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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ALBUM INTERVIEW]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처음, [” sin ! “]

발행일자 | 2020-02-12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첫 번째 앨범
/ ” sin ! “

잘하려고 하지 말자. 처음이니까, 잘하는 것보단 실수만 하지 말자. “경험이 없는데 완벽에만 초점을 맞추면 분명히 문제가 생겨요.”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은 이만큼인데, 어떠한 규격 때문에 억지로 늘리면 이만큼의 마음이 변질될 것 같아요.” 처음은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고, 급한 마음에 체하기 마련이다. 완벽보단 적당히가, 지루한 것보단 아쉽게 끝나는 게 처음의 미덕이고 용인이지 않을까? 2019년 10월 발매된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첫 번째 앨범 [” sin ! “]의 이야기다.


Q. 얼마 전에 첫 단독공연을 마쳤어요. 어떠셨어요?

준비하는 내내 계속 긴장 상태였어요. 저한테는 너무 막연한 일이었거든요. 속으로만 ‘언제 하지? 올해 안에 했으면 좋겠다.’ 하다가, 단독공연 언제 하냐는 질문들이 조금씩 들려오더라고요. 무턱대고 “연말쯤에 하려고 해요.” 얘기한 후에, 그 말을 지키기 위해 공연 준비를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는 50분, 길면 1시간 셋의 공연을 해왔어요. 혼자서 100분 셋의 공연을 채울 수 있을까,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됐고, 세션 분들이랑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라 걱정됐고, 경험이 없다 보니까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다행히도 여기저기서 도와주시고, 하나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공연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Q.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뭔가요?

잘하려고 하지 말자. 처음이니까, 잘하는 것보다는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억지로 잘하려고 하다 보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요. 경험이 없는데 완벽에만 초점을 맞추면 분명히 문제가 생겨요. 적당히, 중간만 하자 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Q. 포스터가 인상적이었어요.

가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디자인이 바뀔 뻔했어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하고 싶은 방향을 선택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싶어서 원래대로 제작했어요. ‘데이먼스 이어’라는 걸 또렷하게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너무 광고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어요. 나를 보러 오는 관객들은, 이름을 떡하니 써놓지 않아도 이게 데이먼스 이어의 공연 포스터라는 걸 알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일/월/년 세 장을 만들었어요.

Q. 이름도 일/월/년 을 의도한 게 맞나요?

네 맞아요. 다만 Day Month Year 라고 하면 너무 뻔할 것 같았고, 사람 이름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Damon 스펠링을 가져와서 Damons Year 라고 썼어요.

첫 단독공연 ” HD!ED!”

Q. 이전까지의 공연에서, 카페 소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어때요?

이제는 저를 보러 찾아오신 분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노래할 때 원두 기계가 함께 돌아갔다면, 요즘은 그런 소음들이 꺼지죠. 예전에는 저 사람들이 나를 알까?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하는 생각에, 말없이 노래만 하다가 끝나는 공연들이 많았어요. 요즘은 제 노래를 듣고 싶고, 저를 아는 분들이 오시니까 조금이라도 더 얘기해주고 싶어요. 누가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씩 입이 트이더라고요. 대단하게 정리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전달하고 싶은 건 전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

Q. 공연 전에 멘트를 준비하는 편이에요?

아니요, 준비하면 오히려 안 되거든요. 멘트도 똑같아요, 잘하려고 하지 말자 라는 마음이에요.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고, 할 말이 생기면 얘기하자 이런 생각으로요. 말이라는 게 준비하면 할수록 꾸미게 되더라고요. 사실 70 정도의 생각인데, 남한테 들려주려 하니까 100 이상으로 과장하게 돼요. 그런 말들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 josee! ” 가사 中

Q. 찾아오는 팬들이 생기기 시작한 건, 어느 시점부터였나요?

음원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생겼어요. 음원을 듣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공연장에서 연락이 오고, 공연을 보러 찾아오고, 저를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어요. 특히 올해가 특별한 기점이었어요. 지원사업에도 선정되고, 누군가의 입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요. 사실 단독공연도 매진될 거라고 기대 안 했는데, 되게 신기했어요.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 ” sin ! “

