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hoice] 김오키 / 퍼블릭도메인포미 (4월 2주차)

Weekly Choice by [S] (Apr. 2nd 2018)

김오키(KimOki) / 퍼블릭도메인포미
(봉식통신판매 / 2018.04.09.)


 

‘김오키(KimOki)’ 하면 왠지 ‘프리재즈’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그의 디스코그라피, 현재까지의 커리어를 통틀어 그의 음악이 단지 프리재즈에 국한된 적은 없는 것 같다. 김오키 뻐킹매드니스, 김오키 동양청년, 전기사기꾼, 아방 트리오, 김오키 스피릿 선발대,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 그리고 지금의 김오키 새턴발라드까지 그가 행해온, 혹은 현재도 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지닌 음악적 다채로움. 더불어 최근의 엡마, 호림, 히피는 집시였다, 서사무엘, 로다운30, 노선택과 소울 소스 등 그가 피쳐링의 형식으로 협업했던 아티스트들의 각양각색 면면까지. 그의 발자취를 찬찬히 돌아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김오키라는 연주자는 우리가 ‘프리재즈’라는 단어 하나로 그 정체성을 쉬이 에두르기엔 그 이상으로 음악에 대해 꽤 열린 태도를 가진 아티스트 아니려나.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것만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다. 김오키가 연주하는 재즈 스탠더드, 발라드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의 새 앨범, 아니 정확히는 색소폰, 피아노, 더블베이스의 트리오 편성 프로젝트인 ‘김오키 새턴발라드’의 정규작 [퍼블릭도메인포미]는 놀랍게도(?) 발라드 앨범이다. (‘새턴’은 아마도 故 ‘선 라(Sun Ra)’의 독립레이블이었던 ‘새턴레코드’에서 따온 이름 아닐까 싶다) ‘All of Me’, ‘Someone To Watch Over Me’ 등 이미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의 연주로, 노래로 태어났던 재즈 스탠더드 넘버들, 또 홍난파의 동요 ‘고향의 봄’, 역시 홍난파의 가곡인 ‘사공의 노래’, ‘봉숭아’ 등을 아름다운 발라드로 연주해 수록하고 있다. 한편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어어부 프로젝트’, ‘방백’의 백현진(영화감독, 연기자이기도 하다)의 곡들을 멜랑콜리한 무드의 모던재즈 풍으로 재해석해-무려 세 곡이나-담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점.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의 트리오로서는 가장 전형적인 편성, 그리고 발라드. 마치 파전에 막걸리처럼 가장 적절하며 동시에 최적인 조합답게 적어도 이 앨범에서 김오키의 블로잉은 다른 악기들과 차분하게 합을 이루며 ‘발라드’의 정서를 만들어내는 것에 충실하다. 대부분의 레코딩에서, 라이브에서 파격적이고도 자유분방한 연주를 선보였던 김오키가 안정적으로 선율을 짚어가며 만들어내는 다정하고 섬세한 소리, 이는 파격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파격적이고 김오키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연주들이 고요한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고 또 흘러가는, 그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차분한 호흡으로 듣게 되는 음반이다.

여러 관악기 중에서도 트럼펫, 그리고 색소폰은 그 소리의 특질상 ‘밤’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악기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앨범에서 김오키가, 그리고 새턴발라드가 만들어내는 소리들, 그 소리들이 자아내는 무드는 마치 갖가지 감정의, 갖가지 밤들 같다. 그 속엔 적당한 다정함과 온기가, 그리고 이따금씩의 스산함과 쓸쓸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김오키 새턴발라드 / 고향의 봄(홍난파 곡)> 라이브 @ 벨로주

 

<김오키 새턴발라드 / 심정> 라이브 @ 벨로주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Weekly Choice by [S]’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하비누아주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2018년은 유독 초반부터 반가운 활동 소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18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한 리코(Rico)는 청량함이 가득한 싱글 [Fruit Juice]를 발표했고, 테테(TETE)도 2곡의 싱글을 공개하며 오랜만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예서(YESEO)는 올해 첫 싱글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M STATION’을 통해 새로운 곡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고요. 김간지X하헌진은 4년 만의 정규 앨범을, 에고펑션에러 역시 3년 만의 정규 2집을 발표했습니다. 김사월X김해원 활동과 영화 음악 작업으로 분주했던 김해원은 첫 정규 1집을 선보이기도 했죠.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포크라노스의 새해를 함께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중 이번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소개할 아티스트는 하비누아주입니다. 추천곡들을 듣고 난 후, 최근 발매한 곡들도 다시 한번 찬찬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어떤 특별함을 앨범에서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하비누아주

하비누아주 / 봄바람 (2018.03.06)

2018년을 3일간의 단독 공연으로 시작한 하비누아주는 2018년을 무지막지한” 싱글 발매의 한 해로 정했다고 합니다올 초 EP [그리고겨울]을 발표하며 겨울 전문 밴드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하비누아주의 이번 싱글은 봄바람입니다하비누아주의 봄 음악은 여느 봄 노래와는 다른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훈훈함 속 문득 느껴지는 선득한 봄바람 같은 이들의 음악이 어느 순간 담담한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생각을 없애주는 음악호흡을 고르게 하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는 보컬 뽐므는 걷게 하는 음악을 골랐고어렸을 때부터 늦은 밤이른 새벽에 음악을 틀어놓고 천장을 보며 멍 때리는 걸 좋아했다는 전진희는 새벽의 시작과 끝을 함께 걷는 음악을 골랐습니다봄바람과 함께 걷기 좋은 계절은 생각보다 너무 짧으니 하루빨리 전진희와 뽐므가 추천한 곡들과 함께 낮 산책밤 산책 만끽하시길 바랍니다.미세먼지 없는 날 골라서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하비누아주가 추천합니다.

Brad Mehldau – Don’t Be Sad
FKJ – Vibin’ Out with (((O)))
John Mayer – You’re Gonna Live Forever In Me
Nick Hakim – Heaven
Fred Hersch – Pastorale

“나의 새벽의 시작과 끝을 함께 걷는 노래” by 전진희

Björk – Unravel
Underworld – Louisiana
Patty Griffin – Not Alone
Norma Winstone – Here Comes The Floor

“걷게 하는 음악” by 뽐므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더핀(The Finnn)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2018년은 유독 초반부터 반가운 활동 소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18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한 리코(Rico)는 청량함이 가득한 싱글 [Fruit Juice]를 발표했고, 테테(TETE)도 2곡의 싱글을 공개하며 오랜만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예서(YESEO)는 올해 첫 싱글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M STATION’을 통해 새로운 곡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고요. 김간지X하헌진은 4년 만의 정규 앨범을, 에고펑션에러 역시 3년 만의 정규 2집을 발표했습니다. 김사월X김해원 활동과 영화 음악 작업으로 분주했던 김해원은 첫 정규 1집을 선보이기도 했죠.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포크라노스의 새해를 함께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중 이번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소개할 아티스트는 더핀(The Finnn)입니다. 지난주 오존에 이어 더핀의 추천곡들을 만나보세요. 추천곡들을 듣고 난 후, 최근 발매한 곡들도 다시 한번 찬찬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어떤 특별함을 앨범에서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더핀(The Finnn)

 

더핀(The Finnn) / 19860205 (2018.03.11)

2017년 더핀의 컴백은 인디 음악 신에 몹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지난해 꾸준히 싱글로 곡들을 선보였던 더핀은 올 3월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더핀 임장현의 생년월일인 앨범명과 커버 속 돌사진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본인을 그대로 담아낸 음악 같습니다. 아쉽게도 더핀은 이번 앨범을 끝으로 당분간 음악 활동을 쉬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내가 만약 어떤 가수의 팬이라면 앨범 2개는 너무 적은 것 아닌가’란 생각에 팬을 위한 일종의 “선물”로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가 보내온 추천곡들을 그의 “선물”에 더해진 반가운 부록 같은 마음으로 즐겨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참여 아티스트들 또한 눈길을 끄는데요. 칵스, 라이프앤타임의 베이시스트 박선빈, 바이바이배드맨의 멤버로, 또 솔로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구름, 이채언루트의 멤버이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강이채가 녹음에 참여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추천곡 리스트 속 그들의 이름이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더핀의 이야기하는 박선빈, 구름, 강이채의 음악뿐만 아니라 더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 것만 같은 추천곡들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더핀(The Finnn)이 추천합니다.

라이프 앤 타임 – 호랑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밴드 신에서 이렇게 선명한 기타 리프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발매한 앨범 중 다른 곡들도 있지만, 록 밴드의 추천곡을 선정할 때는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록 넘버를 추천하게 되나 보다. 가볍게 흘려듣고 맛집 찾아가듯이 계속 찾아가는 그 노래, 호랑이. 이미 머릿속에 저장된 몇 개의 외국산 기타 리프에 이 노래도 2014년 이후 추가되어 있다.”

 

구름 –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구름이 자기 목소리를 담은 음원을 발표하기 전까지 이 친구에게 이런 감성이 있는 줄 알지 못했었다. 키보드와 프로그래밍에서 이미 입증된 아티스트가 자기 음악까지 잘하게 된다면 더 부러운 캐릭터가 있을까? 음원을 듣다가 그중 하나가 대박 나기를 바라며.. 추천!”

 

이채언루트 – Uneasy Romance

솔로 앨범 이전 강이채 씨가 발표했던 ‘Uneasy Romance’. 처음 발매하는 앨범에 각 잡고 바이올린 소리 좀 녹음하고 자기 목소리의 가냘픔을 피해서 왔더니 종착역은 예술곡 탄생. 최근에는 초사이언모드로 솔로 앨범도 발매해서 활동 중.

 

Super Furry Animals – Juxtapozed With U

“킹스오브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많이 들어서 힘드신 분들, 3월에 이 노래 들으면서 집 근처 동산 한 바퀴 돌다 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Kings of Leon – Razz

“어렸을 때 가족들이 외출해서 집에 혼자 있게 되면 킹스오브리온(Kings of Leon)의 CD를 오디오로 크게 틀고 아버지 골프채 거꾸로 잡아서 립싱크 많이 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앨범 몇 개 발매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Weekly Choice] RAINBOW99 / 수원화성 (3월 5주차)

Weekly Choice by [S] (Mar. 5th 2018)

RAINBOW99 / 수원화성
(MAGIC STRAWBERRY SOUND / 2018.03.31)


‘옥상달빛’, ‘십센치’, ‘선우정아’, 최근에는 ‘치즈’까지 주로 팝 성향이 강한 가수들의 소속사로 유명해진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RAINBOW99’는 그의 음악, 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다분히, 아니 독보적으로 이질적인 존재다. 전자음악가, 기타리스트, 사운드디자이너 등 그를 카테고라이징하는 몇몇 키워드들 외에도 개인적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그에 관한 연관키워드는 ‘다작’이다. ‘RAINBOW99’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서른 개 이상의 정규앨범, 싱글, 프로젝트앨범들을 발표해왔고 여기에 초창기 프로젝트인 ‘시와무지개’나 근래의 ‘우쿠루쿠’, 뜻밖의 펑크 유닛 ‘SXPTY’까지 굳이 포함하면 그 숫자는 마흔을 훌쩍 넘어간다.

그 중 2015년 내내 담양, 동해, 제주도 등 국내 각지를 매달 한 곳씩 여행하며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든 음악들을 월간으로 공개, 이윽고 이듬해인 2016년 초에 이를 집대성해 정규앨범 [Calendar]로 발표한 여행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불쑥 떠나고, 한없이 걷고,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눈보라 몰아치는 담양 대나무 숲의 압도적인 풍경을 소리로 그려내고, 제주도에선 불쑥 여행에 동참한 아버지의 색소폰 연주를 자신의 전자음악 세계 안에 동참시킨다. 한편 남한산성에선 우연히 만난 트로트 가수 ‘꿩털’이 대접한 막걸리에 얼큰히 취해 그 자리에서 곡을 쓰고 연주하기도 한다. 새로운 공간엔 늘 예기치 못한 풍경, 상황, 경험들이 있고 이는 오롯이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 음악으로 피어났다. 개인적으로 그의 모든 프로젝트 중 단연 백미로 꼽고 싶다.

