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첫날, ‘새로운 날’이라는 이름의 정규 앨범으로 새해를 빛나게 밝힌 권나무의 신곡들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 중이신가요? 한 번 더 반가운 소식입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권나무의 음악들을 또 다른 방법으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권나무
권나무 / 새로운 날 (2019.01.01)
2015-16, 2년 연속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포크노래를 수상하며 한국 포크 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권나무의 3년 만의 신보 소식에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권나무를 대표하는 선명하고 힘 있는 언어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은 여전한 가운데, 새로운 시도들 역시 돋보입니다. 더하거나 덜함 없이 배치된 전자 기타, 피아노, 신시사이저 등의 사운드가 더해져 한층 세련된 포크를 완성했습니다.
권나무 자신의 곡에 아름답게 정제된 가사로 삶과 이야기를 담았다면, 포크라노스로 보내온 추천곡에는 조금은 더 친근한 권나무의 일상적인 삶이 담겼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권나무의 모습, 새해 첫날 창문 앞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권나무의 모습,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하는 권나무의 모습까지 권나무의 삶을 담은 추천곡들을 지금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권나무가 추천합니다.
Travis – Sailing Away
공연을 만족할 만큼 해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한강을 따라 차를 몰다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곤 했던 곡. Keeping away the blues / You know I’m trying / What’ve we got to lose and testify? 나도 우울함을 떨쳐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잖아. 우리가 증명할 게, 잃을 게 뭐가 있어? Cause I live by the river / Live by the river and / I’ll die by the river / I’m sailing, away, today 나는 강가에 사니까 여기서 살고 여기서 죽을 거니까 난 배를 타고 떠날래 그냥 오늘은 배를 띄워 나아갈래.
Gregory Alan Isakov – Where You Gonna Go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그레고리 앨런 이사코프. ‘Evelyn’, ‘Word’, ‘If I Go, I’m Going’, ‘San Luis’와 같이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지만, 나는 유독 이 곡이 좋았다. 무심한 듯 흐르는 멜로디 사이로 내게 자꾸 묻는 것 같다. 나는 어디로 갈 건지. 지금은 어디에 와있는지.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들으며 쉬곤 했다.
단편선과 선원들 – 우리는
새해 아침에 단편선과 선원들의 [동물] 앨범을 자주 들었다. 이 곡을 크게 틀어놓고 창문을 활짝 열고 멀리 밖을 바라보았던 날도 기억난다.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7분이 넘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 쉴 수 있게 된다. 새해가 시작된 지 꽤 지났지만, 아직 진정한 새해를 맞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어느 날 아침 창을 활짝 열어두고 듣기 좋은 곡으로 추천해본다.
Radiohead – Let Down
사운드가 너무 재미있고 훌륭해서 듣고 또 듣고 또 듣게 될 수밖에 없는 클래식. 이어폰 속이든 넓은 공간이든 질감들이 살아있는 연주들과 귀 양쪽으로 아름답게 나뉘어 쌓여있는 레이어들. 당장 기타를 잡아야겠다! 심장 뛰게 한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사운드를 만들었지 참 많이 생각하고 감탄했었다.
탐구생활 – 점과 선
밴드 크랜필드의 이성혁이 새롭게 시도하는 솔로 프로젝트 탐구생활은 2018년 부지런히 음원을 발매하며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그 중 한 곡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곡을 선택하고 싶다. 개인적인 친분 덕분에 누구보다 가까이서 오래 그를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추천하는 곡이라면 들어볼 만하지 않겠는가?
Jonathan Bree – Valentine
치명적인 무드를 가진 뉴질랜드의 뮤지션 조나단 브리의 곡. 강박이 느껴질 만큼 최소한의 장치들이 완벽하게 사용된 곡. 독특한 복면 뮤비들도 해괴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앨범 전체의 분위기 때문에 가사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어떤 발렌타인도 필요하지 않고 당신이 내 연인이 되기만을 바란다’는 곡의 내용은 오히려 핑크빛 그 자체다. 한편의 아름다운 잔혹동화랄까.
Starsailor – Fever
대학 시절 밴드를 하면서 열심히 커버를 했던 기억이 나서 혼자 키득 키득 웃으면서 선곡해 보았다. 안으로 머금기보다는 뱉어내곤 하는 제임스의 보컬이 그때 내게 참 좋았다. ‘Alcoholic’과 같이 어쿠스틱기타로 연주하며 부르기 좋은 곡들이 많아서 친구들과 같이 따라 부르던 추억이 떠올라서 선곡했다.
해가 다 지났다고 해서 좋은 음악을 놓칠 수는 없다. 12월에 등장한 멋진 싱글을 몇 곡 소개한다. 연말 연초에는 좋은 작품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좋은 곡이 많이 나온 만큼 꽤 많은 곡을 골랐다. 사실 소개하고 싶은 곡이 하나 더 있었는데, 사람또사람의 “폭주하는 눈썰매의 고민”은 이제 1월이 된 탓에 고르지 못했다. 또한, 몰디의 NTW 역시 그랙다니의 1년 프로젝트는 2018년에서 마무리가 되어야 할 것 같아 생략했다. 사실 내 실력이 모자란 것의 핑계다. 한 해의 시작, 좋은 음악과 함께 해보자.
문선 (MOONSUN) – 언젠가 마주칠 일이 또 있겠지
과거의 문법을 제대로 살린 신스 연주는 사실 그 자체로도 이미 매력적이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그 톤 하나만으로도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러한 신스의 톤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보컬의 이펙트와 톤, 가사까지 문선의 곡은 듣는 이의 마음을 떨리게 한다. 그 떨림에 공감한다면 얼마 전 나온 앨범 [미지(未知/微旨)]를 들어보자. 옛 느낌과 세련됨 사이에서 좋은 균형을 잡는, 그때의 서정을 유지하고 있는 문선의 매력을 더욱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주히피 – 그 어디든 잘 다녀와요
두말할 필요 없는, 이미 검증된 감수성을 지닌 우주히피의 신곡 “그 어디든 잘 다녀와요”는 늘 그랬듯이 가사 한 줄 한 줄이 와 닿는다. 차분한 포크 팝에서 들리는 덤덤한 이별의 감성은 내 경험과 그 감정을 충분히 복기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다가온다. 아마 그러한 매력이 우주히피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YELO) 옐로 – 밤하늘
두 번째 싱글 “밤하늘”을 발표한 옐로라는 음악가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음색과 창법, 보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발라드 넘버를 예쁜 코러스와 섬세한 편곡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채운 것도 있지만, 옐로의 음색은 오래 듣고 싶은 매력이 있다. 어떤 보컬일까 궁금해서 유투브 채널을 찾았는데, 저음이 굉장히 매력적인 (아주 상투적이고 낡은 표현이지만 알리샤 키스(Alicia Keys)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보컬이었다. 앞으로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볼 보컬.
YELO (옐로) 유튜브 ▶ https://bit.ly/2FzV3KQ
이성경x이루리 – 사랑을 믿고 싶어요
2018년 말 그대로 열일한 이성경x이루리의 싱글 “사랑을 믿고 싶어요”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싱글의 연장선에 있다. 단조롭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전작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2017년에도 네 개의 싱글을 발표하며 열일하더니, 2018년에는 두 달에 한 번씩 싱글을 발표하면서 더욱 열일을 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감성을 표현하는 디테일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우며,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들께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싱글을 한꺼번에 모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까데호 – TTL (Feat. 서사무엘)
까데호와 서사무엘이 흥미로운 싱글을 발표했다. TTL은 흔히들 생각하는, 임은경이 광고에 등장했던 요금제 서비스 이름이 맞다. 서사무엘은 011, 017 등 다양한 번호가 앞자리인 시절은 그만큼 번호도, 사람도 개성이 있었지만 010으로 통일된 지금은 그만큼 사람들도 획일화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가사만큼이나 흥미로운 곡의 구성과 전개도 인상적이다.
