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쩌다, 얻어걸린] Ep.2 집에서 즐기는 페스티벌

‘Billie Eilish & Finneas’의 <Bad Guy> 외

<우연히, 어쩌다, 얻어걸린 멋진 음악을 듣다가 함께 들으면 더 좋은 노래들까지 소개합니다>

바야흐로 페스티벌의 계절이다. 더운 날씨를 만끽하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페스티벌을 쫓아다녔을 테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방구석에서 노래를 가장 많이 듣게 되었다. 예정되어 있던 음악 축제들이 하나둘씩 취소 또는 연기가 되고 있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면서 말이다.

미국에서 핫한 대표 음악 축제 Coachella 페스티벌은 이미 지난 4월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일정을 10월로 연기했지만 결국 취소를 하기로 결정하였고 올해로 무려 50주년을 맞은 영국의 대표 페스티벌 Glastonbury(글래스톤베리)는 BBC를 통해 TV, 라디오 그리고 온라인으로 집에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경험할 수 있도록 #GlastoAtHome 해시태그를 달며 다큐멘터리 필름, 역대 최고 공연들, 하이라이트 영상 레전드 아티스트들의 스페셜 방송 진행 등으로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출처: 각 주최사 공식 홈페이지>

국내 페스티벌 중에서는 ‘그린플러그드 서울, ‘뷰티풀 민트 라이프’,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DMZ 피스트 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취소, 5월 예정이던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가을로 연기,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역시 8월에서 10월로 연기하면서 국내 라인업으로만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최대 규모의 EDM 뮤직 페스티벌인 ‘울트라 코리아’와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역시 올 하반기로 연기되었다.

이외에도 초여름부터 쉴 새 없이 펼쳐졌을 다양한 음악 축제들이 무산되거나 연기가 되는 현 상황은 페스티벌러(?)들에게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래 서! 준비한 이번 에피소드는 바로 <집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이다. 뮤지션들이 페스티벌 무대에서 평소와 다른 연출이나 편곡을 선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무대에 서지 못해 집에서 온라인으로  팬들을 만나는 다양한 영상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페스티벌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각자의 집에서 직접 영상을 찍어 어쿠스틱 버전의 기존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국내 뮤지션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형태의 라이브 영상을 제작하여 팬들과 만나고 있다.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킬 라이브 영상들을 모아봤으니 함께 즐겨보자!

#Homefest #페스티벌 #untact #라이브 #stayhome #집에서즐겨요 #원곡과비교해서들으면더꿀잼


Billie Eilish & Finneas – Bad Guy (Live) Together at home 2020

사기캐 남매가 뭉쳤다. 이름만으로도 독보적인 아티스트 Billie Eilish (빌리 아일리시)와 2020그래미 주요 부문을 휩쓴 Finneas (피니즈)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친 오빠 피니즈 오코넬이 남다른 라이브를 선보인다. 다재다능한 이 남매가 함께 연주하며 부르는 빌리 아일리시의 대표곡 “Bad Guy”는 피니즈가 프로듀싱하고 빌리 아일리시와 함께 만든 노래라서 그런지 서로 웃고 대화하는 편안한 모습들이 관전 포인트. #빌리아일리시는_집에서도_힙하다 #구찌기타아님

새소년(SE SO NEON) Performs “집에(go back)” on Video Chat

새소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새참’이라는 새로운 콘텐츠의 시작은 바로 ‘집에서 하는 집에 라이브’ 영상이다. 영상 바탕화면에 이미지 파일들이 여기저기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멤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증명사진(?)도 있고 띄엄띄엄 놓인 집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선곡도 “집에”로 하게 된 게 아니냐는 팬들의 댓글은 꽤나 논리적이다. #황소윤이_두명 #계절을_알수없는_멤버들의_패션 

John Legend & Sam Smith perform “Stand By Me” | One World: Together At Home

미국의 R&B, Soul의 전설 Ben E King (벤 이 킹)의 “Stand By Me”를 John Legend (존 레전드)와 Sam Smith (샘 스미스)가 함께 부른다면? 이 또한 레전드가 아닐 수 없다. 존 레전드의 피아노 반주에 이 둘의 보컬이 감미롭게 이어진다.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힐링을 선사하는 이 영상의 관전 포인트는 #뒤로_보이는_어마어마한_상패들

선우정아(sunwoojunga) – 뒹굴뒹굴(Idle Idle) | studio NEON

인싸에게는 지금 집에서 가만히 뒹굴뒹굴 거리는 게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누워서 선우정아의 “뒹굴뒹굴”을 들어보자. 누워있는 게 가장 좋다는 가사를 나른 나긋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듯 부르는 선우정아에게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된다. 한두 번은 몸이 근질근질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일평생 주말에 집에 붙어있던 적이 없던 필자는 이제 주말 하루는 꼭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게 이렇게 좋은 거였다니. 다들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선우정아의_한숨소리에_녹아나는_내몸

Dua Lipa Performs “Don’t Start Now” w/ Friends on Video Chat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제임스 코든이 진행하고 있는 미국 CBS 방송의 심야 인기 토크쇼 ‘The Late Late Show with James Corden’에서는 멀리 런던으로 날아가 Dua Lipa(두아 리파)와 가상의 만남을 가졌다. 올해 2집 [Future Nostalgia]를 발표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Don’t Start Now”를 그녀의 flat(아파트)에서 열창하였다. 다른 라이브 영상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키보드, 기타, 베이스, 코러스 그리고 댄서들까지 참여, 두아 리파까지 총 12명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음원 같은 라이브는 덤! #12명의_단체_퍼포먼스를_한눈에 #3분순삭

치스비치 (CSVC) | 치즈, 스텔라장, 러비, 박문치 – 무자비(無慈悲) LIVE

만약 올해 페스티벌이 열렸다면 무대란 무대를 다 씹어(?) 먹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걸그룹이 있다면 그건 바로 치스비치(CSVC)이다. 데뷔(?)한 지 갓 일 년이 된 대한민국의 4인조 걸그룹이다. 이미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 CHEEZE (치즈)의 달총, 스텔라장 (Stella Jang), 러비 (LOVEY), 박문치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 8월에 공개한 첫 싱글 ‘SUMMER LOVE…’로 1990년대 말 복고 콘셉트 스타일을 선보여 리스너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 페스티벌 대신 라디오 무대를 섭렵하고 있는 치스비치..☆ 뮤직비디오에서는 세기말 컨셉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지만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라이브 무대 또한 매력이 있다. #터져나오는_웃음_감출수없는_표정

Tame Impala – On Track (Acoustic Live)

올해 초, 5년 만에 4집 앨범 [The Slow Rush]를 들고 돌아온 Tame Impala (테임 임팔라)에게는 아쉬운 한 해가 아닐까 싶다. 4인조 사이키델릭 밴드의 무대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이들은 사이키델릭한 연주와 어우러지는 LED 영상과 조명으로 잠시도 몸을 가만히 놔둘 수 없는 라이브 무대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번 영상에서만큼은 가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노래를 감상해볼 수 있다. Kevin Parker (케빈 파커)가 홀로 작은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어쿠스틱 버전 “On Track”을 선보였다. 노래만큼이나 좋았던 건  #역시_남다른_감성의_영상미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 – 돌멩이

스스로 밤이라고 부르는, 밤을 노래하는 밴드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의 라이브 영상이다. 일렉트로니카, 인디, 팝 음악을 하는 서정적인 가사와 연주, 그리고 마치 연기하듯 무대를 이끌어가는 표현력이 참으로 대단한 밴드이다. 데뷔 7년차 이지만 꾸준히 앨범을 내면서 이제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위아더나잇이 바라는 건 단 하나뿐이다. “저희의 목표는 우리 말고는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는 거예요”. #당신들은_이미_대체불가

옥상달빛 / OKDAL – ‘수고했어 오늘도’ #StayAtHome Live

과연 이 노래를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는 언제 어디서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국민위로곡 이 아닐까 싶다. 유난히 힘든 시국에 설상가상으로 기나긴 장마에 태풍의 위협으로 우중충한 하늘만 바라보는 요즘, 옥상달빛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무작정 힘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 공감해 주고 응원해 주는 멤버들의 귀엽고 밝은 영상을 “집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의 마무리 곡으로 정해봤다. #감사합니다_오늘도

↓↓유튜브에서 한방에 듣기↓↓

Editor / 카리나 도

Karina.do@poclanos.com

[그 앨범의 아트워크] 리카르도 카볼로 (악단광칠 – 인생 꽃 같네)

힙합, 알앤비, 전자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의 첫 번째 정규 앨범 [99.9%]의 아트워크를 인상 깊게 봤을 것이다. 수많은 눈이 등장하지만 기괴하거나 무섭진 않은, 약간은 귀엽고 친근함마저 드는 아트워크를 만든 이는 바로 스페인의 일러스트레이터 리카르도 카볼로(Ricardo Cavolo)다. 자라, 알렉산더 맥퀸, 나이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일러스트레이터의 음악일기] 등의 책도 쓴 그가 이번에는 악단광칠의 새 앨범 [인생 꽃 같네]의 아트워크를 맡았다.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직접 물어봤다. 인터뷰에 쿨하게 응해준 그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Q. 우선 악단광칠로부터 앨범 커버 요청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관해서는 평소 어느 정도 알고 계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것 만큼은 무조건 말해야 하는 게, 저는 한국을 이미 긴 시간 동안 사랑하고 있었어요. 처음 프로 아티스트로서 시작했을 때에도 한국에는 큰 일러스트 씬(scene)이 있다는 걸 알았고, 거기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그러다 제 책 중 하나가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출간되었어요. 그 때 2주 정도 한국에 있으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사랑에 빠졌죠. 저는 한국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좋은 연결이 있다고 느껴요. 이제는 한국에서 오는 어떤 프로젝트든 다 저에게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되었죠.

Q. 악단광칠 음악을 처음 들으셨을 때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이미 [일러스트레이터의 음악일기]에서도 그렇고 음악을 듣는 폭이 넓으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악단광칠의 음악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항상 전세계 곳곳에 있는, 저마다 다른 전통 음악과 부족 음악을 찾아 다녀 왔어요. 그래서 악단광칠의 음악은 제게 그렇게까지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들을 알고 있진 못했지만, 그들의 음악 프로젝트만큼은 정확하게 이해했죠.

Q. 아트워크를 보면, 오리엔탈리즘이나 스테레오타입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느낌이 잘 담겨 있더라고요. 아트워크 작업을 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저는 한국 문화, 아시아 문화를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사실, 최근에 저는 각각의 문화에서 온 세세한 디테일들을 제 개인적인 작업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쉬웠습니다. 조사를 하는 등의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밴드 멤버들은 제게 앨범의 정신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요, 그건 바로 “감로탱화”였습니다.

