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을 첫 싱글 ‘불꽃들이 터지면’을 시작으로 꾸준히 싱글을 공개 중인 싱어송라이터 탐구생활이 포크라노스로 추천곡을 보내왔습니다. 탐구생활이 꾸준히 그려내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면모에서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추천곡들과 함께, 음악이 전하는 즐거움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만나시길 바랍니다.
탐구생활
탐구생활 / 점과 선 (2018.10.25)
특유의 몽환적 무드의 크랜필드와는 달리, 우리가 발 디딘 현실의 언어와 표현들로 무겁지 않은 기타 팝을 선보이고 있는 탐구생활은 일상의 단면들을 부지런히 음악으로 그려내는 중입니다. 거창한 인생을 노래하진 않지만, 행복, 사랑, 사람을 담은 탐구생활의 음악엔 인생에서 꼭 필요한 요소는 다 담겨있는 듯합니다. 그것도 담백하게요.
가벼운 미소가 지어지는 일상의 사진을 보는 듯한 탐구생활이지만, 보내온 추천곡들 곳곳엔 의외성이 가득합니다. 이상요상한 신예 래퍼(!)를 시작으로 70년대의 이탈리아 영화 음악, 거기에다 거대한 야외 파티가 떠오르는 슈퍼스타 DJ까지, 인생만큼 예측하기 힘든 면모를 드러내는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탐구생활이 전하는 즐거움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탐구생활이 추천합니다.
Hobo Johnson – Peach Scone
이제는 국내에서도 제법 유명해진 ‘NPR Tiny Desk Live’의 2018 contest 영상을 통해 알려진 미국의 신예 래퍼. 하지만 단지 래퍼라고 하기에는 그 포지션이 너무도 독특하다. 동네 친구들만 모아 급조한 듯한 밴드 러브메이커스(The Lovemakers)의 미니멀한 반주에 맞춰 쏟아내는 이상요상한 라이밍과 맛깔 나는 보컬 톤,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표정과 액션들이 기분 좋은 혼란의 사운드를 만든다. 음원도 준수하지만, 라이브가 워낙 매력적이라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된다.
Armando Trovajoli – Dramma della gelosia
이탈리아 영화음악의 거장 아르만도 트로바졸리가 작곡한 1970년작 영화 ‘Dramma della gelosia(질투의 드라마)’ 메인 테마. 다른 세계와 시대의 음악에서는 당연하게도 다른 풍경이 느껴지는데 가끔 그런 음악에 푹 빠지는 일은 너무도 즐겁다. ‘질투의 드라마’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낭만적이다.
The Vaselines – You Think You’re a Man
거칠게 보이려 애쓰는 듯한(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 마이너 풍의 전주가 끝나면 밝고 귀여운 멜로디들이 쏟아진다. 상반되는 곡의 진행이 자신이 어른이라 생각하는 애 같은 남자에 대한 가사를 더 재미있게 들리게 한다. ‘남자는 10살 이후로는 전혀 자라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The Magnetic Fields – The Book of Love
밴드가 99년에 발표한 [69 Love Songs]는 제목 그대로 69곡의 사랑 노래가 담긴(CD 한 장에 23곡씩 3CD) 무지막지한 앨범이다. 이 앨범을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사준 적이 있었는데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 그가 가장 좋다고 했던 곡이 바로 ‘The Book Of Love’였다. 나는 평소 앨범에서 귀담아듣지 않았던 곡인데 새롭게 들려왔다. 중후한 목소리로 낭만과 희극을 오가는 가사가 근사하다.
Fatboy Slim – The Rockafeller Skank
그냥 이런 음악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설레고 신난다. 혹자는 이 곡을 들으면 98 프랑스 월드컵 하이라이트 영상이 떠오른다고 하지만, 나는 그때 축구를 보지 않아서 이 끝내주는 곡을 축구에 대한 연상 없이 실로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 음악은 정말 여러 방식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4분 하이라이트.
Nick Drake – Know
기타 연주만 생각나고 제목이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아 모처럼 닉 드레이크 전집을 뒤졌다. 이 노래는 그런 노래다. 어쿠스틱 기타 4, 5번 줄로만 연주되는 단 4개의 음 위에 허밍과 가사 역시 반복될 뿐이다. 노래가 끝나면 ‘내가 뭘 들은 거지’ 싶으면서도 내가 그 순간에 깊이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하게 된다. 이 노래는 그런 노래다.
Bill Evans – Come Rain or Come Shine
러닝 중에는 재즈를 듣지 않는다. 달릴 때 몸의 일정한 리듬에 방해가 되어 상대적으로 더 피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좀 다르다. 가사 없이 연주로만 채워진 재즈 앨범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유연한 사고에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음악보다 글을 더 자주 쓰고 있어서 그런지 [Portrait In Jazz(1960)]의 첫 트랙인 이 곡을 들으면 당장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 글 역시 그렇게 쓰여진 글이다.
싱글 [Night Drive] 이후로 2년 반 만에 컴백한 이채언루트. 무려 첫 정규 앨범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반가움이 배가되는 가운데, 두 멤버가 포크라노스로 보내온 각자의 추천곡까지 더했습니다. 이채언루트의 새 앨범과 함께 강이채, 권오경이 나누는 음악적 즐거움도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이채언루트
이채언루트 / Echae en Route (2018.09.18)
2015년 데뷔 EP [Madeline]으로 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 부문 후보에 선정되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채언루트가 데뷔 후 3년 반의 시간을 담은 첫 정규 앨범을 공개했습니다. 바이올린과 베이스라는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구성에 강이채의 독보적인 목소리가 더해져 이채언루트만의 음악 세계를 공고히 그려낸 앨범입니다.
반가운 앨범과 함께 멤버 강이채와 권오경이 보내온 추천곡 리스트는 그간 새로운 곡을 기다렸던 팬뿐만 아니라 이채언루트의 음악에 갓 빠지게 된 음악 팬들 모두에게 반가운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이채언루트가 추천합니다.
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
처음 이 노래를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 션 멘데스의 그루비(groovy)한 목소리에 반해 듣다가 그 후에 들었을 땐 이 곡 구성이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의 ‘Strasbourg / St. Denis’를 연상시켜서 재밌다고 느낀 노래이다. 단순한 비트와 코드 위에서 션 멘데스의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강이채)
Mumford & Sons – Snake Eyes
기존의 멈포드 앤 선즈 사운드 영역에서 많이 벗어난 곡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영화 비하인드신을 보듯 이 밴드의 숨겨진 면을 사랑하게 됐다. 이 곡의 라이브 뮤비를 보며 더욱 그렇게 느꼈다. (강이채)
The 1975 – She Lays Down
The 1975 두 번째 정규앨범의 마지막 트랙. 팬으로서 앨범 전곡을 가사 하나하나 소리 하나하나 주의 깊게 듣다가 나온 이 마지막 트랙에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한참 멍하니 서서 듣게 되었다. 맷 힐리(Matt Healy)의 회상이 담긴 가사는 따뜻한 소리와 언밸런스를 이루며 그 장면들로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강이채)
James Blake – Retrograde
음악 팬이라면 제임스 블레이크를 모르기 쉽지 않지만, 혹시나 아직 접할 기회가 없었을 분들을 위해 선곡했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아티스트라 생각하므로. (강이채)
방탄소년단 – Euphoria
딱히 이유랄 것은 없고 요새 즐겨 듣는 노래 중에 하나라 선곡해보았다. 기타가 가미된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하는 건 물론이고 노래를 이렇게 잘했던가 생각하게 되었다. (권오경)
Yellow Days – A Little While
스페인 페스티벌을 보러 갔을 때 인상 깊게 본 아티스트이다. 라이브에선 특이한 그의 ‘yeah’가 남발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재미가 2배였다.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시길. (권오경)
Boy Pablo – Dance, Baby!
이 아티스트 역시 유투브 디깅 중에 눈에 보이던 아티스트였다. 라이브 영상을 무조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어려지고 싶어지는 자괴감은 또 다른 선물. (권오경)
Mndsgn – Camelblues
확실한 자기 색을 보여주는 아티스트이고 신스와 비트, 그리고 아날로그한 감성까지 충만하다. 누군가 요새 뭐 들어, 물었을 때 조금 있어 보이고 싶다면… 마인드디자인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그만큼 느낌 가득이다. (권오경)
이미 10월이 많이 지났지만(…) 나는 포크라노스의 좋은 음악을 다시 한 번 꺼내 들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 좋은 인디 트랙을 소개했을 때 좋았던 반응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싱글 단위로 나오는 곡을 다시 소개해보고자 한다. 정규나 EP 단위와 비교하면 좀 더 빨리 잊히는, 싱글 단위로 나오는 작품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엄선했다.
서울문 – 럭키룩키
보컬과 기타에 김혜미, 드럼에 신혜미, 베이스와 신스에 이루리가 있는 3인조 밴드 서울문은 올해 꾸준히 좋은 싱글을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싱글을 계속 발표하는데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서 안타까울 정도다. 단순히 밝고 경쾌한 팝 곡이라고 소개하기엔 그러한 경쾌함을 잘 살리는, 흔히 듣기 힘든 각종 소리 장치와 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까데호 – 옆에 (feat. 정기고)
화분, 세컨 세션, 헬리비전 등의 밴드를 하며 음악성으로는 이미 충분히 인정을 받는 이태훈, 쟈니로얄부터 서사무엘 밴드까지 다양한 음악적 여정을 거쳐오며 역시 그 실력을 인정받는 최규철, 여기에 마찬가지로 윈디시티를 비롯해 꾸준히 활동해온 김재호까지 밴드 구성원인 세 사람은 이미 오랜 시간 활동했고 그 존재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정기고까지 가세했으니, 그 깊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리코 (Rico) – Love My Baby
꾸준히 싱글 단위로 세련된 곡을 선보여온 리코가 이번에는 기존 알앤비의 문법에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90~00년대 알앤비를 재현하는 리코는 역설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확실하게 성장했음을 들려준다. 과거 리코의 곡이나 그가 과거 커버 곡으로 선보였던 공연 [RICOVERs]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는 탄탄한 기본기로 언제든, 어디서든 완성도를 보장하는 리코가 된 것이다.
