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etable
- Artist Wav Table,
- Release2024.08.05
- Genre Ballad, R&B/Soul, Rock,
- LabelWav Table
- FormatFull
- CountryKorea
- 1.보라에게
- 2.아이
- 3.다시 내게로
- 4.Energy
- 5.Too Much Documentary
- 6.잊혀질 수 없는 날이야
- 7.멍
- 8.그대가 사라진 나의
- 9.Sleep at Night
- 10.다음 날
누구나 삶을 살다 보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찾아온다. 이를테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연인의 마음을 붙잡고자 할 때, 이미 먼 발치로 떠나간 인연을 그리워할 때, 보이는 무언가로 비교를 당할 때,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하나의 답을 강요할 때 등등… 그럴 때마다 우리는 주위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며 다독이고, 일렁이는 감정을 다시 평탄하게 만든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누군가와 대화할 수 없게 되는 때라면 어떨까?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음악이 있다. 많은 음악가는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음악이란 언어로 표현하고, 듣는 이는 창작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그렇기에 좋은 음악에서는 청자에게 공감하게 만드는 일렁이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웨이브 테이블(Wav Table)의 첫 번째 정규 앨범 [Vegetable] 역시 그렇다.
웨이브 테이블은 2000년생인 세 명의 싱어송라이터 티브(TIVE), 신준(SINJUN), 평(Pyung)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지금 당장 첫 트랙을 재생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의 음악에서는 범상치 않은 내공이 느껴진다. 풀어 보자면 사운드에서는 세련함이 묻어 나오고, 곡 구성 역시 단순한 루프의 반복이 아니라 각 파트가 나뉘어져 기승전결이 존재한다. 여기에 음악을 배운 사람이 할 수 있는 그 맛이 있고, 여러 실전 경험을 통해 터득한 듯한 나름의 대중성을 잡고자 한 부분도 곳곳에 보인다. 이런 실력의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힌트가 있다. 바로 탐구의 시간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세 음악가는 의기투합해 4~5년 동안 앨범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로 미뤄 봤을 때 이들은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팀만의 색을 만들고, 각자 주어진 프로젝트를 해내고, 음악에 관한 피나는 연구를 하고, 이견을 조율하다 깨지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거쳤을 거다.
여기서 잠깐. 앨범 타이틀인 ‘Vegetable’에 주목해 보자. 우리가 단어를 보면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뜻으로는 채소, 야채가 있다. 이 때문에 제목만 보면 앨범은 푸르고 싱그러운 채소를 한 대접 가득 담아 놓은 거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곡 타이틀, 가사, 심지어 아트워크에서도 마땅히 채소와 접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혹시 앨범 타이틀을 잘 못 지은 건 아닐까? 물론, 당연히 아니다. 팀은 많은 품종이 존재하는 야채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자신들의 감정을 앨범에 담아내고자 했다. 더불어 자극적이지 않고 조금 더 인간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앨범 속 음악과 이야기를 건강함과 순수함이라는 이미지로 해석해 야채로 비유하려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Vegetable]은 이런 팀의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면서도 앞서 풀어낸 지난한 과정에서 겪은 감정들이 진하게 응축되어 풍미를 자아내는 결과물이다.
세 음악가는 앨범에서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고, 함께 사랑을 나누던 과거를 회상하며, 혼자 남은 자신의 마음을 토로한다. 그렇다. 이번 앨범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복잡한 감정인 사랑이 이야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앨범 속에서 화자는 회상하고, 부정하고, 수용하며 다시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이 있다면 이런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깊이감과 입체감이다. 이런 깊이를 만드는 건 아무래도 음악가들의 표현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하나씩 짚어 보자면 우선 작사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아이’와 ‘그대가 사라진 나의’, ‘잊혀질 수 없는 날이야’의 가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랑의 모습을 비유하는 단어들과 내재된 본인의 슬픈 감정을 풀어내는 화법 모두 섬세하고 담백하기 그지없다. 이는 본인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출하는 요즘의 작법과는 사뭇 다르다. 이처럼 이들은 가사에 지난 모든 감정과 이야기들을 응축하고 절제해 모두의 마음이 공진할 만한 그리움과 아련함을 담아냈다.
