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럭의 싱글 콜렉션] 10월 추천작: 이아립, 홍갑 등

블럭의 싱글 콜렉션 – 10월 추천작: 이아립, 홍갑 등

 

 

이번 달도 결국 15일에 원고를 넘겼다. 스스로의 바쁨에 한탄하며, 정규나 EP 단위와 비교하면 좀 더 빨리 잊히는, 싱글 단위로 나오는 작품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엄선했다. 믿고 듣는 유통사라는 타이틀은 오직 포크라노스만 가지고 있다. 이번 달도 자신있게 추천해본다. 이번 달에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애리(AIRY), 향니, 보이어(Voyeur), 플레인(Pleyn), 위수(WISUE) 등 앨범 단위의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특히 P-Funk를 제대로 재현한 김아일의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앨범의 1번 트랙은 정말 추천한다.

 

 

홍갑 – 밤을 빌어 비를 맞네

축축한 날, 혹은 추운 날 듣기 좋은 음악은 따로 있다. 누군가는 홍갑의 음악을 더욱 짙게 감상하고 싶어 추워지기를 기다렸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추측을 해본다. 단 몇 개의 음만으로도, 담백한 수사와 표현만으로도 이토록 짙은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내가 언제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도 같다. 홍갑의 음악은 그래서 경우에 따라 때로는 늘, 때로는 이따금 꺼내 듣게 된다.

 

 

RAINBOW99 – 밀양

레인보우99의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매달 잘 듣고, 보고, 읽고 있다. 짧게 얘기했지만 레인보우99의 여행은 단순히 듣는 것 뿐만이 아니라 보고 또 읽어야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 공간이 지닌 온도나 분위기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레인보우99는 공간에 담긴 맥락과 서사까지 챙긴다. 그래서 깊이 생각에 잠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의 모든 여행 프로젝트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전시나 연주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첨단맨 – nuh

최근 갑자기 등장해 많은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알고보면 갑자기가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만들어진 최첨단맨(이름부터 멋지다)의 싱글 “nuh”는 이들이 어떤 결을 담고자 하는지 빠르게 보여준다. 단 세 곡 만으로도 밴드의 정체성과 방향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선은 뚜렷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대가 되며, 아직 세 곡 밖에 듣지 못해 더 많은 곡을 듣고 싶어진다.

 

 

이아립 – 짙어만 갑니다

이아립의 포크 음악은 그 많은 포크 음악 가운데서도 다르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색채가 듣는 이에게 빨리 다가온다. 그러한 느낌은 비단 음색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선보이는 곡 전체를 통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간 이아립만의 정서를 느끼지 못했다면, 이번 싱글 속 “짙어만 갑니다”의 두 가지 버전을 한꺼번에 들어보길 권한다. 아마 이아립이라는 음악가의 매력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션만 – In / De

“저 아래 군산으로 가면 소리 장인이 한 명 있을 것이다.” 음악을 잘하고 싶어하는, 장인을 꿈꾸는 이가 있다면 넌지시 이렇게 던져보고 싶다. 션만은 아직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다채로운 악기를 다루는 것은 물론 소리 자체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이미 자신만의 방법론과 기술이 확실하게 있는 음악가다. 올해 한 차례 발표했던 싱글처럼 이번에도 생각보다(?) 밝은 톤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소리 하나 하나에 귀 기울여 보면 곡을 만들 줄 모르더라도 곡 만드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레이브릭스 – Whale Cry (new ver.)

온스테이지로도 공개했던 이 곡은 레이브릭스의 매력을 담고 있는 동시에 밝은 분위기 속에서 슬픔을, 좌절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조만간 메인스트림이 될 것 같은 레이브릭스의 매력을 지금이라도 빨리 알아채도록 하자.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빨간의자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2014년 정규 1집 [존재의 온도]를 발표한 후, ‘막돼먹은 영애씨’ 등 여러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동시에 꾸준히 싱글을 발표해온 부지런한 팝 그룹 빨간의자가 첫 EP [Our A]의 발매와 함께 포크라노스로 추천곡을 보내왔습니다. 일상을 소재로 공감을 끌어내는 빨간의자의 매력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빨간의자

 

빨간의자 / Our A (2018.10.29)

계속해서 이어질 우리 이야기 중 하나, 그중에서도 첫 번째라는 의미를 담은 EP [Our A]를 통해 빨간의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 이야기는 빨간의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앨범에 담긴 깨알 같은 스토리텔링에는 희망, 설렘, 관계 등 누구나 경험할 일상의 다양한 순간들이 녹아있습니다. 듣기 편안하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빨간의자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방탄소년단, 갓세븐, 트와이스 등의 앨범에 참여한 정상급 프로듀서 이어어택(earattack)이 이번 앨범의 전담 프로듀서로 참여한 만큼 이번 EP [Our A]의 “색다른 아우라”를 느껴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음악적 경험일 것입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보내온 멤버들의 곡은 빨간의자의 앨범 작업 기간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치열한 음악적 고민들, 또 뮤지션으로서의 나아갈 방향 등 멤버들의 생각들과 함께 음악을 듣다 보면 이번 EP가 한층 가깝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빨간의자가 추천합니다.

Mayu Wakisaka – Once
상큼하고 사운드적으로 참신한 노래가 많은 아티스트여서 기분 좋게 들었다. 그리고 자극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수경)

검정치마 – 내 고향 서울엔
음악을 들을 때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 욕심이 앞설 때는 검정치마 노래를 들으면서 차분해지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밴드에서도 실험적인 사운드, 정감 가는 가사가 듣게 되는 이유 같다. (수경)

구구단 – 사랑일 것 같더라
이번 EP [Our A]를 준비하며 전체적인 콘셉트 연구를 많이 했다. 그때 이 곡의 귀여운 가사와 통통 튀는 멜로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강주은)

Hoshino Gen – Koi
펜타토닉 위주인 멜로디 라인이 특이하고 반복적인 멜로디 메이킹이 돋보이는 곡이다. 조금 더 다양한 구성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이 곡 생각이 많이 났다. (강주은)

Coldplay – Everglow
사랑에 관한 노래가 정말 많지만, 이 노래의 가사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리듬이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정재훈)

로이킴 – 그때 헤어지면 돼
로이킴을 감성 발라더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어준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발라드처럼 들리기도, 포크로 들리기도 한 멜로디는 너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한층 더 빨간의자스러운 곡을 찾고 싶었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이 들 때 많이 들은 곡이다. (정재훈)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BACKSTAGE!] 생기 스튜디오 정주영

[BACKSTAGE!] 생기 스튜디오 정주영

 

 

<BACKSTAGE!>는 무대 바깥의 이들을 위한 시리즈 인터뷰입니다. 아티스트와 리스너간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나아가 씬의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할 예정입니다. 조명이 꺼지고, 콘페티가 모두 땅으로 떨어진 다음 날에도 쇼는 계속될 것이니까요.

<BACKSTAGE!>가 만나볼 두 번째 주인공은 생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정주영 님입니다. 음악 깨나 듣는다는 리스너와 뮤지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얻기 시작해 어느덧 이제는 마포구 일대를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생기 스튜디오’. 밴드 논 (NON)과 밤신사에서 차분하면서도 탄탄한 베이스 연주를 선보이던 그가 와우산로 한가운데에 스튜디오를 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무작정 그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Q. 대학 동아리에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러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밴드를 해보자’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동아리를 찾아가게 됐죠. 그 당시 베이스 파트가 비었다 해서 자연스럽게 베이스 기타로 (음악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취미로 그럭저럭 지내다가 군대도 다녀오고, 놀면서.. 사실 음악을 하겠다고 말만 했지 전 시정잡배였어요. (모두 웃음) 열심히 음악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업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고요.

어릴 때,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민홍이 형과 친했어요. 그래서 그 형이 가끔 연주해달라 하면 가서 도와주는 정도로 근근이 음악 활동을 이어왔어요. 그러면서 20대를 그렇게 놀면서 흘려보내고 정말 후회를 많이 했어요. 30대에 접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 건축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원룸 같은 건물을 시공해서 판매하는 일이죠. 건축 관련 일은 30대 초반부터 약 5년에서 6년 정도 했어요.

언제부턴가 건축 일이 너무 힘들고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제대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그래서 시작한 밴드가 논(NON)이에요. 본격적으로 그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고 봐야죠.

Q. 어느 인터뷰에서 유학 얘기를 하신 것을 읽었어요. 유학은 언제 다녀오신 걸까요?

20대 말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소위 도피 유학이라 하죠. (웃음) 통역을 전공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 형식으로 일본 레이블의 일을 잠깐 돕기도 했어요. 한국 뮤지션이 일본에 오면 공연 코디네이터를 한다거나, 반대로 일본 뮤지션들이 한국에 갈 때 관련 일들을 도왔죠.

Q. 여러 소속을 거쳤지만, 음악이라는 인연은 어릴 때부터 계속 이어진 셈이네요.

맞아요.

Q. 덕질하기 참 좋았겠어요. (웃음)

당시 저는 피시만즈나 야마시타 타츠로를 좋아했는데, 제가 일본에 있었을 당시에는 피시만즈나 야마시타 타츠로 모두 보기 힘들었죠. 그래서 그 당시 활동했던 인디 밴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재즈, 록, 힙합을 좋아했어요. 한국에 내한 오기도 했던 소일 앤 핌프 세션 (SOIL & PIMP SESSIONS)이나 쿠루리(くるり ), 오버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OVERGROUND ACOUSTIC UNDERGROUND) 같은 팀들이 기억에 남네요.

