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왔다고 해서 3월이 잊히는 것은 아니다. 3월에 나온 곡 중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해당하는 곡들을 소개한다. 좋은 곡은 시간도 계절도 타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마 여기 있는 곡은 대부분 지금 들어도 충분히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곡들이다.
이루리 – 유영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는 이루리의 싱글이다. 구름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곡의 제작을 도왔다. 백예린이 아트워크는 물론 사진과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모두 담당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들은 곡 중에서 사랑에 관해 가장 아름답게 이야기한 곡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너와 나로 표현되는 작은 글자 안에는 때로는 우주만큼 큰 무언가가, 때로는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사와 음악이다. 유영하는듯한 감정은 곡의 분위기를 통해 좀 더 확실하게 전달되며, 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남는다. 물론 내가 그런 마음을 많이 느껴서 이렇게 쓰는 것일 수도 있다.
amin(에이민) – Stay (feat. 재규어 중사)
이 곡 역시 사랑에 관한 달콤한 이야기다. 이 곡은 아름답다는 수식어보다는 달콤하다는 수식어가 더 잘 들어맞지 않나 싶다. 에잇볼타운에서도 감미로움을 맡은 재규어중사가 피쳐링으로 참여했으며, 에이민 특유의 매끈하고 담백한 곡의 모양새에 달달함이 더해졌다. 곡 중간에 등장하는 소소하고 구체적인 표현은 곡의 느낌을 더욱 잘 살려준다(궁금하면 들어보시길). 함께 실린 “If You”는 반대로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는데, 두 곡을 함께 들어보며 에이민 특유의 음악적 색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 – 거짓말 (Feat. Gogang, jeebanoff)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위아더나잇이 이번에는 고갱, 지바노프와 함께 곡을 발표했다. 이름부터 밤을 이야기하는 그룹이기는 하지만, 유독 어둡고 캄캄한 밤을 연상케 할 정도로 깊이만큼이나 우울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불안하면서도 괜찮다고 스스로 말하는 모습을 눈에 보일 만큼 선명하게 그리는 세 사람의 보컬 중에서도 마지막 지바노프의 파트에서는 변주와 함께 그 감정의 복잡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팝과 알앤비의 경계에서 트렌드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비록 우울함이어도 감정을 선보이는 방식이나 감성 자체도 매력적이다.
까데호 (CADEJO) – IN LOVE (Feat. 민제, 강이채)
한국 유일무이의 밴드, 소울부터 훵크, 브레이크비트, 재즈 등을 적절히 결합하여 선보이는 까데호가 이번에는 조금 차분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선보인다. 바뀐 멤버인 김다빈과 함께 이번 곡에서는 키보드에 허아민이 참여했으며 피쳐링으로는 민제와 강이채가 함께 했다. 까데호 특유의 타이트한 인터플레이는 없지만, 대신 조화와 호흡이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해진 봄날에 피쳐링 버전도 좋지만, 오리지널 버전도 그에 못지않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까데호의 공연을 본 이들이라면 반가워할 곡.
Lofibaby (로파이베이비) – 문을 닫아줘요 (Feat. HONK)
최근 여러 매체는 물론 한국대중음악상에도 후보로 올랐던 로파이베이비가 정규 앨범 이후 신곡 “문을 닫아줘요”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마찬가지로 최근 주목을 받는 홍크와 함께 했는데, 세이의 음색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이번에는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의 트랙이 등장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홍크와 세이의 보컬이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는 더욱 진해지며, 후렴에 등장하는 사운드 소스는 어딘가 이국적이기도 하다. 싱글은 그 자체로 존중해야 옳지만, 오랜만에 한 곡이어서 아쉬웠던, 뭔가 뒤에 좀 더 듣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진동욱 – 질문
진동욱의 앨범에 관한 이야기는 새가요 라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김설탕님의 [Editor’s Pick]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실 곡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보다, 곡을 비롯한 앨범 전체와 다양한 컨텐츠를 알리고자(?) 골랐다. 그렇다고 해서 곡이 나쁘다거나 의미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다. 직접 듣고, 보고 또 읽어보자.
듣기 편하면서도 매력적인 음색과 멜로디, 그리고 곱씹을수록 섬세한 감정이 느껴지는 가사로 음악 팬들의 마음에 어느새 깊게 스며든 싱어송라이터 연수가 첫 번째 EP와 함께 포크라노스로 추천곡들을 보내왔습니다.
연수
연수 / I Wanna Be Loved (2019.04.06)
어떤 특별한 의도 없이 삶의 조각들을 모아 노래로 만든다는 연수는 첫 EP에 대해 ‘나의 지난 1년은 이랬다’란 짧은 문장으로 대신하며 감상의 몫을 청자에게 돌립니다. 연수가 오랜 시간 공들여 정제해낸 감정들은 곱씹을수록 진하게 다가옵니다. 프로듀서 구름이 편곡으로 참여해 섬세한 연수의 감성에 세련된 터치를 더하고, 앨범 아트워크와 사진으로 백예린이 참여해 색을 입혔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연수의 가사가 그러하듯 연수의 추천곡들 또한 곡 속 언어들이 담고 있는 힘이 느껴집니다. 익숙한 노래임에도 연수의 코멘트와 함께 가사에 집중하다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대부분의 일상은 남다를 것 없을 수 있겠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연수는 자신의 곡을 통해 또 추천곡들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연수가 추천합니다.
김건모 – 얼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차갑지만 뜨거운 느낌이랄까. 선명한 목소리는 노래의 이야기를 더욱 슬프게 전달한다.
이소라 – 난 행복해
제목만을 보았을 때 떠올렸던 그림과 실제 노래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이 한 문장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상황. 난 행복해, 행복하다는데 가슴 아픈 이유는 뭘까.
토이 – 바램
내가 가요를 좋아하는 이유는 언어에 있다.
윤종신 – 고요
철저히 계산적이면서도 너무나 세련된 단어 선택과 실제 눈에 보이는 듯한 느낌을 그려주는 문장들. 읽으며 힘주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스며드는 가사가 매력적인 곡.
린 – 공기 속에 녹았는지
담담하게, 또는 수려하게.
화요비 – 사랑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건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김연우 – 이미 넌 고마운 사람
절제된 감정, 되새김의 미학.
김동률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정말 예쁜 단어들로 가득 차 있다. 서툶, 부끄러움, 풋풋함이 전해진다. 그래서 설렌다. 기분 좋은 사랑을 품에 가득 안고 있는 느낌.
현재 인디 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밴드 중 하나인 다섯(Dasutt)이 두 번째 EP [YOUTH]를 발표했습니다. 청춘을 그대로 담은 반가운 앨범과 함께 멤버들의 추천곡들을 지금 포크라노스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다섯(Dasutt)
다섯(Dasutt)/ YOUTH (2019.03.17)
2016년 데뷔 후, 꾸준한 공연과 앨범 활동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밴드 다섯(Dasutt)이 지난해 발매한 싱글들과 신곡들을 모아, 불안하고 복잡한 청춘의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은 EP [YOUTH]를 공개했습니다. 수록된 6곡 안에는 다섯의 지난 한 해부터 현재까지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 곡이 만들어지는 동안 밴드는 국내의 크고 작은 공연장뿐만 아니라 대만에서의 단독 공연까지 성황리에 치러냈죠.