잠비나이 – Square Wave
잠비나이가 곧 세 번째 앨범 [온다(ONDA)]를 들고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곡 “Square Wave”는 앨범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수록곡 중 하나라고 한다. “다른 형태를 가진 커다란 기계장치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멤버들의 각기 다른 연주호흡의 조화로 표현한 곡”이라는 소개글이 아마 백 마디 설명보다 훨씬 더 들어맞을 것이다. 이미 2019년 주요 페스티벌 라인업에 포함되어 명실상부 최고의 포스트록 밴드임을 입증하고 있는 이들의 연주와 합, 거칠게 다가오면서도 세밀한 장치들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이들의 곡을 듣고 있으면 다음 정규 앨범이 훨씬 더 기대된다.
제리케이 – 첫눈 오는 날에는
제리케이가 오랜만에 신곡을 공개했다. “첫눈 오는 날에는”은 반려견과의 추억을 비롯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행복을 담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힙합 곡이다. 제리케이는 최근 발표한 룸306의 앨범 [겹]에도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첫눈 오는 날에는”은 최근 트렌드를 잘 반영한 트랩 스타일의 곡으로, 첫눈 오는 날의 모습이 듣는 내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신인 프로듀서 deathroes의 이름도 어딘가에 적어두면 좋을 것 같다.
옥민과 땡여사 – 구슬로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정말 좋은 반응을 얻은 옥민과 땡여사의 “구슬로”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옥민과 아쟁을 연주하는 땡여사의 호흡은 음악에서 빛을 발하지만, 그간 몇 차례 열었던 기획공연에서도 충분히 존재감과 합을 보여줬다고 한다. 얼마 전 발표한 동명의 EP [옥민과 땡여사] 역시 주목해야 할 앨범이다. 국악 크로스오버와 같은 애매한 단어는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처럼 각자만의 감성과 문법이 확실한 팀과 작품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정크야드 – Hunting Fall and I Hate Birthday
개인적으로 정크야드가 선보이는 감성은 절대다수가 사랑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동시에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점들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가 뻔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듣는 이에게 다가오기 시작해 곡이 끝날 즈음에는 자신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하는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장르로 설명하기 힘든,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작법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것을 쌓는 정크야드의 매력을 여러분도 한 번 접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_S-bemnwhSE
에이민 – I Remember
다른 지면에 에이민이라는 음악가를 소개할 때도 그랬지만, 에이민의 매력은 담백함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섬세함을 담는다는 점에 있다. 그것이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음악성을 입증하기 위해 과감한 진행을 담은 곡, 뛰어난 가창력을 입증하기 위해 넓은 폭의 음역을 쓰는 곡보다 이런 느낌의 곡이 좀 더 반가울 때가 있다. 특히 이 곡은 겨울에 딱 맞으니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실컷 듣자.
2015년 데뷔 후 다양한 시도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묵묵히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온 Room306이 2018년 막바지, 사람 사이의 애매한 거리와 그 안의 촘촘한 ‘겹’을 노래한 정규 앨범 [겹]을 손에 들고 포크라노스의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찾아왔습니다.
Room306
Room306 / 겹 (2018.12.29)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여기 앉아요.” ‘인사’와 함께 시작되는 Room306 [겹]의 세계는 찬란한 앰비언스로 채워진 사운드와 서정적이고 담담한 노래로 세워졌습니다. 재즈, 일렉트로닉, 팝. 장르를 선뜻 규정하긴 힘들지만, 작은 감탄사가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찬란한 사운드 위 홍효진의 목소리로 전하는 시적인 가사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Room306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무수한 관계와 다양한 거리 사이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고민하며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해낸 Room306 멤버들의 음악적 취향과 그 음악에 더한 이야기는 어떨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궁금했습니다. 프로듀서 퍼스트 에이드, 보컬 홍효진, 건반 채지수와 어느새 멤버로 합류한 드러머 유덕연의 추천곡들에서는 각각의 색, 그리고 동시에 Room306의 색이 모두 느껴집니다. 근사한 블렌딩으로 독보적인 색을 드러내는 멤버들의 추천곡들을 지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Room306이 추천합니다.
퓨어킴 – How Are You, The Love of My Life
괜히 눈물이 난다. (FIRST AID)
Snarky Puppy – What About Me?
운전대를 두드리게 만드는 마성의 후렴구. We Like It Here 라이브 영상과 함께라면 즐거움이 두 배. (FIRST AID)
Michael Jackson – Rock With You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면 단연 이 곡! 인트로 시작하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리고 ‘궁뎅이’가 들썩거림. 15년째 한결같은 내 몸의 반응. 가사를 잘 못 외우는 나도 이 곡은 첨부터 끝까지 가사를 숙지하고 있다. 긁적긁적.. 혹시라도 이 곡을 아직 모르는 분이 있다면, 처음엔 꼭 뮤직비디오로 접하시는 걸 무릎 꿇고 부탁드린다. (홍효진)
Phum Viphurit – Lover Boy
너무나도 상큼하고 프레쉬한 그의 미소와 음악에 나의 18년도는 행복했다…….다 필요 없고 사랑했다… (홍효진)
Maxwell – Get To Know Ya
인트로부터 적당한 템포로 시작해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악기들의 연주가 과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곡. 집 가는 길 한 번씩은 꼭 듣는 노래. (채지수)
Think Twice – Do You Want To Me
좋아하는 보컬 음색에 멜로디가 좋아서 바로 빠져버린 곡. (채지수)
The Weeknd – Starboy
위켄드 곡 중 제일 사랑하는 곡. 인트로부터 나오는 드럼 루프는 심플하면서도 강하고, 이 노래의 그루브를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임팩트가 있다. 그 위에 얹은 특유의 섹시하면서도 시크한 톤, 그루브, 감정들에서 위켄드의 당당함과 자부심이 느껴지고, 이 곡을 들을 때 나 자신 또한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듯한 느낌을 많이 받아서 나에겐 너무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음악이다. (유덕연)
2018년의 끄트머리에 꽤 긴 휴가를 가졌다. 어느덧 12년차의, 제법 경력이 쌓인 아마추어 스노우보더인 나는 거의 매년 겨울, 가진 휴가일수의 대부분을 몰아서 온전히 스노우보딩에 투자한다. 이번 연말 역시 마찬가지, 강원도 평창과 일본 북해도에서 좋아하는 스노우보딩을 맘껏 즐기면서 만족스럽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 난 지난 몇 주간 연재를 쉰 핑계를 대고 있는 중이다. (응?)
이처럼 궁색한 변명과 함께 시작하는 2019년의 첫 번째 글은 ‘시작’보다는 오히려 ‘맺음’을 위함이다. 본래 이 코너는 매주 한 장의 음반을 선정해 소개하는 것이 컨셉트이지만 이번 글은 예외적으로 2018년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많이 들었던 음악들을 간추려서 소개하는 자리로 하고자 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 머릿속으로 노래들을 떠올려보기도, 아이폰의 음악 라이브러리와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들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다섯 곡의 노래를 선정했다. 다만 이 선정은 100% 개인적인 주관에 의한 것으로 일말의 대표성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밝혀둔다.
1. jayvito / PADO
<jayvito / PADO>
(jayvito / 2018.03.19)
단언컨대 2018년 포크라노스 발매작 전체를 통틀어 ‘압도적으로’ 제일 많이 들은 노래다. 과장이 아니고 정말로 수천 번을 들었을 거다. 그만큼 좋아하는 노래다.