2015년 월간 여행 프로젝트의 커버들

몇 해를 지나-물론 그 사이에도 그는 쉼 없이 음악을 만들고 또 발표했지만-2018년에 그가 다시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새 여정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이전과는 다른,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띈다. 이전 프로젝트의 작업 방식이 대부분 여행지에서의 스케치, 돌아와 서울에서의 후반작업의 과정을 거쳤다면 이번에 그는 마스터링을 제외한 모든 작업, 그러니까 곡의 구상부터 작곡, 연주, 녹음, 심지어 믹스까지 현장에서 해내며 그 순간의 감정을 더 생생히 담아내는 데에 집중한다. 아울러 대부분 혼자만의 여행이었던 이전에 비해 이번에는 왕민철 다큐멘터리 감독이 여정을 함께하며 그 발자취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다는 것 또한 달라진 점. 여하튼 이 새 여정은 1월의 논산, 2월의 청주를 거쳐 3월엔 수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원화성 성곽 주변 곳곳을 거닐다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장소 두 곳에서 만들어낸 두 곡의 음악은 각각의 정서가 확연하게 다르다. 아련한 무드를 자아내는 전자음의 앰비언스 위로 청초한 건반, 기타, 베이스 등 갖가지 소리들이 쌓여가며 가슴 뭉클하게 아름다운 서정을 그리는 ‘수원화성과 종교화합’,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계적으로 차갑게 반복되는 리듬과 전자음, 거기에 음울한 소리들을 흩뿌려대는 건반 소리와 연주라기보단 그저 노이즈처럼 불쑥불쑥 끼어드는 기타의 소리 등이 어우러져 마치 사이버펑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불온하고 불편한 무드를 시종 조성하는 ‘수원화성과 과학기술’은 수원화성 주변의 독특한, 혹은 이질적인 풍경에서 음악가가 느낀 감정들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생히 담아낸다.

아래 두 편의 비디오를 꼭 감상하길 권한다. 내가 이렇게 쓴 몇 단락의 글보다 훨씬 더,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RAINBOW99 (with 신지용) / 수원화성과 종교화합> Live

<RAINBOW99 (with 신지용) / 수원화성과 과학기술> Live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

안녕하세요 김설탕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연재해온 ‘Deep Inside’를 최근의 ‘O3ohn’ 편으로 마무리하고 새 코너인 ‘Weekly Choice by [S]’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장의 음반을 수십 번 이상 듣고 또 들으며 깊숙히 파고 들어가 맥락을, 이야기를 읽어내는 일,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나름의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즐거운-동시에 무척 힘들기도 했던-작업이었기에 아쉬움도 조금 남지만 새로 선보이는 이 코너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더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글을, 대신에 더 많이 써보려고 해요. 매주 수요일에 포크라노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여러분을 만납니다. 잘 부탁해요. 🙂

(‘Weekly Choice by [S]’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오존(O3ohn)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오랜만에 돌아온 추천의 추천의 추천입니다. 2018년은 유독 초반부터 반가운 활동 소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18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한 리코(Rico)는 청량함이 가득한 싱글 [Fruit Juice]를 발표했고, 테테(TETE)도 2곡의 싱글을 공개하며 오랜만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예서(YESEO)는 올해 첫 싱글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M STATION’을 통해 새로운 곡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고요. 김간지X하헌진은 4년 만의 정규 앨범을, 에고펑션에러 역시 3년 만의 정규 2집을 발표했습니다. 김사월X김해원 활동과 영화 음악 작업으로 분주했던 김해원은 첫 정규 1집을 선보이기도 했죠.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포크라노스의 새해를 함께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중 이번 추천의 추천의 추천에서 소개할 아티스트는 오존, 더핀, 에몬, 하비누아주입니다. 각각 자신만의 음악색을 선보이고 있는 뮤지션들인데요. 추천곡들마저도 너무나 오존, 더핀, 에몬, 하비누아주 답습니다. 궁금해지신다고요? 매주 월요일마다 공개될 이들의 추천곡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오존(O3ohn)

 

오존(O3ohn) / jon2 (2018.02.20)

2017년 초 발표한 싱글 [Kalt]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오존의 음악 팬들에게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작이었을 것 같습니다. 한 달 간격으로 2장의 EP를 발표한 오존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 중입니다. 이번 활동 재개에서 음악 외에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조용히 오존의 음악을 찾아 듣던 팬들이 봄 새싹처럼 곳곳에서 그 존재를 드러냈다는 것 같습니다. 음원사이트 댓글로 “나만 알고 싶었던 아티스트”란 고백이 이어졌고, 대림미술관,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의 단독공연은 순식간에 매진되었을 정도니까요.
지금 가장 뜨거운 싱어송라이터 오존의 음악적 취향과 관심사 역시 많은 음악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한창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을 오존이 보내온 추천곡들은 그의 곡만큼이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군요. 오존에 대한 애정을 한층 더 단단히 해줄 것이 분명한 그의 추천들을 지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오존(O3ohn)이 추천합니다.

Stella Donnelly – Mechanical Bull

“좋아하는 형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앨범에 수록된 곡. 편하게 듣기 좋은 앨범이다. 좋은 음악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정말 고마운 존재..”

 

Frank Ocean – Moon River

“프랭크 오션의 최근 싱글. 이전의 싱글들과는 사뭇 다른 결의 소리를 담고 있다. 커버곡이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신선하게 소화해낸 곡이다.”

 

Everything Is Recorded – Everything Is Recorded (feat. Sampha, Owen Pallett)

XL레코즈의 수장 리차드 러셀(Richard Russell)의 최근 앨범 마지막 트랙. 엄청난 참여진을 동원한 앨범이다.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슈퍼카를 만져보는 느낌..”

 

Ruthven – Evil

“자이 폴(Jai Paul) & 에이케이 폴(A.K. Paul) 형제의 새로운 집단인 폴 인스티튜트(Paul Institute)에서 발매됐던 싱글. 같은 날 파비아나 팔라디노(Fabiana Palladino)라는 아티스트의 싱글도 공개됐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한 사람들.”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Deep Inside] 오존(O3ohn), 어지러이 널린 일상의 파편들을 가만히 응시하는 어느 청년의 지극히 개인적인 노래

Deep Inside #11, 오존(O3ohn)
어지러이 널린 일상의 파편들을 가만히 응시하는 어느 청년의 지극히 개인적인 노래


 

 

2016년 5월, 미국의 인디펜던트/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스톤즈 스로우 레코드(Stones Throw Records)’의 쇼가 뜬금없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이들과 협업해온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스투시(Stussy)’, 근래에 가열찬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내의 공연기획사인 ‘20/20’의 작품이었는데 한편으론 고마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솔직히 말하건대-‘대체 한국에서 이걸 누가, 몇 명이나 보러 갈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보러 갔지만. (심지어 혼자 가서 엄청 잘 놀다 왔다, 하하하;)

여하튼 난데없이 2년 전의 개인적 기억을 끄집어낸 것은 이 날이 내가-이 글의 주인공인-‘오존(O3ohn)’이라는 음악가를 생전 처음으로 만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벤트의 오프닝 밴드 ‘신세하 앤 더 타운(Xin Seha & The Town)’의 기타리스트로 무대에 오른 그는 시종 밝게 웃고 있었고, 그가 연주하는 기타 역시 그 웃음만큼이나 기분 좋은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존(O3ohn)’, 본명은 오준호로 기타를 베이스로 하는 셀프-프로듀싱 싱어송라이터다. ‘O3ohn’이라는 독특한 이름 표기는 분자 ‘오존’의 원소기호가 ‘O3’라는 점, 더불어 러시아어의 ‘3’가 알파벳 ‘J’와 같은 발음이라는 점을 두루 아우른 중의적인 작명이라고 한다. 팬들에겐 이미 익히 알려진 것처럼 초중고등학교 동창인 친구 ‘신세하(Xin Seha)’의 밴드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리스트로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전역 시점인 2014년 겨울, 당시 첫 앨범 [24Town]을 준비하고 있던 신세하가 먼저 제안을 했다고. 한편 그 시기에 이미 본인의 오리지널을 창조해보고 싶다는 열망도 품고 있던 그였다.

 

오존(O3ohn)

이 열망이 가시적으로 발현되어 ‘솔로 아티스트’ 오존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된 것은 2016년 10월, 이전까지는 사운드클라우드에 드문드문 습작을 공개하던 그가 그 중 몇몇 곡들을 추리고 다듬어서 담은 데뷔 EP [O]를 공개하면서부터다. 다분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여기서 비롯된 감정들을 바탕에 둔 채 종종 포근하게 다정하고, 때론 쓸쓸하며 헛헛한,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어떤 고독의 정서가 뭉근하게 배어있는 네 곡의 노래들은 온전히 그 자신에 의해 쓰여지고, 편곡되고, 연주되고, 불려지고 녹음되었다.

기타를 중심으로 한 최소한의 소리들이 넉넉한 여백을 지니고 배열되는 단출한 편곡, 그래서 덤덤하게 노래함에도 되려 더욱 도드라지는 오존의 목소리는 소절 하나하나를 끝맺는 미세한 떨림마저 슬며시 귓가에 남아 여운을 만들어내며 노래의 일부가 된다.

<오존(O3ohn) / [O]> Cover Artwork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랑 생명체, 더 의미를 알 수 없는 하와이…
아티스트가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끄적인 낙서가 그대로 커버가 되었다고.
 

다양한 음악들을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 중에는 ‘존 메이어’도, ‘언니네 이발관‘도, ‘프랭크 오션’도 있다. 실제로 첫 EP를 통해 드러나는 ‘오존’의 음악에선 ‘존 메이어’의 팝이 지닌 은근한 블루스의 요소, ‘언니네 이발관’의 담백한, 어딘지 유약하기도 한 기타팝의 감성, 또 ‘프랭크 오션’의 음악처럼-또한 대부분의 PBR&B 계열 음악들이 그러하듯-너른 공간감으로 표현되어 근사한 부유감과 잔향의 여운을 주는 사운드 등이 두루 감지되어 그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들에게서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혹자는 ‘혁오’를 위시해 최근 등장하고 있는 몇몇 인디팝 아티스트들과의 어떤 공통분모를 그에게서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그 무엇과도 같지 않고 그 무엇도 굳이 레퍼런스로 삼지 않으며 ‘오존만의 것’을 단단한 심지로 지니고 있었고 아마도 그래서, 오존의 음악을 들어본 이들은 저마다 각각 그의 미래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었고.

 

“’신세하 앤 더 타운(XinSeha& The Town)’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온 그가 솔로 아티스트로 등장해 EP [O]를 불쑥 내민 순간, 우리는 가슴 깊숙한 곳을 찌르는 근사한 음색과 훌륭한 송라이팅 능력을 두루 지닌, 진짜 괜찮은 싱어송라이터를 만나게 되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낭만과 서늘한 우수를 함께 품고 있는 오존의 노래는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동시에 ‘힙’한 것을 찾는 이들의 촉각을 잡아 끄는 지점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포크라노스 컴필레이션 [Emerging] 공식 소개글 中

 

오존(O3ohn) – untitled01 M/V

[O] EP 이후 몇 개월이 지나 해를 넘긴 2017년 초에 공개된 싱글 ‘Kalt’는 전작에서 품기 시작한 기대의 감정을 이윽고 ‘믿음’의 형태로 슬며시 치환시킨다. 꽤 매력적인 음색의 여성 보컬리스트 ‘JOONIE’와 함께한 이 노래에서 오존은 [O]에서 일관되게 그려냈던 고독에 대해 다시 한 번 노래하고 바로 이 ‘고독’의 감정을 그려내는 특유의 심상이야말로 자신이 지닌 고유의 개성임을 분명히 밝힌다. 태생적으로 혼자이면서 또 결코 혼자일 수 없는, 그래서 늘 관계를 애타게 갈구하고 그 속에서 때론 상처 받고 깊은 고독과 마주하는 존재가 인간이고 이것은 우리 모두의 지극히 보편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관계와 관계 속에서 갖가지 감정의 조각들을 흩뿌리는 무수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오존은 가만히 응시하고, 이를 차분하게, 그리고 조금은 서글프게 노래한다. 그리고 그 노래는 이미 단 맛 쓴 맛 죄다 맛본 닳고 닳은 어른의 그것이 아닌, 아직 미처 다 자라지 못한-그래서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서 있는-한 청년의 개인적 노래로 들린다. (한편 ‘JOONIE’는 이 노래 외에 달리 활동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그 정체(?)에 대해 나로선 딱히 알 길이 없다. 아티스트에게 직접 물어볼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오존(O3ohn) – kalt(feat. JOONIE) M/V

그 해 여름, 네이버의 ‘온스테이지’에 등장해 몇 곡의 라이브를 선보였다. 여기에 등장했다는 것은 이 시점에서 이미 그가 인디씬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있었다는 의미일 터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 기존의 곡들이 아닌 당시 시점에서는 미공개였던 세 곡의 노래를 기타, 베이스, 드럼의 심플한 구성으로 노래했는데 이 중 ‘Rolling’과 ‘언제부터’는 앞으로 이야기할 EP 2연작에 수록되었다. 특히 ‘Rolling’ 같은 경우 라이브와 레코딩의 편곡에 꽤 큰 차이가 있으니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것이다.