다가오는 5월 5일 서울 롤링홀에서의 단독공연을 준비하느라 한창인 멤버들이 보내온 추천곡들은 곡별로 멤버들의 색깔이 뚜렷이 느껴집니다. 밴드 다섯의 결이 느껴지는 밴드 사운드부터 알앤비, 그리고 이적까지! 추천곡들은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지만, 하나로 어우러지며 멋진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지난 3년간 다섯이란 밴드가 이루어낸 합처럼 멋진 그런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다섯(Dasutt)이 추천합니다.
Sun Rai – San Francisco Street
가만히 앉아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정말 드라이브 하는 것 같아요. (한리우)
UMI – Remember Me
위로보다는 공감이 많이 되는 사랑 노래입니다. (한리우)
Yogee New Waves – Climax Night
그냥 너무 제 취향의 그룹사운드입니다. 듣고 있으면 날아갈 것 같아요. (한리우)
Jorja Smith – I Am
몽환적이며 목소리가 되게 섹시합니다. (백민현)
Colde – Your Dog Loves You (Feat. Crush)
강아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되게 좋아하실 듯합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었을 땐 연인 얘기 같아요. 뮤비로 들으세요! (백민현)
라이프 앤 타임 – 어두운 방
새벽에 우연히 추천 받아 듣게 된 곡이었어요. 마침 어두운 방에서 들어봤는데, 비 오는 밤의 느낌이었어요. (전경준)
라이프 앤 타임 – 소년소녀
리듬이 좋아 듣게 된 곡이었는데, 얼마 전 혼술을 하며 들어보니 위로 아닌 위로가 되었던 노래였습니다. (전경준)
이적 – 이십년이 지난 뒤 (Feat. Tiger JK)
“그때 가도 우린 노래하고 있을까 그러길 바래 이십년이 지난 뒤” 라는 가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노래였습니다. (이용철)
죠지 – Boat
“눈에 보이는 사방이 바다야 갓 잡아 올린 생선을 회 쳐서 먹어” 라는 가사가 화창한 날에 제가 통통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해보고 싶게 만드는 노래였습니다. (이용철)
2019년 상반기 가장 반가운 컴백 중 하나인 음악가 한희정의 새 싱글 [비유]. 반갑고도 소중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계신가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추가합니다. 한희정이 보내온 특별한 추천곡들을 지금 포크라노스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한희정
한희정/ 비유 (2019.03.12)
4년 만의 새 앨범이 될 [두 개의 나]에 앞서 공개한 선공개 싱글 [비유]는 어떠한 순간을 관능과 관념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한희정은 관념과 관능의 다른 목소리로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을 선택했습니다.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위로 둘의 목소리가 오가며 어우러지는 순간들은 가사에서 이야기하는 ‘좀처럼 드문’, ‘매우 특별한’ 순간을 그려냅니다.
오랜만의 컴백에 단 한 곡이 아쉬운 마음은 한희정이 직접 골라 보내온 추천곡들로 조금은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에 대한 탐구와 애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추천곡들은 클래식, 영화 사운드트랙뿐만 아니라 현재 주목받고 있는 신예 일렉트로닉 뮤지션까지 장르를 넘나듭니다. 한희정의 취향을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을 지금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한희정이 추천합니다.
Cornelius / If You’re Here
코넬리우스의 사운드는 정갈하고, 치밀하며, 폭발하다가도 다정하다. 2017년 신작은 그의 앨범 중 나의 베스트가 되었다.
Jonny Greenwood / Hammer and Tape(‘You Were Never Really Here’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영화 포스터를 보면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가 손에 망치를 들고 있다. 그 망치와 테이프를 살 때 흐르는 곡인데, 조성을 무시한 채 반복적으로 그어대는 현악이 망치 시퀀스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Steve Reich / Different Trains 1악장 America – Before the War
전시의 기차를 모티브로 작업한 이 곡은 총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노래하듯 곳곳에 배치하고, 기차 소리를 재연한 오케스트라 편곡이 재미있다.
Yumi Zouma / Depths, Pt. I
설거지 할 때, 샤워를 해야 할 때, 귀찮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이 앨범을 노동요로 추천한다.
Yaeji / Drink I’m Sippin On
2년 전 아이튠즈 라디오에서 이 곡을 처음 들었던 날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그녀는 세계적인 흐름이 무엇인지 잘 아는 영리한 뮤지션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이다.
Håkon Austbø / II Mouvement de Menuet; Sonatine (Maurice Ravel Complete Works for Piano Solo)
이 곡을 연습하다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몇 개 찾아 들었는데, 하콘이 가장 나의 취향에 근접했다. 아마도 이번 생은 이렇게 치기 힘들겠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라벨의 곡과 연주이다.
지난 2년간 차근차근 팬층을 키워나가고 있는 인디 신의 소중한 밴드 더 폴스가 2019년 첫 싱글을 공개했습니다. 김다니엘, 이황제, 김경배, 세 멤버들 각각이 가진 매력의 정수를 제대로 드러낸 더 폴스의 추천곡들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공개합니다.
The Poles(더 폴스)
The Poles (더 폴스)/ Sun Shower (2019.03.02)
2017년 EP [from the outset]으로 데뷔해 꾸준한 싱글 작업과 공연 활동, 그리고 김다니엘의 솔로 활동까지 끊임없이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밴드 더 폴스. 얼마 전 2019년 첫 싱글로 공개한 ‘Sun Shower’가 보여준 감성과 멜로디, 사운드와 가사, 그 모든 것이 지난 2년간 밴드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최근 인디 뮤즈로 각광 받고 있는 배우 김도이가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더 폴스의 음악과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김다니엘, 이황제, 김경배. 이름부터 각자의 매력이 뚜렷한 세 멤버들이 보내온 추천곡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매력을 뿜어냅니다. 동시에 더 폴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다채로운 색들도 머금고 있죠. 멤버들의 숨겨진 취향이 드러나는 곡들도 예상치 못 한 즐거움을 전합니다. 아, 이황제의 예상치 못 한 귀여움도 놓쳐선 안 될 즐거움입니다. 지금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더 폴스가 추천합니다.
Nick Hakim – Sleep
17년의 겨울 즈음을 무척이나 시려운 이 노래와 함께 보냈던 것 같습니다. 닉 하킴의 앨범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앨범의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나 삶에 대한 고민들 모두 잠시나마 묻어둘 수 있게 해주었던 곡이에요. (김다니엘)
Oscar Jerome – 2 Sides
처음 보자마자 반해버린, 재즈 기반의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고 있는 런던 출신의 오스카 제롬입니다. 오스카의 노래 중 가장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정말 멋진 곡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기타 플레이어로서도 존경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입니다. (김다니엘)
XXX – 18거 1517
[LANGUAGE] 앨범이 나오자마자 정말 기대하며 들었던, 앨범의 첫 곡부터 당황스러울 만큼 멋있었던 곡입니다.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나온 [SECOND LANGUAGE]까지도 완벽! (갑자기 힙합이라고 놀라지 마세요ㅎㅎ) (김다니엘)
Alter Bridge – Peace Is Broken
감정 기복이 워낙 커서 감정 과잉일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진정시켜주는 곡이애오. 이 곡이? 하고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답답하거나 혹은 화가 났을 때 밸런스를 맞춰주는 곡이애오. (이황제)
로큰롤라디오 – The Mist
요근래 새벽에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새벽공기와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인 거 같아오. (이황제)
King Krule – Biscuit Town
이 노래는 18년 초에 반복된 삶으로 인해 인생 권태기가 왔을 때 그 상황과 이 곡의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우울함을 배로 만들어준(?) 곡입니다. 킹 크룰 특유의 칙칙함이 어떻게 보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는 곡이애오. (이황제)
백아 – 첫사랑
혼자 있을 때 많이 듣는 노래에요. 끝까지 듣고 나면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은 느낌. (김경배)
Billie Eilish – bellyache
우연찮게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는데, 특유의 느낌과 그 느낌대로 춤을 추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김경배)
1월에 비해 다양한 곡이 많이 나온 시기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좋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이는 포크라노스에서 유통을 하는 작품이 대부분 좋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선택과 선별은 다르고, 선별과 큐레이션은 또 다르다. 포크라노스는 유통처이자 좋은 큐레이터이기도 한데, ‘블럭의 싱글 콜렉션’은 그 큐레이션 안에서도 내 마음에 드는 나만의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셈이다. 장르는 다양하지만 흥미 없는 건 소개하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 것이 재미없다면 싱글 콜렉션 한 번 슥 훑어보자.
