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rippy Creepy

  • Artist Wona
  • Release2022.11.17
  • Genre Electronic
  • LabelSoundSupply_Service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LIL SSANAI
  • 2.Swallow The Wrong Way
  • 3.Too Many Jellies
  • 4.Dream
  • 5.Hate Birthday
  • 6.Where Is The Glass
  • 7.Inter
  • 8.Injection Peak
  • 9.Cloud
  • 10.Go!

 

[Wona Happy Trippy Creepy]

 

Wona의 2집 ‘Happy Trippy Creepy’는 1집 ‘Thanatoid Butterfly’ 서사와는 대조되는

본인을 대표할 수 있는 목소리와 다양한 장르적 음악에 대한 연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장르음악 안에서의 특징들을 본작의 사운드스케이프로 녹여내려한 흔적과

Wona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찾아내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삼원적 세계를 조립하는 탐미주의 엔지니어’

 

음악의 색과 온도를 가늠하는 표현 중 어둡고 차가운 질감의 단어들이 주로 전자음악에 들러붙는 까닭은 실제로 그것이 통상 연주로써 사람의 손을 최소한으로 거치는, 혹은 실제 사운드에 극단적으로 왜곡이나 변조를 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특히 하드코어 장르의 경우 분명 그 신(scene)이 현존함에도 적잖이 골방에서 완성되고 소비된다는 선입견과 실제 상황이 뒤섞이기도 한다. 바꿔 말해 어떤 음악보다 한 사람의 자의적 세계가 노골적으로 깃들거나 그러할 것처럼 들린다. 과거 파티 문화와 댄스 플로어는 물론 대형 페스티벌이 그 무대가 된 지금에도 어딘가 그만의 세계가 건축되고 있음을 우리는 짐작한다.

 

처음 들었을 때 마치 미래 디스토피아 혹은 공포영화 속에서 방금 도착했을 것만 같은 전자음악가 Wona가 ‘공업도시 안산’이라는 출신을 앞세워 세상에 나온 건 2020년. 등장할 때부터 그가 택한 건 데뷔 싱글이나 EP가 아닌 정규 앨범이었고, 이후에도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친구, 동료들의 지원을 받은 1집의 리믹스 앨범을 내놓거나 듀오 Stainus의 작업을 발표하는 등 그 진지함을 부지런히 증명했다. 그저 성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돋보였다. 최초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는 Portishead의 영향이 자극적이면서도, 신선하고 영리하게 드리워 있었다. 앞서 Jess Kenda나 James Merry의 작업을 연상하게 하는 프로필 이미지나 앨범 재킷 속 그로테스크하고 난해한 형상을 보고, 불안과 서늘함이 드리운 보컬을 듣고 Björk이나 Beth Gibbons를 떠올리기도 했으나 소리를 따라가며 깨달았다. Wona는 그들과 같이 자기 인장을 찍고, 동상을 세우는 록스타가 되길 원하기보다 이들 역시 와서 뛰놀 수 있는 무한히 열린 공간의 설계자가 되길 바란다는 것을.

 

2집 <Happy Trippy Creepy>를 작업하며 Wona는 한층 더 설계자에 가까워졌다. Dark Ambient나 Illbient, Industrial의 재료와 인상이 짙은 공기처럼 드리운 1집 <Thanatoid Butterfly>나 실제 Triphop의 정수와 이데아를 참조해 확고한 서사의 세련된 팝으로 완성했던 Stainus의 <MORPH>와 또 다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그렇듯 데뷔 당시의 Wona는 자신을 세상에 최초로 소개하기 위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거의 파편들을 더듬어 조립해야 했으리라. 그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 가능한 모든 테크닉을 동원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2집의 Wona는 당연한 의무로부터 해방되어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상태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과거를 완전히 떨치지 않았다는 것, 흥미로운 사실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다시 익숙한 것들에 스스로 구속되었다는 점이다.

