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Big Thing] 사랑이 가장 빛나는 순간, 위수

Next Big Thing
사랑이 가장 빛나는 순간, 위수

지난 해 가을 첫 싱글 [내일도 또 내일도]를 시작으로 4곡이 담긴 첫 EP를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위수. 그는 사랑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자신만의 어조로 담담히 풀어놓는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나 상황이 누군가를 만나 벅차는 감정들로 피어오를 때, 위수는 보편적이면서도 남다른 순간을 노래한다. 누군가의 입을 빌려 나의 감정을 설명해야 한다면 그건 아마도 위수의 이 곡들이 아닐까. 노랫말을 들으며 상상했던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인 싱어송라이터 ‘위수’와의 인터뷰.

두은정 : 작년 발매된 첫 싱글에 이어 그 곡들이 수록된 EP를 발매했어요. 아무래도 최근 발매된 이번 앨범을 준비하기 까지의 과정이 가장 궁금해요.

위수 : 이번 EP가 4곡인데 그 중 두 곡은 앞서 싱글로 발매가 되었던 곡들이에요. 원래는 세 곡을 더 준비하려고 했는데 제가 발매가 6월이었고 3월달부터 한달에 한곡씩 뮤지션리그에 업로드하려 했었어요. 아무래도 혼자 발매를 준비하다보니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앨범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게 됐어요. 색다른 알바를 찾다가 대형 마트 안에 있는 동물 테마 파크에서 일하게 됐죠. 원래 앨범 준비할 땐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대신 전 동물들을 보면서 기분은 ‘힐링’했지만 체력적으로 부쳐서 내내 몸살이 났죠. 그 때문에 아쉽게도 처음 계획했던 세 곡이 아닌 두 곡만 진행하게 됐어요.

원래 EP라는게 컨셉이라는게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그간 우연찮게 다 사랑 노래를 써왔어서 새로운 곡들은 아무래도 그만큼 더 달달한 사랑 노래들을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사실 신기한게 사랑 노래, 밝은 노래를 잘 안 쓰거든요. 막상 앨범을 발매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다 밝은 곡들이어서 저 스스로도 의외예요.


두은정 : 그러고 보니까 첫 데뷔싱글이 [내일도 또 내일도]는 ‘축가’를 모티브로 한 곡이예요. 이틀테면 결혼이라는게 사랑의 결실이라고들 하잖아요. 이를테면 드라마에서 해피엔딩이라고 했을 땐 ‘누구와 누구와 결혼했습니다’로 끝나곤 하니까요.

위수 : 사실 [내일도 또 내일도]는 제가 결혼식장에 갔을 때의 감정을 쓴 곡인데 어릴 때 결혼식장을 가면 무조건 울었어요.

두은정 : 묘한 위압감이 있죠.

위수 : 네, 거기에 말로는 설명 못할 감정들 있잖아요. 기쁜데 슬프기도 한 그 감정을 노래를 꼭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결혼식장에서 제일 즐거운 순서가 축가잖아요. 축가를 제 3자가 아닌 결혼을 하는 당사자가 부르면 정말 멋있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서 그런 입장에서 써보게 된 곡이거든요.

실제로 이 곡이 제가 앨범을 내려고 쓴 곡이 아니라 원래 같이 팀을 하려던 친구가 본인 사촌오빠 결혼식에 축가를 불러달라면서 제 자작곡이면 좋겠다고 부탁하더라고요. 원래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을 마침 곡으로 쓰게 된거죠. 주변인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혼자 준비하면서 용기를 얻었고요. 그런 마음으로 저의 첫 발을 내딛게 한 곡인 것 같아요.

 


두은정 : 보편적인 질문이면서도 가장 또 궁금한게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거든요. 위수 씨가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위수 : 누구나 다 한 번씩 경험해보게 된다는 동네 피아노 학원이 첫 시작이었죠. 제가 7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학원 선생님들이 무언가 많은 시도를 하셨어요. 아이들에게 다양한 악기를 다루어보게 한다던지 작곡 수업을 한다던지. 와중 선생님들이 저의 재능을 발견하시고 클래식 작곡을 제의하셨어요. 사실 그 때는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체험식으로 몇 달만 해보고 말았어요. 이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깨작깨작 혼자 음악을 해왔다면 문득 결연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과 식사하는 식탁에서 음악을 할거다,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사실 긴장을 했는데 저희 아버지가 꿈이 생긴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기뻐해주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다소 막연하게 곡을 쓰는 걸 하고 싶다는 정도였는데, 음악을 하다보니 점점 제 목소리로 표현을 하는 일이 많아지고 주변에서도 ‘너는 노래를 해야 해’라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꿈이 싱어송라이터로 기울게 된 것 같아요.

두은정 : 지금은 그 결정이 맞는 것 같나요?

위수 : 네, 재밌어요. 되게 재밌어요. 어렸을 때, 입시를 할 때만 하더라도 제 목소리에 대한 스스로의 신뢰가 없었거든요. 대학교를 들어가고 나서는 보컬 전공이 따로 있잖아요. 보컬들만의 각기 다른 색깔로 제 곡들의 색깔이 바뀌는게 되게 신기했었어요. 대학을 2년을 그렇게 다니고 나니 제가 노래를 점점 더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마음 속에 잠재된 열망이 있이 커져서 결과적으로 휴학을 했고 이렇게 혼자 노래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두은정 : 음악을 하는 뮤지션 ‘위수’로써 보컬로써의 비중, 작곡가로써의 비중이 각각 어느 정도인 것 같아요?

위수 : 사실 처음에 곡을 쓸 때는 아무래도 음악에 대해 공부를 했다 보니까 화성적인 이론이나 이런 것들을 못 놓겠더라고요. 듣는 사람이 편해야 좋은 음악이라 할 수 있잖아요. 점점 그런 걸 느끼고 제가 가진 다른 것들로 표현을 하는데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그게 목소리고요. 요즘은 가사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곡을 쓸 때 가사부터 쓰는 편이거든요. 요즘 제 음악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목소리 그리고 가사인 것 같아요.

두은정 : 가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가사를 쓸 때는 아티스트마다 방식이 다르잖아요. 멜로디가 먼저 나오고 가사를 뒤이어 붙이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위수 씨는 어떤가요.

위수 : 저는 원래 일기장에 쓴 말들을 함축해서 가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EP를 내고난 요즘은 방식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떠한 단어를 보고도 ‘확대 해석’을 해보기도 하고요. 사실은 일기장에 있는 것들을 가사로 쓰는게 가장 많아요.

두은정 : 어떻게 보면 위수 씨 곡들은 정말 솔직한 자기 고백이네요.

위수 : 그렇죠.(웃음) 제 경우는 아무래도 진실된 느낌을 듣는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커요. 모티브가 없을 때도 간접 경험이 가장 와닿는 편이죠.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그 허구 속 주인공의 입장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직 저에겐 어려운 것 같아요.

두은정 : 저는 지금의 이야기를 들으며 개인적으로 가졌던 위수 씨에 대한 이미지와 대화를 나누고 난 뒤의 이미지가 그대로 유효한 것 같아요. 순수하고 꾸밈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곡을 쓰는 방식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니 정말 내 생각대로구나, 하는 판단이 드네요.(웃음)

위수 : 간접적인 경험을 한 제 느낌을 표현하는거지, 어떤 작품을 보고 이것에 대한 감상을 쓰는 건 어렵지 않은데 확실히 그러네요.

두은정 :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외에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분야가 있다면요.

위수 : 음, 원래 저는 피아노로 곡을 쓰는데 최근에 갖고싶었던 일렉기타를 구매했어요. 그래서 기타로도 곡을 써볼 생각인데 요즘 덕분에 너무 신나요. 또 분야라고 하기보다는 작업을 하면서 미뤄뒀던 혹은 겁이나서 못했던 그런 그냥 막연히 하고싶던 일들에 좀 관심을 더 가지려고 하고있어요. 하고 싶었던 타투를 하거나, 머리에 탈색을 하거나 그런것들이요. 물론 당분간만이겠지만요.(웃음)

 

두은정 : 작곡가로써, 혹은 보컬로써 앞으로의 계획은.

위수 : 싱어송라이터로써 계획을 세우고싶어요.  제 목소리에 맞는 곡의 스타일들을 더 찾아가면서 정말 새로운 스타일들도 시도 해보고 싶고, 제 감성을 더 깊은 곳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연습도 해야할 것 같아요. 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공연을 따로 하지 않고 있어요. 방구석에서 혼자 곡을 쓰고 부르다보니 제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제 음악을 스트리밍 하는것 외에는 닿을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음원 외의 다른 경로로 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요즘 고민하고 있습니다.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youngwave@poclanos.com

[Next Big Thing] 지금 막 자라난 한 뼘, 새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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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자라난 한 뼘, 새소년

언젠가 새소년의 공연을 처음 보던 날이 생각난다. 이맘때 여름은 어지러울 정도로 더웠고, 뜨거운 공기 가득한 클럽 안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록, 팝, 블루스 할 것 없이 한데 뒤섞인 것들이었다. 사춘기를 겨우 지나온 소년의 목소리를 한 보컬은 뜻밖에 갓 스무 살의 여성이었고 다소 어수룩한 표정으로 뱉는 멘트 후에는 그 좁은 클럽 무대를 자기만의 온도로 데우는 것에 열중하는 장면들이 가득 찼다. 그 열기를 따라가는 와중 신나기보다 놀라워서 이 감정을 무슨 표현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꽤 고민했던 것 같다. 새소년을 알고 난 후의 것들은 전부 손바닥 뒤집듯이 내 예상을 비껴가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데뷔곡을 ‘긴 꿈’으로 선택한 것, 허밍으로 따라부르던 가사가 ‘달사람’, ‘조가비’같은 단어들로 이루어져있단 걸 알았을 때의 충격들 말이다.

밴드를 결성한 지 1년여, 보컬 황소윤을 주축으로 드러머 강토, 베이스를 맡은 문팬시까지 3인조 체재의 새소년은 꽤 오랜 시간을 거쳐 첫 싱글 <긴 꿈>을 세상에 내놓았다. 열여섯 무렵 혼자 곡을 만들어온 보컬 소윤은 고교 시절의 데모곡들을 모아 이미 성인이 되기 전 비공식 앨범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 중 일부가 새소년의 주요 곡이 되었으니 이들의 세계는 사실 오래전부터 조금씩 꿈틀대고 있던 일.

새소년이란 이름의 셋이 오랫동안 매만지고 다듬어온 곡을 천천히 듣고 나니 어쩐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인데, 고작 4분여의 곡이 달려가는 동안 이들은 새로움과 시작이 같은 표현이라 말하는 것만 같다. 키가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키가 작았던 중학교 시절의 나는 그것을 상상했고 성장통을 겪는 친구들의 ‘밤새 자라난’ 고통에 대한 후일담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댔던 것 같다. 아마 새소년에게는 내내 이런 소리가 들리고 있지 않을까. 시작이라는 표현은 이제 여기, 오로지 이들에게만 붙여도 될 것 같다.


두은정 : 이미 많이 들었던 질문이겠지만 새소년이 오랜 시간 준비해온 ‘긴 꿈’ 발매에 대한 소감을 묻고 싶어요.

문팬시 :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싱글을 준비하면서 힘든 상황을 겪어보니 EP는 또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요즘은 그새 생각이 또 바뀌었어요. 빨리 내고 싶어지고, 빨리 곡 작업도 하고 싶어지고. 이렇게 어떤 결과가 나오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황소윤 : 물론 다른 프로듀서들도 함께 했지만 우리 셋이서 만들어내는 첫 번째 결과물 이었잖아요.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걱정은 물론 셋이서 힘든 과정도 겪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까 ‘순산’을 한 기분이 들어요. ‘긴 꿈’ 발매로서 만족한다기 보다는 앞으로 나올 EP의 작업을 훨씬 건강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간 저희끼리만 듣던 음악을 사람들과 같이 들으니까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녹음이나 믹싱같은 작업에서 집중해서 들어오며 느끼지 못 했던 감상이 발매 뒤에 들으니 느껴지기도 하는게 다르더라고요. 아무튼, 좋아요.(웃음)

두은정 : 보컬 소윤과 드러머 강토는 같은 학교 출신이기도 하죠.

강토 : 이 얘기를 이 표현으로 꽤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학교 다닐 때는 안 친했어요.(웃음) 마주칠 일도 없었어요.

황소윤 : 저는 사실 강토오빠의 모습을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강토오빠가 선배다 보니 선망하는 것도 있었고요. 그 후 우연히 공연 뒷풀이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다 같이 연습해보자 얘길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실질적인 팀의 시작은 클럽 살롱 노마드 오픈마이크를 통해서였죠. 지원을 했는데 덜컥 공연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서 제가 만든 곡을 가지고 함께 연습을 했어요. 그 때가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주일 뒤쯤. 그 이후에는 클럽 공연을 시작하고 헬로루키까지 지원하게 된거죠.

두은정 : 2016년 5월의 헬로루키 공개오디션이었죠. 사실 그 때 새소년은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고 해야하나.(웃음) 그 달에 로바이페퍼스, 실리카겔에,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같은 유난히 쟁쟁한 팀들이 많았잖아요.

강토 : 어쩌면 헬로루키가 안 된게 다행인게 우리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의 구성원들로서만 낼 수 있는 밴드의 느낌은 아예 없지 않았을까. 그 당시에는 소윤이가 만든 곡을 제가 드럼 카피하고 베이스 카피하면서 연주만 하는 형태였는데, 만약 그 때 헬로루키가 됐다면 새소년은 그 상태로 발전해나갔겠죠.

두은정 : 첫 베이스 멤버가 탈퇴한 후 베이스 자리는 꽤 오래 공석이었어요.

황소윤 : 사실 이전 멤버보다 지금 베이스를 맡은 팬시오빠가 밴드 구성원으로써 더 오래 활동했어요.

문팬시 : 그러고보니 벌써 일 년여네요.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만도 않았고 이것저것 많은 일들 겪으며 몰입하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 가요.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그간 열심히 했나봐요. 처음 멤버 영입 제의를 받고 이 팀이 하는 음악은 마음에 들었는데 혹시 음악적 감성이 맞지않아 제가 오히려 방해를 하는 상황이 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죠. 그 이후엔 서로가 잘 맞춰와서 이렇게 잘 풀린 것 같아요.

황소윤 : 사실 저희 밴드 자체가 순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팬시오빠가 들어오던 시기가 레이블에도 갓 소속되고, 유독 복잡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시기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시오빠가 힘든 상황에도 잘 융화가 된 것 같아 다행이예요.


두은정 : 그러고보면 기타 멤버를 공개적으로 구인한 적도 있었는데.

황소윤 : 베이스는 거의 틈이 없이 바뀌었고 기타 멤버는 올 초에 찾아보다 결국 지금의 3인조로 형태로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이 되었어요. 그 과정이 다른 멤버들이 말한 밴드로서의 결집성을 가지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새 멤버들이 들어와야 한다’, ‘음악적으로 뭔가 더 풍성하면 좋겠다’ 같은 얘기들을 많이 했었는데 이젠 셋이 하는게 편하고, 셋이 하는게 재미있고요. 지금은 우리 셋이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모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전우애를 가지게 됐고요.

