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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앨범의 아트워크] 황다움 디자이너 (김뽐므 – 여인에게)

발행일자 | 2020-07-10

하비누아주의 보컬 김뽐므가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긴 커리어를 통해 그간 들려줬던 것과 다른,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채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EP 앨범은 CD로도 나왔고, K-INDIE 차트 20위에 올랐다. 아트워크뿐만 아니라 CD는 김뽐므의 음악만큼이나 매력적인데, 여러분도 직접 구입해서 독특한 패키지를 만나봤으면 한다. 이 앨범의 비주얼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하여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봤다.

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그래픽디자이너 황다움입니다.

인터뷰는 처음이신가요?

– 디자인을 갖고 하는 인터뷰는 처음입니다.

우선 어떻게 앨범에 같이 하게 되신 건지부터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뽐므님께서 공개를 하셨더라구요. 사촌지간인데요.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이미 알리셨더라구요. 저는 원래 공예를 전공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그래픽으로 전향을 하게 됐어요. 그때까지도 언니랑 그다지 친하진 않았어요. 연락처도 모르다가 최근에 작업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냥 인사만 주고받던 사이인데, 가족 이런 걸 떠나 하비누아주 노래를 그냥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팬으로 있다가, 요즘에 제가 이런저런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앨범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봐서 이번에 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꽤 예전, 하비누아주 앨범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적 있으시더라고요.

– 하비누아주를 처음에 듣고 언니인 줄도 몰랐어요. 듣는데 너무 익숙한 목소리라 찾아보니 언니였던 거에요. 그러다 보니 더 색안경 안 끼고 팬으로 더 좋아하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질문해볼게요. 이번 앨범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많은 얘기를 했었는데, 앨범자체의 얘기를 한 것보다는 사람의 생각, 사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번 김뽐므 앨범이 일기 같은 앨범이잖아요. 언니의 작업방식도 글을 먼저 적고 곡조를 붙이는 식인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니도 그런(앨범과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보니 가치관도 더 알게 됐고, 워낙 디자인을 해가면 언니가 좋은 취향을 갖고 있어서 피드백도 잘 해주고, 그러다가도 아닌 것 같다 싶으면 빠르게 엎자고 하면서 쿵짝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앨범의 비주얼을 만들 때, 전체적인 부분에 있어 아티스트가 지녔던 생각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어느 정도 공유했는지도 궁금했고요.

– 앨범에 관한 아티스트의 생각은 있었죠. ‘빨간색을 쓰고 싶다’, ‘흑백사진이었으면 좋겠어’ 라는 것만 있었어요. 이건 본인이 앨범을 만들면서 가져온 생각이니까 당연히 반영을 해야 하는 거였죠. 거기에 추가적으로 더 반영하고 싶었던 게, 어떻게 보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표지가 나올 것 같아서 그걸 살짝 비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기존에 서로 가지고 있던 빨간색과 흑백사진을 정갈하게 놓은 표지로 하고 새로운 것들도 작업을 했던 거에요. 기왕 만드는 시안이니까 분위기가 각각 달라야 좀 재밌더라고요. 일부러 분위기를 다르게 가져가고, 그 과정에서 지금 표지가 더 돋보였던 것 같아요. 이게 정답인지를 서로 알아가기 위해서 작업을 많이 한 것도 있어요.

엄청 다채로운 색보다는 심플한 느낌으로 몇 가지 색만을 쓰셨더라고요.

– [여인에게]라는 타이틀도 그렇고 앨범이 가지고 있는 색깔도 빨간색과 블랙은 맞다 서로 생각했어요. 노란색은 좀 더 상징적인 색깔로 뽐므님이 살짝 넣어보고 싶다고 해서 넣어보고, 서로 생각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인스타에 시안을 올리셨던데, 다양해서 놀라웠어요. 특히 폰트를 직접 제작하셨는데, 폰트를 만드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 폰트를 만든 게 제일 시간이 오래 걸렸고, 베스트라고 생각했지만 묻히더라고요. 사진과 빨간색과 검정색의 대비가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강렬하지가 않더라고요. 앨범 분위기랑도 어딘가 조화가 덜 된 느낌? 그건 탈락이 됐죠.

작업을 하시는 분으로서도 그렇고,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으로서 처음 음악을 받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 하비누아주 노래만 듣다가 김뽐므 솔로앨범의 다섯 트랙을 들은 거였으니까. 원래의 하비누아주도 차분하고 우울한 음악을 하는데, 저는 (그들이) 직설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했거든요. 센 사람?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잖아요. “나 너무 힘들다”, “슬퍼” 이런 게 가사에 직설적으로 적혀있잖아요. 아티스트들 보면 성격이 직설적인 사람들이잖아요 실제로도(웃음). 그런 게 솔로앨범에서 분위기가 차분하고 적막한데 사실 그 안은 강하고 센 느낌이었어요. 가사도 직설적으로 말하고. 뽐므의 어조가 차분하지만 말하는 내용은 ‘이거 싫어’, ‘이거 아니야’, ‘이거 좋아’ 이렇게 확실하게 말하거든요. 그런 인상과 느낌을 바탕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이 앨범은 또렷해야한다. 약한 척 하는데 강해야 한다. 그런 인상을 바탕으로 작업했어요.

