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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ALBUM INTERVIEW] 김오키의 처음,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

발행일자 | 2020-02-13

김오키의 첫 번째 앨범
/ ”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 “

“그런 부분에서의 기쁨을 모르는 편이에요. 사랑할 때 빼곤 기쁨을 잘 못 느껴요.” “사회에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사랑하고 평등하다는 걸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어요.” 1970년대에도, 2010년대에도 여전히 사랑이 없는 사회를 향해 자신의 첫 분노를 던졌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과연 평등하고 사랑 넘치는 사회를 살고 있을까? 2013년 6월 발매된 ‘김오키’의 첫 번째 앨범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의 이야기다.


Q. 새 앨범 [포 마이 엔젤] 발매하셨죠. 준비 소식 듣고, 실제 발매까지 금방 끝나서 놀랐어요.

녹음 시작하고 발매하기까지 한 달 반 정도 걸렸어요. 특히 일찍 끝난 편이긴 한데, 원래도 엄청 오래 걸리진 않아요. 미리 만들어 놓은 노래들 중에서 앨범에 사용할 곡들을 뽑아 쓰거든요. 음악 관련해선 굳이 오래 걸릴 게 없죠. 오히려 오래 걸리는 건 디자인이나 뮤직비디오 등의 음악 외적 요소들이에요.

김오키 [포 마이 엔젤]

Q. 처음 발매하신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는 작업기간이 얼마나 걸렸어요?

수록된 곡은 모두 오래전에 만들어 놓았던 노래들이고, 녹음은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Q. 처음 색소폰 배운 게 25살쯤이라 들었어요. “천사의 분노” 발매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그동안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색소폰 배울 때는 태권도장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회사도 다니고, 직장인 밴드도 하고요. 2009년쯤부터는 아예 회사도 그만두고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면서 지냈어요.

https://youtu.be/Kn9__qrQlSA
[온스테이지] 155. 김오키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Q. 그렇게 지내다가 김오키의 앨범을 내기로 마음먹게 된 결정적 계기는 뭐예요?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먼저 권유했어요. 개인 앨범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옆에서 많이들 얘기했어요. 만들어 놓은 노래들도 많았으니까요. 처음엔 음원으로 발매하려던 게 아니라, 기념으로 소장하려고 피지컬 CD를 제작했어요. 그 앨범을 재즈 평론하는 분들이 들었나 봐요. 좋다는 얘기들을 하면서, 그렇게 발매하게 됐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엄청난 걸 하나 보다 싶기도 했어요.

Q. 정신없이 앨범이 발매되고 나선 기분이 어땠어요?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재즈 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으니까요. 정규 교육을 받고, 유학을 다녀오고,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데, 제가 갑자기 나타나서 다른 방식들을 막 했으니까요. 이 씬에 들어와서 앨범 내고 활동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한쪽에선 띄워주고 한쪽에선 싫어하니까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Q. 그 앨범으로 최우수 연주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땐 어떠셨어요?

그런 부분에서의 기쁨을 모르는 편이에요. 사랑할 때 빼곤 기쁨을 잘 못 느껴요. 잘 됐다, 이 정도? 그런데 멤버들이 정말 좋아해서, 그걸 보는 게 더 좋았죠. 저를 도와서 같이해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Q. 앨범 준비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며 작업했나요?

앨범 커버, 삽입된 사진 같은 디자인 요소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지금도 그래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책을 읽고 앨범을 만들었는데, 그 책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래서 앨범 커버도 재개발 지역을 찾아가서 촬영했고요.

김오키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Q.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언제 처음 읽으셨어요?

제대로 다시 읽은 건 2010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가 있는데, 그 출판사의 책을 읽고 모으는 취미가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가 매일 같은 책만 읽으니까 다른 출판사의 책도 읽어보자, 하고 읽었던 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어요. 정말 인상 깊게 읽어서 이건 노래로 써야겠다 하고 만들었죠.