두은정 : 사실 새소년은 여러 세션 멤버와 함께 꽤 오래 4인조 셋으로 공연해왔죠. 결과적으로 3인조가 되면서 사운드적인 측면이나 퍼포먼스적인에서 보완해야겠다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은데.

강토 : 저는 보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저의 역할에 더 충실하게 몰입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한 파트가 없어지면서 사운드가 비는 퍼포먼스에서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확실히 세 명이서 했을 때 에너지가 집중되는게 있더라고요.

황소윤 : 사실 세션이 자주 바뀌는 것들이 밴드에게 있어선 불안한 요소거든요. 셋이 할 땐 각각의 연주가 돋보이는 장점도 있고요. 단점은 반대로 연주가 너무 잘 보이니까.(웃음) 아무래도 합이 더 중요해졌죠.

두은정 : 갓 데뷔 싱글을 발매한 지금도 여전히 ‘어리다’, ‘젊다’라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지만 보컬 소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솔로 데모 <16-19>를 제작하기도 했죠.

황소윤 : 사실상 지금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하진 않았어요. 제가 한 솔로 활동은 말 그대로 데모앨범을 만들어낸 정도고, 본격적인 활동은 새소년 하면서 이루어졌다고 봐요. 데모앨범 제작은 내 삶에서나 대외적으로도 하나 남겨둔다 생각하고 음악이라는 걸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음악을 정리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거였어요. 어떤 야망이나 큰 포부로 한 일은 아니고, 16살 때부터 19살까지의 제가 참 재미있는 시절을 보냈는데 제가 ‘재미있게 놀았던’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거나 나 자신의 기록물로 남겨두면 좋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실은 엄청나게 서툴고 생경한 형태의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두은정 : 그게 실질적인 새소년의 모태가 되었죠.

황소윤 : 제가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을 하다보니까 밴드 음악으로써 발전시킬 수 있는 곡들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곡들도 있었어요. 밴드 음악 형태를 띄고 있는 몇 곡들을 새소년 안에서 발전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아직도 저는 새소년의 음악과 황소윤의 음악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저는 새소년에서 셋이 같이 만들어가는 사운드가 좋아요. 아까 강토오빠가 말한 일종의 ‘에너지’가 느껴질 때 희열감을 느끼기도 하고 지금 이 셋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도 좋고요. 새소년은 새소년답게 이끌어나가고, 데모앨범에 수록된 팝적이거나 좀 더 대중성을 띄거나 밴드 음악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다른 곡들은 황소윤으로서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예요.

두은정 : ‘소윤’의 솔로버젼 <긴 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스스로 느끼는 데모앨범에 수록되었던 <긴 꿈>과 지금의 <긴 꿈>과의 차이점은.

황소윤 : 한 번도 이런 류의 곡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엄청 밝고 스트레이트하고 가사가 오글거릴 정도로 감상적인 곡은 <긴 꿈>이 처음이었는데 음악에서 새싹처럼 푸릇푸릇한, 신선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아쉬운 부분 없이 지금 발매된 <긴 꿈>, 제가 처음 만들었던 <긴 꿈> 모두 좋아요.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선보인 <긴 꿈>은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인 것 같아요.

두은정 : 더이상 황소윤 혼자만의 곡이 아닌 세 멤버 공동의 곡이 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이 곡의 포인트 같은게 달랐을 것 같아요.

문팬시 : 지난 주 주말인가, 비가 엄청 많이 왔고 친구들이 차를 렌트해서 놀러가다가 저를 태워서 바래다주는 길이었어요. 제 앨범이 나왔다고 친구들과 다 함께 음악을 들었는데 인트로가 왠지 슬픈 느낌이 들더라고요. 비 오는 날 듣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다들 비 오는 날 <긴 꿈>을 다시 들어보셨으면 해요.

 

두은정 : 사실 긴 꿈의 가사 자체는 엄청나게 희망찬 느낌이죠.

황소윤 : 안 그래도 작업할 때 염려되서 그 부분에 대해 강조했었어요. 자칫 1차원적으로 마냥 밝은 느낌이 될까봐 프로듀서에게도 그런 얘기를 미리 전달했죠.

두은정 : 곡을 다듬어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는.

문팬시 : 신경을 안 쓴 부분은 없지만 확실히 후렴과 아웃트로가 중점적이었죠.

황소윤 : 사실 편곡 과정에 있어서 <긴 꿈> 버젼이 상당히 많아요. 아웃트로도 꽤 긴박하게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지금 발매된 곡은 팬시오빠 말대로 신경 안 쓴 부분이 정말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격변을 거친 버젼인데, 아웃트로 같은 경우는 막상 작업에 들어가보니 빠르게 진행되기도 했어요. 그 부분이 M/V만 봐도 그렇고 사실상 서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두은정 : 보컬이 남자인 줄 알았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문팬시 : 사실 충격을 받았어요.

황소윤 : 저도요. 어떻게 나를 남자로 알지?(웃음)

두은정 : 뭐랄까, 개인적인 감상은 변성기를 겪고있는 사춘기 남자아이 느낌이랄까요.

황소윤 : 허스키한 느낌이 있다고들 하고요. 게다가 밴드 이름까지 ‘새소년’이다보니 보컬이 여자겠구나 유추할 수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생각보다 그런 반응이 많아서 놀라긴 했죠. 물론 재밌기도 하고요.

두은정 : 사실 보컬의 성별을 구별하기 어려울만큼 지금 발매한 단 한 곡만으로는 새소년이란 밴드를, 그리고 앞으로 발매할 앨범의 색깔을 유추하기 어렵죠.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공연 레파토리를 보자면 록, 블루스, 팝 등의 장르를 넘나드니까요. 사실 그래서 <긴 꿈>은 다소 예외적인 곡이라고 느껴지기도 해요. 진짜 잘 하는 건 숨겨두고 ‘우린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하는 느낌이랄까. <긴 꿈>으로 새소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밴드 색깔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문팬시 : 솔직히 이번 곡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어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중에 다른 곡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되기도 해요.

황소윤 : 저희 밴드의 특징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색깔을 가진거라 생각하는데 새소년이 가진 가장 대중적인 곡, 사람들에게 가장 다가가기 쉬운 곡이 <긴 꿈>이라고 생각했죠. 말씀하신대로 제일 잘 할 수 있는 곡을 아직은 숨겨두고 있는게 맞는 것 같아요. 다음에 나올 싱글이 <파도>이니만큼 앞으론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되고요. 사운드적인 면에서나 편곡적인 면에서나 그간 중구난방이었던 스타일의 곡들을 한데로 모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까지는 4인조 혹은 그 이상의 편곡을 지향해왔다면 지금은 셋이서 라이브를 해내거나 빈티지한 색깔을 내보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첫 싱글이 <긴 꿈>이라는 점과 그 다음 발매될 싱글이 <파도>라는 점이 저한테는 굉장히 기대가 돼요.

두은정 : 앞으로의 새소년은.

문팬시 : 그간 셋이서 ‘재미있게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딱 그거 말고 나머지는 욕심이랄까. 좋은 일에 대한 욕심보다 안 좋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youngwave@poclanos.com

[PICK] 여름,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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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봄에는 꽃이 핀다지만 여름에는 하늘이 핀다열린 하늘을 뚫고 태양이 조도를 밝히면, (더운 바람에 지친우리 모두 물과 술(!) 등 온갖 액체를 탐하며 일말의 시원함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가그 중심에는 바다가 있고푸르름이 있고더할 나위 없는 활기가 있다사람이 모이고 사랑도 모인다꿈이든 꿀이든한여름 밤의 무언가는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사시사철 태양이 작렬하는 동남아에서 질풍노도를 거치며 자라온 탓일까이제는 일년에 무려 세 개의 계절을 거쳐야 겨우 돌아오는 따뜻한 여름이 꽤나 각별하다마치 내가 그랬듯빛과 물을 따라 생명이 움직이는 숭고한 계절여름가장 따뜻하지만 쿨하고아무리 빳빳한 추억도 조금은 느슨하게 남는 계절이다진득한 더위와 장마는 고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더 극적인(?) 추억과 전개를 위해 존재한다고 애써 위로해본다
 
초여름이 되면 음원 시장에도 파도가 친다가장 시원하고 청량한 음악을 찾아 너도 나도 헤엄친다광란의 이열치열 밴드 연주나 로파이(Lo-fi)한 질감의 사운드혹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의 전자음악까지 이 여름을 더욱 화려하게 남길 음악들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다그래서 이번에는 여름이다여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추천해본다너른 해변도 좋고 에어컨 아래도 좋다가벼운 옷차림과 손에 든 맥주 한 잔에 낭만을 더해줄 올 여름의 음악들을 만나보자.

01. 스멜스앤레노(Smells & Reno) <You Know>

듣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멜로딕한 테크 싱글이 나왔다스멜스(Smells)와 레노(Reno), 베테랑의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듀서 둘이 내놓은 여름 맞이 싱글 <You Know>. 트랙 중반부에 가서야 등장하는 코러스에 가까운 보컬은 마치 겨우 쥐어 본 해변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아날로그 신스와 드럼머신에 따뜻한 여름과 시원한 여름 모두가 담겨있다.

02. 서울문 (Seoulmoon) <바다바다>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챔피언스, 24아워즈의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3인조 밴드 서울문이전 싱글 발매작들까지만 해도 기타와 베이스드럼의 고른 비중과 적당한 저음으로 탄탄한 밴드 사운드를 내던 이들이 더욱 가벼워진 싱글 <바다바다>로 돌아왔다김혜미의 보컬은 더욱 맑고 청량하게 빛나고트랙 내내 흘러나오는 트로피컬한 사운드는 섬세하고 청량하다김혜미(보컬기타), 신혜미(드럼), 이루리(베이스)의 친절한 앨범 코멘트도 잊지 말고 챙겨보자!

03. E.L <JUNE>

4년 전 Sirena(시레나)로 활동하던 당시의 음악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사용된 사운드 소스들은 훨씬 다채로워졌고춉은 더욱 짧고 과감하게 이어진다첫 번째 트랙 ‘Forever Young’에서는 ‘Marble Soda’ 런치패드(Launchpad) 매시업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시부야(Shibuya) 감성 특유의 톡톡 튀는 색채로 눈과 귀를 사로잡은 Shawn Wasabi의 재치가 엿보이고더 나아가 더 큰 범위의 퓨쳐 베이스(Future Bass)도 찾아볼 수 있다더 많은 음악적 시도를 예견한 그인 만큼앞으로의 발매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04. 바이바이배드맨 <너의 파도>

현실에서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그 새파란 청춘이바이바이배드맨의 음악 속에는 명백히 보인다젊음푸름싱그러움청량함을 이보다 더 직관적으로 표현해내는 밴드가 또 있을까한여름의 햇살을 머금고 제자리에서 조용히 반짝이는 바다의 물결처럼이 요소들은 결코 과하지도 인위적이지도 않다귓속에서는 청춘이 고동치는데보컬과 연주는 담담할 뿐이다.  

05. AKUA <Drink! Refreshing Dream, sink into AKUA>

국내 홍대씬에서도 보기 드문 슈게이징 록’ 밴드, AKUA(아쿠아). 이름 뒤에는 그들의 데뷔 EP명이기도 한 ‘Fresh Always On’이 늘 함께한다짙은 리버브와 로파이(Lo-fi)한 무드가 기반이 되는 이들의 사운드는 마치 한 겹의 얇은 막을 가운데 두고 듣는 듯하다물 속을 부유하듯먹먹하다음악보다는 울림에 가까운 소리.

06. Anar <Rio>

‘Rio’라니들어보기도 전에 빤히 아름다울 것을 예상했다먼지 뭉치와 함께 오랜 시간 구르다 나온 듯한 바랜 엽서와도 같은 커버를 보고 반쯤 확신이 들었고첫 번째 트랙 ‘De janeiro’를 듣고는 이 뻔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으로 눈이 절로 감겼다재즈 힙합의 매력을 깨우쳐준 소중한 EP. 빈티지한 음질이 유독 멋스럽다기분 탓인지 한국의 여름과는 잘 매칭되진 않는다아직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여기에는 분명 리우데자네이루의 여름이 묻어있다.


Editor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피터팬 컴플렉스, 전자양, SOWALL, 위수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초여름을 만끽할 수 있었던 지난 한 달간 포크라노스는 좋아서하는밴드, 윤기타, 데드버튼즈, 생각의 여름, 우주히피, 이영훈, 새소년, 피해의식, 레인보우99 등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앨범들을 발매했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듣다 보면 우리가 듣고 있는 이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아티스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궁금해집니다.

 

포크라노스는 개성 넘치는 사운드로 마니아층을 탄탄히 보유하고 있는 피터팬 컴플렉스, 전자양, SOWALL, 위수(WISUE)에게 지난 한 달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물었습니다. 여기 네 팀의 뮤지션들이 추천한 곡들을 소개합니다. 이 음악들을 듣고 난 후 만나는 그들의 앨범은 한층 더 즐거운 음악 경험이 될 것입니다.

 

피터팬 컴플렉스

 

 

피터팬 컴플렉스 / 모른 척해요 (2017.06.15)

싱글 ‘걷잡을 수 없는’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싱글 ‘모른 척해요’를 발표한 피터팬 컴플렉스. 모던록에서 일렉트로닉 신스팝으로 변화를 꾀한 후 듣기 편한 일렉트로닉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요. 일명 ‘디지털 자연주의’라고 하네요. 이번 싱글 역시 강한 미들 템포 비트를 감싸는 신시사이저의 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데요. 우효, 그리고 프롬과의 지난 싱글 작업 이후 오랜만에 듣는 전지한의 목소리가 반갑습니다.

 

작업 속도가 한참 올랐다는 피터팬 컴플렉스 멤버들은 지금 영국에 체류중인데요.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린 스마일러브위크엔드(Smile,LOve,Weekend!) 페스티벌이 끝나자마자 세계 최대 페스티벌인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올해 글래스톤베리에서 공연하는 유일한 한국 밴드죠! 아, 글래스톤베리 무대를 볼 수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요. 올여름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에서도 피컴만의 독특한 퍼포먼스와 음악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페스티벌에서 만나기 앞서 피컴이 추천하는 멋진 곡들과 함께 본격적인 여름 맞이 워밍업을 시작하세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피터팬 컴플렉스가 추천합니다.

 

 

The Chainsmokers & Coldplay – Something Just Like This

“사실 이 노래는 커피숍에서 우연히 들었어요. 콜드플레이의 신곡인 것 같긴 한데, 무슨 리믹스 버전인가, 하고 바로 찾아보았죠. 아니나 다를까 역시 두 팀이 만든 음악이었어요. 각 팀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디함까지 가지고 있는 완벽한 콜라보인 것 같아요. “내가 원한 건 바로 이런 거야!” 곡 제목도 정말 잘 지었네요. ㅎㅎ”

Sufjan Stevens & Bryce Dessner & Nico Muhly & James McAlister – Neptune

“콜라보 음반을 주제로 한 건 아닌데, 고르다 보니 이번 음악도 무려 4명의 음악인들이 함께한 곡입니다. 이 앨범은 천재적 음악가들이 모여 더욱 흥미로운 앨범이에요. 곡 하나하나 다 소개하고 싶지만, 가장 첫 번째 트랙만 소개할게요. 그들의 색채가 분명하게 잘 녹아 있는 곡인 것 같아요. 침대에 누워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알 수 없는 다른 세계로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에요. 사실 수프얀 스티븐스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그의 음악적 감수성은 늘 경이로웠고 환상적이었어요. 이번 앨범은 그의 오랜 프로듀서 제임스 맥컬리스터, 밴드 내셔널(The National)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스 데스너, 현대 음악 작곡가 니코 멀리가 함께한 작품이에요. 그야말로 음악의 장인들이 음악적 상상력을 가득 담아낸 자유로운 앨범입니다.”