에이민 (a.min) – Daydream
기린이 아닌 퍼프 대희가 참여했다. 퍼프 대희의 등장만으로 이 곡이 어떤 느낌을 가져가는지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곡은 간결한 소리 구성 속 신스와 보컬이 교차하며 만드는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퍼프 대희는 퍼프 대디보다 더욱 퍼프 대디같고 멋지다(좋은 의미에서). 심플하면서도 섬세함이 돋보이는 전개는 편안하게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가볍게 흘려듣기보다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미끄럼틀 (feat. SUMIN)
소울, 훵크, 디스코 음악을 하는 밴드, 독특한 비주얼과 편성, 안무가 늘 눈에 먼저 띄는 술탄오브더디스코를 설명할 방법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데도 이번에 하나가 더 추가된 느낌이다. 술탄오브디스코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음악가 수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제대로 알앤비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기다리는 정규 2집은 곧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Gila – Shimmer
바이바이배드맨의 보컬 정봉길이 Gila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첫 곡 “Shimmer”를 발표했다. 대부분 작업을 혼자 했다고 하며, 세련된 전개의 팝 넘버를 선보인다. 바이바이배드맨의 정봉길과는 묘하게 겹치는 듯 다른 모습이라 비록 한 곡밖에 들려주지 않았음에도 더 많은 곡을 듣고 싶게 만든다.
레트로와 모던의 경계를 능숙하게 넘나드는 밴드 최첨단맨은 이제 갓 싱글 2장을 발표한 신인 밴드입니다. 하지만, 네 멤버들의 지난 활동 이력, 그리고 각각의 음악적 스타일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저 신인 밴드가 아니란 사실에서 나아가 이들이 보여주는 현재의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는지 느껴질 것입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보내온 멤버들의 음악적 취향을 통해 최첨단맨의 음악을 조금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실 수 있길 바랍니다.
최첨단맨(ultramodernista)
최첨단맨(ultramodernista) / Whiskey (2018.08.22)
솔로 프로젝트 휴키이스(Hugh Keice)의 휴(Hugh), 그리고 스웨덴세탁소,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We Hate JH)의 이상근과 정진욱, 버클리 음대 수료 후 귀국한 댄(Dan)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멤버들이 최첨단맨이란 이름으로 초특급 모던한 변신을 꾀했습니다. 지난 6월 싱글 ‘Koriga’를 시작으로 고전적 디스코를 현대의 감각적인 터치로 풀어낸 이들은 얼마 전 두 번째 싱글 ‘Whiskey’를 선보였습니다.
독주 같은 사랑에 대한 단상을 레트로 디스코로 풀어낸 새 싱글 ‘Whiskey’를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조금씩 세상에 드러내고 있는 밴드 최첨단맨.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운드의 이들이 보내온 플레이리스트 역시 시대를 넘나듭니다. 최근 큰 인기몰이 중인 신예 아티스트 예지(yaeji)와 레이니(LANY)부터 그 누구보다 세련된 사운드로 여전한 놀라움을 안겨주는 음악계 대선배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그리고 에어(Air)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멤버들의 취향은 최첨단맨이 선보이는 음악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최첨단맨이 추천합니다.
John Martyn – Small Hours
본 코너를 작성하는 지금 멤버 모두 일본에 와있다. 태풍이 성큼 다가와 온종일 축축한 와중에 비를 피해 들어온 식당. 지친 몸을 녹이는 상기된 입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묘하게 긴장이 풀리며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작은 시간들. 우리에겐 전부와 같은 순간들. (휴)
yaeji – raingurl
비가 와서 레인걸. 그녀의 충격적인 춤사위와 고급진 사운드. 비가 올 때 감성이 터지기보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도 괜찮지 않나. (휴)
LANY – Super Far
뮤직비디오 꼭 보세요. (이상근)
Red Hot Chili Peppers – Dark Necessities
저 나이에 저렇게 힙할 수 있나요? (이상근)
Air – Run
프랑스의 아티스트 Air 추천합니다. 실험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심오한 멜로디와 분위기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Run run run run.. 후렴에서 반복되는 run이라는 가사가 머릿속에 여운으로 남네요. (댄)
Telefon Tel Aviv – John Thomas on the Inside Is Nothing but Foam
일렉트로닉/엠비언스 음악을 좋아하시면 강추합니다. 기계적인 사운드의 리듬과 몽실몽실 피어나는 구름 같은 신스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 내는 곡입니다. (댄)
Shayna Steele – Kiss That Girl
학교에서 우연히 듣게 된 곡이에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샤이나 스틸의 첫 정규앨범 [I’ll Be Anything]에 수록된 곡이고, 항상 들어도 질리지 않는 기타 사운드와 악기와 보컬의 섬세한 강약 조절이 포인트가 되는 음악입니다. (정진욱)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인데요.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멍하니 음악을 듣고 있는 절 발견하게 될 때가 많아요. 그중에서도 데미안 라이스의 데뷔곡이자 데미안 라이스를 알리게 된 곡, ‘The Blower’s Daughter’를 추천합니다. (정진욱)
올 초 첫 정규 앨범 [Last of Everything We Were]을 발표한 이후로 ‘EBS 헬로루키 with KOCCA’ 상반기 헬로루키로 선정되고, ‘2018 그린플러그드’, ‘스마일 러브 위크엔드’ 등 인기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등 놀라운 기세로 성장 중인 팝 밴드 키스누를 포크라노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코너로 만나봅니다.
Kisnue(키스누)
Kisnue(키스누) / Same (2018.09.20)
“가장 상투적이고 상업적인 80년대의 오마주”라는 표현과 함께 음악 신에 등장한 키스누의 음악은 멤버들이 영향을 받았던 팝 음악의 감성과 사운드뿐만 아니라 당시의 전반적인 문화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빛나는 팝의 시절, 청춘의 시절을 반짝이는 신스팝 사운드와 인상적인 멜로디에 담은 키스누의 음악은 평론가와 영민한 리스너들의 호평 속에서 눈부시게 성장 중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던 송은석과 익시, Maan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던 최상일, 그리고 최근 팀에 합류한 최준영까지 키스누의 세 멤버들이 보내온 추천곡들에서는 각자의 생각과 정서가 드러나는 동시에 키스누 음악의 베이스가 된 팝 음악과 문화가 느껴집니다. 기분 좋은 무드와 함께 반가움 마음마저 싹트는 추억 속 명곡들까지 키스누가 전해온 팝의 정수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키스누가 추천합니다.
Mew – She Came Home For Christmas
평생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선택하는 곡. 어릴 때부터 매년 크리스마스에 이 노래를 틀고 지나온 1년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 곡이 수록된 [Frengers] 앨범 전체를 추천합니다. (최상일)
Mister Lies – Deepend
내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가장 큰 방향을 제시한 곡입니다. 역시 이 곡이 수록된 [Shadow] 앨범도 추천합니다. (최상일)
Avril Lavigne – My Happy Ending
발매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들으면 너무너무 설렙니다. 멋진 기타 소리와 멋진 드럼 소리, 말이 필요 없는 보이스, 좋은 소리들로 이루어진 듣기 좋은 곡! 강추! (최상일)
The 1975 – Sincerity is Scary
가사에서 작사한 사람의 성격과 생각의 변화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노래들을 좋아해요. 언젠가 제가 이 노래를 듣고 이 사람을 이해하듯이 누군가가 저의 가사를 보고 저를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송은석)
Sufjan Stevens – Futile Devices
제가 생각하는 ‘사랑’을 노래로 표현한다면 이 곡일 거에요. 늦은 오후 햇살에 뒤척이는 이불에서 나온 먼지가 부서지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송은석)
The Pointer Sisters – I’m So Excited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에요. 어설픈 춤이지만 들을 때마다 춤을 추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송은석)
Earth Wind & Fire – September
70년대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다들 아시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간략하지만 확실한 베이스라인, 맛있게 치는 기타 리프, 기분 좋은 드럼과 퍼커션, 흥겨운 멜로디까지 흠잡을 곳이 없네요. (최준영)
Ray Parker Jr. – Ghostbusters
70년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80년대 곡들은 신스베이스를 사용하는 사운드가 많고 후렴구에 “Ghostbuster!” 외치는 게 너무 기분 좋아 보이더라고요. 키스누를 시작하면서 많이 듣고 매력에 빠져서 오랫동안 들은 곡이에요. (최준영)
Jamiroquai – All Good In The Hood
마지막으로는 제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자미로콰이 곡을 골랐어요. 수많은 명곡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많이 연습하고 추억이 많은 곡이라 골랐습니다. (최준영)
사진 / Douglas Vautour Photography (https://www.facebook.com/DouglasVautourPhotography)
<BACKSTAGE!>는 무대 바깥의 이들을 위한 시리즈 인터뷰입니다. 아티스트와 리스너간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나아가 씬의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할 예정입니다. 조명이 꺼지고, 콘페티가 모두 땅으로 떨어진 다음 날에도 쇼는 계속될 것이니까요.
<BACKSTAGE!>의 첫 번째 주인공은 두인디(Doincie)와 하이징스(Highjinkx)를 대표하는 패트릭 코너(Patrick Connor) 입니다. 어느덧 한국 생활 12년 차에 접어든 그와 함께 한국의 인디 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한국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패트릭은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을까요. 인터뷰는 동교동 모처에서 진행되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두인디 임도연 님이 함께 자리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CHAPTER 1 / 유년기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패트릭이라고 합니다. 한국에는 12년째 살고 있어요. 처음에는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왔고, 8~9년 전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해서 직접 공연도 준비했는데, 거기에 재미를 느껴 한국 인디 씬을 도와주는 ‘두인디(Doindie)’라는 웹진을 만들었어요.