 

 

Q. 밴드 논(NON)으로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시작했어요. 당시 하시던 건축 일은 다 정리하셨던 걸까요.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둘 다 했죠. (웃음) 그 대신, 공사 일은 이미 익숙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음악 활동을) 했어요. 옛날에는 ‘음악 하겠다’고 말만 앞세웠다면, 30대 중반 되어서는 코드도 외우고 연습도 하고 녹음하는 방법도 공부했죠. 어떻게든 앨범을 내고 싶었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제대로 음악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Q. 정식 멤버로 활동했던 논(NON)과 밤신사 모두 그 활동이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어때요?

과거에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저 자신을 돌이켜보는 경우가 많아요. 나이가 들었나 봐요. (웃음) 예전에는 정말 몰랐거든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너희들은 몰라줘’ 약간 이런 입장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소규모 같은 경우에는 세션이었기 때문에 ‘하자’면 하고, ‘말자’면 멈추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 밴드라는 생각을 크게 가지지 않았죠. 하지만, 논 같은 경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의지대로 만들어진 밴드였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죠. 그러다 보니 힘이 과하게 들어갔던 것 같아요. 1~2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멤버들이 많이 힘들어했고 밴드를 지속할 수 없었죠.

Q. 그렇다면, 밤신사를 마지막으로 베이시스트로의 활동은 잠시 멈춘 것일까요.

사실 지금 밴드를 하나 하고 있어요. 이름은 ‘바이날로그’ 라고, 퓨전 국악 밴드에요. 친구와의 인연으로 시작하게 됐고, 결성된 지 10년이 넘은 팀인데 저는 한 2년 정도 전에 베이스로 합류하게 됐어요. 국악 씬에서는 굉장히 인정받고 있는 팀이죠. 멤버 친구들이 국악 쪽에서는 거의 문화재 급이라 각자 바빠 최근엔 잘 모이지 못하고 있어요. (웃음)

 

 

Q. 인간 정주영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를 많이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본격적으로 생기 스튜디오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생기’를 처음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배경이 궁금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일단 첫 번째로는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어요. 실제로 인디 씬에서 활동을 하면서 시스템적으로 아쉬움을 느낀 적이 많았어요. 공연장 환경부터 페이 문제 등 아직도 시스템 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죠.

그리고, 다양한 인디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사실 아직도 ‘인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느낌을 먼저 얘기해요. 개러지가 좋다 혹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그렇다는 거죠. 하지만, 인디 음악을 조금만 들어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쾌적한 분위기에 제대로 된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공연장을 지상에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렇게 생기 스튜디오를 착수했어요. 어렴풋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였죠. 시간이나 자본 등 여러 가지 타이밍이 맞아야 일을 진행할 수 있잖아요? 작년 여름부터 베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시작하면서 부동산도 알아보고 자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죠.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건 작년 12월부터였어요.

Q. 지금 당장 떠올려봐도 지상에 위치한 공연장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아무래도 접근성이나 방음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생기 스튜디오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유, 완전 있었죠. (웃음) 사활을 걸고 시작하는 새로운 사업인 만큼 여러 가지 고민이 들었어요. 접근성과 민원 문제를 포함해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종의 모험을 한 셈이죠. 지금의 생기 스튜디오에 처음 왔을 때 느낌이 참 좋았어요. 일단 홍대가 전부 내려다보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생기 스튜디오 건물이 민가와 한 블럭 정도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민원 문제가 많이 일어나지 않겠다 싶었죠. 생기는 원래 가정집으로 쓰던 공간인데, 제가 갔을 때는 이미 철거가 끝나 시멘트 벽이랑 바닥만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밑그림을 그리기 수월했어요.

Q. 공사 일을 했던 경력 덕분에 완공까지 사장님이 모두 진행하셨겠네요.

그렇죠. 동료 뮤지션들이랑 같이 망치 들고 공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직접 진행했어요. 한겨울에 참 고생했죠. (웃음)

 

 

Q) ‘생기’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사실 공사를 시작하고 스튜디오가 거의 다 완성될 때까지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요. 고민도 많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런 와중에 ‘(강)택현’이라고 예전에 윈디시티에서 퍼커션도 연주하고 지금은 노선택과 소울소스에서 드럼 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반농담식으로 ‘생기’, ‘활기’같은 단어를 추천해왔어요. 저는 당시 꽤나 진지했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좀 짜증 나더라고요. (웃음)

저는 진짜 급하고 진지한데, 얘는 왜 이렇게 막 던지나 싶었죠.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계속 생기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왜 제가 처음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나 돌아봤더니, 제가 ‘생기’라는 단어에 선입견을 품고 있더라고요. 인삼이나 산삼이 들어간 건강보조제 아니면 전립선 치료제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모두 웃음) 그런데 사실 아무 생각이 없는 백지상태에서 ‘생기’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그 의미가 너무 좋거든요. 외국인들에게 동양적인 느낌도 어필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인에게는 ‘뭐지’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생기’라는 단어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Q. 말씀하진 ‘뭐지’라는 포인트가 참 중요하죠. (웃음)

그렇죠. 그래서 결국 ‘생기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짓게 됐는데 처음에는 주변에서 다 말렸어요. “형 진짜로 하실꺼냐고” 주위에서 그러는데. 하하. 정작 이름을 지어진 친구도 이름을 듣고 놀랐다니까요.

Q. 결과론적으로 잘 된 일이 됐어요.

맞아요. 사실 인삼을 로고에 넣어보려 했어요. 처음 제가 생기라는 단어를 들은 느낌 그대로를 가져가고 싶었죠. 그래서 인삼을 팝적으로 로고에 넣고 싶었는데, 여러 작업을 거치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했고 결국 병풍과 산맥, 레코드가 공존하는 지금의 로고가 나오게 됐어요.

Q. 공식적인 첫 오픈은 언제일까요.

3월 3일이에요. 첫 공연도 같은 날 열렸죠. 신세하, 모과, 그리고 이종민과 배드보이와 같이 오픈 이벤트를 열었어요. 포스터도 만들고 제대로 된 공연을 열었는데, 유료 관객이 네 명이었어요. (웃음) 공연장 같이 만든 친구들이랑 밴드 멤버들, 그리고 네 분의 관객과 함께했던 기억이 나요.

 

Q. 네 명이라니, 지금의 생기 스튜디오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낯선 숫자네요. (웃음) 그렇게 첫 공연을 마치고, 이제 어느덧 6개월 정도가 흘렀어요. 음악을 다루는 여러 베뉴들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자리 잡았다 생각해요. 혹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을까요?

부끄럽지만, 일단은 주변 친구들과 아티스트분들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공연장이 지상에 있고, 장비가 좋다는 것이 입소문의 이유가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공연장도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남의 물건’ 이잖아요. 어쩌면 전혀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주변에서 먼저 알아주고 소문도 내줬기 때문에 지금의 생기 스튜디오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동료들에게 그 공을 돌리셨는데, 제가 찾은 이유는 조금 달라요. 생기 스튜디오가 다른 장소와 다른 가장 큰 지점은 ‘서브컬처에 대한 서포트’였어요. <Live Jam>이나 <Lazy Sunday>같은 서브컬처 파티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외부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의미 있는 행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익 측면에서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괴롭죠. (모두 웃음)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저는 음악을 장르로 분류하는 것은 인간을 피부색으로 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모든 음악이 저마다의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어요. 생기 스튜디오의 모토가 바로 ‘언더그라운드 뮤직의 전파’에요. 힙합과 락도 언더그라운드 뮤직이 될 수 있고, 국악도 언더그라운드 뮤직이 될 수 있죠. 생기 스튜디오가 ‘음악 전반’을 다루는 베뉴가 되었으면 해요. 아직도 못 다룬 장르들이 꽤 있어요. 그중 하나가 일렉트로닉 모듈라 씬이었는데, 다음 주에 공연을 열게 되었어요.

 

주정민 @joojeongmin

 

Q. <Lazy Sunday>는 음악과 만화가 결합한 독특한 형태의 기획 공연입니다.

Lazy Sunday의 처음 형태는 음악을 듣는 칠(chill)한 파티였어요. 그런데 사실 아무리 음악을 좋아해도 세네 시간 듣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고민을 하던 중에, Lazy Sunday 포스터를 제작하는 작가 친구가 음악과 만화를 결합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어요. 그래서 독립 만화를 함께 전시하는 지금과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어요. 아직 더 발전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간단한 핑거 푸드 같은 음식을 같이 제공하면 어떨까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Q.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기 스튜디오’는 라이브 클럽의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레코딩 스튜디오로서 작동하기도 해요. 실제로 생기 오픈 초기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도 볼 수 있었죠. 생기 스튜디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 궁금합니다.

(잠시 고민하더니) 펑셔널(Functional)하면서도 컴팩트(Compact)하고, 하이브리드(Hybrid)한 베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생기가 가진 여러 가지 기능들이 컴팩트하게 상황에 알맞게 하이브리드 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레코딩 스튜디오로 작동할 때는 장소에 소파가 놓이기도 하고, 주말에는 소파를 옮겨 공연도 소화할 수 있고 파티가 열릴 때는 파티 룸으로도 활용할 수 있죠. 생기 스튜디오는 레코딩 스튜디오이면서도 라이브 홀이고, 파티 플레이스이기도 해요. 어느 말도 다 맞는 셈이죠. Functional, Compact, Hybrid 이 세 단어를 잘 조합해서 근사한 소개글을 만들고 싶은데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했어요. (웃음)

Q. 지금 구상 중인 일들이 있다면 한 번 소개해주세요.

그때그때 열리는 기획 공연을 잘 준비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스텝이라고 했을 때, 여기서 좀 안정을 찾는다면 채널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저의 두 번째 스텝입니다. KEXP나 NPR과 같은 제대로 된 음악 채널을 열고 싶어요. 한국의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서브컬처 뮤지션들을 융복합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몽골이나 이스라엘의 인디 밴드가 출연하는 것도 아예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거에요. 사실 이 두 번째 스텝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의논하고 있어요. 여러 방법에 대해 모색 중입니다.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장님이 생각하는 ‘생기 넘치는 음악’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생기 넘치는 음악이라, 글쎄요. 저는 노래가 지닌 분위기가 우울하거나 크리피하다고 해서 생기 없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자신만의 색깔이 가미된 노래들이 진정한 인디 음악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아티스트만이 지닌 생기라고 생각해요. 생기라는 단어가 지닌 활기찬 모티프가 반드시 음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요. 아티스트 자신만의 개성을 음악에 잘 녹여냈을 때, 그것이 바로 ‘생기 넘치는 음악’의 모습이 아닐까요?

