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제한되어 있고 무엇보다 앨범이 주인공인 행사이다 보니 네 분의 근황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앨범이 탄생하게 된 과정은 들어야겠죠. 맨 처음에 추다혜님께서 시문 님께 먼저 연락을 드렸다고 들었어요. 어떤 점을 보시고 연락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문 님께서도 어떤 점에서 승낙하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다혜: 제가 처음에 이 음악을 만들고자 했을 때 연주자 이상의 실력자들을 찾고 있었어요. 연주 잘하는 분들도 너무 많지만, 프로듀싱 능력이나 편곡 능력 이런 것들을 봤을 때 기타 연주자로는 시문 님이 딱이다 생각해서 시문 님을 먼저 섭외했어요. 섭외 요청을 드렸고, 그 다음에 시문 님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을 하셨어요
시: 제 얘기는 제가.
추: 아, 죄송합니다. (웃음)
시문: 다혜씨가 이미 많은 준비를 하셨더라고요. 여기저기서 굿도 배우고 저한테 그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게 인상이 깊어서 바로 승낙을 했습니다.
다혜님은 시문 님의 어떤 점 때문에 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추다혜: 말씀 드렸듯이, (이전에 같이) 해보진 않았지만 기타 실력 이상의 편곡 능력과 프로듀싱 능력이 있어 보였고 이미 시문 씨가 판소리를 하시는 분들과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으셔서. 아예 이러한 부분을 모르는 분들과 작업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소리를 알고 계시는 분들, 또 경험해 보신 분들과 했을 때 좀 더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섭외를 드렸습니다.
시문 님은 어떤 점이 큰 매력이었는지.
시문: 일단 카리스마가 있는 목소리가 저한테 가장 큰 매력이고요. 저는 어떤 작업을 할 때 보컬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서 당연히 할 수밖에 없던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시문 님께서 재호님, 다빈님이 합류하게 되신 과정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재호님 다빈님은 이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시문: 일단 이런 음악을 같이 할 수 있는 드럼, 베이스는 국내에는 아마도 이 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제일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재호 오빠였고요. 그리고 이미 저희끼리 재호씨가 어떠냐는 얘기도 많이 했었어요. 그냥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다빈씨도 마찬가지고. 그래가지고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다빈: 저희가 시문 누나랑 재호 형이랑 저랑 뻐킹매드니스라는 재즈 팀에서 연주한지 1년 반 정도 넘었는데, 다혜 누나를 알기 전에 그 팀 연주를 반 년 정도 했었거든요. 근데 그 팀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곡 형식을 안 정하고 무대에 올라가서 즉흥적으로 바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거기서 시문 누나나 재호 형이나 합이 점점 잘 맞는 게 느껴지고 그런 데서 매력을 느꼈어요.
김재호: 저도 원래 그 전부터 이런 굿 음악에 관심이 많은 상태였고, 추다혜의 유명세도 있었고(웃음). 딱히 마다 할 이유도 없었고요. 바로 승낙을 해서 앨범까지 같이 하게 됐습니다.
시문님께서는 사실 소울소스를 비롯해서 관련된 작업을 조금씩 하셨는데, 재호님과 다빈님은 굿 음악을 차지스를 통해 접하면서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해요.