Q. 어릴 때, 드럼을 배웠다고 들었어요. 몇 살 때 처음 시작했고 많은 악기 중 드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드럼은 8살 때쯤 어머니 권유로 처음 시작했어요. 제가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움직이면서 엄마를 귀찮게 했더니 엄마가 ‘드럼을 배우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죠. (웃음)
Q. 집에 드럼 세트가 있었나 봐요. (웃음)
네. 지금도 (드럼 세트가) 있긴 한데 잘 안쳐요. 전자 드럼인데, 밑에 사는 사람들 때문에 연주하기가 좀 그래요. 하하
Q. 옛날도 그렇고 요즘도 그렇지만 드럼 세트가 있는 집이 많지 않은 편이잖아요. 패트릭이 어렸을 때, 가족들의 서포트를 많이 받았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네, 맞아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좋은 부모님이시죠. 드럼은 2~3년 정도 연주하다가 그만두게 되었는데, 취미가 너무 많아서 드럼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진짜 포기한 이유는 드럼 연주하기가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에요. 몇 년 배우다 보니 슬슬 어려운 파트를 연주해야 하는데, 어려워져서 포기하게 됐죠. 드럼보다 더 좋아하는 취미가 많았어요. 승마를 좋아했어요.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갔으니까요.
Q. 고향이 어디신가요?
영국 옥스포드(Oxford) 근처 작은 마을요. 편의점도 하나 없지만, 예쁜 마을이죠.
Q. 그 ‘아무것도 없는 시골 마을’에서 어떻게 처음 락 음악을 듣게 되었을까요.
제 친구들 덕분이에요. 당시 친구들이 레딩 페스티벌(Reading Festival)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러면 누가 페스티벌에 나오는지 친구들에게 들려달라 했죠. 그렇게 처음 알게 된 팀이 트래비스(Travis)였어요. 제가 16살 정도일 때니, 20년 정도 된 일이네요. 그 때가 RATM이나 프로디지(Prodigy)가 활동했을 때에요. 블루톤스(The Bluetones)라는 팀도 있었어요. 그 때는 유명한 팀이었죠.
사실 제가 좋아하는 취미는 모두 밖에서 하는 것들이었어요. 승마, 축구, 골프, 크리켓… 그래서 부모님 차를 타면서 음악을 많이 듣고 그랬죠. 아마, 첫 번째로 본 라이브가 트래비스의 공연이었을 거에요. 그때 처음 트래비스를 보고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이후에도 계속 라이브 공연을 찾아다녔는데, 저는 늘 헤드라이너가 아닌 팀들에게서 매력을 느꼈어요. 공연장에 가면 항상 오프닝 팀들이 제일 좋았죠. 그래서 헤드라이너를 보러 가도, 공연이 끝나면 오프닝 팀들에게 사인을 받고 그랬어요. (웃음)
Q. 유년기의 애티튜드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셈이네요.
그렇죠. 두인디를 하는 지금도 헤드라이너보다 로컬에서 활동하는 인디 팀들을 더 좋아해요.
Q. 그때 오프닝을 도맡던 밴드 중에 지금 유명해진 팀들이 있을까요?
거의 다 망했어요. (일동 웃음) 당시 오프닝 밴드였던 리버틴스(The Libertines)를 처음 봤어요. 그래도 그때 영국에서 봤던 오프닝 그룹 중에서 가장 잘된 팀을 꼽자면 리버틴즈에요.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 하우스 파티 같은 공연을 많이 했는데 그 때 술에 취한 상태로 공연을 많이 해서 소문이 많이 났고 금방 유명해졌어요. 지금까지 본 공연을 통틀어도 그때의 리버틴즈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쇼 중 하나에요.
The Libertines
CHAPTER 2 / 한국행, 그리고 화난 곰
Q. 한국에 오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Computer Science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 곧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직장을 얻어 일을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6개월 정도 근무하다 그만두게 되었죠.
Q. 포기가 빠르시네요. (웃음)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사무실 안에서 얘기도 잘 안 하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보는 일들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진짜 재미없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는 돈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 즈음에,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배낭여행을 다녀온 다음에는 다른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어머니 추천 때문이에요. (웃음) 어머니가 영어 가르치는 일을 해보는 게 어떠냐 추천했고, 저도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죠. 한 달 정도 고민하다 그렇게 한국에 들어오게 됐어요.
Q. 일전에 하세가와 요헤이님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당시 우연히 듣게 된 신중현과 엽전들 음악에 스파크가 튀어 한국에 오게 됐다고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패트릭도 한국 음악을 계기로 한국에 오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없어요. (일동 웃음).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중에, 주위 친구들이 모두 일본 혹은 중국을 추천해줬어요. 실제로 중국이나 중국에 가본 친구들도 있었죠. 그런데 한국에 와 본 친구들은 없었어요. 그렇게 오게 된 거죠.
Q. 일종의 도전이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고 싶었어요. 지금도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렇게 행동하는 편이죠. 많이 고민하게 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고요.
Q. 그렇다면, 서울로 처음 오게 된 시기는 대략 언제쯤 일일까요?
2006년이에요. 이제 딱 12년 됐어요. 다섯 군데 정도에 교사 신청을 했는데,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천안이었죠. 영어로만 말 할 수 있는 유치원이었어요. 천안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무작정 갔어요. 사실 천안에서 할 만한 일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한국 여행을 엄청 많이 가게 됐어요. 거의 주말마다 갔죠. 큰 도시는 거의 다 가봤고, 홍도나 울릉도, 흑산도 같은 곳도 갈 수 있었어요.
선생님으로 지내던 중에 거기서 일하는 동료 중에 기타를 치는 친구가 있었어요. 같이 음악할 사람을 찾고 있던 친구였죠. 저도 마침 천안에서 할 게 없으니 취미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참이라 이 친구랑 같이 재밍을 시작했어요. 어릴 때 연주하던 드럼을 그 때 다시 시작하게 된거죠. 베이스 치는 친구도 찾고, 그렇게 천안에서 2년 반 정도 지내면서 공연도 몇 번 했어요. 팀 이름도 있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나네요. 하하.
Q. 화난 곰(Angry Bear)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밴드도 함께 시작하게 되었죠?
서울을 포함해서 다양한 곳에서 영어를 가르쳤어요. 그러던 2008년, 우연히 강남에 있는 ‘레인보우 바’에 갔는데 그곳에서 당시 화난 곰 멤버 두 명이 어쿠스틱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드러머가 공석인 상황인 것을 알게 되고 제가 같이 하자고 제안했죠.
Q. 화난 곰으로 총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어요.
패트릭: 그 당시만 해도, 한국 팀과 외국 팀이 따로 공연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 팀들과 함께 공연하고 싶었지만, 일정을 잡기도 어려웠고 클럽에 섭외된다 해도 새벽 한 시쯤 무대에 올라가야 했어요.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활동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공연을 준비해서 한국 팀과 함께 공연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렇게 공연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화난 곰의 공연을 많이 열다가, 이후에는 자선 공연까지 (기획의) 범위가 넓어졌어요.
도연: 패트릭은 국적 구분 없이 재밌게 공연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렇게 한국 팀과 외국 팀이 함께 오르는 시리즈 공연을 열었죠. 제가 패트릭을 알게 된 시기도 그 때 쯤이에요. 6개월 정도 여러 공연장을 거치면서 공연을 했고, 그렇게 모인 입장료와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빛섬에서 2012년 무료 페스티벌을 열었어요. (시리즈 공연에) 한국 밴드를 섭외할 때부터, 페스티벌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어요. 지금 모인 입장료를 바로 주기보다는, 이 금액을 모아서 무료 페스티벌을 열고 그 때 같이 와서 공연을 하자는 이야기를 한거죠. 그렇게 한강에서 페스티벌이 열리게 됐어요.
Q. 처음 기획 공연을 준비할 때부터 페스티벌에 대한 구상이 있었다니 놀라운데요.
도연: 항상 몇 수 뒤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같이 일하기가 힘이 들기도 해요. (웃음)
패트릭: 그때 기획 공연과 페스티벌을 열면서 한국 팀의 라이브를 많이 봤고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에는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 저랑 친한 친구 한 명과 함께 한국인들에게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보자고 얘기했고, 그렇게 두인디가 시작됐어요.
2012년 9월 개최된 <Rock도 Music Festival>
CHAPTER 3 / 두인디를 시작하다
http://www.doindie.co.kr/
Q. 두인디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매거진이라고 으레 생각했어요. 두인디를 운영하는 패트릭이 외국인이고, 기사에 늘 영문 번역이 함께 있어서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도 있고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게 아니었네요. ‘한국인들에게 한국 음악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채널이 없잖아요. 한국의 인디 팀들은 라디오도 나오지 못하고 TV도 출연하기 어려웠죠. 개인 블로그조차 하는 사람도 많이 없었기에,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미디어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문 기사를 함께 실은 이유는 그냥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이에요. (웃음) 밴드들이 해외 공연을 위해 비자를 받을 때, 영어로 된 기사가 없으면 비자 받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영어로 된 기사를 만들었던 것도 있죠. 그렇지만 두인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목표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 음악을 알려주는 것이었어요.
Q. 처음 두인디를 만든 스타팅 멤버는 패트릭과 알렉스, 두 명이라고 들었어요.
패트릭: 네.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 친구였어요. 쾅 프로그램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났죠.
도연: 두인디를 기획하던 시기에 패트릭이 저에게 두인디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해줬어요. 저 역시 당시 한국 인디 문화를 좋아해서 홍대에 자주 가곤 했는데, 저도 음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공연 보는 것 역시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두인디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제가 느끼기에, 패트릭은 정말로 한국 음악을 서포트하기 위해 두인디를 만들었어요. 자기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팀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뒤에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아무 대가 없이 그러한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는 당시에 외국인인 패트릭이 그런 태도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어요.