민열 – All Eyes On Me (딴청을 피워)
개성 있는 팝 음악을 선보이는 민열의 싱글이 나왔다. 짧은 단위의 구성과 자주 등장하는 후렴만 보면 이것은 블루스인가 싶지만 곡을 구성하는 소리가 정말 재미있다. 여백을 통해 음색을 잘 드러내는가 하면 스트링 사운드를 활용하는 방식도 곡의 가사만큼, 민열의 음색만큼 재치있고 매력 있다. 소리를 조금씩 채우는 방식도, 귀여운 뮤직비디오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민열만의 매력이 크게 드러나는 순간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귀여움은 인류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레니 (LENI) – City Lights
싱어송라이터 레니의 첫 싱글 “City Lights”는 세련된 도시를 연상케 하는,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팝 음악이다. 팝 음악의 미덕인 정갈한 구성과 매력적인 멜로디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레니의 음색, 기타의 톤과 연주는 곡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곡의 매력은 보컬과 기타 두 가지로부터 나오지만, 나머지 사운드가 그 두 가지를 적절한 모양새로 뒷받침한다. 아직 추운 냄새가 코끝에 남아있을 때, 혹은 봄이 와도 산뜻하기는 커녕 적적함만 늘어나는 이들에게 강하게 추천한다.
Jade – Irréalité
쟈드(Jade)의 곡 “Irréalité(이헤알리떼)”는 프랑스어로 ‘비현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쟈드는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집단 비스킷하우스(biscuit haus)의 멤버이며, 지난해에도 두 차례 싱글을 발표했으니 들어보길 권한다. 이번 곡은 자신이 겪는 공황장애에서 겪는 비현실적인 느낌, 그리고 그 비현실을 느낄 때 겪는 감정을 담아낸 곡이라고 한다. 단순히 몽환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쟈드만의 감성이 짙게 드러나는 곡이기 때문에, 서정적인 진행과 트랩에 가까운 비트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곡이기 때문에 추천한다. 곡의 이해를 위해 시간을 내서 새가요 라디오에 등장한 쟈드의 방송을 다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Meego – Freeze (feat. Summer Soul)
마찬가지로 비스킷 하우스 멤버인 미고(Meego)의 싱글이다. 이 곡은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섬머소울(Summer Soul)과 함께 했다. 미고는 이미 자신만의 감성과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확실하다. 이것은 단점이 절대 아니다. 자신의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련된 표현을 선보이는 섬머 소울의 보컬이 더해져 곡은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하게 되었다. 가요를 좋아하는 이들도, 알앤비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모두 좋아할 곡이다.
클라우디 비츠(Cloudy beats) – F.Y.B (feat. Coogie)
클라우디 비츠(Cloudy beats)가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으로 싱글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쿠기(Coogie), 나플라(nafla), 일리닛(illinit), 저스디스(Justhis) 등 정상급 래퍼들과 함께 작업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온 클라우디비츠는 최근 일리닛의 앨범 [Cosmos]가 한국대중음악상과 한국힙합어워즈에 후보로 오르며 함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싱글 “F.Y.B”는 짧고 간결하다. 그러나 곡의 분위기를 만드는 소리의 구성과 쿠기의 랩은 그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요즘 힙합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열광하며 반길 곡이다.
ACACY – leannán sí (feat. Khundi Panda) (prod. SHUA)
요즘 힙합을 좋아하는 이들이 좋아할 곡은 여기에도 있다. 주스오버알콜(juiceoveralcohol)의 아카시(ACACY)는 최근의 트렌드를 가장 잘 읽어낼뿐만 아니라 그걸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선보인다. “leannán sí”는 아카시가 만들어내는 신나는 분위기와 중독성 있는 훅, 쿤디 판다(Khundi Panda)의 쫄깃한 랩까지(랩이 쫄깃하다고 하면 대체 어떤 랩이냐고 물어보겠지만 그럴땐 쿤디 판다의 랩을 들어보자) 3분여 간의 시간 동안 많은 즐길 거리를 들려준다. 귀와 몸을 즐겁게 해주는 곡.
더 굿 보이즈(The Good Boys) – 졸업
더 굿 보이즈는 평범한 힙합 그룹은 아니다. 90년대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올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철지난 느낌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굿 보이즈가 들려주는 가사는 한 줄 한 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번에 발표한 “졸업” 역시 마찬가지다. 세 사람의 경험과 기억을 옮겨놓은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는 듯하며, 짧고 단순한 스토리가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의 일부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나이가 들어 ‘요즘 사람들이 하는 힙합은 싫다’고 하시는 분들, 들을 게 없다고 하지 말고 더 굿 보이즈의 음악을 듣자.
DUOXINI(두억시니) – Unknown Field
두억시니는 사실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구, 리슌으로 구성된 2인조 듀오에다가 리바이벌 스래시 메탈 밴드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2019년에 속도감 넘치는 메탈 음악이 싱글로 나오는 것은 (당연히 퀄리티가 좋아야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레 주목하게 된다. 소개에 따르면 이번 곡은 “포괄적으로 전쟁중의 군인, 작게는 시위 진압중의 의경의 입장으로 명령에 의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한 내면의 갈등과 후회에 사로잡힌 병사의 도피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담아낸 곡”이라고 한다. 그 의미까지 상당하니, 일단 감상해보자.
영국인와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멤버 구성, 한국어 ‘우주(宇宙)’를 음차하여 만든 그룹명, 아트웍부터 코스츔까지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은 수상한 외연까지. 아직은 알려진 것 보다 알아가야 할 것이 더 많은, 하지만 이미 본거지 영국에서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밴드 우주(WOOZE)를 포크라노스가 만나고 왔다.
인터뷰는 내한 공연을 이틀 앞둔 1월 10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되었고, 전반적인 대답은 한국인 멤버 테오 스파크(Theo Spark)를 통해 이루어졌다. 밤샘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피곤했을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우주와 인터뷰 성사와 진행에 도움을 준 두인디 임도연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Artist I WOOZE
우주(WOOZE)는 2017년 말 결성된 인디 듀오 록 그룹으로, 한국인 테오 스파크(Theo Spark)와 영국인 제이미 씨(Jamie She)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 브릭스턴의 ‘머디 야드 컬렉티브’ 소속으로, 영국 내 버려진 건물을 합주실 및 리허설 룸으로 개조하여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작 ‘Hello Can You Go’를 시작으로, 통산 세 장의 싱글을 발표했으며 이들의 작품은 NME, BBC Radio 1, The Line of Best Fit, KEXP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었다.