김다빈: 처음에 사실 굿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신선하게 받아들였거든요. 그전에 판소리나 민요로 작업한 것과는 다른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김재호: 그 전 팀들에서도 정식으로 릴리즈되진 않았지만 이런 시도를 해본 적도 있었고, 제가 느끼기엔 판소리나 민요보단 오히려 이런 무가 쪽이 원래 제가 하고 있었던 흑인음악과 접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앨범 얘기로 들어가볼게요. 우선 오늘 하는 이야기는 가장 밖에서 보이는 부분부터 안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될 텐데요, 가장 먼저인 앨범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앨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당산나무는 서낭당에 있는 신목이라 부르는 큰 나무잖아요. 신을 모시는 작은 마을 가면 큰 나무에 줄도 걸어놓고 거기다 제도 지내고 하는. 왜 당산나무인지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다혜: 당산나무가 그냥 나무 이름이 아니라 대명사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마을의 수호수 같은 게 당산나무인데 서낭나무라 하기도 하고 도당나무라 하기도 하는데요. 옛날에 이런 당산나무라는 곳에서 굿판이 열리기도 하고, 어떤 마을 길목에 몇 백 년 된 정자처럼 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쉬기도 했다고 해요. 저희는 옛날사람이 아니라서 그때의 경험은 없지만, 그랬을 때 그 판을 상기시키면서 생각했어요. 저희가 무가를 다루고 그렇게 구성을 했기 때문에 ‘당산나무 아래서’ 라는 말이 번뜩 떠오르더라고요. 당산나무 아래서 이런 재미있는 파티나 판이 열린다는 의미를 생각했을 때, 당산나무라는걸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잘 모르지만 호기심을 자극시킬 만한 게 ‘오늘밤’이었어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라고 하면 약간 야릇한 느낌도 나고, 물음표가 생기면서 그런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처음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이냐’, ‘반대다’ 이런 얘기도 했었지만 제가 그냥 ‘신춘문예 당선작이라도 나는 이걸 해야겠다’고 해서 앨범 명은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러면 재호 님은 이 앨범 제목에 반대하신 이유가.
재호 : 신춘문예 당선작 같았고요. (웃음) 좀 자극적이지 않나. 근데 지금 와서는 음악이랑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어요. (웃음)
아트워크로 넘어가볼게요. 저는 메인 커버도 그렇지만 뒷면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앨범 쇼케이스 포스터로도 쓰였는데, 오브제에 관해 짧게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가장 중요했던 건 무당의 코스튬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스타일리스트와 작가님, 헤어 메이크업을 진행해주시던 네 분이 계셨는데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걸 만들었어요. 실제로 탱화(주: 천이나 종이에 부처나 보살의 그림을 그려 거는 형태), 무속신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고 고깔도 무속인 분이 제작을 해주신 것이거든요. 그거랑 뭔가 믹스매치를 할 수 있는 스타일리스트의 현대적인 감각도 있었고, 도구들을 밑에 깔아놔서 어떻게 보면 1차원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저는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현대판 무당의 축소판 같은 그림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 배경은 세게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걸 택했어요.
다음으로 곡 제목으로 넘어가보면, 아무래도 한글과 영문이 독특하게 혼재되어 있어서 호기심이 먼저 가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붙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제목 같은 경우도 원래 있었던 제목이나 쓸 수 있는 기존의 것들도 많지만 저희 안에서 좋았던, 말이 입에 착 붙었던 것들을 썼어요. ‘비나수+’ 같은 건 진짜 비나수거든요. 입에 붙었던 것들은 그대로 썼고. ‘차지S차지’같은 경우도 계속 반복되는 글자에서 가져온 거였고. ‘에허리쑹거야’같은 것도 후렴구에서 가져온 거고, 진짜 타이틀곡이라고 할 수 있는 ‘리츄얼댄스’ 같은 게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타이틀곡인데, 이건 서우제소리를 차용해서 만들었던 건데 ‘서우제소리’라고 하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나 해서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시문 씨가 아이디어를 줘서 ‘리츄얼댄스’, 의식적인 춤이라고 해서 제목이 이렇게 정해졌고, ‘비나수+’ 같은 경우도 +를 붙인 이유가,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래가 한 곡이 끝난 줄 알았는데 뭐가 또 나오거든요. 그래서 히든 트랙 느낌으로 해서 +를 붙였고. ‘오늘날에야’ 같은 경우도 말에, 가사에서 따온 것이 었고요. ‘undo’, ‘unravel’은 시문님 아이디어여서, 시문 님께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문이 영어 전문가이시고 저는 한국어 전문이라서. (웃음)
