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0

  • Artist An0
  • Release2020.12.04
  • Genre AlternativeJazz
  • LabelAn0
  • FormatEP
  • CountryKorea

1. Everyday
2. Waves
3. 000
4. 마음장식
5. Birthday

 


 

밤을 맞이한다는 것은 참 당연스러운 일임에도 대개는 두려운 것, 불안한 것이다. 그 이유가 그 다음날의 걱정 때문이건 아니면 누군가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 때문이건 밤은 서둘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것이다. 또 밤에는 대개 홀로다. 그전엔 함께였더라도 결국엔 혼자가 되고 만다. 그리고 고독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한없이 처량한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밤이라는 시간은 묘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게 머무른다. 그러므로 낮의 사람들로부터 나를 떼어내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밤의 이중성은 물이 무서웠던 유년시절의 기억과 닮아 있다. 물속에 발이 땅에 닿지 않았을 때의 그 불안과 동시에 자유로움이 공존한다.

듣고 있으면 밤이 길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쫓기듯 눈을 감아버려야 했던 때와 매우 다른 기분이다. 별다른 청승을 떨지 않아도 밤의 시간을 보내기에 그 감성이 알맞다. 딱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이감이 있어 아주 기분 좋게 허우적거릴 수 있다. 리스너의 입장에선 어떤 때에 틀고 싶은 음악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들은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에, 그리고 그 잔여감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도 알고 있기에 더더욱 행복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운 앨범이 될 것이다.
글 – 박상권 (@psang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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