 

[온스테이지] 356. 오존(O3ohn) – Rolling

이후 공개된 정식 레코딩에 비하면 다소 투박한 편곡. 반면 더 흥겹기도 하다.
예컨대 레코딩이 산책이라면 라이브는 드라이브랄까.

2018년의 시작과 함께 두 장의 EP <jon1>, <jon2>를 한 달의 간격을 두고 연이어 공개했다. [O]와 동일하게 저마다 꼭 네 트랙씩을 수록하고 있는 각각의 EP들은-역시 [O]와 동일하게-모두 온전히 그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지고 녹음되었다. 꾸준히 작업하며 쌓아둔 곡들 중에서 수록곡들을 추려 트랙리스트를 구성한 것 또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jon2>의 경우 전곡의 가사를 영어로 썼다는 점이 이채롭다. (왜 하필 ‘네’ 곡인 건지 역시나 아티스트에게 물어볼까 했지만 역시나 굳이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오존(O3ohn) / jon1 & jon2> Cover Artwork

어쿠스틱 발라드 ‘Somehow’로 문을 여는 첫 번째 파트 <jon1>은 전체적으로 전작 [O] EP의 색채를 일정 부분 이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영롱하게 울려펴지는 기타의 전주에 이어 오존 특유의-따사로우면서 한편으론 헛헛하기도 한-음색을 다시금 만나게 되는 ‘Somehow’의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는 짙은 우수가 배어있고 그 위를 떠돌듯 부유하며 떠나보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관조하듯 읊조리는 오존의 노래는 덤덤하기만 해서 도리어 더욱 애달프다.

[MV] 오존(O3ohn) – Somehow / Official Music Video

이번에도 역시 그간 오존의 모든 뮤비를 만들어온 새가지 비디오(SEGAJI VIDEO)의 작품이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시 속 건축물의 디자인이 지닌 구조적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근사한 그림이 된다.

후렴구의 허밍 ‘우우우’를 제목으로 한 ‘Oooh’,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뮤지션리그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먼저 공개한 적이 있는 ‘언제부터’는 적당히 낭만적이고 적당히 달콤하며 또 적당히 담백해 비교적 편안하게 귀에 감긴다. 두 곡 모두 ‘관계’, 구체적으로는 ‘너’와의 관계에 대한 기대감 또는 설레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편 이 파트의 마지막 노래인 ‘Thoms Piano’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의 상실감, 언제까지고 온전히 다 치유될 수는 없는 아픔에 대해 조용히 노래한다. 앞서 ‘Somehow’와 마찬가지로 우울의 정서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그의 특유의 감성을 오롯이 맛볼 수 있는 노래로 오존은 ‘만약 언젠가 자신의 부모님을 떠나보낸 후에, 이후 부모님을 떠올릴 때의 자신의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하면서 이 곡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오존(O3ohn) – Thoms Piano M/V

 오존(O3ohn) – 언제부터(Live) [CASPER RADIO]
<jon2>의 첫 곡인 ‘R’을 플레이하고 조금 흠칫했다. 그간 들어왔던 그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첫인상 때문이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일단 ‘리듬’이다. 그간 발표한 그의 어떤 노래보다도 이 노래는 리듬이 전면으로 부각되어 사운드의 중심에 서는데 밝고 경쾌한 리듬이 댄서블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선율을 구성하는 소리들의 은근한 변화들도 귀를 기울여 듣게 하는 재미가 있다. (정확히 어떤 악기의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로폰, 혹은 비브라폰 같은 종금류 타건악기의 소리가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듯 리듬 사이사이에 톡톡 떨어져 곡의 느낌을 굉장히 퍼커시브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선율의 바탕이 된다.

한편 곡이 전개될수록 다양한 결의 기타의 소리들이 곡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변화를 준다. 오존은 여전히 비교적 차분하게 노래하지만 그럼에도 청량한 흥겨움이 있는, 이를테면 ‘오존 식(式)의 미니멀한 댄스뮤직’이랄까. 개인적으로 두 번째 파트의 가장 특징적인 트랙이면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오존을 담은 이 파트의 개성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기도 하다.

오존(O3ohn) – R
‘온스테이지’에서 먼저 공개했던 노래 ‘Rolling’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편곡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라이브에서 직선적으로 질주하던 리듬은 시계의 초침이 똑딱이듯 정적이고 차분해졌으며 오존의 노래와 기타 역시 여기에 발맞춰 호흡을 늦추고 느슨해졌다. 덕분에 온스테이지의 라이브 버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곡으로 변모했다. 화사한 느낌마저 든다. 이어지는 ‘Seeyouin’에서 급격하게 분위기를 반전 음습하고 침울한 무드를 조성한다. 블루지하게 울리는-다소 퇴폐적인 무드까지 만들어내는-기타의 소리를 배경으로 독백처럼 들리는 오존의 노래는 내면의 심연 어딘가로 깊이, 더 깊이 침잠해 들어간다. 제목처럼 이 파트의, 그리고 ‘jon’이라는 전체 프로젝트의 마지막 노래인 ‘Finale’은 지인에게 빌린 테이프레코더로 녹음한 곡이다. 로파이한 질감, 차분하게 음을 짚어가는 일렉트릭 건반의 소리, 알앤비나 소울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오존의 팔세토 섞인 보컬은 차분하게 끝을 향해 걷고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다. ([O] EP의 마지막 트랙이었던 ‘her’와 어딘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당신은 ‘고독’, 혹은 고독으로부터 비롯되는 ‘우울’을 어떻게 다루는가? 한때 나는 이 감정들을 극복의 대상으로 여겼다. 이따금씩 우울의 심연에 발을 들이게 될 때마다 그 어둠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있는 힘껏 발버둥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감정들은 ‘지금의 나’ 그 자체라서 사실 벗어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행위 그 자체가 되려 스스로의 감정을 더 갉아먹으며 핍박한다는 것을. 이후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그저 ‘이것이 지금의 나’라고, 그 모습을 어떤 식으로든-행여 궁상맞고 한심하기 짝이 없더라도-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맘껏 슬퍼하고 맘껏 우울해하며 내 속에 있는 어두움의 밑바닥까지 깊숙히 침잠해 들어가보는 것, 이 행위가 되려 일종의 평화를 가져다줬고 이건 이후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가장 자연스럽고 유효한 방식이 되었다.

동일한 맥락에서 오존의 음악을 바라보게 된다. 우울하고 슬플 때 더 슬픈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며 감정을 동화하고 쏟아내 어떤 카타르시스를 획득하는 것처럼,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종종 내 안 깊숙한 곳에 있는 근원적 외로움과 마주하고, 이를 보듬어안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그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고독의 순간, 그리고 우울의 낭만이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Deep Inside’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SPECIAL] 20세기에 태어난 21세기의 청년들, 20대 남성 뮤지션

20세기에 태어난 21세기의 청년들, 20대 남성 뮤지션 특집
데카당, 강태구, 정봉길(바이바이배드맨)


여성 뮤지션 특집에서는 이제까지 규제화된 이미지들을 벗어난 좀 더 포괄적인 여성 뮤지션을 찾아 담고 싶었다면 좀 더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젊은 남성 뮤지션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펑크에서 소울, 포스트 록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대범한 신예 밴드 ‘데카당’, 가장 깊은 곳의 감정을 외롭지만 아름다운 포크의 언어로 주조하는 ‘강태구’, 직선적인 로큰롤에서 신스팝까지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데뷔 9년 차의 ‘바이바이배드맨(정봉길)’까지. 장르의 혼종이나 과정에서의 연대가 자연스럽고,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21세기의 청년들이다.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손을 들어 나서지 않는다 해도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빛나는 시절을 20대라 생각해왔다. 그래서일까, 언젠가 전혜린의 문장 속에 20대의 나를 대입해본 적 있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의 선물’이라면 나는 이들을 지금 가장 힘주어 소개해야 하는, 해의 첫 시작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라 하겠다. 매일이 1월이라면 불확실한 것들 속에서도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도, 더 벅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도 있을 테다.

 

 

데카당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첫인상을 믿는 편이다. 이들을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한 얘기는 언젠가 좀 더 진득하게 풀어놓고 싶어 아껴두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카당에 대해 설명하려면 어쩔 수 없이 언급해야 하는 필연적인 ‘처음’이 있는데, 이들의 라이브를 처음 본 날과 데카당의 데뷔 앨범의 유통 담당자로 이들의 결과물을 처음 만난 일. 사실 공연과 음원이라는 꽤 극단적 첫 인상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겐 매번 같은 긍정적 충격이었고, 그러니 그 어느 순서였다해도 결국엔 이들에게 반하고 말았을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접한 이들의 공연은 펑크, 네오 소울, 록 등 그 모든 걸 가로지르는 셋리스트였고 그 안에서도 이들을 지탱하는 묵직한 중심은 소울보다는 록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EP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공연에서 자주 등장하는 ‘각주’, ‘토마토 살인사건’ 등이 곡이 안긴 강렬함 때문이리라. ‘A’나 ‘너와 나’를 변주라고 생각하기도 했을 만큼 실제로 이들의 활동 초반부 라이브부터 자주 선보인 ‘Peter parker’, ‘일당백’ 등의 곡에서의 퍼포먼스는 경구에 가까운 가사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들의 첫 EP [ㅔ]에는 이들이 본래 싣고자 했던 일부 곡이 빠져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각주’와 ‘토마토 살인사건’이라는 두 곡. 덕분에 다소 일관적이지 않아 보이는 트랙 구성, 변이된 형태의 앨범이 완성이 되었고 되려 관계자들과 리스너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라이브를 처음 보았을 때에 대한 표현에서 쓴 ‘가로질렀다’는 말도 사실 그 때문이다. 녹음 과정에서 의도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2곡이나 빠지게 되었다는 이들의 변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도대체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이 팽팽한 허공 사이를 가른다. 극단적으로 도치되는 표현임에도 이들의 의도하지 않은 빈틈은 제법 가볍고 매끄럽다. 무엇이 비집고 들어간대도 그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왜냐면 데카당이니까.

 

장르 자체에 대해 앞서 언급했지만 애써 그것에 대한 이해 없이도 데카당을 좋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충분하다. 95, 96년생의 멤버들로 구성된 20대 초반인 이들의 자연스러웠던 결집의 과정, 의도하지 않은 크로스오버에 대해 더 힘을 주어 이야기하고 싶다. 예술에서 연대가 익숙한 지금의 20대가 선보인 결과물 중 대표적 예로 볼 수 있겠다. 성서에 등장하는 ‘살로메’, 동명의 만화로도 존재하는 ‘우주형제’처럼 문학 등의 타 예술 장르에서 가져온 곡 제목 등 이들의 배경이나 살짝 접어둔 책장 같은 의도를 찾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사실 이들은 스스로가 가져올 본인의 미래를 잘 모르는 것도 같다. 저자는 자기 책의 단점을 알게 되는 첫 번째 사람이자 장점을 알게 되는 마지막 사람이라는 신형철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뭐 어떠한가. 젊음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아름다운 고집같은 거니까. 사적 체험을 통해 층층이 쌓이는 취향이 만들어낼 아름다운 결과물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저 트랙 제목이나 가사의 배경을 음미하며 데카당의 다음을 기다리면 될 뿐이다.