Q. ‘꼽추’ ‘칼날’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영희’ 등 책 속 단어를 덧붙임 없이 그대로 사용했어요. 그렇게 직관적으로 표현한 이유는 뭐예요?

책 자체로 큰 충격을 받아서요. 학교 다닐 때 모두가 읽는 책이잖아요. 그때는 못 느꼈던 감정이, 나이 들고 다시 읽으니까 느껴지더라고요. 여러 생각이 들었죠. 지금 학교 다니면서 읽는 책들이 과연 맞는 책인가, 그럼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랐는데 왜 이 모양인가 했어요. 그런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해서 사회에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책과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Q. 여러 단편 중에서 그 이야기들을 뽑은 이유도 궁금해요.

가장 와 닿았던 이야기들이요. ‘칼날’에서 난쟁이 아저씨가 수도관을 고치는데, 난쟁이보다 큰 고물상 사람들이 와서 폭력을 가해요. 신애가 칼을 들고나와서 난장이를 도와주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의 상황에서 더 정의감에 불타고, 소설 속 고물상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힘을 가진 이들도 아닌데 자기 몫 챙기겠다고 또 다른 약자에게 위해를 가하고, 그런 모습들에 화가 났어요.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칼날’을 만들었어요.

Q. 만약 그 책을 지금 읽었다면, 2013년도의 앨범과 비슷한 것들을 느낄까요?

지금 읽으면 그때만큼의 화는 못 느낄 것 같아요. 여러 일을 겪으면서 많이 약해졌어요. 그러려니 하는 것도 있고,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있고요. 예전엔 많이 직설적이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단 덜 진지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것 같아요.

https://youtu.be/uo4dF3X8O9U
[재즈월드] 김오키(김오키 동양청년) – 칼날

Q. “천사의 분노” 앨범을 지금 되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됐어요.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 그 앨범을 잘 발매함으로써, 지금까지 음악 하며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한테 정말 좋은 앨범이에요.

Q.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크게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제 삶이 정말 많이 달라졌죠. 저다운 걸 찾았어요. 말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방식이나, 행동하는 방식들이요. 좀 더 저 자신에게 맞춰졌어요. 예전에는 남 신경 많이 썼거든요. 남 눈치 많이 보고, 말도 잘 못 하고, 그렇게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화나면 바로 얘기하고, 내키는 대로 해요. 아무리 착하게 대해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꼭 있더라고요.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가면서 살 필요가 있나 생각하게 됐어요. 이렇게 하고 싶은 걸 표현하면서 사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아요.

Q. 청자들이 이 앨범을 어떻게 느꼈으면 하나요?

성별을 떠나고 나이를 떠나서 다 같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억지로 나누고, 사회에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친절하게 다가가면 작업 건다, 이런 식으로 무언가에 굳이 힘을 주고요. 옆에서 힘들어하는 타인에게는 신경 안 쓰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요. 그런 것들이 잘못되어 가는 것 같아요. 다 같은 사람이고 다 되돌아오는 거니까, 좀 더 사랑하고 평등하다는 걸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앨범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 걸 느껴주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예정된 계획들이 있어요?

5월쯤 뻐킹매드니스로 앨범을 낼 예정이에요. 그리고 ‘아티스트’라는 웹툰이 있는데, 그 작품의 앨범이 나와요. ‘이겨내는 것들’ 뮤직비디오 소스를 제공해준 마영신 작가와 함께 하는 작업이에요. 봉식통신판매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수민씨, 진수영씨의 솔로 앨범도 각각 나올 예정이고요. 새턴발라드의 라이브 앨범도 피지컬 CD로 발매될 예정이에요. 올해는 김오키 이름으로보다는 팀 이름, 봉식통신판매 작업으로 많이 준비 중이에요. 김오키의 다음 앨범은 내년 초쯤 발매될 것 같아요.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김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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