솔직히 21세기 가왕(?) ‘Future’가 2010년대 초반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의 기묘한 웅얼거림이 발전해 현대 힙합의 가장 주요한 흐름인 ‘멈블랩’으로 장르화되리라고는 정말 추호도 생각치 못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멈블랩과 랩싱잉은 힙합/알앤비의 가장 확고한 트렌드가 되었고 래퍼, 프로듀서인 ‘jayvito(제이비토)’의 음악 역시 이 트렌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다만 차분하고 섬세하며 외향적이기보다는 내향적인, 장르로 분류해보자면 ‘이모 랩(Emo Rap)’에 가까운 그의 음악은 최근 한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하는 그 누구와도 확연하게 구분된다. 자신의 삶과 주변을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사람에 대한 진솔한 감정,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들을 특유의 어법으로 노래하는 그의 음악에는 센 척도, 약자혐오도, 하물며 머니스웩도 없다. 그저 ‘사랑’만이 존재할 뿐.
+)
이 싱글 이후 공개한 첫 번째 EP [j]에도 동일한 트랙이 수록되어 있지만 굳이 이 싱글을 고른 것은 저 아트워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jayvito / PADO> official audio
2. 데카당 / 외출
<데카당 / 데카당>
(데카당 / 2018.05.30)
‘데카당’은 밴드의 공식적인 활동 초기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응원해온 팀 중 하나다. 그래서 마치 ‘도장을 깨듯’ 신인 밴드가 획득할 수 있는 유의미한 타이틀들을 차곡차곡 획득하며 커리어의 초반부를 성공적으로 그려가는 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운 2018년이었다.
이들의 음악과 내 개인적 음악 청취 취향 사이엔 뚜렷한 접점이 있고 그게 내가 이 밴드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일텐데 음악 곳곳에서 묻어나는 블루스나 네오-소울, 알앤비의 요소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탓에 평소에 자주 듣는 데카당의 노래들 역시 대부분 이 범주 내에 있다. 이를테면 ‘피터파커’나 ‘B’ 같은 진득하면서도 느슨한 그루브의, 섹시한 뉘앙스가 있는 곡들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첫 앨범 [데카당]을 통틀어 유독 많이 들은 노래를 딱 하나만 꼽아보자면 그건 아마도 ‘외출’일 거 같다. 왜일까? 아마 이 노래가 감정을 고조시켜가는 방식이 좋고, 고조를 통해 만들어내는 뭉클한 노스탤지어가 좋고, 노래가 담은 이야기 또한 너무나 좋기 때문일 거다. 강렬한 울림을 전하는 후반부를 무심코 듣고 있노라면 종종 영문을 알 수 없이 마음이 울컥하고는 한다.
<데카당 / 외출> official audio
3. 공중도둑 / 왜?
<공중도둑 / 무너지기>
(공중도둑 / 2018.07.31)
수많은 소리들이 부유하고, 부딪히고, 반짝이며 바스라진다. 그 파편들 속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애써 비집고 나오려는 듯한 목소리는 끝내 또렷해지지 못 하고 저 모든 소리들과 뒤섞여 함께 침잠해간다. 이 모든 것들은 얼핏 아무 질서 없이 부산한 듯하지만 반면 그 속에 어떤 확고한 질서를 지니고 정교하게 정돈된 거 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공중도둑이 창조해낸 [무너지기] 속 세계의 풍경이다, 그렇게 복잡하게 관계를 가지는 소리들이 끝끝내 어떤 ‘아름다움’으로 귀결되고야 마는.
앨범의 첫 곡인 ‘왜?’를 고른 것은 이 노래가 ‘첫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정교하고 복잡하게 세공되어 각양각생의 빛을 불규칙하게 내뿜는 유리조각을 멍하니 들여다보는, 그러다 차츰 그 영롱함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만 같은 요묘한 감각. 이 앨범을 듣는 경험은 그런 감각과 꽤나 유사했다. 사실 이런 초월적 체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은 결코 흔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을 올해의 가장 주요한 작품 중 하나로 주목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신비한 음색의 소유자인 ‘Summer Soul(섬머소울)’에게 앨범의 상당한 지분을 할애한 것은 여러모로 탁월한 선택인 거 같다. 그녀의 영롱하면서도 산뜻함이 있는 보컬은 공중도둑이 구축한 ‘무너지기’의 세계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도 추상으로 가득한 이 작품에 일말의 선명함을 더하는 느낌을 준다.
<공중도둑 / 왜?> official audio
4. 김사월 / 엉엉
<김사월 / 로맨스>
(김사월 / 2018.09.16)
“잠시 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사이
나는 화가 나서 술집을 나와
밖은 너무 추워 나는 엉엉엉 울어”
아, 역시 김사월이다. 이토록 생생한, 마치 손에 잡힐 듯 뚜렷하게 그려지는 치정의 풍경을 노래할 수 있다니.
그녀의 두 번째 앨범 [로맨스]는 제목 그대로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심플한 밴드 편성으로 내는 단출한 소리들을 배경 삼아 김사월은 특유의 차분한 톤으로 연애의 다양한-찬란함과 구질구질함을 넘나드는-면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노랫말들을 채워 나간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은 그녀의 노랫말들이 굳이 청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음에도 자연스레 공감을 확보하는 것은 연애, 그리고 사랑이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하지만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관계,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관계를 맺고, 단단해지고, 차츰 느슨해지고, 끝내 이별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니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론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세상에 수없이 많은 연애 소설이, 로맨스 영화가, 그리고 사랑(과 이별) 노래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나.
<김사월 / 엉엉> official audio
5. 술탄오브더디스코 / Playaholic (feat. 김아일)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Aliens>
(붕가붕가레코드 / 2018.10.30)
1집 [The Golden Age]에서 2집 [Aliens]에 이르기까지 무려 5년. 이 기나긴 간극에 정비례하고도 남는 음악적 진일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2018년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또 다른 레벨로 스텝업했다. 그들의 음악적 뿌리가 되는 소울, 훵크(Funk)의 DNA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그 밀도를 한층 끌어올렸고, 동시에 ‘김아일’, 뱃사공’, ‘SUMIN’ 등과 협업하며 현재의 알앤비, 힙합 음악의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스타일에 성공적으로 녹여낸다. 그외에도 일렉트로닉, 록 등 여타 장르들의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가미하며 흥미로운 음악적 시도들을 선보인다. 다채롭고 풍성한 리듬, 그루브의 향연이 특유의 유쾌한 태도와 함께 시종일관 펼쳐지는 이 앨범은 듣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다.
앨범의 오프너 ‘Playaholic’은 마치 ‘팔리아먼트-펑카델릭’(Parliament-Funkadelic)’의 전성기를 재현하는 듯 모든 면에서 피펑크(P-Funk)적인 뉘앙스가 물씬한 곡으로 그 시기 음악의 열렬한 팬인 나는 전주에서 이미-과장을 조금 보태자면-기절할 뻔했다. 특히 ‘김아일’의 영민한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인데 그는 그저 16마디의 랩을 더하는 단순한 참여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곡의 무드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교묘할 정도로 훌륭한 벌스의 디자인으로 온전히 곡의 일부가 된다. 이 같은 노력이 노래의 맛을 한 차원 끌어올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술탄오브더디스코 / Playaholic (feat. 김아일)> official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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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한 다섯 곡 외에도 다루고 싶은 음반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마음 같아서는 그 모든 작품들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코멘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분량의 문제나 시간관계상 미처 그러지 못 했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자 추가로 열 작품을 더 선정해 제목만이라도 언급하려고 한다. 여기에선 대부분 정규, 혹은 최소 EP 단위의 작품들을 선정했다.