글, 사진 / kixxikim
joydivision@poclanos.com

쓸데 없는 것을 모으고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쓸데 없는 것들을 삽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탐구생활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2017년 11을 첫 싱글 ‘불꽃들이 터지면’을 시작으로 꾸준히 싱글을 공개 중인 싱어송라이터 탐구생활이 포크라노스로 추천곡을 보내왔습니다. 탐구생활이 꾸준히 그려내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면모에서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추천곡들과 함께, 음악이 전하는 즐거움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시길 바랍니다.


탐구생활

 

탐구생활 / 점과 선 (2018.10.25)

특유의 몽환적 무드의 크랜필드와는 달리, 우리가 발 디딘 현실의 언어와 표현들로 무겁지 않은 기타 팝을 선보이고 있는 탐구생활은 일상의 단면들을 부지런히 음악으로 그려내는 중입니다. 거창한 인생을 노래하진 않지만, 행복, 사랑, 사람을 담은 탐구생활의 음악엔 인생에서 꼭 필요한 요소는 다 담겨있는 듯합니다. 그것도 담백하게요.

가벼운 미소가 지어지는 일상의 사진을 보는 듯한 탐구생활이지만, 보내온 추천곡들 곳곳엔 의외성이 가득합니다. 이상요상한 신예 래퍼(!)를 시작으로 70년대의 이탈리아 영화 음악, 거기에다 거대한 야외 파티가 떠오르는 슈퍼스타 DJ까지, 인생만큼 예측하기 힘든 면모를 드러내는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탐구생활이 전하는 즐거움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탐구생활이 추천합니다.

Hobo Johnson – Peach Scone

이제는 국내에서도 제법 유명해진 ‘NPR Tiny Desk Live’의 2018 contest 영상을 통해 알려진 미국의 신예 래퍼. 하지만 단지 래퍼라고 하기에는 그 포지션이 너무도 독특하다. 동네 친구들만 모아 급조한 듯한 밴드 러브메이커스(The Lovemakers)의 미니멀한 반주에 맞춰 쏟아내는 이상요상한 라이밍과 맛깔 나는 보컬 톤,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표정과 액션들이 기분 좋은 혼란의 사운드를 만든다. 음원도 준수하지만, 라이브가 워낙 매력적이라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된다.

 

Armando Trovajoli – Dramma della gelosia

이탈리아 영화음악의 거장 아르만도 트로바졸리가 작곡한 1970년작 영화 ‘Dramma della gelosia(질투의 드라마)’ 메인 테마. 다른 세계와 시대의 음악에서는 당연하게도 다른 풍경이 느껴지는데 가끔 그런 음악에 푹 빠지는 일은 너무도 즐겁다. ‘질투의 드라마’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낭만적이다.

 

The Vaselines – You Think You’re a Man

거칠게 보이려 애쓰는 듯한(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 마이너 풍의 전주가 끝나면 밝고 귀여운 멜로디들이 쏟아진다. 상반되는 곡의 진행이 자신이 어른이라 생각하는 애 같은 남자에 대한 가사를 더 재미있게 들리게 한다. ‘남자는 10살 이후로는 전혀 자라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The Magnetic Fields – The Book of Love

밴드가 99년에 발표한 [69 Love Songs]는 제목 그대로 69곡의 사랑 노래가 담긴(CD 한 장에 23곡씩 3CD) 무지막지한 앨범이다. 이 앨범을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사준 적이 있었는데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 그가 가장 좋다고 했던 곡이 바로 ‘The Book Of Love’였다. 나는 평소 앨범에서 귀담아듣지 않았던 곡인데 새롭게 들려왔다. 중후한 목소리로 낭만과 희극을 오가는 가사가 근사하다.

 

Fatboy Slim – The Rockafeller Skank

그냥 이런 음악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설레고 신난다. 혹자는 이 곡을 들으면 98 프랑스 월드컵 하이라이트 영상이 떠오른다고 하지만, 나는 그때 축구를 보지 않아서 이 끝내주는 곡을 축구에 대한 연상 없이 실로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 음악은 정말 여러 방식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4분 하이라이트.

 

Nick Drake – Know

기타 연주만 생각나고 제목이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아 모처럼 닉 드레이크 전집을 뒤졌다. 이 노래는 그런 노래다. 어쿠스틱 기타 4, 5번 줄로만 연주되는 단 4개의 음 위에 허밍과 가사 역시 반복될 뿐이다. 노래가 끝나면 ‘내가 뭘 들은 거지’ 싶으면서도 내가 그 순간에 깊이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하게 된다. 이 노래는 그런 노래다.

 

Bill Evans – Come Rain or Come Shine

러닝 중에는 재즈를 듣지 않는다. 달릴 때 몸의 일정한 리듬에 방해가 되어 상대적으로 더 피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좀 다르다. 가사 없이 연주로만 채워진 재즈 앨범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유연한 사고에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음악보다 글을 더 자주 쓰고 있어서 그런지 [Portrait In Jazz(1960)]의 첫 트랙인 이 곡을 들으면 당장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 글 역시 그렇게 쓰여진 글이다.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이채언루트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싱글 [Night Drive] 이후로 2년 반 만에 컴백한 이채언루트. 무려 첫 정규 앨범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반가움이 배가되는 가운데, 두 멤버가 포크라노스로 보내온 각자의 추천곡까지 더했습니다. 이채언루트의 새 앨범과 함께 강이채, 권오경이 나누는 음악적 즐거움도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이채언루트

 

이채언루트 / Echae en Route (2018.09.18)

2015년 데뷔 EP [Madeline]으로 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 부문 후보에 선정되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채언루트가 데뷔 후 3년 반의 시간을 담은 첫 정규 앨범을 공개했습니다. 바이올린과 베이스라는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구성에 강이채의 독보적인 목소리가 더해져 이채언루트만의 음악 세계를 공고히 그려낸 앨범입니다.

반가운 앨범과 함께 멤버 강이채와 권오경이 보내온 추천곡 리스트는 그간 새로운 곡을 기다렸던 팬뿐만 아니라 이채언루트의 음악에 갓 빠지게 된 음악 팬들 모두에게 반가운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이채언루트가 추천합니다.

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

처음 이 노래를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 션 멘데스의 그루비(groovy)한 목소리에 반해 듣다가 그 후에 들었을 땐 이 곡 구성이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의 ‘Strasbourg / St. Denis’를 연상시켜서 재밌다고 느낀 노래이다. 단순한 비트와 코드 위에서 션 멘데스의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강이채)

 

Mumford & Sons – Snake Eyes

기존의 멈포드 앤 선즈 사운드 영역에서 많이 벗어난 곡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영화 비하인드신을 보듯 이 밴드의 숨겨진 면을 사랑하게 됐다. 이 곡의 라이브 뮤비를 보며 더욱 그렇게 느꼈다. (강이채)

 

The 1975 – She Lays Down

The 1975 두 번째 정규앨범의 마지막 트랙. 팬으로서 앨범 전곡을 가사 하나하나 소리 하나하나 주의 깊게 듣다가 나온 이 마지막 트랙에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한참 멍하니 서서 듣게 되었다. 맷 힐리(Matt Healy)의 회상이 담긴 가사는 따뜻한 소리와 언밸런스를 이루며 그 장면들로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강이채)

 

James Blake – Retrograde

음악 팬이라면 제임스 블레이크를 모르기 쉽지 않지만, 혹시나 아직 접할 기회가 없었을 분들을 위해 선곡했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아티스트라 생각하므로. (강이채)

 

방탄소년단 – Euphoria

딱히 이유랄 것은 없고 요새 즐겨 듣는 노래 중에 하나라 선곡해보았다. 기타가 가미된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하는 건 물론이고 노래를 이렇게 잘했던가 생각하게 되었다. (권오경)

 

Yellow Days – A Little While

스페인 페스티벌을 보러 갔을 때 인상 깊게 본 아티스트이다. 라이브에선 특이한 그의 ‘yeah’가 남발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재미가 2배였다.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시길. (권오경)

 

Boy Pablo – Dance, Baby!

이 아티스트 역시 유투브 디깅 중에 눈에 보이던 아티스트였다. 라이브 영상을 무조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어려지고 싶어지는 자괴감은 또 다른 선물. (권오경)

 

Mndsgn – Camelblues

확실한 자기 색을 보여주는 아티스트이고 신스와 비트, 그리고 아날로그한 감성까지 충만하다. 누군가 요새 뭐 들어, 물었을 때 조금 있어 보이고 싶다면… 마인드디자인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그만큼 느낌 가득이다. (권오경)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블럭의 싱글 콜렉션] 9월 추천작: 서울문, Gila 등

블럭의 싱글 콜렉션 – 9월 추천작: 서울문, Gila 등

 

이미 10월이 많이 지났지만(…) 나는 포크라노스의 좋은 음악을 다시 한 번 꺼내 들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 좋은 인디 트랙을 소개했을 때 좋았던 반응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싱글 단위로 나오는 곡을 다시 소개해보고자 한다. 정규나 EP 단위와 비교하면 좀 더 빨리 잊히는, 싱글 단위로 나오는 작품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엄선했다.