Album I I’ll Have What She’s Having
이 곡은 둥근 원 위에 서 있는 것인데, 다른 쪽 방향을 더 좋게 느끼는 사람에 대한 노래입니다. 저희는 각기 다른 사회적 기대와 성공에 대한 문화적인 기준이나, 누군가의 성공이란 건 굉장히 주관적인 차원인데 타인이 손쉽게 판단 내리는 현상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옳고 그른 분명한 기준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를 통해 저희는 울타리 위에 앉아 안팎으로 흔들리는 사회의 진자를 관찰해 보았습니다. – WOOZE
Interview With WOOZE
Q. 한국 팬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제이미(Jamie, 이하 J) : (한국말로) 저는 제이미 씨입니다. 드럼과 노래를 담당하고 있어요. 테오(Theo, 이하 T) : 저는 테오 스파크, 한국 이름은 서태호입니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있어요.
Q.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한국에 온 적은 있지만, 공연은 또 처음이었을 것 같아요. 어때요?
T: 되게 재밌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었는데, 제 꿈이 이뤄졌어요. (웃음) 공연은 무척 만족스러웠고, 공연장에 찾아온 한국 관객들이 진정으로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Q. 첫 번째 한국 공연을 홍대 FF에서 가졌어요. 런던에서도 ‘The Windmill’과 같은 raw한 베뉴에서 자주 공연을 하지만, FF 역시 서울에서 가장 거친 라이브 클럽 중 한 곳이에요. 영국과 비교했을 때 어때요?
T: 저희가 Windmill 바로 옆에 살아요. 그래서 (많이 할 때는) 1주일에 한 번씩 공연하는 편인데, 가끔 런던에서의 공연에서 무료함을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서울 공연이 저에겐 무척 재밌고 또 의미 있었어요. 아마 한국 분들도 런던에 가면 소위 ‘신세계’를 만나듯이,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Q. 신곡 ‘I’ll Have What She’s Having’ 뮤직비디오를 한국에서 촬영했다면서요.
T : ‘Hello Can You Go’부터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정누리 감독님이 깨나 고생했어요. 아마 한숨도 못 잤을 거예요. 저희 둘만 나오던 기존 뮤직비디오와 다르게, 이번에는 (저희를 포함해서) 더 많은 배우가 등장하거든요. 많은 배우와 함께 촬영하게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현장을 컨트롤하는 데 있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WOOZE 세계관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정체성의 위기 (Identity Crisis)’를 뮤직비디오에도 똑같이 담고 싶었어요.
비디오 초반에는 각자 등장인물 중 한 명으로 등장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캐릭터들이 서로를 잠식해가요.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복제를 통해 온 세상이 ‘에이전트 스미스’로 덮이게 되잖아요. 저희도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죠.
Q. 뮤직비디오 로케이션 장소로 인천의 나이트클럽을 택했어요.
T: 전반적인 컨셉은 저희와 정누리 감독님 다 같이 3개월 동안 고민했고요. 이번에 촬영한 장소는 감독님이 이곳저곳 알아보고, 직접 가보기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발견한 곳이에요. 서울엔 그런 느낌의 나이트클럽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인천에는 정말 많더라고요. (모두 웃음) 저희가 오후 1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그때 이미 100명 정도 되는 어르신들이 춤추고 놀고 있었어요. 8시 정도쯤 영업을 다 마친 후에,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다 비우고 본격적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죠.
Q. 소위 ‘ㅇㅇ관’이라 하는 성인 나이트클럽은 대낮부터 노는 편이에요. 보통 지하에 있는데, 대낮부터 되게 시끄럽고 그래요. (웃음)
T: 신기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웃음)
Q. 머디 야드 컬렉티브(Muddy Yard Collective) 소속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 팬들을 위해, 어떤 집단인지 소개해줄 수 있나요?
T: 처음은 저희를 포함해서 총 4명으로 출발했어요. 지금은 2~30명 정도 되는 큰 그룹이 되었고요. 전반적인 감독을 하는 멤버가 한 명 있고, 저희는 음악 감독 역할을 맡고 있어요. 런던에서는 가게나 사업체가 망하면 그곳에서 굉장히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런던 집값이 너무 비싸니까, 그 방법이 저희의 최선이었죠. 버려진 공간이나 폐교에 들어가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브릭스턴 내에서 머디 야드 컬렉티브의 공간을 몇 군데 만들었죠. 한 곳은 갤러리로, 또 나머지 한 곳은 리허설 룸과 라이브 베뉴로 운영하고 있어요.
Q. 그렇다면 두 분은 머디 야드 컬렉티브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을까요.
T: 같은 학교 출신인데, 그 당시에는 (서로를) 몰랐어요. 이후에 저희 둘 다 런던으로 이사를 하였고, 각자 솔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서로의 음악을 좋아했게 되었죠. 동문이란 사실은 한참 후에 알게 됐어요. 2013년, 저와 제이미 그리고 한 친구와 같이 첫 밴드를 시작했어요. 밴드명이 ‘Movie’였는데, 구글에서 검색하기 너무 힘든 이름이었죠. (모두 웃음) 그래서 결국 밴드명을 ‘Screaming Peaches’로 바꿨어요.
“너네 음악 좋아, 그런데 밴드 이름이랑 노래 제목이 구글링하기에 너무….”
Q. ‘Movie’, ‘Screaming Peaches’ 시절 음악과 현재 음악적 스타일을 비교하면요?
T: 많이 달라요. 그때는 훨씬 80년대 팝/디스코 스타일이 가미된 음악이에요. WOOZE는 조금 더 헤비한 편이죠.
Q. WOOZE 음악의 메인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카오스와 정체성의 위기입니다. 이에 대한 음악을 부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T: <블랙 미러>를 보면, 인간 사회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붕괴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요. 많은 밴드들이 ‘사랑’과 같은 거대한 개념에서 출발해 창작을 시작한다면, 저희는 이 ‘Identity Crisis’과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 집중해 음악에 대한 메인 테마를 만들었어요.
J: 작은 주제와 테마에서 출발해, 이를 파고들고 또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이 WOOZE 세계관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Q. 밴드의 중심 색상을 노란색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T: 어릴 때, 영국에서 자라면서 유독 ‘노란색’에 관련한 놀림을 받았어요. ‘노란색 바나나’ 같은 것들이요. 피부색에 대한 얘기들을 컴플렉스라 생각 않고, 오히려 앞으로 드러냄으로써 이를 극복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노란색이 밴드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되었어요. 제이미는 원래 노란색을 좋아했고요. (웃음) 그리고 요즘 (런던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멋있어졌어요. 어렸을 때만 해도 김치로 많이 놀렸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이 “김치 너무 좋아요” 이러고. (모두 웃음)
저는 한국 사람이지만, 영국에서 훨씬 많은 기간을 보냈어요. 국적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정체성의 위기’를 갖고 세상에 나온 셈이죠. 우주(WOOZE)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도 저의 ‘정체성 위기’에 기인하고 있어요. WOOZE를 한국어로, 영어로 읽어도 다 그 의미가 통하니까요.