강태구

사실 강태구라는 뮤지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채 두어 달도 못 된다. 처음은 지난 11월 발표된 ‘그랑블루’와 ‘내 방 가을’이었고, 그 이후 발매된 ‘Passenger’를 그보다 더 늦게 접하면서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이 강태구라는 뮤지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부재하는 존재와 기억에 대해서 노래하면서도 참 이상하리만치 덤덤한 그의 보컬이 인상 깊었다. 한숨을 뱉는 것 같다가도 어떤 곡에선 선명하고 단호하게 감정을 전하는 것마저 참 신기해서 몇 번을 갸웃거렸다. 포크라는 장르에 대해 잘 알지못한다는 두려움이, 혹여 조금의 견해를 덧붙여도 그게 이 앨범의 ‘완벽함’에 오기가 될까 싶어 음악이 좋다 언급하는 것도 애써 눌러두었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두 싱글 모두 오프라인에서 피지컬 음반으로 처음 발표된 [bleu]를 작년 연말 싱글 컷으로 두 곡씩 담아 발표한 것이고, 금번 온라인으로 발매된 정규 앨범 [bleu]는 그 전부를 묶어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한 것이다. 2012, 3년도 무렵부터 공연을 하고 앨범을 만든 그는 비교적 최근엔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인’과 만나 전보다 더 아름다운 애상의 정서가 덧대여졌다.

앞서서 말한 그 두려웠다는 표현을 조금 고쳐 주저했다는 표현으로 다시 써본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음악을 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이다. ‘아를’과 함께 한 2013년의 스플릿 앨범을 진작에 접했다면 포크에 대한 내 인상이 좀 더 빨리, 뭔가 더 다른 방향으로 닿지 않았을까. 기껏해야 내 플레이리스트 안에서의 변화겠지만 어쨌든 지난 겨울 사이 크고 작은 변곡 중 하나라고 할 대 강태구의 음악은 내 안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가장 인상적인 손길이었다.

 

가사를 더듬다 그의 나이가 20대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고 사실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어딘가에 홀로 오래 남아 그 기억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기웠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곡들을 듣는 내내 한 번도 닿아본 적 없는 심해처럼, 내밀한 누군가의 마음속 저 끝을 들여다본 여행을 한 것 같았다. (그의 가사를 인용해보자면)’모두 내 안에 왔다가 떠나가 너무 많은 이별 속에 울었지’만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이, 가본 적 없는 먼 훗날, ‘평생’에 대해 노래하는 이가 보내온 시절은 도대체 어떠할까. 사랑에 있어 한 번도 담담해본 적 없던 나의 지난 20대를 떠올리다 ‘밤의 끝’이라는 곡까지 닿고 보니 그가 겪어온 모든 이별, 실패, 슬픔까지 보였다. 덤덤하게 뱉은 자조적인 토로 이후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바램이 따라붙는다.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어쩐지 그건 지금의 젊은 날에만 가능한 간절한 선언 같았다.

언젠가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이라 믿었던 시간이 참 길었다. 언젠가 헤어진 이의 얘기를 전해 들으며 괴롭고 지난한 연애 내내 내가 그를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어쩐지 또 너무 쉽게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상대는 한 번도 닿아본 적 없었지만 그게 세상의 끝일지언정 무작정 닿아보고 싶은 강태구의 음악이다.

 

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질 때의 감정, 새로운 것에 발을 들이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란 얼마나 무모한가. 그래도 여전한 호기심과 두려움 속에서도 시도하는게 젊음이라면 그 뜨거운 감정들을 미지의 세계로 발 딛게 하는 무엇 역시 같은 젊음일테다. 태양이 닿은 적 없는 고독의 바다, 바람이 들지 않는 고독의 숲. 혹은 그 둘을 오가며 내면의 말을 살피는 사람. 나는 그런 강태구를 포크의 가장 젊은 현재이자 미래라 소개하고 싶다.

 

정봉길 (Bye Bye Badman)

“무슨 일이든지 일단 10년만 하면 프로야.”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주변 선배, 지인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렇다면 고작 20대에 데뷔 9년 차를 맞았다는 사실은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일까.

지난 2011년 스톤 로지스의 곡 제목에서 따온 ‘바이바이배드맨’이란 이름으로 데뷔한 보컬 정봉길은 10대에 만난 친구이자 동료인 구름(고형석), 곽민혁, 이루리와 햇수로 9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쌓아왔다. 동명의 EP를 발매한 이후 2011년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2012년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당시 반짝이는 루키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래선지 초기의 바이바이배드맨에게 붙은 ‘직선적’이라는 수식은 단순히 사운드에 대한 설명 말고도 그들의 발전과 성장에 대한 꾸밈에 대한 지칭으로도 꽤 근사하게 어울린다.

밴드의 역사에서 결집이나 연대야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어도 90년 대생의 젊은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이 ‘글렌체크’와 만나 선보인 활동들 역시 (크루, 신(Scene)의 개념으로 생각해볼 때)2010년대 국내 인디신 역사에 있어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주요한 장면들이라 생각한다. 바이바이배드맨의 디스코그라피에 있어 ‘변화’의 표피를 가진 얕거나 깊은 굴곡들도 그래서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다.

 

매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작은 습관이나 취향이 아집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찾게 되고 내 생활의 단조로움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일들이 꽤 잦다. 타성 속에서 일이나 작업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주변인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바이배드맨, 특히 프론트맨 정봉길이 순수하게 디스코그라피 안에서만 증명해 보이는 자연스럽고 꾸준한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밴드 역사에서 앨범의 주조가 정봉길만의 영역이나 유일한 역할은 아니지만, ‘있어서 보탬이 되는’ 것보다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의 의미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선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신스팝, 드림팝이 연상되는 일부 앨범에서 그의 보컬이 만드는 이미지, 거기에서 얻어지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 주목할 만한 지점이라 생각한다.

 

바이바이배드맨은 작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서브레이블 피치스레이블에 소속되며 4개의 싱글을 연달아 새롭게 발표하는 등 근래 크고 작은 다양한 활동을 했다. 솔로 및 다양한 활동 중인 유일한 홍일점 ‘이루리’, 역시 기타리스트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곽민혁’과 작곡과 프로듀싱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구름(고형석)’이 새롭게 가지를 만든 영역도 사실은 바이바이배드맨이라는 한 줄기에서 시작되었다 본다. 다양한 갈래로 대변될만한 팀의 대표적 이미지인 정봉길이라는 캐릭터가 바이바이배드맨 안에서 꾸준하게 만들어내는 곡들은 그게 직진이나 곡선의 변곡일지언정 밴드를 변함없이 ‘고정’시키는 하나의 축이다. 그것이 바이바이배드맨 안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라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말이다.

기준은 누구에게나 다르겠지만 ‘꾸준함’이란 시대와 계열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일 같다. 이십 대 초반의 나에게 자극을 주었던 또래이자 동료, 혹은 라이벌이었던 이들과 동시대를 함께 하며 성장, 그 이후의 전진을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여전히 무언의 지지를 받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바이바이배드맨, 그 중심의 정봉길은 이미 생애의 절반을 ‘록스타’로 살아온 셈. 그런 의미에서 남은 전 생애를 다 바쳐야 하는 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란 의외로 간단한 질문이 아닐까. 시대는 달라져도 역사는 바뀌지 않고 바이바이배드맨은 여전하다.


Editor / 두은정
youngwave@poclanos.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강태구, 김사월, 송은지, 홍갑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강태구, 김사월, 송은지, 홍갑

한 해의 결산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연말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들어야 할 음악들이 많았던 기분입니다. 새해의 부산함이 조금 가라앉고 난 지금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생각하다 보니 문득 “새해엔 포크”란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매년 1월 열리는 포크 음악인들의 축제 <새해의 포크> 공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포크가 정말 잘 어울리는 계절이 1월의 겨울이란 생각이 듭니다. 같은 겨울이지만 12월의 겨울이 들썩이는 록과 일렉트로닉의 느낌이라면, 시끌벅적한 연말의 피로감을 씻어내고 차분히 새해를 준비하는 1월에 듣는 포크는 한층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포크라노스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들 중에도 포크 뮤지션이 여럿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부문을 휩쓸었던 권나무, 이랑, 김사월과 김해원뿐만 아니라 단단한 팬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우주히피, 이영훈 같은 아티스트까지 말이죠. 1월의 추추추에서는 지난 연말 눈에 띄는 음악 활동을 선보인 강태구, 김사월, 송은지, 홍갑의 음악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마침 대부분이 <새해의 포크>에도 출연하는군요.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1월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강태구

 

 

강태구 / Passenger / 아름다운 꿈 (2017.12.06)

2017년 느지막이 등장한 포크 뮤지션 강태구의 여파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렬했습니다. 매체와 평론가들은 음반으로 먼저 세상에 얼굴을 내민 [bleu]를 올해의 앨범으로 꼽기 시작했고, 발 빠른 리스너들도 금세 이 앨범을 발견했습니다. 단, 4곡만이 음원으로 선공개 되었음에도 연말에 열린 강태구의 공연들은 속속 매진되었습니다.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푸른곰팡이에 적을 두기도 했던 강태구의 첫 정규 앨범을 찬찬히 듣다 보면 이런 놀라운 반응들에 수긍하게 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같다고 묘사되는 깊고 푸른 강태구의 목소리에 기타와 바이올린 소리에 덧입혀 차곡차곡 쌓이는 사운드는 그저 포크 음악으로 분류하기엔 부족한 기분입니다. 본 이베어(Bon Iver)의 행보 같은 놀라움을 강태구의 미래에서 보게 될 거라 상상하게 될 정도로요. 그가 보내온 추천곡 중 본 이베어의 곡도 있다는 것도 마치 운명 같습니다. 인디 포크뿐만 아니라 포스트록부터 클래식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강태구의 추천곡들과 함께 그가 전하는 음악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곧 음원으로 공개될 나머지 정규 앨범 수록곡들을 기다리면서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강태구가 추천합니다.

 

 

Rachmaninoff – Symphony No.2 Op.27, 3rd

“조용하고 느린 클래식을 좋아한다. 긴 시간 동안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조용하고 느린 클래식만큼 좋은 게 없다. 뜻밖의 낮잠도 청할 수 있다. 이 곡을 듣기 전까지는 클라리넷 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몰랐다. 어릴 적 학교 친구들이나 이웃이 연주하는 클라리넷 소리는 이런 소리가 아니었다.”

 

James Blake – A Case Of You

James Blake – The Wilhelm Scream

“그는 목소리와 연주로 한순간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음악가 중 한 명이다. 차가운데 따뜻하다. 섹시한 창법을 가지고 있다.”

 

Sam Smith – Palace

“외국 라디오를 주로 듣는데 이상하게 느린 음악은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나오는 느린 음악이 아델(Adele), 샘 스미스(Sam Smith) 정도인데. 그의 목소리를 듣고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델도 좋아한다.”

 

Keaton Henson – No Witnesses
Keaton Henson – Alright

Keaton Henson [Romantic Works]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다. 아름답다. 그는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자주 출연하는데 처음 그를 봤을 때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어셔가의 몰락’의 로더릭 어셔가 떠올랐다. 왜인지는 보면 알게 된다. 그와 첼리스트 렌 포드(Ren Ford)가 함께 한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앨범 [Romantic Works] 또한 좋은데, 비 오는 날, 추운 날, 혹은 어두운 방 안에서 가만히 있고 싶을 때 좋다. 출퇴근 음반으로도 자주 들었다.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된다면 듣지 않는 게 좋다.”

 

Angus & Julia Stone – Wherever You Are

Angus & Julia Stone – Heart Beats Slow

“’Heart Beats Slow’의 뮤직비디오를 좋아한다. 약간 내 취향이다.”

 

Lou Reed – Vanishing Act

“밤늦은 시간 아무도 없는 한강 둔치에 앉아 이 곡만 재생했었다. 가슴이 점점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Bjorn Meyer – Provenance

“몇 년 전부터 노래가 있는 음악보다 연주곡을 훨씬 많이 듣는다. 추천할 연주 음반은 너무 많다. 다만 ECM으로 모든 게 해결되기도 한다. 앨범 커버들 또한 너무 내 취향이다.”

