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이루리, 수잔, 문소낙

봄의 문턱을 지나 마주한 음악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이루리

바이바이배드맨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이래 싱어송라이터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성공적으로 씬에 안착한 이루리. 그가 EP 발매 이후 약 7개월 만에 새 싱글 [I Feel Your Love]로 돌아왔다. 이루리의 스테디셀러 ‘선인장 꽃’이 청량함을 머금은 여름의 모습이라면, 이번 신곡은 비로소 만개하는 봄의 심상을 지녔다.

 

“모든 게 이대로 멈출 것 같아, 네가 내 눈을 바라볼 때면”. 무심한 목소리로 건네는 그의 따뜻한 노랫말은 어쩌면 작금의 상황을 닮았다. 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해질 정도로 건조한 나날 속에서, 다시 찾아올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루리의 노래가 봄비처럼 스며들기를.

 

 


 

수잔

탄탄한 송라이팅을 바탕으로 깊고 짙은 멜로우 팝을 구사하는 아티스트 수잔. 그가 아버지와 함께한 남미 여행을 음악으로 엮어 발표한다. 더블 싱글 [Con papá]는 각각 퇴직과 졸업을 마주한 아버지와 딸이 그간 염원해온 남미 배낭 여행길에 오르며 보고, 듣고, 느낀 감정을 담아낸 앨범이다.

 

걱정일랑 없던 안온한 시기, 무사히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두 부녀의 따스한 온도가 귓가에까지 전해져오는 듯하다. 수잔의 곁에 아버지가 함께하듯,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들어보기를 권한다. 아버지의 열연(?)이 빛나는 뮤직비디오 역시 감상 포인트.

 

 


 

문소낙

한편, 재즈와 R&B를 기반으로 하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문소낙 역시 새 싱글을 발표했다. 데뷔 싱글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신곡인 [way too deep]은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의 감정을 차분하고 포근한 어조로 담아낸 재즈 팝 트랙이다. 박문치의 그녀이자 보컬리스트로도 활동 중인 동료 음악가 허캐(hukke)가 목소리를 보탰다.

 

타인의 하루가 내 삶에 자리하고, 그 일상이 익숙해지는 과정이란 마치 깊은 계절 속으로 다이빙하는 것만 같다. [way too deep]이 그려내는 평화처럼, 헤아릴 수 없는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에디터: 키치킴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50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이강승, 웨스턴 카잇, 길라

믿고 들어도 좋아요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이강승

2019년 데뷔 앨범 [In other words it’s all made by kyeongsuk]으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싱어송라이터 이강승. 킬러 트랙 ‘우리가 맞다는 대답을 할 거예요’를 비롯한 수록곡 전체가 두루 사랑을 받았고, 최근에는 10CM의 추천으로 더욱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안착하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2년 만에 돌아온 이강승의 새 EP [Korean Dream]은 그가 홀로 사유한 사랑과 슬픔, 그리고 불안과 걱정이 오롯이 담겨있다. 헤프다는 형용사를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러브송 ‘사랑은 너무 헤퍼’, 창문 새로 스미는 햇살처럼 포근한 위안을 담은 ‘단잠’ 등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네 트랙이 담긴 EP. 다양한 환경 속에서 맺어지는 관계를 바라보는 그만의 방식에 주목하며 감상해보자.

 


 

웨스턴 카잇 (Western Kite)

2017년, 웰메이드 인디 팝 앨범 [Subtitle]을 발표하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 웨스턴 카잇은 3년간의 공백 동안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영감을 수집했다.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웨스턴 카잇의 두 번째 풀렝스 앨범 [ultraviolet!]은 부유하는 청춘의 기억들을 느리게 포착한다. 반복적인 멜로디와 흐르는 듯한 가사는 꿈과 일상의 경계을 착각케 한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순전히 웨스턴 카잇의 탄탄한 송라이팅 능력 덕분일 것이다.

