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Inside no.2
2000년대 한국에 재림한 댄스뮤직의 화신! 치명적 그루브 메이커, 그 이름 ‘나잠 수(NAHZAM SUE)’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즈음에 ‘마빈 게이(Marvin Gaye)’ 같은 옷차림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마치 골무처럼 생긴 니트 모자를 쓰고 빈티지한 티셔츠와 자켓, 나팔바지처럼 밑단이 넓은 청바지, 컨버스를 신고 다녔다. 당시에도 이미 홍대에서 놀고 있던 나는 굳이 따지자면 언더그라운드-힙합 씬의 일원이었는데 이런 옷차림은 집단 내에서 아마 내가 유일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큼직한 NBA, NFL 져지와 뉴에라 캡, 오버사이즈의 청바지를 입고, 새하얀 에어포스원, 또는 팀버랜드 부츠를 신고 다녔고 나도 한땐 그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렇게 변해버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시기의 내가 과거의 소울(Soul), 훵크(Funk) 음악에 깊게 경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빈 게이(Marvin Gaye)
시작은 힙합(Hip Hop)이었다. 어릴 때, 그러니까 이미 90년대 초부터 AFKN에서 새벽에 틀어주는 뮤직비디오들을 주구장창 보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힙합, 알앤비 음악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 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뭔가를 사랑하게 되면 더 깊이 파고 들어가고 싶어진다. 더 많이 알고, 또 이해하고 싶어진다. 힙합, 알앤비 음악의 뿌리가 된 음악들로 자연스레 눈을 돌렸다. 과거의 소울, 훵크, 재즈, 블루스 음악들로 시간여행을 시작하게 된 거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커티스(Curtis Mayfield), 로저(Roger Troutman,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 릭(Rick James), 지풍화(Earth Wind & Fire), 레이(Ray Charles), 콜트레인(John Coltrane), 몽크(Thelonious Monk)…여기는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세계였고 난 헤어나올 길이 없이 푹 빠졌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내 취향은 현재까지도 굳건한 내 정체성의 근간이 되었다.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의 명반 <Honey>의 아트워크.
아아…꿀이…꿀이 흐른다.
여하튼 다시 내가 ‘마빈 게이’ 코스프레 하고 다니던 시절로 이야기를 되돌리면 당시의 나는 늘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이 생겨나고 어느덧 한국에서도 힙합, 알앤비 음악을 하는, ‘흑인음악’ 아티스트들은 참 많아졌는데 정작 소울, 훵크 음악을 하는 밴드는 좀체 없었던 거다. (당시에 이런 류의 음악을 했던 밴드는 ‘아소토 유니온’, 여기서 파생된 ‘윈디시티’와 ‘펑카프릭 부스터’ 정도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해방 이후 서구 물결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던 우리 아버지 세대에는 디스코, 훵크를 연주하는 밴드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이를테면 ‘함중아와 양키스’ 같은. 물론 개중에는 아직도 명맥을 잘 유지하고 있는 철호 형님의 밴드 ‘사랑과 평화’도 있긴 하지만-사.평의 노래 ‘한동안 뜸했었지’는 한국 가요사의 대표적 명곡이다-여전히 한국에는 이런 음악을 지향하는 밴드, 아티스트가 턱없이 적다고 느껴진다.
<함중아와 양키스 / 풍문으로 들었소>
요즘 사람들에겐 ‘범죄와의 전쟁’ OST에 수록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커버로 친숙할 노래다.
그런 의미에서 ‘나잠 수(Nahzam Sue)’는 너무나도 반가운 아티스트다.
그의 이름을 알린 희대의(?)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 그리고 본인의 솔로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이 일관되게 60~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소울, 훵크, 디스코 음악들, 그러니까 흑인음악 카테고리 내의 ‘댄스뮤직’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잠 수(Nahzam Sue)
‘나잠 수(Nahzam Sue)’.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보컬, 프로듀서이자 솔로 아티스트, 그리고 믹싱/마스터링 엔지니어다. 심지어 뮤직비디오 감독도 한다. 한국 인디음악 씬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일원이다. 붕가붕가에서 그를 소개하는 공식적인 자료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나잠수’가 아니라 ‘나잠 수’다. 이 요상한 이름은 그가 커리어를 시작한 밴드인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를 처음 시작할 당시 사용했던 예명 ‘압둘라 나잠’에서 유래했다.
