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벽 아래 핀 꽃
- Artist 0% (Zero Percent),
- Release2025-11-02
- Genre Electronic, Pop, Rock,
- Label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Shutter
- 2.흰
- 3.벽
- 4.아래로
- 5.눈
- 6.등
- 7.이창
- 8.Anemone
- 9.진 꽃 위로 피는 흰 벽
| 낯익은데 낯설다
예측 불가능한 음악을 들려 주는 0%의 데뷔 앨범 <흰 벽 아래 핀 꽃>
0%가 보내온 데모를 들으며 영기획과 함께 일한 여러 아티스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굳이 비유하자면 근육을 키운 신해경, 안드로이드가 된 사람12사람, 더 애절한 김새녘, 폭력적인 로보토미를 합쳐 놓은 음악이랄까. 이상한 조합이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발매 결정 후 8개월간 메신저와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믹스를 완성했다. 이를 기념한 첫 술자리에서 프로듀서 Syai가 영기획의 음악을 좋아하며 듣고 자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제야 내가 왜 이 앨범에 강하게 끌렸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
들을수록 신기한 앨범이었다. 낯익은데 낯설다. 얼핏 들으면 전형적인 장르 음악으로 들리지만, 사운드의 개별 요소는 또 그렇지 않다. 이들이 내게 데모를 보내며 이야기한 장르는 슈게이즈, IDM, 한국적 발라드다. 이 세 장르가 한 앨범에 공존하는 게 가능한가? 밴드의 구성도 독특하다. 정확히 말하면, 0%는 밴드가 아니다. 프로듀서 Syai, 여성 보컬 성지연 그리고 남성 보컬 정성욱으로 구성된 팀이다. 전에 선(SEON)이라는 팀으로 활동했던 Syai와 정성욱은 함께 앨범을 구상하다 훈련되지 않은 여성 보컬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때 눈에 띈 건 Syai가 자주 가던 카페 아르바이트생. 그 어떤 교류나 사전 정보 없이 성지연을 직감으로 섭외했다. 직감은 정확했다. 전에 노래를 배우거나 불러본 적은 없지만, 성지연의 목소리엔 0%가 찾던 순수함이 있었다. 그 목소리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0%의 세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모든 예측 불가능한 조합을 하나의 앨범으로 엮는 건 이야기다. <흰 벽 아래 핀 꽃>은 사랑이라는 행위의 시작과 끝, 양극단의 감정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앨범이다. 프로듀서 Syai는 실험적인 비트와 앰비언스, 겹겹이 쌓인 기타 노이즈를 이용해 두 보컬이 연기할 무대를 만들었다. 성지연의 목소리는 방 안의 먼지를 비추는 햇빛처럼 투명하다. 반면 정성욱의 보컬은 빛에 타오르는 그림자처럼 앨범의 정서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렇게 무너짐과 빛이 공존하는, 황폐하면서도 아름다운 <흰 벽 아래 핀 꽃>의 세계가 완성됐다.
시간은 3차원에 종속된 개념이다. 감정은 그 차원을 뛰어넘는 에너지다. 가능한 큰 볼륨으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 듣고, 소리를 조금 줄이고, 역순으로 다시 들어 보라. 앨범이 정해 놓은 물리적인 시간을 다시 거슬러 들으면, 사랑의 양극단에 있는 감정이 포개져 사실은 하나의 감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때, 당신 안에서도 새로운 0%의 차원이 열릴 것이다. 부디 <흰 벽 아래 핀 꽃>을 들으며 이 순간을 만끽할 수 있기를.
–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 추천사 –
불완전한 포화의 떨림 속에 자신을 꺼내어놓고 방황시키는 뒤틀린 도시의 사람들. 심연에 닿기 위해 청춘을 소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구부러지고 퍼진 악기 소리와 묘하게 섞여 엄청난 공간감을 완성하는 큰 덩이의 노이즈. 그 속에 갇혀서 벗어나길 거부하는 한 쌍의 목소리.
<흰 벽 아래 핀 꽃>은 오늘 밤 0%의 희망과 0%의 좌절을 느끼게 한다. 좌절의 끝자락은 희망의 요람이기에.
이 앨범은 도시적 혼란과 내면의 감정을 동시에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작품이다.
– 최지훈 (미역수염)
Syai란 사람이 만든 슬픈 초대 익숙한 목소리가 익숙한 무대를 연기한다.
– 이현준
Y2K가 일종의 밈처럼 소비되는 세상이지만 그때의 우리는 진지했다. 그즈음의 것들이 지니고 있던 환각적인 무드, 과잉되었거나 뒤틀린 상상들, 니힐리즘, 휴거 등으로 대표되는 종말론적인 세계관을 나는 좋아한다. 0%의 첫 앨범을 들으며, 어쩐지 나는 오래 전 우리 사이를 부유하던 그런 이미지들을 떠올렸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은 영화적이다. 노래를 잘 들려주는데 집중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이리저리 휘젓고 비틀어 불균질한, 그리고 불연속적인 시퀀스를 만들어낸다. (그 광경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 앨범에서 등장하는 목소리는 두 남녀(성지연, 정성욱)의 것이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사운드 역시 마치 하나의 인격체처럼 작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음악 프로듀서인 Syai까지, 셋이서 한 팀인 이유다.
깊은 꿈을 꾸다 깬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거기서 어떤 세계를 만났다. 그것을 0%의 세계라 부르기로 한다.
– 단편선 (단편선 순간들, 오소리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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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s |
| 1. Shutter
lyrics by Syai, 성지연 composed, arranged by Syai vocal by 성지연 bass guitar performed by 해성
2. 흰 lyrics by Syai, 성지연 composed, arranged by Syai vocal by 성지연 all instruments performed by Syai
3. 벽 lyrics, composed, arranged by Syai vocal by 성지연 synth performed by soriroseo, Syai
4. 아래로 lyrics, composed by Syai arranged by 정성욱, Syai vocal by 성지연, 정성욱 all instruments performed by Syai
5.눈 lyrics, composed, arranged by Syai vocal by 성지연, 정성욱 all instruments performed by Syai
6.등 Iyrics, composed, arranged by Syai vocal by 성지연 all instruments performed by Syai
7. 이창 Composed, arranged by Syai
8. Anemone lyrics, composed by 정성욱 arranged by Syai vocal by 성지연, 정성욱 synth performed by soriroseo, Syai
9. 진 꽃 위로 피는 흰 벽 lyrics, composed, arranged by Syai vocal by 성지연 all instruments performed by Syai
all recorded by 0%
all produced, mixed, mastered by Syai mixing assistant 정성욱
Artwork by GOND
Executive Produced by 하박국 HAVAQQUQ of 영기획 YOUNG,GIFTED&WACK Records
Thanks to Pishu, FIRST AID, 신해경, 미역수염, 이현준, 단편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