(감로탱화: 죽은 사람의 넋을 하늘로 갈 수 있게 기원하는 불교의식에 사용된 조선시대 불화. 불교의 세계관에 전통의 조상 숭배와 민간 신앙이 녹아 있어 한국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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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도, 조선 18세기, 삼베에 색, 200.7×193.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Q. 아트워크를 보면 도깨비나 산, 신의 모습, 사후세계와 이승이 한 곳에 모두 그려져 있는데요. 악단광칠의 음악이 지닌 뿌리와 굉장히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로탱화의 구조를 가지는 것은 한국 문화에 붙어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을 맞추기 쉬웠고 또 이 음악 프로젝트([인생 꽃 같네])에 관한 이야기를 푸는데 유용했습니다. 완벽한 믹스였죠.

Q. 작업 과정은 어떠셨나요?

빨랐습니다. (웃음) 저는 빨리 일하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아이디어들이 항상 더 신선하고 즉흥적이죠.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인드에 메인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입니다. 일단 그걸 가지면, 그 다음은 그냥 본능과 기술을 쓰는 것이죠. 악단광칠로부터 오는 피드백은 항상 긍정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몇 가지 디테일을 수정하기 위해서 일했고 굉장히 빨리 끝났습니다.

kaytranada - Ricardo Cavolo
Kaytranada [99.9%]

Q. 케이트라나다의 앨범 커버로 화제가 된 적 있기도 하고, 당신은 실제로도 음악을 굉장히 사랑하시잖아요. 반면 아트워크로서의 작품 수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그리고 악단광칠의 앨범을 수락한 다른 이유도 있으신지 궁금해요.

저는 단지 프로젝트(앨범)와 좋은 관계를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규모가) 크든 그렇지 않든 상관 없어요. 예술가가 되는 것은 오직 사랑과 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프로젝트에 뭔가 좋은 느낌을 받는다면, 그냥 하죠. 앞에서 말했듯이 이 프로젝트에 관해 좋은 기분을 느꼈던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라에서 왔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음악 프로젝트가 전통 음악을 향한 제 관심과 연결되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여기 딱 있죠. (웃음)

Q. 앨범 아트워크는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사이키델릭 스타일도 담겨 있어요. 이번 앨범의 특징이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일까요?

맞아요, 최근에는 제가 사이키델릭 무드에 빠져 있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제가 하는 어떤 프로젝트든 제 무드를 심으려고 하죠. 그 프로젝트가 테크로 음악이든, 클래식 음악이든, 랩 음악이든, 악단광칠의 음악이든 상관 없어요. (웃음) 그건 제가 가진 저의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는 것에 관한 거죠. 그리고 제 보이스는 대부분 사이키델릭과 재밌는 것이고요. 예술적인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쓰는 경우, 그건 주제가 뭐든 상관 없어요. 잘 섞일 거니까요.

Kaytranada-Approved Artist Ricardo Cavolo On 'Naïf' Art and ...
Ricardo Cavolo ⓒ Ricardo Cavolo

Q. 이후에 작업해보고 싶은 음악 종류가 있으시다면?

저는 주로 랩과 플라멩코를 들어요. 그런 분위기의 것도 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앨범 아트워크를 보는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는 사람들이 앨범에서 예술과 음악 사이의 연결을 느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 앨범에는 거대한 콘셉트가 있고, 제 예술은 단지 그 아이디어를 서포트하고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죠. (웃음)

[B-Side] 세 번째: DJ Wreckx, 신해경, 그리고 Summer Soul

B-Side: The less important side of a single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EP. 3

DJ Wreckx / 신해경 / Summer Soul

DJ Wreckx (디제이렉스) / Represent The Real Hip Hop

From the album [MPC with $7.99 Per Month] (2020.06.23)

한국 힙합, 소위 ‘국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 시작점에 이르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이름이 ‘마스터 플랜’(MP)이다. 라이브 클럽으로 시작해 이윽고 레이블로 변모하며 풍성한 디스코그래피를 쌓았던 이 브랜드는 ‘가리온’, ‘주석’, ‘DJ 소울스케이프’, ‘바스코’ (현 ‘빌 스택스’), ‘다크루’, ‘원썬’, ‘MC 성천’, ‘일스킬즈’, ‘인피닛 플로우’ 등 무수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국힙 역사의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결코 빼놓아선 안 될 인물이 있으니 바로 ‘DJ 렉스’(DJ Wreckx)다.

본래 비보이로 힙합과 연을 맺었으나 DJ로 전향했고, 이후 긴 시간을 한국의 독보적인 힙합 DJ로 군림한 그는 당시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트 저글링(두 장의 레코드판을 동시에 플레이하며 새로운 리듬 패턴을 창조하는 기술)을 본격적으로 구사하는 DJ였다. 더불어 비트메이커로서도 여러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겼는데 특히 컴필레이션 [MP Hip Hop 2000 超(초)]에 수록된 ‘태어나서 처음’ 등을 통해 선보인, 우리말 구연동화 레코드에서 소스를 커팅해 재배열하는 독창적인 샘플링 스타일은 그의 프로덕션을 대표하는 상징적 요소였다. (이 작법은 ‘넉살 / 악당출현’ 등 최근의 힙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앨범 [MPC with $7.99 Per Month]는 2010년대 초반 ‘MC 메타’와의 활동 이후 미국행을 택하며 사실상 국내에서의 음악 활동을 중단했던 DJ 렉스가 한국에 돌아와 두 번째로 발표하는, 그리고 앨범 단위로서는 처음으로 발표하는 작품이다. 래퍼 ‘Sikboy’, ‘Gfu’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컴백 싱글 ‘Twist My Fingers’와 달리 커팅된 보이스 샘플 외에 일절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열 개의 비트를 담았다. 컨셉트는 앨범의 제목 그대로다. 샘플 구독 서비스인 ‘스플라이스(Splice)’에서 월 8달러 남짓을 지불하면 사용 가능한 비교적 ‘저렴한’(?) 소스들을 힙합의 대표적인 명기인 드럼머신 MPC로 가공해 어떤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험하고 또 보여주는 것. 이것은 어쩌면 스플라이스에서 구입한 소스들을 대충 배열해 만든 비슷비슷한 비트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비슷비슷한 타입비트 셀러들이 넘쳐나는 현시대에 씬의 큰형님이 던지는 어떤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맥락에서 앨범의 첫 곡 ‘Represent The Real Hip Hop’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의 표현인 동시에 씬의 후배들에게 “진짜가 돌아왔다”고 선언하는 “찐” 국힙 큰형님의 묵직한 일성으로 다가온다.

신해경 / 그 후

From the album [속꿈, 속꿈] (2020.06.16)

‘신해경’의 첫 EP [나의 가역반응]이 세상에 처음 나타난 2017년 초입의, 마치 작은 신드롬과도 같았던 그때의 분위기를 잠시 떠올려본다. 음악 팬들도, 평단도, 모두 열광하며 반응했고 덕분에 신해경과 이 작품을 둘러싼 여러 소식들로 한동안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음악 좀 듣는다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 이야기를 한 번씩은 했고, 그들 중 누구를, 어디에서 만나도 곧잘 ‘모두 주세요’를 듣곤 했던, 그런 열기가 꽤나 오래 이어졌던, 그런 2017년이었다. 당연히 나 역시도 이 아름다운 팝 앨범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 속에 맺힌 감상들을 글로 옮겨 적는 작업도 했다.

이후 지난 3년간 드문드문 몇 개의 싱글을 발표하긴 했지만 다소 느릿느릿, 조용하게 행보를 이어오던 신해경이 최근에 첫 번째 정규앨범 [속꿈, 속꿈]을 발표했다. 극적인 변화의 놀라움보다는 익숙함이 주는 반가움이 앞서는 이 작품 속엔 내가 이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몇몇 이유들이 여전하다. 신해경은 여전히 좋은 선율을 지으며, 여전히 섬세하고 고운 노랫말을 쓴다. 그렇게 만들어낸 우울하게 예쁜 멜로디와 말들을 공중에 흩뿌려진 듯 퍼지고 부유하는 여러 겹의 소리들 위에 얹어 ‘노래’로 실체화하고 세상과 조우한다. 이 여전함들이 반갑다.

[속꿈, 속꿈]을 가만히 듣다 보면 이 작품이 전작 [나의 가역반응]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음악의 결뿐 아니라 가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감상하면 전작의 화자였던 ‘나’가 고스란히 이 작품으로 옮겨왔음을 감지할 수 있으며 여기서 소개하는 노래 ‘그 후’는 이를 확신케 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다. ‘그 후’의 전반부에서 불쑥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 후반부의 ‘너의 그 아늑함, 그 아련함, 기억 속에 흐려지네’ 등의 노랫말은 모두 [나의 가역반응]의 마지막 곡이었던 ‘화학평형’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앨범의 첫 곡인 ‘회상’ 역시 이 노래의 가사를 인용한다) 이 노래는 그렇게 [나의 가역반응] 속 ‘나’가 [속꿈, 속꿈]으로 무대를 옮겨 다시금 애달픈 노래를 부르게 한다. 꿈결처럼 아득하고, 꿈결처럼 결국 손에 닿지 않는, 다만 그럼에도 애타게 애타게 갈구할 수밖에 없는 ‘그대’를 향해서.

Summer Soul / 36

From the EP [NEW CLOTHES] (2020.06.11)

한국 인디 음악 씬의 비교적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씬의 일원, 혹은 주변인으로 존재하며 그 안팎을 경험하고 다양한 – 세대, 장르, 지역의 – 음악가들과 함께 일해왔다. 그 시간들을 통해 나름의 경험을 축적한 입장에서 최근의 젊은 음악가들의 행보, 그들이 일하는 모습, 그들이 만들어내는 흐름들을 보며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현재의 젊은 인디펜던트 음악가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과거의 음악가들보다 훨씬 영리해졌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바라보는 이들은 단지 음악을 만들 뿐 아니라 음악이 상품이 되어 리스너들에게 소비되기까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직접 기획하고 해내는 존재들이다. 본인들 스스로를 위한 기획자, 프로듀서,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며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고 음악을 마케팅하기 위한 전략을 스스로 수립한다. 이를 위해 외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위한 조율마저 손수 한다. 그렇다, 2020년대의 인디펜던트 음악가는 ‘비즈니스’를 한다. 독립적인 음악가인 동시에 독립적인 사업가이기도 한 셈이다.

