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다린입니다.
보너스 트랙은 앨범이 주인공인 행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린님께 안부정도는 여쭤보려고 해요. 앨범 발표하신 뒤에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 우선 여태 긴장했던 걸 좀 내려놓고 휴식도 취하면서 고양이들이랑 같이 재밌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예고해드렸던 대로 [숲]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이번 첫 정규앨범의 시작은 2019년 말 즈음에 싱글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과 같은 이름으로 열렸던 공연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현장에 계셨던 팬분들과 이번 앨범에 관한 구상을 함께 나누셨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진행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 우선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그 당시에 공연을 먼저 시작했었어요. 그 공연을 만든 이유가 앞으로 화가의 행적을 좇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는 걸 말씀드리고, 또 그 화가가 저일 수도 있지만 여러분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래서 뭔가 [숲] 앨범 자체를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인상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화가라는 존재가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저는 사람마다 마음속에 자신만 아는 장면들, 기억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사건인데 제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그것이 유일한 장면으로 기억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기억하는 일’이라는 게 ‘그림을 그려내는 일’과 같다고 느껴졌어요. ‘계속해서 기억을 해나가고 있는 우리가 화가가 아닐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앨범의 이름이자 가장 중요한 ‘숲’이라는 존재에 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숲’은 ‘장소가 되는 시간’이에요. 저희가 숲에 가면 ‘숲에 왔다’보다는 ‘숲에 들어왔다’라는 인상이 더 크잖아요. 그런데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나오게 되고요. 그래서 저희가 살면서 지나치는, 겪게 되는 모든 시기들을 숲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앨범을 처음 구상하시고 나서 1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정규앨범이 나온 셈인데 그사이에 처음 앨범을 구상하셨을 때와 비교해서 바뀐 점이 있을까요?
– 더 강조된 부분은 있어요. 8, 9번 트랙 ‘어쩌면 우리’와 ‘고백’은 우리라는 게 얼마나 처절하고 불안한 것인지에 대해 말하는 곡이에요. 그런데 7번 트랙 ‘토끼와 나’가 원래 생각했던 슬프고 따뜻한 느낌보다 더 사랑스럽고 동화적인 곡으로 완성되는 바람에 이후 이어지는 8, 9번, 그리고 10번 트랙까지의 불안 같은 감정들이 상대적으로 더 현실적으로 표현된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좀 강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앨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싱글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은 계절감이 느껴지는 앨범 커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작품부터 이번 정규앨범까지 한 작가님과 함께 앨범 커버 작업을 진행하셨어요. 어떻게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우선 앨범을 기획할 당시에 회사에 앨범아트는 반드시 실제 페인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회의를 하다 보니 저희가 다 같은 작가님의 작품을 원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만나 뵙고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장치들을 말씀드렸고 되게 흥미로워하셨어요. 그렇게 바로 작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이후에 다섯 작품을 만드시면서 어떤 것들을 담으려고 하셨는지, 그리고 작업 과정은 어떠셨는지도 함께 얘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 [숲] 앨범은 떠나가는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장면이고요, 아트워크는 그 화가가 진짜 남기고 간 그림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앨범을 만들 때 그 화가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고, 또 아트워크들이 실제로 있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제가 놓치는 부분들에 대해서 작가님께서 다양한 제안을 해주시기도 하셔서 되게 즐겁게 작업했어요.
그 후 [숲 pt.1]이 공개되었어요. pat.1의 5곡과 뒤에 나온 5곡의 느낌이 조금 다르기도 한데 이렇게 파트를 구성하셨던 이유가 있었는지 여쭤보려고 합니다.
– 우선 분할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양가적인, 양면적인 모습을 좀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pt.1으로 발매되었던 5곡은 내 안에 나를 만나게 되는, 내 안의 나를 알아가는 그런 이야기인데, 완전함을 꿈꾸면서 여행을 나서고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것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지금 어떤 모양인지 알아가게 돼요. 그러면서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안에서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만나게 되거든요. 그래서 앨범 사진도 더 비밀스럽고 낯선 곳, 동시에 익숙한 그림들을 나타내고 싶었는데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이후에 5곡은 ‘우리 안의 나’라는 이야기에요. ‘우리’ 안에서 ‘나’를 만나는 이야기인데 ‘우리’가 되려면 우리는 분명히 ‘너’와 ‘나’로 분리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분리되어 있어야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떤 것이 우리를 연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뒤의 5곡은 내가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알아가는 이야기에요. 앞의 5곡과 뒤의 5곡이 데칼코마니처럼 연결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들어주시면 조금 더 풍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 와주신 분들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보시는 분들도 앨범을 감상하고 또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앨범 전체를 보면 좀 독특한 존재들이 나와요. 예를 들면 ‘상아’ 같은 경우도 그렇고 ‘새’나 ‘토끼’도 등장하는데 이렇게 인상 깊은 친구들을 한 친구씩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네 우선 ‘상아’는요, 상아가 코끼리의 생애 동안 같이 자라나잖아요. 근데 저는 뭔가 사람마다에게도 상아처럼 평생에 걸쳐 자라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게 구름처럼 자유롭고 유일한 모양으로 자라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담아 “우리의 상아는 구름 모양”이라는 문장을 적게 되었어요. 또 ‘새’ 같은 경우는 되게 이유가 많아요. 그중에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부치지 못한 편지일지라도 새처럼 날아가서 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소망이 담겨있어요. ‘토끼와 나’ 같은 경우는 여기에 등장하는 토끼가 제가 지키고 싶은 약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뜻해요. 그래서 저에게 소중한 것들, 제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건네는 고백 같은 곡이에요.