– <김해원 / 바다와 나의 변화 Sea And Myself> (김해원 / 2018.03.19)
2018년 발매된 앨범 중 그냥 지나쳐선 안 될 앨범을 꼽는다면, 밴드 향니의 4년 만의 발매작인 EP [2]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앨범 발매 후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며, 음악 팬들을 중독시키고 있는 향니의 멤버들이 이번 ‘추천의 추천의 추천’ 아티스트입니다.
향니
향니 / 2 (2018.10.26)
4인조 록밴드 향니의 4년 만의 앨범 [2]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가수 오지은은 향니의 음악을 “기괴함, 에너지, 찬란함, 어디에도 없는 향니만의 음악”이라고 했습니다. ‘기괴함과 ‘찬란함’이란 수식어가 함께 놓일 수 있는 앨범이라니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수록된 일곱 곡을 듣고 나면 향니가 그려낸 세상이 눈앞에 보이는 기분입니다. 향니식 사이키델릭을 구현하고 싶었다는 밴드는 목표를 이루어낸 동시에 2018년 국내 인디 음악 신에 작은 방점을 찍었습니다.
앨범 발매 공연부터 방송 활동, 그리고 12월 28일 제비다방에서의 연말 공연까지 바쁘게 활동 중인 향니의 멤버들이 보내온 추천곡들 역시 향니다운 신선한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전설 같은 록 뮤지션들부터 새롭게 등장한 천재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놀라운 발견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과거 한국의 신스팝까지, 향니만의 개성이 가득한 플레이리스트를 지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향니가 추천합니다.
Louis Cole – Things
천재 루이스 콜의 최근 발표곡 ‘Things’. 가사도 뮤직비디오도 함께 보세요. (이준규)
Todd Rundgren – International Feel
음악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익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노래입니다. (이지향)
Kirinji – Jikanga Nai
나의 20대가 함축되어 있는 키린지. 오랜만의 새 앨범이라 더욱 반가웠다. 매 앨범마다 결을 달리하더라도 그 중심엔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것들 때문에 여전히 키린지가 좋다. 특히 이 곡은 하루를 시작할 때 자주 듣곤 하는데 음악에서 느껴지는 설렘 덕분에 내 차엔 활기가 넘친다. (신승규)
김트리오 – 그대여 안녕히
‘연안부두’라는 곡이 SK 와이번스 응원가여서 김트리오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트로트라고 이해하고 들었던 것 같다. 어쩌다가 ‘그대여 안녕히’를 들었는데 너무 세련되고 지금 번화가에 틀어놓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겠다 라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연안부두’를 들으니 그냥 트로트라고 생각했던 노래도 다르게 들리더라. 한국 신스팝의 명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박제신)
Jack White – Lazaretto
세상엔 너무나 많은 위대한 록 음악이 있지만, 제게는 누가 뭐래도 이 곡이 최고의 록입니다. (이지향)
Jeff Beck – Pull It
록 할아버지 제프 벡이 부십니다, pull it. (이준규)
Mac Ayres & Chris Anderson – Waiting
친구 도명이와 함께하는 술자리와 휴식에서 언제든 함께하는 플레이리스트 중 한 곡. 듣고 있음 그냥 기분 좋다. 특히, 평일 새벽 텅 빈 강변북로에 제격. (신승규)
Switch – I Call Your Name
가끔씩 올드스쿨 앨범들은 일부러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 듣게 된다. 너무 쿨한 연주는 물론이고 그때의 감성이 아직까지 와 닿는다. 청소, 빨래, 커피 마시며 쉴 때, 운전 등 다른 일을 하면서도 자주 틀어놓는 곡 중에 하나인데, 2018년에도 여전히 듣고 있다. (박제신)
Grimes – Venus Fly (feat. Janelle Monáe)
게임할 때 이 음악을 들으면 무조건 이깁니다. (이지향)
권진아 – 이번 겨울
이맘때 즈음 쏟아지는 캐럴과 예스러운 팝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는 이유로 뜨뜻미지근한 정도의 온도는 충분히 가져다주지만, 공감 못 할 무언가 때문에 그 이상의 다른 감정이나 따뜻함은 느끼기 힘들었다. 하지만 며칠 전 발매된 동료의 음악 덕에 오랜만에 느낀 따뜻한 이 설렘을 나와 비슷한 이유로 차가워졌거나 무감각해진 그들과 나누고 싶다. (신승규)
겨울 하면 떠오르는 메가 히트곡 ‘귤’의 주인공, 재주소년이 무려 데뷔 15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사처럼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놀라운 반가움이, 다른 누군가에겐 한층 원숙해진 재주소년만의 서정성과 위트가 큰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특별한 앨범과 함께 재주소년이 포크라노스로 보내온 추천곡들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재주소년
재주소년 / 지났을 줄이야 (2018.11.27)
2003년 11월 27일, 데뷔 앨범 [才洲少年]를 발표했던 재주소년이 15년이 지난 2018년의 같은 날 뜻깊은 앨범 [지났을 줄이야]를 발매했습니다. 그 사이 스무 살이었던 듀오는 박경환 1인 체제가 되었고, 초창기 풋풋했던 재주소년에겐 세월의 무게감이 더해졌지만, 음악은 재주소년만의 서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언제나처럼 이런 차가운 날씨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지죠.
반가운 신곡들과 함께 재주소년이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보내온 플레이리스트 속 이름들은 어쩌면 꽤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재주소년의 음악이 많은 음악팬들에게 그렇듯 플레이되는 순간 절로 이 노래구나, 싶은 탄성이 나올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더라도 금세 곡 속 분위기에 동화될 정도로 편안한 기분 좋음에다가 연말의 분위기마저 잔뜩 머금은 곡들 덕에 이 플레이리스트는 당분간 쉽게 멈추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딱딱해진 마음이 금세 무장해제되는 재주소년의 음악처럼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재주소년이 추천합니다.
DeBarge – I Like It
언제나 내 마음 속 선곡 1순위에 놓여있는 곡. 이제는 시간이 흘러 이 노래를 처음 접했던 스무 살이 함께 떠오르는 효과까지 있어 더 그렇다. 물론 노래는 더 오래전에 발표되었지만. 여러 드바지 중 엘 드바지(El DeBarge)의 돌고래 주파수 보컬 솔로가 압권인데 혼자 있을 땐 거의 유사하게 따라 할 수 있다.
이장우 – 청춘예찬
여고생들이 까르르 웃는 후렴에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지만, 가슴 한 켠은 시려온다. 들을 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아껴 듣는다. 마치 졸업 앨범처럼.
박인희 – 방랑자
어느 날 지쳐 집으로 돌아오는 심야버스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와 선율이 들려왔다. 분명 들어본 적 있는 옛 노래인데…. 기타 스트로크 위에 관악기, 현악기가 어우러져 있었고 드럼 톤도, 보컬에 걸려있는 리버브도 특유의 정겨운 옛 느낌. 전국 투어를 돌고 있는 요즈음의 주제곡. “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나원주 – Just For You
뮤지션의 노래를 통해 기억들이 소환되는 경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해보았을 텐데…. 나에게 이 노래는 그 증상이 좀 심하다. 몇 년 전 겨울이 통째로 귓가에 일렁인다. 그해 겨울 남산타워가 보이던 육교, 쌓여있던 눈, 함께 걷던 사람, 서울의 밤 풍경…. 이 뮤지션은 아직 그곳에 살고 있는 걸까. 선명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전자양 – 잘 먹겠습니다
압니다. 추천의 추천을 해도 잘 안 들으시는 거. 그래도 이 노랜 한번 들어보세요. 짧아요. 소크라테스 씨도 맛본 적 있는 독이 발라져 있죠.
