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

[SPECIAL] CLUB CASPER 2021, 새롭고 신선한 재미로 가득했던 6일 간의 여정

발행일자 | 2021-12-06

 

독특한 컨셉과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을 받은 온라인 공연 <CLUB CASPER 2021>이 막을 내렸다. 아트 디렉팅 및 공동 기획으로 참여한  Azikazin Magic World가 숨결을 불어넣은 인형 관객들과 얼음 협곡과 사막, 동굴 등의 개성 넘치는 무대로 온라인이라는 환경의 틀을 깨고 신선한 교감을 시도한 이번 공연은 총 6일에 걸쳐 온라인으로 송출되었다.

 

물론 라이브를 놓쳤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포크라노스 유튜브 채널에서 열두 팀의 라이브 클립 하이라이트 영상을 서비스 중이다.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선명히 느낄 수 있는 이날의 열기를 열 명의 필진 모여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DAY 1

 

김뜻돌 – COBALT | Meaningful Stone – COBALT

 

김뜻돌에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상을 안겨준 첫 정규앨범 [꿈에서 걸려온 전화]가 세상에 나오고, 정확히 1년 뒤 EP [COBALT]가 발매되었다. 첫 정규 앨범을 통해 포크, 락, 재즈 등 넓은 스펙트럼을 차례로 훑어가는 모습을 볼 때만 해도, 그녀의 다음 발걸음이 이토록 빠르게 락으로 좁혀질 줄은 몰랐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던 그녀’는 (아마 앞으로, 당분간) 그녀가 선보이고픈 음악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2021년의 만연한 가을, 얼음협곡에서 펼쳐진 김뜻돌의 시원한 COBALT 라이브를 만나보자. 분명 음원보다 더 거칠고 더 시원하다. 락 앨범을 떡하니 내놓은 뮤지션에게 기대하는 라이브 그대로이다. 수년간의 라이브 활동으로 쌓인 내공으로 무대 위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패키지 여행을 테마로 한 온라인 콘서트 기획에 걸맞게, (공연에 관광 온) 관람객 인형들이 헤드뱅잉을 하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상이다.

 

김은마로 (포크라노스)

 

 

박문치 – 그 해 이야기 | PARKMOONCHI – The Story Of The Year

 

실제 관객 동원이 어려운 현 시국에 관객석을 인형으로 채운다는 신박한 아이디어와 여느 페스티벌 부럽지 않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CLUB CAPSER]는 시작 전부터 기대할만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첫날 두 번째 순서로 나온 박문치와 박문치 유니버스는 TLC 느낌의 그림을 상상해서 만들었다는 말에 걸맞은 사운드와 무대 매너를 보이며 마치 화려한 잔치의 서막을 여는 해외 오프닝 게스트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박문치와 박문치 유니버스가 만들어낸 맛깔나는 시너지는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그 안에 녹아들어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중간중간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은 실제 공연장을 방불케 했으며, 즐겁기만 하다면 음정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한 강원우의 보컬, 그리고 이 모든 흥겨움을 받쳐주는 탄탄한 연주와 루루&라라의 뛰어난 보컬 실력은 이들의 무대가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진정한 ‘즐길 수 있는 음악’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내기에 충분했다.

 

김영주 (포크라노스)

 


DAY 2

 

TRPP – Coming after+Pause

 

귀한 영상이다. 어디선가 나타나 주목을 받더니 데뷔한 지 두 달 만에 12트랙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얼마 후엔 드라마의 OST까지 꿰찬 비범한 밴드의 귀한 라이브 영상이다. 치치, 후루카와, 엘리펀트로 구성된 밴드 TRPP, 새로운 인물인 동시에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세 멤버의 합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만 할 뿐, 처한 상황으로 공연도 직캠 영상도 즐길 수 없어 정말 아쉬운 참이었다.

 

[CLUB CASPER 2021] 무대가 더욱 반가운 건, 뮤지션이 유독 즐거워하는 순간들을 여러 차례 발견할 수 있어서다. 관객이 없는 현장에 가장 갈증을 느꼈을 이들이 호응 좋은 인형 관람객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온라인 공연에서 관람객과 뮤지션이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이렇게나 반가울 수 있을까. 특별한 장소에서의 공연을 선보였던 [Another Place] 시리즈에 이어, 관람객과 뮤지션이 공존하는 공연을 선보인 [CLUB CASPER 2021], 이어질 ‘캐스퍼라이브’의 온라인 생중계 공연 시리즈가 기대된다.