시문: 공수를 어떤 식으로 앨범에서 제목으로 수록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공수1’, ‘공수2’라고 하면 재미가 없고 또 저희가 힙합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고민을 했어요. 힙합 앨범에 보면 ‘skit1’, ‘skit’2 이런 식으로 짧은 트랙들이 있는걸 볼 수 있는데요. 일부러 공수를 좀 떼어서 환기를 시키는 부분으로 중간 중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오히려 영어제목이면 조금 환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리츄얼댄스’ 같은 경우에는 영어제목이지만 한글로 표기를 했거든요. 공수 같은 경우는 ‘undo’ 그리고 ‘unravel’ 이렇게 두 개를 했는데요. 뜻이 ‘undo’ 같은 경우는 마지막 곡으로 가서 다시 처음으로 왔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듣고 나서 다시 1번으로 오는 형태의 음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또 다른 의미로는 ‘문을 열다’라는 뜻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지었고 5번 곡 같은 경우는 ‘풀어내다’라는 뜻이여서 다음 곡으로 가기 위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오신 분들께 공수가 무엇인지 소개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공수가 저도 공부하면서 안 건데, 무당들이 ‘너는 어쨌고, 너네 집에 사과나무 있지? 그거 거기 있어서 큰일났어’ 뭐 이런 식의 말들이 있잖아요. 장난으로 우리가 많이 따라 하지만. 갑자기 신이 들려서 그 신의 말을 인간에게 전할 때 그걸 공수라고 하거든요. 근데 공수가 ‘너 이렇게 해’처럼 딱딱하게 말하지 않고 음률이 있어서 그런 걸 공수라고 합니다. 신이 와서 신이 인간에게 전하는 말을 공수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음악적으로 살리고 싶었어요. 꼭 넣어야겠다 해서 짧게라도 넣었습니다.
이어서 전반적인 가사 형태로 넘어가볼게요. 우선 직접 쓰신 가사가 있고, 또 기존 무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쓰신 가사가 있어요. 두 가지 형태가 섞여 있는 부분도 있는데, 어떤 식으로 가사를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원래 있었던 무가 자체가 좀 무겁고 어렵기도 한데, 또 그게 매력이기도 한데 심지어 제주도는 방언이 심해서 저도 계속 책 찾아가면서 ‘이게 무슨 뜻이구나’ 알아가면서 했거든요. 사실 ‘사는새’ 같은 경우도 왜 사는새가 됐냐면 이게 진짜 사투리에서 나온 제 키 포인트인데요. ‘천왕새 도리저 인왕새 도리저’, ‘새 도리저’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새가 ‘죽을 사, 귀신 사’ 이런 뜻이에요. 사투리로 새라고 하거든요. 도리자는 쫓아내자. 안 좋은 것을 쫓아내자, 부정을 씻어내는 노래인데, 그래서 사=새 라고 해서 사는새 라고 지은 거에요. 부호로 표시하지 않고 그냥 ‘사는새’라고 했을 때 이게 어감도 좋고 죽은 것이 새처럼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었거든요.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는 지어놓고 너무 뿌듯하다고 혼자 감격스러워서 ‘이거 어때’, ‘이거 어때’ 문자를 했지만 아무도 안 받아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혼자 너무 좋다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시문: 문자로 몇 번이나 왔는지 모르겠어요
추다혜: 그래서 방언도 많고 어려운 말들도 많고 그렇지만, 그 이상한 잘 안 들리는 소리가 저에게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은 그대로 가져와서 재배치만 했어요. 써야 되는 것들. ‘차지S차지’ 같은 경우는 뭔가를 사람들한테 주고 싶은데 저희는 노래밖에 드릴 게 없잖아요. 여러분을 차지로 다 가져가라고 해서 ‘차지차지차지’를 계속 외치는걸 썼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건 정말 차지라는 어떤 글자를, 아주 짧은 후렴구 외에는 다 썼어요. ‘에허리쑹거야’ 같은 경우에도 두 곡 정도를 재배치해서 한 거고. 그래서 살릴 것은 나름대로 잘 살리고 또 써보고 싶고 직접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 썼던 것들은 썼던 것 같아요.