Naomi & Goro – Winter Wonderland
몇 해 전, 크리스마스 즈음에 제주 여행을 했었는데 때마침 나오미 앤 고로의 크리스마스 앨범이 나왔다. 그때만 해도 렌터카에 블루투스 기능이 없어서 음악을 들으려면 CD를 챙겨가야 했는데, 덕분에 제주의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이 앨범을 여러 번 들었다. 눈 덮인 한라산을 뒤에 두고 작은 배를 타며 서귀포의 환상을 느꼈다.
Babyface –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
달콤쌉쌀했던 겨울의 캐럴. 몰래 좋아했던 그녀를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음악들을 알게 된 겨울이었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들었다. 괜히 가까이 닿을 수 있었던 지하철의 북적임마저 고마웠던.
사실 깊이 고민하느라 늦는 건 아닌데, 그래도 항상 고르면서 고민은 많다. 한 번이라도 더 들었으면 해서 가볍게 써보는 것이긴 한데, 어쩌다 보니 이름을 걸고 쓰는 글이 되어서 그런지 하나를 하더라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특히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실 싱글 단위로 나온 작품이 앨범에 비해 더 빨리 잊혀지는 감이 있어 아쉬운 마음에 쓰겠다고 했는데, 요즘은 앨범도 그런 것 같다. tmi지만 앨범 중에서는 [UNFRAME SEOUL TAKE #2], [Me-low Volume 1], [무동력], [Two], [StadiuM], [공중그늘]을 추천한다.
Meego – reminder
조금씩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미 발빠른 사람들은 주목하고 있는) 미고(Meego)가 두 곡을 선보였다. 함께 한 프로듀서로는 마찬가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hoiwave, GILLA가 함께했다. 미고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은 제이클래프(Jclef)의 앨범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 아직 많은 작품을 공개한 것이 아님에도 이미 자기 색채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긴 호흡의 작품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신세하 – 왠지
한국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버린 신세하의 새 싱글이다. 이제는 전주만 들어도 ‘신세하구나’라는 것이 느껴진다(이것은 어마어마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청량함과 습함을 동시에 조금씩 느낄 수 있는, 신스와 드럼 프로그래밍에서 묘한 쾌감을 주는 신세하만의 색채는 단 한 곡임에도 충분히 많은 걸 느끼고 또 즐길 수 있게 그려져 있다.
TE RIM – FaceTime
개인적으로 이유 없이 무조건 좋아하는 테림의 싱글이다. 이번 곡은 다운템포 R&B의 모습을 한 동시에 트립합의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곡은 묘하게 독특한 문법을 지니고 있으며, 테림 특유의 팝 음악에 가까운 색채에 지금까지 우원재와, 그리고 혼자 들려줬던 트립합의 색채를 군데군데 담고 있다. 보컬을 포함한 여러 사운드의 공간감과 그걸 활용한 배치 또한 인상적이다.
blent.(FIRST AID & JERRY K) – odd eye (feat. Klang)
퍼스트 에이드와 제리케이의 만남이라니, 어딘가 생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기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은 의외로 충돌이라는 표현보다는 느슨하면서도 절묘한 화합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듯하다. 두 사람의 음악적 공력은 새로운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을 정도로 서로의 색채를 잘 녹여낸 듯하다. 두 사람 모두 워낙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소화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또 어떤 느낌을 들려줄지 궁금하다.
이루리 – 언젠가, 우리
올해 말 그대로 열일한, 그러면서도 작품의 퀄리티는 놓치지 않는 이루리의 신곡이다. 이성경x이루리, 서울문, 바이바이배드맨까지 꽤 많은 작품이 나왔지만 이루리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은 자신만의 색채를 견고하게 가져가는 편이다. 이번 작품에는 곡을 함께 만든 구름도 있지만, 아트워크부터 사진, 스타일까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백예린이 지원사격을 나서기도 했다. 이루리의 팝 음악은 언제나 매력적이니, 올해 초에 나온 앨범 [Rise From The Ashes]도 꼭 챙겨 듣자.
uju(우주) – Any Call (call me any time)
과거 삼성이 쓰던 이름인 애니콜을 떠올렸다면 작품의 의도에 정확히 맞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곡은 애니콜이라는 이름이 유효하던, 아니 잘나가던 시절로 돌아간다. 그 시절의 감정과 추억, 그리고 음악적 문법까지 한꺼번에 되돌아가되 세련된 면모만큼은 2018년에 그대로 잡아두었다. 80년대 후반, 드럼 머신과 신스의 도입 이후 등장했던 뉴잭스윙 스타일을 제대로 살린 우주의 곡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때의 추억이 없는 연령대라면 아쉽지만, 만약 당신이 20대 후반 이후의 나이라면 한 번 들어보길 권한다.
전진희 – 밤을 걷는다
전진희는 하비누아주의 리더로서가 아닌 전진희로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포크 팝에 가까운, 그러나 기타가 아닌 피아노가 중심에 있으며 편성 역시 재즈, 팝에 가까운 전진희의 음악은 날이 추워질수록 더욱 가까이하게 된다. 추운 이 밤을 견뎌내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추운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 그렇다.
Vonlin Yoon – 6 digit VR Garden
그랙다니는 올해 각 개인의 작품을 제외하고도 매달 꾸준히 곡을 발표했다. 이 곡 또한 그 프로젝트 중 하나다. 다른 그랙다니 멤버들도 마찬가지지만, Vonlin Yoon 또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지니고 있다. “느린 박자에 늘어지는 신스가 음산한 느낌을” 준다는 배수환씨의 소개글이 딱 맞는 듯하다. 곡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계속 사운드 구성에 변화를 주며 다채로운 느낌까지 준다. 각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곡이 끝나 있는 이번 곡도 전작만큼이나 멋지다.
지난 10월 정규 앨범 [사이]를 발표한 후 이틀의 단독 공연을 매진시키고,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콘서트 ‘메리크리스모스’ 준비에 한창인 모트가 포크라노스로 보내온 추천곡들을 지금 만나보세요.
모트 (Motte)
모트 (Motte) / 사이 (2018.10.19)
데뷔 후 1년 만에 싱글을 포함해 9장의 앨범을 발표한 모트. 딥한 가사와 허스키한 목소리의 반전매력으로 많은 음악 팬들을 사로잡은 모트가 “너”와 “나” 사이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첫 정규 앨범 [사이]를 발표한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 사이 이틀간의 단독 공연을 멋지게 해내고,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공연까지 준비하느라 그 누구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인 모트가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추천곡들을 보내왔습니다.
모트가 보내온 추천곡들 역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합니다. 최근 뜨겁게 재조명 받은 영국의 밴드 퀸부터 자신들만의 음악색과 더불어 매력적인 보이스로 주목받는 뮤지션들, 그리고 힙합을 즐겨 듣는다는 모트가 푹 빠졌던 사이먼 도미닉까지, 지금 모트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곡마다 덧붙인 모트의 진지한 이야기도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모트가 추천합니다.
Queen – Bohemian Rhapsody
퀸은 몰라도 퀸의 곡들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중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이 곡은 약 6분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굳이 단점을 고르자면,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라이브를 더 이상 듣지 못 한다는 것이다.
King Krule – Baby Blue
이 곡을 들려주면 모두가 이 뮤지션의 이미지를 실제보다 상반되게 상상한다. 처음 이 곡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보인 나의 반응 또한 그랬다. 그만큼 깊이가 있는 곡이다. 불을 모두 끈 채, 문을 닫고 혼자만의 생각에 깊어지는 나를 두드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Ruth B – Lost Boy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다 음색이 좋은 사람에게 쉽게 빠져든다. 이 곡이 그랬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빠져 헤어나오지 못 할 것이다.
Anne-Marie – Alarm
앤 마리 특유의 느낌이 잘 녹아 있는 곡이다. 혹시라도 듣고 빠진 사람들은 라이브 영상들을 찾아보길 바란다. 아마 더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Simon Dominic – 씻겨줘
평소 힙합을 즐겨 듣는데, 최근에 이 앨범에 푹 빠져 살았었다. 이 곡을 들을 때, 가만히 욕조 안에 들어가 있는 나의 무기력함을 모두 씻겨달라는 공허한 눈빛이 떠올랐다.