 

Bon Iver – Blindsided

“[For Emma, Forever Ago]는 꼭 들어봐야 하는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이 음반을 처음 듣게 된 사연이 있다. 이 음반이 막 나왔을 즈음이었을 것이다. 카페언플러그드라는 공연장에서 오픈 마이크를 했었는데, 그날은 존 레논(John Lennon)의 ‘Love’라는 곡을 불렀다. 그때 영국에서 온 처음 보는 어린 친구가 내게 ‘네가 쓴 곡이냐’고 물었다. 표정이 제법 시리어스했기 때문에 “존 레논 노래다. 정말 모르냐”고 대답했더니 존 레논도 잘 모른다고 하더라. 그럼 어떤 음악을 듣는지 물었더니 본 아이버를 듣는다고 했다. 요즘 영국에서 난리가 났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음악을 들어보고 깜짝 놀랐다. 익숙하지 않은 사운드였는데 그냥 너무 좋았다. 그 후로 그 이름을 내 플레이리스트에 문신으로 새겼다.”

 

해일 – Carol

“포스트록도 참 좋아하는데, 국내 포스트록 밴드 중 해일을 가장 애정한다. 아름답고 유려한 사운드.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멍하니 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록 음악 중에 그것이 가능한 장르가 포스트록이다. 해일은 [세계관(世界觀)] 때부터 좋아했는데, 이번에 나온 신보 [Carol]도 너무 좋다. 라이브가 자주 있진 않지만, 기회가 있다면 라이브도 꼭 보러 가시길.”

 

네이버 잼 플레이리스트: http://bit.ly/2mmNgVl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http://bit.ly/2D72hWv

* 일부 국내 서비스 불가 음원은 네이버뮤직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김사월

 

 

김사월 / 7102 (2017.11.19)

김사월X김해원으로 인디 신에 등장해 한국대중음악상 신인 아티스트 부문과 포크 부문을 휩쓸었던 김사월은 첫 솔로 앨범 [수잔]으로 다음 해 다시 한 번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부문을 수상합니다. 독보적인 여성 포크 뮤지션으로 자리 잡은 김사월은 2017년을 추억하기 위해 이번 겨울이 시작할 즈음 첫 라이브 앨범을 발표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 다섯 곳에서 열두 개의 이야기를 공연하고 녹음한 이 앨범에는 김사월의 ‘지금’이 담겨있습니다. 기존에 발매된 곡뿐만 아니라 신곡들이 포함된 이유, 곡 순서, 그리고 앨범명까지 그녀의 ‘지금’을 의미합니다.

노래 속 느껴지는 그녀의 숨소리와 곡이 끝나고 이어지는 인사, 관객들의 소리까지 라이브 현장의 공기가 정제된 앨범을 듣다 보면 바로 앞 가까이서 그녀의 노래를 듣는 기분마저 듭니다. 노래할 땐 가녀리기만 한 그녀의 목소리가 이야기할 땐 생각보다 더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라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듯 김사월X김해원으로, 또 [수잔]으로, 그리고 이렇게 라이브 앨범으로 또 한 번 놀라운 면모를 드러냅니다. 추천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로커빌리(rockabilly)에 비욘세(Beyoncé)라니요. 이렇게 새해 시작부터 매력을 뿜는 김사월입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김사월이 추천합니다.

 

 

Beach House – Norway

“나의 라이브 앨범 [7102]는 어쩌면 ‘신곡을 라이브로 기록하기 위한’ 앨범이다. 편곡 능력으로도 퍼포먼스 적으로도 너무나 사랑하는 키보디스트 박희진 님과 함께한 단출하며 감정 넘치는 라이브를 꼭 기록하고 싶었다. 공유했던 수많은 레퍼런스 중 우리가 꿈꾸는 레퍼런스를 꼽았다.”

 

Charlotte Gainsbourg – Deadly Valentine

“샬롯 갱스부르의 신보 [Rest] 중에서 자주 듣는 노래이다. 질감으로 만들어진 그의 목소리에 나는 영원히 신비로움을 느낄 것이다. 슬프고 찬란한 편곡과 자신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고독한 노랫말이 가장 최근의 세련됨을 만들어낸다. 그는 “나는 날 드러내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다”라고 말하고, 나는 그 이야기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

 

Hillbilly Moon Explosion – Do I Love You

“김사월X김해원 활동과 김사월 활동을 해오면서, 내향적인 내가 스스로와 사람들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양식이 무엇인지 참으로 찾고 싶고 지금도 그렇다. 최근의 탐구 영역은 로커빌리이다.”

 

Beyoncé – Love On Top

“영웅이라 일컫고 싶은 비욘세.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즐기면 더 끝내준다. 그의 프로페셔널한 아름다움과 눈부신 카리스마가 나의 삶에 에너지를 준다. 비욘세를 들으면 가치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진다.”

 

네이버 잼 플레이리스트: http://bit.ly/2qZpFzL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http://bit.ly/2qWVZmO

 


 

송은지

 

 

송은지 / Songs For An Afterlife (2017.11.02)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 활동한 송은지의 첫 정규 앨범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시스트 정중엽이 프로듀서로, 김사월X김해원의 멤버이자 영화 음악 작곡가인 김해원이 수록곡 ‘폭스파인더’에 편곡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앨범 커버 디자인을 파블로프의 오도함이 했다는 사실도 흥미롭죠. 앨범 발매 쇼케이스 <난 이미 엎질러진 물>이 연극 공연을 주로 올리는 무대에서 연극인들의 퍼포먼스와 함께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합니다. 지금의 송은지가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일원이라는 것은 그녀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보컬이라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솔로 앨범 수록곡들은 한 편의 연극 같이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를 전면에 드러냅니다. 사각거리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송은지가 찬찬히 밟아가고 있는 어떤 새로운 길이 조금씩 눈앞에 그려지는 기분입니다. 송은지가 고른 곡들은 앨범 [Songs For An Afterlife]의 주제와 닿아있거나, 앨범을 만들던 시기에 많이 들었던 곡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소개하는 곡마다 담긴 이야기들은 당신의 겨울밤을 한층 특별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송은지의 앨범이 그러하듯 말이죠.

 

추천의 추천의 추천: 송은지가 추천합니다.

 

 

Bach – Suite for Cello Solo, No.1 Prelude in G Major BWV 1007

“바흐가 남긴 첼로 무반주 조곡의 악보를 12살의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가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평생에 걸쳐 연구했다고 한다. 신의 계획으로 지금 이 곡을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Leonard Cohen – Paper Thin Hotel

“호텔의 얇은 벽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고통을 느끼는 노래의 화자를 통해 코헨은 고통 속에 자기를 드러내며 오는 해방과 초월의 순간을 만들어 낸다. “지옥에 한 번 다녀오면 천국에 가게 되지, 내 영혼이 무거운 짐을 덜게 됐어, 저 사랑이 내 손을 떠난 것을 들었어.””

 

Sufjan Stevens – Should Have Known Better

“알려진 바대로 어릴 때부터 떨어져 지냈던 어머니를 잃은 후의 상실감과 그리움, 애도하는 마음이 빚어낸 걸작 [Carrie & Lowell]의 수록곡.”

 

Richard Hawley – Remorse Code

“모스 부호로 누군가에게 상스럽고 짓궂은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 사과하는 의미의 신호를 다시 보낼 때 ‘ReMorse Code’라고 한다고. Remorse는 ‘회한’. 넘치도록 아름다운 이 곡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었는지.”

 

Vashti Bunyan – Turning Backs

“바시티 버년이 이끄는 치유의 길. 이 앨범의 프로듀서는 막스 리히터(Max Richter).”

 

박인희 – 세월이 가면

“2016년도 촛불집회가 시작될 무렵 가을에 어떤 연극에서 수녀가 되어 도레미송을 불렀다가 다시 박인희가 되어 이 곡을 불렀던 적이 있다. 이명박근혜 정권 말기에 정신착란에 빠진 익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연극이었는데, 살수차에서 뿌려지는 것 같은 비를 맞으며 행복해했고, 죽음의 원인이 조작되었던 수몰 장병들의 원혼처럼 보이는 무엇이 햄릿의 아버지처럼 자꾸 등장했었다. 이토록 투명한 목소리가 놀랍다.”

 

Brian Eno – This

“지금, 이것, 여기”

 

Arvo Pärt – Cantus in Memoriam Benjamin Britten

“아르보 페르트가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을 추모하며 작곡한 곡. 어떤 영화의 장면에 나오듯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떠올릴 수도 있고, 무너지는 건물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곡을 처음 듣고 성령이 내려오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영상을 함께 보면 좋다.

“이 곡은 시작과 끝날 때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도록 작곡되어 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명상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도 악보에 표시되어 있다. 페르트의 전기작가인 파울 힐러(Paul Hillier)는 이 곡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는 것은 죽음에 대한 우리의 관계에 달려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음악을 만드느냐는 것은 침묵에 대한 우리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잼 플레이리스트: http://bit.ly/2mmw7Lr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http://bit.ly/2ASJtEm

* 일부 국내 서비스 불가 음원은 네이버뮤직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홍갑

 

 

홍갑 / 감기 (2017.11.04)

3집 [꿈의 편집]으로 호평을 받으며,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 후보에 올랐던 홍갑이 2017년 말 싱글 ‘감기’로 오랜만에 존재를 드러냈다. “감기에 걸렸었습니다. 얼마 전에 또 걸렸어요.”라는 짧지만, 홍갑스러움이라 쓰고 귀여움이라고 읽고 싶은 소개와 함께 발표한 신곡의 노랫말은 평소 하는 말보다 노래를 통해 들어본 말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말수 적은 홍갑이 떠오르는 순간 귀여움이라는 것이 폭발하는 기분입니다.

루시드폴, 김목인, 강아솔, 델리스파이스, 뜨거운 감자, 이적 등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와 함께 작업하기를 원하고 홍갑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능숙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홍갑은 여전히 수줍은 많은 소년의 모습입니다. 귀여운 친구 같은 음악을 담은 홍갑의 2018년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지금, 그가 보내온 추천곡들은 함께 도착한 코멘트조차 너무나 홍갑스러워 사뭇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면, 툭 하니 치고 들어오는 포근한 홍갑의 음악으로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만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홍갑이 추천합니다.

 

 

이종민 – 비틀비틀

“걷기에 좋은 음악.”

 

Crosby, Stills, Nash & Young – Our House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악.”

 

Quruli – Good Morning

“추억하고 싶을 때 듣는 음악.”

 

Pet Shop Boys – Heart

“신나고 싶을 때 듣는 음악.”

 

Earth Wind & Fire – That’s The Way Of The World

“초여름쯤 들으면 좋은 음악.”

 

네이버 잼 플레이리스트 : http://bit.ly/2CTl4Ra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 http://bit.ly/2CSkMtz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SPECIAL] ‘구속되지 않고 흐려지지 않는’ 여성 뮤지션

 

[SPECIAL] 2018년에도 잘 부탁해, ‘구속되지 않고 흐려지지 않는’ 여성 뮤지션

 

요즘은 무언가를 표현할 때 ‘여성스러운’이라는 말 앞에서 망설여질 때가 있다. 음악을 소개할 때면 그런 표현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꽈리를 튼다. 여성에 대한 기준을, 특히 여성이 만드는 음악에 대한 기준을 우리는 그간 어떻게 만들어 왔을까. 알게 모르게 ‘예쁜’ 표현들과 ‘아름다움’의 기준 속에서 규제화되온 여성 뮤지션. 무형의 벽과 틀을 넘어 누구도 부술 수 없는 본인만의 확실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세 팀의 여성 뮤지션을 소개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그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어떤 것에도 흐려지지 않은 시야로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글을 쓰라던 버니지아 울프의 문장을 이들의 행보에 대입해본다. 지나온 시간보다 보이지도, 가늠할 수도 없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여성 뮤지션들이다.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의 ‘안다영’, ‘새소년’의 황소윤, ‘김사월X김해원’의 김사월.

