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 Artist JIJI
  • Release2021.11.29
  • Genre Electronic
  • LabelHoyden JIJI
  • FormatSingle
  • CountryKorea
  • 1.냄새를 맡게 해줘

 

7가지의 싱글 중 네 번째 색깔 초록(Green)

 

‘냄새와 추억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나는 냄새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냄새라는 것이 더럽기보다는 오히려 오묘한 매력을 지녔고, 그 매력이 얼마나 섹시한 것인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지금 당장 내 코로 냄새를 맡지 않아도 내 머릿속에서 항상 기억되는 냄새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바디워시 냄새, 엄마가 끓인 김치찌개 냄새, 처음으로 피워본 말보루의 냄새, 친구들 앞에서 센 척하고 싶어서 일절 표정을 숨기며 괜찮은 척했지만, 처음으로 소주를 마셨을 때 느낀 역겨운 알코올 냄새, 예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수리에서 나던 아가 샴푸 냄새, 습하고 흐리던 어느 여름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났던 대기의 냄새 등…

 

현재를 바삐 살아가기에 지나간 추억들을 매일 같이 선명히 기억하긴 힘들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잊힌 기억, 지워진 기억들이라고 여길 의식조차 남아있지 않던 추억들이 어쩌다 그 추억의 때에 나던 냄새를 우연히 맡게 되었을 때 무섭도록 갑작스럽게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를 잠식하고 오히려 그 과거로 거슬러 돌아가 다시 내 의식 속 한쪽으로 돌아오게 되는 신기한 일들을 경험했던 것들을 회상해 봤을 때 냄새라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여겼던 것보다 더욱 굉장한 존재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도 고유한 냄새가 있는데 모든 인간의 생김새가, 피부색이, 성격이 다르듯이 모든 사람이 지닌 냄새도 다르다.
그리고 왜인지 고유한 냄새를 가리고 좋은 냄새로 ‘포장’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는 인간이 지닌 본연의 냄새가 인간의 본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우리가 날마다 노력하는 것처럼.
심지어 나는 나 자신에게도 자신을 포장하곤 하니까.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의 진짜 냄새를 맡아보기는커녕 나 자신의 냄새조차 제대로 맡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러면서 나는 내 냄새를 누군가에게 맡게 해주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다.
아름답게 포장된 냄새가 아닌 나의 본연의 꼭꼭 숨겨진 마냥 예쁘진 않은 나의 별 볼 일 없는 냄새를 정말로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맡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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