Mac Demarco – Another One
그의 특유 창법, 그리고 라인들이 나를 더 몽환적이게 만든다. 양초와 함께 어두운 방 안에서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2016년 5집 [망명(亡明)] 발표 후 오랜만에 싱글로 돌아온 이아립이 그리움이 짙게 담긴 새 싱글 [짙어만 갑니다]와 함께 포크라노스로 보내온 추천곡들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이아립
이아립 / 짙어만 갑니다 (2018.10.20)
긴 호흡의 앨범 단위로 앨범을 발표해왔던 싱어송라이터 이아립이 반가운 싱글을 내놓았습니다. 제목처럼 짙고 깊은 감정을 응축해 담았습니다. 단순한 편곡은 오히려 음악이 전하는 감정을 찬찬히 곱씹게 만듭니다.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 깊어가는 이 계절을 함께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곡들입니다. 이아립이 보내온 추천곡들 역시 곡마다 진한 감정, 나아가 삶이 녹아있는 듯합니다. 마치 짧은 단편 영화를 여러 편 보는 기분마저 들게 하는군요. 그럼 이아립의 곡들과 함께 짙어가는 계절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이아립이 추천합니다.
Chet Baker – My Funny Valentine
나른하게 취한 듯 부르는 ‘My Funny Valentine’은 그 어떤 ‘My Funny Valentine’보다 좋다. 반항아적인 이미지와 약물로 점철된 그의 blue한 생이 그의 목소리에 녹아있는 듯하다. 연주곡도 훌륭하지만 내게는 언제나 노래곡이 더 좋은 쳇 베이커.
Kanno Yoko – Waltz for Zizi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OST에 수록된 곡. 음악에 끌려서 보다가 이야기까지 덤으로 좋아진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그중에 제일 좋았던 곡은 단연 ‘Waltz for Zizi’
에레나 – 밤, 테라스
이 곡은 2006년에 발매된 에레나의 1집에 수록된 곡으로 ‘모든 게 의미 없다는 걸 안다고 해도… 마음은 언제나 검은 바다 위에 목련처럼 흐트러져요’라고 노래하는 에레나의 문학 일기장 같은 노래들. 지금 다시 들어도 좋기만 한 흐름들.
이소라 – 봄
친구의 추천으로 다시 듣게 된 곡. 단순한 말이 지닌 힘, 그리고 단순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클래식한 피아노 연주, 거기에 이소라의 목소리까지. 넘치도록 충분하다.
정준일 – 우리 이렇게 헤어지기로 해
동물원 박기영의 노래를 이렇게 다시 들을 수 있다니. 그리고 이렇게 멋진 리메이크라니…!
이문세 – 그때 내가 미처 하지 못했던 말
드라마 <연애시대> 쏭북에 수록된 노영심의 곡. 힘이 들어가지 않은 이문세의 목소리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노래.
Antonio Carlos Jobim – Brazil
많은 순간, 많은 날들, 많은 풍경 속에 배경이 되어준 음악. 인생 BGM. 땡큐 포 더 조빔!
Miles Davis – Bye Bye Blackbird
언제 들어도 나른하고 끈적이는 여름 바람이 부는 휴일 오후로 데려다주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마법 같은 트럼펫 연주.
이번 달도 결국 15일에 원고를 넘겼다. 스스로의 바쁨에 한탄하며, 정규나 EP 단위와 비교하면 좀 더 빨리 잊히는, 싱글 단위로 나오는 작품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엄선했다. 믿고 듣는 유통사라는 타이틀은 오직 포크라노스만 가지고 있다. 이번 달도 자신있게 추천해본다. 이번 달에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애리(AIRY), 향니, 보이어(Voyeur), 플레인(Pleyn), 위수(WISUE) 등 앨범 단위의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특히 P-Funk를 제대로 재현한 김아일의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앨범의 1번 트랙은 정말 추천한다.
홍갑 – 밤을 빌어 비를 맞네
축축한 날, 혹은 추운 날 듣기 좋은 음악은 따로 있다. 누군가는 홍갑의 음악을 더욱 짙게 감상하고 싶어 추워지기를 기다렸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추측을 해본다. 단 몇 개의 음만으로도, 담백한 수사와 표현만으로도 이토록 짙은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내가 언제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도 같다. 홍갑의 음악은 그래서 경우에 따라 때로는 늘, 때로는 이따금 꺼내 듣게 된다.
RAINBOW99 – 밀양
레인보우99의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매달 잘 듣고, 보고, 읽고 있다. 짧게 얘기했지만 레인보우99의 여행은 단순히 듣는 것 뿐만이 아니라 보고 또 읽어야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 공간이 지닌 온도나 분위기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레인보우99는 공간에 담긴 맥락과 서사까지 챙긴다. 그래서 깊이 생각에 잠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의 모든 여행 프로젝트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전시나 연주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첨단맨 – nuh
최근 갑자기 등장해 많은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알고보면 갑자기가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만들어진 최첨단맨(이름부터 멋지다)의 싱글 “nuh”는 이들이 어떤 결을 담고자 하는지 빠르게 보여준다. 단 세 곡 만으로도 밴드의 정체성과 방향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선은 뚜렷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대가 되며, 아직 세 곡 밖에 듣지 못해 더 많은 곡을 듣고 싶어진다.
이아립 – 짙어만 갑니다
이아립의 포크 음악은 그 많은 포크 음악 가운데서도 다르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색채가 듣는 이에게 빨리 다가온다. 그러한 느낌은 비단 음색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선보이는 곡 전체를 통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간 이아립만의 정서를 느끼지 못했다면, 이번 싱글 속 “짙어만 갑니다”의 두 가지 버전을 한꺼번에 들어보길 권한다. 아마 이아립이라는 음악가의 매력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션만 – In / De
“저 아래 군산으로 가면 소리 장인이 한 명 있을 것이다.” 음악을 잘하고 싶어하는, 장인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넌지시 이렇게 던져보고 싶다. 션만은 아직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다채로운 악기를 다루는 것은 물론 소리 자체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이미 자신만의 방법론과 기술이 확실하게 있는 음악가다. 올해 한 차례 발표했던 싱글처럼 이번에도 생각보다(?) 밝은 톤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소리 하나 하나에 귀 기울여 보면 곡을 만들 줄 모르더라도 곡 만드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레이브릭스 – Whale Cry (new ver.)
온스테이지로도 공개했던 이 곡은 레이브릭스의 매력을 담고 있는 동시에 밝은 분위기 속에서 슬픔을, 좌절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조만간 메인스트림이 될 것 같은 레이브릭스의 매력을 지금이라도 빨리 알아채도록 하자.
2014년 정규 1집 [존재의 온도]를 발표한 후, ‘막돼먹은 영애씨’ 등 여러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동시에 꾸준히 싱글을 발표해온 부지런한 팝 그룹 빨간의자가 첫 EP [Our A]의 발매와 함께 포크라노스로 추천곡을 보내왔습니다. 일상을 소재로 공감을 끌어내는 빨간의자의 매력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빨간의자
빨간의자 / Our A (2018.10.29)
계속해서 이어질 우리 이야기 중 하나, 그중에서도 첫 번째라는 의미를 담은 EP [Our A]를 통해 빨간의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 이야기는 빨간의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앨범에 담긴 깨알 같은 스토리텔링에는 희망, 설렘, 관계 등 누구나 경험할 일상의 다양한 순간들이 녹아있습니다. 듣기 편안하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빨간의자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방탄소년단, 갓세븐, 트와이스 등의 앨범에 참여한 정상급 프로듀서 이어어택(earattack)이 이번 앨범의 전담 프로듀서로 참여한 만큼 이번 EP [Our A]의 “색다른 아우라”를 느껴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음악적 경험일 것입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보내온 멤버들의 곡은 빨간의자의 앨범 작업 기간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치열한 음악적 고민들, 또 뮤지션으로서의 나아갈 방향 등 멤버들의 생각들과 함께 음악을 듣다 보면 이번 EP가 한층 가깝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빨간의자가 추천합니다.
