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ho1

  • Artist Teho
  • Release2020.08.20
  • Genre Jazz
  • LabelstudioLOG
  • FormatAlbum
  • CountryKorea

1. Bomb Strut
2. Love in Two Words 
3. Migration
4. New Seoul
5. 검은머리연합 
6. Teho Anthem
7. 분실물
8. Fugitive
9. 말이 앞서는

 


 

수수께끼 같은 즉흥 연주 앨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존재감과 아우라를 구축해온 네 명의 음악가, 기타리스트 이태훈, 피아니스트 진수영, 색소포니스트 김성완, 드러머 민상용이 하나의 팀으로 연주 음반을 내놓았다. 2019년 6월부터 2020년 3월에 걸쳐 열 번의 공연을 통해 녹음된 자유 즉흥 연주를 일곱 개의 트랙으로 압축 편집해 낸 그룹 테호TEHO의 정규 1집이다. 새로운 창작곡에 대한 주변의 기대를 보란 듯 등지고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공연이 거듭되면서 전혀 다른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이태훈과 민상용, 두 명으로 출발한 여정의 네 번째 공연에 김성완이 승선하고 여섯 번째 공연에 진수영이 승선하면서 테호는 점차 다층적 레이어를 가진, 장르를 구분 짓기 어려운 현재의 사운드로 진화하며 그들만의 항로를 개척한다. 영국 기반의 온라인 뮤직 플랫폼 Worldwide FM은 미발표된 이들의 공연 실황 음원을 아시아와 서울의 새로운 음악으로 서둘러 전파에 실어 날랐고,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는 이 방송에서 “수수께끼 같은(enigmatic) 프리-재즈-잼세션-프로젝트”로 테호를 정의했다.

즉흥이지만 완성형에 가까운 사운드를 구현하는 밴드

“미리 상정한 무언가를 만들어가겠다거나 혹은 부숴나가겠다는 식의 단순한 계산과 의지로는 즉흥 음악 공연을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가기 힘들다. 맥락 없이 과장된 파격이나 자유를 연기하는 즉흥은 피로해지기 쉽다. 나는 좀 더 서로에 귀 기울이고, 연주 중 수시로 오르내리는 엔트로피를 즐기고, 의도치 않게 다가오는 특별한 순간들을 반기고 다시 떠나보내는 사려 깊은 앙상블을 좋아한다. 테호의 멤버들은 이러한 의미의 불완전성을 느긋하게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안다. 완벽한 팀 사운드로 완결된 곡을 연주하는 것은 테호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김성완은 말한다. 그럼에도 테호의 전반적인 연주가 의외의 균형과 안정감을 선사하는 이유는 장르 음악을 토대로 탄탄히 쌓아올린 개개인의 연주력과 이를 바탕으로 펼치는 유기적 인터플레이의 결과로 풀이된다. 연주 중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통속적인 멜로디나 화성 진행을 그들은 애써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준비된 곡으로 보기엔 어딘가 느슨하고, 즉흥으로 보기엔 왠지 준비된 곡으로 들리는 독특한 음악, 그러나 수록곡 중 테마를 바탕으로 연주된 트랙은 <Migration>이 유일하며 그 외 전곡은 사전 협의나 리허설 없이 온전한 즉흥으로 공연 녹음된 것이다. 각 트랙 타이틀 역시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치는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붙여졌다.

계획은 백 회의 공연을 통해 열 장의 음반을 발표하는 것

스튜디오 로그에서 관객과 함께 진행되는 테호의 라이브 레코딩 세션은 현재 15회차를 목전에 두고 있다. 11회에서 20회까지의 공연 녹음은 2집 앨범으로 정리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공연 중 완성도 높았던 부분을 복기해 재연할 계획은 거기에 없다고 한다. 즐겨 소환하는 몇 가지 테마 변주는 악보에 쓰인 곡으로 오인될 정도로 합주가 무르익었지만 정식으로 편곡할 계획이 없다. 유일한 계획은 백 회의 공연을 통해 열 장의 즉흥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한국에서 전무했던 시도일 것이다. 도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에 그들은 “To Each His Own.”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대답만을 남겼다. 여하간 테호는 지도 없는 항해를 계속할 것이다. 그들에겐 각자의 몫이 있고, 그들의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것은 관심 있는 청취자의 몫이다.

– 김성완(색소포니스트)

A1 Bomb Strut:
2020년 3월 15일, 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줄이 약국마다 끝없이 늘어서 있다. 팬데믹 닷새째, 고민 끝에 테호의 열 번째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 공연을 마감으로 1집 앨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분명 고민 끝에 오늘 공연에 찾아오셨을 관객을 위해 정성껏 다과를 준비했다. 연주자도 관객도 거리를 두며 조심조심 먹고 마신다. 하지만 음악이 모두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다.

A2 Love in Two Words:
2019년 12월 28일, 올해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검찰 개혁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교통 통제에 발목 잡힌 수영이 안타깝게도 공연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트리오로 연주하기로 한다. 온누리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길.

A3 Migration:
2020년 1월 19일, 여덟 번째 공연. ‘미그레이션’을 연주했다. ‘의정부’와 더불어 태훈, 상용의 듀오 시절부터 지금까지 즐겨 연주되는 테호의 단골 테마인데 매번 다른 느낌으로 연주하게 된다. ‘의정부’는 아무래도 다음 앨범에 싣게 될 것 같다. 그냥 묻어버리기 아까운 즉흥 연주 트랙들이 많다.

A4 New Seoul:
2019년 12월 1일, 수영의 합류에 고무되어서 였을까, 오늘은 왠지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로 기억될만한 연주를 했다. 하지만 태훈의 기타가 녹음되지 않은 재난이 발생했고, 다른 악기 마이크로 흘러 들어간 기타 소리 일부를 간신히 오디오 기술로 살려낸 이 트랙이 유일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B1 검은머리연합:
2020년 2월 9일, 아홉 번째 공연, 앙코르로 연주한 ‘의정부’가 어떤지 싱겁게 끝나 두 번째 앙코르로 연주한 즉흥이 오늘 공연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파트가 되었다. 즉흥 연주에 당일 연주자의 감흥이 스며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하루의 감흥이 꼭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며 무대와 객석이 자아내는 무언의 요구와 기대치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은 곧잘 감흥으로 변환되기도 한다.

B2 Teho Anthem:
2019년 9월 8일, 태훈이 성완을 초대했다. 상용과 성완은 초면이다. 간단한 인사와 사운드 체크 그리고 바로 공연이다. 처음엔 고양이처럼 한 음 한 음 신중히 보태더니 시간이 흘러 간격을 크게 벌린 코드 아르페지오 인버전을 불어젖힌 대목에서 나름 합주에 재미를 불어 넣었고, 결국 그 공로를 인정받아 밴드에 눌러앉게 되었다,라고 성완은 생각한다.

B3 분실물:
2020년 1월 19일, 날씨 흐림

Credits

TEHO is
Min Sangyong on drums,
Kim Sungwan on alto saxophone,
Chin Sooyoung on piano, and
Lee Taehun on guitar.

All music perceived and performed by TEHO
Recorded, mixed, and mastered at studioLOG by Sangyong Min
Album artwork by Joohyang Lee
Music videos by Jaehyu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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