‘나잠 수’ 하면 일단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다. 적어도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밴드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을 터. 강력한 댄스 바이브, 파격적인 의상과 안무 등으로 무장한 이 밴드는 2014년, ‘무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한국 밴드 최초로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심지어’ 글래스톤베리에서 다시 한 번 초청(!!), 2016년에 또 다시 영국을 찾았다. 최근에는 일본 데뷔 앨범을 발매, 곧 일본 전국투어를 앞두고 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탱탱볼> 라이브 @ 온스테이지
이 비디오 한 편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특질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인디 아이돌, 중동 석유왕자 컨셉트를 내세우며 개그적 요소가 충만했던 초창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이후의 술탄은 음악적으로는 70년대 소울/디스코/훵크의 음악적 유산을 충실히 계승한다. 그러면서도 키치함과 우스꽝스러움의 경계를 애매하게 넘나드는 B급 정서 충만한 비주얼과 퍼포먼스는 여전히 유효했다. 탄탄한 완성도의 밀도 높은 그루브와 시선을 잡아 끄는 퍼포먼스의 결합을 통해 디스코/소울 음악의 황금기를 새로운 감성(+똘끼)으로 재현하는 밴드가 바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웨ㅔㅔㅔㅔ (feat. Black Nut)> 공식 뮤직비디오
이 비디오를 소개하는 건 개인적으로 이 음악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솔로 ‘나잠 수’의 연결지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음악이 대체로 70년대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싱글만은 다분히 80년대의 바이브를 뿜어내고 있다. 80년대, 그러니까 신디사이져가 등장한 이후 대중음악이 ‘격변’을 겪으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시기다. 풍부한 신쓰 사운드, 이와 어우러지는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 심플하고 직선적인 리듬…’웨ㅔㅔㅔㅔ’는 확실히 80년대다. ‘이 싱글은 어쩌면 나잠 수’가 자신의 솔로를 통해 80년대 스타일의 댄스뮤직을 좀 더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된 하나의 계기가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한 번 해보고 싶다.
2016년, 그의 솔로 활동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 해 봄과 가을에 각각 싱글을 하나씩 공개했고 10월에는 정규앨범 발매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미 그 전인 2013년에 싱글 ‘울어요 그대’를 공개한 바 있으나 어떤 연속성이 없는 단발성 발매였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소품의 성격이 강했다) 그리고 첫 정규앨범 <Till The Sun Goes Up>이 공개되었다.
<나잠 수 / Till The Sun Goes Up> 아트워크
여기서부터 이미 심상치 않다.
그는 이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80년대의 R&B, 댄스, 팝 음악을 구현한다. 그의 솔로 활동을 함께 하는 밴드 ‘빅웨이브즈’가 함께 작업했다. 빈티지한 소리를 뿜어대는 아날로그 신쓰와 드럼머신이 그루브를 지배하는 댄서블한 곡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드문드문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도회적이고 서정적인 슬로우/미디엄 템포의 진득한 곡들, 아울러 그와는 다른 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아티스트 ‘신세하(Xin Seha)’, ‘로보토미(Lobotomy)’의 리믹스까지 포함해서 총 열세 곡의 다채로운 악곡들을 빽빽하게 수록하고 있는 풀렝스(Full-length) 앨범 <Till The Sun Goes Up>은 앞서 기술했던 ‘나잠 수’의 음악적 지향을 아주 있는 힘껏 드러낸다. 동시에 이 ‘작은 거인’이 댄스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재능이 가히 ‘천재적’임을 재차 증명한다.