 


 

안다영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보컬과 신디사이저를 맡은 안다영을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은 슈게이징 장르에 기반을 둔 음악이 그렇듯 음원만큼 라이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팀 중 하나다. 한동안 ‘안다영 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이들은 2016년 일련의 신인 경연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다. 하나둘 멤버가 합류하며 온전한 팀 구성을 장착해 완전체가 된 것도 새로운 이름을 얻은 이 시기다.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로스’의 앨범에서 이름을 따온 이들은 올해 1월 발매된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부터 싱글 [야광바다]에 이르기 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보다는 자연스러운 풍경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심상을 곡으로 담아내는데 집중해왔다. 어쩐지 한밤 중보다는 밤의 시작, 폭풍의 전야 같은 느낌이랄까. 아이러니하게도 라이브에서는 그 반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언젠가 공연을 하는 안다영의 모습을 ‘맹수’같다 표현한 적 있다. 건반을 치며 노래 부르는 뮤지션의 모습에서 생명력을 느낀 건 생전 처음 느껴본 생경함이었다. 건반을 치는 손이나 펄럭이는 머리칼과 구르는 발짓마저 보는 사람이 의식하지 않고 빠져들게 하는 건 자신의 음악을 체화한 뮤지션이 가진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아닐까. 여성 뮤지션만이 가질 수 있는 라이브에서의 장악력, 특유의 표현과 감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들의 라이브 공연을 한창 찾아다니던 그즈음이었다. 매번 같지만 다르다는 것을 어떤 말로 더 설명할 수 있을까. 그날의 분위기, 기분이 주는 자연스러운 심상들은 이처럼 음원뿐 아니라 공연에서도 이어진다.

보컬이자 팀을 이끌어온 존재인 안다영이 이전의 솔로 앨범 ‘Dreamer’와 ‘Waves,Smoke,River’에서부터 쌓아온 탄탄한 줄기의 확장. ‘야광바다’가 ‘안다영’이라는 존재감과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의 브릿지이자 혼종이라면, 이들이 2017년 선보인 앨범들은 다른 말로 어느 여성 뮤지션의 끝없는 전진과 일련의 성장기라 보아도 좋겠다. 안다영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가장 최근 발매된 ‘야광바다’의 문장을 빌려보자면)아무 부끄럼 없이 ‘옷을 벗고 춤’을 출 수 있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폭발력이다.


황소윤
(새소년)

새소년을 거론하지 않고 2017년의 인디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이 괴물 신인의 등장이 더 놀라운 것은 새소년의 주축이 이제 고작 스물두살이 된 프론트우먼 황소윤이라는 점이다.(심지어 팬들에게 ‘대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새소년의 모태는 10대 시절 황소윤이 만들어온 음악이다. 사운드 클라우드, 유튜브 등에 자신이 만든 음악과 커버 등을 올리며 다양한 장르를 흡수한 창작물들을 쌓아간다. 밤을 새며 작업했다 회상하는 솔로 앨범 [16-19]는 정식 음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도 소장할 앨범 한 장 남기지 못할 정도로 꽤 그럴싸한 반응을 얻었고, 같은 대안학교에 다니던 드러머 강토와 전 베이시스트 김푸른하늘을 만나 처음 팀을 이룬 것도 졸업을 앞둔 고교생이던 이즈음이다. 이후 자잘한 클럽 공연을 소화하며 관계자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며 여러 세션이 팀을 거쳐가던 와중 탄탄한 실력의 새로운 베이시스트 문팬시를 만나며 3인조 새소년이 완성된다.


한동안 지금의 [여름깃]이 나오기 전인 2016년경 이들의 클럽 공연을 거의 매주 찾아가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공연을 보고 나면 잘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참 재미있다고 여기저기 소개하고 싶었다. 아직도 자라는 중이 아닐까 싶게 매주 같고도 다른 하얀 얼굴로 노래하던 그때, 몇 백석 짜리 단독 공연이 1분 만에 매진되는 지금이 무색하게 좁고 퀴퀴하던 어느 클럽 무대에서, 열댓 명도 안 되는 사람들 앞에서 지금과는 다른 버전의 ‘긴 꿈’을 부르던 그는 무대 위에 서면 이상하리만치 자신감이 넘쳤다. 뭐랄까. 나는 공연을 끝낸 그에게 매번 ‘잘 했다’보다 ‘좋았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묘한 차이지만 전자는 어쩐지 그가 어리기에 함부로 내리는 평가 같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었고, 후자를 선택한 건 덕분에 내가 오늘의 당신의 분위기를 함께 공유했음을 알리고 싶은 까닭이었으리라.

그간의 내가 학습한, 심지어 직접 겪어본 ‘스무 살 여성’에 대한 편향적인 이미지는 어떠했는가. 상대가 가진 능력보다는 나이로 사람을 치환해버리는 건 어디에서나 펼쳐지는 일상적인 편견인 것 같다. 나 역시도 지긋지긋한 교복을 벗고 나서도 그런 상황 앞에 여러 번 놓였고 때론 입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땐 그랬다는 걸 말할 수 있기까지, 하나의 발언권을 얻기까지 나는 각각의 이유로 제한을 느꼈던 여러 나이와 직업을 거쳤고 고달픈 상황을 건너왔다. 하나로 질끈 동여맨 머리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무대에서 드러누운 채 기타를 치고 흠뻑 젖어 발개진 얼굴로 숨차하던 소윤의 모습이 흥미롭기보단 경이롭게 느껴졌던 건, 그 소녀가 단순히 달뜬 갓 스물이었기 때문이 아닌 앞으로 해야 할 것을 아는 이의 ‘과거’였기 때문은 아닌가 회상해본다.

‘긴 꿈’, ‘파도’에 이어 첫 EP ‘여름깃’에 이르기까지 황소윤이 10대 시절부터 찬찬히 꾸려온 세계관의 너비가 늘어나는 순간을 바라보는 것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하는 행동을 의식하지 않음에도 모든 이가 의식할 수밖에 없는, 차라리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의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뮤지션의 현재와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모두에게나 기대와 벅참을 안겨주는 일일 것이다.

“한 번도 그런 걸 의식하고 해본 적이 없어요.”

본인 스스로가 그동안 규제되어왔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지, 성별에 대한 이분법적인 편견조차 무너트리고 싶고 그게 본인이 할 일이라 말하는 당찬 스물두 살이다. 나는 새소년을, 황소윤을 설명할 때 되려 성별과 나이를 강조해 언급하게 된다. 일상적인 편견의 요소를 되짚어 언급하면서 이걸 깨트리기 시작한 이가 여기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그에게서 느꼈던 감정이었듯 나이도, 성별도 모두 초월하는 이의 시작은 누군가의 학습된 편견마저도 돌이켜보게 하는 법이다. 언젠가 이런 문장을 서두로 어떤 ‘역사’의 처음에 대해 설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때쯤이죠. 새소년의 음악이, 그리고 황소윤이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김사월
(김사월X김해원)

2013년인지 2014년이었는지 연도는 정확하진 않지만 김사월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한 건 ‘접속’이라는 곡의 데모 버전이었다. 첫 솔로 앨범 [수잔]에 실릴 때까지, 마치 테이프 늘어지도록 듣던 옛 시절처럼 한 곡을 죽어라 반복하며 멜로디나 가사, 잡음 한 터럭마저 꽤 오래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그 곡 덕에 긴긴 밤 입이 까슬해지도록 울기도 했고 어느 날은 위로를 받는 덕에 긴긴 밤 잠에 들지 못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접속’외에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라왔던 데모 중 손꼽아 좋아하는 곡들이 있는데 ‘새’, ‘흠집’,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같은 곡들이다. 안착할 곳 없는 감정들을 매만져 노랫말로 틈을 메운 곡들. 그 속 새로울 것 없는 ‘사랑’이란 보편적 정서마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특히나 그가 쓴 가사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본 구절이 생각난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고.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는다고.

언제였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던 순간이 생각난다. 허공을 돌던 눈빛과 메마른 눈가, 문장 사이 잦은 헛기침, 취기에 벌게진 콧잔등이나 자꾸 매만지는 손가락 끝 같은 것마저 재밌다고 생각이 들던 일. 사랑을 이해하려 노력해서, 너무 많은 책을 읽고 너무 많은 음악을 들은 탓에 판단마저 어려운 걸까. 나는 그날의 장면을 김사월의 곡을 들으며 되짚어보았다. 아, 사소한 것들에서 운명을 느끼고 사소한 것에서 우연이었음을 깨닫고 헤어짐을 느끼는 것마저 사랑이었지. 그렇다, 이건 사랑이구나. 훗날 나의 감정이 오독과 오기라 느낄지언정 누군가를 대신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 혹은 먼 곳까지 가보는 사람, 그것이 나에겐 ‘김사월’이었다.

 

한창 김사월이라는 존재, 특히 가사에 대해서만 얘기하긴 했지만 2015년 첫 솔로 앨범 <수잔>의 발매 전해인 2014년, 김해원과 함께 한 듀오 ‘김사월X김해원’으로 이미 평단과 리스너의 고른 사랑을 받아온 그다. 각기 활동해오던 이들의 고유의 정서가 농축된 <비밀>이라는 첫 EP로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순히 남녀 듀오라는 조합에서 느낄 수 있는 합보다 더 좋은 게 많았다. 각각의 화자로써 각자의 확실한 존재감이 비교적 단출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을 더 풍성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이후 ‘단편선과 선원들’의 ‘연애’라는 곡에 등장하는 김사월의 목소리를 들으며 확신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누군가와의 협업에서도 그렇지만 혼자일 때도 그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비워진 많은 것들을 스스로 채워내야 하는 일들. 나는 혼자일 때의 존재감을 절대 당연하다 말하고 싶지 않다. 일종의 일대기였던 ‘수잔’에 이은 라이브 앨범 ‘7012’에 대해 본인은 지나온 것에 대한 정리라는 개념으로 말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시간과 공간에 대한 김사월만의 장악력이라 표현하고 싶다.

앨범 프로모션과 관련된 일정을 함께 준비하며 그녀와 나누었던 많은 대화들이 떠오른다. 공연 중간 멘트할 때는 그 수줍은 몸짓과 멘트에 같이 따라 소리 없이 따라 웃기도 했다. 공연을 보면서도 어쩐지 그와 매 순간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 무엇도 거짓이라고 느낀 적 없지만 언제 어느 때나 그 작고 사소한 것마저 다 진실돼 보여 김사월에 존재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언제든, 무엇이든 좋았던 것 같다.

‘우리가 동시대에 살아서, 같고도 비슷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언젠가 그런 얘기를 김사월에게 건넸던 것 같다. 이제 나는 김사월에게 되돌려 받을, 내일에 대한 얘기를 기다리고 있다.

Editor / 두은정
youngwave@poclanos.com

[Deep Inside] 2017, 너는 참 좋은 해였다

Deep Inside #10
2017, 너는 참 좋은 해였다
[Top 5 albums of the year]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가.”

 

서두부터 대단히 ‘아재’스럽다만 사실 이 말은 옛날부터 주변에 있는 선배, 형들이 툭하면 내게 던지던 공통적인 넋두리다. 그땐 그저 한 귀로 흘려 들었건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불행하게도 이젠 내가 그 넋두리의 주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진짜로! 요즘 내가 체감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마치 육상경기에 방불케 하는 대단히 숨가쁜 무엇이 되어버린 거 같다. 확실히 시간의 체감속도는 스스로의 나이듦에 비례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그 상승곡선을 타고 2017년도 어느새 막바지에 와있다. 동시에 내 마흔두 살도 함께 끝자락에 섰다.

 

여하튼 마냥 반갑지만은 한 해의 끝에서, 이 꼭지의 에디터가 아닌 ‘포크라노스’라는 브랜드의 런칭부터 현재까지 실무를 줄곧 책임져온 한 사람의 스태프의 입장에 서서 2017년의 포크라노스를 되돌아본다. 2015년 런칭 이후 꼭 3년차였던 이 브랜드의 올해는 우리들의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꽤 의미심장한 변화와 진화들이 일어났던 것 같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 더 많은, 젊고 신선한 음악가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포크라노스가 다루는 장르의 풀이 이전보다 한층 넓어졌다는 것. 게다가 2017년은 앞서 두 해에 비해 내 개인적인 음악취향을 무차별 폭격하는, 취향저격 음반들이 대거 쏟아진 해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Deep Inside’는 올 한해 내가 가장 사랑했던 다섯 장의 음반을 꼽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 나름의 소소한 연말 기분내기 같은 거랄까. 자 그럼 레스기릿!

