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잭킹콩, 한로로, blurrin'(블러린)

발행일자 | 2022-07-01

처음의 마음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잭킹콩(Jackingcong) <Hiking>

 

풍성하고 기분 좋은 사운드로 대표되는 잭킹콩의 음악은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듣는 이의 텐션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주곤 한다. 그런데 올해 5월에 발표한 이들의 새로운 싱글 은 사뭇 낯선 분위기를 풍긴다. 지치고 무뎌진 마음을 안아달라 이야기하는 노랫말은 지금껏 이들이 선보여온 음악에 비해 처연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감상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결코 어둡고 우울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 발짝 떨어져 묵묵히 기반을 잡아주는 트럼펫 연주와 한껏 차분하고 잔잔해진 구성에 힘입은 노랫말은 도리어 공감과 위로라는 키워드와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잔잔한 용기를 선사한다. 덜어낸 만큼 더욱 풍성해진 잭킹콩의 음악 끝에는 언제나 그렇듯 미소가 함께 한다.

 

 


 

한로로 <입춘>

 

<입춘>은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데뷔 싱글이다. 스스로, “나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소개하고 있는 이 노래는 제목 그대로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봄날을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소로 인해 그 이야기가 전혀 ‘수동적인 기다림’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맑은 음색과 동시에 깊은 울림을 지닌 목소리는 단지 ‘기다리는’ 것을 넘어, ‘찾아 나서는’ 듯한 단단하고 초연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꽉 찬 기타 사운드와 그 위로 얹어지는 미려한 바이브레이션의 어우리짐은 곡 전반에 걸쳐 자연스러운 감정적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음악의 힘을 빌려 듣는 이의 마음과 공명하는 그녀의 발화(發花)는 곧이어 저마다의 마음속 불씨가 되어 발화(發火)할 수 있는 힘을 건넨다.

 

 


 

 

blurrin’ (블러린) – 기다리던 아침이 올 거야

 

마지막으로 소개할 싱글 <기다리던 아침이 올 거야> 역시 blurrin'(이하 ‘블러린’)의 데뷔곡이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미리 공개된 바 있는 데모 버전보다 훨씬 풍부한 사운드, 힘 있는 보컬로 완성된 이 곡은 ‘시작’이라는 단어에 담긴 설렘보다도 그 이면에 드리운 적막함, 그리고 막연함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아진 아침”을 그리며 “매일을 설레어하자”며 노래하는 목소리는 마치 온 힘을 다해 꾹꾹 눌러 디디는 발자국의 기운을 닮았다. 곡의 후렴구에 밴드 더 폴스와 wave to earth의 멤버이기도 한 김다니엘의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감성이 완성되었다. 저마다의 계절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모두를 위해 시린 햇살을 닮은 블러린의 음악을 권해본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76호에 실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