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teps ‘Fore the Spiral

  • Artist 유령서점
  • Release2026-06-22
  • Genre Rockindie
  • Labeltapes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Ranch House
  • 2.언덕 위의 작은 집
  • 3.Potter's Field
  • 4.방아쇠
  • 5.Sheriff
  • 6.Omen
  • 7.비가
  • 8.Elevator
  • 9.수다쟁이
  • 10.Doomsday
  • 11.Eddy
  • 12.Epitaph
  • 13.Farewell

세찬 모래바람은 예고도 없이: 유령서점 [4 Steps ‘Fore the Spiral]

 

먼 지평선 너머 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말 하나가 달려온다. 진작부터 거친 숨소리가 거리가 꽤 떨어진 이곳까지 선명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살펴본다. 말은 혼자가 아니다. 낡아빠진 마차 하나가 지친 말의 몸에 얼기설기 연결되어 있다. 바퀴 네 개가 전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덜컹임이 심상치 않다. 움직임이 이상한 게 아무래도 빈 마차는 아닌 것 같다. 눈을 좀 더 가늘게 떠 본다. 뿌연 공기 사이로 아스라한 형태가 보인다. 사람이다. 말에 탄 건지 마차에 탄 건지 아니면 어떻게든 운 좋게 걸쳐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그것’이, 우리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오고 있다.

 

유령서점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 이러한 구성과 형태와 색깔일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부터 그렇다. 2024년 4월 싱글 ‘별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을 발표하고 같은 해 10월 첫 EP [유령서점]을 낸 뒤, 이들을 오래 따라다닌 꼬리표는 ‘슈게이즈’였다. 이상하게도 열혈 팬이 드물지만, 그만큼 이상하게도 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장르였다. 자의 반 타의 반 꼬리표를 달고 신인 밴드다운 패기로 활동해 나가던 유령서점 앞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이어졌다. 라이브 활동과 앨범 준비 병행은 좀처럼 쉽게 몸에 붙지 않았고, 기타리스트 디디가 고심 끝에 잠시 밴드 활동을 쉬기도 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유령서점의 첫 정규 앨범 [4 Steps ‘Fore the Spiral]을 듣고 있으면, 그 모든 방황이 어쩌면 이 앨범의 묵직한 전진을 위해 준비된 예행연습은 아니었을까 싶다. 웨스턴, 말, 마차, 황야, 소용돌이 등을 떠올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앨범은, 도대체 유령서점이라는 밴드 내에서 이 키워드를 어떻게 소화해 낼까 하는 호기심을 채 떠올리기도 전 쏜살같이 눈앞을 지나가 버린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앨범의 첫 모티브가 된 건 7번 트랙 ‘비가’였다. CD 한정으로 포함된 마지막 곡 ‘사막은 울고 있네’를 포함하면 앨범 정 가운데 놓인 곡이자, 유령서점에게 이런 거칠고 어지러운 면이 있구나 누구나 놀랄만한 트랙이다. 보컬이자 기타 김수는 이 곡을 만들며 당시 마음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참을 수 없는 기분을 폭발시키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속 하이라이트에 펼쳐지는 선과 악 사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추격전을 연상시키는 노래는 3분 여의 시간 동안 그저 질주한다. 내달린다. 뒤를 돌아볼 여유 같은 건 없다. 사느냐 죽느냐, 오로지 그것만이 문제였다.

 

[4 Steps ‘Fore the Spiral]를 만들며 유령서점이 처한 상황도 비슷했다. 오로지 하나의 질문만 보였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게 뭐였더라?’ 라이브를 하는 것도, 자신들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 것도 모두 기뻤지만, 결론은 매번 같은 문장으로 도돌이표처럼 돌아왔다. 우리가 진짜 밴드를, 음악을, 유령서점을 하는 이유가 뭘까. 입안에 모래가 까슬까슬 씹히는 것처럼 진한 웨스턴 이미지는 뜬금없는 도전이 아니다. 그 고민의 결과 도출된 유령서점이 품은 ‘진짜의 조각’ 가운데 하나다. 웨스턴은 앨범 대부분의 곡을 주로 쓰고 매만진 김수와 김이미르의 레이더에 오래전부터 자주 포착된 테마였다. 영화와 만화, 게임을 비롯한 하위문화에 경도된 두 사람은 건조하고, 사납고, 가끔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그 곳의 질서에 매료되었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일본의 개러지 록 밴드 미셸 건 엘리펀트(Thee Michelle Gun Elephant)를 닮은 풍경이었다.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눈과 귀를 닫고 누가 뭐래도 정해둔 나만의 길을 가는, 그래서 자주 혼자가 되는 곳에서의 고독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멋을 원했다. 라이브에서 구현할 수 있는 형태의 연주가 될 수 있도록 편곡에도 공을 들였다. 밴드 멤버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그 시도가 성공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겠다. 한정 트랙을 포함해 무려 14곡을 넘치도록 담은 앨범 가운데 유령서점은 그 언제보다 명쾌하다. 이렇게까지 모래 먼지 범벅이 되어도 사람들의 귀를 맨 처음 사로잡았던 김수의 투명한 송 라이팅과 보컬은 놀라울 정도로 그대로다. 그동안 내향적인 태도로 다소 뒤로 빠져있던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앨범과 곡의 정서를 똑바로 노려보며 음표가 그려진 악보를 내달려 가는 당당한 주인공의 자리에 서 있다. 앨범의 전반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첫 곡 ‘Ranch House’를 비롯해 ‘Potter’s Field’나 ‘방아쇠’ 같은 앨범 초반에 자리한 곡들을 들으며 가장 먼저 눈치챌 수 있는 유령서점의 담대한 성장이다.