‘Summer Soul’(썸머소울)은 이에 대한 모범적인 예시가 될 것이다.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빠르게 디스코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으며 커리어를 확장하고 있는 그녀는 본인 스스로를 ‘DIY 아이돌’이라 칭한 것처럼 그야말로 자신의 활동의 모든 부분을 A부터 Z까지 일일이 직접 케어하며 ‘Summer Soul’이란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면모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 관능적인 알앤비 스타일의 – 음악들로 돌아온 신작인 [New Clothes]에서도 여전하다. 각 트랙마다 적절한 음악가들과의 협업,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작품 콘셉트를 십분 반영한 스타일링, 완전히 바뀐 음악의 스타일에 걸맞게 화려한 의상과 더불어 댄스팀을 동반한 안무까지 선보이는 타이틀곡 ‘틴더’의 뮤직비디오까지 다양한 영역을 모두 직접 기획하고 진두지휘하는 그녀의 모습은 ‘인디펜던트’ 그 자체. 이 미니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36’은 프로듀서 ‘Zodiac’(조디악)과 함께한, 관능적인 무드의 알앤비 곡으로 아마 이번 작품에서의 과감한 변화를 가장 선명히 체감하게 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서늘하고, 끈적하고, 또 축축한 분위기와 질감으로 채색된 사운드 프로덕션과 썸머의 음색은 무척이나 섹시하고 또 도발적인 무드를 만들어낸다. 산뜻하고 사랑스러운 팝을 주로 불러왔던 그녀가 부르는 21세기 버전의 슬로우 잼(slow jam)이다.

Editor / 김설탕SUGARKiM

[이달의 음악] 눈부신 꿈결의 향연 – 신해경 [속꿈, 속꿈]

아는 사람은 아는, 인디 음악 내에서 가장 크게 기대를 모았던 신해경이 [속꿈, 속꿈]을 발표했다.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신해경은 과거 다른 이름으로 몇 개의 작품을 발표하다 이후 신해경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2월 22일에 EP [나의 가역반응]을 공개하며 한꺼번에 화제를 모았다.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식상한 비유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나의 가역반응]이 들려줬던, 그리고 만들었던 세계는 아름다웠다. 친숙하면서도 잘 짜인 멜로디와 신해경만의 공간감, 예쁘게 쌓인 여러 사운드는 팝 음악과 록 음악 사이 그 어딘가에 있었다. 숱하게 리뷰와 인터뷰가 나왔고, 공연도 제법 많았으며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그를 불렀다.

 

이후 몇 개의 싱글을 발표한 뒤,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첫 정규 앨범 [속꿈, 속꿈]이 발표되었다. 돌아온(?) 신해경의 정규 앨범에 많은 사람이 반응하고 또 감상한다. 과거의 작품과 현재의 작품이 별개인 듯한 인상이 있지만, 알고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모두 주세요”로 시작된 [나의 가역반응]은, “화학평형”이라는 곡에서 시작되어 [속꿈, 속꿈] 속 “회상”과 “그 후”로 이어진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공기의 이동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이번 앨범과 지난 EP는 다르다. 이번 앨범은 좀 더 황홀하고 아련하게 다가오며, 감정적인 동시에 감각적인 감상평을 불러 일으킨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공간감과 사운드 구성은 뻔한 소리라고 들리겠지만 누군가의 꿈 속을 헤집고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대신 가사와 멜로디 라인만큼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과거 좋은 한국의 인디 음악을 연상케 하는 찰나의 순간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몽환적인 느낌과 선명함 사이에서의 균형 자체도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곡 하나 하나를 넘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구성한 것은 오직 신해경만이 가능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포크라노스와의 인터뷰 <신해경의 처음, “나의 가역반응”>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그의 첫 앨범 [나의 가역반응]이 [속꿈, 속꿈]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오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또한 아트워크를 맡은 사진가 하혜리의 코멘터리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해경이라는 이름은 시인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싱글 [그대의 꿈결] 소개는 “속아도, 속여도 그대의 꿈결”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상의 소설 [봉별기]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질러 버려라 운운.” [속꿈, 속꿈]은 신해경이라는 음악가가 만든, 신해경의 음악이지만 신해경이 만든 어떤 세계이기도 하다. 정규 앨범 한 장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앨범에 있는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권해본다.

 

*해당 글은 빅이슈코리아 7월호(230호)에 실린 글입니다.

[FIRST ALBUM INTERVIEW] 천용성의 처음, [김일성이 죽던 해]

천용성의 첫 번째 앨범

/ ” 김일성이 죽던 해 “

“김일성이 죽던 해인 1994년엔 몇 살이었어요? 여덟 살이요.” “특별히 남는 기억이 있어요? 학습지를 풀다가 눈썹을 모조리 밀었어요. 그 기억이 나요.” 서울이 불바다 위협을 받던 해에 천용성은 눈썹을 밀었고, 천용성의 친구는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나의 부모는 가정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출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해에 모두는 다른 삶을 살아냈고 어떤 이는 그 해를 살아내지도 않았다. 김일성이 죽던 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각자의 일상을 지내고 그 지극한 일상들을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2019년 6월 발매된 ‘천용성’의 첫 번째 앨범 [김일성이 죽던 해]의 이야기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다음 앨범 생각하고 있어요. 작업에 들어간 건 아니고, 시간 나면 “아 앨범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예전에는 천용성을 소개할 때, 타칭 음악가라는 말을 쓰셨잖아요. 요즘은 어떻게 소개하세요?

제 17회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부문 수상자 천용성입니다. 사실에 기반해 얘기할 수 있는 수식어가 생겼어요.

Q. 수상 소식 듣고 기분이 어땠어요?

덤덤했어요.

Q. 어느 정도 예상을 하셨어요?

예상 못 했죠. 예상했다기보단 주변에서 띄워줬어요. “나 안 될 것 같은데.” 하면 “너 되는 거 아니냐. 너 될 것 같다.” 주변에서 몰아가니까 도리어 덤덤했나 봐요.

김일성이 죽던 해 들으러 가기(YouTube)

Q. [김일성이 죽던 해]는 어떤 앨범인가요?

가끔 들으면 좋은 앨범이에요.

Q. 요즘도 가끔 들으세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듣는 것 같아요. 앨범 전체를 듣는 건 아니고, 어디에 영상이 올라왔다 하면 그 곡을 듣는 정도로요. ‘대설주의보’를 제일 많이 들어요. ‘대설주의보’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입힌 영상도 봤고, ‘전역을 앞두고’에 군복 입은 사진을 짜깁기한 영상도 봤어요. 그런 식으로, 그렇게 가끔 들어요. 그럴 때면 “이렇게 잘 만들었었어?” “생각보다 괜찮았구나.” 해요.

Q. 천용성이라는 이름 훨씬 전에도 여러 곡을 발표했어요.

처음 곡을 쓴 건 대학가요제 때였고, 2012년부터 경험담이라는 이름으로 곡을 발표했어요.

Q. 당시에 앨범을 발매하다가, 천용성으로 첫 정규앨범이 나오기까지 6년가량 발매 소식이 없었어요. 왜 그랬어요?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지금 내기엔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그렇다면 그간은 뭐하면서 지내셨어요?

군 복무도 마치고, 녹음실에서 근무도 하고, 대학원도 다니고, 놀기도 하면서 지냈어요.

Q. 단편선 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앨범을 준비하게 된 거예요?

단편선 씨를 만나서 시작했다기보단,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서 단편선 씨에게 만나자고 했죠.

Q. 갑작스레 앨범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논문 쓰기는 싫고, 앨범을 내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Q. 곡은 다 준비되어 있었나 보네요.

네.

Q.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둔 곡은 뭐였어요?

‘울면서 빌었지’랑 ‘동물원’이요. 대학교 3학년 때도 있었어요. ‘난 이해할 수 없었네’는 대학교 때 절반, 군대에서 절반 썼던 것 같고 ‘대설주의보는’ 전역하고 나서 만들었어요.

Q. ‘김일성이 죽던 해’는 친구의 이야기에서 시작됐어요. 다른 곡엔 또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어요?

‘울면서 빌었지’는 어릴 때, 엄마아빠가 싸우던 기억이에요. 이후 발매한 노래 중에 ‘사골’이라는 곡이 있는데 ‘울면서 빌었지’의 프리퀄이에요. 엄마아빠가 왜 싸웠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분당 아파트가 세배 오르는 동안에 너는 무얼 했냐며”라는 구절이 있거든요. ‘울면서 빌었지’의 사연은 그래요.

Q. 김일성이 죽던 해인 1994년엔 몇 살이었어요?

여덟 살이요.

Q. 특별히 남는 기억이 있어요?

어릴 때 공부하던 학습지가 있었어요. 그걸 풀다가 엄마를 봤는데, 눈썹칼로 눈썹을 정리하고 계셨어요. 나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안방 화장대로 가서 눈썹을 밀었어요. 그게 아마 그쯤이었을 거예요. 그 기억이 나요.

Q. 어머니는 어떤 곡을 좋아하세요?

‘김일성이 죽던 해’를 싫어해요.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서, 얼마 전에는 제가 북한에 납치되는 꿈을 꾸셨대요. 같이 사는 친구한테 “어머니, 용성이가 없어서 월세를 못 냈어요. 보증금을 다 까먹었어요. 용성이가 안 보여요.” 전화가 왔대요. 어머니는 ‘김일성이 죽던 해’라는 제목이 아직도 이상하고 어색하대요. ‘울면서 빌었지’와 ‘사골’도 싫어해요. 집안 얘기를 너무 떠벌리고 다닌다고요. 그러고 보니 어떤 곡을 좋아하는지는 여쭤본 적이 없네요.

Q. 앨범 준비하면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어요?

제가 숨이 짧아요. 노래를 부를 때 호흡이 길지 않아요. 한 호흡에 부를 수 없는 구절인데, 한 호흡에 부르고 싶었어요. 저는 녹음을 잘 해서 이어보자, 한 호흡에 부른 것처럼 이어보자 했어요. 반면 단편선 씨는 어차피 라이브도 해야 하니 호흡을 끊어 가자 했어요. 그 결정을 하다가 녹음이 길어졌어요. 결국은 제 방법으로 진행하고, 단편선 씨랑은 누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서로 취향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어요. 단편선 씨는 라이브와 음반의 통일성을 고려했고, 저는 일단 음반을 듣기 좋게 만들고 싶었고요. 사실 당시만 해도 라이브 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이렇게 라이브를 많이 하게 될 줄 몰랐어요.