Q. 두인디에 대한 소개글 중, 제가 흥미롭게 읽었던 파트가 있었어요. ‘We are not a company, We are fans of the scene’이란 글귀였죠. 지금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연스럽게 위 메시지에 수긍하게 되어요. 톱니바퀴가 들어맞는 느낌이에요.
패트릭: 이젠 좀 회사 같아요. (웃음) 하지만 태도는 변하지 않았죠.
CHAPTER 4 / Highjinkx
https://www.highjinkx.com/
Q) 올해 ‘Highjinkx(하이징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쉽게 말하자면, 두인디는 한국 팀에게 집중하지만 Highjinkx는 처음부터 해외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하는 브랜드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브랜딩을 다르게 한거죠.
Q) 두인디 기획공연인 <FWD>나 Highjinkx에서의 <Focus Asia>와 같은 공연들을 비추어 보면, 늘 떠오르는 신예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기회와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오프닝 아티스트’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요. 공연에 서는 아티스트는 늘 ‘CO-헤드라이너’라 생각해요. 특히 <Focus Asia> 공연이 그래요. 나중에 엄청난 아티스트를 데려오게 되면 조인트 헤드라이너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되도록 조인트 헤드라이너로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지난 차이니즈 풋볼(Chinese Football) 공연도 그렇고, 매닉 쉽(Manic Sheep), 짐앤스윔(Gym and Swim)이랑 했던 <Focus Asia> 공연들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아 밴드들 사이에 파트너쉽과 투어링 씬을 만드는 것이에요.
그리고, 한국 그룹이 없는 내한 공연은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큰 내한 공연에서 한국 인디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오면 씬이 훨씬 성장할 거예요. 라디오도, TV도 나오질 않으니 한국 분들도 인디 뮤지션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큰 공연에서 멋있는 팀들을 보여주는 게 맞다 생각해요. 그게 프로모터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기도 하고요. 돈도 중요하죠. 하지만 로컬 씬을 도와주는 것 역시 중요해요. 해외에 가면, 큰 헤드라이너 팀이 공연할 때 항상 멋있는 로컬 아티스트가 오프닝 액츠를 해요.
Q) 되려 ‘왜 연관 없는 밴드가 무대에 올라와서 시간을 잡아먹냐’는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해요.
그런 사람들은 무시하면 되요. (일동 웃음)
Q) 말씀하신 ‘투어링 씬’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이하 끝잔향)과 함께 진행한 영국 투어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패트릭: 네. 앞으로 끝잔향과 같은 투어 형태를 아시아에서도 만들고 싶어요. 한국 밴드와 맞는 해외 밴드들을 매칭해서 공연을 만들고, 이렇게 매칭한 팀들이 돈독해지면 나중에 반대로 공연을 가질수도 있고요. 그렇게 아시아 간의 파트너쉽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Focus Asia> 공연을 통해서 아도이가 태국을 가게 됐어요. 짐앤스윔의 매니저가 아도이를 초대했죠. 앞으로도 그런 파트너쉽이 계속 생기면, 밴드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거에요.
도연: 사실 저희는 꽤 전부터 ‘아시아’를 생각했었어요. 왜냐면 가깝잖아요. (웃음) 비용도 훨씬 유럽에 비해 적게 들고, 어떠한 이야기가 오가도 좀 더 빨리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죠. 실질적으로 어떠한 일들이 진행되기에는 (아시아가)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태국이나 인도를 포함해서 아시아 음악 씬들이 계속 커지고 있어요. 해외 프로모터나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그들이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결국 성사되지 못하는 이유가 많겠지만, 일단은 한국 내에 씬이 탄탄하지 못한 것도 있고 한국 내에서 투어했던 선례가 없기 때문에 막막함이 들 거에요. 언어적 장벽도 분명 있고요.
<Focus Asia> 같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굳이 저희를 거치지 않더라도 밴드와 밴드 간의 확장과 연결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음악이니까요. (웃음) 음악은 확장성이 넓잖아요. 이러한 뮤지션간의 네트워크가 저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면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밴드끼리 이러한 경험들을 교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패트릭: 끝잔향과 함께 영국 투어를 했던 EYRE LLEW가 10월에 서울로 와요. 끝잔향이 유럽 투어 출발하기 전부터 한국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쳤어요. EYRE LLEW와 끝잔향이 영국에서 13개 정도 공연과 페스티벌을 끝냈고, 이젠 EYRE LLEW도 한국에 와서 열 번 정도 공연을 가질거에요. EYRE LLEW는 한국 포함해서 중국, 대만, 싱가폴에서도 공연이 있을거고요. EYRE LLEW가 아시아 투어를 하게 되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끝잔향과 함께 투어를 한다고 보면 되요. 아마 EYRE LLEW, 끝잔향의 스플릿 EP 앨범도 나올거에요. 이번 투어 익스체인지와 같이 한국 아티스트에게 좋은 기회가 될 프로젝트들을 앞으로 많이 만들고 싶어요.
Q) 추후 <Focus Asia>를 통해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은 팀이 있다면요.
패트릭: 그런 그룹은 많죠. 하하. 최근 일본의 D.A.N.이라는 팀에 관심이 생겼어요.
도연: 저희는 관심 생기는 팀이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하는 편이에요. (웃음) <Focus Asia>를 시작으로 양 쪽 나라에 각 밴드들이 소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Focus Asia>의 다음 스텝이 ‘투어 익스체인지’가 될 수 있는거죠. 거기서 더 확장이 되면 더 큰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는거고요. 지금은 저희가 구상하는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으로 ‘Highjinkx가 그리는 미래 계획’을 준비했지만, 아시아 시장에 대한 고민이나 투어 익스체인지와 같은 좋은 이야기들을 다 해주셨어요. (웃음)
도연: 저희가 작년에 두인디 이름으로 부산 팀이랑 같이 공연을 몇 번 했어요. 지방 밴드들을 서울에 부르고, 반대로도 공연을 하는 식이죠. 당연히 돈이 별로 안 남죠. 하지만 그러한 공연들이 큰 공연들보다 훨씬 중요하다 생각해요. 패트릭과 제가 자주 하는 대화가 있어요. ‘우리가 나중에 아무리 커져도 이런 공연들을 계속 해야 된다’는 이야기요.
영국 같은 나라는 지방마다 씬이 발달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도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 거에요. 계속 교류가 일어나면서 씬이 발전했을거고요. 사실 현재도 많은 한국 팀들이 홍대에서만 공연을 가져요. 처음엔 사람도 없고 어려움이 많이 발생하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면, 더 많은 공연이 생길 수 있는 발판이 될거에요.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죠.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전기뱀장어의 보컬 황인경이 작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프로젝트 ‘열두 개의 이야기’는 매달 한 곡, 하나의 공연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입니다. 2017년 9월의 첫 번째 싱글 [늙은 개의 여행]으로 시작해 어느새 마지막 하나의 싱글만을 남겨둔 황인경에게 추천곡을 부탁했습니다.
황인경
황인경 / 깨진 빛 (2018.09.09)
매 싱글에 곁들여지는 곡에 대한 짧은 에세이는 황인경이 직접 씁니다. 황인경의 글은 곡에 대해 조금 깊이 다가가게 할 뿐만 아니라 한 편의 글로써도 온전한 힘이 있습니다. [깨진 빛]에서 황인경은 대도시 서울에 대한 다면적 감정을 ‘서울 –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와 ‘하드보일드한 도시의 밤’이란 두 개의 글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11번째 싱글 ‘깨진 빛’에 담긴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지요.
지금까지 발표한 그의 솔로 작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진다면, 음악과 함께 앨범 소개에 담긴 황인경의 글을 함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글로 인해 황인경의 음악이 다시 한번 더 듣고 싶어진다면, 매달 싱글과 함께 선보이는 황인경의 라이브 공연도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그리고 바쁜 음악 활동 중에도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보내온 황인경이 좋아하는 곡들, 그리고 곡마다 얽힌 그의 개인적 이야기까지 더해진다면, 솔로 뮤지션으로서 또 다른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 있는 황인경과 그 음악에 한층 공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황인경이 추천합니다.
Thao with The Get Down Stay Down – Cool Yourself
지극히 내 취향의 경쾌함이 담긴 곡이다. 어딘가 느슨한 목소리와 로파이한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게 좋다. 브라스와 피아노가 곡을 컬러풀하게 덧칠해주는 것도 즐겁다.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 기타를 하나 샀는데, 평소 사용하던 펜더 텔레캐스터(Fender Telecaster)와는 꽤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길드(Guild) 풀할로우 바디의 기타다. 이 팀의 보컬리스트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타오 응우옌(Thao Nguyen)이 길드 풀할로우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샀다. 나의 덕질.
Sufjan Stevens – Mystery of Love
영화 <Call Me By Your Name> 사운드트랙으로 잘 알려진 곡이다. (정작 영화는 보지 않았다.) 섬세하게 잘 짜여진 악기와 목소리의 편성이 완벽하게 조화롭다.
Beck – End of the Day
나에게 있어 수프얀 스티븐스가 라이징 스타라면 벡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나의 롤모델이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이렇게 잘하기 있나. 진정 자유로운 음악가.
Sunset Rollercoaster – Summum Bonum
올해 본 라이브 중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의 내한 공연이었다. 지극히 레트로한 음악이지만 마냥 복고라고 하기엔 세련되고 현대적인 변주가 영민하다.
John Paesano & Braden Kimball – Main Title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데어데블>의 오프닝 테마곡이다. 비정한 도시에서 비장하게 살아가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 데다, 여자친구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고, 늘상 악당에서 얻어맞고 다니는) 슈퍼 히어로의 무드가 잘 담겨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전반적으로 좋아서 즐겁게 보았던 마블 시리즈.