 

 

서울문 – 럭키룩키

보컬과 기타에 김혜미, 드럼에 신혜미, 베이스와 신스에 이루리가 있는 3인조 밴드 서울문은 올해 꾸준히 좋은 싱글을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싱글을 계속 발표하는데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서 안타까울 정도다. 단순히 밝고 경쾌한 팝 곡이라고 소개하기엔 그러한 경쾌함을 잘 살리는, 흔히 듣기 힘든 각종 소리 장치와 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까데호 – 옆에 (feat. 정기고)

화분, 세컨 세션, 헬리비전 등의 밴드를 하며 음악성으로는 이미 충분히 인정을 받는 이태훈, 쟈니로얄부터 서사무엘 밴드까지 다양한 음악적 여정을 거쳐오며 역시 그 실력을 인정받는 최규철, 여기에 마찬가지로 윈디시티를 비롯해 꾸준히 활동해온 김재호까지 밴드 구성원인 세 사람은 이미 오랜 시간 활동했고 그 존재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정기고까지 가세했으니, 그 깊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리코 (Rico) – Love My Baby

꾸준히 싱글 단위로 세련된 곡을 선보여온 리코가 이번에는 기존 알앤비의 문법에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90~00년대 알앤비를 재현하는 리코는 역설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확실하게 성장했음을 들려준다. 과거 리코의 곡이나 그가 과거 커버 곡으로 선보였던 공연 [RICOVERs]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는 탄탄한 기본기로 언제든, 어디서든 완성도를 보장하는 리코가 된 것이다.

 

 

에이민 (a.min) – Daydream

기린이 아닌 퍼프 대희가 참여했다. 퍼프 대희의 등장만으로 이 곡이 어떤 느낌을 가져가는지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곡은 간결한 소리 구성 속 신스와 보컬이 교차하며 만드는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퍼프 대희는 퍼프 대디보다 더욱 퍼프 대디같고 멋지다(좋은 의미에서). 심플하면서도 섬세함이 돋보이는 전개는 편안하게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가볍게 흘려듣기보다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미끄럼틀 (feat. SUMIN)

소울, 훵크, 디스코 음악을 하는 밴드, 독특한 비주얼과 편성, 안무가 늘 눈에 먼저 띄는 술탄오브더디스코를 설명할 방법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데도 이번에 하나가 더 추가된 느낌이다. 술탄오브디스코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음악가 수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제대로 알앤비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기다리는 정규 2집은 곧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Gila – Shimmer

바이바이배드맨의 보컬 정봉길이 Gila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첫 곡 “Shimmer”를 발표했다. 대부분 작업을 혼자 했다고 하며, 세련된 전개의 팝 넘버를 선보인다. 바이바이배드맨의 정봉길과는 묘하게 겹치는 듯 다른 모습이라 비록 한 곡밖에 들려주지 않았음에도 더 많은 곡을 듣고 싶게 만든다.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최첨단맨 (ultramodernista)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레트로와 모던의 경계를 능숙하게 넘나드는 밴드 최첨단맨은 이제 갓 싱글 2장을 발표한 신인 밴드입니다. 하지만, 네 멤버들의 지난 활동 이력, 그리고 각각의 음악적 스타일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저 신인 밴드가 아니란 사실에서 나아가 이들이 보여주는 현재의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는지 느껴질 것입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보내온 멤버들의 음악적 취향을 통해 최첨단맨의 음악을 조금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실 수 있길 바랍니다.


최첨단맨(ultramodernista)

 

 

최첨단맨(ultramodernista) / Whiskey (2018.08.22)

솔로 프로젝트 휴키이스(Hugh Keice)의 휴(Hugh), 그리고 스웨덴세탁소,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We Hate JH)의 이상근과 정진욱, 버클리 음대 수료 후 귀국한 댄(Dan)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멤버들이 최첨단맨이란 이름으로 초특급 모던한 변신을 꾀했습니다. 지난 6월 싱글 ‘Koriga’를 시작으로 고전적 디스코를 현대의 감각적인 터치로 풀어낸 이들은 얼마 전 두 번째 싱글 ‘Whiskey’를 선보였습니다.

독주 같은 사랑에 대한 단상을 레트로 디스코로 풀어낸 새 싱글 ‘Whiskey’를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조금씩 세상에 드러내고 있는 밴드 최첨단맨.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운드의 이들이 보내온 플레이리스트 역시 시대를 넘나듭니다. 최근 큰 인기몰이 중인 신예 아티스트 예지(yaeji)와 레이니(LANY)부터 그 누구보다 세련된 사운드로 여전한 놀라움을 안겨주는 음악계 대선배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그리고 에어(Air)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멤버들의 취향은 최첨단맨이 선보이는 음악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최첨단맨이 추천합니다.

John Martyn – Small Hours
본 코너를 작성하는 지금 멤버 모두 일본에 와있다. 태풍이 성큼 다가와 온종일 축축한 와중에 비를 피해 들어온 식당. 지친 몸을 녹이는 상기된 입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묘하게 긴장이 풀리며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작은 시간들. 우리에겐 전부와 같은 순간들. (휴)

yaeji – raingurl
비가 와서 레인걸. 그녀의 충격적인 춤사위와 고급진 사운드. 비가 올 때 감성이 터지기보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도 괜찮지 않나. (휴)

LANY – Super Far

뮤직비디오 꼭 보세요. (이상근)

Red Hot Chili Peppers – Dark Necessities 

저 나이에 저렇게 힙할 수 있나요? (이상근)

Air – Run
프랑스의 아티스트 Air 추천합니다. 실험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심오한 멜로디와 분위기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Run run run run.. 후렴에서 반복되는 run이라는 가사가 머릿속에 여운으로 남네요. (댄)

Telefon Tel Aviv – John Thomas on the Inside Is Nothing but Foam
일렉트로닉/엠비언스 음악을 좋아하시면 강추합니다. 기계적인 사운드의 리듬과 몽실몽실 피어나는 구름 같은 신스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 내는 곡입니다. (댄)

Shayna Steele – Kiss That Girl
학교에서 우연히 듣게 된 곡이에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샤이나 스틸의 첫 정규앨범 [I’ll Be Anything]에 수록된 곡이고, 항상 들어도 질리지 않는 기타 사운드와 악기와 보컬의 섬세한 강약 조절이 포인트가 되는 음악입니다. (정진욱)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인데요.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멍하니 음악을 듣고 있는 절 발견하게 될 때가 많아요. 그중에서도 데미안 라이스의 데뷔곡이자 데미안 라이스를 알리게 된 곡, ‘The Blower’s Daughter’를 추천합니다. (정진욱)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Kisnue(키스누)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올 초 첫 정규 앨범 [Last of Everything We Were]을 발표한 이후로 ‘EBS 헬로루키 with KOCCA’ 상반기 헬로루키로 선정되고, ‘2018 그린플러그드’, ‘스마일 러브 위크엔드’ 등 인기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등 놀라운 기세로 성장 중인 팝 밴드 키스누를 포크라노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코너로 만나봅니다.


Kisnue(키스누)  

 

Kisnue(키스누) / Same (2018.09.20)

“가장 상투적이고 상업적인 80년대의 오마주”라는 표현과 함께 음악 신에 등장한 키스누의 음악은 멤버들이 영향을 받았던 팝 음악의 감성과 사운드뿐만 아니라 당시의 전반적인 문화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빛나는 팝의 시절, 청춘의 시절을 반짝이는 신스팝 사운드와 인상적인 멜로디에 담은 키스누의 음악은 평론가와 영민한 리스너들의 호평 속에서 눈부시게 성장 중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던 송은석과 익시, Maan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던 최상일, 그리고 최근 팀에 합류한 최준영까지 키스누의 세 멤버들이 보내온 추천곡들에서는 각자의 생각과 정서가 드러나는 동시에 키스누 음악의 베이스가 된 팝 음악과 문화가 느껴집니다. 기분 좋은 무드와 함께 반가움 마음마저 싹트는 추억 속 명곡들까지 키스누가 전해온 팝의 정수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키스누가 추천합니다.