Q. 여담이지만, 중국에서는 노란색이 ‘황제의 색’으로 통해요.
T: 그래요? 아,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프랑스 공연 때의 일인데, 어떤 아저씨가 저희한테 다짜고짜 화를 내는 거예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당시 프랑스에서 파업 시위가 한창이었는데 (시위하는 이들의) 유니폼 컬러가 노란색이었나 봐요. 그래서, 저희가 프랑스인들을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 그런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생각한 거죠. 영국 내에서 노란색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저씨에게 잘 설명해 드렸습니다. (웃음)
Q. 슈퍼오가니즘의 ‘Sol’이 WOOZE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인가요?
T: 네, 그 친구랑 같이 예전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한 미디어 채널에서 한식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건이었는데, 런던에 저희만큼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잘 없어서 계속 일할 수 있었죠. (웃음) 그때 일하면서 친해졌죠.
Q. 라이브 셋을 보니, 두 명의 서포팅 멤버가 더 있더라고요. 두 백업 멤버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T: WOOZE를 처음 두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총 네 명이에요. 그 친구들은 각각 라이브 쇼에서 베이스와 기타를 맡고 있죠. 일종의 모타운(Motown) 배킹 싱어(=코러스)와 같은 역할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와 제이미가 그림이라면, 두 친구들은 프레임인 셈이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에요. 훗날 다섯 명까지 그룹을 확장시키고 싶어요.
Q.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네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테오와 제이미만 온거죠?
T: 네, 그런데 다시 서울에 온다면 꼭 풀 멤버로 공연할 예정이에요.
Q. ‘Party Without Ya’ 커버아트를 보고 테오가 정누리 감독님에게 ‘OLD SCHOOL & NEW SCHOOL’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 서울의 을지로 혹은 종로처럼 런던에도 올드스쿨과 뉴 스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요.
T: 모쓰 클럽(Moth Club)! 원래 모쓰 클럽은 근로자 분들이 일을 마치고 와서 술 마시고 얘기 나누는 그런 ‘아저씨 클럽이었어요’. (웃음) 지금은 근사한 뮤직 베뉴로 재탄생했어요. 내부도 온통 금색으로 되어있고, 되게 멋있어요. 런던 브릿지 근처에 있는 오메아라(OMEARA) 역시 추천합니다. 비교적 최근 생긴 베뉴인데, 예전 극장 느낌을 맛볼 수 있어요.
Q.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2019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T: 우선, 5월에 WOOZE EP가 발매돼요. 그리고 4월 ‘Great Escape Festival’을 시작으로 여러 무대와 페스티벌에 오를 예정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더 많은 공연을 갖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음악 팬뿐만 아니라 포크라노스의 모든 스태프마저 열광하게 한 아름다운 새 앨범 [The Republic of Trees]을 발표한 ‘생각의 여름’의 1인 멤버, 박종현이 보내온 추천곡들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공개합니다.
생각의 여름
생각의 여름 / The Republic of Trees (2019.02.27)
싱어송라이터 박종현의 1인 프로젝트 ‘생각의 여름’이 2016년 가을부터 구상해온 연작을 비로소 완성했습니다. 여덟 곡이 수록된 앨범 [The Republic of Trees]에는 “어떤 도시 속에서 살고 보고 느끼는 나무(들)의 중얼거림”을 담았다고 합니다. 찰랑거리는 기타와 전자 악가들의 앰비언트 사운드는 나무들의 공화국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앨범 소개글 속, 곡마다 박종현이 붙인 주석은 짧은 문장임에도 심금을 건듭니다. 길지 않은 곡임에도 순식간에 마음을 잔잔히 흔드는 그의 음악처럼요. 박종현이 보내온 추천곡들 역시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박종현만이 붙일 수 있는 단어들로 표현한 곡별 코멘트도 추천곡들과 함께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생각의 여름이 추천합니다.
Chet Baker – Dear Old Stockholm
이 곡에서 쳇 베이커의 트럼펫은 4B연필 같은 느낌입니다. 4B연필로 그린, 굳이 스톡홀름이 아니더라도, 도시의 경관, 그리고 그에 대한 애증 같은 것.
Dori Caymmi – Migration
이 노래의 리듬과, 목소리들과, 그 어우러짐이, 철새의 이동이 펼쳐지는 허공의 역동을 데생하듯이 그려내고 있다고 느끼며 듣곤 합니다.
Yuri Vizbor – Along the Smolensk Road
불랏 아꾸좌바(Bulat Okudzhava)가 원곡에서 스말렌스크 길에 묻어 있는 이별의 아픔을 ‘애절케’ 부른다면, 비즈보르는 추억을 더듬으며, 미소 지으며 ‘애틋하게’ 부르는 느낌입니다.
Dulce Pontes – Your Love
사랑을 믿지 않을 때라도, 둘체 폰테스가 온몸으로 부르는 이 노래(엔리오 모리코네의 곡입니다.)를 가만히 듣다 보면 왜인지 사랑을 믿어야만 할 것 같아집니다.
Brian Eno – Taking Tiger Mountain
호랑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걸음 냄새, 웃음 냄새, 땀 냄새, 허무의 냄새까지 소리들 속에 뒤섞여 있다고 생각하며 가끔씩 듣습니다.
홍갑 – 유리병
한 사람이 가장 형형하게 앉아, 그 형형함으로 마음을 흘려내고 또 받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유화로 그려져 벽에 걸린 것 같습니다.
Arctica – Your Journey Begins Now
전후좌우를 흔드는 많은 말들로부터 조금씩, 한 발자국씩 멀어집니다. 점차 그 발자국 소리와 그것을 둘러싼 새로움의 웅웅거림만이 남습니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3월 첫째 주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는 ‘2018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하며 올해 최고의 기대주로 꼽힌 포크 듀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입니다. “전격 감정 소모 송라이터”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멤버 백충원과 김선훈이 포크라노스로 전해온, 이야기가 담긴 추천곡들을 지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 동 동 동 동 동 (2019.01.23)
십여 년 만에 서울 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이, 그것도 화려한 밴드들을 모두 제치고 통기타를 든 포크 듀오가 ‘EBS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받은 것은 음악 씬을 들썩이게 했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그리고 무심한 듯 내뱉는 내레이션은 부지런히 발매하는 신곡들을 만날 때마다 여전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합니다.
어쿠스틱 사운드로 분류되는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줄여서 우싸미의 멤버들이 실제로 즐겨 듣는 음악은 힙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인터뷰는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요. 우싸미의 음악을 “자유롭고 아름답다. 근본 없는 무한한 매력”이라고 표현한 음악평론가 김학선의 평처럼, 멤버들의 추천곡 또한 자유롭고 무한한 매력이 가득합니다. 메탈리카에 얽힌 강렬한 추억으로부터 시작하는 우싸미의 추천의 추천의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지금 바로 클릭하세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가 추천합니다.