 

이지영 (포크라노스)

 

 

KIRIN (기린) – MARGARITA (feat. 재규어 중사(SFC.JGR))

 

기린과 재규어 중사 두 사람의 조합은 실로 팽팽하다. 쉽사리 어느 방향으로 기울지 않는 그 존재감과 정체성에 대한 얘기다. 아직 레트로가 시대의 흐름과 궤도를 타기 전, 오롯이 자신의 선택으로 20세기 소년을 자처한 기린의 예지력, 아니 혁신성은 단지 당시 감각을 (청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그럴듯하게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하는 완벽한 결과물과 퍼포먼스에 방점이 있기도 했다. 익숙한 패션과 낯익은 음악, 한편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와 뻔뻔한 제스처는 단순히 찰나의 기지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으며, 훌륭한 멜로디 감각과 동료들과 함께한 다채로운 퍼포먼스는 장르 고유의 감성적 근원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지나친 몰입을 지양한 형태였다. 재규어 중사는 어떤가? 농밀한 R&B 감성을 노골적으로 차용하면서도, 결국 모든 것을 가볍고 칠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그의 오묘한 태도는 어제의 감각과 오늘의 감성을 오가는 기린의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비록 그런 기린은 은퇴 선언을 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퍼포먼스는 세상에 남았다. 마치 소중한 유물을 캐냈던 이들처럼 태고의 비밀을 감춘 듯한 얼음 협곡 세트는 귀엽고 좁은 무대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뜻밖의 몰입감과 현장감을 선사한다. 여전히 능청스럽게 카메라와 시선을 맞추는 기린과 아무렇지 않은 척 각자 동선의 빈틈을 채워가는 두 사람의 스텝, 이에 따라 유머러스하게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카메라 화면은 이전까지 온라인 공연의 지나친 정적 화면이나 과도한 스펙터클에 비견되는 자연 속 클럽 현장 그 자체였다. 인형들이 정확히 비트에 맞춰서 고개를 흔들고, 반대로 기린은 인형들과 하이파이브를, 재규어 중사는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호하는 인형들을 향해 마이크를 들이대 “바보”를 연호하는 장면에서 팬데믹이 강제했던 공연의 즐거움을 명백히 다시 환기한다. 무엇보다, 즐겁지 아니한가.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

 


DAY 3

 

Mogwaa (모과) – Drizzle

 

모과의 음악은 수학 공식을 닮았다. 언뜻 보기엔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 지레 겁을 먹게 되지만, 그 원리를 이해했을 때 벌어지는 명쾌한 0과 1의 화학작용을 ‘Drizzle’에서 발견했다. 겹겹이 쌓인 신디사이저와 MPC, 이펙터 더미가 빚어내는 훵키한 그루브와 사운드스케이프는 하나의 완전한 공식처럼 작동하며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CLUB CASPER> 세계관 속 어둡고 축축한 동굴을 메우는 모과의 신비로운 사운드를 여러분도 확인해 보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라이브를 시청하던 중 모과를 소개하는 대표적 수식인 ‘영등포의 훵크 마법사’가 문득 떠올랐다. 모과가 내는 소리 하나 하나에 열렬히 환호하는 인형 관람객을 보며 정말 마법사가 맞긴 맞구나 싶어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키치킴 (포크라노스)

 

 

KIRARA (키라라) – Pulling Off the Stars

 