서도 민요에 해당하는 곡 외에도 제주 무가를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소화하는 데 있어서 너무 항상 어렵고 소화가 안 돼요 정말. (웃음) 제주도는 눈을 보고 말을 하고 있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굉장히 특징 있고 폐쇄적이어서 그 선생님하고 친해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이 잘 안 통하니까 오히려 제주도 분들께서 표준어를 잘하세요. 그래서 저한테 외국사람처럼 표준어로 하시고 다른 분들하고 얘기할 때는 사투리로 말하시니까 저는 못 알아듣고 눈치로 알아듣고 그랬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 말이니까 계속 있으면 눈치로 알게 되긴 하더라고요. 방언이 어렵긴 했지만 그 특이한 질감이 있고, 약간 원시적인 느낌이 아직 굿에 조금 남아있어요. 그리고 아직 훈민정음이 남아있어요. ‘나랏〮말〯ᄊᆞ미〮中듀ᇰ國귁〮에〮달아〮’처럼 그게 아직 남아있어서 그렇게 발음도 하시고 표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제가 학자는 아니지만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쓰는 거야’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런 부분들이, 남아있는 날것의 부분들이 끌렸어요. 그래서 더 꼭 제주무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 분은 이러한 내용을 처음 접하셨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세 분도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또 지금 형태로 옮겨 오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시문: 일단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요. 정말로 새인줄 알았고요. 무슨 새? 무슨 새? 하는데 새를 보내는 그런 건 줄 알았더니 귀신 쫓는 노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약간 무서운 건가?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이미지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사는새 같은 경우는 연주가 뒤로 갈수록 격해지는 구조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음악에 가사에 잘 매칭이 되었다고 생각이 되어요. 저희도 무의식 중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하지 않았나. ‘리츄얼댄스’ 같은 경우에는 서우제소리의 음이 되게 특이하더라고요. 반음도 아닌 것이 받아주는 소리가 부르는 사람하고 다른 조에서 노래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살려서 코드를 거기에 맞춰보면 어떨까 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재호 :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단어들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다혜한테 합주시간에 ‘이건 뭐야’ 많이 물어도 봤고요. 주위에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 보면 괜히 멋있잖아요. 그래서 낯선 말을 얘가 막 하니까 되게 멋있어 보였던 것도 있고, 다른 민요나 정가 이런 것들에 비해서는 제가 느끼기에 멜로디라인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특히 ‘사는새’의 주 멜로디를 들었을 때는 듣자마자 ‘오 이거 샘플링하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되게 훅에 가까운 매력이 있는 멜로디라인이었고. 들었을 때 인상은 되게 거칠고 힙합 같았어요. 재미있었어요. 되게 재미있게 이것저것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빈: 실제로 처음에 맞춰볼 때도 저도 깜짝 놀라서 ‘아 내가 이런걸 하게 되었구나’ 했죠. (웃음) 보통 작업을 하게 되면 레퍼런스나 참고를 할 수 있는 곡들을 받고 ‘요건 요걸 참고해서 이렇게 해보자’ 하는데 한번도 해보지 않은 무가를 가지고 하는 거에 있어서는 제가 즐겨 연주하는 장단을 연주해도 완전 새로운 소리가 들려오는 거에서 흥미롭게 느껴져서 작업하는 거에 대해서는 어려움보다는 재미있는 게 더 많았어요.
곡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네 분 모두 가지고 계신 음악적 배경이 조금씩 다르시기도 하고. 네 분 모두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한 3단계를 거치는 거 같아요. 1단계로 소리를 리서치해온 것을 2단계로 시문님과 먼저 공유를 해서 풀었고 그 다음에 3단계로 다같이 만나서 풀었고. 그런 과정이 처음에는 있었어요. 그렇게 1, 2, 3단계를 거쳐서 진행했는데 막상 3단계를 다같이 할 때 간절해서 그랬나. 합주시간 정해져 있고 빨리 해야 하고 말 안 하면 무서워하고 그래서 그런지 정말 예상외로 빠르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빨리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늘 잘나왔다’ 애들이 행복해하는 거에요. 그때 혼자 ‘아닌데…? 이렇게 빨리 됐다고?’ 싶었어요.
재호: 우리는 원래 빨라요. 원래 빠르게 직관적으로 만드는 거에 적응이 돼 있는 사람들이라서 처음에 다혜가 보기에 의아하지 않았나.
