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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을 마스터피스, 몽니
올해로 데뷔 12년차 밴드 ‘몽니’는 단 한 번의 멤버 교체 없이 긴 세월을 걸어왔다. 이 올곧은 걸음은 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도 멈출 생각이 없다. 올해에만 세 번의 싱글과 여섯 곡을 꾹꾹 눌러담은 밀도있는 EP까지 펼쳐놓은 이들.
포루그 파로흐자드라는 시인의 유고 시집 속 ‘추운 계절의 시작을 믿어 보자’라는 시가 문득 생각난다. 긴 세월 간 스치는 매일 같고도 다른 풍경, 사람, 상황과 그 속의 풍랑들. 추운 계절이 시작되면 너무도 많은 것들이 스러지고 얼어가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과 다시 숨을 틔우는 계절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그 속엔 어쩌면 당연하게 ‘몽니’의 음악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은정 : 올해 연달아 싱글들을 내놓긴 했지만, EP 단위로는 꼭 1년 만이에요. 이번 EP [Analog Melody]에 수록된 ‘너와 너’는 선공개 되기도 했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곡에 대한 감정이 어쩐지 남다를 것 같아요.
김신의 : 부인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감정이 변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더욱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며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고 행복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언제나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아이가 태어나면 친구같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지내고 있고 나이가 들어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두 딸과 그렇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두은정 : 그렇다면 이 곡 제목을 ‘너와 너‘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신의 : 두 명의 딸이 있어요. ‘너와 너’에서 ‘너’라는 단어는 두 딸을 의미하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의미도 담고 있어요. 자식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의 마음은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많은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제목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너와 너’라고 쓰게 되었어요.
두은정 : 이번 EP 녹음 과정에서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김신의 : 멤버들의 연주 녹음이 모두 끝난 후에 마지막으로 보컬 녹음이 진행돼요. 연주 녹음이 끝나고 보컬 녹음을 하기 위해 멤버들이 연주한 걸 듣고 있는데 ‘와… 몽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묘하고 좋았어요. 왜냐면 멤버들이 연주를 정말 잘 했어요. 덕분에 보컬 녹음도 잘 마무리했죠.
공태우 : 이번 앨범은 특히 힘을 많이 빼고 녹음을 진행했어요. 이전 앨범들은 ‘연주를 잘 해야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녹음했다면 이번 앨범은 ‘힘을 빼자.’라는 마인드를 갖구요. 결과물은 마음에 무척 들어요. 되려 힘을 너무 빼서 중간중간 졸리기도 했죠.
이인경 :선공개 되기도 했던 ‘너와 너’라는 곡 보컬 녹음 도중에 보컬 신의 오빠가 잠시 노래를 끊길래 혹시 노래 도중에 울컥했나 싶었어요. 그래서 멤버들 모두가 숙연해져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노래하던 중 숨이 차서 그랬었다고…(웃음)
정훈태 : 녹음실 바로 옆에 핫도그 집이 새로 생겼었어요. EP를 준비하면서 녹음실을 거의 매일 갔었는데 녹음실에 멤버들이 모이면 매일 핫도그 값을 걸고 내기 가위바위보를 했던 기억이 남아요.
두은정 : 각 곡에서 녹음, 믹싱 등에서 특히 신경 쓴 작업적 포인트가 있다면요.
몽니 : 수록곡 중 ‘다 괜찮다’ 라는 곡의 사운드를 애초에 빈티지하고 드라이하게 계획하고 녹음에 쓰일 개인 악기 선정부터 믹스까지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베이스 같은 경우에는 주로 녹음했던 재즈 베이스류의 메인 악기가 아닌 프리시전 베이스를 사용했고, 드럼은 가능한 뮤트를 많이 하고 플레이도 화려하지 않게 자제하며 녹음했어요.
두은정 : EP 타이틀을 [Analog Melody]로 정한 이유에 대해 멤버 각자가 소개해주세요.
김신의 : 요즘 음악도 감성도 모두 디지털화되었고, 오히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따라 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예전의 감성이 그리웠죠. 실제로 이번 EP 앨범명 후보 중에 ‘다시 그때를’이라는 후보도 있었어요. 그만큼 모두가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런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공태우 : 전체적으로 곡들의 스타일이 잔잔하고 어쿠스틱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아날로그’ 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고, 멤버들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던 찰나 적절한 타이틀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인경 :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멜로디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멜로디라는 건 시대를 가리지 않죠.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 세대를 막론한 훌륭한 멜로디들에 대한 향수가 탄생시킨 제목입니다.
정훈태 : 어느 순간부터 디지털 문화가 마냥 좋지 않다는 걸 느껴요. 비교적 불편했지만, 인간적인 맛이 있었던 아날로그 문화를 그리워하기도 해요. 그런 따뜻하고 인간적인 음악을 담고 싶었어요.
