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B
- 1.Runaway
- 2.Strange
- 3.PINK
- 4.Runaway (Instrumental)
“불결함이란 본질적으로 제자리를 벗어난 것이다(Dirt is essentially matter out of place)” –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 1921~2007)
“핑크는 펑크야. 뭐, 어쩔 건데? (pink is punk so what?)” – 진초이(ZIN CHOI, 2008~)
아티스트 진초이(ZIN CHOI)가 사단법인 턴스타일 코리아, 줄여서 사턴코와 함께 자신의 네 번째 EP <SIDE-B>를 발표했다. 이 문장을 쓰는 동안 얼굴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Silly Faces’) 감추기 쉽지 않다. 사람들이 이를 읽는다면, 그리고 음악까지 듣는다면 분명 ’알랑말랑(allang mallang)‘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대체 뭐 하는 존재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사턴코와 함께 강렬한 록(Rock) 사운드로 채운 <SIDE-B>가 발매된 오늘은 마침 만우절. 그러고 보니 지난 EP <handlewithcare>에 수록된 ‘ROCK’은 록이 아닌 R&B 곡이었다. 이 모든 건 그때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만우절 농담이었던 걸까?
이번 앨범은 진짜 록이다. 나른한 리프의 얼터너티브 록부터, 파워팝(팝이라 이름 붙어 있지만 농담처럼 록의 하위 장르다), 그리고 펑크까지. 갑자기 왜? 진초이는 그전까지 인디팝을 기반으로 일렉트로팝, 베드룸팝, 댄스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왔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다. 사단법인 턴스타일 코리아와의 협업? 진초이는 그전에도 까데호(CADEJO)와 함께 ‘Silly Faces’를 발표하고 함께 무대에 섰다. 그럼에도 왜 이 조합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자꾸 당혹스러운 기분이 드는 걸까. 잠시 그 이유를 근본적으로 살펴보자.
인간은 구분 짓는다. 그게 생존 전략이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위험한 것과 아닌 것을 빠르게 구분한 덕분에 인류는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 먹을 수 없는 것엔 ‘입에 넣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붙는 문명 시대를 맞이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모든 걸 판단하고 분류한다. 그게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장르, 세대, 성별, 인종, 국가, 우리와 그들.
내가 하는 일은 철저히 이에 복무하는 일이다. 음악의 장르, 신(Scene), 스타일을 구분하고 아티스트와 음악 앞에 라벨을 붙인다. 이를 기준으로 분석한 뒤 평가를 내리고 맥락을 지어 낸다. 이런 내게 진초이는 말한다. ’핑크는 펑크야. 뭐, 어쩔 건데?‘. 내가 지켜온 생존 전략을 흔드는 한마디. 지금까지 진초이의 음악을 들어온 내게 <SIDE-B>는 분명 낯설지만(‘Strange’) 불편하지 않다. 아티스트는 인간이 관습적으로 만든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존재니까.
나 같은 이가 너무 어지러워하지 않도록 진초이는 힌트를 숨겨 놓았다. 본 EP의 제목은 <SIDE-B>. 사이드 B는 한 면에 한 곡이 겨우 들어가는 7인치 싱글 바이닐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많은 아티스트가 사이드 A에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을 넣고 사이드 B에는 상대적으로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곡을 싣는다. 라디오에서는 틀기 어려운 긴 러닝타임의 확장 곡이나, 새로운 형식의 리믹스 또는 아티스트에게서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곡 등. 사이드 B는 아티스트의 취향을 더 솔직하게 드러낸다. 아티스트의 속살을 알고 싶은 호기심 많은 이를 위한 숨겨진 메뉴다.
‘Runaway’는 기존 진초이의 음악을 알던 이라면 비교적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얼터너티브 록 곡이다. 나른한 기타 리프 위로 진초이 가사의 코어인 관계의 ‘이중성’을 노래한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굴지만, 한편으로 싫어하고 바쁜 듯 보이지만 혼자 자신의 몸에 타투를 그리며 자신을 표현하는. ‘Strange’는 80년대 MTV에서 뮤직비디오로 보았을 법한 복고적인 톤의 파워 팝 곡이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한 장면처럼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장면 속에서 아련한 상실감을 노래한다. ‘PINK’는 지금까지 진초이 음악 중 가장 파격적이고 날카로운 펑크 곡이다. 이 곡에서 진초이는 자신의 음악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부분을 모두 모아 스파이크처럼 두른 후 강렬한 선언을 이어 간다. 다쳐도 상관없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가겠다는 선언.