“삶을 유한하게 만드는 것들을 적이라고 생각했다”는 웨스턴 카잇의 전언처럼,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자외선’ 역시 그의 주된 기피 대상 중 하나였다고. 그의 생각이 옮겨감에 따라 마침내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던 [ultraviolet!] 속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까. 동료 뮤지션 진저(g1nger)가 연출한 타이틀곡 ‘COUCH’ 뮤직비디오 또한 시청을 권한다.

 


 

길라 (Gila)

길라(Gila)는 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 보컬 정봉길의 솔로 프로젝트다. 그룹에서 선보이던 음악과는 또 다른 결의 작품 세계를 개척하고 있으며, 2018년 9월 솔로 싱글 [Shimmer] 발표 이후 재정비를 거쳐 올 초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소개할 EP [Spaceship]은 길라의 첫 정규 앨범 [What’s on your mind?]의 두 번째 챕터에 해당하는 음악으로, 길라 특유의 나른하게 유영하는 드림팝 사운드와 꿈결 같은 멜로디가 두드러진다. 목적지를 알 수 없어도 마냥 즐거운 여행의 사운드트랙 ‘Spaceship’, 헤아릴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다시금 도약을 꿈꾸는 ‘숨고르기’ 두 트랙이 인상적이다. 길라 세계관의 방점을 찍는 일러스트레이터 팀 라한(Tim Lahan)의 아트워크 역시 주목할만하다.

 


 

에디터: 키치킴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48호에 실린 글입니다.

[Bonus Track] 다린 – 숲

 

– 안녕하세요. 다린입니다.

 

보너스 트랙은 앨범이 주인공인 행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린님께 안부정도는 여쭤보려고 해요. 앨범 발표하신 뒤에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 우선 여태 긴장했던 걸 좀 내려놓고 휴식도 취하면서 고양이들이랑 같이 재밌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예고해드렸던 대로 [숲]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이번 첫 정규앨범의 시작은 2019년 말 즈음에 싱글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과 같은 이름으로 열렸던 공연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현장에 계셨던 팬분들과 이번 앨범에 관한 구상을 함께 나누셨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진행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 우선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그 당시에 공연을 먼저 시작했었어요. 그 공연을 만든 이유가 앞으로 화가의 행적을 좇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는 걸 말씀드리고, 또 그 화가가 저일 수도 있지만 여러분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래서 뭔가 [숲] 앨범 자체를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인상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화가라는 존재가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저는 사람마다 마음속에 자신만 아는 장면들, 기억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사건인데 제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그것이 유일한 장면으로 기억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기억하는 일’이라는 게 ‘그림을 그려내는 일’과 같다고 느껴졌어요. ‘계속해서 기억을 해나가고 있는 우리가 화가가 아닐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앨범의 이름이자 가장 중요한 ‘숲’이라는 존재에 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숲’은 ‘장소가 되는 시간’이에요. 저희가 숲에 가면 ‘숲에 왔다’보다는 ‘숲에 들어왔다’라는 인상이 더 크잖아요. 그런데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나오게 되고요. 그래서 저희가 살면서 지나치는, 겪게 되는 모든 시기들을 숲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앨범을 처음 구상하시고 나서 1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정규앨범이 나온 셈인데 그사이에 처음 앨범을 구상하셨을 때와 비교해서 바뀐 점이 있을까요?

 

– 더 강조된 부분은 있어요. 8, 9번 트랙 ‘어쩌면 우리’와 ‘고백’은 우리라는 게 얼마나 처절하고 불안한 것인지에 대해 말하는 곡이에요. 그런데 7번 트랙 ‘토끼와 나’가 원래 생각했던 슬프고 따뜻한 느낌보다 더 사랑스럽고 동화적인 곡으로 완성되는 바람에 이후 이어지는 8, 9번, 그리고 10번 트랙까지의 불안 같은 감정들이 상대적으로 더 현실적으로 표현된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좀 강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앨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싱글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은 계절감이 느껴지는 앨범 커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작품부터 이번 정규앨범까지 한 작가님과 함께 앨범 커버 작업을 진행하셨어요. 어떻게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우선 앨범을 기획할 당시에 회사에 앨범아트는 반드시 실제 페인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회의를 하다 보니 저희가 다 같은 작가님의 작품을 원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만나 뵙고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장치들을 말씀드렸고 되게 흥미로워하셨어요. 그렇게 바로 작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이후에 다섯 작품을 만드시면서 어떤 것들을 담으려고 하셨는지, 그리고 작업 과정은 어떠셨는지도 함께 얘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 [숲] 앨범은 떠나가는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장면이고요, 아트워크는 그 화가가 진짜 남기고 간 그림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앨범을 만들 때 그 화가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고, 또 아트워크들이 실제로 있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제가 놓치는 부분들에 대해서 작가님께서 다양한 제안을 해주시기도 하셔서 되게 즐겁게 작업했어요.

