 곡 ‘합주’부터 마지막 ‘생수’까지 이어지는 9곡의 가사들이란걸 깨달았다. 그 이야기들이 우리의 생활이었기에 이것 말고는 어떤 설명으로도 이 앨범을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소개할 수는 없을 것만 같다.

 

‘합주’라는 건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즐거워하고, 증오하는 모든 감정들의 만남이고, ‘생활’이란 건 그 속에서 얻게 되는 인연(因緣) 아닐까?

 

우리는 음악이라는 작은 한 점을 공유하며 만나 서로 기뻐하고 싸우고 슬퍼하며 합주를 통해 이 앨범을 만들었다. 내일부터는 우리뿐만 아니라 듣는 여러분 모두 또한 각자의 합주와 생활 속에서 살아가겠지??

 

묵묵히.

늘 똑같이.

그렇지만 조금의 다름을 찾으면서.

 

그리고 그것이 행복했으면…

 

 

○류지 (드럼)

 

밴드란 뭘까

밴드란 이상하다.

 

지난 10년 동안 전자양은 밴드를 해왔다

10년 동안 함께 밴드를 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없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일 수 있을 것 같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해진 일들을 해나가는 평범한 일상과 매일매일 사라지는 시간들.

각자 다른 악기로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네 사람.

연주가 끝나도 그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

같은 시간을 지나며 이 노래들을 듣는 사람들.

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무겁게 침전하기도 증발해 버리기도 하는 순간들.

우리들은 그것들을 붙잡아 <합주와 생활>안에 가두고 들어보고, 바라본다.

 

그 안에 담긴 것들은 너무 복잡한 것 같다가도 너무 간단한 것 같고, 특별한 것 같다가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를 지나가는 시간은 무엇일까?

밴드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앨범 안에 답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솔기 (베이스)

 

어떤 한 주인공 일상생활 속 장면들을 음악으로 듣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앨범이에요. 주인공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공감하게 되고 ‘맞아 나도! 나도 그래!’ 하면서 남몰래 친구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공연을 할 때는 어릴 때 TV에서 얼핏 보았던 원색의 쫄쫄이 영웅들도 생각났습니다. 종범의 노래에 멤버들이 특기인 연주를 가지고 모여 힘을 합쳐 각자의 세상을 음악으로 지키고자 모인 것 같은. 경주 뮤직비디오에서 다 같이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 힘이 모여 이 앨범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작은 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별이 각자의 우주에 닿아 가끔씩은 반짝여주기를.

 

 

○종범 (보컬)

 

그동안 이번처럼 앨범 발매일이 기다려져 본 적이 없다. 이유는 작업 좀 그만하고 싶어서다. 쉬고 싶다. 강렬하게 온 마음을 다해서.

왕복 4시간의 출퇴근 시간에 가사를 쓰고 퇴근 후 악기를 든 게 3년째이다. 물론 사이사이 놀기도 했지만, 올해는 정말 바빴다. 혼자서 작업을 끝까지 마치던 이전의 방식으로는 음악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본격 밴드 음악’ 만들기에 도전한 결과는 괴로움뿐이었다.

모든 사사로운 부분에서 멤버들과 부딪쳤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은 사실상 몇 배로 늘어났다.

다들 음악인으로 살아온 날이 짧지 않은데도 밴드가 데뷔 앨범을 만들 때 벌어지는 갈등과 반목이 매 과정마다 차근차근 벌어졌다. 그것이 한 번씩 신기하게 느껴져 실소를 불러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당신이 밴드를 만들고 첫 앨범을 내면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괴로움과 마주친다면 그건 내가 느낀 것과 정확하게 같을 것이다.

그래도 밴드가 해체되지 않은 것은 다들 그 정도까지 싸울 에너지가 없어서 아닐까? 라고 추측한다.

우리는 에너지를 남겨놔야 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니까.

 

어쩌다 음악이 이렇게 애쓰면서 해야 하는 것이 됐을까? 지금도 이 음반 위로 치즈가 강판에 갈리듯 4인의 체력과 돈이 수북이 쌓이고 있다. 풍미를 만끽하시길.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님의 ‘합주와 생활’ 소개.

오렌지 색깔의 음반 커버는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인디 씬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Day Is Far Too Long]은 내년이면 발표한 지 꼭 25년이 된다. [숲], [소음의 왕], [던전] 등의 음반을 발표하며 그 어떤 신인 음악가보다도 늘 신선한 감각을 유지해왔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그렇다. 지금의 멤버 구성으로 활동한 지도 1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른바 ‘밴붐온(밴드 붐은 온다)’이라는 일종의 선언 혹은 바람을 바라보며 전자양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청춘과 낭만이 끝난 밴드는 무엇입니까?”