Maxwell – This Woman’s Work

“벌써 20년이나 지난 음악이네요. 이 음악을 들은 지 몇 년 안 된 것 같은데 정말 빨리 시간이 갔네요. 그의 [MTV Unplugged] 앨범은 정말 최고죠. 가끔은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밤에 운전하면서 틀어놔요. 그냥 위로가 됩니다.”

Pet Shop Boys– Pandemonium

“몇 년 전 한국에 내한했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정말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페스티벌 시즌이 되면 더 생각이 납니다. 수많은 훌륭한 앨범들이 있지만, 이 음반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냥 개인적 취향으로요.^^; 멋지게 늙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세계 뮤지션들에게 언제나 좋은 자극이 된다고 생각해요. 영원히 곁에 있어 주세요!”

 

 

전자양

 

 

전자양 / ‘던전 Sound’ Vol.2 – 던전 1 (2017.06.13)

던전 시리즈의 두 번째 파트로 전자양이 돌아왔습니다. 특유의 독특한 질감과 정서로 2000년대 인디 씬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전자양은 오랜 공백 후 9와 숫자들, 프렌지, 브로콜리너마저의 일원들과 함께 밴드 전자양으로 돌연 돌아와 2015년 EP [소음의 왕]을 공개했었죠. 최근 발매 중인 던전 시리즈는 올해 발매 예정인 정규 앨범을 미리 선보이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지난 싱글에 이어 한층 더 깊고 어두운 던전의 한가운데로 떠나는 모험 ‘던전 Sound’ Vol.2! 전자양과의 모험은 이미 시작되었고, 당신은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멤버 구성만큼이나 각 멤버들의 개성이 느껴지는 추천곡을 보내온 전자양. 리더 전자양은 무려 근 5년 동안 제일 좋아하고 있다는 한국 노래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아직 음원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용현의 ‘남쪽물결’부터 놀라운 곡들이 가득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전자양이 추천합니다.

 

 

전용현 – 남쪽물결

“근 5년 동안 제일 좋아하는 한국 노래. 뮤직비디오도 정말 좋다. 대박 나서 음악 계속 많이 많이 나왔으면.” (전자양)

나이트라이딩 – 도시의 박수소리

“뭉클하고 벅차오르는 기분이 좋다. 요즘 유행하는 곡들과 다른 정서라서 더욱 좋고. 역시 음악 많이 빨리 나왔으면. 제가 이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만. 호호호.” (전자양)

Sun Kil Moon – Ben’s My Friend (유정목)

Bon Iver – 33 ‘GOD’ (유정목)

페퍼톤스 – 러브앤피스

“사실 녹음이나 작업과는 큰 연관이 없지만, 작업실을 오가며 많이 듣던 노래입니다.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전솔기)

Toro y Moi – Girl Like You (류지현)

Broken Social Scene – Hug of Thunder (류지현)

 

 

 

SOWALL

 

 

SOWALL / Who You Are (2017.06.02)

파격적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선우정아가 피처링한 첫 번째 싱글 ‘LIE’로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 비트메이커 소월. 이번 싱글 역시 강렬한 뮤직비디오들과 함께 공개되었는데요. SNS를 통해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의 곡들로 선보인 작업물로 인해 영국 FACT Mag 채널에 등장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죠. 7월 9일에는 대림미술관에서 단독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그녀의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마세요! 아 참, 올여름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에서 선우정아와의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는 소식!

두 곡의 싱글만으로도 소월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정말 궁금했는데요. 그녀가 좋아하는 켄드릭 라마부터 그녀 취향의 아티스트들이 곳곳에 포진한 멋진 플레이리스트, 지금 공개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SOWALL이 추천합니다.

 

 

Nosaj Thing – Cold Stares feat. Chance The Rapper

“이 곡은 프로듀서 노자 띵의 비트에 챈스 더 래퍼의 랩이 함께한 음악으로 소리들의 위치와 볼륨, 또는 기준점에 관해 생각할 때 많이 듣는 곡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아티스트의 조합이라 선호하기도 하지만, 공허한 사운드를 채우는 fx들과 건반의 사운드는 정말 일품이라고 생각해요.”

Kendrick Lamar – Backseat Freestyle

“저는 켄드릭을 정말 좋아해서 사실 켄드릭의 모든 음악을 매일 듣습니다만, 요즘에는 이 트랙이 신나서 자주 들어요. 핑거드러밍을 연주할 때는 켄드릭의 곡을 주로 사용해요. 모든 곡들이 매우 타이트한데, 또 매우 넓어서 많은 리듬을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Kurt Rosenwinkel – Welcome Home

“제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는 커트 로젠윈클이에요. 그의 앨범 [Star of Jupiter]에 수록된 곡인데 이 앨범의 솔로는 다 외울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앨범 쇼케이스도 갔었죠.ㅎㅎㅎ 상상력의 한계가 생길 때마다 항상 듣는 앨범이에요. 우주를 떠돌아다니게 만들어 주는 음반.”

XXYYXX – About You

“앨범 준비할 당시 제일 많이 들었어요. 몽환적인 사운드가 정말 멋진데, 터지는 뒷부분은 정말 일품이에요.”

Mr. Bill & Virtual Riot – Thwek

“기분전환에 최고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자주 들어요!”

 

 

 

위수 (WISUE)

 

 

위수 (WISUE) / 마음의 질감 (2017.06.12)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예쁜 목소리 위수의 첫 EP에 수록된 네 곡은 모두 사랑에 관한 노래지만, 저마다 마음의 질감이 다릅니다. 한 곡 한 곡 한 편의 짤막한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각각의 질감이 느껴지는 곡들에선 여러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최근 신예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민트페이퍼의 시리즈 앨범 [bright #6]에 새로운 곡을 수록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합니다.

위수의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맨체스터 출신 밴드 The 1975의 곡부터 청소년 때부터 푹 빠졌다는 오하시 트리오의 곡까지 지금 그녀의 추천곡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위수 (WISUE)가 추천합니다.

 

 

The 1975 – She’s American

“사실 제 곡들이 그렇게 밝지 않거든요. 그래서 작업할 때 좀 쳐질 때가 간혹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이 노래를 항상 들었는데, 내적 댄스를 유발해서 작업할 때 외에도 흥이 나고 싶을 때 자주 들었어요.”

요조 –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Feat. 이상순)

“제일 좋아하는 가사. ‘어딘가 정말로 영원이라는 정류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뭔가 잔뜩 들어있는 배낭과 시들지 않는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우리 영원까지 함께 가자고 말할 수 있을 텐데.’”

The Lumineers – Sleep On The Floor

“더 루미니어스의 음악은 처음 유튜브로, 그것도 뮤직비디오로 먼저 접했는데 어딘가 여행을 떠날 때 들으면 그 여행의 분위기를 설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좋아해요. 이 음악은 꼭 영상과 함께 보셨으면 합니다.”

Verandah Project – Train

“혼자 밤기차를 타고 싶어지는 노래.”

OhashiTrio – 顔 / Kao (얼굴) (Feat. U-zhaan)

“사실 오하시의 노래는 추천하려면 끝도 없이 추천할 수 있어요. 오하시트리오는 고등학교 때부터 푹 빠져있던 아티스트인데, 요즘도 귀가 지치거나 들을 노래가 없어지는 텀이 있을 때 항상 들어요. 예전에는 노래 가사의 뜻을 너무 알고 싶어서 30년 동안 일본어를 해오신 아버지께 해석을 부탁드린 적도 있었어요. 그러나 시적 표현은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아직도 오하시 때문에 일본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실천을 못 하는 게 문제지만.”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Deep Inside] 무일관성 속 집요한 탐미주의

Deep Inside #6

무일관성 속 집요한 탐미주의,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노래하는 밴드 ‘데카당(Decadent)’.

더러는 보편적 정서, 공감의 영역에 속하겠지만 결국에 가서는 지극히 개인의 판단, 그러니까 주관에 의존하게 되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 아름다움, 멋스러움, 감동, 영감, 긍정, 부정, 호, 불호…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맛있음’ 같은 것.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난 계란 넣은 라면을 좋아한다. 그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계란이 안 들어간 라면이란 내겐 그저 ‘미완성’의 무엇일 뿐이다. 반면 아내는 계란라면을 인정하지 않는다. 계란의 비릿함이 국물 맛에 배어 나와서 싫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베이직 라면은 오직 포장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을 포장 뒷면에 적힌 조리법대로 조리한 것을 의미한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서 두 사람이 같이 살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어쨌거나 이것은 옳고 그름의 영역은 결코 아니다. 그저 각자의 기준과 취향이 다를 뿐. (그래도 라면은 계란라면이다. ㅇㅇ)

 

유럽의 세기말, ‘데카당스(Décadence)’라는 흐름이 있었다. 단어 그 자체는 ‘퇴폐’, ‘몰락’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된 퇴폐적인 경향 또는 예술운동을 가리키는 용어다.* ‘데카당스’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은 주로 탐미, 퇴폐, 향락, 관능, 도착 등으로 이들은 주로 극단적일 정도로 강렬한 에고에서 발화, 기존의 보편적 미의식을 거부하며 현실과 예술을 괴리시키며 예술 그 자체로서의 예술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일련의 데카당스 작품들이 선보인 비정상적 에로티시즘은 19세기 말의 엄격한 도덕성, 성윤리의 잣대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엔 종종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했다. 마치 오스카 와일드가 마태복음의 이야기를 빌려 창조해낸 잔혹하도록 아름다운 여인 ‘살로메’처럼.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살로메(Salome)> 초판 내 삽화들

살로메 초판에 삽입된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Vincent Beardsley)의 삽화들 역시 특유의 악마적, 퇴폐적 미감으로 동시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비어즐리는 아르누보(Art Nouveau)의 대표적 작가로 통한다.

 

그리고 21세기, 2017년의 서울. ‘데카당(Decadent)’이라는 밴드가 있다. 홍대 씬에 불현듯 뚝 떨어진 이 젊은 밴드는 데카당스 운동이 지니고 있던 ‘예술 그 자체로서의 예술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보편적 아름다움과는 무관하게, 게다가 그 어떤 일관성도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자신들이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좇는다. 그리고 이들이 좇는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이들이 차츰 이들의 음악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2016년 5월 경에 결성되었다는 이 밴드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올해 초 즈음이다. 포크라노스 팀 내에서도 특히나 국내 인디씬 동향에 관심이 많은 두은정 사원(신인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 코너 ‘Next Big Thing’을 진행하고 있다)이 음악이 아주 독특한, 그리고 라이브가 무척 매력적인 밴드가 있다고 했다. 호기심이 일어 유튜브를 검색해보았다.

 

<데카당(Decadent) / Peter Parker> 라이브 @ Freebird

‘Peter Parker(피터 파커)’는 마블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실체, 생활인으로서의 이름이다.

 

처음으로 접한 데카당의 비디오는 바로 이것. 첫인상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간 들어본 한국의 그 어떤 인디록과도 다른 결의 음악. 그 속에는 뭐라 딱 꼬집어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정서,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것은 록 음악이라기보다 오히려 사이키델릭하고 록킹한 사운드가 가미된 네오소울(Neo Soul) 음악에 보다 가깝게 들렸다. 여하튼 평소에 흑인음악을 열렬히 좋아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을 핀포인트로 저격하는 사운드. 이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기대감이 대번에 커졌다. 결국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프론트맨인 보컬 ‘진동욱’, 드러머 ‘이현석’, 베이스의 ‘설영인’, 기타의 ‘박창현’, 엇비슷한 또래의 네 남자가 결성한 밴드다. 네 사람 모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것이 결성의 계기인데 설영인과 진동욱이 먼저 밴드 결성을 도모했고 이후 박창현, 이현석이 합류하면서 현재의 4인조 라인업이 꾸려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데카당’이 지닌 의미가 좋아 이것이 결국 밴드의 이름이 되었지만 정작 팀명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알보칠, 과수원, 원기옥, 색채감각 등 도무지 이 밴드의 음악이나 이미지와는 매칭이 되지 않는 갖가지 단어들이 난무했었다고.

 

<데카당(Decadent) / 색채감각> 라이브 @ FF

밴드명 후보 중 하나였던 ‘색채감각’은 결국 이들의 노래로 탄생했다.

 

결성 이후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왕성하게 라이브를 펼쳐왔다. 여느 밴드들과는 명백하게 차별화되는 음악의 색깔과 날카로운 개성이 차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것이 거듭될 수록 데카당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들도 서서히 늘어났다. 그렇게 입소문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온 지 대략 일 년이 지난 2017년의 5월, EP [ㅔ]가 공개되었다. 밴드 ‘데카당’의 첫 스튜디오 레코딩 작품이다.

[데카당(Decadent) / ㅔ]

 

[ㅔ]. 데카당의 첫 글자 ‘데’의 모음 ‘ㅔ’가 앨범의 타이틀이 되었다. 자음은 그 자체로 발음이 될 수 없고 모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발음이 된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하나의 음절도, 단어도 아닌 이 타이틀은 자신들이 아직 미완의 상태라는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총 네 곡의, 장르를 규정하는 것이 불가한 음악을 담고 있다. 소울, 포스트 펑크, 블루스, 재즈, 팝…다양한 요소들이 특별한 맥락이나 계산된 의도 없이 그저 거칠게 충돌하며 어우러져 탄생한 것 같은 음악. 거칠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이 날뛰는 것 같은 음악임에도 이것이 꽤나 단단하게 응집된 사운드로 연주되고 구현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몇 번이나 곱씹어 들으면서 앞서 언급했던 첫인상과 비슷한 감상을 재차 맛보았다. 록보다 되려 네오소울(Neo Soul)의 뉘앙스를 더욱 진하게 느꼈고 싸이키델릭, 펑크, 얼터너티브, 블루스, 심지어 재즈까지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이 감지되었다. ‘앤더슨 팩(Anderson .Paak)’, ‘코디 체스넛(Cody Chesnut)’, ‘디앤젤로(D’angelo)’, ‘마틴 루터(Martin Luther)’, ‘질 스캇(Jill Scott)’ 등의 어떤 음악들이 왠지 모르게 뇌리를 스쳤는데 뭐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들의 어느 인터뷰를 보니 실제로 ‘멤버들이 각자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디앤젤로, 앤더슨 팩이 언급되기도 했더라. (그 밖에 ‘켄드릭 라마’, ‘포티셰드’, ‘시규어 로스’, ‘라디오헤드’, ‘히사이시 조’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언급되었다)

 

[Anderson .Paak & The Free Nationals / Put Me Thru] 라이브

작년에 앤더슨 팩과 프리 네셔널즈의 라이브를 직접 본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쫀득쫀득한 기타 리프와 느긋한 그루브를 자아내는 리듬 위로 보컬 ‘진동욱’의 날카롭게 날이 선 보컬이 자유분방하게 노래하는 첫 곡 ‘봄’은 보컬, 사운드 모두 네오소울의 DNA를 듬뿍 함유하고 있다. 이 밴드의 음악이 씬의 어느 밴드와도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음을 시작부터 확실히 드러내면서 ‘이것이 데카당의 바이브’임을 어필하는, 아주 적절한 오프너인 셈.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면 이 노래는 처음 듣는 순간 좀 반했다. 수록된 네 곡 중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데카당(Decadent) / 봄] 라이브 @ 온스테이지

 

이 작품 내에서 가장 강렬한 사운드와 에너지를 선사하는 ‘빈’은 곡의 시작과 동시에 기타, 베이스, 드럼 모두 자신들이 낼 수 있는 맥스의 사운드를 뿜어내며 내달린다. 혼돈, 퇴폐로 가득한 세기말적 풍경을 그려내는 듯 사정없이 울부짖는 이 사운드야말로 과연 ‘데카당스’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한 차례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서늘한 고요가 찾아온다. ‘금붕어’의 초반부는 미니멀한 사운드 안에서 차분히 전개되며 짙은 우수를 자아낸다. 그러나 곡은 어느 순간순간 극적으로 소리를 확장하고 세를 뻗어나가면서 아주 짧지만 굵은, 그러나 강렬한 울림을 몇 차례나 만들어낸다. 소울과 싸이키델릭이 기묘하게 뒤섞이는데 이 독특한 어우러짐이야말로 ‘데카당’이라는 밴드의 진면목 아닐까 싶기도 하다.