시문 : 시간을 좀 더 들여야 되는 것이 아닌가, 혹은 합주를 좀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각 곡에 관한 질문으로 깊이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우선 앨범에 실린 곡 중 한 곡을 듣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추다혜: ‘비나수+’고요. 평안도 굿 중 서낭굿을 기반으로 만든 곡인데요. 잘 되게 해달라 빌어준다 해서 비는 손이라고 비나수입니다.
(라이브 – 비나수+)
우선 앨범이 “undo”로 시작해서 “비나수+”로 이어지는데요. 레게 느낌이 강하게 들다가 후반부로 가면 멋진 기타 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나 장르가 바뀌는데요. (잠깐 이 구간 일부 듣기) 다른 곡도 그렇지만 약간 오프비트 랩처럼 느껴지는 구간들이 있더라고요. 다혜님을 제외한 나머지 세 분은 장르적인 접근이나 혹은 스타일을 맞추는 과정에서 크게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문: 저희는 다 레게음악을 많이 연주하는 연주자들이고 비나수 같은 경우에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같아요. 근데 ‘+’ 부분은 뒷부분에 나오는 게 또 다른 공수인데요. 그걸 잘라서 다른 트랙으로 넣지 않고 뒷부분에 넣어보고 싶었어요. ‘못 듣는 사람은 못 듣는 거지 뭐’, 이걸 끝까지 듣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트랙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프리스타일로 연주를 해봤어요.
‘에허리쑹거야’에서도 레게가 연상이 되고, ‘리츄얼댄스’는 완전 세련된 90년대 알앤비 스타일이잖아요.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톤이나 이런 것들의 질감이 약간 얼터너티브 알앤비나 요즘 식의 네오 소울 느낌도 나고요. 세 분의 음악적 바탕이 기반이 되었던 것인지, 혹은 합의 없이 자연스럽게 합주 과정에서 이러한 음악이 나온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김재호: 미리 레퍼런스를 잡고, 합의를 하고 시작하진 않는 거 같아요. 하다 보면 그림이 명확해지면서 ‘이렇게 하면 괜찮으니까 이 색을 좀더 진하게 발전시켜보자’ 이런 건 있는데, 하다 못해 다혜가 세팅하는 와중에도 저희는 계속 사부작사부작 연주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런 식으로 다혜 소리를 들어보고 ‘여기는 이런 게 어울리겠는데’ 누가 먼저 시작하면 누가 따라가고, 누가 붙고.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한 과정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곡이 “사는새”라고 들었어요. 왜 어려웠고,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도 각자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문: 구성적인 부분에서 가사를 받았을 때 코드를 어떤 식으로 나누면 좋을지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무가에는 마디수가 딱 떨어지지 않는 곡들이 많다 보니 아예 다 살려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코드진행을 어떻게 배치하면 좀더 자연스럽게 흘러갈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까 ‘이게 무슨 장르의 스타일과 어울릴까’ 고민했는데, 그게 도무지 락 밖에는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나와있는 음원이 재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제시를 할 때는 락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해보니까 또 아닌가 싶은 생각들을 끝까지 했던 것 같아요.
김다빈: 다른 곡들에 비해 아무래도 리듬을 가져다가 맞춰 본 경우의 수가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그 곡이 앨범 녹음하기 전에는, 작년에 [생기탱천]이라고 처음 공연을 했어요. 공연하면서 보니 다른 곡에 비해 결이 조금 벗어나는 게 있어서, 락적인 부분을 덜어내고 리듬을 더 가볍게 가져갔는데 더 잘 어울리게 되더라고요.
다빈 님은 멤버들로부터 ‘국악 신동’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웃음) 사실 기존의 한국 음악이 지니고 있는 리듬이 있는데, 그와 다르게 신선한 리듬을 곡마다 배치하셨어요. 의도했거나 참고했던 것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다빈: 오히려 제가 이 팀을 하게 되면서 무가나 굿판 연주음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더 매력을 느끼게 되어서 요새는 굿판 연주를, 사물놀이를 즐겨 듣고 있어요. 제가 들었던 60~70년대 재즈나 그 때 시도랑 다른 게 리듬도 그렇고 흐름도 그렇고 15분짜리 곡을 사물놀이 네 분이 완벽하게 맞춰서 하는데 리듬은 계속 진행형으로 바꿔가고 이런 데서 매력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사실 녹음하기 전에는 국악이나 무가를 참고하기보단 제가 잘 사용하는 리듬을 덧입혔던 것 같아요.
