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오프(Night Off)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한없이 다정하고 신비로운 빛깔
못Mot의 이이언, 언니네이발관의 이능룡. 각자의 이름만으로도 특유의 음악 세계를 손에 잡힐 듯 그릴 수 있는 두 사람이 새로운 그룹을 꾸렸다.
이름은 ‘외출이 허용된 밤’이라는 뜻의 Night Off.
언니네이발관과 못의 잔향이 기분 좋게 언뜻언뜻 스치는 가운데, 그 어느 쪽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새롭고 신비로우면서도 다정한 음악을 들려준다.
‘외출이 허용되는 밤’, ‘일이 없는 밤’이라는 뜻의 나이트오프는 오랫동안 각자의 팀을 해오던 이들에게 이 작업이 밤의 특별한 외출처럼 여유롭고 신비로운 시간이 될 거라는 기대가 담겨져 있다. 음악적 대의를 위한 거창함보다는 서로의 음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상적인 만남과 순간의 기분, 현재의 관심사에 집중하며 작업을 해 보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이 느껴진다. 정규앨범이나 EP가 아닌 더블 싱글로 이들의 활동이 시작되는 것에서부터 이들의 기존 작업과 구별되는 나이트오프만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특별한 친분 없이 그저 서로가 발표하는 음악과 전해 듣는 소식만으로 서로를 궁금해하던 이능룡과 이이언은 우연한 기회에 술자리를 갖게 되고, 함께 음악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지인의 반농담을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 날 이후 종종 만남을 가지며 못, 언니네 이발관의 다음 앨범 작업을 마치고 나면 홀가분하게 작업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6년 만에 현실의 미션이 되었고, 새로운 작업에 대한 기대와 설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서로를 실망시키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등의 조심스러운 흥분과 함께 작업이 시작되었다.
건축적이고 정교한 음악을 만들어 온 이이언과, 회화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을 해 온 이능룡의 공동 작업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간섭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곡을 쓰고 그렇게 완성된 곡들을 모아서 발표하는 쉬운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나이트오프는 모든 곡을 공동 작곡, 편곡으로 작업하며 멤버 각자가 혼자만으로는 낼 수 없는, 함께여야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언니네이발관, 못으로부터 쉽게 예측 불가능한 그 어떤 지점에 나이트오프의 음악을 데려다 놓았다. 회화적이지만 정교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한참을 자유롭게 유영하면서도 그 길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노래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을 만들어내며 담담하게 일상의 모습을 그린다. 한가지의 무드나 감성으로 나이트오프가 설명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이들이 처음부터 원하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되지 않는 그들의 음악은 둘이 함께 만들어낸 새롭고 미묘한 빛의 색깔 덕분이다. 일관되게 보여지는 나이트오프만의 독특한 느낌 역시 이능룡, 이이언만이 함께 만들 수 있었던 색깔 때문일 것이며, 그 빛은 한없이 다정하고 신비롭다.
이이언은 못Mot으로 2004년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에는 솔로음반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의 후보에 선정되는 등 한국 대중음악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왔으며 최근에는 많은 프로듀싱 작업을 통해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도 보여왔다.
이능룡 역시 2009년 언니네이발관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최우수 모던록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를 수상하며 작편곡자와 기타리스트로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가장 최근 앨범이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과 최우수 모던록 노래의 후보로 선정되는 등 현재 진행형 아티스트로서 기대를 받고 있다.
인디씬의 아이콘으로 이런 굵직한 경력들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유연함을 보이며 서로의 색을 허락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인디씬에 지금까지 없었던, 낡지 않는 새로운 생명력의 음악을 계속해서 들려주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트오프는 6월의 더블 싱글을 필두로 하여 2018년 하반기 동안 계속해서 싱글을 발표하고 12월에 EP를 발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