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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싱글콜렉션] 5월 추천작: 하린, 헤이트 외

발행일자 | 2020-06-03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응원하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이 시기가 어떻게 지나갈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음악가를 응원한다. 동시에 그들을 통해 잠시나마 잊었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법한 곡들을 소개한다.

피타입 – 블루문특급

음악가 피타입이 근래 낸 작품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동시에 실제로도 수작이다. 소싯적 “돈키호테”를 “교가”라고 하면 알아듣는 그 시절의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세련된 네오 소울 문법이 매력적으로 배어 있다. 무게 있거나 진중한 것이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어른의 언어를 쓰는 곡에서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피타입 특유의 목소리와 박자감각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블루문특급은 80년대 후반 미국에서 크게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제목이다. 한국에서도 방영했었다.

I Mean Us – 24 Years Old of You

드림 팝, 슈게이징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는 대만의 밴드 I Mean Us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정서를 이야기하는 편이다. 지금까지는 댄서블한 곡도 선보였고, 이번 싱글처럼 서사가 느껴지는 사운드스케이프 중심의 곡도 선보였다. 두 가지 면모에서뿐만 아니라 어떤 식의 속도감을 내더라도 항상 높은 밀도를 선보이며, 잘 짜인 예쁜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는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이미 성공적으로 아시아 투어를 했고 아시아 밖의 해외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받는 만큼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보자.

슬릭(SLEEQ) – HERE I GO

요즘 [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 출연 중인 슬릭이 방송에서 선보였던 곡이 바로 이 곡이다. “HERE I GO”는 슬릭의 다짐, 혹은 그의 심지와 같은 부분을 차분하면서도 탄탄하게 선보인다. 무대의 프라이드 플래그, 그의 신념 혹은 평소 이야기하는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슬릭이 더없이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들어주는 세상이 오기까지 슬릭을 응원한다.

너와 – 권태

너와의 “권태”는 좋은 팝 발라드다. 평범하게 이별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격정적으로 헤어지자고 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끝난 상대와 차분하게 멀어지는 덤덤함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과거 2000년대 한국 알앤비-발라드 곡이 떠오르기도 하며, 이루리와 레니라는 친구 음악가의 도움 덕에 좀 더 리드미컬하고 꽉 찬 곡이 완성되었다.

사공 – Footprints

지금까지 사공의 곡에는 어딘가 한국적 정서가, 그러니까 한국에서 인디 혹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라고 불렸던 음악의 결을 이어오는 정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두 곡이 담긴 싱글 [Footprints]에서는 그보다 좀 더 목가적이고 서구의(?) 포크 음악을 선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이 갑작스럽게 변한 것은 아니다. 또한 사공만이 선보였던 정서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저 해외 포크 음악부터 국내 포크 음악까지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다.

하린 – 어른

작곡가/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기타리스트 션(Shyun)이 참여한 하린의 “어른”은 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린아이가 되는 상황과 그 마음을 노래한다. 하린은 지금까지 네 장의 싱글과 그걸 묶고 “시간아 멈춰줘”를 더한 EP [어떤 날]을 발표했는데, 함께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괜찮아요”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는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더욱 그 감정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화사하거나 해맑지 않아서, 자신만의 색감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좋다.

위니 – What a day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곡이다. 날씨는 참 좋은데 쉽게 밖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서로 지켜야 할 부분을 지킨다면 충분히 집이 아닌 공간에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각자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달달한 하루를 만들어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과 소소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며칠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Joe Layne – Sometimes I Miss You So Much

매력적인 목소리로 감미로운 음악을 풀어내는 조 레인(Joe Layne)의 신곡이 나왔다. 장르 문법에도 충실하고, 간결한 구성이 딱 맞아 떨어지며 보컬과 서로 최적의 자리를 내주며 하나의 곡을 풀어갈 때 주는 쾌감이 확실하다. 물론 감성적인 음악 그 자체로도 장점이 뚜렷하다. 요즘의 트렌드와도 잘 맞아서 ‘chill한 바이브’의 음악을 찾는 이에게 추천한다.

헤이트(hate.) – Don’t

이전에도 헤이트를 소개한 적 있다. 드림팀까지는 아니라고 반박하는 이도 있겠으나, 내 기준에서는 드림팀에 가깝다. 정갈하고 멋진 편성과 연주, 합을 지난 싱글에서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한층 끌어올린 해상도로 그 매력을 더 진하게 드러낸다. 김원(James Keys)의 보컬과 오도마의 랩이 지닌 궁합은 이미 오도마의 앨범에서 한 번 공개했지만, 이번 싱글에서는 여전함 그 이상의 호흡을 들려준다.

moza – Jane Doe

moza(모자)의 가장 큰 장점은 독특한 소리 구성이다. 그만큼 곡이 지닌 소리 하나 하나에, 그리고 그 조합에, 그 자체에 큰 중점을 두고 곡을 만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첫 정규 앨범 [Wall cube] 이후 첫 번째 싱글인데, 첫 앨범에 쟈드부터 로파이베이비의 세이까지 공들여 피쳐링을 섭외하는 등 굉장한 공을 들였다면 이번 싱글은 그 규모만큼은 확실히 줄었지만 대신 음악가가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을 가져갈지 그 길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서울문 – Color

위로와 용기가 되는 가사, 따뜻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까지 서울문이 사랑 받는 이유가 이번 곡에도 담겨 있다. 아마 서울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신보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울문 특유의 심플한 곡 구성이 이번에도 장점으로 드러나지만, 좀 더 춤추기 좋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 받을 수 있는, 각자가 자신만의 색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란다.

이설아 –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곡의 주인공은 포크라노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해마다 그 해를 살고 싶은 문장 하나를 두려고 해요. 지난해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로 지냈고, 올해는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 문장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무모하게 살아봐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꼭 올해의 첫 곡으로, 이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긴 이야기가 필요할까?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니 매거진네이버 포스트를 찾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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