프린스(Prince), 잽(Zapp & Roger), 릭 제임스(Rick James) 등이 자연스레 연상되는데 특히 미네아폴리스 사운드의 흔적이 짙게 느껴진다. 드문드문 ‘피펑크(P-Funk)를 연상시키는 곡들도 있다. 미네아폴리스 사운드의 대표적 인물로 평가 받는 거장 ‘프린스’가 이 앨범이 발매된 해인 2016년 초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우연을 굳이 결부시키면 이 앨범은 한층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족이지만 아직 ‘프린스’의 음악을 접해보지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꼭 들어보길 바란다. 동시대에 활약한 불세출의 스타 ‘마이클 잭슨’에게 조금 가리워진 감이 있긴 하지만 사실 프린스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천재’ 음악가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ejWV6NBvWKk
<Prince / Why You Wanna Treat Me So Bad?> 라이브 @ Capitol Theatre
밝은 기운 가득한 풍성한 신쓰 사운드에서 피펑크(P-Funk)적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첫 트랙 ‘ZomB-boy’가 기분 좋게 포문을 연다. 유쾌한 그루브와 재미있는 가사가 잘 어우러지는 가운데 타이트한 랩 플로우와 명료한 딜리버리가 인상적인 <작은 것들의 신>의 주인공 ‘넉살’이 특유의 선명하고 촘촘한 라임을 더하는 곡이다. 좀비들이 대거 등장하는 유쾌한 뮤직비디오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명곡 ‘Thriller’의 뮤직비디오를 일견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잠 수 / 좀비보이(ZomB-Boy) (Feat. 넉살> 공식 뮤직비디오
<Michael Jackson / Thriller> 공식 뮤직비디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위 비디오와 비교하며 감상하면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이어지는 ‘Pink Lip’는 필자 주변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섹스송(Sex Song)’이다. (필자와 필자 주변의 알앤비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섹슈얼한 무드의 알앤비 일체를 ‘섹스송’이라 칭하곤 한다) 야한 노래다. 가사가 정말 노골적으로 야하다. 댄서블한 사운드 때문에 자칫 놓칠 수도 있지만 가사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해서 들으면 수위가 꽤나 높음을 알 수 있다. (후반부로 가면 정말 장난 아니다) 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창법으로 보나 섹슈얼리티 충만한 가사로 보나 이 노래의 모티베이션은 확실히 ‘프린스’다. 쫀득쫀득한 신쓰 사운드가 귀에 착착 붙는 트랙이다.
‘미워 아이니’는 이 앨범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나잠 수 특유의 가사적 재치가 잘 드러나는 곡이다. 앨범 초반부의 분위기를 쭉 이어가는 직선적인 댄스 그루브와 함께 ‘미워’, ‘워 아이 니 (我爱你/사랑해)’, ‘아이 니 쥬(I Need You)’ 등 저마다 다른 의미, 다른 언어들을 ‘미워 아이 니’, ‘미워 아이 니 쥬’ 등으로 교묘하게 엮은 훅의 말장난이 재미있는 곡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초반부를 지나 타이틀과 동명의 곡인 ‘Till The Sun Goes Up’이 숨을 고르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기존의 ‘나잠 수’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도회적인 무드와 멜랑콜리로 가득한 이 미디엄-템포 R&B 넘버는 매끈하게 잘 빠진 팝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근래 부쩍 늘어난 시티팝 리스너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블랙스플로테이션'(Blacksplotation/미국의 흑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흑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의 총칭으로 흑인들이 출연하며 주로 훵크, 소울 음악들이 배경음악으로 활용되었다)의 오프닝크레딧, 혹은 90년대 전자게임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의 뮤직비디오 역시 시티팝적인 요소가 그득하니 시티팝 컬렉터들은 꼭 한 번 들어보시라.
<나잠 수 / Till The Sun Goes Up> 공식 뮤직비디오
이 앨범 최고의 ‘문제적 트랙’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가수 아담’은 한 시대를 풍미…까지는 아니고 스쳐가며 제법 사랑 받았던 사이버가수 ‘아담’을 소재로 한다. ‘아담’은 일본의 사이버 아이돌 ‘다테 교코’를 레퍼런스로 한국의 아담소프트가 제작해 발표한 3D 가수로 지금 생각하면 중2병의 끝판왕과도 같은 갖가지 설정들이 어마어마했다. 태어난 곳이 ‘에덴’이라던지, 특기는 기타 애드리브라던지 하는 것들. (심지어 99년 2집이 망한 이후 입대했다는 설정까지 있다ㅋㅋㅋ)
문제의 사이버가수 아담
심지어 CF도 찍었다.