 

 

#1 [데카당 / ㅔ] (EP / 2017)

 

데카당 / 봄 (Live @ 온스테이지)

 

올 한 해 내 SNS의 타임라인에서 ‘최애’라는 단어가 쓰인 포스트 중 상당수는 분명 ‘데카당(Decadent)’과 연관이 있다. 이들의 첫 EP [ㅔ]는 내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무정부적이면서 젊음의 치기처럼 뾰족하게 모가 난 사운드, 여기에 지독히도 자의적인 노랫말을 제멋대로 강약을 오가며 불러 젖히는 보컬의 기묘한 불협화음. 데카당의 음악은 뭐랄까, 종종 ‘부조화 속 조화’라는 느낌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디안젤로(D’angelo)’가 ‘빌랄(Bilal)’, ‘앤더슨 팩(Anderson .Paak)’ 등을 모아놓고 “야, 우리 좀 싸이키델릭한 거 같이 해볼래?” 하고 뭔가를 만들면 아마 이런 게 나오지 않을까 싶은 소울과 블루스, 싸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가 혼재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들만의 음악문법을 펼쳐놓는 밴드다.

 

요새 듣는 음악들이 죄다 왠지 뻔하게 느껴진다면,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이 음반을, 그리고 최근에 발매한 싱글 ‘우주형제’와 ‘너와 나’를 들어보길 권한다. 내가 ‘최애’라는 수식어를 썼을 정도면 확실히 이건 장난 아닌 거니까.

 

 

데카당 / 우주형제 (Live @ 클럽FF)

 

◊‘Deep Inside’ 6회 ‘데카당’편

https://blog.naver.com/poclanos/221030739523

 

 


#2 [Fisherman, 구원찬 / Format] (EP / 2017)

 

 

Fisherman, 구원찬 / 조율 (audio)

 

 

EP [Format]은 최근 흑인음악의 트렌드를 완전히 역주행하는, 포근한 정서의 복고풍 알앤비-팝 음악들을 담은 EP [반복]으로 등장해 서서히 주목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구원찬’이 솔로 EP로부터 불과 한 달 만에, 비트메이커/프로듀서인 ‘피셔맨(Fisherman)’과 함께 발표한 프로젝트 음반이다.

 

본인의 음반 [반복] EP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얼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무드를 재현하고 있다면 이 음반은 좀 더 네오소울적인 색채가 짙다는 인상. 특유의 몽글몽글한 질감의 사운드로 구현하는 동화적인 멜로디의 선율이 심플한 힙합 비트와 공존하는 ‘피셔맨’ 특유의 사운드와 스무스한 구원찬의 보컬은 어디 하나 모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데 음반을 들으면서 왠지 모르게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를 자꾸 떠올렸다. 낭만이라곤 1도 없는 사람의 가슴 속에도 낭만꽃이 피어날 것 같은, 로맨틱한 무드로 가득한 음반이다.

 

아, ‘피셔맨’도 최근 본인의 두 번째 EP [청담]을 발표했다. 아름다운 음악들을 담고 있으니 꼭 시간을 내서 들어보기를.

 

 

Fisherman, 구원찬 / 처음 (audio)

 

 

구원찬 / 행성 (official MV)

 

◊‘Deep Inside’ 8회 ‘구원찬’편

https://blog.naver.com/poclanos/221116197620

 

 


 

#3 [Grack Thany / Grack Thany presents ‘8luminum’] (compilation / 2017)

 

 

 

VANDA, BAC & Youngcook / 정치인 (audio)

 

주류 관습을 거부하는 태도를 좋아한다. 동시에 흥행과 무관하게 자기 곤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작가주의적인 태도 역시. 그런 의미에서 대안적인 힙합 음악 컬렉티브인 ‘그랙다니(Grack Thany)’는 최근 내가 한국의 힙합씬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집단 중 하나다. ‘사일러밤’, ‘션만’, ‘몰디’, ‘BAC’, ‘반다’, 노피치온에어’, ‘행인’, ‘본린 윤’ 등으로 구성된 이 집단은 시종일관 언더그라운드적인 태도를 유지해왔고 실제로 이들이 그간 발표해온 결과물들은 최근 한국힙합 전반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올해 후반에 발표한 ‘그랙다니’의 컴필레이션 앨범 [8luminum]은 이 집단의 태도, 지향점을 밀도 높게 함축해 담아낸다. 불길한 무드를 조성하며 음반의 첫인상을 빚는 ‘행인’의 첫 트랙 ‘폭파’에서부터 재즈, 훵크의 바이브로 산뜻하게 음반을 매조지는 ‘션만’의 마지막 트랙 ‘포물선’까지, 수록된 열두 트랙 모두 현재 대중들이 주로 소비하고 있는 힙합의 그것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랙 하나하나가, 또 그 하나하나가 모여 앨범이라는 덩어리가 되었을 때 청자에게 선사하는 매력과 흡입력은 굉장하다. 내가 꼽는 ‘올해의 한국 힙합 앨범’이다.

 

 

TFO / Bomb (audio)

 

 

VANDA, BAC / 50m Bass

 

 


 

#4 [리코(Rico) / White Light Panorama] (Full-length / 2017)

 

 

리코(Rico) / Paradise (official MV)

 

 

정말 오랜만에 음악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도입부를 듣는 순간 고압전류로 척추를 직격 당한 기분이었달까. ‘리코(Rico)’의 노래 ‘Paradise’ 얘기다. 솔직히 한국에서 이렇게 멋진 네오소울 넘버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D’angelo’의 2집 [Voodoo]에 ‘DJ Premier’와 함께 작업한 ‘Devil’s Pie’라는 트랙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곡을 연상시킨다)

 

원래 ‘리코’의 팬이었다. 섹스송(?) 매니아(??)인 나는 그가 믹스테잎을 연이어 발표하며 씬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12년부터 첫 정규였던 [The Slow Tape]에 이르기까지 음색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잠재력이 느껴졌던 이 보컬리스트가 집요하게 자신을 발전시키며 슬로우잼의 정수로 접근해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대단히 기쁘게 지켜봤던 한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Paradise’는 ‘리코=슬로우잼’이라는 내 머릿속 공식을 산산조각내며 새로운 리코의 컴백을 알린 트랙이었고 그의 통산 두 번째 정규작인 [White Light Panorama]는 역시나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리코’를 담고 있었다. 새 앨범은 네오소울, 트랩, 피비알앤비 등 ‘알앤비’라는 바운더리 내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들을 시도하며 음악적인 외연을 확장한다. 트랙 하나하나의 프로덕션이 대단히 훌륭할뿐더러 다채로운 스타일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트랙도 ‘리코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확실한 개성, 스타일이 그 모두를 하나로 묶으며 앨범의 통일성을 담보해낸다. 올해 나온 가장 훌륭한 알앤비 음반 중 하나이며 이후 한국 알앤비 음악을 논하는 자리에서 두고두고 거론될 만한 음악적인 성취, 완성도를 고루 갖추고 있다.

 

 

리코(Rico) / Don’t Talk to Me (feat. Bloo) (official MV)

 

 

리코(Rico) / Pistol Bae (feat. 버벌진트, 슬릭) (official MV)

 

◊‘Deep Inside’ 7회 ‘리코(Rico)’편

https://blog.naver.com/poclanos/221116197620

 

 


 

#5 [강태구 / bleu] (Full-length / 2017)

 

 

 

강태구 / Passenger (official MV)

 

솔직히 고백하면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지난달 중순만 해도 이 자리에 위치할 음반은 이미 달리 정해져 있던 터였다. 하지만 이달 초의 어느 날 밤, ‘Passenger’라는 노래를 듣는 순간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아니 바꿔야만 했다. 불가항력이었다.

 

포크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강태구’가 제주도 그 어딘가에서 만들어낸 노래들을 담은 앨범 [bleu(블뢰)]는 음반으로는 전곡을 수록한 앨범의 형태로, 음원으로는 몇 곡씩을 끊어 수록한 싱글의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현재까지 음원으로 공개된 곡은 총 네 곡.

 

사실 나는 ‘강태구’라는 음악가에 대해 잘 모른다. 이 음반을 통해 처음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뿐. 그래서 그에 대해, 이 음반에 대해 어떤 소개나 안내라 할 만한 이야기는 적어도 지금은 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여기서 밝히고 싶은 것은 덤덤하게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 내 안에서 무수히 많은 감정의 파도가 세차게 일렁였다는 것. 그래서 한참을 끝도 없이 먹먹해진 그런 밤을 보냈다는 것. 앞으로 난 아마 그에 대해, 그의 음악에 대해 좀 더 알아가게 될 거다. 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라 그의 음악을 만나게 된 것에 참으로 감사하다.

 

 

강태구 /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 (Live @ 온스테이지)

 

 

강태구 / 그랑블루 (audio)

 

 

이상으로 내 멋대로 고른 ‘올해의 음반’ 다섯 장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그리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포크라노스’의 스태프이자 에디터로서의 나의 2017년도 공식적으로 종료, 당분간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남은 연말은 잠시 서울을 벗어나 저 멀리 강원도 어딘가에 머무르며 좋아하는 스노우보드를 매일 타고, 그간 미처 못 들어본 좋은 음악들도 찾아서 들으며 보내려고 한다. (이건 거의 매해 반복되는, 내 나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2017년 한 해 동안 보잘것없는 내 글들을 읽어준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Deep Inside’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10cm, 테림(TE RIM), CIFIKA, Offing

12월이 되면 이곳 저곳에서 연말 결산을 시작합니다올 한 해 가장 ‘했던 인물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등등가장 좋았던 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 역시 절대 빠지지 않는 흥미로은 결산 소재죠. 2017년에는 유독 반가운 행보들이 많았습니다멤버들의 군입대로 활동을 중단했던 밴드 Achime(아침) 3년 만에 싱글로 돌아왔고주로 봄철에만 발매를 하곤 했던 홍갑이 가을에 신곡을 내주었고, ‘더 미러’에서 이름을 바꾸고 등장한 신해경도 있었죠구원찬새소년데카당 등의 설레는 데뷔도 있었습니다일일이 꼽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등장이 있었고또 그만큼의 즐거움도 넘쳐나던 한 해였습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주옥 같은 음악들멋진 뮤지션들과 함께하며 포크라노스도 참 즐거웠습니다. 2017년의 마지막 <추천의 추천의 추천편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변화와 신선한 등장을 보여주었던 네 명의 아티스트와 그들의 추천곡들을 소개합니다가장 반가웠던 정규 앨범을 내준 10cm, 놀라운 데뷔 EP를 선보인 테림(TE RIM), 그리고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음악을 보여준 CIFIKA Offing을 만나보세요.


10cm

 

 

10cm / 4.0 (2017.09.01)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모든 뮤지션들에게 가장 큰 욕심 중 하나임과 동시에 가장 무거운 부담일 거예요싱글과 미니앨범에서는 보기 어려운 긴 호흡의 서사긴 러닝타임을 아우르는 메시지는 물론향후 ‘어떤 뮤지션으로 정의될 것인가에 대한 고찰도 담기니까요어딘가 모자르고 찌질하지만우리 모두의 깊숙하고 은밀한 무언가를 툭툭 건드리던 10cm에 대한 기억 역시 지난 정규 <3.0>에서 비롯된 것이겠죠그래서, 3년 전 발매 당시 타이틀곡도 아니었으면서 지금까지도 차트 100위권을 드나드는 인기곡스토커를 만든 10cm가 대망의 새 정규 4집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도 반갑습니다. 10cm가 보내온 다섯 개의 추천 곡들은 그의 네 번째 정규 앨범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익숙하면서도 새삼 신선한 조합을 보내왔거든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10cm가 추천합니다.

 

 

 

Chris Minh Doky – Every Breath You Take
스팅이 속한 the police의 원곡을 재즈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곡으로 나는 가끔 이 버전이 더 원곡처럼 들릴 때가 있다
 
Kanye West – Stronger
나는 힙합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왜 칸예 웨스트를 좋아하는지는 알겠다심지어 daft punk도 잘 몰랐어서 나는 이 곡이 원곡인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오혁 – 소녀
그냥 오혁이 너무 부러웠던 곡.
 