그러면 다혜님을 제외한 세 분은 작업 전후로 굿을 보거나 가본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다빈: 저는 한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뮤지션들이 많이 가고는 해서 영상도 보여주고 조금 관심은 있었는데 가본적은 없습니다.
김재호: 저도 굿판은 영상으로만 봤었고 재작년에 동해안별신굿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더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문: 저는 다혜씨가 제주도 칠머리당 영등굿에 한번 데려가 주셨어요. 처음으로 굿판에 가서 설레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시문: 제주도 영등굿은 날씨가 안 좋아서 실내에서 진행되었어요. 원래는 야외에서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봤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실내에서 봤을 때도 충분히 다 느껴지는 굿이었고 무서운 느낌보다는 그냥 잔치 느낌이 더 많이 났어요. 떡 나눠먹고, 국수 나눠먹고, 고기 나눠먹고 되게 길게 하거든요. 하루 종일. 저는 반나절 보고 나왔는데요, 악기 구성을 눈 여겨 보게 되잖아요. 그게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신선하고.
굿이란 결코 무섭거나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재미있고, 즐겁고, 먹을 것도 많이 주고. 추다혜차지스의 음악도 그렇고 일종의 선입견이나 그런걸 가지고 계셨다면 그러한 편견은 거두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시문: 정말 돈 한푼 안내고 배불리 있다 왔습니다. 정말 귀여웠던 게, 이게 또 선입견을 깨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해녀 분들께서 주르륵 앉아 계셔서 ‘뭐가 많이 잡히나요’ 이런 걸 물어봐요. 근데 그분들은 세습무여서 점괘를 봐주실 수는 없지만.
추다혜: 그래도 그 나름의 점괘 방식이 있더라고요. 동전을 뒤집는다던가 그렇게 하시는데.
시문: ‘올해는 뭐가 많이 잡히나요’ 하면 “응 올해는 전복 많이 잡어~ 걱정 마” 이러면서 다 돌려보내요. 좋은 말 해주면서. 그 부분이 되게 희망적이었다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더라고요.
세습무는 말 그대로 대를 이어서 무당 일을 하는 게 세습무고 강신무는 흔히들 아시는, 신을 받아서 하는 걸 강신무라고 합니다. 앨범을 들어보면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인데요. 선창을 하고 후창을 하잖아요. 그러면 이것도 나머지 세 분께서 나름의 연습이나 이런 게 있었을 것 같은데, 그 과정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과정은 되게 혹독했고요. 민요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주고 받고가 계속 있어야 되고 후렴구를 누가 계속 불러줘야 하고, 떼창의 매력이 있고 그런데 무가도 마찬가지에요. 주고 받는 게 계속 있는데 당연히 이분들은 소리꾼들이 아니고, 이런 소리를 해야 될 명분도 없는데 제가 억지로 시켜봤어요.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했는데 오히려 재호 씨는 ‘나 이것 때문에 이 팀 한다’면서 그러더라고요. 거의 뭐 저랑 비슷하게 내는 정도로 해서 ‘너 안 나오면 내가 하마’ 이러면서.
김재호: 저는 다혜 파트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추다혜: 자기 머리도 기니까 저 안 나오는날 하겠다고 하고. 시문 씨 같은 경우도 발성이 공기 반 소리 반 해서 기타 치는 촉촉한 싱어송라이터의 발성을 갖고 있는데 ‘그런 거 안 된다’, ‘여긴 무조건 소리 질러야 된다’ 해서 제일 힘들어했고요. 다빈이는 오케이 맨이에요. ‘다빈아 괜찮아? 드럼 치면서 할 수 있겠어?’ 하면 언제나 된다고 하고. 저는 방해가 될 까봐 미안해서 (물어봤죠). 다 연주하면서 해야 되잖아요. ‘얘들아 괜찮아?’ 하니까 너무 다들 좋아하는 거에요. 제가 교육을 시켰다고는 하지만 그건 소리적으로 맞아야 된다는 거 정도나 알려준 거지, 다들 하이 텐션이 와서 되게 좋아하고 마이크 없으면 서운해하고 그래요.