 

하나의 고유명사 아닌 3개의 형용사로 이루어진 <Happy Trippy Creepy>의 세계는 일렉트로닉 역사에서 유난히 급진적인 사운드를, 다양한 하위문화를 품었던 1990년대, 곧 UK Rave의 시대를 초혼한다. 초기 힙합, Breakbeat의 여러 익숙한 리듬 패턴을 탄생시킨 Amen Break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그것의 전신인 Jungle, 이후의 Drum n Bass와 Darkcore, Gabber 등을 거쳐 결국 근래의 UK Drill를 적극 변주하기에 이른다. 말하자면 이전 작품이 정서적, 기술적 뿌리의 재현이라면 이번 작품은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에 관해 생각하지 않았던 곳까지 넓게 건드리는 훨씬 더 광범위한 뿌리 파헤치기다. 언뜻 재료가 다를 뿐 전작의 지향과 크게 다를까 싶지만, 결과적으로 구성, 사운드, 서사 그리고 태도 전부 다르다. 이미 습득한 언어 속 단어를 조합하는 수준을 넘어 이전에 제대로 구사해 보지 않았던 또는 아예 처음 접하는 언어들을 문자 하나, 발음 하나하나 뜯어보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해당 장르에 주로 쓰였던 악기들을 과감히 제외하거나 반대로 이번 앨범에서는 꺼내지 않으려 했던 보컬을 오히려 적극 활용했다. 존재하는 문법을 자기 것으로 체화하는 것이 아닌 완전한 해체와 조립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데 칼을 갈았다.

 

나는 Wona가 지독한 탐미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런 이의 데뷔작은 이미 축적해온 뉘앙스를 담음에 있어 앨범 단위의 작업이 다소 추상적이거나 장황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집약해 줄 상징으로서 1집의 타이틀 ‘Thanatoid Butterfly’가 탄생한 이유다. 2집에 이르러 목표와 지향이 다소 단순화된 탐미주의자의 설계는 자연히 추상보다는 구상에 가까워졌다. 자의적인 감상이나 경험들로 갈무리하기엔 앨범이 주는 감각과 쾌감이 너무 선명하다. 강렬한 비트의 치고 빠짐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엇박자, 기이하고 음울한 사운드 소스의 드나듦에 따라, 뜻밖에 명료한 다이내믹과 전진성을 띠는 선율에 의해 타이틀이 앞세운 세 가지 색과 콘셉트, 곧 ‘happy’ ‘trippy’ ‘creepy’가 온전하게 공존한다. 매 곡마다 콘셉트가 분명하고, 템포와 밀도의 부침을 적절히 오가면서도 Wona 자신의 미학과 보컬의 매력이 뚜렷한 덕에 앨범으로서 추진력도 확실하다. 이제 더는 한두 가지 질감으로 표현 불가능한 이 작품의 탐미의 끝은 골방과 하우스, 광장 그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이것은 성취다. WONA 개인의, 더불어 일렉트로닉 장르 신의. 지난 20세기 현대 철학에 있어 해체가 중요하게 등장한 것은 그 과정이 유도할 수 있는, 익숙하고 견고한 구조를 무너뜨려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발성 덕분이었음을 기억한다. 이토록 학구적이고, 집요하면서도, 쾌락 지향적인 해체와 조립을 한동안 보지 못했다. <Happy Trippy Creep>는 폐허의 늪에서 건져 올린 보석들을 제련해 새것으로 만들고, 주변의 식생을 이종 교배해 사막 위 그의 오아시스에 자기만의 숲을 일궜다.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Credits
Produced by Wona

 

Arranged by Wona

Written by Wona

Additional Sound Designed by Kwangjae Jeon

 

Track4 Dream Guitar played by Michel Yang

Track10 Go! Additional Drum Programmed by Cabinett

 

Mixed by Kwangjae Jeon

Mastered by Kim Kate (Mad Flux Audio)

 

Artwork by Eunseo Kim

 

A&R Jongbin Choi, Dohoon Shin

Business Affairs Minseock Choi

 

2022 SoundSupply_Service.

manufactured and marketed by SoundSupply_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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