 

선명해진 목소리는 훨씬 강력해진 개러지 사운드와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며 앨범을 힘 있게 이끌어 간다. 그렇다고 유령서점만의 몽환적인 느낌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앨범의 촘촘한 세계관과 뚜렷이 나뉜 기승전결은 확실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 유령서점은 그것을 굳이 듣는 이와 전부 나눌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리스너를 향한 일종의 배려다. 시대도, 배경도 어디인지 모호한 낯선 땅 위에서 어쩐지 마음이 가는 소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은 이번 앨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눈을 뜰 수 없는 거센 모래바람 속에서 유령서점만의 달콤씁쓸한 멜로디가(‘Sheriff’, ‘수다쟁이’), 스러질 것 같은 여린 감성이(‘Elevator’, ‘Eddy’), ‘ 물을 잔뜩 머금은 기타와 목소리가(‘Doomsday’) 홀리듯 울려 퍼진다. 이제 거의 가까워진 마차의 바퀴를 자세히 살펴본다. 여전히 덜컹이지만, 자기 자리에 단단히 박혀 자기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네 개의 바퀴를 보며 문득 유령서점의 네 멤버를 떠올린다. 넷이 하나가 되어 만든 새로운 길이 눈부시다. 격렬하게 흔들려도, 흙먼지투성이여도 좋다. 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4 Steps ‘Fore the Spiral]

어느 여인이 있다.

그녀는 무언가를 분명히 잃어버렸고, 되찾을 수 없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잊어버렸다.

그녀는 귀신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녀에겐 그녀의 단잠을 깨울 이도, 함께 세상을 질주할 이도 없다.

남은 것은 상실과 울분, 그리움과 황량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던 그녀에게도 안식이 찾아올 것이다.

그녀는 평생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용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소용돌이 속에 서 있었던 것이다.

 

Credit

유령서점 Ghost Bookstore

김수 Sue Kim (Vocal/Guitar) | 김이미르 Ymir Kim (Bass/Vocal) | 송영빈 Song Yeongbin (Guitar) | 강다니엘 Mus1qu_el (Drum)

 

Produced by 김이미르 Ymir Kim & 김수 Sue Kim

Lyrics by 김수 Sue Kim (all tracks), 김이미르 Ymir Kim (track 3, 12)

Composed by 김수 Sue Kim (all tracks), 김이미르 Ymir Kim (track 3, 8, 12, 13)

Arranged by 김수 Sue Kim, 김이미르 Ymir Kim

Performed by 유령서점 Ghost Bookstore

 

Recorded (Vocals, Guitar, Bass) by 김수 Sue Kim & 김이미르 Ymir Kim

Vocal by 김수 Sue Kim (all tracks), 김이미르 Ymir Kim (track 3)

Guitar by 김수 Sue Kim

Bass & Piano by 김이미르 Ymir Kim

Drum Programming by 김수 Sue Kim, 강다니엘 Mus1qu_el, 김이미르 Ymir Kim

Field Recording & Sound Design by 김수 Sue Kim, 김이미르 Ymir Kim

 

Mixed by 김이미르 Ymir Kim

Mastered by 강승희 Seunghee Kang @Sonic Korea Seoul Forest

 

Artworks by GNU

 

[tapes]

A&R Director / Jiyong Lee

A&R, Management / Joonsu Jeon, Yeonsoo Kim, Jiwon Yang

Executive Director / Kev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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