 

그 후 [숲 pt.1]이 공개되었어요. pat.1의 5곡과 뒤에 나온 5곡의 느낌이 조금 다르기도 한데 이렇게 파트를 구성하셨던 이유가 있었는지 여쭤보려고 합니다.

 

– 우선 분할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양가적인, 양면적인 모습을 좀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pt.1으로 발매되었던 5곡은 내 안에 나를 만나게 되는, 내 안의 나를 알아가는 그런 이야기인데, 완전함을 꿈꾸면서 여행을 나서고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것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지금 어떤 모양인지 알아가게 돼요. 그러면서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안에서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만나게 되거든요. 그래서 앨범 사진도 더 비밀스럽고 낯선 곳, 동시에 익숙한 그림들을 나타내고 싶었는데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이후에 5곡은 ‘우리 안의 나’라는 이야기에요. ‘우리’ 안에서 ‘나’를 만나는 이야기인데 ‘우리’가 되려면 우리는 분명히 ‘너’와 ‘나’로 분리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분리되어 있어야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떤 것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뒤의 5곡은 내가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알아가는 이야기에요. 앞의 5곡과 뒤의 5곡이 데칼코마니처럼 연결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들어주시면 조금 더 풍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 와주신 분들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보시는 분들도 앨범을 감상하고 또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앨범 전체를 보면 좀 독특한 존재들이 나와요. 예를 들면 ‘상아’ 같은 경우도 그렇고 ‘새’나 ‘토끼’도 등장하는데 이렇게 인상 깊은 친구들을 한 친구씩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네 우선 ‘상아’는요, 상아가 코끼리의 생애 동안 같이 자라나잖아요. 근데 저는 뭔가 사람마다에게도 상아처럼 평생에 걸쳐 자라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게 구름처럼 자유롭고 유일한 모양으로 자라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담아 “우리의 상아는 구름 모양”이라는 문장을 적게 되었어요. 또 ‘새’ 같은 경우는 되게 이유가 많아요. 그중에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부치지 못한 편지일지라도 새처럼 날아가서 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소망이 담겨있어요. ‘토끼와 나’ 같은 경우는 여기에 등장하는 토끼가 제가 지키고 싶은 약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뜻해요. 그래서 저에게 소중한 것들, 제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건네는 고백 같은 곡이에요.

 

싱글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이 나오고 나서 정확하게 1년 뒤에 정규앨범이 나왔어요. 정규앨범이라는 존재 자체가 당연히 모든 음악가에게 의미 있지만, 특히 다린님은 1년이라는 시간을 팬분들과 함께 보냈고 같이 앨범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진행을 하셨기 때문에 더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앨범을 내고 나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이 있으시다면?

 

– 우선은 이제야 비로소 가수가 된 기분이에요. (웃음) 왜냐면 지난날을 돌아보면 여태까지는 ‘저’를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뭔가 이제 저도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말해도 되는 사람이 된 것 같거든요. 그래서 더 벅차고 감사한 기분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학년마다 명찰 색깔이 다르잖아요. 마치 그 첫 번째 색깔의 명찰을 받게 된 기분이에요.