몇 년 전, 현장 스탭으로 키라라의 공연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피날레를 장식했던 키라라는 서서히 고조되어가는 분위기와 함께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관객 모두를 한 명 한 명씩 일어나게 만들었고, 어느샌가 공연장의 모든 관객은 무언가에 홀린 듯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이 키라라라는 뮤지션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물론 그 어떤 장르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특히나 일렉트로닉 기반의 음악은 관객과의 즉각적인 호흡과 그들의 반응을 먹고 자란다. 지금 소개할 키라라의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현장감’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군다나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강력했던 첫인상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기에, 그의 음악이 온라인을 통해 ‘상영’된다는 소식은 궁금증과 걱정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그러나 영상 속 키라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춤을 춘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마치 그를 중심으로 반경 3m 정도의 원 안에서는 고유의 기류가 흐르는 듯, 앞에 있는 것이 관객이든 카메라이든 그는 음악과 물아일체가 되어 몇 년 전 공연장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으로 연주에 몰입한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모니터를 뚫고 나오기에 충분하다. 내가 했던 걱정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고, 어느새 어깨와 무릎을 들썩이고 있는 책상 앞의 나를 발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어느 시 구절처럼, 영상 속 키라라는 무아지경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춘다. 환경의 한계를 차치하고서라도 공연의 본질적인 힘마저 가로막을 수는 없다는 듯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불특정 다수를 들썩이게 만드는 그의 무대는, 그렇게 공연이 줄 수 있는 연결과 공감이라는 가치에 대한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중이다.

 

월로비 (포크라노스)

 


DAY 4

 

wave to earth – wave

 

인적 드문 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안경>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행은 문득 시작되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 거죠.” 가만 보면 우리가 설렘을 느끼는 단어들은 대개 유한성을 지니는 듯하다. 예컨대 여행, 청춘, 여름, 사랑, 낭만 따위의 것들.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자꾸만 마음이 동할 때, 나는 어김없이 밴드 wave to earth의 음악을 꺼내 듣는다. 이들의 여름 소리는 뒤늦게 현상한 휴가지에서의 필름 사진을 닮아서, 끝난 줄로만 알았던 여행을 무한한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망령처럼 살다 보면 바다 한번 보러 가기까지 큰 결단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 ‘CLUB CASPER 2021’을 통해 방 한켠에서 시청하는 이들의 공연은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맑은 날 부드럽게 들이치는 파도의 형상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wave’), 햇살을 잔뜩 머금은 채 반짝이는 윤슬의 영롱함을 마주하는 기분도 든다(‘daisy.’). 하늘 위를 수놓은 자줏빛 노을의 춤을 올려다보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purple lake’). 살아가는 가운데 가장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싶던 이미지들을 한데 모은 이들의 음악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WAVY라는 든든한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한 wave to earth의 새로운 물결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고 싶다. 물결은 파도가 되고, 파도는 이내 해일이 되기를!

 

최은유 (포크라노스)

 

 

까데호 – 떠나 | CADEJO – Escape

 

동굴 스테이지는 역시 동굴답게 어딘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종유석과 석순이 주는 서늘함은 모니터 밖으로까지 전달되며, 어딘가 동굴 특유의 색은 실제로 이곳이 동굴이라는 착각까지 들게 만든다. 그러니 모두 이 상황에 진심으로 몰입해보자. 여기에 까데호의 곡을 만나면 보는 이들은 더욱 시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떠나” 영상에서 열광하는 인형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가이드 패티의 모습도 얼핏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까데호는 동굴 안에서 공연을 알차게 채웠다. 어디서나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만큼 이번 공연에서도 변함이 없다. 어쩐지 인형들은 곡의 분위기와 흐름에 맞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관객을 움직이는 곡들이기에 인형 관람객들의 열광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이토록 좋은 공연을 봤다니, 인형들이 진심으로 부러울 따름이다.

 

블럭 (프리랜스 에디터)

 


DAY 5

 

Beautiful Disco – Sunrays Intor + Curiously Strong Mints + Elijah Suite 1

 

장르 앨범을 체크하다 보면 가끔씩 원인 모를 마음의 안정감과 따스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러한 기분이 들면 주저 없이 앨범의 크레딧을 확인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보게 되는 건 뷰티풀 디스코(Beautiful Disco)의 이름이다. 이런 그가 올해 발표한 [BEAMING INTERLUDE]는 마감에 지친 심신을 달래 준 마음의 양식이었는데, <CLUB CASPER 2021>을 통해 진행된 그의 라이브는 남은 피로를 깨끗이 씻게 했다. 영상에서 그는 SP-404와 크로스패드 쿼드를 다루고, 노브 활용을 통해 자신의 의도대로 연주하듯 그루비하고도 근본력 가득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이전부터 그가 연주하는 SP-404의 버튼 속 글자가 점점 희미해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엄청난 노력과 우직한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그의 연주와 경탄을 금치 못하는 인형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공명이 일어났다. 이렇듯 <CLUB CASPER 2021>에 담긴 뷰티풀 디스코의 라이브는 로우파이(Lo-Fi)란 용어만으로 한정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그의 음악 세계와 행보가 잘 함축되어 있다. 

