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열기를 닮은 뮤지션 셋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허캐(hukke) <closetclosetcloset>
싱글 <closetclosetcloset>과 함께 등장한 허캐의 모습에서 어딘가 익숙함을 느꼈다면 제대로 본 것이 맞다. ‘허캐’는 박문치 유니버스의 든든한 보컬리스트이자 외계인 시스터즈 중 한 명인 ‘루루’의 새로운 활동명이다. 그간의 개성 있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있었을 법도 한데,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본인만의 색깔을 듬뿍 담아 완성된 이번 싱글은 뭉근하면서도 허스키한 허캐의 보컬톤을 매력적으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closetclosetcloset>은 그러한 보컬톤과 대비를 이루는 청량하고 상쾌한 분위기 사이의 균형이 인상적인 곡이다. 그래서일까, 짐으로 느껴질 수 있는 수많은 미련조차 소중히 간직하려는 메시지는 머뭇거림과 새로운 다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DRENCH <DAY 2 NIGHT>
<DAY 2 NIGHT>는 작년 4월 데뷔 이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온 DRENCH의 첫 번째 EP이다. 1번 트랙 ‘6 in the morning’을 시작으로 마지막 트랙인 ‘밤하늘’로 마무리되는 다섯 곡의 서사는 시간 축을 중심으로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나의 하루’라는 서사를 이어가는데, 다시금 반복될지라도 그 또한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음악 활동을 갈무리하는 작품으로서의 손색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마침 이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 선공개 트랙으로 발표되었다는 사실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 그 사이 사이의 이야기를 특유의 미성과 담백한 노랫말로 채워 넣은 DRENCH의 음악은 계속될 그의 또 다른 하루로 이어지는 중이다.
고즈넉 <두고 갈 것들:>
지난 9월 말, EP <두고 갈 것들>은 고즈넉의 데뷔 작품이자 소품집이다. 6곡에 걸쳐 짙게 묻어나는 공간감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은 물론, 순간순간 초연한 기운마저 느껴지게 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두고 갈 것들을 모아 만”들었다 덧붙이고 있는 앨범 소개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이다. 그가 마주한 일상의 장면들은 여러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빌어 묘사되는데, 그 하나 하나의 목소리가 전부 곡 속의 감정선과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있어 고즈넉의 프로듀서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인생의 새로운 장을 준비하듯 적어 내려간 누군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은 그렇게 음악이라는 언어를 타고 또 다른 누군가의 새삼스러운 공감으로 번져간다.
에디터: 월로비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84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