Metallica – Hardwired
친구 집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다 화장실을 간 적이 있다. 딥한 일을 해결할 예정이었고, 아무래도 음향적인 부분을 고려해 핸드폰으로 이 음악을 틀었다. 나의 전화기가 친구 집의 출력 빵빵한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되어 있었던 걸 몰랐고 이 노래가 대형 공연장의 메탈 밴드 공연 같은 출력으로 집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깜짝 놀란 후 배를 잡고 바닥을 굴러다니며 웃기 시작했고 이 노래는 공식 화장실 송으로 지정되었다. 화장실 이슈의 음향적 측면을 무리 없이 해결할 노래로 추천합니다. (백충원)
매스티지(Masstige) – 담아
부산의 매스티지의 음악.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이 노래는 우싸미가 새 커버곡을 연습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1순위로 하고 싶은 노래이다. (백충원)
매스티지(Masstige) – 미움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만드는 음악보다 철저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모두를 공감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충원)
선우정아 – 삐뚤어졌어
EBS 선우정아의 뮤직 원더랜드 라디오 방송을 위해 서울에 가면서 선우정아 님 노래를 정주행하다 꽂혔고 이후 서울에 다닐 때 계속 들었던 노래입니다. (김선훈)
유하 – Hallelujah
2018 헬로루키에 함께 선정되어 예선 때부터 뵙게 된 유하 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유하 님의 노래 중 제일 처음 듣게 된 노래라 제일 먼저 생각이 나네요. (김선훈)
유하 – 때가 됐을 뿐
공연을 보면서 유하 님의 음악에 빠지게 된 1번 곡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멋진 삐딱함이 부러워요. 음원도 음원이지만 공연 때 너무 큰 충격을 주는 노래라고 느낍니다. (김선훈, 백충원)
세컨 세션(Second Session) – 27
우싸미의 정규와 EP 프로듀싱을 해주신 감독님의 음악이 궁금해져 들어보게 된 세컨 세션의 음악이 취향저격이었어요. 우싸미는 민상용 님의 big fan입니다. 너무 멋있어요. (김선훈, 백충원)
1월은 발표된 싱글 수가 굉장히 적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 이 연재를 한참 까먹고 있었다. 생업 유지와 바뀌는 생활 패턴 사이에서 잊혀져서 늦어졌다고 궁색한 핑계를 대본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짧게 1월의 싱글을 소개한다. 좋은 EP와 앨범이 많은 가운데 총 여섯 개의 싱글을 꼽았다.
D`uncanny (디언캐니) – 루다 (Luda)
때로는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의 곡을,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던 디언캐니가 이번에는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싱글을 발표했다. 함께 지냈던 자신의 반려견 루다를 하늘로 보내고 나서 만든 곡들은 가사 안에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이 모두 담겨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표현으로 선보인 덕에 부가적인 설명 없이도 많은 이들이, 특히 반려동물을 보낸 이들이 공감을 많이 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지만 디언캐니는 가장 최근에 가까울수록 가사 자체가 지니는 힘이 강해지고 있으며, 과장된 묘사 없이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루리 – 물고기
구름의 프로듀싱으로 제작된 곡이지만, 곡에서 이루리는 보컬, 베이스, 코러스, 키보드, 기타를 담당했다고 한다. 드럼이나 기타가 선보이는 색은 몽환적이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다른 악기는 어렴풋이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걸 조화롭게 만드는 건 이루리의 음색이다. 물고기라는 존재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사랑을 향한 갈망이나 바람은 많은 이들이 충분히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또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트워크나 포토, 헤어, 메이크업 등의 비주얼 작업은 모두 백예린이 맡았으며, 곡이 선보이는 감각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YESEO (예서) – Take Flight!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나 자신과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야만 했던 상황에서 쓴 곡”이라고 하는 이 곡은 실제로 긍정적인 느낌이 많이 담겨 있다. 지난 작품인 첫 정규 앨범과는 또 다른 결의 곡인데, 듣는 이에게 자신의 위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용기가 느껴진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치열함과 숨가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곡을 추천한다. 더불어 정규 앨범 이전에 예서가 발표했던 곡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슬릭 (SLEEQ) – I`M OKAY
댄스홀 리듬이지만 결코 과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댄서블한 감각을 유지하여 듣기 편안하면서 즐길 수 있다. 수많은 시선과 선입견이 존재하지만, 특정한 ‘이름 붙이기’ 때문에 때로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그이기도 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슬릭은 여전히 타이트한 운율의 배치와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랩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김다니엘 – 언젠가 눈이 오면
올해 눈은 거의 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폴스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김다니엘은 눈이 왔을 때의 따뜻하고 낭만적인 느낌을 노래한다. 김다니엘은 더 폴스에서 들려줬던 노래와 묘하게 결이 아주 살짝 다른 느낌을 자신의 솔로에서 선보인다. 더 폴스가 치열하고 밀도 높은 사운드와 보컬,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김다니엘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기타 팝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준다. 김다니엘만의 매력을 알 수 있는 곡이기도 하지만, 더 폴스의 음악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Will Not Fear, ACACY – 00000 (Feat. Khundi Panda)
현재 가장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래퍼 중 한 명인 아카시(ACACY)와 프로듀서 윌 낫 피어(Will Not Fear)가 만났다. 아카시 특유의 타이트하면서도 멜로디컬한 래핑은 0의 중의적 의미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윌 낫 피어 역시 독특한 분위기의 프로덕션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알린다. 윌 낫 피어의 트랩 사운드는 아카시의 랩, 쿤디 판다의 랩을 만나며 자신만의 색을 드러낸다. 독특한 사운드 소스의 활용이 인상적인 곡.
정규 앨범 미만의 작품을 발표한 음악가들을 우리는 흔히 ‘신인’ 혹은 ‘루키’라 부르곤 합니다. 과연 이러한 타이틀은 누가 부여하는 것이고, 또 어떤 그룹의 공감을 얻어 결정되는 것일까요. 또 신인 음악가를 결정짓는 뚜렷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앨범 타이틀 수와 무대 경험? 데뷔 연차? 인스타그램 혹은 사운드클라우드 팔로워? 음원 플랫폼 좋아요 수? 흔히 프로 스포츠에서 이야기하는 ‘명문화된 신인의 기준’을 과연 음악 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인류 서울’은 신인 혹은 루키와 같은 고루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장차 앞으로 10년 간 대중음악 시장을 선도할 ‘신인류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시리즈 인터뷰 컨텐츠입니다. 포크라노스가 자신있게 소개하는 신인류 음악가, 그 첫번째는 [선데이서울 Ep.2]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uju(우주) 입니다.
Artist I uju(우주)
신선한 사운드와 누구나 공감할만한 간결한 가사를 선보이는 감각적인 싱어송라이터 uju(우주). 시티팝과 레트로 사운드를 기반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평범하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2017년 4월, 데뷔 싱글 ‘#Outfit’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선데이서울 시리즈를 잇는 두 번째 EP 앨범 [선데이서울 Ep.2]를 발표하며 2019년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다.
Album I 선데이서울 Ep.2
우주의 새 앨범 선데이서울 Ep.2를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만나보세요!
Interview with uju(우주)
앨범이 나왔어요. 소개 부탁드려요.
[선데이서울 Ep.2]는 ‘선데이서울’이라는 타이틀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에요. 앨범명에 쓰인 Ep가 ‘Episode’의 약자거든요. [선데이서울 Ep.1]이 레트로한 뉘앙스만 전달했다면, 이번 앨범은 더욱 포괄적인 앨범이에요. 제가 동경하는 혹은 직접 겪은 과거의 상징적인 키워드와 주제 의식을 모두 아우르는 앨범이죠.
보통 ‘EP’라 하면 앨범 포맷으로서의 단위로 흔히 이야기하잖아요. 선데이서울 앨범에서의 EP가 ‘Episode’를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원래 ‘선데이서울 Episode.1’까지 풀네임으로 쓰려다가 후에 ‘Ep’로 수정했어요. 모두가 Ep라 하면 단위로서의 개념을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야, 속았지? 이거 사실 에피소드야” 같은 느낌이에요. 나 혼자만 아는 재미. (웃음)
‘선데이서울’을 시리즈 앨범으로 만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선데이서울 앨범은 ‘나를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제 에피소드들을 넘버링해서 하나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었고요. 보통 EP 이상의 앨범에서 흔히들 핵심 주제를 찾잖아요? 곡이 다섯 개인 EP 앨범이라 예를 들면, 다섯 곡을 모두 관통하는 주제와 제목이 있죠. uju(우주)로 발표하는 곡들은 모두 제 이야기인데, 이들을 함축하는 워딩을 굳이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별도의 앨범명도 짓지 않았어요. 그래야 곡들의 의미가 더 강해질 테니까요.