 

인스 (INS) (HIPHOPLE 에디터)

 

 

Y2K92 – Uaintreally remix 김심야 Kim Ximya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동시대인은 함께 웃는 사람들이기보다, 함께 웃지 못하는 사람들. 무언가가 좀처럼 웃기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의를 봤다. 멋만 아는 건 무의미하다고, 위선보다는 조화와 사랑을 말하는 Y2K92 나에게 ‘동시대인’이라는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

 

Y2K92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통쾌한 동시에 사랑스럽다. 작은 클럽이든 미술관 옥상이든 그들이 등장하는 베뉴에 따라 그 감동이 모두 다르다. 2019년 이태원 Trippy, 2020년 을지로 Seendosi 에서 본 Y2K92 라이브는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이기도 하다. 공연이 없는 두 해를 보내며 허전한 요즘, 취향 좋은 가이드 ‘패티’를 따라가다 만난 귀여운 기획의 ‘CLUB CASPER 2021’는 시모와 지빈의 <Uaintreally remix> 라이브를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어 특히 각별하다.

 

손꼽힌 (프리랜스 마케터)

 


DAY 6

 

Lionclad (라이언클래드) – I see, It was a bad idea + Shaking legs

 

라이언클래드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현란한 손동작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라 장담한다. 열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MPC를 두들기며 무대를 장악하는 그의 음악은 ‘악기로 음악을 연주한다’라는 당연한 문장을 낯설고 신선하게 뒤바꾸며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며 퍼포먼스적인 측면에서 시각적인 강점을 극대화한다. ‘MPC’라는 전자 악기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행위를 통해 라이브를 이어가는 모습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장감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환경에서 이러한 ‘보는 음악’의 강점은 시각적인 부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영상 매체를 통해 전달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공연의 특성상, 공연의 개념이 재구성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온라인 공연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이번 ‘클럽 캐스퍼’의 출연진에 라이언클래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굉장한 상징성을 띠며 여타 수많은 ‘라이언클래드 라이브 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시너지를 내뿜는다. 음악과 무대, 그리고 공연이 지어보이는 새로운 표정이 궁금하다면, 마치 다음을 향한 이정표를 제시하듯 뻗어나가는 그의 무대에 눈과 귀를 모두 기울여보자.

 

월로비 (포크라노스)

 

 

실리카겔 – kyo181 | Silica Gel – kyo181

 

떡잎부터 달랐다. 헬로루키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을 차지했을 때 선정단은 모두 탄탄한 음악 외에 비디오 아트나 비주얼 콘셉트의 중요성도 놓치지 않는 이들의 선도적인 면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2017년 실리카겔과 파라솔이 벨로주에서 함께했던 ‘Space Angel’ 무대도 상기할 만하다. 현장에 있었던 이들에게 비단 공연의 감동만이 아니라 역사에의 동참이라는 뿌듯함을 선사한 자리였다. 상상이나 꿈속 환상을 현실의 강렬한 폭발과 제대로 뒤섞는 실리카겔의 예술은 언제나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하게 한다.

 

올해 ‘Desert Eagle’로 이미 뜨거운 황야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전시했던 실리카겔과 <CLUB CASPER 2021> 사막 무대의 만남은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졌다. 마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주황빛으로 작열하는 태양을 의식하듯 김건재(드럼)는 손부채질을 펄럭이고, 최웅희(베이스)와 김춘추(기타)는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다. 김한주(건반/기타)는 악기와 마이크를 아예 관객석으로 넘기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실리카겔의 정규 데뷔작 수록곡부터 근작까지 두루 훑는 무대의 몰입은 한순간도 깨어지지 않는다. 분명 뜨겁고 열정적이다. 순간마다 상상과 콘셉트에 충실하게 놀면서도, 결국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격정적으로 몰입하는 이들의 라이브는 유쾌함과 발칙함, 부드러움과 사이키델릭이 쉽게 공존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지치지 않고 부수어 나간다.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