Mayu Wakisaka – Once
상큼하고 사운드적으로 참신한 노래가 많은 아티스트여서 기분 좋게 들었다. 그리고 자극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수경)
검정치마 – 내 고향 서울엔
음악을 들을 때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 욕심이 앞설 때는 검정치마 노래를 들으면서 차분해지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밴드에서도 실험적인 사운드, 정감 가는 가사가 듣게 되는 이유 같다. (수경)
구구단 – 사랑일 것 같더라
이번 EP [Our A]를 준비하며 전체적인 콘셉트 연구를 많이 했다. 그때 이 곡의 귀여운 가사와 통통 튀는 멜로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강주은)
Hoshino Gen – Koi
펜타토닉 위주인 멜로디 라인이 특이하고 반복적인 멜로디 메이킹이 돋보이는 곡이다. 조금 더 다양한 구성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이 곡 생각이 많이 났다. (강주은)
Coldplay – Everglow
사랑에 관한 노래가 정말 많지만, 이 노래의 가사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리듬이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정재훈)
로이킴 – 그때 헤어지면 돼
로이킴을 감성 발라더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어준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발라드처럼 들리기도, 포크로 들리기도 한 멜로디는 너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한층 더 빨간의자스러운 곡을 찾고 싶었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이 들 때 많이 들은 곡이다. (정재훈)
<BACKSTAGE!>는 무대 바깥의 이들을 위한 시리즈 인터뷰입니다. 아티스트와 리스너간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나아가 씬의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할 예정입니다. 조명이 꺼지고, 콘페티가 모두 땅으로 떨어진 다음 날에도 쇼는 계속될 것이니까요.
<BACKSTAGE!>가 만나볼 두 번째 주인공은 생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정주영 님입니다. 음악 깨나 듣는다는 리스너와 뮤지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얻기 시작해 어느덧 이제는 마포구 일대를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생기 스튜디오’. 밴드 논 (NON)과 밤신사에서 차분하면서도 탄탄한 베이스 연주를 선보이던 그가 와우산로 한가운데에 스튜디오를 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무작정 그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Q. 대학 동아리에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러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밴드를 해보자’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동아리를 찾아가게 됐죠. 그 당시 베이스 파트가 비었다 해서 자연스럽게 베이스 기타로 (음악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취미로 그럭저럭 지내다가 군대도 다녀오고, 놀면서.. 사실 음악을 하겠다고 말만 했지 전 시정잡배였어요. (모두 웃음) 열심히 음악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업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고요.
어릴 때,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민홍이 형과 친했어요. 그래서 그 형이 가끔 연주해달라 하면 가서 도와주는 정도로 근근이 음악 활동을 이어왔어요. 그러면서 20대를 그렇게 놀면서 흘려보내고 정말 후회를 많이 했어요. 30대에 접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 건축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원룸 같은 건물을 시공해서 판매하는 일이죠. 건축 관련 일은 30대 초반부터 약 5년에서 6년 정도 했어요.
언제부턴가 건축 일이 너무 힘들고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제대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그래서 시작한 밴드가 논(NON)이에요. 본격적으로 그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고 봐야죠.
Q. 어느 인터뷰에서 유학 얘기를 하신 것을 읽었어요. 유학은 언제 다녀오신 걸까요?
20대 말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소위 도피 유학이라 하죠. (웃음) 통역을 전공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 형식으로 일본 레이블의 일을 잠깐 돕기도 했어요. 한국 뮤지션이 일본에 오면 공연 코디네이터를 한다거나, 반대로 일본 뮤지션들이 한국에 갈 때 관련 일들을 도왔죠.
Q. 여러 소속을 거쳤지만, 음악이라는 인연은 어릴 때부터 계속 이어진 셈이네요.
맞아요.
Q. 덕질하기 참 좋았겠어요. (웃음)
당시 저는 피시만즈나 야마시타 타츠로를 좋아했는데, 제가 일본에 있었을 당시에는 피시만즈나 야마시타 타츠로 모두 보기 힘들었죠. 그래서 그 당시 활동했던 인디 밴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재즈, 록, 힙합을 좋아했어요. 한국에 내한 오기도 했던 소일 앤 핌프 세션 (SOIL & PIMP SESSIONS)이나 쿠루리(くるり ), 오버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OVERGROUND ACOUSTIC UNDERGROUND) 같은 팀들이 기억에 남네요.
Q. 밴드 논(NON)으로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시작했어요. 당시 하시던 건축 일은 다 정리하셨던 걸까요.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둘 다 했죠. (웃음) 그 대신, 공사 일은 이미 익숙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음악 활동을) 했어요. 옛날에는 ‘음악 하겠다’고 말만 앞세웠다면, 30대 중반 되어서는 코드도 외우고 연습도 하고 녹음하는 방법도 공부했죠. 어떻게든 앨범을 내고 싶었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제대로 음악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Q. 정식 멤버로 활동했던 논(NON)과 밤신사 모두 그 활동이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어때요?
과거에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저 자신을 돌이켜보는 경우가 많아요. 나이가 들었나 봐요. (웃음) 예전에는 정말 몰랐거든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너희들은 몰라줘’ 약간 이런 입장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소규모 같은 경우에는 세션이었기 때문에 ‘하자’면 하고, ‘말자’면 멈추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 밴드라는 생각을 크게 가지지 않았죠. 하지만, 논 같은 경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의지대로 만들어진 밴드였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죠. 그러다 보니 힘이 과하게 들어갔던 것 같아요. 1~2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멤버들이 많이 힘들어했고 밴드를 지속할 수 없었죠.
Q. 그렇다면, 밤신사를 마지막으로 베이시스트로의 활동은 잠시 멈춘 것일까요.
사실 지금 밴드를 하나 하고 있어요. 이름은 ‘바이날로그’ 라고, 퓨전 국악 밴드에요. 친구와의 인연으로 시작하게 됐고, 결성된 지 10년이 넘은 팀인데 저는 한 2년 정도 전에 베이스로 합류하게 됐어요. 국악 씬에서는 굉장히 인정받고 있는 팀이죠. 멤버 친구들이 국악 쪽에서는 거의 문화재 급이라 각자 바빠 최근엔 잘 모이지 못하고 있어요. (웃음)
Q. 인간 정주영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를 많이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본격적으로 생기 스튜디오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생기’를 처음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배경이 궁금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일단 첫 번째로는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어요. 실제로 인디 씬에서 활동을 하면서 시스템적으로 아쉬움을 느낀 적이 많았어요. 공연장 환경부터 페이 문제 등 아직도 시스템 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죠.
그리고, 다양한 인디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사실 아직도 ‘인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느낌을 먼저 얘기해요. 개러지가 좋다 혹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그렇다는 거죠. 하지만, 인디 음악을 조금만 들어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쾌적한 분위기에 제대로 된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공연장을 지상에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렇게 생기 스튜디오를 착수했어요. 어렴풋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였죠. 시간이나 자본 등 여러 가지 타이밍이 맞아야 일을 진행할 수 있잖아요? 작년 여름부터 베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시작하면서 부동산도 알아보고 자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죠.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건 작년 12월부터였어요.