 

Mew – She Came Home For Christmas

평생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선택하는 곡. 어릴 때부터 매년 크리스마스에 이 노래를 틀고 지나온 1년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 곡이 수록된 [Frengers] 앨범 전체를 추천합니다. (최상일)

 

Mister Lies – Deepend

내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가장 큰 방향을 제시한 곡입니다. 역시 이 곡이 수록된 [Shadow] 앨범도 추천합니다. (최상일)

 

Avril Lavigne – My Happy Ending

발매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들으면 너무너무 설렙니다. 멋진 기타 소리와 멋진 드럼 소리, 말이 필요 없는 보이스, 좋은 소리들로 이루어진 듣기 좋은 곡! 강추! (최상일)

 

The 1975 – Sincerity is Scary

가사에서 작사한 사람의 성격과 생각의 변화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노래들을 좋아해요. 언젠가 제가 이 노래를 듣고 이 사람을 이해하듯이 누군가가 저의 가사를 보고 저를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송은석)

 

Sufjan Stevens – Futile Devices

제가 생각하는 ‘사랑’을 노래로 표현한다면 이 곡일 거에요. 늦은 오후 햇살에 뒤척이는 이불에서 나온 먼지가 부서지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송은석)

 

The Pointer Sisters – I’m So Excited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에요. 어설픈 춤이지만 들을 때마다 춤을 추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송은석)

 

Earth Wind & Fire – September

70년대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다들 아시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간략하지만 확실한 베이스라인, 맛있게 치는 기타 리프, 기분 좋은 드럼과 퍼커션, 흥겨운 멜로디까지 흠잡을 곳이 없네요. (최준영)

 

Ray Parker Jr. – Ghostbusters

70년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80년대 곡들은 신스베이스를 사용하는 사운드가 많고 후렴구에 “Ghostbuster!” 외치는 게 너무 기분 좋아 보이더라고요. 키스누를 시작하면서 많이 듣고 매력에 빠져서 오랫동안 들은 곡이에요. (최준영)

 

Jamiroquai – All Good In The Hood

마지막으로는 제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자미로콰이 곡을 골랐어요. 수많은 명곡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많이 연습하고 추억이 많은 곡이라 골랐습니다. (최준영)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BACKSTAGE!] 패트릭 코너 Patrick Connor

[BACKSTAGE!] 패트릭 코너 Patrick Connor

 

사진 / Douglas Vautour Photography (https://www.facebook.com/DouglasVautourPhotography)

 

<BACKSTAGE!>는 무대 바깥의 이들을 위한 시리즈 인터뷰입니다. 아티스트와 리스너간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나아가 씬의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할 예정입니다. 조명이 꺼지고, 콘페티가 모두 땅으로 떨어진 다음 날에도 쇼는 계속될 것이니까요.

<BACKSTAGE!>의 첫 번째 주인공은 두인디(Doincie)와 하이징스(Highjinkx)를 대표하는 패트릭 코너(Patrick Connor) 입니다. 어느덧 한국 생활 12년 차에 접어든 그와 함께 한국의 인디 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한국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패트릭은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을까요. 인터뷰는 동교동 모처에서 진행되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두인디 임도연 님이 함께 자리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CHAPTER 1 / 유년기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패트릭이라고 합니다. 한국에는 12년째 살고 있어요. 처음에는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왔고, 8~9년 전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해서 직접 공연도 준비했는데, 거기에 재미를 느껴 한국 인디 씬을 도와주는 ‘두인디(Doindie)’라는 웹진을 만들었어요.

Q. 어릴 때, 드럼을 배웠다고 들었어요. 몇 살 때 처음 시작했고 많은 악기 중 드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드럼은 8살 때쯤 어머니 권유로 처음 시작했어요. 제가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움직이면서 엄마를 귀찮게 했더니 엄마가 ‘드럼을 배우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죠. (웃음)

Q. 집에 드럼 세트가 있었나 봐요. (웃음)

네. 지금도 (드럼 세트가) 있긴 한데 잘 안쳐요. 전자 드럼인데, 밑에 사는 사람들 때문에 연주하기가 좀 그래요. 하하

Q. 옛날도 그렇고 요즘도 그렇지만 드럼 세트가 있는 집이 많지 않은 편이잖아요. 패트릭이 어렸을 때, 가족들의 서포트를 많이 받았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네, 맞아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좋은 부모님이시죠. 드럼은 2~3년 정도 연주하다가 그만두게 되었는데, 취미가 너무 많아서 드럼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진짜 포기한 이유는 드럼 연주하기가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에요. 몇 년 배우다 보니 슬슬 어려운 파트를 연주해야 하는데, 어려워져서 포기하게 됐죠. 드럼보다 더 좋아하는 취미가 많았어요. 승마를 좋아했어요.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갔으니까요.

Q. 고향이 어디신가요?

영국 옥스포드(Oxford) 근처 작은 마을요. 편의점도 하나 없지만, 예쁜 마을이죠.

 

 

Q. 그 ‘아무것도 없는 시골 마을’에서 어떻게 처음 락 음악을 듣게 되었을까요.

제 친구들 덕분이에요. 당시 친구들이 레딩 페스티벌(Reading Festival)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러면 누가 페스티벌에 나오는지 친구들에게 들려달라 했죠. 그렇게 처음 알게 된 팀이 트래비스(Travis)였어요. 제가 16살 정도일 때니, 20년 정도 된 일이네요. 그 때가 RATM이나 프로디지(Prodigy)가 활동했을 때에요. 블루톤스(The Bluetones)라는 팀도 있었어요. 그 때는 유명한 팀이었죠.

사실 제가 좋아하는 취미는 모두 밖에서 하는 것들이었어요. 승마, 축구, 골프, 크리켓… 그래서 부모님 차를 타면서 음악을 많이 듣고 그랬죠. 아마, 첫 번째로 본 라이브가 트래비스의 공연이었을 거에요. 그때 처음 트래비스를 보고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이후에도 계속 라이브 공연을 찾아다녔는데, 저는 늘 헤드라이너가 아닌 팀들에게서 매력을 느꼈어요. 공연장에 가면 항상 오프닝 팀들이 제일 좋았죠. 그래서 헤드라이너를 보러 가도, 공연이 끝나면 오프닝 팀들에게 사인을 받고 그랬어요. (웃음)

Q. 유년기의 애티튜드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셈이네요.

그렇죠. 두인디를 하는 지금도 헤드라이너보다 로컬에서 활동하는 인디 팀들을 더 좋아해요.

Q. 그때 오프닝을 도맡던 밴드 중에 지금 유명해진 팀들이 있을까요?

거의 다 망했어요. (일동 웃음) 당시 오프닝 밴드였던 리버틴스(The Libertines)를 처음 봤어요. 그래도 그때 영국에서 봤던 오프닝 그룹 중에서 가장 잘된 팀을 꼽자면 리버틴즈에요.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 하우스 파티 같은 공연을 많이 했는데 그 때 술에 취한 상태로 공연을 많이 해서 소문이 많이 났고 금방 유명해졌어요. 지금까지 본 공연을 통틀어도 그때의 리버틴즈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쇼 중 하나에요.

 

The Libertines

 

CHAPTER 2 / 한국행, 그리고 화난 곰

 

Q. 한국에 오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Computer Science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 곧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직장을 얻어 일을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6개월 정도 근무하다 그만두게 되었죠.

Q. 포기가 빠르시네요. (웃음)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사무실 안에서 얘기도 잘 안 하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보는 일들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진짜 재미없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는 돈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 즈음에,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배낭여행을 다녀온 다음에는 다른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어머니 추천 때문이에요. (웃음) 어머니가 영어 가르치는 일을 해보는 게 어떠냐 추천했고, 저도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죠. 한 달 정도 고민하다 그렇게 한국에 들어오게 됐어요.

Q. 일전에 하세가와 요헤이님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당시 우연히 듣게 된 신중현과 엽전들 음악에 스파크가 튀어 한국에 오게 됐다고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패트릭도 한국 음악을 계기로 한국에 오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없어요. (일동 웃음).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중에, 주위 친구들이 모두 일본 혹은 중국을 추천해줬어요. 실제로 중국이나 중국에 가본 친구들도 있었죠. 그런데 한국에 와 본 친구들은 없었어요. 그렇게 오게 된 거죠.

Q. 일종의 도전이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고 싶었어요. 지금도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렇게 행동하는 편이죠. 많이 고민하게 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고요.

Q. 그렇다면, 서울로 처음 오게 된 시기는 대략 언제쯤 일일까요?

2006년이에요. 이제 딱 12년 됐어요. 다섯 군데 정도에 교사 신청을 했는데,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천안이었죠. 영어로만 말 할 수 있는 유치원이었어요. 천안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무작정 갔어요. 사실 천안에서 할 만한 일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한국 여행을 엄청 많이 가게 됐어요. 거의 주말마다 갔죠. 큰 도시는 거의 다 가봤고, 홍도나 울릉도, 흑산도 같은 곳도 갈 수 있었어요.

선생님으로 지내던 중에 거기서 일하는 동료 중에 기타를 치는 친구가 있었어요. 같이 음악할 사람을 찾고 있던 친구였죠. 저도 마침 천안에서 할 게 없으니 취미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참이라 이 친구랑 같이 재밍을 시작했어요. 어릴 때 연주하던 드럼을 그 때 다시 시작하게 된거죠. 베이스 치는 친구도 찾고, 그렇게 천안에서 2년 반 정도 지내면서 공연도 몇 번 했어요. 팀 이름도 있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나네요. 하하.

 

 

Q. 화난 곰(Angry Bear)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밴드도 함께 시작하게 되었죠?

서울을 포함해서 다양한 곳에서 영어를 가르쳤어요. 그러던 2008년, 우연히 강남에 있는 ‘레인보우 바’에 갔는데 그곳에서 당시 화난 곰 멤버 두 명이 어쿠스틱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드러머가 공석인 상황인 것을 알게 되고 제가 같이 하자고 제안했죠.

Q. 화난 곰으로 총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어요.

패트릭: 그 당시만 해도, 한국 팀과 외국 팀이 따로 공연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 팀들과 함께 공연하고 싶었지만, 일정을 잡기도 어려웠고 클럽에 섭외된다 해도 새벽 한 시쯤 무대에 올라가야 했어요.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활동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공연을 준비해서 한국 팀과 함께 공연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렇게 공연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화난 곰의 공연을 많이 열다가, 이후에는 자선 공연까지 (기획의) 범위가 넓어졌어요.

도연: 패트릭은 국적 구분 없이 재밌게 공연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렇게 한국 팀과 외국 팀이 함께 오르는 시리즈 공연을 열었죠. 제가 패트릭을 알게 된 시기도 그 때 쯤이에요. 6개월 정도 여러 공연장을 거치면서 공연을 했고, 그렇게 모인 입장료와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빛섬에서 2012년 무료 페스티벌을 열었어요. (시리즈 공연에) 한국 밴드를 섭외할 때부터, 페스티벌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어요. 지금 모인 입장료를 바로 주기보다는, 이 금액을 모아서 무료 페스티벌을 열고 그 때 같이 와서 공연을 하자는 이야기를 한거죠. 그렇게 한강에서 페스티벌이 열리게 됐어요.