그렇다면, Ep.1과 Ep.2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Ep.1의 타이틀곡이 ‘불을 밝혀줘’인데, 이 노래가 시티팝 붐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물론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문득 제가 ‘시티팝 뮤지션’으로 되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uju(우주)는 레트로한 정서를 바라보는 뮤지션이지, 시티팝 아티스트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통해 사운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보게 되었어요. 흔히 시티팝이라 하는 편곡과 장르 문법에서 벗어나 뉴잭스윙, 누디스코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앨범에 많이 녹여냈어요. 사실 지금 얘기한 스타일도 모두 과거에 유행했던 레트로한 장르들잖아요?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Any Call’이나 ‘Moon, Crystal, Love’같은 노래는 제가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이나 과거에 사용한 휴대전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예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이 ‘서울의 밤’이에요. 서울이라 하면 과거, 현재, 미래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잖아요? 지금껏 제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만 써왔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서 제가 조금씩 과거를 벗어나고 있다는 복선을 던지고 싶었어요.
“문득 제가 ‘시티팝 뮤지션’으로 되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는 레트로한 정서를 바라보는 뮤지션이지, 시티팝 아티스트는 아니거든요.”
타이틀곡 이야기를 해볼게요. 처음 가사를 접했을 때,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것이라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받았어요.
제가 쓰는 대부분의 곡은 허구에서 출발해요. 영화와 같은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거나 상상을 통해 가사와 노랫말을 만들죠. 그런데, ‘서울의 밤’같은 경우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쓴 곡이 맞아요. 최근 베트남에 다녀왔어요. 다낭이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낮밤할 것 없이 굉장히 환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비행기가 마침 이륙을 해서 밑을 내려봤더니 굉장히 고요하고 적막하더라고요. 물론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긴 했지만요. (웃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새벽 4시 30분쯤 한국에 도착했는데 도로에 차들도 많고 불빛도 환하고, 정말 너무 밝은 거예요. 마침 그 날도 일요일이었고요. 제가 베트남에서 출발했을 때가 밤 11시 정도였어요. 그 때도 다낭은 그토록 적막했었는데, 대낮보다 환한 새벽 4시의 서울을 보면서 저는 기괴함을 느꼈어요.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대체 이 도시는 어째서 이렇게 밝은 거지?’ 라면서요.
집에 돌아와서 제가 느낀 감정을 정리해보니, 사실은 모두 제 주위의 사람들 덕분에 그 만큼 밝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나 야근했어”, “나 오늘 추가 근무했어” 같은 말들 모두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대화잖아요. 나부터 시작해서 친구들, 부모님, 그리고 제 부모님의 친구들까지. 그들 덕분에 서울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밤’이라는 노래는 서울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 트랙이기도 하지만, 서울을 사는 저와 제 친구들의 성장기에 대한 노래이기도 해요. 실은, 기자님도 일요일 오후에 (인터뷰로) 추가 근무 중이시잖아요. (웃음)
안 그래도 우주님 답변에 이입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서울의 밤’이 제 얘기이기도 하네요. 하하.
덕분에 제가 곡을 쓸 수 있었답니다. (웃음)
우주의 기발표곡에 비해 이번 노래가 유독 편곡적으로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날 공항에서 보고 느낀 모습이나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일까요?
네, 맞아요. ‘서울의 밤’ 편곡에 관해서 프로듀서 도일도시와 굉장히 많은 얘길 나눴어요. 처음 제가 느낀 기괴함과 무서움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프로듀서분께서 마치 좀비 영화 도입부에 나올 법한 편곡을 준비해 주셨어요. 사실 저는 그 속에서 로맨틱한 무드를 느꼈거든요. 비록 기괴하지만, ‘밝음’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의 성장 드라마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곡 스케치 때 처음 나왔던 피아노 리프 역시 로맨틱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다시 작업을 하게 됐고,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앨범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한 도일도시에 대한 소개도 부탁해요.
처음 앨범을 내기로 다짐했을 때, 여러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는 게 저의 목표 중 하나였어요. 원래 밴드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전환하면서 마치 밴드 멤버처럼 여러 명의 프로듀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었죠. 마치 발표곡마다 밴드 멤버가 다 다른, 그런 느낌이랄까요?
글로잉독(glowingdog), 캐비닛(Cabinett), 도일도시… 다양한 분들과의 협업 덕분에 좋은 작품을 계속 발표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막히기 시작하더라고요. 인생은 삼 세 판이 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싶었죠. (웃음) 네 번째 프로듀서를 찾는 데서부터 막히기 시작했어요. 일단 (제가 추구하는) 레트로한 사운드의 음악을 추구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고, 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주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작업에 애를 먹기도 했어요. 제 고충을 언젠가 도일도시에게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감사하게도 먼저 메인 프로듀서로의 제안을 해주셨어요. 감사한 일이죠.
밴드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신도시 키드’에요. 초–중–고 모두 2회 아니면 3회 졸업생이었죠. 당연히 학교에 밴드부가 있을 리 없어서, 제가 직접 서클을 만들었어요. 모든 밴드부의 1기 멤버였던 셈이죠. (웃음)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밴드 멤버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전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좋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실용음악 전공으로 대학을 입학하게 되고 거기서도 자연스럽게 밴드를 결성했어요. 중고등학교때 하던 밴드와는 훨씬 전문적이고 연주 퀄리티도 높았지만,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었어요. 고난 없이 이루어지는 합주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만큼 성취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렇죠. 저는 마냥 밴드가 재밌는 줄만 알았는데, 대학에서 ‘과연 내가 밴드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같은 고민을 했어요. 저는 밴드 활동을 길게 하고 싶은데, 정작 제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그룹에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기로 결심했어요.
밴드 활동 당시에는 슈게이징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라디오헤드(Radiohead), 시규어 로스(Sigur Ros)를 좋아해요. 포스트 락, 슈게이징과 같은 장르를 접하면서 제 밴드에도 그런 음악을 추구하길 원했죠. 활동 당시에는, 슈게이징 스타일의 음악과 제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제 목소리에 몽환적인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활동하면서, 마냥 (제 목소리가)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음악에 여러 갈래가 있는데, 제가 락 뮤지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히게 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고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어보고 또 수집했어요. 앨범 준비는 몇 년째 이어져 왔지만 첫 앨범이 늦게 나오게 된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슈게이징과 레트로, 어떻게 보면 서로가 굉장히 동떨어진 스타일잖아요. 지금과 같은 음악적 자아를 형성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사실 제가 옛날 음악을 즐겨 듣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최근에 나온 앨범 혹은 새 아티스트의 데뷔 앨범 위주로 음악을 디깅했어요. 소위 ‘옛날 음악’이라 하면 빌 에반스(Bill Evans)같은 고전 재즈나 비틀즈(The Beatles) 같은 클래식 락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저한테 제 목소리가 심수봉 같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음악을 찾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후로 계속해서 심수봉의 음악과 당대 일본에서 활동했던 여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찾아 들었어요. 소위 ‘성인 가요’라 할 수 있을 디스코, 소프트 락 스타일의 음악에 심취하게 된 거죠.