Cigarettes After Sex – K.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소편성의 악기로 어떻게 좋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드는지 관심이 많이 생겼다. 좋은 재료를 아주 간결하게 조리한 음식을 먹는 기분. 세심한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Edward Sharpe & The Magnetic Zeros – Home
지극히 히피스러운 자유로움이 두 팔 가득 안기는 그런 곡이다. 타이트하게 잘 짜인 곡들을 한참 듣다 보면 이렇게 느슨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이 있는 곡을 다시 찾게 된다. 귀 기울여 듣기보다 몸을 슬쩍슬쩍 흔들며 따라 부르다 보면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 든다.
The National – Fake Empire
정말이지 근사한 목소리. 절제된 감정 때문에 더 애틋한 기분이 드는 곡이다. 내셔널은 곡의 편성이나 리듬의 사용이 굉장히 지적인 느낌을 주는 밴드다. 올해 들어 가장 사랑하게 된 팀.
Pavement – Cut Your Hair
작년부터 ‘랏도의 밴드뮤직’이라는 애플리케이션 라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프닝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바로 이 곡이라 이제는 좀 질릴 만도 한데,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중도둑 [무너지기] 그 두 번째 이야기 Summer Soul의 시선으로 바라본 [무너지기]
공중도둑의 인터뷰 최초 구상안은 이랬다. [무너지기]라는 앨범을 놓고 공중도둑과 Summer Soul 두 사람이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조명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공중도둑과 동시에 Summer Soul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두 인물의 답변을 하나의 포스트에 실을 계획이였다. 그런데, Summer Soul의 답변지가 (예상치 못하게) 큰 볼륨으로 도착했고, 부득이하게 두 편으로 나뉘어 공개하게 되었다. 사려깊은 가사와 섬세한 멜로디/사운드 메이킹으로 [무너지기]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맡았던 Summer Soul과의 인터뷰를 지금 소개한다.
Q. 포크라노스 매거진을 읽게 될 분들을 위해 간단한 첫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공중도둑이 선택한 보컬 Summer Soul입니다. (웃음) 다작의 협업과 개인 작업물들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에요. 이번 공중도둑의 [무너지기] 앨범에서는 작사와 보컬로 참여했어요. 정말 즐거웠고 많은 걸 배우고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함께할 신보들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공중도둑의 앨범 참여진으로 Summer Soul이 함께했다는 것에 다소 의아함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로파이와 노이즈로 점철된 공중도둑의 음악과 그간 섬머 소울이 발표한 트랙들과의 결이 많이 달랐기에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어 Summer Soul이?’라며 놀라시는 분들은 잘 못 봤어요. (웃음) 의아함은 아니지만 이런 댓글은 본 적 있어요. ‘Summer Soul 목소리랑 조화가 대단하다.’라는 댓글이요. 목소리가 좋다는 말보다 이런 말들이 훨씬 좋았어요. 하나 또 생각나는 건 ‘우연히 왔는데 이곳에서 Summer Soul까지 보게 됐네.’라는 댓글인데, 이것도 일종의 의아함이겠죠? (웃음)
공중도둑님이 워낙 또 숨은 고수셔서 매니아층이 많은데 그중 저를 알던 분들은 더욱이 드물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대신 역으로 제 기존 팬분들이 공중도둑의 음악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음악 자체로 의아해한다랄까요? (좋은 뜻의 의아함입니다!) 공중도둑과 같은 유일무이한 음악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에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공중도둑의 팬분들이 이번 앨범 나오기 이전부터 저를 알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싶어서 조금 아쉬워요. 저였다면 공중도둑과 Summer Soul의 조합이 꽤 흥미로울 것 같거든요. 저 또한 처음 같이 작업을 시작할 때 어떤 그림이 나올까, 어떤 음악이 나올까, 우리의 감성이 어떤 식으로 섞일 수 있을까 하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제가 했던 협업 중에 가장 애착이 갔던 그리고 열정이 들끓던 작업이었어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Q. 공중도둑과의 첫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처음 공중도둑과의 만남은 2년 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였어요. 처음 접했던 음악은 ‘기다림’이라는 곡이었고, 당시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어떤 틀도 무시한 오로지 공중도둑만의 음악이었으니까요. 아, 이 사람은 오리지널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때는 음악을 막 시작했던 때라 공중도둑의 음악을 이해하고 또 그 매력에 빠지기까지엔 꽤 시간이 걸렸어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느새 제 플레이리스트에 공중도둑의 음악이 빼곡히 자리잡혀 있었죠. 아빠 차에도 넣어서 밖에 나갈 때도 항상 듣곤 했어요. (웃음)
꼭 한번 연락해 보고 싶어서 유일한 연락망이었던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로 연락을 드렸어요. 사실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는 너무 불편해서 연락이 안 될까 봐 정말 조마조마했지만 답장을 주셔서 그렇게 인사만 하고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먼저 연락이 오셨더라고요!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제가 작사와 보컬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콜! 했습니다. 티는 안 냈지만 그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잠을 못 잤어요. 적극적이었던 그때의 제 행동이 없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Q. 총 4개의 트랙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너지기] 앨범의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Summer Soul님의 가사 역시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작사를 하는데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어떤 점들이 있었을까요. 사실 작사를 맡게 되었을 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예 다른 감성은 아니겠지만 그간 발표한 트랙들과 결이 달랐기 때문에 가사를 쓸 때 엄청 집중을 했어요. 전 제 앨범 만들 때도 이렇게 집중한 적이 없어요. 얼마나 집중을 해야 했으면 조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 방에서 혼자 공중도둑의 데모 음악을 무한재생했어요. 이번 앨범 가사를 쓸 땐 의미, 발음 그리고 곡의 분위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간단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의미와 발음 두 가지를 잡으려면 엄청 손이 가요. 신경도 많이 쓰게 되죠.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 오래 걸려도 30분이면 끝나지만 (이번 앨범은) 하루 날을 잡아서 아침부터 저녁 시간 때까지 틈틈이 가사 쓸 곡 생각만 내내 하다가 자기 전인 새벽 시간에 항상 바닥에 엎드려서 가사를 썼죠. 그러다 잠든 적도 꽤 있었는데 그러다 보면 가사를 쓰는 게 꿈에서까지 이어질 때도 있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가끔 꿈에서도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웃음)
이번 공중도둑님의 가이드 녹음을 들으면서 하나씩 들리는 키워드들이 있었는데 그 단어로 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재밌는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자면, 2번 트랙 ‘감은 듯’의 가사에 ‘흘러~’가 많이 들어가는데 원래 오디오는 ‘how long~’이었어요. 이 발음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한글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생각이 ‘흘러~’ 였고 그걸 토대로 가사를 써내려갔어요. 여담이지만, 저는 원래 한국어 가사를 정말 못 써요. ‘못 쓴다’는 말은 의미적으로는 잘 쓸 자신이 있는데 한국어 가사로 발음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무척 힘들다는 말이기도 해요. 공중도둑의 음악에선 영어를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설정한 이번 앨범 작사의 핵심 키워드 역시 ‘한글’이기도 했어요. 아, ‘곡선과 투과광’에 영어 가사가 등장하긴 하네요. 참고로 그 영어 가사는 공중도둑 님이 쓰셨어요.
Q. 최근까지 국외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무너지기] 앨범 작업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될 수 밖에 없었을 텐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협업을 온라인상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딱 한가지만 빼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트랙이 ‘감은 듯’이에요. 그래서 사연이 참 많은 노래기도 한데, 이 이야기를 공중도둑님께 허락 안 받고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어요. (웃음)
‘감은 듯’의 핵심은 끊기지 않은 긴 호흡이에요. 1분 25초부터 약 10초 가량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 마지막 호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재녹음을 30번 정도 더 했던 것 같아요. 정말 거짓말 안 하고 그렇게 작업하니 손발이 저리고 현기증이 나더라고요. 원래 한 번 녹음을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서 끝내는 스타일인데, 손발이 너무 저려서 중간에 쉬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체력이 안 따라 주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몇십 번의 재녹음을 거치고 드디어 마음에 드는 테이크를 뽑고 녹음을 더 하는데 갑자기 강제 종료가 돼서 다 날아가버렸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죠. 이 곡도 너무 난이도가 높은 곡이라 날을 잡고 녹음을 했어요.
Summer Soul의 아카펠라 작업 중 일부
그렇게 여차저차 녹음을 2 테이크씩 완성시켜서 공중도둑님께 전달하고 몇 주 뒤에 완성본을 보내 주셨는데, 들어보니 제 목소리가 너무 로봇 같더라고요. 알고 보니 공중도둑님이 피치를 낮추신 것이었습니다! 낮은 음이 더 좋게 들리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미 고생을 했던 곡이라 그런지 재녹음을 부탁하기가 미안하셨는지 그냥 피치를 낮춰 버리셨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재녹음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낮춘 음에 맞춰 다시 녹음을 했어요. 웬만하면 자처해서 재녹음을 하려고 하지 않는 타입인데 제가 공중도둑 님을 좋아해서 귀찮고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제 앨범처럼 대하게 되었죠.
여기가 이야기의 끝인 것 같죠? 아니에요. 그래서 재녹음을 다 해서 보내드리고 수정본을 받았는데 어라? 피치가 또 올라가 있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그 수정본은 (소리를 만진) 티가 안나 재녹음을 하진 않았어요. 원래 ‘감은 듯’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부르기로 했다가 나중에 공중도둑 님 코러스가 추가가 된 케이스에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여담으로, 사실 저 곡 제목이 ‘현기증’이 될 뻔했어요. 제가 그렇게 하자고 제안드렸거든요. (웃음)
Q. 섬머 소울이 그리고 있는, 혹은 완성하고 싶은 음악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가지는 무엇일까요. 가능하다면, 그 이유도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이번 질문들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네요. 벌써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일단 제가 그리고 있는 음악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해방’이에요. 그 해방이 어떤 해방이던간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제 자신에게 억압을 많이 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음악할 때 방해가 되거든요. SNS를 포함하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차단하고 당분간은 음악에만 집중해 볼 생각이에요.