 

[데카당(Decadent) / 금붕어] 라이브 @ 클럽FF

 

단지 네 곡을 담은 단촐한 미니앨범이다 보니 ‘대미’라는 거창한 단어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지만 어쨌거나 그래도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트랙 ‘A’는 끈적한 슬로우잼(Slow Jam) 풍의 네오소울 넘버다. (행여 본인들이 이 곡을 그렇게 규정하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곡을 들으면서 ‘앤써니 해밀턴(Anthony Hamilton)’의 음악들을 드문드문 떠올렸는데 감미롭게 서정적이며, 또 진득하게 달콤하다. 이건 명백히 밤을 위한 노래, 사랑을 나누기 위한 노래다. ‘봄’과 더불어 가장 애정이 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곡이며 그렇게 아름다운 마침표다.

 

[데카당(Decadent) / A] 라이브 @ 온스테이지

 

당초에는 밴드 이름과 동명의 곡인 ‘데카당’ 등을 포함, 총 여섯 곡이 수록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곡의 완성도 등을 이유로 그 두 곡은 아쉽게도 수록을 포기해야 했다고. 사실 그 시점에서 이미 이 앨범은 미완의 성격이 짙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완의 EP 한 장이 담고 있는 날카롭게 날이 선 개성, 농밀한 소울과 그루브를 함유한 사운드는 내 호기심을, 기대감을, 자꾸만 자극하며 밴드의 다음 걸음을 궁금해지게 만든다. 이들의 재능이 활활 불타올라 만들어지는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의 끝은 도대체 무엇일지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조바심을 내지는 않겠다. 자고로 맛있는 음식일 수록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즐길 필요가 있는 법 아니겠나. 그러니 난 그저 가만히, 하지만 꾸준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려 한다. 게다가 이 젊은 밴드의 여정은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막 떼었을 뿐이니까. 미처 하나의 음절조차 되지 못한 미완의 글자 [ㅔ]의 모습 그 자체처럼 말이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Deep Inside’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각주
*1 네이버 지식백과 ‘문학비평용어사전’에 서술된 내용을 인용
http://bit.ly/2sdKXs9

*2 [오스카 와일드 / 살로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데카당스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가 마태복음 14장 6~11절에 실린 유대 헤로데 왕의 세례 요한 참수 사건을 각색하여 쓴 소설.

[PICK] 포크라노스의 ‘내 맘대로 시티팝’

 시티팝이 유행이다. ‘시티팝’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작년에 비하면 ‘시티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도 보이고*, 여러 디제이들과 음반 가게들도 하나 둘씩 꺼내 드는 요즘이다. 겪어보지 못했던 시공에 대한 ‘향수’ 혹은 환상을 불러 일으키고, 과거 음향 기술의 한계를 의심케하는 비현실적인 완성도를 갖춘 시티팝. 이 범주의 넘버들이 이뤄낸 묘한 현실과의 괴리는 취향의 여부를 떠나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어쩌다 이것이 유행하게 되었을까? 필자는 레트로의 유행과 더불어 80년대 훵크Funk, 디스코, 소울, 팝 등을 샘플링한 베이퍼웨이브의 유행이 시티팝의 재부흥에 큰 동력이 되었다고 보지만, 그 배경은 제각각 보는 관점에 따라 크게 다른 것 같다.

시티팝이란 무엇인가? 카도마츠 토시키Kadomatsu Toshiki 프로듀싱의 안리Anri <Timely!!>(1983)나, 허물어진 훵크, 소울, 발라드의 경계에서 묘한 청량감을 주는 야마시타 타츠로Yamashita Tatsuro의 80년대 발매작들, 훵크Funk와 전자 음악의 조화가 환상적인 사토 히로시Sato Hiroshi의 <Awakening>(1982)과 같은 음악이 전형적인 ‘시티팝’이라 꼽히나, 포크에 가까운 다수의 트랙이 실린 오누키 타에코Onuki Taeko의 <Sunshower>(1977)도 시티팝이고, 재즈를 기반으로 한 호소노 하루오미Hosono Haruomi의 <Pacific>(1978)도 시티팝으로 불린다. 이처럼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들 모두 적게는 두 개, 많게는 대여섯 개의 장르에 걸친 음악들이니 장르로써의 정의가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그저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80년대 일본 도시의 감성, 혹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당시 이들의 로망(푸른 해변에서의 휴가 등의 이미지)을 담은 음악이라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도시의 감성’과 ‘시대의 감성’은 늘 바뀐다. 80년대의 경제 풍요 속에서 젊음을 불태우던 세대는 한 발 물러서 지금의 청춘들에게 바톤을 넘긴지 오래고, 요즘 세대들의 감성과 정서는 당연히 예전과 같지 않다. 따라서 지금의 새로운 세대가 노래하는 ‘2010년대의 도시 감성’도 엄연히 현대판 시티팝으로 볼 수 있다(물론 80년대의 시티팝과 지금의 시티팝은 누가 들어도 다르다). Cero, Yogee New Wave, Never Young Beach과 같은 일본의 인디 록밴드들조차도 시티팝 혹은 서프팝이 브랜딩의 키워드인 것만 보아도, 분명 시티팝의 범주에 속하는 음악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80년대의 낭만, 여유, 뉘앙스를 표방하며 ‘현대판 시티팝’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부야케이에 더욱 가까운 일본 인디 록밴드의 음악마저 ‘시티팝’으로 정의되며, 도시 감성이라면 모두 시티팝이라 일컫는 지금, 우리나라의 현대판 시티팝을 꼽자면 어떤 앨범이 있을까. 포크라노스의 ‘내 맘대로 시티팝’을 만나보자. 어쨌든, 시티팝은 듣는 이마다 다른 정의를 내리는 머리 아픈 무언가임은 확실하다.

01. 바이바이배드맨 <Genuine>

미국의 록밴드 TV on the Radio, Yeah Yeah Yeahs, 드림팝밴드 Beach House의 전담 프로듀서 Chris Coady는 <Genuine>을 프로듀싱하면서 ‘서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이라 코멘트 한 바 있다. 일종의 ‘서울 시티팝’인 것이다. 간간이 치고 나오는 동양적인 사운드는 ‘아시아 어딘가’를 연상케 하지만 그것이 ‘서울’ 그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더 구체적인 표현이라면 홍수로 범람하는 북촌 한옥마을이라든가 63빌딩의 아쿠아리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어쨌든, 도입부부터 시원하게 펼쳐지는 신스의 멜로디를 타고 트랙 끝까지 헤엄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청량함에 취하게 된다.
 
02. A-FUZZ <UNDERWATER>

‘물’이라는 하나의 소재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지만 그 안에 제각각 희와 비가 있고, 도시와 로맨스도 있다. 알앤비, 소울, 재즈, 훵크Funk가 결합한 그루브는 어둠에 젖은 도시의 야경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도시 일상 속의 낭만도 보여준다. 2번 트랙 ‘숨 Breath (feat. 최삼)’을 제외하고는 가창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가창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한 연주는 언제 들어도 감탄스럽다.
03. 이안소프 <Ian soph>

발바닥에 땀나게 서핑하는 사람보다 노곤하게 서있는 야자수가 더 많고, 분주히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까먹는 이들보다 눕듯이 앉아 파도를 응시하는 눈들이 더 많은 해변이다. 작렬하는 태양보다는 선선한 바람이 더욱 쉽게 연상되는 칠Chill한분위기의 로파이한 서프팝. 컨트리의 느낌도 챙기는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와 나른한 보컬이 참 매력적이다.
 

04. 스쿠비두 <ensemble>

훵키한 베이스 리듬, 낮지 않은 음역의 보컬, 리버브 없는 담백한 사운드. 결성된 지는 20년이 훌쩍 넘은 노장 밴드이지만 전형적인 일본의 젊은 인디 록밴드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05. 쏠라티 <Movie>

말 그대로 어반팝 밴드라는수식이 쏙 어울리는 쏠라티. <Movie> 전체적으로 재즈의 분위기가 강하지만 뻔하지 않다. 키보드는 트랙 구석구석에서 미러볼처럼 반짝이고, 림의 보컬은 넘치는 그루브 안에서 절제된 소리를 내주고 있다. ‘부터 끝판왕까지의 서사도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도 같다.

 

06. 남녀공룡 <Love Is In The Ear>

남녀공룡의 유일한 발매작이자 벌써 햇수로는 발매된 지 5년이 넘은 EP <Love Is In The Ear>에 콕 집어 언급하고 싶은 트랙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트랙이기도 한 ‘Blueberry Dream’이다. 차갑고 건조한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트랙에서 남녀공룡은 속삭임과도 같은 보컬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미니멀한 셋의 높은 밀도가 놀랍고, 작고 사랑스러운 일렉트로닉 팝의 정석과도 같은 모습이 놀랍다.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소속의 골든두들은 문화 웹진 인디포스트에서 두 편에 걸쳐 시티팝의 정의와 대표적인 앨범들을 소개하고, 초대 손님과 함께 시티팝이 성황하던 일본 80년대 당시의 추억을 나누는 대화를 가지기도 했다.

[골든두들의 뮤직 캐러밴] 시티팝에 관한 도시적 대화(1): http://www.indiepost.co.kr/post/2326

[골든두들의 뮤직 캐러밴] 시티팝에 관한 도시적 대화(2): http://www.indiepost.co.kr/post/2407


Editor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추천의 추천의 추천] 브로콜리너마저, 위아더나잇, 우주히피, 전진희

추천의 추천의 추천

포크라노스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추천곡

지난 한 달 피터팬 컴플렉스, 좋아서하는밴드, Needle&Gem(니들앤젬), Aepmah(엡마), 타피(TaPi), 일로와이로, 김오키, 플래시플러드달링스(Flash Flood Darlings)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한 곡 한 곡 듣다 보니 우리가 찾아 듣는 이 아티스트들이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어떤 음악을 들었을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포크라노스는 최근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가 되는 음악을 전해준 브로콜리너마저, 위아더나잇, 우주히피, 전진희에게 지난 한 달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물었습니다. 여기 네 팀의 뮤지션들이 추천한 곡들을 소개합니다. 이 음악들을 듣고 난 후 만나는 그들의 앨범은 한층 더 즐거운 음악 경험이 될 것입니다.

 

브로콜리너마저

 

 

 

브로콜리너마저 / 분향 (2017.04.24)

지난 4월 24일 발매한 싱글 [분향]은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친구들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슬픈 가사와는 상반되는, 경쾌하고 밝은 곡 분위기와 향기의 해사한 목소리가 오히려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너무 빨리 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이들이라면 그 사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곡입니다. 지금은 곁에 없지만,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보는 건 우리에게도, 또 먼 곳에 있는 그들을 위해서도 가끔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브로콜리너마저는 매년 초여름을 알리는 장기 공연 <이른 열대야>를 준비 중입니다. 어느새 열다섯 번째 <이른 열대야>라고 하는군요. 6월 28일부터 총 15회의 공연이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멤버들이 곡 작업을 하는 동안 들었던 음악들을 보내왔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브로콜리너마저가 추천합니다.

 

 

Pink Floyd – Wish You Were Here

Yann Tiersen – Ashes

“두 곡은 죽음과 관련한 노래라 작업하면서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분향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향기)

Badfinger – Sing For The Song

“마지막 합창하는 분위기가 좋아 신납니다.” (향기)

걸스데이 – I’ll Be Yours

“작업하면서 많이 들었습니다.” (덕원)

Frank Ocean – Solo

“분향 작업할 때 즈음 허구한 날 따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가사는 외우지 못했습니다.” (류지)

Lianne La Havas – Unstoppable

“반향기의 추천으로 알게 되어 이것도 많이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가사는 역시 외우지 못합니다.” (류지)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 / 깊은 우리 젊은 날 (2017.04.25)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이 떠오르는 밴드 위아더나잇의 새로운 싱글 ‘깊은 우리 젊은 날’은 최근 한층 세련되고 짙어진 밴드만의 밤의 감성이 극에 달한 곡입니다. 밴드 이름뿐만 아니라 음악 스타일까지 밤에 어울리는, 밤 전문 밴드답게 신스팝 사운드를 따뜻한 질감으로 담아냈습니다. 보컬 함병선의 색 짙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가사는 쓸쓸한 듯 공허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위로로 다가옵니다. 조용한 밤 가사를 음미해서 듣다 보면, 다양한 이미지와 생각들이 떠다닐 것입니다.

 

이번 달 최다 멤버수를 자랑하며, 최다 추천곡을 보내온 위아더나잇. 각 멤버들마다 조금씩 다른 취향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아더나잇의 음악 팬이라면 마음에 드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위아더나잇이 추천합니다.