두은정 : 그 중 타이틀곡을 ‘바람’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몽니 : 모두가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잠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나’에게 주는 행복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Analog Melody’ 앨범을 통해서 특정한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휴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타이틀로 선정하게 되었어요.
두은정 : ‘길 없는 거리’의 곡 작업을 하며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이인경 : 앞서도 얘기했듯 이 곡은 코러스가 매우 중요한 곡이에요. 특히 허밍 부분의 코러스 라인이 연약하면서도 몽환적으로 표현되길 바랐기 때문에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녹음하게 되었는데 훌륭한 프로듀서와 믹싱 엔지니어님 덕분에 좋은 목소리로 재탄생 되었어요.(하하)
두은정 : 이 곡을 작곡한 베이시스트 인경님이 직접 느끼는 곡의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이인경 : 불안하고 외로운 사랑에 관한 노래입니다.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가사가 전하는 메세지에도 귀를 기울여 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은정 : 각자 몽니에서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 혹은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신의 : 내년에 정규앨범을 준비하는 걸 목표로 많은 곡을 써낼 것이고, 곡을 많이 모아서 가장 좋은 곡들을 추려서 앨범을 낼 계획입니다. 팬분들이 기억하는 몽니 초창기 때의 음악을 그리고 기존의 몽니가 가지고 있었던 사운드를 다시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방향성 그리고 사운드를 찾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공태우 : 빈티지하고 최소한의 악기 구성으로 낼 수 있는 사운드를 좋아해요. 앞으로도 적은 구성으로 꽉 찬 사운드를 내는 것을 시도하고 싶어요. 음 하나하나 모두 잘 들리는 음악을 만들고 싶구요.
이인경 : 더욱더 완성도 있는 몽니의 음악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멤버 모두가 곡 작업에 항상 열중하고 있고 더욱 진실 되고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정훈태 : 어쩌면 전적으로 저만의 생각이기도 하지만 신스 사운드를 활용한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두은정 : 10년 넘게 함께 활동해오며 각자가 느끼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10년 넘게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신의 : 리더인 제가 가장 나이가 많고 모두 동생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형에 대한 두둔과 결정을 따라와 주는 것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이끌어 갈 수 있는 형의 존재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고 팀의 멤버로써 사랑해주는 좋은 마음이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인경 :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항상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줘요. 만약 존중과 배려가 없었다면 팀은 유지될 수 없었을 거로 생각해요. 그 점이 가장 큰 비결인 것 같아요.
공태우 : 꾸준히 곡을 만들고 발표하며 우리를 불러주는 곳, 찾아 와주시는 팬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것은 앞으로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고 부지런하게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훈태 :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어요. 저는 막내로서 역할을 잘 알고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두은정 : 오랜 시간 활동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곡이 있었죠. 스스로 몽니의 디스코그라피를 돌아보며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아본다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지가 궁금하네요.
김신의 : ‘소년이 어른이 되어’, ‘소나기’, ‘그대와 함께’ 이 3곡이 가장 생각이 많이 나요. ‘소년이 어른이 되어’는 곡 스타일과 멜로디도 좋지만 그런 가사를 썼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소나기’는 몽니를 있게 해준 그리고 몽니의 색깔과 음악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원동력이 되었던 곡이기도 해요. ‘그대와 함께’는 팬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즐겁고 행복 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좋아해요. 비록 가사만 보면 마냥 행복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이 곡으로 팬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인경 : ‘레미제라블’이라는 곡이요. 제가 느끼는 최고의 명곡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앞으로 다시 이런 곡이 나오기를 고대해요. 곡 구성, 편곡, 연주, 노래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몽니의 대곡이자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해요.
공태우 : 2016년에 발표한 EP 수록곡인 ‘Grandmom’. 이 곡이 애착이 많이 가는데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에요. 이 노랠 가끔 혼자 듣는데 듣고 있으면 주름진 할머니의 따스한 손이 느껴져요.
정훈태 : ‘더는 사랑노래 못쓰겠다’라는 곡이요. 길진 않지만 드럼 솔로 타임이 있어요. (웃음)
두은정 : 곧 데뷔 15년 차를 앞두고 있는 ‘몽니’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방향의 음악을 들려주게 될까요.
김신의 : 진실한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구요. 사운드나 악기 편성 곡의 편곡 등의 부분들은 곡의 특징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곡 하나하나에 진실함을 담아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인경 : 우리의 음악이 감동을 주고 힐링이 되기를 바라요. 그냥 스쳐 듣는 음악이 아닌 오래도록 플레이리스트에 간직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공태우 : 꾸준히 발전하는 몽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선후배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좋고 새로운 음악으로 진취적인 활동을 하고 싶기도 해요.
정훈태 : 15년 차라고해서 풋풋함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성숙함을 놓치고 싶지도 않구요.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며 변하지 않고 성숙해지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어요.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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