 

앞서 얘기해주신 이야기 중에 pt.1의 5곡과 후반 5곡이 데칼코마니처럼 존재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팬분들께서는 앞, 뒤의 분위기나 내용 흐름이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는 감상을 주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후반부 다섯 곡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특히 오늘 들을 ‘스파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pt.1의 엔딩이었던 ‘우리의 상아는 구름 모양’이 사운드나 메시지 모두 되게 자유롭고 청명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pt.2에서는, 그러니까 완결된 [숲]에서는 거기서 더 디벨롭된, 그런 이미지들이 좀 더 분명해진 것들을 기대하신 분들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완결된 [숲]은 그렇게 동화적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여태까지 가지고 있었던 ‘우리’라는 것에 대한 감상을 [숲]에 담은 거라, 그중에서도 마지막 트랙 ‘스파클’은 나를 위해서 혼자가 되기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끝이라는 시작을 의미하는 거죠. 다시 혼자가 되고 의심이 시작되면 또다시 새로운 숲을 찾아서 떠나게 될 테니까요. 그런 걸 담고 싶었어요.

 

혹시 오늘 오신 분들께, 그리고 온라인으로 보고 계신 분들께 앨범에 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우선은 되게 수상 소감 같네요. (웃음) 함께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숲을 달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게 비단 저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 앨범의 모든 곡을 부를 때 제가 뭔가를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거든요. 동시에 여러분의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해요. 여러분의 숲은 어떤 모양이었는지에 관해서 묻고 싶고. 그런 걸 들을 수 있는 자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스텝분들도 그렇고 포크라노스와 블럭님, 어코스티 뮤직, 모든 시청자분들도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웃음)

 

이렇게 관객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신 게 얼마 만인지도 궁금해요.

 

– 음… 작년 가을에 ‘고백’ 다이어리 버전이 발매되었을 때 ‘나무의 고백’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했었는데 그때가 10월 말이었으니까 4, 5개월 정도 되었나요? 반년 정도 지난 것 같네요. 그래서 오늘 사실 되게 엄청 떨렸어요. 오랜만에 만나 뵙는 것이기도 하고 ‘토끼와 나’를 누군가의 앞에서 부른 게 오늘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아까 더 벅찼나 봐요.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앨범에 관해 이야기 나눈 시간에 대한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 [숲]을 만드는 작년 한 해 동안 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무언가를 회상하는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만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시기에 저를 붙들고 있어 준 이 앨범, 저를 안 흔들리게 잡아준 이 앨범에 대해서 오늘 좀 더 심도 있게 풀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려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는 앨범 안의 디테일한 장치들을 얘기하지 않는 편이었거든요. 왜냐면 자유롭게 해석이 되길 바랐어요. 제가 가사도 되게 추상적으로 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자기만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조금 배려하고자 설명을 많이 안 드리곤 했어요. 그런데 정규앨범은 되게 길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나하나 포인트를 짚어드려도 애초에 큰 그림이기 때문에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범위를 잡아드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 설명을 더 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좀 도움이 됐나요? 오늘 시간이? (웃음) 그러면 너무 기쁘네요. 다행이고. 와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저는 사실 1년간의 과정을 전부 들어왔는데 첫 싱글과 pt.1, 정규 앨범 각각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 변화가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앨범도 나왔으니 혹시 가까운 시일 내에 잡혀있는 계획이 있으실까요?

 

– 아까 유튜브 댓글로도 아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아쉬움을 깨드리고자(웃음) 이번 달 말에 ‘숲’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이에요. 그래서 오늘처럼 여러분께 [숲]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따뜻하고 즐거운 공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새 앨범 준비를 시작했는데 아직 회사 분들과 상의가 되지 않은 스포거든요. (웃음) [숲] 이야기의 연장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숲] 이야기가 끝나는 곳으로 함께 달려 나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해도 여전히 숲속에 있을 예정입니다.

 

라이브 보시는 분 중에서는 한정판 앨범을 구매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 저도 없어요. (웃음) 저도 없어서 따로 구매했는데 환불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너무 만나고 싶은 CD에요. 앨범을 함께 만들었다는 기분을 실감한 게 이 한정판 CD 판매되었을 때였거든요. 하루 만에 솔드아웃이 되는 걸 보고 이 이야기가 정말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어요.