Q. 처음 기획 공연을 준비할 때부터 페스티벌에 대한 구상이 있었다니 놀라운데요.

도연: 항상 몇 수 뒤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같이 일하기가 힘이 들기도 해요. (웃음)

패트릭: 그때 기획 공연과 페스티벌을 열면서 한국 팀의 라이브를 많이 봤고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에는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 저랑 친한 친구 한 명과 함께 한국인들에게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보자고 얘기했고, 그렇게 두인디가 시작됐어요.

 

2012년 9월  개최된 <Rock도 Music Festival>

CHAPTER 3 / 두인디를 시작하다

 

http://www.doindie.co.kr/

 

Q. 두인디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매거진이라고 으레 생각했어요. 두인디를 운영하는 패트릭이 외국인이고, 기사에 늘 영문 번역이 함께 있어서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도 있고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게 아니었네요. ‘한국인들에게 한국 음악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채널이 없잖아요. 한국의 인디 팀들은 라디오도 나오지 못하고 TV도 출연하기 어려웠죠. 개인 블로그조차 하는 사람도 많이 없었기에,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미디어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문 기사를 함께 실은 이유는 그냥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이에요. (웃음) 밴드들이 해외 공연을 위해 비자를 받을 때, 영어로 된 기사가 없으면 비자 받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영어로 된 기사를 만들었던 것도 있죠. 그렇지만 두인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목표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 음악을 알려주는 것이었어요.

Q. 처음 두인디를 만든 스타팅 멤버는 패트릭과 알렉스, 두 명이라고 들었어요.

패트릭: 네.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 친구였어요. 쾅 프로그램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났죠.

도연: 두인디를 기획하던 시기에 패트릭이 저에게 두인디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해줬어요. 저 역시 당시 한국 인디 문화를 좋아해서 홍대에 자주 가곤 했는데, 저도 음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공연 보는 것 역시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두인디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제가 느끼기에, 패트릭은 정말로 한국 음악을 서포트하기 위해 두인디를 만들었어요. 자기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팀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뒤에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아무 대가 없이 그러한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는 당시에 외국인인 패트릭이 그런 태도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어요.

Q. 두인디에 대한 소개글 중, 제가 흥미롭게 읽었던 파트가 있었어요. ‘We are not a company, We are fans of the scene’이란 글귀였죠. 지금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연스럽게 위 메시지에 수긍하게 되어요. 톱니바퀴가 들어맞는 느낌이에요.

패트릭: 이젠 좀 회사 같아요. (웃음) 하지만 태도는 변하지 않았죠.

 

CHAPTER 4 / Highjinkx

 

https://www.highjinkx.com/

 

Q) 올해 ‘Highjinkx(하이징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쉽게 말하자면, 두인디는 한국 팀에게 집중하지만 Highjinkx는 처음부터 해외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하는 브랜드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브랜딩을 다르게 한거죠.

Q) 두인디 기획공연인 <FWD>나 Highjinkx에서의 <Focus Asia>와 같은 공연들을 비추어 보면, 늘 떠오르는 신예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기회와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오프닝 아티스트’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요. 공연에 서는 아티스트는 늘 ‘CO-헤드라이너’라 생각해요. 특히 <Focus Asia> 공연이 그래요. 나중에 엄청난 아티스트를 데려오게 되면 조인트 헤드라이너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되도록 조인트 헤드라이너로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지난 차이니즈 풋볼(Chinese Football) 공연도 그렇고, 매닉 쉽(Manic Sheep), 짐앤스윔(Gym and Swim)이랑 했던 <Focus Asia> 공연들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아 밴드들 사이에 파트너쉽과 투어링 씬을 만드는 것이에요.

그리고, 한국 그룹이 없는 내한 공연은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큰 내한 공연에서 한국 인디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오면 씬이 훨씬 성장할 거예요. 라디오도, TV도 나오질 않으니 한국 분들도 인디 뮤지션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큰 공연에서 멋있는 팀들을 보여주는 게 맞다 생각해요. 그게 프로모터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기도 하고요. 돈도 중요하죠. 하지만 로컬 씬을 도와주는 것 역시 중요해요. 해외에 가면, 큰 헤드라이너 팀이 공연할 때 항상 멋있는 로컬 아티스트가 오프닝 액츠를 해요.

Q) 되려 ‘왜 연관 없는 밴드가 무대에 올라와서 시간을 잡아먹냐’는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해요.

그런 사람들은 무시하면 되요. (일동 웃음)

 

 

Q) 말씀하신 ‘투어링 씬’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이하 끝잔향)과 함께 진행한 영국 투어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패트릭: 네. 앞으로 끝잔향과 같은 투어 형태를 아시아에서도 만들고 싶어요. 한국 밴드와 맞는 해외 밴드들을 매칭해서 공연을 만들고, 이렇게 매칭한 팀들이 돈독해지면 나중에 반대로 공연을 가질수도 있고요. 그렇게 아시아 간의 파트너쉽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Focus Asia> 공연을 통해서 아도이가 태국을 가게 됐어요. 짐앤스윔의 매니저가 아도이를 초대했죠. 앞으로도 그런 파트너쉽이 계속 생기면, 밴드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거에요.

도연: 사실 저희는 꽤 전부터 ‘아시아’를 생각했었어요. 왜냐면 가깝잖아요. (웃음) 비용도 훨씬 유럽에 비해 적게 들고, 어떠한 이야기가 오가도 좀 더 빨리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죠. 실질적으로 어떠한 일들이 진행되기에는 (아시아가)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태국이나 인도를 포함해서 아시아 음악 씬들이 계속 커지고 있어요. 해외 프로모터나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그들이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결국 성사되지 못하는 이유가 많겠지만, 일단은 한국 내에 씬이 탄탄하지 못한 것도 있고 한국 내에서 투어했던 선례가 없기 때문에 막막함이 들 거에요. 언어적 장벽도 분명 있고요.

<Focus Asia> 같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굳이 저희를 거치지 않더라도 밴드와 밴드 간의 확장과 연결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음악이니까요. (웃음) 음악은 확장성이 넓잖아요. 이러한 뮤지션간의 네트워크가 저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면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밴드끼리 이러한 경험들을 교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패트릭: 끝잔향과 함께 영국 투어를 했던 EYRE LLEW가 10월에 서울로 와요. 끝잔향이 유럽 투어 출발하기 전부터 한국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쳤어요. EYRE LLEW와 끝잔향이 영국에서 13개 정도 공연과 페스티벌을 끝냈고, 이젠 EYRE LLEW도 한국에 와서 열 번 정도 공연을 가질거에요. EYRE LLEW는 한국 포함해서 중국, 대만, 싱가폴에서도 공연이 있을거고요. EYRE LLEW가 아시아 투어를 하게 되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끝잔향과 함께 투어를 한다고 보면 되요. 아마 EYRE LLEW, 끝잔향의 스플릿 EP 앨범도 나올거에요. 이번 투어 익스체인지와 같이 한국 아티스트에게 좋은 기회가 될 프로젝트들을 앞으로 많이 만들고 싶어요.

 

 

Q) 추후 <Focus Asia>를 통해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은 팀이 있다면요.

패트릭: 그런 그룹은 많죠. 하하. 최근 일본의 D.A.N.이라는 팀에 관심이 생겼어요.

도연: 저희는 관심 생기는 팀이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하는 편이에요. (웃음) <Focus Asia>를 시작으로 양 쪽 나라에 각 밴드들이 소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Focus Asia>의 다음 스텝이 ‘투어 익스체인지’가 될 수 있는거죠. 거기서 더 확장이 되면 더 큰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는거고요. 지금은 저희가 구상하는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으로 ‘Highjinkx가 그리는 미래 계획’을 준비했지만, 아시아 시장에 대한 고민이나 투어 익스체인지와 같은 좋은 이야기들을 다 해주셨어요. (웃음)

도연: 저희가 작년에 두인디 이름으로 부산 팀이랑 같이 공연을 몇 번 했어요. 지방 밴드들을 서울에 부르고, 반대로도 공연을 하는 식이죠. 당연히 돈이 별로 안 남죠. 하지만 그러한 공연들이 큰 공연들보다 훨씬 중요하다 생각해요. 패트릭과 제가 자주 하는 대화가 있어요. ‘우리가 나중에 아무리 커져도 이런 공연들을 계속 해야 된다’는 이야기요.

영국 같은 나라는 지방마다 씬이 발달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도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 거에요. 계속 교류가 일어나면서 씬이 발전했을거고요. 사실 현재도 많은 한국 팀들이 홍대에서만 공연을 가져요. 처음엔 사람도 없고 어려움이 많이 발생하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면, 더 많은 공연이 생길 수 있는 발판이 될거에요.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죠.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Editor / kixxikim
joydivision@poclanos.com

쓸데 없는 것을 모으고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쓸데 없는 것들을 삽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황인경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전기뱀장어의 보컬 황인경이 작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프로젝트 ‘열두 개의 이야기’는 매달 한 곡, 하나의 공연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입니다. 2017년 9월의 첫 번째 싱글 [늙은 개의 여행]으로 시작해 어느새 마지막 하나의 싱글만을 남겨둔 황인경에게 추천곡을 부탁했습니다.