 

 

Bombay Bicycle Club – To The Bone

“이 봄, 산책할 때 들어보세요.” (함병선)

Something Corporate – She Paints Me Blue

“마치 몸이 붕 뜬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곡입니다.” (함병선)

기리보이 – 술자리

“전날 마신 술로 인한 숙취. 몸이 힘들고 후회도 되는 동시에 허무하면서 짜증도 난다. 30분만 더 있다가 일어나자”라고 말하는 기리보이의 가사는 어제 있었던 술자리를 생각나게 한다.” (정원중)

Sik-k(식케이) – 알콜은 싫지만 주면 마실 수 밖에 (feat. 박재범)

“그렇다. 술을 주면 마실 수 밖에 없다.” (정원중)

Troye Sivan – Youth

“최근 발표한 ‘깊은 우리 젊은 날’과 사운드가 닮아있다. 808 Bass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황성수)

Adele – Hello

“언제나 귀 기울여지는 곡. 역시 ‘깊은 우리 젊은 날’과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황성수)

Lukas Graham – 7 Years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곡.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다.” (필립)

Ed Sheeran – Shape of You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부르는 노래. 섹시하다.” (필립)

LANY – It Was Love

“사랑이었다. 당신도 알고 있잖아.” (김보람)

Rachael Yamagata – Be Be Your Love

그냥 이유 없이 봄이 되면 듣고 싶은 노래. (김보람)

 

 

 

우주히피

 

 

 

우주히피 / 너의상대 (2017.05.18)

2016년 초,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OST ‘어쩌면 좋아’를 시작으로 꾸준히 싱글을 발매 중인 우주히피의 곡들은 일상적인 감정을 편안하게 녹여내며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발매한 ‘데려가면 안돼?’, 그리고 5월 18일 발매한 따끈따끈한 신곡 ‘너의 상대’까지, 우주히피 팬들은 매달 신곡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음악 작업만도 바쁠 듯한데, 올 6월에는 지금까지 발매된 싱글들을 돌아보는 특별한 단독 공연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곡 작업과 공연 준비로 바쁜 우주히피도 곡 추천에 합류했습니다. 요즘 자주 듣는 곡들이라고 하는군요. 듣는 것만으로 마음 편하게 하는 음악을 만드는 그는 어떤 음악을 들을까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우주히피가 추천합니다.

 

 

 

Scott Matthews – Obsession Never Sleeps

“이상한 제목의 수면 유도제.”

Cake – Walk On By

“리듬을 피해 걸음을 옮기다 보면 생각보다 멀리까지 갈 수 있음.”

The Lovin’ Spoonful – Daydream

“낭만”

정밀아 – 방랑

“커피보다 술”

The Head and the Heart – Winter Song

“시리도록 추운 겨울도 금세 그리운 계절.”

 

 

 

전진희

 

 

전진희 / 피아노와 목소리 (2017.05.19)

밴드 하비누아주의 리더 전진희가 지난 3월 [피아노와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솔로 싱글을 공개했습니다. [피아노와 목소리]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어느새 세 번째 싱글이 발매되었는데요. 고요한 순간, 호흡까지 느껴질 여백의 음악에 귀 기울이다 보면 절로 위로가 되는 기분입니다. 5월 19일에 공개한 세 번째 곡 ‘불안’에는 디어클라우드의 나인이 피처링으로 참여했습니다. 매 싱글마다 아름다운 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앨범 커버부터 앞으로 나올 곡들까지, 매달 기대해도 좋을 시리즈입니다.

이런 따뜻한 음악을 만드는 전진희는 어떤 음악을 듣고, 또 추천했을까요? 디어클라우드, 박지윤, 정준영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편곡과 라이브 세션으로 참여했을 정도로 다양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전진희의 추천곡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전진희가 추천합니다.

 

 

Corinne Bailey Rae – I’d Do It All Again

UTAU(Ryuichi Sakamoto & Onuki Taeko) – A Life

이소라 – 아멘

Jacky Terrasson – Oh My Love (feat. Cecile Mclorin Salvant)

노영심 – Thank You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Next Big Thing] 순간의 모든 계절, 악어들

[Next Big Thing] 순간의 모든 계절

 

 

두은정 : 2010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래 처음 발표하는 싱글이에요. 중간중간 휴지기도 길었고 그 사이 지금의 멤버에 이르기까지 유지완, 유태관 두 멤버 외에 밴드를 거쳐간 이들도 여럿 있었고요. 첫 음원이 발표되기 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지완 : 첫 음원이 발매되기 까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홍대의 두리반과 자립음악생산조합과 함께 공연을 주로 했고,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두물머리와 같이 사회적인 이슈와 함께 음악이 필요한 장소에 많이 다녔어요. 미친 듯이 연주할 이유가 있는 곳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훨씬 재밌고,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활동과 공연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악어들’을 거쳐가기도 했고, 그런 도중에 함께 녹음을 해보자고 제안한 프로듀서를 만나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녹음 과정이 길기도 했지만, 군대 문제를 비롯해 바로 앨범이 나오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고, 앨범이 늦춰진 상태에서 현재에 대한 음악을 먼저 발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 2월, 이번에 나온 싱글을 녹음하게 되었습니다.

두은정 : 이번 싱글은 기존에 알고 있던 악어들의 곡들과는 조금 다른 무드예요. 신곡 ‘밤산책’을 각자의 방식으로 설명한다면.

유지완 : 지옥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한 노래에요. 우리가 지나온 몇 년이 그렇기도 하고, 현재도 잘 들여다보면 고통과 절망이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을 노래로 부르고, 연주하면 시원하기도 해요.
블루스의 매력은 슬픈 마음을 연주해서 원래 있던 ‘슬픔’과는 다른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갖고 악어들의 노래를 만들어온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밤산책’도 같은 맥락에 있지만 ‘밤산책’은 더 절망과 가까이 붙어서 물어뜯고, 맞서려 하는 것 같아요. 절망을 끝까지 파내려가고 그것을 노래해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다른 것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것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불가능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순간, 그리고 듣고 있는 순간 속에는 뭔가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노래가 보내는 지옥 같은 시간에 대한 작은 꿈틀거림을 누군가 느낀다면 그걸로 좋겠어요.

유태관 : 기존에 작업했던 곡과 이번 밤산책 사이에는 시간적인 거리가 있습니다. 저 자신도 기존 곡들을 작업했던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으며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이라던지 세상에 대한 태도라든지 여러 가지 것들이요. 밤산책이란 곡을 쓴 사람은 지완이 형이지만 지옥 같은 현실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시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들다 보니까 기존 곡과는 다른 느낌의 곡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두은정 : 이번 싱글에서부터 정규까지 ‘방준석’님이 프로듀서로 참여하신다고 하죠. 처음 악어들과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앨범 녹음 등의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조율해나가는지가 궁금합니다.

유지완 : 방준석 선생님이 활동하는 방백 듀오와 같이 지금은 사라진 ‘꽃땅’이라는 공연장에서 함께 공연을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악어들 다음 순서가 방백이었는데요, 그때 악어들을 보시고 녹음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서울 외곽에 있는 선생님 작업실에서 같이 파스타도 만들어 먹고, 고양이, 강아지하고 놀기도 하면서 녹음을 했습니다. 음악 외에도 음악을 만드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서도 방준석 선생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녹음을 시작했어요. 정규 앨범에 수록될 곡은 총 11곡, 또는 12곡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녹음한 부분들도 있고, 녹음 기간이 꽤 길었어요. 그래서 영화 ‘보이후드(Boyhood)’ 같은 앨범이라고 요즘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의 곡 안에 많은 시간이 들어있고, 이 앨범이 저희의 ‘보이후드’를 담고 있기도 하죠.

두은정 : 결국 악어들이라는 이름이 ‘밤산책’이라는 곡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는 거네요. 악어들이라는 밴드 그 자체를 상징할 만한 다른 곡이 있다면.

유태관 : 악어들을 상징하는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물고기였으면’이란 곡을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블루스리듬과 그 위에 저희 나름대로 어레인지한 부분이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하구요 연주할 때 특히 즐기면서 연주하는 곡이에요.

두은정 : 작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악어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오랜 공백을 깨는 일종의 ‘생존신고’를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유태관 : 헬로루키 프로그램은 다른 밴드들도 많이들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방송 영상이 남게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했구요. 당시 당장 음원발매 등의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헬로루키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두은정 : 김영훈, 박준철 님은 각각 쾅프로그램과 파블로프로 활동해왔죠. 각자 ‘악어들’에 합류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팀 내에서 이전의 팀과 다른 부분을 느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영훈 : ‘쾅프로그램’ 멤버 태현과는 군입대 날이 같았으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제가 먼저 군대에 입대했고 그 공백으로 쾅프로그램은 다른 드러머를 영입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고요. 전역 후 지완은 악어들의 멤버를 다시 구하고 있었어요. 마침 전역 시기가 맞아 떨어져 친분이 있던 저에게 연락이 왔고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두은정 : 사소한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과정부터 앨범 작업에서의 과정까지 각자가 느끼는 것들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은.

김영훈 : 쾅프로그램과 악어들의 다른 부분이라면, 쾅프로그램이 2인조와 컴퓨터의 구성으로 연주했다면 악어들은 4인조 밴드로 사람과의 합주로 유연함이 생겼다고 할까요 쾅 때는 시스템의 문제로 박자를 틀어놓고 연주하고 있었으니까요. 악어들은 연주라던가 구성이라던가 개개인과의 호흡이 더 잘 맞아야 되는 상황이니 정반대의 상황에서 연주하고 있는 것이죠.

박준철 : 악어들은 예전부터 함께 공연을 자주 하고 친하게 지내던 팀이라 지완이가 같이 하자고 부탁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제가 파블로프 때는 더 주도적으로 곡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악어들에서는 보조를 해주는 입장에서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연주자로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요.

두은정 : 각자 영향을 받은 뮤지션 혹은 매체가 있다면.

유태관 : 블루스 기타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저는 버디가이라는 기타리스트의 리듬을 매우 좋아합니다. 버디가이의 느낌을 따라해보려고 노력하며 청소년기를 보냈었습니다.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youngwave@poclanos.com

[Deep Inside] 한국 프리재즈의 파이오니어

Deep Inside no.5
자유로운 영혼의 동양청년 김오키, 한국 프리재즈의 파이오니어가 되다


 

 

 재즈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이전의 글*에서도 한 번 언급했듯이 아주 어릴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그때부터 힙합이 라이프스타일에 깊게 뿌리를 내린 내게 재즈에 대한 애정은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채 쉽지 않은 음악인 탓에 장르에 대한 지식은 일천한 편인데 기껏해야 음악을 들으며 밥(Bop), 스윙(Swing) 등의 큰 카테고리를 구분할 정도나 될까.
 
 하지만 지식의 깊이가 애정의 깊이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100곡 정도 써보라고 하면 그 목록 안에는 반드시 몽크(Thelonious Monk)’아트 블래키(Art Blakey)’의 이름이 들어있을 것이다.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의 하이브리드 재즈 프로젝트 ‘The RH Factor’ <Hard Groove> 앨범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흑인음악 레코드 중 하나이고 작년에는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의 강력한(!!) 데뷔 앨범과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마일즈 데이비스를 재해석한 <Everything’s Beautiful> 앨범 등을 한참 동안 귀에 달고 살았다. ,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선우정아에게 축가를 부탁했는데 그때 심사숙고 끝에 내가 고르고 부탁한 노래는 다름아닌스탄 게츠(Stan Getz)’주앙 질베르토(Joao Gilberto)’ ‘The Girl from Ipanema’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곡을 재즈라고 할 순 없지만) 나와 아내, 둘 다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였고 무엇보다 재즈를 잘 부르는 정아에게 꼭 맞는 노래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흔쾌히 축가 부탁을 들어준, 게다가 너무나 멋진 노래를 불러준 선우정아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렇듯 재즈를 무척 좋아하지만 동시에 재즈를 하나도 모르는 내가, 오늘은 패기 넘치게 한 재즈 음악가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본래무식하면 용감하다하지 않았나. 지금부터 시작할 글의 주인공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창조적인 색소폰 플레이어로 알려진 아티스트, 바로 김오키.

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 / Moanin’
내겐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노래 중 하나다.

 처음김오키를 만난 건 네이버의온스테이지영상이었다. 아마 2014년 봄에서 여름 사이에 우연히 보게 된 거 같은데 솔직히 이전까진 그의 이름조차 몰랐던 터였다. 하지만 뭐랄까, 오히려 그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 첫인상은 되려 강렬했다. 마치 살풀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음과 리듬을 그야말로토해내는그의 블로잉에 꽤나 진한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더불어 그 동영상을 담고 있던 웹 페이지에 적혀있던 그를 소개하는 글의 내용들 역시 대단히 흥미로웠다.
 
[온스테이지] 155. 김오키 – 칼날

<김오키 동양청년 / 칼날> 라이브 @ 온스테이지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칼날이라는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만든 곡이다.
 

 김오키(KIMOKI). 한국의 테너 색소폰 주자로 본명은 김영훈이다. ‘오키는 자신이 처음 재즈 공연을 한 일본의오키나와에서 따온 것이다. 본래는 일본은 무척 싫어했던 그가 막상 일본 오키나와에 방문한 뒤 그곳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사람들이 좋아져서 거기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한국에서 앨범이 은근히 잘 되는 바람에정착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 모 인터뷰*에서 접한 그의 말이다. 그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이 한 가지 있는데 어릴 때 AFKN에서 ‘MC 해머‘, ‘바닐라 아이스‘, ‘마키 마크등을 듣다가 흑인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다. 나 역시 정확히 똑같은 계기로 흑인음악을 접하고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AFKN에서 나오는 갖가지 뮤직비디오들, 그리고소울트레인‘(Soul Train)을 열심히 챙겨 보고 흑인들이 추는 춤을 따라서 추곤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였다.
Marky Mark & the Funky Bunch Good Vibrations

<Marky Mark & The Funky Bunch / Good Vibrations> MV
지금은 나름 헐리우드의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마크 월버그의 찬란했던 과거.
심지의 그의 형은 무려뉴키즈온더블럭(New Kids On The Block)’도니 월버그.
여하튼 이 곡은 당시 팝랩의 아주 대표적인 곡 중 하나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흑인음악을 좋아하게 되어 자연스레 춤을 추게 되었고 젝스키스, 구본승 등의 백댄서로, 또 스트릿댄서로 활동하던 김오키가 재즈에 매료되어 색소폰을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군 제대 후 우연히 듣게 된 트럼페터 마일즈 데이비스의 연주. 당시 자신의 춤이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고 느낀 그가 댄서 생활을 과감히 접고 몇 달 간 학원을 다니며 색소폰의 기본기를 배우고, 이후로는 오롯이 독학을 통해 한 사람의 색소폰 주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그를 아는 이들에게는뻔한 레퍼토리같은 이야기다. 조금만 덧붙이자면 그때 김오키가 들은 곡은 ‘Autumn Leaves’의 인트로라고 하는데 그 인트로 부분에서마일즈 데이비스가 연주한 악기는 당연하게도 색소폰이 아니라 트럼펫이었다. 김오키가 이 소리를 색소폰으로 착각해서 색소폰을 배우러 갔던 것이다.

김오키(KIMOKI)
현재 대부분 음원사이트에 등록된 공식 프로필 사진이다.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 그의 인스타그램 등을 보면 역시나 예사로운 사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내 음악은 딱히 재즈는 아냐. 그냥 오부리* 치는 거지 뭐
 
 김오키는 자신의 음악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굳이재즈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자신을 밀어넣을 생각이 없으며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연주로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평단, 또 예리한 귀를 지닌 리스너들은 그가 불어대는오부리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3년에 내놓은 처녀작 <Cherubim`s Wrath(천사의 분노)> 14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재즈 & 크로스오버 최우수연주상을 수상한 것이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고 그 중 상당수는 버클리 등 해외 재즈 명문교에서 수학하는 등제대로 된코스를 밟아온 연주자들이 주를 이루는 재즈씬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갑자기 돌출한 이 크랙이 단 한 장의 앨범, 게다가 데뷔작에서 이러한 성취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사뭇 흥미로울 뿐 아니라 어떤 의미로는 묘한 쾌감마저 선사하기도 한다.
 