Q. 지금 당장 떠올려봐도 지상에 위치한 공연장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아무래도 접근성이나 방음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생기 스튜디오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유, 완전 있었죠. (웃음) 사활을 걸고 시작하는 새로운 사업인 만큼 여러 가지 고민이 들었어요. 접근성과 민원 문제를 포함해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종의 모험을 한 셈이죠. 지금의 생기 스튜디오에 처음 왔을 때 느낌이 참 좋았어요. 일단 홍대가 전부 내려다보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생기 스튜디오 건물이 민가와 한 블럭 정도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민원 문제가 많이 일어나지 않겠다 싶었죠. 생기는 원래 가정집으로 쓰던 공간인데, 제가 갔을 때는 이미 철거가 끝나 시멘트 벽이랑 바닥만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밑그림을 그리기 수월했어요.
Q. 공사 일을 했던 경력 덕분에 완공까지 사장님이 모두 진행하셨겠네요.
그렇죠. 동료 뮤지션들이랑 같이 망치 들고 공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직접 진행했어요. 한겨울에 참 고생했죠. (웃음)
Q) ‘생기’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사실 공사를 시작하고 스튜디오가 거의 다 완성될 때까지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요. 고민도 많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런 와중에 ‘(강)택현’이라고 예전에 윈디시티에서 퍼커션도 연주하고 지금은 노선택과 소울소스에서 드럼 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반농담식으로 ‘생기’, ‘활기’같은 단어를 추천해왔어요. 저는 당시 꽤나 진지했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좀 짜증 나더라고요. (웃음)
저는 진짜 급하고 진지한데, 얘는 왜 이렇게 막 던지나 싶었죠.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계속 생기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왜 제가 처음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나 돌아봤더니, 제가 ‘생기’라는 단어에 선입견을 품고 있더라고요. 인삼이나 산삼이 들어간 건강보조제 아니면 전립선 치료제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모두 웃음) 그런데 사실 아무 생각이 없는 백지상태에서 ‘생기’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그 의미가 너무 좋거든요. 외국인들에게 동양적인 느낌도 어필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인에게는 ‘뭐지’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생기’라는 단어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Q. 말씀하진 ‘뭐지’라는 포인트가 참 중요하죠. (웃음)
그렇죠. 그래서 결국 ‘생기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짓게 됐는데 처음에는 주변에서 다 말렸어요. “형 진짜로 하실꺼냐고” 주위에서 그러는데. 하하. 정작 이름을 지어진 친구도 이름을 듣고 놀랐다니까요.
Q. 결과론적으로 잘 된 일이 됐어요.
맞아요. 사실 인삼을 로고에 넣어보려 했어요. 처음 제가 생기라는 단어를 들은 느낌 그대로를 가져가고 싶었죠. 그래서 인삼을 팝적으로 로고에 넣고 싶었는데, 여러 작업을 거치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했고 결국 병풍과 산맥, 레코드가 공존하는 지금의 로고가 나오게 됐어요.
Q. 공식적인 첫 오픈은 언제일까요.
3월 3일이에요. 첫 공연도 같은 날 열렸죠. 신세하, 모과, 그리고 이종민과 배드보이와 같이 오픈 이벤트를 열었어요. 포스터도 만들고 제대로 된 공연을 열었는데, 유료 관객이 네 명이었어요. (웃음) 공연장 같이 만든 친구들이랑 밴드 멤버들, 그리고 네 분의 관객과 함께했던 기억이 나요.
Q. 네 명이라니, 지금의 생기 스튜디오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낯선 숫자네요. (웃음) 그렇게 첫 공연을 마치고, 이제 어느덧 6개월 정도가 흘렀어요. 음악을 다루는 여러 베뉴들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자리 잡았다 생각해요. 혹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을까요?
부끄럽지만, 일단은 주변 친구들과 아티스트분들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공연장이 지상에 있고, 장비가 좋다는 것이 입소문의 이유가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공연장도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남의 물건’ 이잖아요. 어쩌면 전혀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주변에서 먼저 알아주고 소문도 내줬기 때문에 지금의 생기 스튜디오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동료들에게 그 공을 돌리셨는데, 제가 찾은 이유는 조금 달라요. 생기 스튜디오가 다른 장소와 다른 가장 큰 지점은 ‘서브컬처에 대한 서포트’였어요. <Live Jam>이나 <Lazy Sunday>같은 서브컬처 파티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외부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의미 있는 행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익 측면에서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괴롭죠. (모두 웃음)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저는 음악을 장르로 분류하는 것은 인간을 피부색으로 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모든 음악이 저마다의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어요. 생기 스튜디오의 모토가 바로 ‘언더그라운드 뮤직의 전파’에요. 힙합과 락도 언더그라운드 뮤직이 될 수 있고, 국악도 언더그라운드 뮤직이 될 수 있죠. 생기 스튜디오가 ‘음악 전반’을 다루는 베뉴가 되었으면 해요. 아직도 못 다룬 장르들이 꽤 있어요. 그중 하나가 일렉트로닉 모듈라 씬이었는데, 다음 주에 공연을 열게 되었어요.
주정민 @joojeongmin
Q. <Lazy Sunday>는 음악과 만화가 결합한 독특한 형태의 기획 공연입니다.
Lazy Sunday의 처음 형태는 음악을 듣는 칠(chill)한 파티였어요. 그런데 사실 아무리 음악을 좋아해도 세네 시간 듣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고민을 하던 중에, Lazy Sunday 포스터를 제작하는 작가 친구가 음악과 만화를 결합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어요. 그래서 독립 만화를 함께 전시하는 지금과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어요. 아직 더 발전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간단한 핑거 푸드 같은 음식을 같이 제공하면 어떨까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Q.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기 스튜디오’는 라이브 클럽의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레코딩 스튜디오로서 작동하기도 해요. 실제로 생기 오픈 초기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도 볼 수 있었죠. 생기 스튜디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 궁금합니다.
(잠시 고민하더니) 펑셔널(Functional)하면서도 컴팩트(Compact)하고, 하이브리드(Hybrid)한 베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생기가 가진 여러 가지 기능들이 컴팩트하게 상황에 알맞게 하이브리드 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레코딩 스튜디오로 작동할 때는 장소에 소파가 놓이기도 하고, 주말에는 소파를 옮겨 공연도 소화할 수 있고 파티가 열릴 때는 파티 룸으로도 활용할 수 있죠. 생기 스튜디오는 레코딩 스튜디오이면서도 라이브 홀이고, 파티 플레이스이기도 해요. 어느 말도 다 맞는 셈이죠. Functional, Compact, Hybrid 이 세 단어를 잘 조합해서 근사한 소개글을 만들고 싶은데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했어요. (웃음)
Q. 지금 구상 중인 일들이 있다면 한 번 소개해주세요.
그때그때 열리는 기획 공연을 잘 준비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스텝이라고 했을 때, 여기서 좀 안정을 찾는다면 채널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저의 두 번째 스텝입니다. KEXP나 NPR과 같은 제대로 된 음악 채널을 열고 싶어요. 한국의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서브컬처 뮤지션들을 융복합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몽골이나 이스라엘의 인디 밴드가 출연하는 것도 아예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거에요. 사실 이 두 번째 스텝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의논하고 있어요. 여러 방법에 대해 모색 중입니다.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장님이 생각하는 ‘생기 넘치는 음악’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생기 넘치는 음악이라, 글쎄요. 저는 노래가 지닌 분위기가 우울하거나 크리피하다고 해서 생기 없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자신만의 색깔이 가미된 노래들이 진정한 인디 음악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아티스트만이 지닌 생기라고 생각해요. 생기라는 단어가 지닌 활기찬 모티프가 반드시 음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요. 아티스트 자신만의 개성을 음악에 잘 녹여냈을 때, 그것이 바로 ‘생기 넘치는 음악’의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