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1. SF

 


 

나는 너를 통해 미래를 보았어 [SF]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 소질이 없었다. 꽃을 꽃처럼 물 병을 물 병처럼 그릴 수 없었다. 보이는 대로, 그것이 가진 본래의 것을 상하지 않게 옮겨내기란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상상하는 일에 자신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잠자리가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으면 아이는 잠자리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우리는 101동 아파트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해 질 녘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놀이터에 앉아 있을 것이다. 반들반들한 미끄럼틀 위에서 쉬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휙 하고 재빨리 구름 위로 숨을 것이다. 말없이 몇 시간이고 날아가다 보면 북극에 가까워질 것이고 추위에 못 견뎌 땅으로 내려오겠지. 그러나 우리는 땅에 도달하지 못하고 결국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너와 나 얼어붙은 채, 수백 년 혹은 영원한 시간 속으로.

남자는 감정을 전하는 일에 소질이 없다. 사랑하는 감정은 온전하지만 보잘것없는 자신이 두렵기에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상상하는 일에 자신이 있었다.

마침내 다른 사람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나누어 먹는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글: 함병선(위아더나잇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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