Q. 이번에 첫 EP [” sin ! “]을 발매했어요. 어떤 앨범인가요?

제가 밝은 노래보다는 우울한 분위기의 곡들이 많아요. 이번 앨범은 제 우울을 다 털어내 버리는 앨범이에요. 내년에는 조금 더 밝고, 더 많은 사람이 부담 갖지 않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내고 싶거든요. 저의 우울을 다 담아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제 어두운 부분들을 모두 모아서 [” sin ! “]을 구성했어요.

Q. 앨범 이야기가 트랙 넘버의 역순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죠.

처음엔 타이틀곡이 1번 트랙이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노래를 듣다 보니 감정의 기승전결이 보이더라고요. 이 순서대로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싶었어요. 제 감정의 흐름이 확연하게 드러나서, 앨범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면 거꾸로 들어주세요 라는 코멘트를 남기게 됐어요.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 josee! [아지트라이브 Azit Live #48]

Q. 이번 EP를 작업하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내 얘기로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내가 평생 끼고 들으려고 곡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남한테 들려주려고 만드는 거니까, 나 혼자만의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제 목소리와 가사가 더 잘 다가가기를 바랐고요. 악기 연주도 최소화해서 어떤 곡은 기타 한 대, 다른 곡은 피아노 한 대,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에 더 집중했어요.

Q. 곡들이 대체로 짧아요.

2절까지 있는 노래가 몇 곡 안 돼요.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은 이만큼인데, 어떠한 규격 때문에 억지로 늘리면 이만큼의 마음이 변질될 것 같아요. 사진도 애초에 조그마한 걸 억지로 늘리면 픽셀이 다 깨지잖아요. 나는 할 말을 다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여기까지야, 그런 생각이 들면 거기서 멈췄어요. 지루한 것보다는 아쉽게 끝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의 필름 사진

Q. 커버도 직접 촬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지난 6월쯤에, 제 방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창문을 내려다보면 교회가 하나 있는데, 밤이 되면 빨갛게 불이 들어와요. 심지어 방충망도 있는 상태에서 휴대폰을 대고 찍었거든요. 찍힌 사진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정사각형의 프레임도, 방충망 덕분에 노이즈 처리된 듯한 질감도 좋았고요. 그래서 앨범의 커버로 사용하게 됐어요.

Q. 앨범이 발매되고 나서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생각보다 별거 없구나 싶었어요. 노래가 정말 많잖아요. 사람들이 내 노래에 집중하게 만들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더 분발하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지금 이렇게 나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힘껏 열심히 해야겠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잖아요. 음악 할 때 가장 힘든 게 무관심이에요. 제가 5년 정도 음악을 해왔는데, 무관심 속에서 지내온 시절이 너무 길어서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 yours “

Q. 이런 시기들을 지나오면서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요?

예전에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어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몰랐고,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몰랐고요. 올해 들어서 조금씩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내 어떤 점을 좋아하고, 내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이진 않지만 막연하게 알게 됐어요.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를 말하니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한 번도 지어내서 얘기한 적이 없거든요. 저 사람도 나랑 같은 사람이구나,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예전엔 상담 치료를 받는 게 저의 결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번 극복하고 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조언해줄 수도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위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찾지 않나 싶어요.

Q. 올 한 해는 데이먼스 이어에게 어떤 해였나요?

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멍한 상태예요. 어떤 일들이 완전히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좋은 일이 생겼는데, 다 받아들이기 전에 또 다른 일이 생기고, 또 다른 일이 생겼어요. 이것들이 꼬리를 무니까 거짓말 같기도 하고, 어딘가 계속 붕 떠 있는 느낌이에요. 이러다가 삐끗해서 실수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고요. 많이 덜렁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계속 되뇌고 있어요. 좀 더 차분하게, 덜 좋아하려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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