또 다른 키워드는 ‘실험’입니다. 저는 아직 음악으로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 한것 같지만 완성하고 싶은 음악적 세계에서의 키워드이기 때문에 넣었어요.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면서 제 음악 세계를 더 깊이 있게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제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제외한 새로운 악기들도 많이 배워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플룻이나 하프 같은 악기들이요. (엄청난 무리겠지요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 아무튼, 클래식한 악기들을 여러가지 배우고 싶어요. 나중엔 실제로 클래식 음악을 접목시킨 앨범도 내고 싶어요. 특히 낭만주의 (Romantic Era) 음악을 좋아해요. Claude Debussy의 ‘Pour le Vetement du Blesse’라는 곡이 있는데 특히나 좋아하고 이 곡은 연주도 했었어요. 살짝 TMI인 감이 있지만 발레도 배워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의미’ 또한 중요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무의미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제 음악을 통해서 저의 음악적 가치관과 생각들이 그대로 잘 전달되었으면 해요.
Q. 앨범 발표를 포함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사사로운 개인적인 소식까지, 그 어떤 형태도 좋아요.
20일 발표한 싱글 ‘I Feel Love’를 마지막으로 내년까지 개인 작업으로는 무소식일 예정이에요. 그럴 때마다 공중도둑의 ‘무소식’을 들어 주세요! (웃음) 사실 올해 초에 피처링 작업을 끝냈던 앨범이 하나 있는데 그게 아직까지 안 나오고 있네요. 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올해엔 나올 예정이랍니다. 제가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비교적 작업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항상 끝내고 나면 다른 트랙들보다 훨씬 일찍 끝나서 발매일이 엄청 늦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몰아서 나올 때가 많아요.
9월에는 해외 유통의 곡이 두 개 정도 나올 거예요. 하나는 외국 학교 다녔을 때 친했던 선배 곡에 보컬로 참여했고, 나머지 하나는 Barrett Marshall이라는 미국 프로듀서와 함께한 두 번째 싱글 앨범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Fantasy라는 곡을 같이 했던 분입니다.) 그 외에 것들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요즘엔 피처링도 많이 안 하려고 생각 중이라 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제 EP 앨범은 내년 초, 꽃샘추위가 올 때쯤 나올 것 같습니다. Charming Lips와 함께한 앨범도 내년에 나올 것으로 계획 중이고요. 공연은 올 가을에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다른 공연들은 신중히 생각 중이라 구상 정도만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공중도둑 님과 작업을 함께할 것 같아 이 부분 역시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날짜를 기약할 수는 없지만, 공중도둑과의 공연도 곧 보러 오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년 한국 인디 신에서 가장 흥미로운 조합을 선보인 언니네이발관의 이능룡과 못Mot의 이이언의 프로젝트 나이트오프(Night Off). 각자의 밴드에서 선보였던 음악과는 조금 다른, 둘의 협업이 만들어낸 색다른 변화가 반가운 음악 팬이라면 두 멤버가 추천하는 곡들 또한 반가울 것 같습니다. 이능룡과 이이언의 추천곡들을 지금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만나시길 바랍니다.
나이트오프(Night Off)
나이트오프(Night Off) / 우린 매일매일 (2018.08.30)
올 연말 발매 예정인 미니 앨범에 앞서 꾸준히 곡 작업 중인 나이트오프가 지난 6월 발표한 첫 싱글 [Take A Night Off]에 이어 어느새 두 번째 싱글 [우린 매일매일]을 공개했습니다. 신곡 ‘우린 매일매일’은 특별하고 거창한 삶의 목표나 이유가 아닌, 매일을 살아가며 느끼는 작은 감정들을 단순한 멜로디에 담았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음악 작업뿐만 아니라 프로필 사진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두 멤버는 바쁜 활동 중에도 매주 목요일 밤 9시마다 1분짜리 자체 제작 SNS 라디오 방송 DJ로도 활약 중입니다. DJ 이이언과 DJ 이능룡, 일명 ‘언디’와 ‘룡디’가 멋진 목소리로 소개하는 곡들은 한 번 들으면 매주 꼭 챙겨 들을 수밖에 없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일주일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 나이트오프의 SNS 라디오 ‘외출이 허용되는 밤’의 애청자분들을 위해, 그리고 두 DJ의 방송을 미처 들어보지 못한 음악 팬들을 위해 포크라노스의 ‘추천의 추천의 추천’이 6곡을 준비했습니다. 이능룡과 이이언, 각자의 취향이 담긴 추천곡들과 함께 나이트오프의 음악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나이트오프가 추천합니다.
Superorganism – Something For Your M.I.N.D.
“쿨하고 신비롭고 귀여운 음악의 밴드, 슈퍼올가니즘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싱글입니다. 최근에도 여전히 재밌고 멋진 곡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곡의 매력이 가장 귀에 남는 것 같아요.” (이이언)
MGMT – When You Die
“이 사람들은 수상하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과 인생의 숨겨진 비밀에 대하여? 나는 의심합니다. 그들은 시스템의 관리자이다. (뮤직비디오의 비주얼이 정말 훌륭한데, 징그럽고 무서운 장면이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이이언)
King Krule – Biscuit Town
“장르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킹 크룰 표 음악. 요즘 유행 중인 chill한 무드의 음악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어떤 비정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킹 크룰은 작년에 발표한 싱글 ‘Czech One’을 기점으로 힙합/재즈적 요소들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한 차원 레벨업을 한 듯한 느낌이에요.” (이이언)
Courtney Barnett, Kurt Vile – Over Everything
“날 좋은 날 헐렁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노래 부르는 커트니 바넷과 커트 바일. 마음은 편안해지고 왠지 모를 용기가 생긴다. 피치포크(Pitchfork)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되어 있는 이 한없이 자유로운 뮤지션들의 해변 라이브를 찾아보세요.” (이능룡)
송은지 – 불법의 잔
“환상적인 동화 한 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송은지 씨의 앨범 타이틀곡. 정갈한 편곡과 나긋하지만 에너지로 가득한 송은지 씨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조용히 그녀의 손에 이끌려 비밀스런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느낌.” (이능룡)
Lisa Ono – Mr. Tom
“추억을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노래가 있기 마련인데, 리사 오노의 이 노래를 들으면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았던 개인적인 시절이 떠오른다. 잠시 기분을 환기할 때 듣는 노래. 한편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솔로 라인을 가지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능룡)
사운드클라우드와 뮤지션리그를 통해 독자적으로 음악을 선보이며 데뷔 전부터 많은 팬을 사로잡은 갓 스물의 아티스트 Summer Soul이 포크라노스 ‘추천의 추천의 추천’으로 8곡을 보내왔습니다. 장르에 제한받지 않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타 아티스트들과의 활발한 협업으로 계속해서 놀라움을 선사 중인 Summer Soul의 개인적 음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입니다.
Summer Soul
Summer Soul /I Feel Love (2018.08.20)
올 초 첫 싱글 [How Beautiful]을 발표한 Summer Soul이 이번에 공개한 싱글 [I Feel Love]는 국내 음원사이트 기준으로는 두 번째 솔로 싱글이지만, 조금만 그녀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한다면 그 음악적 활동 반경에 놀라게 됩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보컬 피처링 작업은 얼마 전 베일에 싸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공중도덕의 앨범에 작사와 보컬로 참여하며 그 방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모든 음악 작업물을 올려둔다는 사운드 클라우드는 어느새 팔로어가 1만 4천이 넘었고, 직접 제작, 유통한 첫 싱글 CD 한정판은 아티스트의 자체 채널을 통해 금세 완판되었을 정도로 독자적인 힘으로 수많은 음악 팬을 사로잡은 Summer Soul. 천연덕스럽게 사랑스러움을 뽐낸 새 싱글 ‘I Feel Love’에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 그녀가 포크라노스로 보내온 추천곡들은 현재까지의 Summer Soul 작업물의 근간이 된 음악적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스무 살의 그녀가 음악을 즐기는 일상 또한 상상하게 합니다. 활기찬 변화와 성장세로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Summer Soul의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추천의 추천의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지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Summer Soul이 추천합니다.
Of Montreal – Gronlandic Edit
복잡한 일들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 이 곡을 틀고 립싱크를 하며 춤을 추곤 한다. 그러다 보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미치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곡.
Whitney – You and Me (Demo)
나는 항상 휘트니의 곡들을 들으면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좋았던 순간들과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느낌이다. 이 곡은 휘트니가 냈던 [Light Upon the Lake: Demo Recordings]라는 데모 앨범에 들어 있다. 한적한 공원이나 강가에서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바람 쐬며 들으면 좋을 앨범.
Ty Segall – Finger
도입부는 잔잔하게 흘러가다 57초부터 반항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운드가 참 매력적인 곡. 사실 [Melted] 앨범 전곡을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Mild High Club – Tesselation
사실 [Skiptracing] 앨범은 안 좋은 트랙이 없어서 들을 때마다 베스트 트랙이 바뀐다. 한동안 ‘Kokopelli’에 푹 빠져 있다가 요즘은 ‘Tesselation’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Chapel Perilous’가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곡마다 다른 매력들이 풍부해서 결정하기까지 꽤 힘들었다. 힘든 하루를 끝내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때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앨범.
Connan Mockasin – It’s Choade My Dear
싸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 봐야 할 트랙. 평소에 맥 드마르코(Mac DeMarco) 음악도 참 좋아하는데, 어디서 들은 바로는 맥 드마르코의 기타 사운드가 코난 모카신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거라고 했다. 중성적인 목소리, 사운드, 그리고 곡이 전하는 메시지까지 천재적이다.