그렇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과적으로는 잘 나왔나요?

– 저는 너무 잘 나왔다고 생각하고, 아티스트랑도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원래는 빨간색이 옷만 빨간색인데 배경에 빨간색으로 계속 갔었어요. 그러다 빨간색이 잘 보이는 건 좋은데 굉장히 평범한 느낌이고, 강해 보이지 않고 임팩트가 없어 보이는 거에요. 되게 여성스러운 이미지만 남았었는데 아예 배경을 블랙으로 바꿔버리고 옷만 빨간색으로 가버리면서 강렬하게 나왔고. 계속 느끼는 게 앨범 타이틀도 그렇고, 앨범제목이 [여인에게]인데 뽐므가 여자로서의 내용을 담은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수식어가 안 붙은 김뽐므 그 자체잖아요? 그래서 되게 살짝 뉴트럴하게 바뀌면서 멋진 신여성? 신여성보단 신사람? 잘 나온 것 같아요.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내지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사실 각 페이지가 떨어져 있잖아요. 그렇게 제작하신 이유도 궁금했어요.

– 가장 결정적인 게, 요즘 CD에 돈을 안 쓰는데 CD 앨범이 웬 말이냐 했죠. 저에게는 그런 베이스가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 이후로 CD 안 써봤어 언니” 그러고. 그런데 뽐므는 아티스트로서 ‘그래도 앨범은 굿즈의 형태로 소장하는 거니까’ 하더라고요. 그래서 소장에 가치를 둬야겠다 생각했어요. 사실 예산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뭔가 큰 기교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내지가 원래 기본 책자의 형태인데 거기서만 뭔가 역할을 줄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한 게 ‘누구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게 하자고 생각했죠. 가사도 그렇고, 앨범 제목도 그렇고 ‘누구에게’라는 거니까. 편지를 쓰게 해서 가사지도 기존의 앨범들이 가사 묶음집처럼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그걸 벗어나보자고 했어요. 사실 가사지를 눈 여겨 읽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한번 보고 말고. 왜냐면 가사는 스트리밍할 때 폰으로 보거나, 사실 들리잖아요. 가사지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러면 가사에 맞는 디자인이 들어가야지, 가사가 빼곡하게 나열돼 있으면 종이 출력비도 들고 인쇄비랑 종이비 드는데. 기왕 돈 쓰는 거 이유 있게 쓰자 이런 거였죠. 그래서 앨범의 다섯 가지 트랙을 각각의 엽서로 하는데 가사와 음악이 주는 느낌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거였어요. 제가 들었을 때의 감정들. 그 중에는 사진 들어간 것도 있고. 저도 그렇고 뽐므도 그렇고 ‘보이지 않아요’의 내지를 가장 좋아했던 거 같아요. 정말 보이지 않게 막아버렸거든요. “Dying With You”는 떨어지는 듯한, 낙하하는 듯한 이미지였고요. 기왕 만드는 거 종이들이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 굿즈면 굿즈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시디를 사는 것 이상의 경험을 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에서 만들었어요.

한 장 한 장이 떨어져 있어서 예쁘기도 하고, 사실 김뽐므님께서는 CD를 주실 때 엽서처럼 쓰라고 하셨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어쨌든 CD를 구성하는 것 중 하나인데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될 것 같고.

– 그래서 더 소장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더 아껴 써야 될 것 같고. 각각이 다같이 구성되어야만 앨범을 완성하는 느낌이 들어서. 한 장 한 장 소중한 앨범이 된 것 같아요.

디자인은 대부분 같이 결정하셨겠지만, 작업하시는 과정에서 이견은 크게 없으셨겠네요.

– 거의 없었어요. 워낙 아티스트의 취향을 잘 알고, 아티스트도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미적으로 좋은 눈을 갖고 있어서 저도 아닌 건 아예 빨리 넘기고 맞는 것만 주고, 의사결정을 할 때도 아닌 건 아니다 하고 좋은 건 좋은 거고 이런 건 좀 더 발전시켜보자 이런 게 생각이 되게 비슷해서 되게 수월하게 작업했어요. 대신 수정은 좀 많았지만… (웃음) 서로 더 좋은 걸 하려고 수정을 끝까지 가긴 했어요. 조금씩 사이즈 조절, 톤 조절하고.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셨군요) 안 보이지만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사진을 활용하셨잖아요. 그러면 사진을 선택해야 했는데.