 도시 빈민층의 삶을 처절하게 그려낸 조세희의 연작 단편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잘 알려진 <Cherubim`s Wrath(천사의 분노)>는 형식적으로는 프리재즈(Free Jazz), 아방가르드(Avant Garde)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의 핵심은 전위주의가 아니라 김오키의 현실 인식이다. 그저 형식을 파괴하고 뒤틀며 새로운 어딘가로 향하기 위한 전위가 아닌, 음악가가 현실을 바라보며 느끼는시대유감을 음악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현실 기반의 전위주의, 그리고 무질서다. 앨범에 담긴 소설과 동명의 곡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속에서 그려지는 음습하고 불온한 기운 가득한 묵시록적 세계는 다름 아닌 김오키가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 세상, 대한민국 그 자체였을 것이다.

 

[온스테이지] 155. 김오키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김오키 동양청년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라이브 @ 온스테이지
집단화된 즉흥연주가 그로테스크한 기운과 에너지를 쉴 새 없이 뿜어낸다.

 등장 이후왕성하다라는 단어로는 채 설명이 안될 만큼 정력적으로, 쉴 새 없이 레코드를 만들고 연주해 왔다. 2015 1월에 낸 정규 <격동의 시간여행>을 기점으로 최근 <fuckingmadness>까지,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무려 4 장의 정규 앨범과 한 장의 싱글, 총 다섯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김책, 송남현, 표진호와 결성한 즉흥연주 프로젝트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의 앨범까지 포함하면 여섯 장이 된다. 시대인식을 음악에 반영해온 음악가답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다룬 옴니버스 앨범 <젠트리피케이션>[suːm]’의 박지하와 함께 작업한 곡을 수록하기도 했다. 김오키 동양청년, 전기사기꾼, 아방 트리오, 김오키 스피릿 선발대,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 노선택과 소울 소스, 그리고 지금의 김오키 뻐킹매드니스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했거나, 또 하고 있고로다운30′, ‘방백‘, ‘김사월‘, ‘서사무엘등 다른 장르의 다양한 뮤지션들과 교류해왔다. 특히로다운30′과 함께 연주한더 뜨겁게라는 곡을 아주 좋아한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시대의 훵크를 지금으로 옮겨온 것 같은 화끈한 곡이다.
 

<로다운30 feat. 김오키 / 더뜨겁게> 라이브 

 2017년의 봄이 고개를 들 무렵, 새로운 정규앨범 <fuckingmadness>가 공개되었다. 놀랍게도 주제가친일청산이다. 앨범 제목인 퍼킹 매드니스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밴드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앨범의 주제의식을 김오키식의 직설로 표현한 것 아닐까 싶다. 광복 이후 무려 7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친일파 인사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이 세상이 ‘X나 미쳤다라는 거다.
<fuckingmadness> 커버

 매번 명확하게 다른 음악적 컨셉트와 주제의 작품들을 선보인 그의 이번 앨범은 잘 만들어진 한 장의재즈힙합앨범이라 칭해도 결코 무리가 없을 만큼 힙합의 성향이 강하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The RH Factor’로버트 글래스퍼의 음악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포문을 여는 15 30초짜리 대곡 ‘Fuc ma dreams’에서부터 이 같은 기운은 뚜렷한데 심플한 비트와 반복적인 룹을 연주하는 피아노, 래퍼 ‘ejo’의 정갈한 랩이 어우러지는 전반부는 재즈힙합그 자체다. 스무스한 전반부를 지나 거대한 뿌리에서부터 함께 연주했던 이규제의 플룻, 그리고 연이어 김오키의 색스 솔로잉이 한 차례의 거센 고조를 만들어내고 난 뒤 종반부 클라이막스 직전까지 잠시 찾아오는 평온, 개인적으로 이 구간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래퍼 커먼‘(Common)의 앨범 <Be>의 엔딩 트랙 ‘It’s Your World part 1 & 2’를 떠올렸다. 힙합 리스너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담고 있을 이름, 제이딜라‘(J Dilla)가 프로듀스한 트랙이다. 확연히 다른 두 곡이건만 왠지 두 곡의 이미지가 기묘하게 겹쳐지는 순간이 잠시 있었다.

 

https://youtu.be/aiA4IgpBjz0

<김오키 / Fuc ma dreams>

 ‘스모키하다라는 표현이 꼭 어울리는 블루지한 곡 ‘Memory of ugly luv’, 또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 ‘Fuckin’ luv train’은 짙은 우수와 아련한 낭만으로 가득한, 그야말로 밤의 분위기에 꼭 어울리는 곡들이다. 그간 우리가 봐왔던 김오키와는 조금 다른, 또 다른 김오키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Fuckin’ luv train’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은 ‘The RH Factor’의 노래 ‘Liquid Streets’를 처음 들으면서 느꼈던 그것과 무척 비슷했다.
 

<Roy Hargrove & The RH Factor / Liquid Streets> 라이브
 
25분여에 이르는 대곡 ‘Firebomb 10’은 이 앨범의 가장 문제적인 트랙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힙합 리듬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변주를 거치며 차츰 고조, 급기야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 악곡은 오롯이즉흥연주로만 무려 24 44초라는 긴 시간을, 심지어 원테이크(one-take)로 내달린다. 이어지는 ‘Banjai kankoku’의 제목이 재미있다. ‘만세 한국의 일본어 발음을 영어로 적은 것으로 친일청산이라는 앨범의 주제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친일 적폐세력이 여전히 득세하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꼰다. 이 블랙코미디 같은 제목에 꽤나 과격한 곡을 예상했건만 의외로 곡은 정적으로 전개된다. ‘이규제의 플룻과 김오키의 색소폰이 조화와 부조화를 오가며 선율을 빚어내는 이 곡의 정서는 분노나 조소보다는 오히려 안타까움과 씁쓸함, 또는 에 가까운 것 아닐까.
 
 인터루드처럼 트랙들 사이사이에 배치된 3개의 ‘Impasto’* 트랙들은 힙합 비트메이커인 ‘4kapas'(포커페이스)가 프로듀스했다. 리얼 연주가 아니라 시퀀싱으로 만들어진 트랙들이라는 점에서 전작 <Luvoki>의 연결고리라고도 볼 수 있겠고, 이 앨범의 힙합 성향을 일관되게 유지시키는 장치적 요소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트랙들 역시제이딜라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특히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Impasto 3’를 들으면서 고인의 유작인 <Donuts> 앨범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J Dilla / One Eleven> 

 그간 그가 선보인 작품들이 대체로 장르를 특정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면 적어도 <fuckingmadness>는 힙합, 재즈, 소울 등의 장르적 문법이 꽤나 명쾌한, 게다가 이 장르 음악들의 매력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앨범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여지껏 김오키의 음악 중 가장 대중들의 귀에 친절하게 느껴질 작품이 아닐까 싶다. 반면 이 근사한 음악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친일청산이라는 주제의식을 발화하고 있는지 유추해내는 건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적어도 현재까지 그의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흑인음악의 뉘앙스가 강한 작품이며 그런 점이 개인적 취향에 100% 부합했기 때문에 앨범을 감상하는 시간 내내 더없이 행복했다. 근 몇 주 새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신보와 더불어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음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오키가 음악 씬에 등장한 것은 이제 불과 4~5년 남짓. 그러나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는 꽤 뚜렷한 족적을 남겨왔다. ‘파격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의 행보다. 제도권 교육과 씬의 틀 밖에서 탄생했기에, 그의 음악은 형식이나 권위에 얽매이지 않았다. 또 지극히 전위적인 음악임에도 작가 본인의 뚜렷한 시대인식을 발화한 결과물이기에 청자들에게 강렬한 페이소스를 전할 수 있었다. 스스로는 자신의 음악을오부리라 칭할지언정 그의 음악에 담긴 짙은소울만은 결코 싸구려가 아니었다. 마치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그래서 더 굳세게 피어난 진홍색 장미 같은 음악, 그게 김오키의 음악 아닐까.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Deep Inside’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각주
*1 Deep Inside 2 ‘2000년대 한국에 재림한 댄스뮤직의 화신, 치명적 그루브 메이커 그 이름 나잠 수(NAHZAM SUE) http://bit.ly/2jzdyVX
*2 ‘오부리’는 즉흥적인 연주를 뜻하는 한국식 은어로 본래는 ‘멜로디 라인과 동시에 연주하는 보조적인 멜로디 파트’를 의미하는 ‘오블리가토'(obbligato)에서 나왔다
*3 김오키 인터뷰 “공간이 없어지면 싸울 수 밖에 없다” @ 문화웹진 ‘채널예스’ http://bit.ly/2pNyDuz
*4 ‘impasto'(임파스토)는 회화의 기법 중 하나로 ‘반죽된’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 그 어원이 말하듯 유화물감을 붓, 손가락, 팔레트나이프 등으로 두텁게 칠해 질감, 입체감을 내는 기법이다.

[PICK] 레이블 특선 #1: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POCLANOS PICKS _ 레이블 특선 #1: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http://www.msbsound.com/)를 구성하는 아티스트들의 장르 군은 아주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음악을 다루는 레이블이다’ 하고 쉽사리 단정짓기 어렵다. 레이블 색깔에 가려져 아티스트의 개성이 흐려지는 것을 지양하며, 회사의 성장보다 아티스트의 성장에 여전히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아티스트는 창작의 고통에만 집중하면 된다(물론 그 고통은 너무도 극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껏 만들어 놓은 음악에 타협 불가한 컨셉을 고집한다거나, 아티스트 본인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풍경은 보기 어렵다.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이 레이블 합류 전과 후가 다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탄생은 위로와 공감의 아이콘, 옥상달빛과 함께한다. 클럽에서 작은 공연을 하던 옥상달빛의 앨범을 제작하고자 했던 김소다 대표의 순수한 의도에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윤 추구하기 위함보다, 앞서 말한 아티스트가 가진 ‘창작의 고통만 감수하면 되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함이다. 레이블이 생긴 옥상달빛은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사사건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옥상달빛과 같이 자기 색채가 뚜렷한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여 지금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되었다. 몸집은 커졌지만 아티스트 개개인의 개성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것을 어떻게 세상에 내놓느냐는 김소다 대표의 고민이 되었다. 이런 고민 속에서 기존의 대형 유통사들이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 생각이 이르렀고, 그 결과로 인디 아티스트들만을 위한 음원 유통사 포크라노스를 런칭했다. 연이어 자체적인 컨텐츠의 생산력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을 일찌감치 감지한 그의 뜻에 따라 온라인 음악 전문 미디어인 CASPERMUSIC TV(http://caspermusic.tv/)도 탄생했다. 오늘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사무실에서는 궁극적으로 ‘차세대 인디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열일 중이다.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 혹은 홍대씬의 흐름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레이블 중 하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어떤 아티스트들이 함께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10cm <3.3>

작년 봄, 10cm의 ‘봄이 좋냐??’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살포시 누르고 국내 모든 차트를 휩쓸며 ‘봄 캐롤’의 신흥 강자로 등극했다. ‘길어야 5분’은 제대로 차트맛(?)을 본 10cm가 ‘봄이 좋냐??’ 발매 이후 선보인 싱글이다. ‘무엇이 5분이라는 거죠’, ‘제목만 보고 음흉한 상상을 했어요’ 등의 반응과 다르게, 집에 바래다 준 지 5분도 안되어 다시 보고 싶어진 사랑하는 사람을 애틋하게 떠올리는 노래다. 드디어 남몰래 사랑을 좇다 상처받은 ‘스토커’에서 벗어난 것이다! ‘찌질남의 감성’는 10cm가 데뷔 이래 한결같이 고수하고 있는 시그니처 정서이지만, ‘봄이 좋냐??’ 이후 찌질함이 덜 해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라고 본다.

 

 

  1. CHEEZE <Q>

달총의 1인 체제 CHEEZE로 바뀌기 전 달총과 구름이 함께한 마지막 미니 앨범으로, 싱그러움과 낭만의 이미지가 앨범을 관통한다. 선명하고 맑은 달총의 보컬과 구름의 흐드러지는 듯한 피아노. 특유의 영상미로 관객을 압도시키는 미셸 공드리의 영화 <무드 인디고>처럼, CHEEZE만의 색깔을 입혔다. 진짜 ‘팝’이 무엇인지 작정하고 보여주려고 한 듯, 이 조그만 여섯 트랙 짜리 EP에는 재즈도 있고, 발라드도 있고, R&B도 있다.

 

 

 

 

  1. K.AFKA <Asura>

한국 일렉트로닉과 록, 트립합의 아이콘 K.AFKA다. 각종 평단과 매니아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의 정규 4집은 고스와 메탈, 록과 일렉트로닉이 서로 압도적인 힘을 뿜어내며 ‘아수라’를 이룬다. 우울하고 차갑다. 올해 1월엔 김소연 감독의 독립영화 문영의 오리지널 사운드 작업을 통해 영화 음악으로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했다.

 

 

 

 

 

  1. Needle&Gem <Pigeon’s Home>

듣다보면 절로 눈이 감기는 음악이 있다. 본능적으로 청력에 온 힘을 쏟게 되는 음악. 알지도, 가보지 않은 어느 무언가를 꿈꾸게 하는 Needle&Gem의 음악이 그렇다. <Pigeon’s Home> 이전 Needle&Gem의 디스코그래피는 깔끔했다. 다섯 곡이 수록된 <Before Dawn> EP 한 장. 어쿠스틱 기타와 바이올린 하나만으로도 눈이 감기길래, 이 악기 편성에 그런 힘이 있나보다 했다. 하지만 바이올린이 사라지고 그 남은 공백을 앰비언트로 채운 <Pigeon’s Home>에서도 똑같이 눈이 감겼다.

 

 

 

  1. RAINBOW99 <Calendar>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자타 공인 다작왕, RAINBOW99. 매달 한 두 곡씩 1년 동안의 싱글을 모아 [Calendar]가 탄생했다. 일년 내내 여행을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RAINBOW99는 그 와중에 발매도 겸했다. ‘소리의 탐구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의 실험은 거침이 없다. 일상의 소리를 채집해 음악으로 만들어낸 소품집 [Calendar]. 전자음악 내에서도 보다 이질적인 사운드를 두루 갖춘 앰비언트, 드림 팝이 주된 장르라 볼 수 있겠다.

 

 

 

 

  1. 구름 <Cloud. 1 ‘더 나은 사람’>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의 키보디스트, 백예린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그의 끼는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듀오의 반쪽이나 팀의 일부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결심한 구름의 첫 싱글 <Cloud. 1 ‘더 나은 사람’>. 사랑이 짙어지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구름의 목소리에는 굳센 욕심이 묻어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구름의 음색은 심한 비염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담백해졌단다.

 

 

 

  

  1. 루싸이트 토끼 <너를 보는 난 여름 (Love Letters)>

이들은 욕심 부리지 않는다. 적당량의 어쿠스틱과 팝, 일렉트로닉을 머금고 있다. 머리 한 구석이 트이는 듯한 시원함이 있지만, 과하게 청량하지는 않다.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몽롱함도 있지만, 다른 차원의 세계를 떠올려야 할 만큼 현실과 멀지도 않다. 늘 역동을 지향하지만 누군가의 곁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루싸이트 토끼. <너를 보는 난 여름 (Love Letters)>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나 ‘너’의 곁을 맴도는 존재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멀찍이 떨어져 ‘너’를 갈망하는 이야기 ‘Wallflower’도, 새가 되어 ‘너’의 곁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고백 ‘내가 새라면’도. 욕심 부리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에서 샘솟는 애정과 사랑에 집중할 뿐이다.