LA Priest – Oino
내가 정말 좋아하는 [Inji]라는 일렉트로닉 앨범 수록곡이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이 노래를 틀고 춤을 엄청 많이 춘다. 한 번은 SNS에 영상을 올린 적도 있었는데, 아마 내 팬분들은 알 거다. 국내에선 이 아티스트를 아는 사람이 정말 드물다고 생각이 드는데 다들 꼭 들어 봤으면 좋겠다. 같은 앨범에 있는 ‘Lady’s In Trouble with the Law’라는 트랙도 정말 좋은데 강추한다.
Soft Hair – Lying Has To Stop
소프트헤어는 이전에 언급한 싸이키델릭의 끝판왕 코난 모카신과 일렉트로닉 사운드 음악의 LA 프리스트(LA Priest)라는 두 아티스트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전혀 색이 다른 두 조합이 참으로 대단하고 돋보였던 곡이다. 처음 듣고 한동안 무한 재생을 했던 곡이다.
HOMESHAKE – I Don’t Wanna
여태 추천한 곡 중에선 가장 멜랑꼴리한 곡인데, 그런 만큼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들으면 실컷 가라앉았다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곡이다.
2015년 데뷔 앨범 [24Town]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출하기 시작해 꾸준한 음악 활동으로 누구도 흉내 내지 못 할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는 신세하의 플레이리스트는 많은 음악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여름이 끝나가는 듯한 요즘,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지금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 신세하가 추천하는 특별한 음악들을 ‘추천의 추천의 추천’을 통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신세하(Xin Seha)
신세하(Xin Seha) / Airway (2018.06.04)
지난 6월 공개한 두 번째 EP [Airway]에서 신세하는 또 한 번 진화한 모습을 보입니다. 80년대 사운드적 원천을 현시대의 감각으로 치환해내는 신세하 특유의 해석법은 여전히 돋보입니다. 지난 앨범들에 비해 한층 느리고 무겁게 느껴지는 전자음들은 느릿한 비트로, 때론 빠른 비트로 호흡하듯 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앨범 작업할 때마다 영향을 받은 음악, 사진, 영화 등을 모아둔다는 신세하가 이번 EP를 작업하면서 들었던 곡, 많은 영향 받은 곡들 중 5곡을 골라 전해왔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방향뿐만 아니라 앨범 콘셉트부터 비주얼까지 모든 예술적 영역을 스스로 관장하는 프로듀서 신세하가 만들어낸 이번 작업물은 근사한 투명 카세트테이프부터 흰 점이 가득한 커버 아트워크까지 눈을 떼기 힘듭니다. 커버를 장식한 이미지는 ‘우보’라 불리는 보행법이라고 하는군요. 그려진 모양대로 발걸음을 움직이자 자연재해가 모두 사라졌다고 하는 설화처럼 그가 전하는 음악들이 지난했던 이번 여름을 잘 보내줄 것만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신세하가 추천합니다.
John Carroll Kirby – Socotra [Travel]
존 캐럴 커비는 코난 모카신(Conan Mockasin), 세바스티앙 텔리에르(Sebastien Tellier), 솔란지(Solange) 등의 앨범 참여 및 이들의 투어 밴드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키보디스트이자 작곡가이다.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눈앞의 현실 공간을 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게 되는 그림을 상상하게 된다. 음악이 주는 재밌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은 그것을 극대화시킨다.
Matthew Herbert – Leipzig [One One]
근래 들어 다시 꺼내어 듣고 있는 앨범 중 하나이다. One trilogy 중 하나이며, 이 앨범은 오롯이 자신을 집중해 만들었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자칫 자의식이 넘칠 수 있는 좋은 주제이지만, 이 앨범은 너무나도 섬세하며, 과장되어 있는 부분이 없는, 그렇다고 비어있거나 하지도 않은, 정말 좋은 앨범이다. ‘Leipzig’ 뮤직비디오 역시나 너무 좋다.
Arthur Russell – Arm Around You [Calling Out Of Context]
아서 러셀의 1985-90년 사이 녹음된 미발표곡들을 모은 앨범으로 알고 있다. 그의 가사와 멜로디, 연주, 또 디스코 레코드들까지 다 좋아한다. 그중 이 앨범은 그가 갖고 있던 넓은 스펙트럼의 요소들이 잘 섞인 팝 트랙들을 모았다고 생각이 든다. 영향을 많이 받은 뮤지션 중 하나이다. [Tower of Meaning], [World of Echo], [Corn] 앨범 역시 추천한다.
정혜선 – 해변에서 [정혜선 1 + 너면 돼]
이번 앨범 [Airway]에 기타와 베이스 세션을 도와준 Mogwaa 형이 작년에 참여했던 Friendly Potential 믹스에서 처음 듣게 되었다. 이 멋진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Mogwaa 형은 “이 곡 돕(dope) 해”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이 아주 잘 알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도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곡을 포함해 리마스터링 앨범이 발매되었다.
Francis and the Lights – Thank You [Farewell, Starlite!]
프랜시스 앤 더 라이츠는 2016년 이 앨범을 발표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컴백하였다. 이 곡은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발매를 앞두고 사운드클라우드에 먼저 공개했던 트랙으로 기억한다. 가사의 반은 드레이크(Drake)의 것을 인용하고, 나머지 반은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가 쓴 이상한 조합으로 되어 있는데, 2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곡이지만, 가사를 포함한 모든 요소들은 엄청난 몰입도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 포크라노스 대표 계정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공중도덕 2집 유통 문의’라는 지극히도 간결한 제목의 이메일에 사무실이 술렁였다. 3년 전, 베일에 싸인 어느 음악가의 앨범을 듣고 흥분에 빠졌던 이들이라면 모두 이 호들갑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떨리는 손으로 클릭한 메일의 내용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아티스트가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 데뷔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젊은 음악가가 한순간에 ‘도둑’이 되었다.공중도덕의 이와 같은 결정에 포크라노스 스탭 내부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의 의사이기에 이를 반영하여 공중도둑의 2집 [무너지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앨범이 발매되고 약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이는 모두 다 기우에 불과했다. 공중도덕이면 어떻고, 또 공중도둑이면 어떤가. 우리가 할 일은 그저 3년 만에 돌아온 문제적 음악가의 앨범을 감상하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뿐이다.
새 앨범을 발표한 공중도둑과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두 차례 진행되었고, 최소한의 문맥적 수정을 제외한 공중도둑의 모든 답변을 반영하여 게재함을 밝힌다.
글 / 인터뷰 진행 : kixxikim
I INTERVIEW WITH 공중도둑
Q. 국내에서 처음 갖는 인터뷰로 알고 있습니다. 인사 한마디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공중도둑이라는 음악가입니다. 통기타 음악에 관심 있으시면 제 음악을 한 번 들어보세요. (들어보고 싶으시면!)
Q. 약 3년 만에 새 앨범이 나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앨범 제작을 결심한 시점은 언제쯤인지, 그리고 실제 작업 소요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해요.
이번 앨범은 1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대충 앨범이 완성되어갈 때쯤에 어딜 다녀왔는데 며칠 만에 곡을 다시 들어보니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중간에 다른 앨범들도 함께 작업하기도 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지금 이 질문에 답하는 것도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리고 있어요.
최근 느끼는 건 생각 없이 그냥 휙휙 곡들을 만들어서 발표한 다음 바로 (앨범을)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 고민하다가 시간을 다 버려버리고 정작 발표한 음악은 많이 없으면 슬플 것 같아요.
Q. 2집을 발표면서 아티스트명을 ‘공중도둑’으로 바꿨어요. 앨범 소개글 속 이야기처럼 정말로 ‘공중도덕’을 사용하는 동일 그룹 때문에 이름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활동명을 바꾸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속뜻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프린스가 ‘TAFKAP’ 혹은 ‘기호’로 이름을 바꿨던 것처럼요.*
숨겨진 의미 같은 것들은 전혀 없습니다. 이번 앨범이 나오고 나서, 사람들이 앨범을 들어봤는지, 또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의외로) 웃기려고 이름을 바꾼 줄 아는 사람들이 좀 있더라고요. ‘공중도덕’은 예전에 친구랑 재미 삼아 만들어본 만화의 애니매틱 이름을 따서 지었던 이름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똑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힙합 그룹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최대한 비슷한 이름 ‘공중도둑’으로 바꾼 겁니다. **
Q. 지난 앨범에 비해 건반 악기의 소리가 더욱 많이 들려요.
네, 맞습니다! 요즘 거의 누구나 그렇듯 신디사이저에 빠져 있는데요. 직접 만든 신디사이저 소리를 앨범에 사용하면 재밌을 것 같아 한 번 시도해봤습니다. 그리고 앨범 작업 막바지에 엄청 상태 좋은 오래된 키보드를 하나 구해서 막 여기저기에 입히고 그랬습니다. 신디사이저보다 테이프 레코딩에 잘 맞는 악기는 없는 듯해요!
Q. 마스터링 과정에서 카세트 레코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빈티지한 사운드의 추구가 작업 환경 혹은 보유 장비의 제한에서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본래 이와 같은 질감의 음악을 선호하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그냥 어느 정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있고, 예전부터 제대로 녹음된 앨범보다 데모 버전들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꽤 많기도 해서 그런 질감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빈티지한 질감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홈 레코딩의 지저분하고 아마추어스러운 느낌을 그냥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비틀즈의 [The White Album]보다 Kinfauns에서의 데모 트랙들이 훨씬 더 매력 있게 와닿거든요. ***
예전부터 항상 카세트 마스터링은 테이프으로 보내기 전에 제대로 손만 봐주면 은근히 괜찮은 소리가 나온다고 들어왔어요. 좋아하는 프로듀서 리차드 스위프트(Richard Swift)도 스테레오 믹스를 그냥 4트랙으로 보낸다는 글을 읽어서 약간 놀란 기억도 있고요. 그래서 이번에 저도 한 번 (테이프 마스터링을) 해보기로 결심했던 겁니다.