Q. 작업하면서 특히 신경 쓴 일은 뭐예요?

커피를 사더라도 스타벅스에서 사고, 피자를 먹더라도 파파존스에서 먹고, 돈이 없어서 얼마 못 주더라도 주기로 한 건 제때 주는, 그런 것들을 신경 썼어요. 저보다도 더 많은 일에 함께해주신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돈을 아껴도 큼지막한 데에서 아끼지, 대세에 크게 지장 없는 곳에서까지 아끼고 싶지 않았어요.

Q. 앨범이 발매되고 나선 기분이 어땠어요?

다를 게 없었어요. 당연히 나와야 될 게 나오는 거라 생각했어요. 이 날만 바라보고 근 1년을 작업해온 거잖아요. 안 나오면 황당하겠지만, 당연히 나와야 될 게 나왔구나 싶었어요.

Q. 앨범이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어요. 그게 실감 나기 시작한 건 언제쯤이에요?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구나 느끼기 시작한 건 수상하고 나서요. 그전까지는 트루먼쇼 같은 거 아니냐, 다 같이 작당해서 천용성 속여보자 한 거 아니냐 의혹이 있었어요. 눈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생기니까 그제야 “진짜 괜찮은가 보구나.” 했어요.

Q. 앨범을 발매한 지도 1년이 넘었어요. 당시와 비교했을 때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그때보다 노래할 때 덜 떨어요. 긴장을 덜 해요. 공연하기 전에 물도 덜 마시고, 화장실도 덜 가요. 그리고 엄마가 기타 사는 데 돈을 보태줬어요. 예전 같으면 안 보태줬을 텐데, 앨범 내고 1년이 지나는 동안 뭔가 보여준 게 있나 봐요.

Q. [김일성이 죽던 해]가 어떤 앨범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한 10년 뒤에 “당신 한국 인디를 좋아한다면” 이런 추천곡 리스트가 만들어져요. 메인은 김사월 씨, 권나무 씨고요. 김사월을 듣고 “더 관심 있다면 이 노래도 들어봐라” 했을 때 그때, 더 들어봐라 리스트에 제 앨범이 있으면 좋겠어요.

Q. 10년이라는 기간이 갖는 의미가 있나요?

살아남았다랄까요? 작년에 앨범이 사랑을 받았지만, 아직도 못 미더운 게 있어요. 운이 좋아서, 제목부터 화제성이 있으니까, 분위기에 휩쓸려서 하는 미심쩍음이 있어요. 10년쯤 지나면 이런 것들이 다 빠질 거잖아요. 그때도 괜찮은 앨범으로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진짜 괜찮은 거 아닐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얼굴은 언제나 환영이야!] Hippo, Mongaif 외

포크라노스 공식 홈페이지 속 첫 문장은 ‘현재의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는 뮤직 딜리버리 브랜드’이다. 이러한 음악들을 유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포크라노스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바로 첫 시작을 포크라노스와 함께하는 신인 아티스트들도 있다. 많은 유통사가 있는 음악시장 속에서 시작을 우리와 함께하는 건 유통사나 아티스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를 통해 발매된 NEW 아티스트 5명을 소개한다.

Hippo

똘망똘망한 눈과 잔망스러운 표정!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 아티스트는 ‘Hippo’다. 그는 일요일에 일을 몰아서 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애통한 마음을 담은 첫 싱글 앨범 <Sunday>를 발매했다. 일상적이면서 단순한 주제를 담은 곡과 더불어 경쾌하고 신나는 트로피칼 하우스 비트가 매력적인 곡이다. 신나고 밝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 있게 이 곡을 추천하고 싶다. 듣자마자 리듬을 타고 있을 자신을 발견하면서 천천히 이곡에 중독될 것이다. (나 역시도 무한 재생 중이다..) 마지막으로 한 음원사이트에서 우연히 발견한 재치 있는 댓글을 남기며 그의 소개를 마친다.

ID XXX : ‘퇴근길 지하철이 해변가가 되고.. 마시고 있던 물이 하이볼이 되었습니다’

[MV] Hippo – Sunday / Official Music Video

Mongaif

뉴욕에서 활동하는 Mongaif (몽가이프)는 재즈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인디, 락, 팝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5인조 밴드이다. 재알못(?)이지만, 그들의 첫 싱글 <Lover>를 통해 재즈 기반의 팝 음악이 얼마나 매력적인 음악인가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웅장한 색소폰 연주도 이 노래의 매력 요소 중 하나. <Lover>를 좋게 들었다면, 그리고 재즈음악을 좋아한다면, ‘Mongaif’의 첫 정규 앨범 <Archive of Loving Senses>도 함께 추천하고 싶다. 앞서 말한 ‘Lover’를 포함한 총 6곡의 다채로운 재즈 기반의 얼터너티브 음악으로 꽉 채워진 앨범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규앨범과 함께 오픈된 Mongaif의 <Lover>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MV] Mongaif – Lover / Official Music Video

RIO

‘RIO’(리오)는 원래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재즈, 팝 커버 곡, 데모곡만 올렸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우리 안에 머물러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이 씻겨나가게 내버려 두자’는 의미를 담은 첫 싱글 <WASH AWAY>로 정식 활동을 시작하였다. 재지한 팝 음악이며, 차분하면서도 경쾌함이 조금 섞여 있는 편안한 미드 템포의 곡이다. 특히 작사, 작곡, 편곡 심지어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해내는 다재다능한 모습도 ‘RIO’만의 매력이자 장점. 첫 싱글부터 그의 노래에 푹 빠진다는 반응부터 아직 1곡의 음악을 발매한 신인 아티스트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반응까지 그와 관련한 반응이 꽤 뜨겁다. 편안하고 투명한 목소리로 당신의 곁에 오래도록 머무를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RIO. 이번 달에 나올 예정인 그의 2번째 음악은 얼마나 매력적일지 같이 기대해보자.

[MV] RIO – WASH AWAY / Official Music Video

불안한yee

내 상냥함은 ‘사랑받기’ 위해 존재한다며, 스스로 생각해도 찌질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는 <상냥함은>을 발매하였다. 이미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클이 아닌 음원사이트에서 볼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자연스러운 멜로디가 편안하고 좋은데, 진정 ‘불안한yee’의 묘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뮤직비디오도 같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정처 없이 기타를 끌고 다니고, 분무기를 뿌리다가 갑자기 자기 입에다가도 뿌려보는 등 정말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불안한yee’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행동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단순해 보이지만, 가사는 뮤직비디오 속 행동과는 다르게 꽤 진지하다. ‘이타적이었던 내 상냥함의 한가운데 사마귀가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 없고 사마귀만 커져가는 내 상냥함의 모습은 이기적인 걸까요’ 과연 사랑받기 위한 너와 나의 상냥함은 이타적인 걸까? 아니면 이기적일까? 그에 대한 답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같이 고민해보자.

[MV] 불안한yee (Anxiety yee) – 상냥함은 (Kindness) / Official Music Video

이세계

‘누구나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깊은 감정을 노래하는 밴드. 우리의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이(異)세계에 머물렀으면,’한다는 의미를 담은 남성 4인조 밴드 ‘이세계’이다. 사담이지만, 이번 더블 싱글 <날 위해 울어줘 / 낭만젊음사랑>을 듣고, 밴드 ‘잔나비’의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나는 밴드라며 다들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난다. 첫 싱글부터 성숙한 감성의 노래를 보여주었지만, 실상 놀라운 건 그들의 나이가 아직 21살이라는 점. 그들이 보여주는 음악의 깊이는 21살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다. 깊은 감정을 노래하는 ‘이세계’, 시간이 지날수록 보여줄 그들의 감정은 얼마나 깊을지 기대가 된다. 이번에 발매된 <날 위해 울어줘 / 낭만젊음사람>의 타이틀곡 ‘낭만젊음사랑’을 들으면서 그들의 행보를 같이 지켜보자.

[Official Audio] 이세계 (ESEGYE) – 낭만젊음사랑 (RomanceYouthLove)

Editor / 유진경

jinkyoung@poclanos.com

[우연히, 어쩌다, 얻어걸린] Ep.1 일상에서 즐기는 전자음악

‘박혜진 Park Hye Jin’의 <Like this> 외

<우연히, 어쩌다, 얻어걸린 멋진 음악을 듣다가 함께 들으면 더 좋은 노래들까지 소개합니다>

유튜브에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있다. 몽환적인 일렉 비트, 간결한 보컬 스타일, 단조로운 가사를 읊조리는 하우스 장르 음악이었는데 한국말이 들리는 게 아닌가!

평일 낮, 사무실에 앉아 내적 댄스를 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여 궁금함에 바로 검색 고고!

박혜진 Park Hye Jin / Ninjatune 제공 / Credit: Sirui Ma

‘박혜진 Park Hye Jin’. 그녀는 2년 전 한국에서 EP [IF U WANT IT]을 내고 무작정 해외로 나가 이비자의 DC-10, Primavera(스페인 음악 페스티벌)과 같은 세계적인 페스티벌에서 주목을 받으며 활동을 하다 지금은 영국의 유명 레이블 ‘Ninja Tune(닌자튠)’ 소속 아티스트로 합류, Peggy Gou(페기구)와 한솥밥을 먹으며 평단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DJ이자 래퍼이자 노래도 하는 프로듀서인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이다.

(닌자튠 공식 홈페이지 아티스트 소개에 나란히 있는 두 사람)

출처: 닌자튠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된 노래 <Like this>는 그녀의 두 번째 EP이자 닌자튠에서 첫 발매하는 EP [How can I]의 수록곡이다. 앨범은 총 6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juke(주크), trap(트랩), house(하우스) 그리고 Techno(테크노)를 다양하게 건드린다. 무엇보다 한국어든 영어든 한없이 반복되는 가사와 무덤덤한 듯 날카로운 보컬 훅에 아마 중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P [How Can I] 앨범 커버 / Ninjatune 제공 / Credit: Sirui Ma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몸을 격하게 흔들기 싫을 것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클럽에 갈 수도 없다. 자극적인 전자음악들은 잠시 넣어두고 집에서 청소하거나 요리를 하며 혼자서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전자음악들을 함께 모아봤다.

‘박혜진 Park Hye Jin’의 귀여운 댄스가 관전 포인트인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댄스타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박혜진 Park Hye Jin – ‘ Like this’ (Official Video)

 

나는 오늘도 이렇게 눈을 떠

박혜진 Park Hye Jin – ‘ABC (official audio)’

‘ABC’는 박혜진이 2018년 12월 14일 한국에서 발매한 데뷔 EP [If U Want it]의 수록곡이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단조로운 가사에 묘한 중독성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EP [If U Want It] 앨범 커버 / clipp.art Bandcamp

 

A I love you

B I want you

C I miss you

KONA – ‘Tangled (feat.DUVV)’

KONA의 [Tangled]는 ‘상대방에게 무슨 감정인지 모를 때의 혼란스러움과 답답함이 생길 때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곡으로써 자신의 시그니처인 하우스 리듬과 함께 뉴욕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DUVV’의 보컬이 더해져 독특한 무드를 연출한다.   