자리를 규정짓기 전부터 진초이는 이미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다(‘Runaway’). 과녁의 점수를 확인하려 들면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화살을 뽑고 다음 장소로 향하는 양궁 선수처럼. 돌이켜 보면 진초이는 늘 그랬다. 어느 순간 레이블의 품을 벗어나 독립해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 만들고. 모든 곡을 영어로 부르다 갑자기 한글 가사의 곡을 발표하고. 나이키의 전시 음악을 만들고. 까데호와 협업하고. 예언자처럼 모두가 떠들기 전부터 2026년이 새로운 2016년이라 선언하고.
제자리를 벗어난 것이 불결하다면, 진초이는 계속 불결함을 택할 것이다. ‘Instrument’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라 선언한 것처럼 진초이의 음악을 규정지을 수 있는 건 진초이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 그는 아직도 누군가는 ’록 스피릿‘을 말하는 시대에 선언한다. ‘핑크는 펑크야. 뭐, 어쩔 건데?’ 새로운 세대, 잘파 세대의 등장이다. 앗, 근데 이조차 그를 17세의 잘파 세대 아티스트라 라벨링하는 거잖아. 여기서 말을 더 얹는 건 의미 없을 것 같다. 만우절에는 거짓말이 허용된다. 하지만 어떤 진실은 만우절에만 말할 수 있다. 입을 닫고 순수하게 마음을 열고 그가 사턴코와 함께 만든 사운드에 몸을 맡겨보자. Happy April Fool’s Day!
–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대표)
재미로 시작한 어떤 일이 운명처럼 본격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때, 이만큼 흥미로운 게 또 있을까? 2024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남긴 밴드 Turnstile에 대한 팬심에서 시작된 커버 밴드 ‘사단법인 턴스타일 코리아’ (이하 사턴코)와 넘치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두려움 없이 음악 신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 ZIN CHOI가 함께 만나 3곡짜리 EP <SIDE-B>를 발매한다.
EP <SIDE-B>는 음악적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아티스트 ZIN CHOI의 새로운 도전을, 공식으로는 음원을 처음으로 발매하는 사턴코의 새로운 도전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프로듀서로는 그들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레전드, 히치하이커가 참여했다. 분명히 재미로 시작한 것 같은데, 이들이 점점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각자의 바쁜 삶이 있지만, 음악에 대한 진심이 이 프로젝트를 실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되는 여러 고민들이 우리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요즘, 잊고 살고 있었던 마음속의 SIDE-B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 한승희 (레코드 매거진)
[Credits]
01 Runaway
Lyrics by ZIN CHOI
Composed by ZIN CHOI, Hitchhiker
Arranged by Hitchhiker
Drum: Jinhyeok Choi
Bass: Junho Son
Lead Guitar: Jay Yang, Hyun Lee
Additional Guitar: Hitchhiker
Vocal: ZIN CHOI, Hosuk Lee
—————————————————————
02 Strange
Lyrics by ZIN CHOI
Composed by ZIN CHOI, Hitchhiker
Arranged by Hitchhiker
Drum: Jinhyeok Choi
Bass: Junho Son
Lead Guitar: Jay Yang, Hyun Lee
Additional Guitar: Hitchhiker
Vocal: ZIN CHOI, Hosuk Lee
——————————————————————
03 PINK
Lyrics by ZIN CHOI
Composed by ZIN CHOI, Hitchhiker
Arranged by Hitchhiker
Drum: Jinhyeok Choi
Bass: Junho Son
Lead Guitar: Jay Yang, Hyun Lee
Vocal: ZIN CHOI, Hosuk Lee
————————————————————
Recording: Hitchhiker @ Sonagi Studio
Mixing: Hitchhiker @ Hitchhiker Studio
Mastering: Hitchhiker @ Hitchhiker Studio
Producer: Hitchhik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