Q. 소개글에서 ‘소리를 키워서 들어달라‘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마치 경쟁하듯 치솟는 레벨과 이로 인해 손실되는 소리를 막기 위해 최근에는 마스터링 과정에서 음압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혹시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하여 공중도둑의 앨범에도 이를 반영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앗, 오히려 저는 마스터링 단계에서 올렸어요. 소리가 크면서도 다이나믹하게 믹싱/편곡하기엔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소리가 작게 나와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을 하고 마스터링을 시작했는데 결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괜찮게 나왔어요.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아포지(Apogee) 제품인데, 작업할 때 항상 인터페이스의 레벨 미터를 보면서 클라이맥스 부분이 아닐 경우엔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게 계속 확인을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 소리가 다른 노래들에 비해 안 들릴 정도로 작은 편도 아니지만 키워서 들어달라고 적으면 실제로 그렇게 들어줄 것 같아 소개글에 내용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스트리밍 앱들로 노래를 들으면 마음대로 곡의 볼륨을 키우거나 줄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normalization? 아무튼 그건 좀 그렇던데요?
Q. 만일 금전적 여건과 음향 장비의 희소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작업 공간을 구축하고 싶으신가요. 마음껏 상상해보세요. 꽤 간단한데요. 이 세상 모든 장비/악기를 가지고 24시간 아무 때나 큰 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정말 조용한 곳에서 작업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업실 바로 길 건너엔 어떤 장비/악기라도 모두 잘 고쳐주고 손봐줄 수 있는 전혀 안 바쁜 사람(들)이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습니다.
Q. 실제로 기타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 외에 여러 사운드를 수집해서 이를 음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샘플을 얻고 있나요.
이번 앨범엔 샘플들이 많지 않지만, 주로 소형 카세트 녹음기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녹음한 것들을 음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강릉에 놀러 갔을 때 바닷소리를 녹음하고, 어디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유치원생들과 선생님들이 와서 놀다 간 소리를 녹음하거나, 산책하면서 얻은 소리를 이것저것 기록했습니다. 예전엔 일부러 소음을 넣었는데, 이번엔 소리의 각 요소가 테이프를 여러 번 거치고 리앰프 작업도 많이 하면서 생겨난 소음들을 최대한 깎아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https://soundcloud.com/doduk/digital
Q. 공중도둑(덕)의 이름으로 발표한 두 장의 앨범과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간헐적으로 공개했던 음악과는 전체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기다림‘같은 음악은 노이즈와 아카펠라/사운드 샘플로만 이루어진 트랙인데요. 이와 같은 실험적인 시도를 앞으로도 꾸준히 선보일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사운드클라우드 곡 스타일로 앨범을 하나 만들기도 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별로여서 그냥 삭제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발표할 음악은 이번 앨범의 분위기와는 꽤 다를 거에요. 새로 시도해보고 싶은 방향도 엄청 많고, 휙휙 음악을 만들어보는 것도 해보려고요.
Q. 보컬/작사가로 참여한 Summer Soul의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어떤 계기로 함께 작업하게 되었나요? 예전에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를 한 두 번 주고받았었는데, 검색해보니 직접 작곡/프로듀싱 뿐만 아니라 피처링 작업도 엄청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음악에도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한 번 여쭤봤어요. 목소리와 노래 부르는 스타일도 멋있고, 무엇보다 제 음악에 꽤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가사도 엄청 신경써 주시고, 이미 녹음 끝난 곡의 키를 내리는게 좋을 것 같아 재녹음을 부탁드렸는데도 금방 보내주시고... Summer Soul님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직도 앨범 작업을 못 끝냈을 거에요. 정말 감사해요.
Q. 1집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전곡 가사를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음악을 들을 때 주로 가사에 집중하지 않았던 편이라 가사를 올리지 않아도 상관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1집을 내고 몇몇 사람들이 가사를 물어보시길래 이번 앨범은 그냥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작업으로 곡을 만들거나 들을 때 가사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되었고, (가사를) 쓰기 꺼리는 것도 조금은 극복해낸 것 같기도 하고요. 아, 완전 극복까지는 아니지만요. 그런데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별로 없어서 이번에도 작사하는 데 꽤 오래 걸리고 힘들었어요. 생각해보니 다시는 가사를 쓰고 싶지 않네요!
Q. 일본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가사를 쓰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1집에서는 이규와 코스모스 슈퍼스타가, 그리고 2집에서는 Summer Soul이 작사가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작/편곡과 전반적 사운드 디자인은 직접 혼자서 진행하지만, 가창과 가사의 영역은 외부와의 협업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3자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 디렉션을 주는 편인지 혹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작업을 맡기는 편인가요. 아까도 얘기 드렸지만, 가사를 잘 못 쓰기도 하고 가사 작업 자체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 항상 도움이 필요합니다. 1집 때는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번 앨범에서 Summer Soul님께는 디렉션을 아주 조금 드렸어요.
Q. ‘목소리가 약하고, 노래를 잘 못 하고, 곡들이 좀 유치하고, 음질이 안 좋은‘ 1집 앨범이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우스운 질문일 수 있지만, 매체와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직접 검색하여 읽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네, 찾아봤습니다. 말씀하신 소개글도 제 아티스트명과 같이 웃기려고 쓴 게 아닌데요. 제 기억으로는 그때 1집을 발매할지, 아니면 그냥 (앨범을) 버리고 다른 앨범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그냥 내버린 케이스에요. 아마 그래서 저런 쓸데없는 소개글을 썼던 것 같아요. Q. 1집 [공중도덕]이 지난해 3월 Botanical House 레이블을 통해 일본에도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어떠한 계기를 통해 이루어졌나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어떤 고마운 분이 Botanical House를 운영하는 밴드 LAMP의 타이요에게 제 음악을 들려줘서 알게 된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아요. LAMP가 지난번 한국에 공연하러 왔을 때 뵈러 갔었는데 그땐 너무 짧게 대화를 나눠서 물어볼 기회가 없었어요. 아무튼 완전 운 좋게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Q. 1집과 동일하게 2집 역시 CD와 더불어 바이닐을 발표할 계획을 알려왔습니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바이닐을 수집하는지, 만일 그러하다면 최근 구입한 앨범은 어떤 작품인지 이야기해주세요.
네, 레코드 플레이어는 아직 가지고 있긴 한데 예전에 바이닐을 아주 잠깐 모으다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싶어서 주위 사람들한테 다 줘버렸어요. (바이닐을) 빨리 없애버리고 싶어서 예전에 제 기타를 산 사람한테도 몇 장씩 주고 그랬어요. 왜 이것들이 아직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보니까Indra Devi의 [Concentration & Meditation]과 Sound of Music 사운드트랙이 남아있네요. 혹시 원하시면 드릴게요. ****
Q.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궁금해할 것 같아요. 최근 인상 깊게 들은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앗, 좋습니다! 일단 이번 앨범에 도움을 주신Summer Soul님의 음악을 들어보세요! 게다가 곧 새 싱글이 나온다고 합니다. 꼭 들어보세요. 그리고 엄청 늦은 편이지만 최근에Lil Ugly Mane의[Oblivion Access]를 제대로 들어봤는데 꽤 오랫동안 정신을 못 차렸어요. 이름도 멋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았는데, 설명을 잘 못 하겠네요.
그리고 박지하의[Communion]과 Grouper가 가장 최근에 낸 EP도 좋았어요. 아, 미묘의[Floating Ones]라는 2012년에 나온 앨범을 발견했는데 요소 하나하나 모두 완전 마음에 들었어요. 소리가 입체적이고 질감도 좋아 헤드폰으로 듣기에 딱 좋았어요. 몇 달 전에 나온 Delroy Edwards의 앨범도 아주 더럽고 좋아요.
Q. 밴드캠프 앨범 페이지에 ‘베이스치는 목소리 좋은 남자 보컬을 소개해주세요‘라고 코멘트를 남겼어요. 다음 앨범을 위한 준비 과정인지, 혹은 미래의 공중도둑 라이브셋을 구축하기 위함인지 궁금합니다.
네, 밴드를 좀 갖춰보려 해요. 남자 보컬과 베이시스트가 필요한데 둘 다 가능한 사람이면 좋아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목소리는 Summer Soul의 남자 버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엄청난 드러머가 필요한데 주위에 아시는 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Q. 공중도둑에게 ‘좋은 음악‘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그냥 엄청 와닿으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설명을 잘 못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김밥레코즈를 통해 CD를 판매하고, 서울 레코드 페어를 통해 바이닐도 제작/판매할 계획이에요. 이번 앨범을 통해 공연도 갖고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해보려고 해요. 감사합니다.
I 참고
* 프린스는 소속사와의 분쟁 및 불화로 자신의 활동명을 남/녀의 성 기호를 결합한 ‘기호’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에 한동안 대중과 평단은 프린스의 이름을 ‘TAFKAP‘ 혹은 ‘Symbol‘로 불렀다. TAFKAP은 ‘The Artist Formerly Known As Prince (한 때 프린스라고 알려진 아티스트)’의 약어다.
** 애니매틱스(animatics) : 스토리보드의 그림들을 실제 시간에 맞게 편집하여 영상화한 것. 작품의 시놉시스와 스토리보드가 제작되면 다음 단계로 애니메틱(스)를 만든다. 각 신(scene)의 배열과 시간 배정을 비롯하여 액션의 구도와 화면 움직임, 편집의 완급 등을 제시하여, 미리 시간과 느낌을 확인하고 연출자의 의도를 실무진에게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제작한다. (출처 : 만화애니메이션사전)
https://www.youtube.com/watch?v=2Y1DrUoTuAQ
*** 킨폰스(Kinfauns) : 60년대 중-후반,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이 거주했던 저택으로, 당시 비틀즈의 멤버들이 Kinfauns에 자주 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의 [The White Album] 데모 작업물이 이 곳에서 만들어졌다.
**** 인드라 데비(Indra Devi, 1899.05.12~2002.04.25) : 러시아 출신의 요가 스승으로 러시아와 미국을 거치며 현대 요가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마릴린 먼로의 요가 스승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