황인경

 

황인경 / 깨진 빛 (2018.09.09)

매 싱글에 곁들여지는 곡에 대한 짧은 에세이는 황인경이 직접 씁니다. 황인경의 글은 곡에 대해 조금 깊이 다가가게 할 뿐만 아니라 한 편의 글로써도 온전한 힘이 있습니다. [깨진 빛]에서 황인경은 대도시 서울에 대한 다면적 감정을 ‘서울 –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와 ‘하드보일드한 도시의 밤’이란 두 개의 글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11번째 싱글 ‘깨진 빛’에 담긴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지요.

지금까지 발표한 그의 솔로 작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진다면, 음악과 함께 앨범 소개에 담긴 황인경의 글을 함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글로 인해 황인경의 음악이 다시 한번 더 듣고 싶어진다면, 매달 싱글과 함께 선보이는 황인경의 라이브 공연도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그리고 바쁜 음악 활동 중에도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보내온 황인경이 좋아하는 곡들, 그리고 곡마다 얽힌 그의 개인적 이야기까지 더해진다면, 솔로 뮤지션으로서 또 다른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 있는 황인경과 그 음악에 한층 공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황인경이 추천합니다.

 

Thao with The Get Down Stay Down – Cool Yourself

지극히 내 취향의 경쾌함이 담긴 곡이다. 어딘가 느슨한 목소리와 로파이한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게 좋다. 브라스와 피아노가 곡을 컬러풀하게 덧칠해주는 것도 즐겁다.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 기타를 하나 샀는데, 평소 사용하던 펜더 텔레캐스터(Fender Telecaster)와는 꽤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길드(Guild) 풀할로우 바디의 기타다. 이 팀의 보컬리스트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타오 응우옌(Thao Nguyen)이 길드 풀할로우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샀다. 나의 덕질.

 

Sufjan Stevens – Mystery of Love

영화 <Call Me By Your Name> 사운드트랙으로 잘 알려진 곡이다. (정작 영화는 보지 않았다.) 섬세하게 잘 짜여진 악기와 목소리의 편성이 완벽하게 조화롭다.

 

Beck – End of the Day

나에게 있어 수프얀 스티븐스가 라이징 스타라면 벡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나의 롤모델이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이렇게 잘하기 있나. 진정 자유로운 음악가.

 

Sunset Rollercoaster – Summum Bonum

올해 본 라이브 중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의 내한 공연이었다. 지극히 레트로한 음악이지만 마냥 복고라고 하기엔 세련되고 현대적인 변주가 영민하다.

 

John Paesano & Braden Kimball – Main Title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데어데블>의 오프닝 테마곡이다. 비정한 도시에서 비장하게 살아가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 데다, 여자친구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고, 늘상 악당에서 얻어맞고 다니는) 슈퍼 히어로의 무드가 잘 담겨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전반적으로 좋아서 즐겁게 보았던 마블 시리즈.

 

Cigarettes After Sex – K.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소편성의 악기로 어떻게 좋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드는지 관심이 많이 생겼다. 좋은 재료를 아주 간결하게 조리한 음식을 먹는 기분. 세심한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Edward Sharpe & The Magnetic Zeros – Home

지극히 히피스러운 자유로움이 두 팔 가득 안기는 그런 곡이다. 타이트하게 잘 짜인 곡들을 한참 듣다 보면 이렇게 느슨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이 있는 곡을 다시 찾게 된다. 귀 기울여 듣기보다 몸을 슬쩍슬쩍 흔들며 따라 부르다 보면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 든다.

 

The National – Fake Empire

정말이지 근사한 목소리. 절제된 감정 때문에 더 애틋한 기분이 드는 곡이다. 내셔널은 곡의 편성이나 리듬의 사용이 굉장히 지적인 느낌을 주는 밴드다. 올해 들어 가장 사랑하게 된 팀.

 

Pavement – Cut Your Hair

작년부터 ‘랏도의 밴드뮤직’이라는 애플리케이션 라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프닝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바로 이 곡이라 이제는 좀 질릴 만도 한데,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INTERVIEW] <무너지기> 그 두 번째 이야기, Summer Soul 인터뷰

INTERVIEW / Summer Soul

공중도둑 [무너지기] 그 두 번째 이야기
Summer Soul의 시선으로 바라본 [무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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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도둑의 인터뷰 최초 구상안은 이랬다. [무너지기]라는 앨범을 놓고 공중도둑과 Summer Soul 두 사람이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조명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공중도둑과 동시에 Summer Soul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두 인물의 답변을 하나의 포스트에 실을 계획이였다. 그런데, Summer Soul의 답변지가 (예상치 못하게) 큰 볼륨으로 도착했고, 부득이하게 두 편으로 나뉘어 공개하게 되었다. 사려깊은 가사와 섬세한 멜로디/사운드 메이킹으로 [무너지기]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맡았던 Summer Soul과의 인터뷰를 지금 소개한다.

 

 

Q. 포크라노스 매거진을 읽게 될 분들을 위해 간단한 첫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공중도둑이 선택한 보컬 Summer Soul입니다. (웃음) 다작의 협업과 개인 작업물들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에요. 이번 공중도둑의 [무너지기] 앨범에서는 작사와 보컬로 참여했어요. 정말 즐거웠고 많은 걸 배우고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함께할 신보들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공중도둑의 앨범 참여진으로 Summer Soul이 함께했다는 것에 다소 의아함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로파이와 노이즈로 점철된 공중도둑의 음악과 그간 섬머 소울이 발표한 트랙들과의 결이 많이 달랐기에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어 Summer Soul이?’라며 놀라시는 분들은 잘 못 봤어요. (웃음) 의아함은 아니지만 이런 댓글은 본 적 있어요. ‘Summer Soul 목소리랑 조화가 대단하다.’라는 댓글이요. 목소리가 좋다는 말보다 이런 말들이 훨씬 좋았어요. 하나 또 생각나는 건 ‘우연히 왔는데 이곳에서 Summer Soul까지 보게 됐네.’라는 댓글인데, 이것도 일종의 의아함이겠죠? (웃음)

공중도둑님이 워낙 또 숨은 고수셔서 매니아층이 많은데 그중 저를 알던 분들은 더욱이 드물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대신 역으로 제 기존 팬분들이 공중도둑의 음악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음악 자체로 의아해한다랄까요? (좋은 뜻의 의아함입니다!) 공중도둑과 같은 유일무이한 음악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에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공중도둑의 팬분들이 이번 앨범 나오기 이전부터 저를 알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싶어서 조금 아쉬워요. 저였다면 공중도둑과 Summer Soul의 조합이 꽤 흥미로울 것 같거든요. 저 또한 처음 같이 작업을 시작할 때 어떤 그림이 나올까, 어떤 음악이 나올까, 우리의 감성이 어떤 식으로 섞일 수 있을까 하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제가 했던 협업 중에 가장 애착이 갔던 그리고 열정이 들끓던 작업이었어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Q. 공중도둑과의 첫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처음 공중도둑과의 만남은 2년 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였어요. 처음 접했던 음악은 ‘기다림’이라는 곡이었고, 당시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어떤 틀도 무시한 오로지 공중도둑만의 음악이었으니까요. 아, 이 사람은 오리지널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때는 음악을 막 시작했던 때라 공중도둑의 음악을 이해하고 또 그 매력에 빠지기까지엔 꽤 시간이 걸렸어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느새 제 플레이리스트에 공중도둑의 음악이 빼곡히 자리잡혀 있었죠. 아빠 차에도 넣어서 밖에 나갈 때도 항상 듣곤 했어요. (웃음)

꼭 한번 연락해 보고 싶어서 유일한 연락망이었던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로 연락을 드렸어요. 사실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는 너무 불편해서 연락이 안 될까 봐 정말 조마조마했지만 답장을 주셔서 그렇게 인사만 하고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먼저 연락이 오셨더라고요!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제가 작사와 보컬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콜! 했습니다. 티는 안 냈지만 그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잠을 못 잤어요. 적극적이었던 그때의 제 행동이 없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Q.  4개의 트랙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너지기앨범의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Summer Soul님의 가사 역시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작사를 하는데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어떤 점들이 있었을까요.

사실 작사를 맡게 되었을 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예 다른 감성은 아니겠지만 그간 발표한 트랙들과 결이 달랐기 때문에 가사를 쓸 때 엄청 집중을 했어요. 전 제 앨범 만들 때도 이렇게 집중한 적이 없어요. 얼마나 집중을 해야 했으면 조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 방에서 혼자 공중도둑의 데모 음악을 무한재생했어요. 이번 앨범 가사를 쓸 땐 의미, 발음 그리고 곡의 분위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간단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의미와 발음 두 가지를 잡으려면 엄청 손이 가요. 신경도 많이 쓰게 되죠.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 오래 걸려도 30분이면 끝나지만 (이번 앨범은) 하루 날을 잡아서 아침부터 저녁 시간 때까지 틈틈이 가사 쓸 곡 생각만 내내 하다가 자기 전인 새벽 시간에 항상 바닥에 엎드려서 가사를 썼죠. 그러다 잠든 적도 꽤 있었는데 그러다 보면 가사를 쓰는 게 꿈에서까지 이어질 때도 있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가끔 꿈에서도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웃음)

이번 공중도둑님의 가이드 녹음을 들으면서 하나씩 들리는 키워드들이 있었는데 그 단어로 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재밌는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자면, 2번 트랙 ‘감은 듯’의 가사에 ‘흘러~’가 많이 들어가는데 원래 오디오는 ‘how long~’ 이었어요. 이 발음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한글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생각이 ‘흘러~’ 였고 그걸 토대로 가사를 써내려갔어요. 여담이지만, 저는 원래 한국어 가사를 정말 못 써요. ‘못 쓴다’는 말은 의미적으로는 잘 쓸 자신이 있는데 한국어 가사로 발음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무척 힘들다는 말이기도 해요. 공중도둑의 음악에선 영어를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설정한 이번 앨범 작사의 핵심 키워드 역시 ‘한글’이기도 했어요. 아, ‘곡선과 투과광’에 영어 가사가 등장하긴 하네요. 참고로 그 영어 가사는 공중도둑 님이 쓰셨어요.