두 번째 주목할 표현 방식은 작곡적인 측면이다. 평을 주축으로 한 팀의 일원들은 몇 년의 탐구 과정을 거쳐 절충주의적인 사운드를 구현하고, 예리하고도 감각적인 탑라인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앨범에서는 팝과 알앤비/소울뿐만 아니라 얼터너티브, 베드룸 팝, 전자음악, 발라드, 심지어 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다시 내게로’는 1990년대 한국 멜로우 팝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들고, ‘Sleep at Night’의 경우에는 재밌는 사운드 덕분에 마니아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얼터너티브 음악가의 이름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보라에게’에서는 진행에 따라 멜로디의 변화를 주는 식으로 텐션감까지 살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더불어 앨범의 일부 트랙에서는 세션 연주자들이 주조한 풍부한 사운드가 담겨 있거나 혹은 4분이 넘어가는 트랙 러닝 타임 덕분에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단순히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감정선을 아스라히 그려 나간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편곡적인 측면이다. 편곡을 도맡은 평은 멜로디, 파트, 가사의 흐름을 고려해 여러 사운드 소스와 이펙터를 더하고 빼는 식으로 트랙의 기승전결을 만들며, 더 나아가 앨범 전반의 분위기를 한데 이어낸다. 이는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보라에게’부터 일찍이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생각이 휘몰아치는 듯한 느낌의 사운드로 시작되는 노래는 새들이 지저귀는 사운드 효과, 두왑의 요소에 맞닿은 코러스 보컬, 겹겹이 쌓은 트랙들로 이어지며 마치 동화를 귀로 듣는 듯한 심상을 안긴다. 또한, ‘Energy’는 두 보컬이 하모니를 이루는 구간을 지나 아카펠라로 몰입감을 주며 브레이크를 한 뒤 현악기 사운드로 마무리하는 식으로 에너지란 단어를 음악으로 그려낸다. 뒤이어 나오는 ‘Too Much Documentary’에서는 앞 트랙의 여운을 현악기로 이어가고, 이펙터와 공간감 있는 리듬, 사운드를 통해 영적 세계까지 상승하는 장면을 자연스레 연출한다.
이렇듯 [Vegetable]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곳곳에서 웨이브 테이블의 오랜 과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앨범이다. 이들은 인간의 입체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사랑이란 감정을 압착해 음악이란 언어로 순수하고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다. 이 덕분에 앨범은 함축적인 언어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하게 돕는 막스 뮐러의 책 <독일인의 사랑>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든다. 책에서는 끝내 연인을 보내야 했던 주인공이 생전 상대방과 나눴던 다양한 대화와 내면을 깊게 탐구하던 과거를 회상하며 본질적이고도 순수한 측면의 사랑을 조명한다. 더불어 웨이브 테이블의 [Vegetable] 속 유려하면서도 날이 서 있는 테크닉과 함께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절제된 가사는 <독일인의 사랑>에 담긴 막스 뮐러의 아름다운 필체와 적재적소에 써낸 담백한 단어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사실 [Vegetable]은 아름답기에는 우울하고, 테크니컬하다기 보다도 감정의 영역에 가까운 앨범이다.
