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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다린, 손서정, 시너가렛

발행일자 | 2022-12-01

대체할 수 없는 목소리의 힘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다린 <축>

 

다린의 음악은 한 글자, 한 글자 연필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간 편지를 닮았다. 서걱거리는 목소리의 질감과 사려 깊게 골라낸 언어들이 한데 모여있으니, 마치 보내는 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처럼 포근한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26일에 발매된 <축>은 가을을 건너뛰고 부쩍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세상에 나와,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그러한 따스함을 전하는 곡이다. 특히 이번 신곡은 ‘축’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이어진 싱글 프로젝트의 끝자락에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아우른다. 그래서일까, 곡 전반에 녹아든 첼로 연주와 함께 낮은 곳에서부터 일렁이는 다린의 목소리에서는 지금까지보다 차분한, 그러나 조금 더 묵직한 떨림이 느껴지는 듯 하다.

 

 


 

손서정 <갈피>

 

일부러 멋 내지 않아도 빛이 나는 목소리가 있다. 손서정의 음악은 애써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색깔로 가득하다. ‘티 없이 맑음’과 ‘가볍지 않은 진중함’ 사이 어디쯤에 놓인 그의 목소리는 쉬이 잊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그 의미를 확장하는 손서정의 작업 방식은 창작자로서의 색깔을 한층 더 밀도 있게 만드는 차별점이기도 하다. 이번 신곡 <갈피> 속에 담긴 이야기 또한 환상적인 연출이 인상적인 동명의 뮤직비디오와 짧은 동화로 여러 차례 확장되어 그가 생각하는 ‘사랑’의 면면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다재다능한 신예 음악가의 다음을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 또 어딘가로 넓어져 갈 손서정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시너가렛 <Invisible Diary>

 

로컬씬이라는 표현이 점점 유명무실해져 가는 요즘, 시장의 분위기를 거스르고 심심찮게 눈에 띄는 지역이 있다. 바로 부산이다. 지역의 고유한 정취 덕분인지 출중한 실력은 물론 개성 있는 음악성으로 무장한 음악가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부산에서 또 한 번 귀를 사로잡는 팀이 등장했다. 지난 10월, 데뷔 EP <Invisible Diary>를 발표한 시너가렛이다. 이들의 음악은 ‘누아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눅진한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없던 사연마저 떠오르게 하는 보컬 ‘허두원’의 목소리, 그리고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동영’, ‘홍현승’의 안정적인 연주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기승전결 한 편을 뚝딱 완성해낸다. 쉴 틈 없이 다음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시너가렛의 에너지는 이제 막 부산에서 시작해 세상을 향해 서서히 약동하는 중이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8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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