“어느 날 아버지가 저한테 제 목소리가 심수봉 같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음악을 찾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굉장히 우연한 일이었네요.
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아버지와의 합작으로 ‘우주’라는 음악가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저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만 같았거든요. 가끔 아버지께 발매 전 제 음악을 들려드릴 때가 있어요. “지금 작업 중인 노랜데 들어볼래? 나 마냥 노는 건 아니야” 같은 느낌으로요. 신기한 게, 여태껏 아빠가 괜찮다고 한 곡은 실제로 (플랫폼 내에서) 좋아요 수가 높았고, 잘 모르겠다 한 곡은 상대적으로 좋아요 수가 낮았어요. (웃음)
마지막 트랙이자 신곡인 ‘우리는 사진 속에 갇혀 있지만’은 수록곡과 결이 달라요.
발라드 트랙이에요. 사실 [선데이서울 Ep.1]에도 ‘인사’라는 발라드가 있었죠. 그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너는 이런 정서의 음악을 할 때 가장 돋보인다’는 주위 지인들의 얘기도 들었었죠. 항상 저는 댄서블한 음악만 발표하다 보니, 이런 차분한 트랙 한 곡쯤은 미니앨범에 수록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싣게 된 거예요. ‘선데이서울’이라는 시리즈를 저는 길게 보고 있어요. 한 10년 정도 뒤에는 제가 포크나 재즈를 연주하고 있을 수도 있죠. 우주가 단순히 댄서블한 음악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발라드 트랙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복선을 깔아두고 싶었어요.
선데이서울 프로젝트는 우주, 그리고 김명지를 계속해서 기록해나가는 프로젝트인 셈이네요.
최근 음악 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이런 얘길 들었어요. “너는 참 네 마음대로 앨범을 내고 있다”고 말이에요. (모두 웃음) 물론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말이죠.
우스운 질문이지만, ‘선데이 서울’을 주로 어떻게 보내시나요.
보통 집에서 시간을 보내요. 일요일은 저에게 집 밖을 나가는 날이 아니거든요. (웃음) 강아지와 놀거나,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보곤 하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고요. 가끔 집에만 있는 게 우울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우울함을 환기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드라마틱한 것들을 찾아봐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이요.
시티팝 혹은 AOR의 주된 정서는 낭만과 화려함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음악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우주의 음악에서는 고독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이 둘은 완벽하게 상반된 개념이잖아요.
물론 시티팝이 멋있고 화려하고, 또 낭만적인 음악이 맞아요. 하지만 저는 시티팝을 ‘성인 가요’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불빛 속에서 저는 그 불빛을 등지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요. 제 음악도 그런 것 같아요.
2월 둘째 주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는 전방위 아티스트이자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문선(MOONSUN)입니다. 문선의 음악만큼이나 남다른 추천곡들은, 낯선 이름도 잠시, 각각의 독특한 매력에 금세 빠져들게 합니다. 지금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문선의 추천곡들과 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문선(MOONSUN)
문선(MOONSUN) / 미지(未知/微旨) (2019.01.08)
2018년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며 신인 뮤지션으로서의 기반을 다진 문선이 2019년의 시작과 함께 첫 번째 EP를 발표했습니다. 처음이라 가질 수 있는, 생경하고 어리숙하지만 동시에 묘하게 감기는 날것의 느낌을 그대로 담았다는 문선의 곡들은 앨범 제목처럼 알면 알수록 더 그 매력을 뿜어냅니다. EP 타이틀인 ‘미지(未知/微旨)’가 ‘아직 알지 못한다’라는 뜻 외에도 ‘깊고 미묘한 속뜻’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는 앨범 속 이야기가 더할 나위 어울립니다.
문선의 추천곡들 역시 문선의 음악만큼이나 아직 낯선 이름들입니다.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는 검색조차 안 되는 외국의 뮤지션들도 여럿이고,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은 초기작인 곡들, 그리고 아직은 낯선 러시아의 아티스트지만, 조금은 경계를 낮추고 음악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금세 그 각양각색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거란 확신이 드는군요. 조금 전 이 음악들을 처음 알게 된 제가 보장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문선(MOONSUN)이 추천합니다.
KATE NV – вас YOU
예술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이다. 문학, 디자인, 음악 등 어느 분야에서도 그들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결을 보여주는데, 그래서 항상 러시아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있다. 이 앨범은 모스크바 출신의 Kate NV가 그녀가 나고 자란 고향, 모스크바를 ‘음악적 자화상’처럼 그려낸 일렉트로닉 앨범인데, 표현 방법에 있어 역시나 유니크하고 특유의 색채가 짙은 신선한 음악이다.
Knowsum – Champagne Love
일렉트로닉, 힙합, 소울, 인디 록 등 다양한 정서와 무드가 한데 모인 Knowsum의 신보 2번째 트랙. 마치 달콤한 샴페인을 뒤집어쓴 것마냥 괜히 낭만적인 분위기에 도취되는 느낌을 준다. FX 편곡이나 사운드 면에서 신선하고 세련되어 편곡할 때 많이 참고하려는 편.
Elan Noon – False Idols (feat. Suz)
Suz의 목소리가 주는 특유의 매력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피치, 따듯한 질감이 주는 오래된 느낌의 EP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묘하게 몽환적이고 우울한 느낌을 주는 곡. 앨범 전체가 따듯함을 담고 있어서,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에 반복해 되감기 좋다.
infinite bisous – Confused Porn
핑크색 라인 드로잉의 앨범 커버와 다르게 특유의 우울한 무드가 묻어나는 노래들로 가득한 앨범. 두 번째로 담긴 이 곡은 리듬부터 남다르다. 날 것 같으면서도 세련된 보이싱의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사진들을 연상케 한다. 최근 나온 싱글도 역시나 좋다.
Alex Izenberg – Hot Is The Fire
기분이 우울할 때 흥을 돋우기 위해 꺼내 듣는다. 해변에서 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밤새 춤을 춘다면 꼭 틀어놓고 싶은 곡. 특히 hook 직전에 삽입된 break로 환기되는 분위기가 몰입도를 최고조로 만든다.
Wayne Snow – Drunk
제목처럼 취한 듯 귀를 위윙 도는 음악. 이 트랙뿐 아니라 앨범 전체의 강약 조절이나 내러티브가 뛰어나며, 다양한 시도들을 담아 앨범 트랙을 구성할 때 많이 참고했던 앨범이다.
Jerry Paper – Sad Man’s Boogie
최근 Stone Throw로 거처를 옮긴 그가 무려 6년 전에 발표했던 앨범의 수록곡. 한참 boogie woogie가 유행했던 1920년대쯤의 리듬에 그만의 투박하지만 계산된 신스 사운드가 모던하고 신선하게 감긴다. 제목처럼 신기하게도 신나는 리듬에 감춘 슬픈 영혼의 목소리가 떠올라 왠지 모르게 외로운 곡.
HOMESHAKE – Moon Woman
작업하기 전후 항상 HOMESHAKE의 앨범을 끊임없이 듣고 참고하며 편곡을 구상한다. 박자를 오묘하게 틀거나, 보이스를 새로운 방법으로 믹스하거나. 항상 다양한 면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데 반해, 초반 음악들은 생각보다 날것의 인디 록 분위기를 띤다. ‘Chowder’, ‘Doo Dah’, ‘So She’ 등으로 계보를 잇는 초석 같은 노래로, 그들의 맨 얼굴이 있다면 이 노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