 

네. 이렇게 오늘 보너스 트랙은 다린님의 첫 정규 앨범 [숲]에 관한 이야기와 라이브로 채워보았습니다. 아직 라이브가 한 곡 남았지만 저는 여기서 미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린님의 새 앨범은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감상이 가능하고요. 다린님과 어코스티 뮤직, 그리고 포크라노스 SNS등을 통해서 더 많은 소식 실시간으로 접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이곳까지 직접 찾아와주신 관객분들, 그리고 온라인으로 지켜봐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고요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보너스 트랙 끝 곡이자 앨범의 끝 곡, 다린님의 ‘스파클’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데이먼스 이어, 예빛, 케니더킹

빛나는 싱어송라이터 셋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2017년 데뷔 싱글 [재워]로 씬에 데뷔한 데이먼스 이어(DAMONS YEAR)는 인디 팝, R&B, 포크, 락 등 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꾸준히 작업물을 발표했다. 별다른 외부 프로모션 없이 순전히 음악만으로 인정받겠다는 정공법을 택한 데이먼스 이어의 진심은 2019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CJ 튠업 선정, 파크 뮤직 페스티벌 참가,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등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벌인 그가 대망의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상승세에 방점을 찍는다.

사랑, 결핍, 외로움 등 그의 주변을 떠도는 감정들로 빚어낸 [HEADACHE.]는 실재와 허구를 넘나드는 치밀한 스토리텔링으로 한 편의 단편집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만개한 기량을 동력 삼아 비로소 완성형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난 데이먼스 이어의 현재를 확인해보자.

 


 

예빛

모두가 유튜브를 기회의 땅이라 일컫지만, 대지에 깃발을 꽂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금 소개할 예빛이 바로 그 중 하나다. 검정치마부터 오아시스(Oasis)까지 그가 애정하는 여러 아티스트의 커버 비디오가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았고, 현재는 2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뮤직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게 되었다. 분명 예빛을 유명케 한 것은 커버 비디오지만, 그의 빛나는 송라이팅 능력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을 비롯하여 엠넷 <포커스> 본선 진출 등 화려한 이력이 이를 입증한다.

예빛의 새 싱글 [집에 가자]는 예빛만의 담담하면서 깊은 울림을 지닌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지친 몸을 누일 따뜻한 집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 되길 바라는 안온한 마음을 노래한다.

 


 

케니더킹 (kennytheking)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악가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케니더킹(kennytheking)이다. 데뷔 전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한 여러 습작이 입소문을 타며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2019년 4월 데뷔 싱글 [Lemonade]를 발표했다. 로파이하면서도 빈티지한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케니더킹은 EP [Somewhere In Between] 발매를 비롯하여 여러 공연과 라이브클립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가 약 1년 만에 발표한 새 싱글 [Stuck In Between]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이겨내는 모든 이들을 위한 찬가와도 같다. 평온한 음악적 무드와 대비되는 서늘한 가사에 집중하며 감상해보길 바란다.

 


 

에디터: 키치킴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46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최정윤, 오헬렌 & 최솔, 이예린

봄의 문턱을 지나 마주한 음악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최정윤

싱어송라이터 최정윤이 열 번째 싱글 ‘Bloom’을 발표했다. ‘Silly Love Song’, ‘Dance with me baby’ 등의 최근작에서 청량하고 산뜻한 댄서블 팝을 선보인 그가 이번에는 차분하고 잔잔한 발라드 넘버로 돌아왔다. 타인의 가시 돋친 말과 인생 속 여러 경로에서 겪게 되는 실패에 더이상 좌절하지 않고 다시금 일어서겠다는 용기를 새긴 노래.

 

최정윤의 디스코그라피를 들여다보면, 그 음악의 어법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빛보다는 어둠에 보다 가까웠을 2020년을 이겨낸 당신에게 최정윤의 음악을 소개한다.

