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takes: The Light Of Nothing

  • Artist Otakhee
  • Release2020.02.18
  • Genre Electronic
  • LabelIRONSHOP48
  • FormatAlbum
  • CountryKorea

1. Do What I Do
2. Last Night I Dreamed 808
3. Movie Scene
4. Dark In The Blue
5. Broken Songs
6. Bubble Gum F#m
7. Exhale 
8. Quiet Gong (Ft. Lee Taehun)
9. Where Do Fireflies Go (Ft. Kim Oki)

 


 

<Outtakes: The Light of Nothing>

‘데모’라는 이름을 달고 발매되는 음반이나 트랙을 눈여겨본다. 미완성, 스케치, 혹은 어떤 식으로든 할 일이 남은 것, 하지만 공개하게 된 것. 데모가 세상에 나온 이유는 제각각일 테지만, 그 형태야말로 음악가를 바투 엿볼 수 있는 단서라 여길 때가 있다. 믹싱에 마스터링까지 혼자 거뜬히 해내는 음악가들이 분명히 있고, 그것이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믹싱과 마스터링 등의 절차는 깎아내고 배열하는 작업에 가깝다. 혹은 원래 없던 뭔가를 첨가하거나.

레조넌스를 정리하고 주파수 영역이 깔끔하게 분리된다. 악기별 자리를 정해준다. 음압 레벨을 끌어올린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소리는 어쩔 수 없이 사라지거나 변하고 말 것이다.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미뤄두고 몰두해서 노트를 그리고 편곡을 하는, 즉 앞으로 쭉쭉 나아가며 트랙을 새기는 그 시간은 아티스트의 기억 속에만 있을 뿐. 어쩌면 라이브 공연에 거는 기대의 일부에는 그런 ‘원 테이크’의 기운에 대한 궁금증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음악적 의미의) ’텐션’이라 말해보면 어떨까. 낯설게 부딪치지만 어울리는 것.

오타키의 새 음반 <Outtakes: The Light of Nothing>은 거칠다. 소리를 흙에 빗대자면 각각의 입자가 굵고 서로 다르다. 오타키가 영 부드러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더 나갔다. 혹은 덜 했거나. ‘Outtakes’니까 데모는 아니다. 남겨진 것들. 디렉터스 컷에 포함되는 그런 것들 말이다. 디렉터스 컷은 최종 편집 단계에서 아쉽게 잘려 나간 부분을 확인하는 동시에, 작가의 최초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음악에 대입하자면, ‘Outtakes’를 들으며 거대한 콘솔이 놓인 스튜디오나 회의실이 아닌 랩탑 혹은 악기 앞에 앉은 음악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한동안 테크노, 넓게는 댄스 음악으로 구분할 법한 곡을 만들고, 전작 <OTX>를 비롯해 그것을 댄스 음악의 전통적 규범이라 할 수 있는 12인치 싱글로 발매해온 그는 ‘디지털 온리’로 이 음반을 내놓는다. 식히며 살펴보기보다 당장 뜨거운 것을 곧장 공개하기에 어울리는 방식이다. (직접 부른 건 아니지만) 보컬이 많아졌고, ‘트위스트’하지 않은 샘플이 곧장 들리고(심지어 ‘Bubble Gum F#m’처럼 그 샘플의 이름이 곡 제목이 되기도 하고), 드럼은 서로 부딪히건 말건 가지치기를 거부한다. 그는 한동안 “무얼 진득하게 파고들거나 집중할 힘이 없었지만,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그 와중에 탄생한, A-사이드의 규범에 맞춰 완성하지 않은 ‘Outtakes’다.

‘A-사이드적’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오타키는 한동안 규범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그의 테크노를 테크노라 부를 수 있었다. 레프트 필드나 익스페리멘탈이라는 수식이 따라붙은 채, 오타키가 만드는 장르 음악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줬다. 다만, 오타키는 규범보다 더 명확한 신(Scene)에 편입되려 애쓰기보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신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규정지은 게 아니라, 스스로 거기 머물렀다. 그래서 자유롭게 말하고 때로 사라지고 불쑥불쑥 음악을 만들어 힘껏 던졌다. 낯설게 어울렸다. 완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완성하지 않은 ‘Outtakes’처럼. 불화하는 사람, 바깥쪽에 선 사람에겐 ‘Outtakes’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미안하게도. 그렇게 오타키 사운드의 출발점을 본다.

글/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디제이)

-Credit-

<Outtakes: The Light Of Nothing>

Produced by Otakhee
Written, Performed and Recorded by Otakhee at Ironshop48 Studio (2019)
*Guitar on Track 8 – Lee Taehun
*Saxophone on Track 9 – Kim Oki

Mixed by Otakhee
Assistant Engineer – Aepmah
Mastered by Aepmah at AFMlab (2020)

Cover Art: Jun Ga
Video: Enoch Park, Seungchan Lee (Astra Flims)

© Ironshop48 Records, Seoul, K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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