 

Flash Flood Darlings – ‘We’ll Dance On (KIRARA Remix)’

Flash Flood Darlings(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이름으로 발표한 마지막 작품인 싱글 [Through these dark nights]에 수록된 곡이다. 키라라KIRARA의 리믹스곡으로 구성된 이 곡은 8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당신을 춤추게 할 것이다.

 

Axl and Goldman – ‘For Your Mind’

서울을 기반으로 한 하우스 뮤지션 ‘Axl and Goldman’. Axl과 Goldman은 둘 다 각자의 위치에서 연주자로서, 또 DJ로서 역량을 키워 오고 있었고 그들은 항상 스스로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음악, 그동안의 경험이 담긴 음악을 내고 싶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공통된 목마름이 Axl and Goldman으로서 첫 발을 뗄 수 있게 하였고 결국 각각 가장 자신 있는 두 개의 하우스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첫 앨범 [AxlandGoldman]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Axl and Goldman’이 있는 그대로 표현되었고 그들의 하우스씬을 향한 열정 또한 느껴지는 앨범이다.

Alone, after all – ‘The Subterranean Works’

싱글 앨범 [NOLIGHTS]는 작곡가 dongdong으로 활동하던 Alone, after all의 색과 세계를 담은 두번째 싱글 앨범이다.

 

FIBER FUNK – ‘Fiber Funk Business’

재즈 피아니스트 ‘박준우’와 싱어송라이터 ‘서정’이 모여서, FIBER FUNK!를 외치는 ‘FIBER FUNK’ (파이버 펑크). 첫 싱글 앨범 <Fiber Funk Business>은 산책하면서, 설거지하면서, 또는 집에서 식사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인 ELECTRONICA를 추구한다.

 


↓↓유튜브에서 한방에 듣기↓↓

 

Editor / 카리나 도

Karina.do@poclanos.com

[그 앨범의 아트워크] 황다움 디자이너 (김뽐므 – 여인에게)

하비누아주의 보컬 김뽐므가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긴 커리어를 통해 그간 들려줬던 것과 다른,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채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EP 앨범은 CD로도 나왔고, K-INDIE 차트 20위에 올랐다. 아트워크뿐만 아니라 CD는 김뽐므의 음악만큼이나 매력적인데, 여러분도 직접 구입해서 독특한 패키지를 만나봤으면 한다. 이 앨범의 비주얼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하여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봤다.

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그래픽디자이너 황다움입니다.

인터뷰는 처음이신가요?

– 디자인을 갖고 하는 인터뷰는 처음입니다.

우선 어떻게 앨범에 같이 하게 되신 건지부터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뽐므님께서 공개를 하셨더라구요. 사촌지간인데요.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이미 알리셨더라구요. 저는 원래 공예를 전공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그래픽으로 전향을 하게 됐어요. 그때까지도 언니랑 그다지 친하진 않았어요. 연락처도 모르다가 최근에 작업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냥 인사만 주고받던 사이인데, 가족 이런 걸 떠나 하비누아주 노래를 그냥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팬으로 있다가, 요즘에 제가 이런저런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앨범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봐서 이번에 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꽤 예전, 하비누아주 앨범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적 있으시더라고요.

– 하비누아주를 처음에 듣고 언니인 줄도 몰랐어요. 듣는데 너무 익숙한 목소리라 찾아보니 언니였던 거에요. 그러다 보니 더 색안경 안 끼고 팬으로 더 좋아하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질문해볼게요. 이번 앨범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많은 얘기를 했었는데, 앨범자체의 얘기를 한 것보다는 사람의 생각, 사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번 김뽐므 앨범이 일기 같은 앨범이잖아요. 언니의 작업방식도 글을 먼저 적고 곡조를 붙이는 식인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니도 그런(앨범과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보니 가치관도 더 알게 됐고, 워낙 디자인을 해가면 언니가 좋은 취향을 갖고 있어서 피드백도 잘 해주고, 그러다가도 아닌 것 같다 싶으면 빠르게 엎자고 하면서 쿵짝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앨범의 비주얼을 만들 때, 전체적인 부분에 있어 아티스트가 지녔던 생각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어느 정도 공유했는지도 궁금했고요.

– 앨범에 관한 아티스트의 생각은 있었죠. ‘빨간색을 쓰고 싶다’, ‘흑백사진이었으면 좋겠어’ 라는 것만 있었어요. 이건 본인이 앨범을 만들면서 가져온 생각이니까 당연히 반영을 해야 하는 거였죠. 거기에 추가적으로 더 반영하고 싶었던 게, 어떻게 보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표지가 나올 것 같아서 그걸 살짝 비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기존에 서로 가지고 있던 빨간색과 흑백사진을 정갈하게 놓은 표지로 하고 새로운 것들도 작업을 했던 거에요. 기왕 만드는 시안이니까 분위기가 각각 달라야 좀 재밌더라고요. 일부러 분위기를 다르게 가져가고, 그 과정에서 지금 표지가 더 돋보였던 것 같아요. 이게 정답인지를 서로 알아가기 위해서 작업을 많이 한 것도 있어요.

엄청 다채로운 색보다는 심플한 느낌으로 몇 가지 색만을 쓰셨더라고요.

– [여인에게]라는 타이틀도 그렇고 앨범이 가지고 있는 색깔도 빨간색과 블랙은 맞다 서로 생각했어요. 노란색은 좀 더 상징적인 색깔로 뽐므님이 살짝 넣어보고 싶다고 해서 넣어보고, 서로 생각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인스타에 시안을 올리셨던데, 다양해서 놀라웠어요. 특히 폰트를 직접 제작하셨는데, 폰트를 만드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 폰트를 만든 게 제일 시간이 오래 걸렸고, 베스트라고 생각했지만 묻히더라고요. 사진과 빨간색과 검정색의 대비가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강렬하지가 않더라고요. 앨범 분위기랑도 어딘가 조화가 덜 된 느낌? 그건 탈락이 됐죠.

작업을 하시는 분으로서도 그렇고,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으로서 처음 음악을 받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 하비누아주 노래만 듣다가 김뽐므 솔로앨범의 다섯 트랙을 들은 거였으니까. 원래의 하비누아주도 차분하고 우울한 음악을 하는데, 저는 (그들이) 직설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했거든요. 센 사람?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잖아요. “나 너무 힘들다”, “슬퍼” 이런 게 가사에 직설적으로 적혀있잖아요. 아티스트들 보면 성격이 직설적인 사람들이잖아요 실제로도(웃음). 그런 게 솔로앨범에서 분위기가 차분하고 적막한데 사실 그 안은 강하고 센 느낌이었어요. 가사도 직설적으로 말하고. 뽐므의 어조가 차분하지만 말하는 내용은 ‘이거 싫어’, ‘이거 아니야’, ‘이거 좋아’ 이렇게 확실하게 말하거든요. 그런 인상과 느낌을 바탕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이 앨범은 또렷해야한다. 약한 척 하는데 강해야 한다. 그런 인상을 바탕으로 작업했어요.

그렇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과적으로는 잘 나왔나요?

– 저는 너무 잘 나왔다고 생각하고, 아티스트랑도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원래는 빨간색이 옷만 빨간색인데 배경에 빨간색으로 계속 갔었어요. 그러다 빨간색이 잘 보이는 건 좋은데 굉장히 평범한 느낌이고, 강해 보이지 않고 임팩트가 없어 보이는 거에요. 되게 여성스러운 이미지만 남았었는데 아예 배경을 블랙으로 바꿔버리고 옷만 빨간색으로 가버리면서 강렬하게 나왔고. 계속 느끼는 게 앨범 타이틀도 그렇고, 앨범제목이 [여인에게]인데 뽐므가 여자로서의 내용을 담은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수식어가 안 붙은 김뽐므 그 자체잖아요? 그래서 되게 살짝 뉴트럴하게 바뀌면서 멋진 신여성? 신여성보단 신사람? 잘 나온 것 같아요.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내지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사실 각 페이지가 떨어져 있잖아요. 그렇게 제작하신 이유도 궁금했어요.

– 가장 결정적인 게, 요즘 CD에 돈을 안 쓰는데 CD 앨범이 웬 말이냐 했죠. 저에게는 그런 베이스가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 이후로 CD 안 써봤어 언니” 그러고. 그런데 뽐므는 아티스트로서 ‘그래도 앨범은 굿즈의 형태로 소장하는 거니까’ 하더라고요. 그래서 소장에 가치를 둬야겠다 생각했어요. 사실 예산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뭔가 큰 기교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내지가 원래 기본 책자의 형태인데 거기서만 뭔가 역할을 줄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한 게 ‘누구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게 하자고 생각했죠. 가사도 그렇고, 앨범 제목도 그렇고 ‘누구에게’라는 거니까. 편지를 쓰게 해서 가사지도 기존의 앨범들이 가사 묶음집처럼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그걸 벗어나보자고 했어요. 사실 가사지를 눈 여겨 읽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한번 보고 말고. 왜냐면 가사는 스트리밍할 때 폰으로 보거나, 사실 들리잖아요. 가사지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러면 가사에 맞는 디자인이 들어가야지, 가사가 빼곡하게 나열돼 있으면 종이 출력비도 들고 인쇄비랑 종이비 드는데. 기왕 돈 쓰는 거 이유 있게 쓰자 이런 거였죠. 그래서 앨범의 다섯 가지 트랙을 각각의 엽서로 하는데 가사와 음악이 주는 느낌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거였어요. 제가 들었을 때의 감정들. 그 중에는 사진 들어간 것도 있고. 저도 그렇고 뽐므도 그렇고 ‘보이지 않아요’의 내지를 가장 좋아했던 거 같아요. 정말 보이지 않게 막아버렸거든요. “Dying With You”는 떨어지는 듯한, 낙하하는 듯한 이미지였고요. 기왕 만드는 거 종이들이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 굿즈면 굿즈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시디를 사는 것 이상의 경험을 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에서 만들었어요.

한 장 한 장이 떨어져 있어서 예쁘기도 하고, 사실 김뽐므님께서는 CD를 주실 때 엽서처럼 쓰라고 하셨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어쨌든 CD를 구성하는 것 중 하나인데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될 것 같고.