Q. 최근까지 국외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무너지기앨범 작업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될 수 밖에 없었을 텐데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협업을 온라인상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딱 한가지만 빼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트랙이 ‘감은 듯’이에요. 그래서 사연이 참 많은 노래기도 한데, 이 이야기를 공중도둑님께 허락 안 받고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어요. (웃음)

‘감은 듯’의 핵심은 끊기지 않은 긴 호흡이에요. 1분 25초부터 약 10초 가량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 마지막 호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재녹음을 30번 정도 더 했던 것 같아요. 정말 거짓말 안 하고 그렇게 작업하니 손발이 저리고 현기증이 나더라고요. 원래 한 번 녹음을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서 끝내는 스타일인데, 손발이 너무 저려서 중간에 쉬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체력이 안 따라 주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몇십 번의 재녹음을 거치고 드디어 마음에 드는 테이크를 뽑고 녹음을 더 하는데 갑자기 강제 종료가 돼서 다 날아가버렸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죠. 이 곡도 너무 난이도가 높은 곡이라 날을 잡고 녹음을 했어요.

 

Summer Soul의 아카펠라 작업 중 일부

그렇게 여차저차 녹음을 2 테이크씩 완성시켜서 공중도둑님께 전달하고 몇 주 뒤에 완성본을 보내 주셨는데, 들어보니 제 목소리가 너무 로봇 같더라고요. 알고 보니 공중도둑님이 피치를 낮추신 것이었습니다! 낮은 음이 더 좋게 들리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미 고생을 했던 곡이라 그런지 재녹음을 부탁하기가 미안하셨는지 그냥 피치를 낮춰 버리셨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재녹음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낮춘 음에 맞춰 다시 녹음을 했어요. 웬만하면 자처해서 재녹음을 하려고 하지 않는 타입인데 제가 공중도둑 님을 좋아해서 귀찮고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제 앨범처럼 대하게 되었죠.

여기가 이야기의 끝인 것 같죠? 아니에요. 그래서 재녹음을 다 해서 보내드리고 수정본을 받았는데 어라? 피치가 또 올라가 있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그 수정본은 (소리를 만진) 티가 안나 재녹음을 하진 않았어요. 원래 ‘감은 듯’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부르기로 했다가 나중에 공중도둑 님 코러스가 추가가 된 케이스에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여담으로, 사실 저 곡 제목이 ‘현기증’이 될 뻔했어요. 제가 그렇게 하자고 제안드렸거든요. (웃음)

 

 

Q. 섬머 소울이 그리고 있는, 혹은 완성하고 싶은 음악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가지는 무엇일까요. 가능하다면, 그 이유도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이번 질문들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네요. 벌써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일단 제가 그리고 있는 음악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해방’이에요. 그 해방이 어떤 해방이던간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제 자신에게 억압을 많이 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음악할 때 방해가 되거든요. SNS를 포함하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차단하고 당분간은 음악에만 집중해 볼 생각이에요.

또 다른 키워드는 ‘실험’입니다. 저는 아직 음악으로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 한것 같지만 완성하고 싶은 음악적 세계에서의 키워드이기 때문에 넣었어요.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면서 제 음악 세계를 더 깊이 있게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제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제외한 새로운 악기들도 많이 배워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플룻이나 하프 같은 악기들이요. (엄청난 무리겠지요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 아무튼, 클래식한 악기들을 여러가지 배우고 싶어요. 나중엔 실제로 클래식 음악을 접목시킨 앨범도 내고 싶어요. 특히 낭만주의 (Romantic Era) 음악을 좋아해요. Claude Debussy의 ‘Pour le Vetement du Blesse’라는 곡이 있는데 특히나 좋아하고 이 곡은 연주도 했었어요. 살짝 TMI인 감이 있지만 발레도 배워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의미’ 또한 중요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무의미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제 음악을 통해서 저의 음악적 가치관과 생각들이 그대로 잘 전달되었으면 해요.

 

Q. 앨범 발표를 포함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사사로운 개인적인 소식까지그 어떤 형태도 좋아요.

20일 발표한 싱글 ‘I Feel Love’를 마지막으로 내년까지 개인 작업으로는 무소식일 예정이에요그럴 때마다 공중도둑의 무소식을 들어 주세요! (웃음사실 올해 초에 피처링 작업을 끝냈던 앨범이 하나 있는데 그게 아직까지 안 나오고 있네요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올해엔 나올 예정이랍니다제가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비교적 작업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항상 끝내고 나면 다른 트랙들보다 훨씬 일찍 끝나서 발매일이 엄청 늦어지더라고요그래서 몰아서 나올 때가 많아요.

9월에는 해외 유통의 곡이 두 개 정도 나올 거예요하나는 외국 학교 다녔을 때 친했던 선배 곡에 보컬로 참여했고나머지 하나는 Barrett Marshall이라는 미국 프로듀서와 함께한 두 번째 싱글 앨범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Fantasy라는 곡을 같이 했던 분입니다.) 그 외에 것들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요즘엔 피처링도 많이 안 하려고 생각 중이라 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EP 앨범은 내년 초꽃샘추위가 올 때쯤 나올 것 같습니다. Charming Lips와 함께한 앨범도 내년에 나올 것으로 계획 중이고요공연은 올 가을에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아직 다른 공연들은 신중히 생각 중이라 구상 정도만 하고 있어요앞으로도 공중도둑 님과 작업을 함께할 것 같아 이 부분 역시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날짜를 기약할 수는 없지만공중도둑과의 공연도 곧 보러 오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나이트오프(Night Off)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2018년 한국 인디 신에서 가장 흥미로운 조합을 선보인 언니네이발관의 이능룡과 못Mot의 이이언의 프로젝트 나이트오프(Night Off). 각자의 밴드에서 선보였던 음악과는 조금 다른, 둘의 협업이 만들어낸 색다른 변화가 반가운 음악 팬이라면 두 멤버가 추천하는 곡들 또한 반가울 것 같습니다. 이능룡과 이이언의 추천곡들을 지금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만나시길 바랍니다.

 


나이트오프(Night Off)

 

나이트오프(Night Off) / 우린 매일매일 (2018.08.30)

올 연말 발매 예정인 미니 앨범에 앞서 꾸준히 곡 작업 중인 나이트오프가 지난 6월 발표한 첫 싱글 [Take A Night Off]에 이어 어느새 두 번째 싱글 [우린 매일매일]을 공개했습니다. 신곡 ‘우린 매일매일’은 특별하고 거창한 삶의 목표나 이유가 아닌, 매일을 살아가며 느끼는 작은 감정들을 단순한 멜로디에 담았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음악 작업뿐만 아니라 프로필 사진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두 멤버는 바쁜 활동 중에도 매주 목요일 밤 9시마다 1분짜리 자체 제작 SNS 라디오 방송 DJ로도 활약 중입니다. DJ 이이언과 DJ 이능룡, 일명 ‘언디’와 ‘룡디’가 멋진 목소리로 소개하는 곡들은 한 번 들으면 매주 꼭 챙겨 들을 수밖에 없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일주일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 나이트오프의 SNS 라디오 ‘외출이 허용되는 밤’의 애청자분들을 위해, 그리고 두 DJ의 방송을 미처 들어보지 못한 음악 팬들을 위해 포크라노스의 ‘추천의 추천의 추천’이 6곡을 준비했습니다. 이능룡과 이이언, 각자의 취향이 담긴 추천곡들과 함께 나이트오프의 음악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나이트오프가 추천합니다.

Superorganism – Something For Your M.I.N.D.

“쿨하고 신비롭고 귀여운 음악의 밴드, 슈퍼올가니즘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싱글입니다. 최근에도 여전히 재밌고 멋진 곡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곡의 매력이 가장 귀에 남는 것 같아요.” (이이언)

 

MGMT – When You Die

“이 사람들은 수상하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과 인생의 숨겨진 비밀에 대하여? 나는 의심합니다. 그들은 시스템의 관리자이다. (뮤직비디오의 비주얼이 정말 훌륭한데, 징그럽고 무서운 장면이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이이언)

 

King Krule – Biscuit Town

“장르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킹 크룰 표 음악. 요즘 유행 중인 chill한 무드의 음악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어떤 비정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킹 크룰은 작년에 발표한 싱글 ‘Czech One’을 기점으로 힙합/재즈적 요소들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한 차원 레벨업을 한 듯한 느낌이에요.” (이이언)

 

Courtney Barnett, Kurt Vile – Over Everything

“날 좋은 날 헐렁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노래 부르는 커트니 바넷과 커트 바일. 마음은 편안해지고 왠지 모를 용기가 생긴다. 피치포크(Pitchfork)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되어 있는 이 한없이 자유로운 뮤지션들의 해변 라이브를 찾아보세요.” (이능룡)

 

송은지 – 불법의 잔

“환상적인 동화 한 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송은지 씨의 앨범 타이틀곡. 정갈한 편곡과 나긋하지만 에너지로 가득한 송은지 씨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조용히 그녀의 손에 이끌려 비밀스런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느낌.” (이능룡)

 

Lisa Ono – Mr. Tom

“추억을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노래가 있기 마련인데, 리사 오노의 이 노래를 들으면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았던 개인적인 시절이 떠오른다. 잠시 기분을 환기할 때 듣는 노래. 한편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솔로 라인을 가지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능룡)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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