 


 

오헬렌 & 최솔

지난해 3월, 데뷔 EP [Oh]를 발표하며 홀연히 출사표를 던진 오헬렌 & 최솔은 단숨에 한국 인디 씬의 문제적 그룹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은 ‘아’ 하면 ‘어’ 혹은 ‘쿵’ 하면 ‘짝’과 같은, 음악의 오랜 스테레오타입을 보란듯이 무시한다. 그야말로 불규칙과 무질서의 음악이다. 레퍼런스를 찾을 수 없는 독창적 송라이팅과 기묘한 목소리는 <온스테이지>를 비롯한 여러 평단을 반응케 했다.

 

어느새 듀오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 ‘413’ 발표 이후 약 6개월 만에 두 번째 EP [Pause]로 돌아온 오헬렌 & 최솔. 신디사이저 리프와 변칙적인 드럼 리듬, 오헬렌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깊은 향기를 자아내는 ‘Dying for’와 서늘한 포크 넘버 ‘ACE’를 추천한다.

 


 

이예린

이예린은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입상으로 처음 이름을 알렸으며, 2017년 데뷔 싱글 [찰나] 이래 꾸준한 활동으로 싱어송라이터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최근작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가 여러 플레이리스트에 소개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예린이 그 상승세를 잇는 정규 앨범 [먼 마음 2/2]를 발표한다.

 

8월 발표한 [먼 마음 1/2]의 연장선에 놓인 본작에서 이예린은 보다 깊고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건넨다. 때로는 의구심을 품고 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솔직하고 진실된 사랑이 노래 곳곳에 배어 있다. 트랙 하나하나 곱씹어 감상해보길 바란다.

 


 

에디터: 키치킴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44호에 실린 글입니다.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백예린

백예린의 새로운 챕터

 

백예린이 돌아왔다. 디지털 싱글 일변도의 음악 시장을 역행하기라도 하듯 열네 곡을 꾹꾹 눌러 담아 발표한 그의 새 앨범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백예린의 2막이 지금 시작된다.

 

백예린이 [Every letter I sent you.]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tellusboutyourself]로 돌아왔다.

독립 레이블 블루바이닐(Blue Vinyl)과 함께 발표한 첫 정규 앨범은 대중과 평단의 호평 속에 순항했다. 2CD 18트랙이라는 방대한 볼륨 속에서 ‘0310’과 ‘Square (2017)’을 비롯한 수록곡 전체가 큰 사랑을 받았고, 차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백예린 신드롬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첫 단독 콘서트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으며, 바이닐은 품절 대란 속에 한정반과 일반반 두 가지 포맷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tellusboutyourself]는 백예린의 현재를 기록한 앨범이다. 지난 앨범이 19살부터 23살까지의 생각과 고민을 서술한 앨범이라면, 본작은 백예린이 지난 1년간 보고 듣고 느낀 내밀한 현재의 감정들을 담아내며 정서적 확장을 이끌어낸다. 음악적 변화 역시 두드러지는데, R&B/팝락 베이스의 전작을 뛰어넘어 딥 하우스(‘0415’)부터 드림팝(‘I’ll be your family!’), 테크노(‘Bubbles&Mushrooms’의 브레이크)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다채로운 팝의 면면을 선사한다.

1집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이들이 이번 앨범에도 크레딧 곳곳을 장식했다. 백예린을 필두로 블루바이닐 스탭, 음악가 구름과 새로이 합류한 방민혁의 프로듀서진, 비디오 디렉터 HOBIN, 포토그래퍼 무궁화소녀까지. 이제는 가히 ‘백예린 사단’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혹자는 영어 가사와 차트 스코어의 상관관계를 거론하며 작품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가라면 응당 자신의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언어적 도구를 택할 수 있으며, 백예린은 이에 영어를 선택했을 뿐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일컫는 ‘팝’의 범주란 오롯이 비한국인의 영어 가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여담으로, 백예린은 <#OUTNOW>를 통해 차기작은 한글 가사 중심의 작품이 될 것이라 밝혔다.

음악가의 발전과 도약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어느덧 한 뼘 더 자라 이제는 한국 대중음악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백예린 유니버스’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에디터: 키치킴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42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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