 

Day Is Far Too Long, 숲, 소음의 왕, 던전. 전자양이 그동안 발표해온 음반 제목을 적는 것만으로도 음반 속 소리가 사방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튀어나온다’는 표현이 적확할 정도로 전자양의 음악은 신선했고 신기했고 감각적이었다. 돌아보니 그것은 과연 파릇파릇한 푸른 봄(靑春) 같던 시절이었고, 청춘의 사운드였다. 마지막 정규 앨범 [던전]을 발표한 지 8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언제나 새로운 소리를 찾아 모험을 떠날 것만 같던 전자양도 이제 청년기를 지나고 있었다.

 

청춘이 끝난 밴드에겐 일상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밴드를 해나가야 한다는 당위가 있었다. ‘미혹되지 않는다(불혹)’는 나이가 됐지만 그들은 계속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이를 위해 합주해야 했다. [합주와 생활]이란 제목은 그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앨범 [던전]과 비교하면 괴리가 있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고, 그만큼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이 모든 변화에도 음악이 한가운데 있는 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밴드는 더 견고해졌다. ”같고도 다르게 화분에 물을 주는” 반복되는 합주의 과정을 거치며 곡들을 완성했고, 멤버들의 의견을 듣고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가사를 바꾸었다. ‘던전’이 있던 자리에 ‘생활’이 놓인 배경이다. 이종범만의 번뜩이는 감각과 독특한 묘사는 여전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며 더 수월하게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더는 청춘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밴드의 새로운 장(章)이 열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흥미롭고 여전히 즐겁고, 무엇보다 여전히 반짝이는 전자양의 음악이 있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합주와 생활’, 선공개한 ‘경주’에서 들려오는 유정목의 기타 연주는 전자양이 완전한 4인조 밴드가 됐음을 알리는 선언 같다. 이전에 빈틈없이 꽉 채웠던 온갖 소리 대신에 기타-베이스-드럼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운드에 집중했다. 전솔기의 베이스는 자신만의 상상으로 베이스 소리를 얹었고, 류지의 드럼은 직선으로 질주한다. 이 소리들이 라이브에서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종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노래도 여전히 존재한다. 흔한 ‘드라이브’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도 그가 고르고 표현하는 언어들과 특유의 리듬, 여기에 더해진 이종범의 보컬은 이 드라이브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종범의 상상력과 폭발하는 사운드가 결합한 즐거운 광기의 ‘빌 머레이’, 로또에서 시작해 샷건으로까지 연결되는 ‘은행강도’란 상상은 왜 전자양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확인케 해주는 여전함이다. 단언컨대 ‘티셔츠’에 관해 이렇게 사랑스럽고 독특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이는 이종범밖에 없다.

 

이종범은 ‘합주’에서 합주란 행위를 여행에 비유하며 “너를 그냥 따라”가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함께 만들어낸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처음의 이 감정은 앨범의 마지막 곡 ‘생수’까지 이어진다. ‘생수’에서 그는 “저마다 하나의 우주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 왈칵 쏟아진 눈물은 모두 작은 별이 되기를”이라고 노래한다. 곡이 가진 무드, 그리고 가사에 가득 담긴 이 낭만의 정서를 느끼며 “청춘과 낭만이 끝난 밴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생물학적으로 전자양이 더 이상 청춘의 밴드는 아닐지라도 이 낭만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더 이상 푸르지 않아도 그만큼 다른 색으로 더 짙어졌다. 그래서 이 앨범을 들으면 같이 달리고, 같이 웃고, 같이 울 수 있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Credits

Produced by 이종범, 유정목

 

Vocal 이종범

Guitar 유정목

Bass 전솔기

Drum 류지현

 

Composed by 이종범

Lyrics by 이종범

Arranged by 이종범 유정목 전솔기 류지현

 

Recorded by 이상철, 김진평, 민지환, 권순범 @ TONE Studio Seoul

Digital Edited by 이상철(Track 3,4,6,8), 문정환(Track 7), 김진평(Track 1,2,5,9) @ TONE Studio Seoul

Mixed & Mastered by 김대성 @ TONE Studio Seoul

 

Drum technician 이준현

Photo by 신병곤

 

Promotion by High fide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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