– 표지를 쓰는 사진은 너무 인위적인 사진은 하지 말자고 했어요. 멋 부리고 찍은듯한 사진은 내지에 넣자. 너무 자연스러운 사진도 표지감은 아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우면서도 적당한 느낌의 사진이 누워있는 사진인데 그걸 고르게 됐고. 그게 눈빛도 포즈도 그렇고 힘이 빠진 것 같은데 곧 일어설 것 같은 느낌? 보자마자 이게 표지네 했거든요. 눈빛도 그렇고 각도도 그렇고 되게 좋은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본업으로 이야기를 조금 돌리면, 앨범 디자인은 처음이신 거죠? 하고 계신 일에 관해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 그래픽이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브랜딩 위주로 해왔고 하고 있긴 해요. 브랜딩이란게 어떤 브랜드의 로고를 만들고 로고를 활용한, 카페로 치면 메뉴판과 포스터, 간판을 만드는 일이죠. 김뽐므도 어떻게 보면 브랜딩 관점으로 보면서 작업해서 수월하게 한 것 같아요. 이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 아티스트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사람들한테 어떻게 인상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했어요. 요즘에는 앨범 작업이 들어와서 너무 재밌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고 있고요. 독립디자이너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음악은 전부터 항상 관심이 있으셨나봐요.

– 음악은 거의 항상 틀어놓고 작업을 하거든요. 새로운 음악 찾는 거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악 계속 틀어놓고 작업하고 그래서. 음악에 따라 작업하는 작업의 방향이 바뀐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 앨범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으신 적 있으시더라고요.

– 크게 장르를 타진 않는데요. 인디도 좋아하고 재즈도 좋아하지만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해요. 좋아하는 느낌의 음악들을 좋아해요. 질감이 생생한 음악들. 밴드음악을 되게 좋아하는데 생동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기타소리도 드럼소리도 살아있는 것 같고 그런 청량한 음악? 날 것 같은 음악? 그런 것들이 좋고 요즘에도 그런걸 찾아 듣고 있고. 아이돌 음악도 조금 좋아하고. 구분은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막바지인데요. 함께 일하시며, 참여하신 입장에서 김뽐므의 음악 혹은 [여인에게]의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요?

– 작업할 때도 생각했지만 강한 사람이 된 느낌? 한꺼풀 벗고 멋지게 등장한 느낌. 굉장히 단단해지고 또렷하고 명료해진 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아서.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뽐므도 그렇고 하비누아주도 그렇고 되게 솔직한 노래들이라서 살면서 평소에 잘 말하지 못하던 감정들을 대신 말해주는 느낌이라서. 되게 가사도 평상시에 말 못할 혼자 일기장에 적을 것 같은 걸 노래로 부르는데 그런 거랑 똑같았어요. 누군가 감추고 있던 속내를 털어놓는 느낌. 그래서 저도 들으면서 그랬고 뽐므도 속 시원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해놓고 나니 별 거 아니네? 괜히 겁먹었잖아?’ 저도 처음에 작업하면서 이걸 어떻게 방향을 가져가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중심을 잡고, ‘이 앨범은 또렷하고 명확한 김뽐므라는 사람의 앨범이야’라고 생각을 하면서 작업하다 보니 되게 잘 나오게 됐고. ‘하고 나니 별 일 아니잖아, 잘 됐잖아?’ 이런 의미의 앨범이지 않았나 싶어요.

끝으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이런 음악을 풀어보고 싶다 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 저는 요즘 앨범작업을 하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인디도 그렇고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모든 현장에서 일을 하면 금액이 문제거든요. ‘최대한 싸게 해주세요, 패키지에 돈 안 들게 해주세요’. 저도 그렇고 저도 당연히 구할 때 최대한 절약하자 하니까. 그러다 보니 이번에 구성도 내지 구성 정도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내지구성이 할 수 있는 영역인 거 같은데…  좀 메이저한 아이돌 앨범도 해보고 싶어요. 영화 포스터 같은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스토리가 있는걸 좋아하다 보니까. 음악도 스토리가 있는 거잖아요. 영화도 한 스토리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니까. 스튜디오 빛나는이라고 있는데 너무 좋아하거든요. 저런 영화의 장면을 저렇게 담을 수 있구나. 그런 작업도 재밌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LP도 욕심나실 것 같아요.

– 너무 하고 싶죠. 요즘에 LP도 워낙 많이 만드니까. 근데 LP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더라고요. LP도 정말 맘먹고 만들어야 하는구나.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LP 너무 해보고 싶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앨범이라는 형태 자체가 꼭 CD여야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시대에 필요한 누구나 좋아할만한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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