Limp Bizkit – Faith
조지 마이클의 위대함을 너무 늦게 안 바람에 이 곡이 원곡인 줄 알았다위대한 조지 마이클을 알고 나서도 변하지 않은 이 버전에 대한 리스펙트
 
데이브레이크 –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제법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너무 멋지게 리메이크해서 깜짝 놀랐던 노래


테림(TE RIM)

테림(TE RIM) / ODE TO TE (2017.11.22) 

이렇게도 화려하게 신스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이가 국내에 또 있을까요쇼미더머니우원재의 프로듀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테림(TE RIM)이 얼마 전 솔로 데뷔 EP로 내놓은 ‘ODE TO TE’에 담긴 감각적인 신스와 전자음악 요소들은 분명 눈여겨볼만 합니다여행에서 얻은 영감과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담아낸 것 치고는 사운드부터 아트워크까지 그 무엇 하나 완벽한 소설같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죠첫 트랙 ‘BUNKER’부터 마지막 트랙 ‘THE DESERT ISLAND HOTEL’까지를 관통하는 어떤 이국적인 정서는 러닝타임 내내 몇 번의 감탄을 자아내곤 합니다지금껏 공개된 사진들과 뮤직비디오스페셜 클립 영상 마저도 일말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강렬한 데뷔를 보여준 그의 추천곡을 만나보세요그의 음악 못지 않게하나하나 빈틈없이 주옥 같은 8개의 곡들을 테림(TE RIM)이 직접 추천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테림(TE RIM)이 추천합니다.
Fleetwood Mac – Dreams 
좋아하는 텍스쳐와 무드. Stevie Nicks 의 보컬이 담담한 연주에 얹혀있다.
힘들 때 듣곤 하지만 나를 억지로 위로하지도밀어내지도 않는슬프고 밝은 음악.”
 
Atlas Sound – Quick Canal (w. Laetitia Sadier) 
“Animal Collective  Merriweather Post Pavilion 앨범이 피치포크에 소개되었을 당시
함께 세트처럼 가장 많이 들었던 Atlas Sound  Logos 앨범 수록곡
자글자글한 텍스쳐가 이끌어가는 대곡의 느낌.
음악을 듣고나면 Wisdom is learnt. 라는 노랫말이 귓가를 맴돌 것이다.”
 
Men I Trust – Lauren 
반복되는 루프의 베이스가 주인공이면서 지루하지 않고미니멀하고 칠한 곡.
에릭 로메르 영화의 한 장면같은 뮤비가 매력적이다.”
 
Oleta Adams – Everything Must Change
“11살 무렵에 Oleta Adams 가 부른 이 버전의 곡을 아버지의 오디오에서 많이 들었고,
좀 더 자라서 제목을 알아낸 후 지금까지 오랫동안 가장 꾸준히 들어온 음악.
시적인 가사와 멜로디플루겔 호른의 아름다운 연주와 편곡.”
 
Grimes – Artangels
앨범 Art Angels 의 모든 곡을 사랑하지만셀렉을 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고르고 싶은 곡.
보컬 믹스와 리드 신스가 인상적. World Princess Pt. II, REALiTi, California… 결국 모든 곡을 다 들어야한다.”
 
Tame Impala – Past Life 
따뜻한 인트로 신스와으깨지는 디스토션의 베이스꿈꾸게 하는 우주와 같은 음악.”
 
Junior Boys – When I’m Not Around 
리드미컬한감각적이고도 세련된 무드. 2004년 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Drake – Passionfruit
현재의 내가 생각하는 팝의 이상.”

CIFIKA(씨피카)

 

 

CIFIKA(씨피카) / DOOROOGO (2017.12.05)

오늘날 우리나라의 전자음악씬의 현황을 알고 싶을 때, 가장 아이코닉한 인물을 꼽을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CIFIKA(씨피카)입니다. 흔치 않게 전자음악 프로듀싱과 동시에 보컬 활동까지도 하는 그녀이죠. 화제의 첫 번째 EP [INTELLIGENTSIA]를 발매한 그녀가 정확히 1년 만에 새 싱글 ‘DOOROOGO’로 돌아왔습니다. 미니멀한 구성으로도 감탄의 최대치를 이끌어낸 ‘DOOROOGO’는 또 한 번 CIFIKA(씨피카)의 역량을 보여준 흥미로운 싱글이죠. 그런 그녀의 플레이리스트를 엿보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CIFIKA(씨피카)가 추천하는 4개의 트랙을 함께 만나보아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CIFIKA(씨피카)가 추천합니다.

 

 

Adriatique – Quadrivia 
아드리아틱의 작년 곡많지 않은 악기들은 같은 흐르는 시간안에서 서로 중첩하고교류한다이런 페이스의 음악은 나의 인생과 같다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사건과 같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새로운 소리가 등장하고그것은 음악 전체의 흐름은 압도한다이 곡뿐만 아닌해당 EP 의 세 곡은 전부 몸을 들썩이게 한다. (아주 잔잔하게)
 
Howling – Phases 
내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편견 중 하나가 이런 풍의 곡에는 보컬은 아니지’ 식의 quote 이다그런 편견을 깨부셔줄 나의 페이보릿 트랙아티스트의 이름이 하울링이기 때문에이 음악가의 작품을 들을 때 마다 나는 늑대가 보름달 아래서 하울링 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듣는다내가 자주 사용하는 딜레이를 멋지게 활용한 예라고 생각.
 
Pure X – Starlight 
나의 친구 규희가 추천한 밴드의 곡이렇게 사랑스러운 러브송을 쓰는 밴드는 실제로는 어떤 외모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규희는 처음 이곡을 들려주며 그들의 엘피를 나에게 보여주었다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음.

Otzeki – True love 
진실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두려움과 외로움이 존재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인지 나는 의심한다두려움과 외로움은 분명 느끼기에 미소가 지어지는 감정은 아니나그것을 인지 후에 받아들이는 행위는 사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Offing이 추천합니다.
Cat Power – The Moon 
Cat Power 노래에 빠져 있던 고등학교 시절 참 많이 들었던 노래입니다실컷 울고 나서 들어도 좋고너무 기쁠 때 들어도 좋은 이상한 노래입니다가사도 멜로디도 정말 좋아요.
 
Cigarettes after sex – K. 
검은 개 드럼 베이스 녹음하러 갔을 때 처음 듣고정말 잠깐 들었는데도 너무 좋아서 집에 오는 길에 계속 반복해서 들었어요밤에 맥주 한 잔 마시고 들으면 나른해지면서도 묘하게 설레이게 되는 곡입니다.
 
King Krule – Ocean Bed 
이 노래를 듣자면 여름 밤 따뜻한 풀에서 튜브를 타고 둥둥 뜬 채로 취해 있는 기분이 듭니다.
Yaeji – Raingurl 
Oh yeah hey dog hey wassup! 일레트로닉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닌데 Yaeji 노래는 정말 많이 듣습니다곡들이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데다 깔끔해서 너무 좋아요.
 
St. Vincent – Young Lover 
정말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추천하고 싶은 곡들은 엄청 많지만가장 최근 나온 앨범에서는 이 곡을 소개하고 싶어요일단 가사가 너무 흥미롭고그와 어우러지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무척 멋있는 곡입니다.
 
Klaxons – Echoes
이 노래와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질주하면 극도의 해방감을 느낄수 있습니다. (없던 분노도 해소됩니다.)

Editor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PICK] 연말의 음악

연말의 음악
Holiday Music

 

12월이 시작하기 무섭게 프랜차이즈 카페에 깔린 음악들이 바뀌었다. 아, 이 음악들이 내가 2017년이 다 갈 때까지 들어야 하는 연말 음악들인가. 크리스마스가 마치 코 앞인 것처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기분만 들뜨게 할뿐더러 전혀 새롭지도 않다. 당분간 우리는 평소와 같이 출근과 업무를 해내는 동시에, 짬을 내 그간 미루었던 지인들과의 만남도 여럿 성사시켜야 한다. 물론 흥이 나는 시간도 늘겠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북적대는 연말일수록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고 또, 의도치 않아도 혼자만의 시간은 찾아온다. 함께 있을 때, 그리고 혼자 시간을 보낼 때를 상상하며 연말 음악들을 골라보았다.

 

A-FUZZ(에이퍼즈) – The Four Seasons

2017년 매 시즌 싱글을 공개한 에이퍼즈가 계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내놓은 EP는 가족과 함께 단란한 연말을 보내기에 완벽한 선택일 것이다.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넘는 재즈는 연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이기도 하다. 봄, 여름 곡은 어떡하냐고? 일단 앨범부터 플레이할 것! 봄 트랙은 훈훈한 실내에서 파티 분위기를 띄우기에, 여름 트랙은 차가운 겨울 공기 마시며 가까운 곳으로 밤 드라이브하기에 적절하다. 가을 곡은 자리를 한창 무르익게 할 테고, 겨울 곡은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담았다.

 

테림(TE RIM) – ODE TO TE

얼마 전 친구들과 연말 파티를 계획하는데, 각자 디제잉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기에 이런저런 계획을 짜다 보니 결국 연말 파티가 ‘내가 올해 얼마나 핫하고 (너희들은 미처 몰랐던) 엄청난 곡을 가져왔는지 들어봐 대회’가 될 거란 농담 섞인 예측이 나왔다. 부담과 야망이 뒤섞여 쌓여가는 사이,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테림을 떠올렸다. 모두가 열광할 레트로 무드의 세련된 전개, 몽환적인 보컬, 그리고 적당히 리듬을 탈 수 있는 비트까지, 이 앨범만큼 연말 무드를 살릴 앨범이 어디 또 있을쏘냐! 디제이가 될 생각에 신이 나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찬찬히 듣다 보니 절로 멋진 파티가 그려지며 설레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우리의 파티가 음악만큼 멋져야 할텐데.

 

 

신세하 – 7F, The Void

언젠가 정말 멋들어진 연말 파티를 열고 싶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숨겨진,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모두 열광할 옛날 런던의 클럽 느낌이 나는 공간이면 좋겠다. 상상 속 게스트리스트는 데이빗 보위, 프린스, 마이클 잭슨.. 앗, 너무 나갔군. 현실의 끈을 다시 살짝 붙잡고…. 그래, 신세하가 오면 멋질 것 같다! 구레나룻을 멋지게 기른 신세하가 등장하고, 천장엔 디스코볼이 돌아가고, 조명이 반짝이는.. 아, 그러고 보니 이 장면, 신세하 ‘Tell Her’ 뮤비에서 본 것 같잖아! 그런데 이렇게 멋진 파티를 다 준비해놓고 막상 파티 당일 나는 왠지 쑥스러워 못 갈 것 같다. 그래도 즐거웠다, 상상만으로. 신세하나 들어야지. 음악만 들어도 상상 속 파티에 있는 것 같고 좋네.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 –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왁자지껄한 연말모임으로 빽빽한 시즌을 보내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길 그런 시간 말이다. 연말 파티보다 이런 시간이 더 필요한 나 같은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밤이 긴 겨울에 그 누구보다 어울릴 위아더나잇의 곡들은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그 무엇보다 충만하게 만든다. 사색적 가사와 함께 지난 한 해의 여러 순간들을 조용히 곱씹고, 또 내년을 계획하며 연말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겐 위아더나잇이 완벽한 선택일 것이다.

 

허수아비 레코드 컴필레이션 앨범 – 허수아비들의 겨울잡담

만약 당신이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편치 않아 연말 모임에 나갈 의욕조차 생기지 않을지라도 낙담하지 말 것. 우리 곁엔 허수아비 레코드가 있다. 최근 허수아비 레코드는 무려 2개의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 앨범을 난데없이 발매했다. 수장 김태춘을 비롯해 신승은, 야먀가타 트윅스터, 그리고 아직은 낯선 이름의 뮤지션들까지 각자 크리스마스를 노래한다. 외로움, 슬픔, 그리움, 뭐 이런저런 감정들이 제각각 뒤섞인 크리스마스다. 많은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과 즐거움을 쫓는 시즌이기에 상대적으로 더 외롭고 힘들 수 있는 연말, 마음이 헛헛할 이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 이 앨범이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강태구 – <그랑블루 / 내 방 가을>, <Passenger / 아름다운 꿈>

2017년이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지친 한 해였다면 강태구의 앨범과 함께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가져볼 것. 조용한 곳, 이왕이면 강태구가 이 앨범을 만들었던 제주도라면 더 좋겠다. 자신을 고립시킨 채 찬찬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홀로 술을 마시며 이 앨범을 듣다간 눈물이 왈칵 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맘껏 울어도 될 것 같다. 극한의 슬픔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깊이 침잠해서야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기도 하니까. 그러고 나서 멍하니 듣는 강태구의 음악과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분명 위로일 것이다.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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