시문: 앨범에 잘 들어보시면 재호님의 갖은 소리들이 다 들어있어요.
추다혜: 사실 저희 안에서 코러스도 해결했거든요. 제가 일부러 따로 소리꾼을 쓰지 않았어요. 왜냐면 (멤버들이) 다 너무 준비된 소리꾼들이었기 때문에. (웃음) 재호 씨가 온갖 소리를 내서 담당했어요. 그래서 다음 번엔 김재호차지스로 한 번 활동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재호: 저는 진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웃음)
시문: 저는 좀 힘들었어요.
추다혜: 힘들지만 해야 돼요.
시문: 자꾸 저보고 동요목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추다혜: 그래서 제가 공기 빼라고 하면서 재미있게 했습니다.
시문: 지금은 많이 뺐습니다.
한국의 악기 없이 가장 한국의 것, 한국에만 있는 소리를 펼쳐냈다는 점에 있어서 자부심까지는 아니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추다혜: 종교적인 것과 상관 없이 사실 무가는 전통, 나라에 있었던 전통이고. 어떤 종교적인 것과 상관없이 영성이 담긴 노래고. 저는 그런 게 맘에 들었고 그 안에 치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당이 하는 행위 자체도 결국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신을 받들어서 인간에게 뭔가를 준다곤 하지만, 결국엔 인간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고. 예술가의 입장도 결국에는 자기 혼자서만 할 순 없잖아요. 자기 혼자 즐기려면 정말 관객이든 누구든 뭐가 필요하겠어요. 혼자만 좋으면 됐지. 근데 예술가들도 어쨌든 교류해야 하고 나눠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 역할도 사람들이 힘들거나 즐겁고 싶을 때 음악을 찾고 공연을 보고, 자극을 받고 싶을 때 그렇게 하듯이 예술가의 역할과 무당의 역할이 나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행위에서 오는 치유나 즐거움, 그런 단순한 것들이 되게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런 부분을 제가 좋아하는 밴드 사운드로 풀어 냈을 때 분명 좋은 에너지나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되게 의미 있고. 또 굿이라는 어떤 미신적인 것들, 혹은 편견들과 맞서고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분들이 하는 것들이. 매체에서나 어디를 통해서든 우리가 쉽게 가질 수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들이 그분들하고 지내면서 정말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내적으로 많이 쌓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풀면 세련되게 풀어서 사람들이 즐겁게 접했으면 했어요. ‘이거 되게 좋아’, ‘이게 무가래? 무가가 뭔데?’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베스트겠다 생각했어요. 굿을 몰라도 되고, 무속 이런 걸 몰라도 이 음악 자체로 좋으면 결국엔 저희가 했던 이 굿 음악이 좋았다는 게 되는 거니까 그런 수순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의 안녕을 바라든, 뱃사람들의 안녕을 바라든 어쨌든 어떤 커뮤니티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형태의 내용이나 메시지가 많은데 이러한 일관성을 택한 것은 역시 최근의 사회나 그런 것들 때문인지, 혹은 무가와 굿의 형태에 충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사실 정말 의도는 없었어요. 코로나가 터질 줄 모르고 저희는 너무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근데 1월부터 녹음을 하려고 구상 중이고 날짜를 잡고 있었는데 2월에 심각해졌잖아요? 좀 암담하기도 했어요. 과연 4~5월에 이 음원이 나오면 우리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첫 정규 앨범을 갖고 나오는 우리한테 상황이 너무 안 좋은거 아닐까? 이 음악이 정말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조차도 못할 만큼, ‘이게 과연 나와서 활동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런 암담함이 먼저였고. 막상 나오고 보니 누군가는 그 음악을 좋아해 주시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힘든 사람은 늘 힘들고 그렇잖아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는 않았지만 행복을 기원하는 염원들은 다 있는 것 같아요. 이 노래로서 뭔가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는 어떤 염원들은 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질문이 막바지인데요. 이제 앨범 후반 작업에 관한 질문과 공연에 관한 질문 몇 개만 하고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믹싱을 우치다 나오유키상께서 하셨어요. 소울소스 작업도 하시고 뭔가 사전 정보나 호흡에 있어서 걱정은 없으셨겠지만, 특히 요즘 같은 시국에 바다 건너와 작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문: 저희는 이메일로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코로나의 상황에 놓여있었고요. 직접 그 스튜디오에 가서 했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이메일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을 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녹음된 것을 ‘이러이러한 느낌입니다’ 하고 보내주면 자기 스타일대로 “25번” 이런 식의 번호가 매겨져서 이메일 답장이 와요. 그럼 25번을 한 거거든요 그 사람은.