 

 

 

 

  1. 사람또사람 <우주>

대구에서 ‘건훈씨’로 줄곧 활동해오던 오건훈과 정소임이 만나 사람또사람이 되었다. 이들의 정겨움은 고스란히 음악에 묻어나서 옆집 사는 언니 오빠들이 ‘내가 살아본 인생은 이렇더라~’하고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기분이 든다. 기쁨도 슬픔도 포크로 승화시키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날로그 신쓰를 들고와 ‘복잡할 필요 없이, 헤매일 이유 없이 너와 나 둘이서만 빛났으면’하고 말할 때의 충격이란! 오건훈과 정소임, 이 둘도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할 줄 알았던 것이다.

 

 

 

  1. 선우정아 <4X4>

아티스트들의 뮤즈, 팔색조 선우정아. 그녀의 새침한 감각은 이 앨범 이곳 저곳에 묻어난다. 목소리로 장난을 치는 듯, 끊일 듯 말 듯 아찔한 보컬과 그 뒤에 수려하게 흩어지는 멜로디. 트랙 하나하나에 깃든 스토리 라인도 주목할 포인트다. 겪어본 사람들만 안다는 (빠)순이의 은근한 마음도, 식은 사랑 속에서 아파하는 모습도, 애정을 내색치 않는 어느 츤츤이와의 대화까지도. 듣는 이로 하여금 찬찬히 뜯어보고 음미하기 좋게 만들어진 소품집이다. 이래경 뮤직비디오 감독의 영상으로 완성도의 화룡정점을 찍은 작고 단단한 작품이다.

 

 

 

 

  1. 옥상달빛 <희한한 시대>

숨만 쉬어도 빡빡한 요즘이다. 생각해보면 꼭 요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삶은 늘 그랬다. <희한한 시대>가 발매된 2015년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2년이 넘어가는 사이 우리는 얼마나 더 희한한 것들을 마주해야 했나. <희한한 시대>에는 시대를 탓하는 것에 지쳐 나를 자책하기에 이르는 우리의 서글픈 모습이 담겼다. 항상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던 옥상달빛도 지쳤는지, 가사가 조금 움츠러든 느낌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살면, 그럼 지금보다 더 행복할거래’라고.

 

 

 

 

  1. 요조 <끝에는 끝없이 너와 나>

한 편의 시를 방불케 하는 요조의 가사는 가끔 그녀의 끝이 궁금해지게 한다.

 

 

 

  1. 이영훈 <캐치볼>

남성 팬들로부터는 레슨과 악보 문의가, 여성 팬들로부터는 연민을 가장한 애정 혹은 사랑이 끊이지 않는 이영훈. 팬들은 궁금하다. 대체 이 남자는 지난 날 어떤 사랑을 했던 것인지, 얼마나 지독한 사랑이었길래 이리도 가슴 미어지는 음악이 자꾸 나오는 것인지. 공연이라도 하는 날에는 이영훈도 울고 관객들도 운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 메고 이번에도 울 각오는 단단히 한 듯 프렛 하나하나 짚어내는 그의 조심스러운 음악 세계에 약간의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가 더해져 한층 발랄해진 셋으로 발매된 <캐치볼>. 이번에는 부르는 이 듣는 이 모두 흐뭇하다. 사랑을 캐치볼에 비유해 기분 좋게 따뜻한 곡이 나왔다. 그래도 이영훈의 음악은 울어야 제 맛이다.

 

 

 

  1. 정차식 <집행자>

‘사나이’ 아니다. ‘싸나이’다. 고되고 험난한 삶의 기형은 울끈불끈한 보컬에 고스란히 새겨지고, 날 것 그대로의 토속적인 사운드는 가슴에 콕콕 박힌다. 한 편의 마초 뮤지컬을 귀로 보는 듯한 이 앨범에서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단단함을 받치는 부드러움이다.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록 밴드 레이니썬의 보컬답게, 절규와 울부짖음에 가까운 보컬은 오래도록 귀에 남는다.

 

 Editor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Next Big Thing] 아무도 찾을 수 없던 퍼즐 한 조각, 신해경

 

나에겐 일종의 강박적인 버릇이 있는데 영화나 책, 음악 등의 작품을 감상 후엔 꼭 관련된 다른 사람의 평을 찾아보는 것이다. 가끔은 시집 뒷부분에 있는 ‘해설’ 부분을 먼저 읽고 단어가 문장 포인트를 기억해두며 읽어나갈 정도인데, 인터뷰, 감독의 변 외에도 재밌는 건 역시나 같은 작품을 본 사람들의 후기이다. 같은 작품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취향의 연대를 느끼며 그가 풀어내는 감상의 풍경을 천천히 읊어가는 일. 때론 작품을 마주할 때보다 이 과정이 더 오래 걸릴 때가 있다.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포인트들을 다른 이의 감상 지점과 비교하고 좋았던 감정들을 복기할 때의 벅찬 감정 때문에 작품을 더 오래 더듬어내린다고 해야 할까.
사실 신해경의 [나의 가역반응]은 이런 맥락에서 오래, 아주 많이 더듬어온 앨범이다. 세상에 선보인 지 고작 한 달이 된 이 트랙들은 내가 일종의 짜릿함마저 느낀 이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도 역시나 같은 감정으로 느껴진다는 그 희열 만으로 재생을 여러 번 반복하게 만들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도 그와 인터뷰 분량만큼이나 꽤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인상은 내 예상 범주 바깥의 ‘맑음’이었지만 그게 퍽 자연스러워 자주 웃음이 났다. 그의 음악을 통해 이미 간파한 줄 알았던 모습과 다르게, 좋았던 순간에 대해 씩씩한 얼굴로 조잘조잘 대답하는 그를 보며 무시무시한 ‘첫 등장’에 넉다운 당했던 내가 다음 앨범을 선뜻 예상해보려는 건 어쩐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지금을 예상한 적 없듯 그 누구도 다음을 예측할 수 없을 음악가, 신해경과의 인터뷰.

 


두은정 : EP [나의 가역반응]이 발매된 이후 ‘신해경’이라는 뮤지션과 이 앨범에 대해 마치 퍼즐 맞추기를 해나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앨범이 발매된 이후SNS에서 모두들 이름, 앨범 타이틀에 대해 각자의 추측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보며 본인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요. 혹시 그런 걸 의도하거나 예상했는지도 묻고 싶고요.

신해경 : 사실 시인 이상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알아보실 거라 생각했어요. 그중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게 ‘권태’같은 경우에 이상의 시 ‘권태’와 제 곡과는 맥락이 완전히 달라요. 이상의 ‘권태’는 삶에 대한 권태라면 제 곡 ‘권태’는 연애에서 느끼는 권태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애초에 의도한 게 아니었어서 ‘앨범 첫 트랙 제목도 이상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글들을 보고 그제야 ‘어라, 맞네.’라는 생각을 했었죠. 사실 저는 곳곳에 있는 그런 키워드들을 알아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했어요. 분명 제가 의도한 맥락들이지만 그걸 궁금해하고 언급해주시는 것만으로 신기했죠.

두은정 : 예를 들면 ‘잊었던 계절’에서 ‘제라늄의 꽃말을 잊어갈 때’라는 가사에 대한 추측들도 그랬죠.

신해경 : 그 부분은 사실 음절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가사를 끼워 넣기가 힘들었어요. 마침 제가 전에 꽃말을 따로 찾아본 적이 있어서 그걸 기억해놨다가 제라늄 꽃말을 가사에 넣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두은정 : 그런 의미에서 가사에 대해 얘길 해보자면, 해경 씨 이번 앨범에 전체적으로 가사에서 ‘그대’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잖아요. 그래선지 어떤 곡에서는 그 대상이 명확해 보이는데, ‘나’의 감정에 대해 노래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전적으로 타인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했거든요. 해경 씨가 생각하는 하나의 명확한 대상이 존재하는지가 궁금했어요.

신해경 : 예를 들어 노래를 들을 때 이런 표현이 나오면 이성의 대상을 상상하게 되잖아요. 저는 성별을 아우르는 표현이 ‘그대’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녀’라고 하면 명확하게 여성을 지칭하게 될 것이고 ‘그 남자’라는 표현을 써도 이 곡의 대상이 명확하게 남성이 될 테니까요. 그런 것 때문에 ‘그대’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하게 됐죠. 그런 구분이 없이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꼭 이게 연애 대상에 국한된 표현은 아니었어요. 내 좋은 친구를 떠나보낼 때의 아쉬운 감정을 생각하면서 쓰기도 했었어요.

 

두은정 : 사람들이 [나의 가역반응]이라는 이 앨범에서 느끼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우주 혹은 바다. 광활한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사운드적인 면에서 그런 공간감을 살리는 걸 의도한 걸까요.

신해경 :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특히 믹싱할 때 그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살리는 데에 집중했어요. 애초에 제 곡 자체가 공간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비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죠. 초기 작업부터 계속 그런 것을 염두에 두었고 의도했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두은정 : 말씀하신 대로 믹싱 작업에서 그런 포인트를 살린 부분이 있다면.

신해경 : ‘권태’나 ‘몰락’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자면 사실 ‘권태’가 처음엔 그런 공간감이 많은 곡은 아니었어요. 1번 트랙인 ‘권태’에 이어 2번 트랙 ‘몰락’을 들을 때 그런 공간감이 갑자기 있다가 없어지면 듣는 사람이 어색할 수도 있겠다는 걸 생각하고 조율을 하게 됐죠.

두은정 : 지금의 [나의 가역반응]은 얼마 만에 나오게 된 앨범인가요.

신해경 : ‘모두 주세요’ 이후로 작년 3월부터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어요. 하박국 대표님 만나기 전에는 ‘몰락’, ‘다나에’ 그리고 ‘화학평형’이 반 정도 만들어진 상태였어요. 이미 만들어진 ‘모두 주세요’ 포함 모두 4곡.

두은정 : 지금이 3월이니 정말 한 해가 지났네요. 1년이 굉장히 정신없이 지나갔겠어요.

신해경 : 제가 이렇게까지 작업 기간을 오래 잡았던 적이 없어요. 하박국 대표님께 처음 연락받은 날짜를 아직도 기억해요. 6월 22일. 사실은 이게 제가 군에 입대했던 날짜이기도 하고.(웃음) 그때 감각이 선연해요. 멍한 느낌. 물론 음악 들어주셔서 좋다고 하는 게 가장 최고인데 그날은 제가 그간 느껴온 경험들과는 조금 달랐어요. 그런 기억이 되게 오래 남아요.

두은정 : 신해경의 이번 앨범에 대해 ‘잘 만든 팝’이라는 평이 있어요. 어떤 트랙에선 포크의 냄새가 나기도 하고요. 장르적인 면에서 신해경 본인이 직접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신해경 : 사실 이번 앨범 만들 때 ‘영기획’에 소속된 이후 처음 발매될 앨범이니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사용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안 하던 거라서 안 되더라고요.(웃음) 이런 것보다 근본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근본적으로 ‘록 앨범’을 만든다고 생각했고, 록을 기반으로 이 궤에서 더 멀리 가지 않길 바랐어요. 포크적인 요소나 이런 것들은 제가 좋아하는 록 밴드들의 과거 앨범들을 들을 때 여러 장르적인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것을 보고 그런 방향으로 작업하게 됐죠.

두은정 : 해경 씨가 말한 좋아한다는 그 록 밴드와 앨범이 궁금하네요.

신해경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The Clash’의 ‘London Calling’라는 앨범인데, 전체적으로는 펑크 앨범처럼 보이지만 여러 장르가 섞여있고 그 비율이 정말 좋거든요. 정말 명반이잖아요. 그걸 들으면 근본적으로 ‘펑크’라는 이 장르가 여러 가지를 잘 흡수하여 만들어진 앨범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원래 이런 장르를 했는데 갑자기 다른 장르를 시도할 때 주변에서 ‘그런 걸 왜 해’라며 일종의 일탈처럼 느낄 수도 있는 것들이 이 안엔 없거든요. 이 앨범을 워낙 좋아해서 제게 그 영향이 없잖아 있을 거예요.

 

두은정 : 예명이기는 하지만 뮤지션으로써 ‘더 미러’에서 ‘신해경’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건 일종의 결단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특히 이제 ‘더 미러’ 버젼의 ‘모두 주세요’를 음원 사이트에서 더 이상 들을 수 없기도 하고요. 발매 기점으로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을까요.

신해경 : 사실 ‘더 미러’ 시절에 만든 음악은 샘플링을 많이 이용했어요. 그런데 ‘모두 주세요’ 기점으로 그걸 제가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샘플링 같은 경우는 서칭을 많이 하고, 음악을 잘 알고, 클리어받은 음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래선지 그 한계가 너무 명확한 거예요. 제가 원래 ‘록’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이젠 보다 기타 사운드에 좀 더 충실해지자는 목적으로 ‘모두 주세요’를 만들게 됐죠. 사실 이전작들의 반응 차이가 극명하거든요. ‘모두 주세요’를 발매한 이후 주변에서 좋다고 얘기해주시는 이야기들을 듣고 ‘아, 이게 맞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 작품에 대해선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껴왔어서 기왕 새 앨범을 내는 거면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버리자는 생각을 한 거죠.

두은정 : 혹시 ‘더 미러’ 이전에도 다른 음악 활동을 했었나요?

신해경 : ‘더 미러’ 이전에는 계속 집에서 곡만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사실 음악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는 과정을 겪었고요. 그 와중에 밴드 ‘이상의 날개’의 보컬, 기타를 맡은 문정민 씨를 만나게 됐고 그분이 먼저 컴필레이션 앨범 수록을 제안해주셔서 처음 음원을 발매하게 되었죠. 그때 이름을 급하게 짓는 상황에서 주변에 있던 시인 ‘이상’의 책을 발견했는데 원래 이상의 시 중 ‘거울’을 좋아했어서 고민 끝에 이름을 ‘더 미러’로 정해 발매하게 되었어요. 그때의 음악들은 ‘언젠가’나 ‘공화증 (空話症)’같은 각기 다른 느낌의 곡 제목도 그렇고, 일렉트로닉이었다가 다른 요소들이 섞이기도 하고 계속 왔다 갔다 해요.(웃음) 만들면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본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뭔가를 잘 못하고 있다고. 사실 ‘더 미러’의 발매작 자체가 몇 곡 없잖아요. 고작해야 네다섯 곡이지만 그 사이마다의 발매 텀이 긴데 그게 만들다가 접고 만들다가 안 돼서 접어버리는 그런 기간이 되게 길었어요.

두은정 : 그런 의미에서 해경 씨 사운드 클라우드을 알게 되고 거기엔 데모곡들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발매하셨던 곡들에 커버곡 두 개 정도만 있더라고요.