여기에서 잠시 ‘Vegetable’의 나머지 뜻을 꺼내 보려고 한다. 바로 ‘단조로운 사람, 식물인간’이다. 갑자기 뜬금없겠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식물인간은 감금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눈꺼풀만 깜빡일 수 있던 전 <엘르> 편집장인 장 도미니크의 책 <잠수종과 나비>에 빗댄 것이다. <잠수종과 나비>는 제어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으로 자신의 신체에 갇힌 존재가 오히려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본인의 기억을 회고하는 이야기를 펼치며 독자들에게 삶의 꿈틀거림과 생동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웨이브 테이블은 [Vegetable]이라는 결과물을 통해 앨범이라는 매체가 지닌 필연적인 한계와 개개인의 틀을 넘어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파동을 듣는 이에게 전한다. 그런 점에서 [Vegetable]은 외부의 수많은 자극을 잊게 하고, 인간 본연과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멋진 작품이라 자신 있게 이야기해 본다. – 최승인(프리랜스 에디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credits
01. 보라에게 Lyrics by Pyung, TIVE Composed by Pyung, TIVE, Kang Mood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TIVE, SINJUN Electirc Piano by Pyung Keyboard by Kang Mood Synth by Pyung, Kang Mood Bass by Pyung Brass by Pyung Organ by Pyung, Kang Mood Percussion by Pyung Rhythm Programming by Pyung, Kang Mood Drum Programm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2. 아이 Lyrics by Pyung, TIVE, SINJUN Composed by Pyung, TIVE, SINJUN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SINJUN Piano by Pyung, Kang Mood Keyboard by Kang Mood Guitar by VistA String by Pyung, SINJUN Flute by Pyung Percussion by Pyung Rhythm Programming by Pyung Drum Programm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at Pondsound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3. 다시 내게로 Lyrics by Pyung, SINJUN Composed by Pyung, SINJUN, Kang Mood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TIVE, SINJUN Electric Piano by Kang Mood Piano by Kang Mood Synth by Pyung, SINJUN, Kang Mood Guitar by VistA Bass by 박진영 Brass by Pyung Rhythm Programming by Pyung Drum Programm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4. Energy Lyrics by Pyung, TIVE Composed by Pyung, TIVE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TIVE Piano by Kang Mood Str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at Pondsound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5. Too Much Documentary Lyrics by Pyung, SINJUN Composed by Pyung, SINJUN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SINJUN Piano by Pyung Synth by Pyung Guitar by Pyung, VistA Bass by 박진영 String by Pyung Brass by Pyung Percussion by Pyung Rhythm Programming by Pyung Drum Programm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6. 잊혀질 수 없는 날이야 Lyrics by Pyung, SINJUN Composed by Pyung, SINJUN, Kang Mood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SINJUN Piano by Kang Mood Synth by Pyung Guitar by VistA String by Pyung, SINJUN Brass by Pyung Rhythm Programming by Pyung Drum Programm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at Pondsound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7. 멍 Lyrics by Pyung, SINJUN Composed by SINJUN, VistA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SINJUN Guitar by VistA Bass by Pyung Percussion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8. 그대가 사라진 나의 Lyrics by SINJUN Composed by Pyung, SINJUN Arranged by Pyung, SINJUN
Chorus by Pyung, SINJUN Piano by SINJUN Synth by Pyung, SINJUN Guitar by VistA Bass by VistA Drum by 장동준 String by SINJUN Percussion by Pyung Drum Programm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at Pondsound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09. Sleep at Night Lyrics by Pyung Composed by Pyung Arranged by Pyung
Chorus by Pyung, TIVE Keyboard by Pyung Synth by Pyung Guitar by VistA Bass by Pyung String by Pyung Rhythm Programming by Pyung Drum Programming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10. 다음 날 Lyrics by Pyung, SINJUN Composed by Pyung, SINJUN, Kang Mood Arranged by Pyung
Piano by Kang Mood Synth by Pyung Percussion by Pyung
Recorded by Pyung at WT Studio Mixed by 곽은정 at KWAK Studio Mastered by bk! at AB Room in Madrid, Spain
Photo by 김시우 Art work & Profile by Pyung
Published by Poclanos
|
Credits |
Producer: Pyung Vocal: Pyung, SINJUN, TIVE Keyboard: Kang Mood Synthesizer: Pyung Guitar: VistA Bass: Pyung, 박진영 Drum: Pyung, 장동준 String: Pyung, SINJUN Programming: Pyung Recording: Pyung Mixing: 곽은정 Mastering: bk! Album Photo: 김시우 Art work & Design: Py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