추다혜: 왜 25번인지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 같아요.
시문: 그분은 아날로그로 믹스를 하시거든요. 디지털로 하면 저장이 되고 돌아가서 다시 하면 되는데, 아날로그 믹스는 만약에 마음에 안 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미친 작업이에요. 근데 그게 25번이 오는 순간 ‘25번…?’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럼 거의 3~4일은 그것만 했다는 얘긴데. 일단 정성이 보이고, 저희는 그걸 피 묻은 편지가 왔다 그랬어요. 되게 기대하면서 듣게 되더라고요. 그 트랙을 들었을 때 수정요청을 하면 또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게 맘에 안 들면 어떡하지 했지만 열어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계속 소통을 했어요. 조금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해서 다시 요청을 하면 바로 또 그렇게 해 주시고.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나갔는데 특별히 저희가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이해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전에 굿에 대해서 알려달라, 무당은 어떤 거냐, 어떤 샘플을 보여달라 등 사전 작업을 되게 열심히 하는 분이어서. 예전에 소울소스 앨범 믹싱을 할 때는 저희가 ‘조랑말을 타고’ 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가사에 백두산이 나오는데 백두산의 높이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이어서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들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혹은 ‘이런 부분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신지 여쭤봅니다.
시문: 저는 꼭 CD로 듣기를 추천 드립니다. 음원 사이트에서 들으면 조금 로딩되는 시간이 걸려요, 다음 곡까지. 그런데 CD는 굉장히 신경 써서, 그 초까지 맞춰서 저희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넣었거든요. 그래서 CD로 들으셨을 때 흐름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꼭 CD로 들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재호: 저는 일단은 저희끼리도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저희가 단 한번도 국악을 만들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요. 그냥 밴드 음악으로 느끼시고 좋아하는 밴드들 플레이리스트 중에 저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게감이 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수작 이런 것 보다는 매일 들으시는 음악에 차지스 음악이 들어가 있으면 좋겠고 일상 속에서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저희가 비록 지금 원 없이는 아니지만 간간히 공연을 하고 있으니까요. 관심 가져주시고, 라이브가 더 재미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다혜: 저는 무가가 가지고 있는 풀어주는 것들, 훵키함 이런 것들을 제일 먼저 나누고 싶고. 이게 저 멀리 있는 옛날이야기가 아니고 현재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다빈: 저도 앨범을 다 녹음하고 들어봤을 때 기뻤거든요. 기뻤던 이유는 저도 음악 듣는걸 좋아하는데 신선도가 가장 높았거든요. 제가 최근 들은 앨범 중에. (웃음) 그래서 혹시나 음악을 들으시다가 귀가 심심하다 싶으시면 언제나 찾아주시고요. 그리고 라이브도 직접 와보시면 즉흥적인 요소가 많아서 되게 재미날 거에요. 재미나게 놀아주세요.
오늘 음악에 담긴 의미와 소리, 그리고 추다혜라는 음악가의 소리를 어떤 식으로 접근했고 또 고민하여 구현했는지에 관해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마지막은 라이브 들으시면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추다혜: 찐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 ‘리츄얼댄스’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가짜 타이틀은 뭐냐고 김재호씨가 그러는데, 모든 곡이 버릴 게 없는 좋은 곡이라서. 굳이 찐 타이틀로 이 곡을 한 것은 만장일치였어요. 리츄얼댄스는 누구라도 행복하게 다 어우러져서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거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언제든지 힘든 것들 있으셨다면 이 노래를 듣고 잘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