– 그래서 더 소장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더 아껴 써야 될 것 같고. 각각이 다같이 구성되어야만 앨범을 완성하는 느낌이 들어서. 한 장 한 장 소중한 앨범이 된 것 같아요.

디자인은 대부분 같이 결정하셨겠지만, 작업하시는 과정에서 이견은 크게 없으셨겠네요.

– 거의 없었어요. 워낙 아티스트의 취향을 잘 알고, 아티스트도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미적으로 좋은 눈을 갖고 있어서 저도 아닌 건 아예 빨리 넘기고 맞는 것만 주고, 의사결정을 할 때도 아닌 건 아니다 하고 좋은 건 좋은 거고 이런 건 좀 더 발전시켜보자 이런 게 생각이 되게 비슷해서 되게 수월하게 작업했어요. 대신 수정은 좀 많았지만… (웃음) 서로 더 좋은 걸 하려고 수정을 끝까지 가긴 했어요. 조금씩 사이즈 조절, 톤 조절하고.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셨군요) 안 보이지만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사진을 활용하셨잖아요. 그러면 사진을 선택해야 했는데.

– 표지를 쓰는 사진은 너무 인위적인 사진은 하지 말자고 했어요. 멋 부리고 찍은듯한 사진은 내지에 넣자. 너무 자연스러운 사진도 표지감은 아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우면서도 적당한 느낌의 사진이 누워있는 사진인데 그걸 고르게 됐고. 그게 눈빛도 포즈도 그렇고 힘이 빠진 것 같은데 곧 일어설 것 같은 느낌? 보자마자 이게 표지네 했거든요. 눈빛도 그렇고 각도도 그렇고 되게 좋은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본업으로 이야기를 조금 돌리면, 앨범 디자인은 처음이신 거죠? 하고 계신 일에 관해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 그래픽이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브랜딩 위주로 해왔고 하고 있긴 해요. 브랜딩이란게 어떤 브랜드의 로고를 만들고 로고를 활용한, 카페로 치면 메뉴판과 포스터, 간판을 만드는 일이죠. 김뽐므도 어떻게 보면 브랜딩 관점으로 보면서 작업해서 수월하게 한 것 같아요. 이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 아티스트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사람들한테 어떻게 인상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했어요. 요즘에는 앨범 작업이 들어와서 너무 재밌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고 있고요. 독립디자이너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음악은 전부터 항상 관심이 있으셨나봐요.

– 음악은 거의 항상 틀어놓고 작업을 하거든요. 새로운 음악 찾는 거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악 계속 틀어놓고 작업하고 그래서. 음악에 따라 작업하는 작업의 방향이 바뀐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 앨범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으신 적 있으시더라고요.

– 크게 장르를 타진 않는데요. 인디도 좋아하고 재즈도 좋아하지만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해요. 좋아하는 느낌의 음악들을 좋아해요. 질감이 생생한 음악들. 밴드음악을 되게 좋아하는데 생동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기타소리도 드럼소리도 살아있는 것 같고 그런 청량한 음악? 날 것 같은 음악? 그런 것들이 좋고 요즘에도 그런걸 찾아 듣고 있고. 아이돌 음악도 조금 좋아하고. 구분은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막바지인데요. 함께 일하시며, 참여하신 입장에서 김뽐므의 음악 혹은 [여인에게]의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요?

– 작업할 때도 생각했지만 강한 사람이 된 느낌? 한꺼풀 벗고 멋지게 등장한 느낌. 굉장히 단단해지고 또렷하고 명료해진 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아서.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뽐므도 그렇고 하비누아주도 그렇고 되게 솔직한 노래들이라서 살면서 평소에 잘 말하지 못하던 감정들을 대신 말해주는 느낌이라서. 되게 가사도 평상시에 말 못할 혼자 일기장에 적을 것 같은 걸 노래로 부르는데 그런 거랑 똑같았어요. 누군가 감추고 있던 속내를 털어놓는 느낌. 그래서 저도 들으면서 그랬고 뽐므도 속 시원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해놓고 나니 별 거 아니네? 괜히 겁먹었잖아?’ 저도 처음에 작업하면서 이걸 어떻게 방향을 가져가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중심을 잡고, ‘이 앨범은 또렷하고 명확한 김뽐므라는 사람의 앨범이야’라고 생각을 하면서 작업하다 보니 되게 잘 나오게 됐고. ‘하고 나니 별 일 아니잖아, 잘 됐잖아?’ 이런 의미의 앨범이지 않았나 싶어요.

끝으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이런 음악을 풀어보고 싶다 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 저는 요즘 앨범작업을 하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인디도 그렇고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모든 현장에서 일을 하면 금액이 문제거든요. ‘최대한 싸게 해주세요, 패키지에 돈 안 들게 해주세요’. 저도 그렇고 저도 당연히 구할 때 최대한 절약하자 하니까. 그러다 보니 이번에 구성도 내지 구성 정도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내지구성이 할 수 있는 영역인 거 같은데…  좀 메이저한 아이돌 앨범도 해보고 싶어요. 영화 포스터 같은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스토리가 있는걸 좋아하다 보니까. 음악도 스토리가 있는 거잖아요. 영화도 한 스토리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니까. 스튜디오 빛나는이라고 있는데 너무 좋아하거든요. 저런 영화의 장면을 저렇게 담을 수 있구나. 그런 작업도 재밌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LP도 욕심나실 것 같아요.

– 너무 하고 싶죠. 요즘에 LP도 워낙 많이 만드니까. 근데 LP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더라고요. LP도 정말 맘먹고 만들어야 하는구나.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LP 너무 해보고 싶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앨범이라는 형태 자체가 꼭 CD여야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시대에 필요한 누구나 좋아할만한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블럭의 싱글콜렉션] 5월 추천작: 하린, 헤이트 외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응원하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이 시기가 어떻게 지나갈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음악가를 응원한다. 동시에 그들을 통해 잠시나마 잊었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법한 곡들을 소개한다.

피타입 – 블루문특급

음악가 피타입이 근래 낸 작품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동시에 실제로도 수작이다. 소싯적 “돈키호테”를 “교가”라고 하면 알아듣는 그 시절의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세련된 네오 소울 문법이 매력적으로 배어 있다. 무게 있거나 진중한 것이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어른의 언어를 쓰는 곡에서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피타입 특유의 목소리와 박자감각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블루문특급은 80년대 후반 미국에서 크게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제목이다. 한국에서도 방영했었다.

I Mean Us – 24 Years Old of You

드림 팝, 슈게이징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는 대만의 밴드 I Mean Us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정서를 이야기하는 편이다. 지금까지는 댄서블한 곡도 선보였고, 이번 싱글처럼 서사가 느껴지는 사운드스케이프 중심의 곡도 선보였다. 두 가지 면모에서뿐만 아니라 어떤 식의 속도감을 내더라도 항상 높은 밀도를 선보이며, 잘 짜인 예쁜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는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이미 성공적으로 아시아 투어를 했고 아시아 밖의 해외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받는 만큼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보자.

슬릭(SLEEQ) – HERE I GO

요즘 [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 출연 중인 슬릭이 방송에서 선보였던 곡이 바로 이 곡이다. “HERE I GO”는 슬릭의 다짐, 혹은 그의 심지와 같은 부분을 차분하면서도 탄탄하게 선보인다. 무대의 프라이드 플래그, 그의 신념 혹은 평소 이야기하는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슬릭이 더없이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들어주는 세상이 오기까지 슬릭을 응원한다.

너와 – 권태

너와의 “권태”는 좋은 팝 발라드다. 평범하게 이별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격정적으로 헤어지자고 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끝난 상대와 차분하게 멀어지는 덤덤함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과거 2000년대 한국 알앤비-발라드 곡이 떠오르기도 하며, 이루리와 레니라는 친구 음악가의 도움 덕에 좀 더 리드미컬하고 꽉 찬 곡이 완성되었다.

사공 – Footprints

지금까지 사공의 곡에는 어딘가 한국적 정서가, 그러니까 한국에서 인디 혹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라고 불렸던 음악의 결을 이어오는 정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두 곡이 담긴 싱글 [Footprints]에서는 그보다 좀 더 목가적이고 서구의(?) 포크 음악을 선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이 갑작스럽게 변한 것은 아니다. 또한 사공만이 선보였던 정서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저 해외 포크 음악부터 국내 포크 음악까지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다.

하린 – 어른

작곡가/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기타리스트 션(Shyun)이 참여한 하린의 “어른”은 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린아이가 되는 상황과 그 마음을 노래한다. 하린은 지금까지 네 장의 싱글과 그걸 묶고 “시간아 멈춰줘”를 더한 EP [어떤 날]을 발표했는데, 함께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괜찮아요”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는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더욱 그 감정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화사하거나 해맑지 않아서, 자신만의 색감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좋다.

위니 – What a day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곡이다. 날씨는 참 좋은데 쉽게 밖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서로 지켜야 할 부분을 지킨다면 충분히 집이 아닌 공간에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각자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달달한 하루를 만들어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과 소소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며칠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Joe Layne – Sometimes I Miss You So Much

매력적인 목소리로 감미로운 음악을 풀어내는 조 레인(Joe Layne)의 신곡이 나왔다. 장르 문법에도 충실하고, 간결한 구성이 딱 맞아 떨어지며 보컬과 서로 최적의 자리를 내주며 하나의 곡을 풀어갈 때 주는 쾌감이 확실하다. 물론 감성적인 음악 그 자체로도 장점이 뚜렷하다. 요즘의 트렌드와도 잘 맞아서 ‘chill한 바이브’의 음악을 찾는 이에게 추천한다.

헤이트(hate.) – Don’t

이전에도 헤이트를 소개한 적 있다. 드림팀까지는 아니라고 반박하는 이도 있겠으나, 내 기준에서는 드림팀에 가깝다. 정갈하고 멋진 편성과 연주, 합을 지난 싱글에서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한층 끌어올린 해상도로 그 매력을 더 진하게 드러낸다. 김원(James Keys)의 보컬과 오도마의 랩이 지닌 궁합은 이미 오도마의 앨범에서 한 번 공개했지만, 이번 싱글에서는 여전함 그 이상의 호흡을 들려준다.

moza – Jane Doe

moza(모자)의 가장 큰 장점은 독특한 소리 구성이다. 그만큼 곡이 지닌 소리 하나 하나에, 그리고 그 조합에, 그 자체에 큰 중점을 두고 곡을 만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첫 정규 앨범 [Wall cube] 이후 첫 번째 싱글인데, 첫 앨범에 쟈드부터 로파이베이비의 세이까지 공들여 피쳐링을 섭외하는 등 굉장한 공을 들였다면 이번 싱글은 그 규모만큼은 확실히 줄었지만 대신 음악가가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을 가져갈지 그 길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서울문 – Color

위로와 용기가 되는 가사, 따뜻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까지 서울문이 사랑 받는 이유가 이번 곡에도 담겨 있다. 아마 서울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신보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울문 특유의 심플한 곡 구성이 이번에도 장점으로 드러나지만, 좀 더 춤추기 좋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 받을 수 있는, 각자가 자신만의 색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란다.

