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K*tor
- Artist NET GALA,
- Release2019.11.13
- Genre House/Techno,
- LabelNBDKNW
- FormatEP
- CountryKorea
1. Broken Platform (bela Remix)
2. Botched Silver Orgel (Ptwiggs Remix)
3. KIKI (Lechuga Zafiro Remix)
4. Altrauma (J E L L V A K O Remix)
5. Quarrel (Osheyack Remix)
6. Quarrel (Vonlin Yoon Remix)
7. EXXTNT (Mana Remix)
NET GALA [re:FLEK*tor]
넷 갈라(NET GALA)라는 이름을 보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코스튬 연구소 갈라(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s Costume Institute), 즉 멧 갈라(Met Gala)가 떠오를 것이다. 멧 갈라는 미국 보그(Vogue)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가 주최하는 전시회의 오프닝 격 행사다. 멧 갈라는 매해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고 이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해당 주제를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한다.
넷 갈라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Net Gala for Internet Losers’라고 설명한다. 직역하자면 인터넷 루저들을 위한 ‘넷 갈라’다. 넷 갈라가 지난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디제이로, 파티 프로모터로 폭넓게 활동해왔음을 생각한다면 이 이름은 꽤 흥미롭다. 듣는 이들은 지금까지의 배경지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넷 갈라의 음악을 ‘축제’나 ‘파티’ 혹은 ‘댄스’에 연관 짓게 될 것이다. 인터넷 루저들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파티 프로모터의 음악.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는가.
그러나 넷 갈라가 지난 5월 31일 발표한 첫 EP [re:FLEK*ion]은 댄스 혹은 클럽과는 약간 거리가 먼 음악이다. 음반 수록곡들이 댄스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음악의 소리나 곡이 진행되는 방식 그리고 넷 갈라의 여러 인터뷰를 살펴본다면, [re:FLEK*ion]은 춤을 추기에는 너무나도 개인적인 음반이다.
음반의 소리는 하나같이 날 서 있고 공격적이다. 각 곡에는 넷 갈라의 감정이 깊이 들어있다. 이 감정은 대부분 분노, 슬픔 등 춤이나 파티와는 멀게 느껴진다. 물론 이런 음악에 춤을 추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한국에는 이미 ‘울면서 춤을 추는 음악’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음악가, 키라라(KIRARA)가 있다. 키라라의 새 음반 [ct6]에 넷 갈라의 리믹스가 수록된 건 이러한 부분에서 나름의 서사성을 가진다.
이러한 원곡의 특징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리믹스 음반 역시 완벽한 댄스 음악은 아니다. 리믹스란 일종의 재해석이다. 다만 그 방식에서는 여러 갈래가 있다. 어떤 이는 원곡을 철저히 들어내고 자신의 색으로 재조립한다. 혹자는 원작자의 의도를 받아들여 자기 생각을 덧씌운다. 이 음반은 철저히 후자에 가깝다. 넷 갈라와 함께 레이블 노바디노즈(NBDKNW)에 소속된 벨라(bela), 레이블 이터널(eternal)의 Ptwiggs, 멕시코의 크루 NAFFI에 소속된 Lechuga Zafiro, 광주 출신의 프로듀서 젤바코(J E L L V A K O), 중국에서 뚜렷한 두각을 남긴 프로듀서 Osheyack, 그랙다니 크루의 본린 윤(Vonlin Yoon), 영국의 레이블 Hyperdub 소속 Mana는 각자의 방식으로 넷 갈라의 감정을 자신의 경험과 결부한다.
다만 리믹스 음반은 [re:FLEK*ion]보다 더 극단적이다. 어떤 의미로는 힘들다고도 할 수 있겠다. [re:FLEK*ion]이 “EXXTNT”부터 “Broken Platform”까지 나름의 서사를 가지고 흘러간다면, 리믹스 음반은 개개인의 감정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쉴 틈 없이 각 아티스트의 자기주장을 들어야 하는 듣는 이에게는 격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넷 갈라는 [re:FLEX*ion]을 비틀면서도 원작의 서사를 유지한다. 넷 갈라는 원작과 리믹스 음반의 곡 순서를 역순으로 재배치한다. 여기에 원작의 목소리-넷 갈라의 자기주장-가 여전히 더 큰 점은 이 음반을 여러 음악가가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인 동시에 원작의 서사를 유지하는 장치가 된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음반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다는 점도 음악가들의 이야기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요소다.
이러한 점들을 따라가면 원작 [re:FLEK*ion]이 음악가로서의 넷 갈라를 보여준다면, 이번 리믹스 음반은 파티 프로모터 넷 갈라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음반에서 넷 갈라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가를 선정하고 그들을 어울리는 곡에 재배치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맡았다. 이 때문에 이 음반은 넷 갈라의 취향을 명확히 드러낸다. 동시에 참여자들이 상업적 목적 대신 그의 주변인들을 소개하는 모습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는 넷 갈라의 음악적 울타리를 보여준다. 음악가의 취향과 주변 동료는 곧 다음 음반 혹은 방향성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음반을 통해 넷 갈라의 다음을 추론한다면 글쎄. 그는 아시아 중심의 ‘넷 갈라’를 기획 중인 건 아닐까.
글 ㅣ 심은보 (프리랜서 에디터) / shimeunboss@gmail.com
MIXED BY INDIVIDUAL ARTISTS
MASTERED BY KIM KATE @ MAD FLUX AUDIO
ARTWORK BY SEUNGYONG MOON & NET GALA
DISTRIBUTED BY 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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