싱글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이 나오고 나서 정확하게 1년 뒤에 정규앨범이 나왔어요. 정규앨범이라는 존재 자체가 당연히 모든 음악가에게 의미 있지만, 특히 다린님은 1년이라는 시간을 팬분들과 함께 보냈고 같이 앨범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진행을 하셨기 때문에 더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앨범을 내고 나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이 있으시다면?
– 우선은 이제야 비로소 가수가 된 기분이에요. (웃음) 왜냐면 지난날을 돌아보면 여태까지는 ‘저’를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뭔가 이제 저도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말해도 되는 사람이 된 것 같거든요. 그래서 더 벅차고 감사한 기분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학년마다 명찰 색깔이 다르잖아요. 마치 그 첫 번째 색깔의 명찰을 받게 된 기분이에요.
앞서 얘기해주신 이야기 중에 pt.1의 5곡과 후반 5곡이 데칼코마니처럼 존재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팬분들께서는 앞, 뒤의 분위기나 내용 흐름이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는 감상을 주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후반부 다섯 곡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특히 오늘 들을 ‘스파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pt.1의 엔딩이었던 ‘우리의 상아는 구름 모양’이 사운드나 메시지 모두 되게 자유롭고 청명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pt.2에서는, 그러니까 완결된 [숲]에서는 거기서 더 디벨롭된, 그런 이미지들이 좀 더 분명해진 것들을 기대하신 분들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완결된 [숲]은 그렇게 동화적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여태까지 가지고 있었던 ‘우리’라는 것에 대한 감상을 [숲]에 담은 거라, 그중에서도 마지막 트랙 ‘스파클’은 나를 위해서 혼자가 되기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끝이라는 시작을 의미하는 거죠. 다시 혼자가 되고 의심이 시작되면 또다시 새로운 숲을 찾아서 떠나게 될 테니까요. 그런 걸 담고 싶었어요.
혹시 오늘 오신 분들께, 그리고 온라인으로 보고 계신 분들께 앨범에 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우선은 되게 수상 소감 같네요. (웃음) 함께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숲을 달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게 비단 저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 앨범의 모든 곡을 부를 때 제가 뭔가를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거든요. 동시에 여러분의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해요. 여러분의 숲은 어떤 모양이었는지에 관해서 묻고 싶고. 그런 걸 들을 수 있는 자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스텝분들도 그렇고 포크라노스와 블럭님, 어코스티 뮤직, 모든 시청자분들도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웃음)
이렇게 관객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신 게 얼마 만인지도 궁금해요.
– 음… 작년 가을에 ‘고백’ 다이어리 버전이 발매되었을 때 ‘나무의 고백’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했었는데 그때가 10월 말이었으니까 4, 5개월 정도 되었나요? 반년 정도 지난 것 같네요. 그래서 오늘 사실 되게 엄청 떨렸어요. 오랜만에 만나 뵙는 것이기도 하고 ‘토끼와 나’를 누군가의 앞에서 부른 게 오늘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아까 더 벅찼나 봐요.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앨범에 관해 이야기 나눈 시간에 대한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 [숲]을 만드는 작년 한 해 동안 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무언가를 회상하는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만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시기에 저를 붙들고 있어 준 이 앨범, 저를 안 흔들리게 잡아준 이 앨범에 대해서 오늘 좀 더 심도 있게 풀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려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는 앨범 안의 디테일한 장치들을 얘기하지 않는 편이었거든요. 왜냐면 자유롭게 해석이 되길 바랐어요. 제가 가사도 되게 추상적으로 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자기만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조금 배려하고자 설명을 많이 안 드리곤 했어요. 그런데 정규앨범은 되게 길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나하나 포인트를 짚어드려도 애초에 큰 그림이기 때문에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범위를 잡아드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 설명을 더 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좀 도움이 됐나요? 오늘 시간이? (웃음) 그러면 너무 기쁘네요. 다행이고. 와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저는 사실 1년간의 과정을 전부 들어왔는데 첫 싱글과 pt.1, 정규 앨범 각각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 변화가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앨범도 나왔으니 혹시 가까운 시일 내에 잡혀있는 계획이 있으실까요?
– 아까 유튜브 댓글로도 아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아쉬움을 깨드리고자(웃음) 이번 달 말에 ‘숲’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이에요. 그래서 오늘처럼 여러분께 [숲]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따뜻하고 즐거운 공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새 앨범 준비를 시작했는데 아직 회사 분들과 상의가 되지 않은 스포거든요. (웃음) [숲] 이야기의 연장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숲] 이야기가 끝나는 곳으로 함께 달려 나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해도 여전히 숲속에 있을 예정입니다.
라이브 보시는 분 중에서는 한정판 앨범을 구매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 저도 없어요. (웃음) 저도 없어서 따로 구매했는데 환불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너무 만나고 싶은 CD에요. 앨범을 함께 만들었다는 기분을 실감한 게 이 한정판 CD 판매되었을 때였거든요. 하루 만에 솔드아웃이 되는 걸 보고 이 이야기가 정말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어요.
네. 이렇게 오늘 보너스 트랙은 다린님의 첫 정규 앨범 [숲]에 관한 이야기와 라이브로 채워보았습니다. 아직 라이브가 한 곡 남았지만 저는 여기서 미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린님의 새 앨범은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감상이 가능하고요. 다린님과 어코스티 뮤직, 그리고 포크라노스 SNS등을 통해서 더 많은 소식 실시간으로 접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이곳까지 직접 찾아와주신 관객분들, 그리고 온라인으로 지켜봐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고요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보너스 트랙 끝 곡이자 앨범의 끝 곡, 다린님의 ‘스파클’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