이설아 –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곡의 주인공은 포크라노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해마다 그 해를 살고 싶은 문장 하나를 두려고 해요. 지난해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로 지냈고, 올해는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 문장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무모하게 살아봐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꼭 올해의 첫 곡으로, 이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긴 이야기가 필요할까?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니 매거진네이버 포스트를 찾아 읽어보자.

[B-Side] 두 번째: 무명천사 SKY, Beautiful Disco, 그리고 이영훈

B-Side: The less important side of a single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EP. 2
무명천사 SKY / Beautiful Disco (뷰티풀 디스코) / 이영훈

1.무명천사 SKY / 너나 잘해

From the EP [없는사람] (2020.04.28)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음악 장르 중 ‘이모랩’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록 음악의 서브 장르인 ‘이모코어’(Emocore), 소위 ‘이모’의 영향을 받은 힙합의 서브 장르다. 비슷한 시기에 부상한 ‘멈블랩’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남부 힙합이 뿌리가 된 멈블과 달리 록에 더 영향을 받은 장르답게, 보다 록적인 사운드가 부각되는 프로덕션과 더불어 보컬 퍼포먼스도 대체로 보다 감정적이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 약물, 자살 등이 가사의 주요한 소재가 되는 장르여서일까. 이 장르의 대표 아티스트들을 손에 꼽아보면 유독 일찍 세상을 떠난 젊은 아티스트들이 많다.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Lip Peep’(릴핍)과 ‘Juice WRLD’(주스 월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XXXTENTACION’(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운명을 달리한 이들은 모두 90년대 후반 출생으로 사망 당시에 겨우 스무 살을 갓 넘긴, 어린 나이였다.

최근 데뷔한 아티스트 ‘무명천사 SKY’의 첫 EP [없는 사람]의 단 두 줄뿐인 소개글의 마지막 한 줄은 ‘This album is dedicated to Lil Peep’이다. 그가 지향하는 음악이 무엇일지, 음악을 들어보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총 다섯 곡을 수록한 이 EP는 음악적으로는 이모랩을 지향하고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이별 후의 여러 가지 정서들을 1인칭 시점에서 독백적으로 읊조리거나 혹은 절규하듯 내지른다. 이 중 ‘너나 잘해’는 수록곡 중 가장 밝은 분위기의 곡이다. 경쾌한 기타리프와 리듬을 축으로 하는 록적인 사운드, 이별을 극복해가는 감정 상태를 내지르듯 노래하며 우울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드러내는 보컬이 모두 경쾌하게 질주하는 이 곡의 정서는 마치 이모랩을 넘어 얼터너티브-록 그 자체로 느껴질 정도다.

예사롭지 않은 만듦새와 장르 문법에 대한 충실한 이해.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이모랩 작품이다. 최근 한국에도 이모랩을 지향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 흐름에 주목하는 이들이라면 ‘무명천사 SKY’의 이 인상적인 데뷔작을 꼭 체크해보길 권한다.

2.Beautiful Disco / On My Mind (feat. Moonside)

From the album [ANXIETY FREE] (2020.04.20)

다소 개인적인 얘기지만 대략 2009년 즈음부터 한동안 비트뮤직을 집요하게 탐닉하던 시기가 몇 년 가까이 있었다. 워낙 귀에 걸리는 대로 이것저것 듣던 시기였기에 그 계기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은 위대한 ‘J Dilla’(제이딜라)의 유작 [Donuts]의 영향일 수도, 혹은 그 즈음에 딜라의 영향을 받은 일련의 뮤지션들이 바다 건너 LA에서 어떤 ‘씬’을 만들기 시작한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당시 내가 들고 다니던 클래식 아이팟 속엔 ‘Afta-1’, ‘Flying Lotus’, ‘Knxwledge’, ‘Byron & Onra’ 등의 음악이 늘 자리잡고 있었고, 이 즈음 한국에선 ‘시모 & 무드슐라’가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기억도 자연스레 함께 떠오른다.

대중들에겐 다소 낯설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의 힙합,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Beautiful Disco’(뷰티풀 디스코)는 제법 익숙한 이름이지 않을까? 비트메이커이자 프로듀서, 디제이인 뷰티풀 디스코는 앞서 언급한 예의 ‘씬’(LA 비트 씬)의 음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음악들을 만들어왔으며 국내외를 넘나들며 비트뮤직 음악가들과 왕성히 교류하고 있다. 샘플링을 기반으로 소울, 훵크(Funk) 등의 흑인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서 커팅한 소스들을 재가공, 재구성해 만들어내는 그의 음악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몽환적이다. 정제된 소울풀함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말 아시아 각국의 비트뮤직 음악가들이 모인 컴필레이션 [First Class Tape]을 주도하기도 했던 뷰티풀 디스코가 최근에 발표한 앨범 [ANXIETY FREE]는 2분 남짓의 짤막한 비트 열 곡을 담은, 일종의 소품집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아티스트 특유의 따뜻한 소리들, 절제된 듯 풍성한 댐핑과 레이드백이 느껴지는 드럼은 푸근하고 편안해 마치 휴식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현실 너머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한 추상적인 감각도 함께 제공한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On My Mind’는 작품의 이런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 아닐까 싶다.

3.이영훈 / 안녕 삐 #2

From the album [내가 부른 그림 2] (2015.02.05)

이번엔 조금 과거로 돌아가보기로 한다. 이번 글에서 마지막으로 다룰 곡은 싱어송라이터 ‘이영훈’이 2015년에 발표한 앨범 [내가 부른 그림 2]에 수록된 곡 ‘안녕 삐 #2’다.

최근엔 활동이 뜸한 이영훈은 마치 본인의 음악적 행보처럼 늘 느릿느릿하고, 또 고요하다. 또박또박 차분하게 부르는 노래도, 핑거스타일 주법으로 한 음 한 음 짚어가는 기타 연주도, 심지어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향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조차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도 이영훈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드문드문 드러나는 ‘일종의 진심’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느릿느릿 조용하게, 마치 마음을 꾹꾹 눌러 부르고 연주하는 듯 느껴지는 이영훈의 음악에선 언제나 그의 진심이 은은하게 배어난다.

‘일종의 고백’, ‘가만히 당신을’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2집 [내가 부른 그림 2]는 이런 이영훈 고유의 감성에 같은 레이블 소속의 음악가 ‘선우정아’의 조력이 더해져 완성된 수작이다. 이 앨범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프로듀서’ 선우정아의 세심한 편곡이 동반되며 – 보컬과 기타 위주의 단출한 구성을 취했던 – 전작 [내가 부른 그림]과 달리 한층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인데, ‘안녕 삐 2’는 이런 특징이 특히 도드라지는 지점이다. 본래 1집에 수록했던 동명의 원곡을 새롭게 편곡해 수록한 것으로 원곡과 비교 감상이 가능한 곡이기 때문이다.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피아노 연주가 드문드문 더해지며 정적으로 전개되는 원곡 ‘안녕 삐’에 비해 어쿠스틱 기타, 오르간,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밴드 셋으로 레코딩된 ‘안녕 삐 #2’는 기승전결이 확실한 편곡으로 한층 드라마틱한 전개를 들려준다. 특히 간주 부분에서 전면으로 등장하는 ‘조성태’의 오르간 연주는 서서히 고조되던 감정선을 단숨에 절정으로 이끌어가는 이 곡의 백미다.

Editor / 김설탕SUGARKiM

sugarules@poclanos.com

[FIRST ALBUM INTERVIEW] 이설아의 처음, [네가 곁에 있었으면 해]

이설아의 첫 번째 앨범
/ ” 네가 곁에 있었으면 해 “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후회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무모하게 살아봐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고, 후회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입에 붙은 확신이라는 단어가 참 단단해 보였다. 지금의 단단한 마음에 시작이 되었던 시간들, 2016년 7월 발매된 ‘이설아’의 첫 번째 앨범 [네가 곁에 있었으면 해]의 이야기다.

Q.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최근 독특한 제목의 곡을 발매하셨어요.

해마다 그 해를 살고 싶은 문장 하나를 두려고 해요. 지난해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로 지냈고, 올해는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 문장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무모하게 살아봐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꼭 올해의 첫 곡으로, 이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Q. 동명의 메일링 서비스를 8개월간에 걸쳐 진행하셨죠, 어땠어요?

답답하고 묵혀뒀던 말들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앨범을 발매하고 나면 공허한 기분이 휘어잡을 때가 있어요. 그 시기들을 메일링 덕분에 많이 채웠어요. 처음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됐는데, 재구독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좋은 말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신기했어요. 무모하게 시작해도 값진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위로를 많이 받았고, 다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어요.

[MV] 이설아 (Lee Seol Ah) –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SMMM) / Official Music Video

Q. 평소에 글을 많이 남기시나 봐요.

그렇지는 않아요. 원래 지내던 환경에서 벗어나, 시간을 냈을 때 글이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그런 시간이 생기면 작정하고 글을 써놓아요. 그래서 어딘가로 떠나있는 시기가 항상 필요한 것 같아요.

Q. 그럴 땐 주로 어떤 글을 쓰세요?

그냥 제가 보고 겪은 것에서 파생되는 주제들이요. ‘샤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샤워 후 알몸으로 있는데 그 순간이 너무 안전하게 느껴졌어요. 그런 생각을 글로 남기기도 하고, 가사를 쓰기도 하고요.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도 제주도에서 썼어요.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다른 환경에 놓여 있을 때 무언가를 많이 써요.

Q. 처음 발매한 EP [네가 곁에 있었으면 해]는 어떤 앨범이에요?

성인이 되고 3년 동안 썼던 곡들을 추린 앨범이에요. 처음이라 그런지, 풋풋하고 앳된 기분이 들고 얼마 안 지났는데도 되게 예전처럼 느껴져요. 혼자 우뚝 서 있는데도 외로울 때가 있고, 사람이 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비단 연인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요. 어떤 식으로든 ‘결핍’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예를 들면요?