신해경 : 데모는 제가 너무 부족하기도 하고 부끄러워서.(웃음) 사실 ‘언젠가’같은 경우 제 친구들은 데모 버젼이 더 좋다고도 해요. 근데 올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두은정 : 커버곡 중 한 곡은 밴드 ‘새소년’의 보컬, 기타 황소윤 씨의 솔로곡으로 먼저 공개되었던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요’이기도 해요. 황소윤 씨와 함께 아트 크루를 꾸려 활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신해경 : 이전 ‘모두 주세요’ 커버 작업을 김문독이라는 디자이너 친구가 맡아서 해줬어요. 사진 작업이 맘에 들어 제가 먼저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컨텍해서 연이 닿았죠. 굉장히 다재다능한 친구인데 그를 통해 무진(mujin)이라는 친구를 알게 됐고, 그들의 크루에 함께 하게 됐죠. 그때는 소윤이가 ‘소윤(soyoon)’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데모 앨범을 냈을 당시였고, 이미 제가 속하기 이전부터 그 안에서 크루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제게 그 앨범을 선물해준 게 고마워서 소윤이의 곡을 커버하게 됐고 결과적으로는 서로의 곡을 바꿔 부르게 됐죠.(*밴드 ‘새소년’의 유튜브 채널에서 ‘너의 살롱’ 커버곡을 들을 수 있다.) 이미 그 곡은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어 완전히 바꾸는 형태로 작업을 했어요. 저보다 동생이지만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요.(웃음) 가사나 거기에 담기는 정서라든지, 정말 너무 잘 하는 친구예요.

 

두은정 : ‘이상’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를 들면 문학이라던지, 음악 외 관심 있는 예술 장르가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어요.

신해경 : 잘 알지는 못 하지만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사실 음악 말고 다른 매체를 직접적으로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두은정 : 좋아하거나 최근에 봤던 영화가 있나요.

신해경 : <바닐라 스카이>를 좋아해요. 저는 주로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습관이 있다면 봤던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거예요. 영화를 아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옛날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선 <아비정전>. 그 외에도 재밌게 본 영화는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두은정 : 스물여덟의 신해경이  느끼고 있는 지금의 감정들이 궁금해요.

신해경 : 지금 생각하면 20대 초반에는 전력을 다 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때는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고 해야하나. 제가 학교를 가지 않아서 혼자 집중하기가 되게 힘들더라고요. 중반이 넘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난 왜 이 시점에 이 정도 밖에 못 할까, 되게 오랫동안 해온 것 같은데’였어요.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저는 나이라는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웃음) 그게 거침없이 지나잖아요. 근데 앞으로는 시간이 더 빨리 갈 거래요.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youngwave@poclanos.com

[Deep Inside] 강렬한 정서적 화학반응의 촉매제를 제조하다

Deep Inside #4
신해경. 강렬한 정서적 화학반응의 촉매제를 제조하다.

 


 

 

좋은 팝을 만드는 건 진짜 대단한 재능 아냐?”

 

이건 뭐랄까, 술자리에서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다. 이따금씩 지인들과 음악-그리고 음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잡담을 한다. 그들 중엔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도 많고 또 음악을 좋아하는-더러는 ‘병적으로’ 좋아하는-이들도 꽤나 많다. 아마도 그래서 나랑 친한 거겠지만. 아무튼 이들과 맥주라도 가볍게 한 잔 하다 보면 음악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서로가 근래에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공통의 화제인 음악에 대해서 의견 교환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종종 얼큰히 취한 나는 목소리에 힘주어 강변하곤 한다. “구조적으로 잘 만들어진 음악은 일정 정도 노력의 영역 내에서 달성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팝의 선율을 만들어내는 건 그야말로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라고.

 

어? 이건 누구지?’

 

‘영기획(YOUNG,GIFTED&WACK)’의 하박국 대표님이 2017년의 릴리즈 계획이라며 메일을 보내주신 것이 올 1월 중순 즈음이다. 발매 계획과 더불어 몇몇 아티스트들의 데모 음원도 함께 담고 있는 메일을 찬찬히 뜯어 읽다 보니 익숙한 이름들, 또 반가운 이름들(몇몇 영기획 아티스트의 열렬한 팬이다) 사이 왠지 생소한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메일에 첨부된 여러 개의 데모 음원 중 하필 그의 음악을 가장 먼저 다운로드했고 재생했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봤던 ‘영기획’ 소속 음악가 그 누구의 것과도 결과 속성이 다른 음악. 이 음악을 만든 낯선 음악가의 이름은 ‘신해경’이라고 했다.

 

신해경’

 

2014년, ‘이상의 날개’의 리더 ‘문정민’이 주도해 제작한 컴필레이션 <(음악단편집) 2014 가을호>에 ‘The Mirror'(더 미러)라는 예명으로 ‘언젠가’라는 곡을 수록하면서 처음 음악 씬에 등장했다. 이듬해인 2015년, 몇 개의 싱글을 산발적으로 발매했는데 사실 근래 화제가 된 노래인 ‘모두 주세요’의 원형 역시 이 시기에 발매했던 싱글 중 하나다. 귀에 잘 들어오는 선율, 기타 사운드의 활용 등은 이때에도 여전하지만 곡의 곳곳에 장치한 다양한-더러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디테일들을 보면 ‘The Mirror’는 시퀀싱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신해경’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The Mirror / 너의 살롱> MV
2015년 3월에 공개된 ‘The Mirror’의 첫 싱글이다.

 

이미 본인이 몇몇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신해경’은 시인 ‘이상’과 다양한 지점에서 연결된다. 우선 ‘신해경’이라는 예명(본명이 아니다)은 이상의 본명 ‘김해경’에서 따온 것이다. 그 전의 예명인 ‘The Mirror'(더 미러) 역시 이상의 시 ‘거울’에서 가져왔다. 하물며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원인이 된 <나의 가역반응>이라는 음반의 제목 역시 이상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그 제목을 가져온 것이니 여기까지 알고 나면 그가 이상의 열렬한 팬일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반전. 정작 본인 스스로는 이상을 그렇게까지 광적으로 좋아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란다. 단지 고교 시절에 이상 전집을 읽었을 뿐이라고.

덧붙여 하나 더. 그는 앞서 언급한 ‘이상의 날개’의 리더 ‘문정민’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두 사람은 음악적 사제지간이다. (‘날개’ 역시 이상의 대표작이며 ‘이상의 날개’의 ‘이상’ 역시 이 의미까지 포함한 중의적 표현이다)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이 앨범을 들은 첫인상은 글의 서두에 쓴 문장과 매우 동일하다. ‘좋은 팝을 만드는 건 진짜 대단한 재능’이라는 내 생각은 이 음반에 담긴 노래들을 반복해 들으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적당히 자글거리는 노이즈의 퍼즈 기타 톤, 가상의 공간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공간감과 노스탤지어를 한껏 자극하는 아련한 사운드의 결, 이런 특징들이 노이즈팝, 슈게이징,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요 라 텡고(Yo La Tengo) 등의 키워드들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소환해내는 가운데 정작 나를 가장 매료시키는 이 음반의 미덕은 ‘좋은 선율’이었다. 통속적인,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여 정서적 화학반응을 일으키지만 호소하는 방식이 결코 촌스럽지도, 유치하지도 않은 멜로디의 매력이 또렷한데 사실 이것이야말로 시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 받는 ‘잘 만들어진 대중가요’의 첫 번째 조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이 매력은 시종 ‘그대’를 갈구하는 여리고 애틋한 노랫말에 의해 한층 증폭된다. 온전히 우리말로만 쓰여진 노랫말들엔 근래의 대중가요에서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시적 은유가 가득하다. <나의 가역반응>은 이렇듯 멜로디와 노랫말 모두 섬세히 가다듬어진, 그야말로 ‘잘 만들어진 팝’ 음악의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다. 마치 문학소년이 사랑하는 소녀를 위해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정성스레 세공하여 마침내 써낸 시적이고 로맨틱한 연애편지처럼.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이라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을 법도 한데 신해경의 음악에는 언뜻언뜻 ‘유재하’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들이 있다. 마침 올해는 고인의 3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내가 떠올리는 유재하의 음악들은 대체로 한국적인 통속성과 세련된 팝의 어법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랫말도. 유재하의 음악들이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추억되고 사랑 받는 이유들이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신해경의 음악에서 그런 면들을 보았다. 오래도록 사랑 받는 좋은 대중가요, 팝의 속성들 말이다.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이 유려한 선율과 섬세한 편곡이 겨우 1987년 작품이란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첫 곡 ‘권태’에서부터 이런 면이 잘 드러난다. 부드럽게 귀를 간질이는 달콤한 기타의 선율과 유약한 신해경의 희미한 보컬이 귀에 스미며 자연스레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이 곡은 첫 후렴에서 극적으로 사운드가 고조되는 구성으로 순식간에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터져 나오는 기타 사운드와 리듬이 한바탕 몰아친 뒤 다시 고요가 찾아오면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탁 뱉게 될 정도의 텐션. 이런 드라마틱한 구성법은 이 음반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넌 나의 순간이 돼요 / 잠시 왔다 갔지만’, ‘넌 나의 숨결이에요 / 숨도 쉽지 않지만’ 같은 시적 운율을 갖춘 노랫말 역시 신해경의 음악적인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권태’의 후반부가 다시금 폭풍처럼 몰아치다 잠잠해진 후 노이즈 가득한 기타 선율의 ‘몰락’이 일관된 정서를 이어간다. (실제로 이 앨범은 타이틀곡 ‘모두 주세요’를 중심으로 구성된 컨셉트 앨범이며 CD로 들으면 여섯 트랙이 간격 없이 이어 재생된다) 자글자글한 기타 노이즈 위로 부유하는 신해경의 노래는 아련함 그 자체인데 대구법을 적극적으로 활용, 크게 세 단락으로 구성된 각각의 절들을 모두 동일한 어조로 구성한 노랫말은 그가 작사 역시 많은 공을 기울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돌연히 치고 들어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간주의 선명한 기타 솔로, 이어지는 리듬의 변화가 재미있는 곡이기도 하다.

 

“그대와의 혼돈
아니, 그대만의 황혼
꿈은 이젠 아득해요
무뎌진 많은 기쁨엔
그대가 항상 함께였는데
이 공포감, 그댄 아나요?
아니, 모를 거야”

– <몰락> 중

 

이윽고 이 음반의 백미인 ‘모두 주세요’. 제목에 풍기는 뉘앙스처럼 낭만이 넘실대다 못해 콸콸 넘쳐버리는 노래로 온라인에서 목격되는 뜨거운 반응들이 그저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너무나 좋은 노래다. ‘좋다’라는 말이 다분히 주관적인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달리 어떤 말을 더하는 것이 그저 군더더기로 느껴질 만큼.

이 노래의 후렴구야말로 앞서 언급했던 이 음반 수록곡들의 전반적 특징인 ‘드라마틱한 구성’의 에센스라 할 만하다. 점차 고조되며 후렴구에서 절정으로 휘몰아치는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너의 [눈]과 [입]과 [몸]과”를 힘주어 부르는 유약한 팔세토 보컬과 결합되는 순간의 격정, 그러나 이내 사그라들며 다시금 조용히 ‘그대의 슬픔까지 다 내게 줘요’라 읊조리는 꿈결 같은 아련함의 대비는 강렬한 청각적, 감성적 쾌감을 전한다. 곡 자체의 드라마틱함, 그리고 ‘그대’를 갈구하는 화자의 감정의 고조, 모든 면에서 음반의 정점을 이루는 곡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2017년에 들은 한국 노래들 중 제일 ‘쩐다’. 적어도 내게는 확실히 그렇다.

 

 

<신해경 / 모두 주세요> 공식 뮤직비디오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담백한 포크송 ‘잊었던 계절’은 마치 일종의 인터루드(Interlude) 트랙으로 느껴질 만큼 음반 전체에서 다소 이질적인 뉘앙스의 곡이다. 음반의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모두 주세요’의 바로 뒤, 그리고 전체 구성 중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향하는 지점에 배치된 만큼 일종의 ‘환기’를 위한 장치적 요소로도 기능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대구, 각운이 명료한 노랫말 속 ‘제라늄의 꽃말을 잊어갈 때’ 같은 가사는 과거 한국 포크 가요들이 품고 있던 풋풋한 낭만을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제라늄의 꽃말을 잊어갈 때

만발하는 순간이 지나갈 때
잊었던 계절이 돌아와요”

– <잊었던 계절> 중

 

격정적인 기타 노이즈와 허밍을 동반한 후렴구가 뚜렷한 임팩트를 제공하는 ‘다나에’는 아름다운 선율과 특유의 극적 구성이 가장 먼저 귀를 잡아끌 테지만 노랫말에 반드시 귀 기울이길 권한다. 리버브 잔뜩 걸린 보컬이 전하는 이 노래의 노랫말 속엔 낭만적인 시적 은유가 가득하다.

 

“차가운 내 몸에 그대는 세상 같아 네 품에 무너질래
이렇게 흔들린 난 찾아온 애틋함에 온몸이 물들었네”

– <다나에> 중

 

아, 음반 <moves>로 2017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음반’ 부문을 수상한 젊은 전자음악가 ‘키라라’가 이 노래를 경쾌하고 산뜻한 댄스뮤직으로 탈바꿈시킨 리믹스 버젼도 아주 흥미롭다.

 

 

<신해경 / 다나에 (Kirara REMIX)>

 

마지막 노래 ‘화학평형’은 수록곡 중 가장 긴 6분대의 곡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풍부한 기타 노이즈와 부유감 가득한 보컬이 어우러져 광활한 노스탤지어의 세계를 빚어내는 아름답고 장중한 악곡이다. 중반부와 후반부에서 이 미지의 세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내달리는 가슴 뭉클한-마치 프로그레시브 록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기타 솔로가 이 곡의 백미로 6분여의 재생시간 중 상당한 부분을 여기에 할애하고 있다. 딜레이를 듬뿍 먹어 축축한, 그러나 또렷한 선율을 빚어내는 기타 사운드는 마치 안개 자욱한 숲 속을 꿰뚫는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진다.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한다’는 느낌이 확고한, 더할 나위 없는 마침표로 기능하는 곡이다.

<나의 가역반응>은 사운드의 질감과 곡의 구성 등에서 확실히 ‘전자음악’보다는 ‘록’의 어법에 가까운 음악이다. 전자음악 레이블로 알려진 ‘영기획’이기에 어쩌면 이후로도 이 레이블의 카탈로그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기획 하박국 대표님의 코멘트처럼 이 음반은 ‘다른 영기획 음악가처럼 신해경 혼자 집에서 미디와 시퀀싱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더불어 영기획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장르적 문법과는 별개로 ‘팝’으로서의 매력도 충분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대표적으로 필자가 열렬히 사랑하는 ‘Room306’이 있다) 이 레이블의 팬으로서 이토록 아름다운 선율과 소리를 빚어내는 젊고 재능 있는 음악가의 합류가 그저 반갑고 감사할 따름이다.

끝으로 영기획 소속의 전자음악가 ‘FIRST AID(퍼스트 에이드)’가 리믹스한 ‘모두 주세요’를 링크하며 글을 맺는다.

 

 

<신해경 / 모두 주세요 (FIRST AID REMIX)>

P.S.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간은 오후 11시 45분, 아직 사무실이다. 곧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 탈 것이고 양화대교를 건너 동네로 향할 것이다. 늦은 밤의 양화대교를 건너면서 ‘화학평형’을 감상하면 꽤 근사한 기분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Deep Inside’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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