이렇듯 어이없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나잠 수’는 그(?)의 흥망성쇄에 빗대어 존재학 또는 존재론의 영역까지 이 앨범이 다루는 메시지를 확장시킨다. 풍부한 신쓰 사운드와 훵크의 그루브는 사뭇 경쾌하면서도 왠지 모를 멜랑콜리의 기운을 풍기는데 ‘이미 죽을 때를 알고 태어난 아름다운 사이버가수 아담’이라는 첫 구절이 귀를 때리는 순간 그 멜랑콜리는 명확하게 실체화 된다. 타의에 의해 탄생되었다가 시대의 흐름에 밀려 버림 받은 비극적 존재 아담의 더없이 슬픈 이야기가 바로 이 노래다.
<나잠 수 / 사이버가수 아담> 공식 뮤직비디오
뉴웨이브의 향취를 솔솔 풍기는 몽글몽글하고 서정적인 신쓰 사운드, 풍부한 멜로디가 마치 팝 발라드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감성적인 트랙 ‘아무 말’이 차분하게 중반부를 정리하고 나면 흡사 ‘릭 제임스(Rick James)’를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일렉트릭 훵크 ‘왜때문에’가 후반부의 문을 열어젖히며 다시금 약동을 시작한다. 중독적인 훅, 토크박스의 사용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어지는 ‘Get High! (지까짓게)’ 역시 절로 피-펑크의 유쾌한 기운이 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맥스 러브’는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싱글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앨범의 전체 구성상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그야말로 ‘작렬’하는 트랙이다. 락킹한 사운드와 비트, 여기에 그루브를 부여하는 기타 리프가 뜨겁게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가운데 ‘맥스(Max)’ 상태의 사랑을 표현하는 격한 가사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육삼 빌딩, 피라미드, 한반도를 거쳐 지구, 태양, 은하계, 심지어 블랙홀(!)까지 간다. 초속 2만키로(!?)로 달려 계기판을 터트린다. ‘너무 매우 정말 완전 심각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적어도 내가 들어본 중 이 세상에서 ‘가장 빡세게 달리는’ 러브송이다. B급 정서 살벌하게 폭발하는 뮤직비디오는 덤이다.
<나잠 수 / 맥스 러브(Max Love)> 공식 뮤직비디오
풍부한 멜로디의 발라드 넘버 ‘불꽃’이 대망의 엔딩을 장식한다. 90년대 슬로우잼의 뉘앙스가 감지되는 R&B 넘버인 이 곡은 떠나간 연인을 향한 후회와 갈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앞서 ‘아무 말’의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달려온 여정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는 노래다.
총 세 곡의 보너스 트랙을 수록해 구성을 더욱 풍성히 하고 있다. 우선 나잠 수 본인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문제적 정규작 ‘The Golden Age’에 수록되었던 풍부한 브라스 사운드의 훵크 넘버 ‘들러리’를 신쓰 사운드 난무하는 강렬한 댄스뮤직으로 탈바꿈시켰다. 나머지 두 곡은 그리고 ‘뉴웨이브’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 아이코닉한 아티스트 ‘신세하(Xin Seha)’, 풍부한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뭐라 장르를 규정짓기 힘든 음악을 창조하는 전자음악가 ‘로보토미(Lobotomy)’가 각각 ‘Pink Lips’와 ‘사이버가수 아담’의 리믹스 트랙을 헌정하고 있다.
2017년. 이제까지 나잠 수 음악의 시대적 레퍼런스라 할 만한 70/80년대와의 간극은 무척이나 크다. 디스코, 훵크의 시대는 종언을 고한지 벌써 오래이고 이들의 유산은 근래에는 그저 팝 음악의 소재로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마크 론슨’과 ‘브루노 마스’의 노래 ‘Uptown Funk’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제 더 이상 디스코와 훵크는 유행의 최전선에 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잠 수는 계속 댄스음악을 만든다. ‘당신의 척추를 직격’하기 위해. 당신의 몸이 춤추게 만들기 위해. 2000년대의 한국에 재림한 ‘마지막 디스코와 훵크의 화신’. 바로 ‘나잠 수’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나잠수’가 아니다. ‘나잠 수’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Deep Inside’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