‘시간의 끈’이란 곡은 늙어서 다시 들으려고, 가장 어릴 때에 남겨놓고 싶었던 곡이에요. 이번에 다시 들었을 때도 예전의 결핍과 지금의 결핍이 다른 게 느껴지더라고요. 노년일 때는 또 어떤 결핍이 있을까 궁금했어요. ‘별이 내리는 길목에서’는 잘 지내고 있지만 왠지 그리운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상을 담았어요.

[Official Teaser] 이설아(Lee Seol Ah) – 별이 내리는 길목에서

Q. 음악 경연대회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 음악을 들려줬어요. 왜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어요?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싶었어요. 그때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대학생만 참가할 수 있었어요. 워낙 동경하던 대회라, “대학 가면 꼭 참가해야지!” 했었어요. 방에서 혼자 곡을 쓴다고 쓰는데, 이걸 어디 들려줄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처음부터 그런 기회를 만들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기회가 생기면 다 부딪혀보고 싶은 도전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16 헬로루키

Q. 대회 출전으로 붙은 수식어들이 있잖아요. ‘엄마로 산다는 것은’ ‘최연소 금상 수상’ 등등의,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느껴요?

우선 되게 감사해요. 저를 기억하는 무언가가 있는 거잖아요. 체감상 크게 다른 건 없는데, 참가했다는 그 몇 문장만으로도 인정받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해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위안에도 도움이 되고요.

K팝스타 4

Q. 그리고 2년여 후에 첫 앨범을 발매했어요. 그 사이엔 어떻게 지냈어요?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졸업 후 꼭 서울에서 살고 싶었어요. OST 작업도 하고, 공연도 하고, 여러 작업을 병행하면서 자취를 준비했어요. 결국 서울 옥탑방에 자리 잡고 앨범 작업을 시작했어요. 음악 만들고, 텀블벅 구상하고, 피지컬 CD 제작하고, 혼자서 다 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저돌적이었던 것 같아요.

Q. 곁에 도움을 구할 사람들은 없었어요?

원하면 도움을 구할 수 있었는데, 왠지 모를 오기가 있었어요. 처음 다수의 사람에게 알려진 음악이 차분한 발라드다 보니, 그 이미지가 되게 강했거든요. “나는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은데 아 답답해” 어린 마음에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든 걸 혼자 해보고,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Q. 그래서 결국 혼자 내린 결정은 어떤 거였어요?

되게 많이 고민했어요. 예전부터 작업해둔 음악들을 꺼내고 싶은데, 뜬금없게 들리면 어쩌나 걱정됐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기대했던 음악과 다름을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았어요. 제가 정말 좋아서 한 선택이었으니까요. 후회하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때 그 곡들을 빼내지 않았으면 많이 답답하고 곪았을 거예요.

Q. 그렇게 발라드와 낯선 사운드의 앨범을 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뭐예요?

멜로디나 편곡적으로 꼭 오리엔탈 요소를 넣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저도 그런 부분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제 노래에는 늘 동양적 요소가 들어가요. 우리 음악에 한국적 색이 들어가 있다면, 한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가장 납득이 가는 음악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앨범 준비하면서는 어떤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으니까, 그 선택으로 해방감을 얻는 게 가장 우선이었어요. “먹고 살 직업으로 성공해야겠다” 하고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더 컸어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소리를 꼭 담아내고 싶었어요. 실제 악기 연주를 담고 싶으면 휘슬을 사서 연습하고, 피들 연주자분을 대구에서 모셔오기도 하고요. 또 미디 꿈나무로서, 투박하지만 좋아하는 비트들을 직접 찍어 넣었어요. 원하는 사운드를 내는 데에 특히 노력한 앨범이에요.

Q. 앨범이 발매되고, 직후엔 기분이 어땠어요?

오디션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분들이 제 소식을 받아보고 있었는데, 그거에 대비 앨범 반응 수가 적었어요. “그렇지 원래 이런 거였지” 하면서도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킨 대가가 이런 거구나” 알게 돼서 재미있었어요.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마냥 허탈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이설아(Lee Seol Ah)- 평행선(Parallel Line): 신촌전자라이브 Sinchon Electronics Live

Q. 발매 후에 스스로 달라짐을 느낀 부분이 있었어요?

그때는 되게 저돌적으로 곡을 썼어요. 노래를 들어보니 저만 생각했더라고요. 그렇게만 음악을 해도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앨범을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나오면 또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음악을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재미있게, 지치지 않게, 오래오래 하려면 누군가 들어줘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저는 여전히 재즈도 하고 싶고, 록도 하고 싶고, 월드 뮤직도 하고 싶지만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녹여내면서도 청자를 더 생각하게 됐어요. 그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배워가도록 하는 데 불을 지펴준 앨범이에요.

Q. [네가 곁에 있었으면 해]가 어떤 앨범으로 남길 바라요?

앨범을 발매하고 1, 2년쯤 후에 “괜히 냈나?”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는 되게 불안하고 모호했어요. 이걸 어떻게 풀어내야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까, 너무 대책 없이 냈나 싶었어요. 지나고 보니 제가 저를 사랑하지 못해서 그 기록들마저도 부정했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저를 더 아끼게 되면서, 그 시기의 기록들도 모두 품을 수 있게 됐어요.

들으시는 분들도 그걸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이 뮤지션이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걸어왔고 그래서 내가 이 노래까지 듣게 되었구나”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이 앨범을 듣고 그 다음 앨범을 들어보는,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시도만 되어도 정말 값지다고 생각해요.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제 첫 기록물로 앨범이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저는 곡을 만들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그걸 내보이기가 너무 힘들어요. 지금의 마음과 그때의 마음이 달라서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 든 기분들을 너무 멀어지기 전에 내고 싶어요. 이번엔 좀 더 희망적인 곡들이 모일 것 같아요. 부를 때마다 힘이 나고, 좋은 것들을 생각하고 싶은 노래들이요. 제 성향상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무거움이 있을 테지만, 이번엔 그 구렁이에 깊이 빠지지 않고 힘이 되는 음악들을 꾸려보고 싶어요. 그런 계획을 하고 있어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이설아

[블럭의 싱글콜렉션] 4월 추천작: 최정윤, RIO 외

블럭의 싱글콜렉션 – 4월 추천작: 최정윤, RIO 외

싱글콜렉션을 쓰다 보면 한 달이 빠르게 느껴진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소 정신 없고 산만한 나날들을 보내는 것이 비록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언택트 공연과 각종 온라인 이벤트가 늘어나면서 그나마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하지만 실제로 공연을 가는 것과 온전히 같은 경험을 주기는 힘들다. 코로나 블루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상황이 생기며 생각도 많아지고 인생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도 많아지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좋은 음악이 힘을 더 발휘한다고 믿으며, 4월의 추천 싱글을 소개한다.

최정윤 – Silly Love Song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곡은 최정윤의 “Silly Love Song”이다. 물론 행복한 마음으로, 설렘을 함께 하며 들을 수 있는 곡이지만 동시에 좋은 팝 음악이라는 점에 집중해서도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음악적 성취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뻔한 얘기지만,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감성은 듣는 이의 마음을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가에게는 기술도, 깊이도 요구되지만 그 사람만의 감성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욱, 송희란 – WALLS

포크라노스에서 유통하는 두 사람이 함께 싱글을 발매했다. 지금까지 잘 짜인 팝 음악을 들려준 김욱과 발라드 넘버부터 청량한 곡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해온 송희란이 만난 결과는 의외로 전자음악의 구성과 기타의 배치가 인상적인 웰메이드 팝 음악이었다. 유행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서도,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두 사람의 특징이 어느 정도 모두 담겨 있으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이토록 밀도 있게 완성했다는 점이 놀랍다.

설기(Sulgi) – Alice

새로운 음악가는, 그 중에서도 높은 가능성을 보이는 음악가는 언제나 환영이다. 이번 달에는 그런 음악가를 두 사람이나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기뻤던 것 같다. 싱어송라이터에 가까운,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과 연주까지 직접 해내는 설기의 이름은 하얀 백설기에서 따왔다고 한다. “순백인 상태의 감성”을 표현하는 음악가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히 순수함이라고만 하기 어려운 다양한 결의 표현이 가득 담겨 있다.

RIO – WASH AWAY

다른 싱어송라이터 한 명은 바로 리오다. 마찬가지로 작곡, 편곡은 물론 대부분의 작업을 직접 해내는 리오의 “WASH AWAY”는 한 음악가의 매력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으며, 뮤직비디오까지 함께 보길 권한다. 차분한 음색에서 오는 전달은 발랄한(?) 뮤직비디오와 묘하게 잘 어울리면서도 음악가에게 더욱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단 한 곡만으로 한 사람에게 기대를 걸 수 있다는 걸 여러분도 직접 경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정훈 – 슬픈 인연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수상과 민트페이퍼의 컴필레이션 “bright” 참여로 이름을 알려온 한정훈이 자신의 첫 싱글 “슬픈 인연”을 발매했다. 사실 한국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옛 한국 음악을 함께 좋아하거나 동아기획 시절의 한국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곡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발하거나 독특하진 않아도, 덤덤하게 흘려 보내는 듯한 연주와 노래는 화려함에 지친 이들에게도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No2zcat, UNE – Uninvited

노이즈캣과 으네가 만든 이번 싱글은 지난 싱글 “…”과 더불어 느리고 어두운 톤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말로 칠(chill)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컬의 디테일이나 사운드스케이프가 가진 독창적인 부분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꾸준히 싱글을 선보일 두 사람의 프로젝트를, 그리고 노이즈캣과 으네 각각의 프로젝트까지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가져보자.

SE YEON(이세연) – 봄벤트

누군가는 이런 곡을 고르면 의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곡을 소개하는데 있어 선입견이나 특정 이미지만을 고르지는 않는 편이다. 실제로 “봄벤트”는 좋은 곡이며, 발표하는 음악가 당사자가가 긴 시간 스스로 아끼고 또 사랑해온 곡이기도 하다. 듣기 좋은 계절 노래이긴 하지만, 그의 유튜브 채널이나 기존 발표곡을 들어보면 그가 지닌 재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차가울 때도, 따뜻할 때도 모두 매력적인 세연의 세계는 이제 시작되었다.

소수빈 – 나도 날 잘 (umm)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음악가를 나라에 보내야 할 때가 그렇다. 소수빈 역시 열심히 활동하다 군대에 갔다. 요즘은 상대적으로 입대 시기가 짧아져서 조금 덜 아쉽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편안하다가도 진지함을 들려주는 그였기에 이렇게 보낼 때 마음의 허전함이 더 크다. 그저 다녀와서의 음악을 기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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