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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ALBUM INTERVIEW] 신해경의 처음, “나의 가역반응”

발행일자 | 2019-08-07

INTERVIEW /
신해경의 첫 번째 앨범
<나의 가역반응>

 

 

이번이 끝이라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우리는 그 끝이 곧 시작이 되는 멋진 순간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때는 시작이라는 마음이 아니라,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마지막으로 ‘꼭 앨범을 내자’ 하고 만든 게 이 앨범이에요.” “음악을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정말 감사하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처음이 된 시간의 이야기를 만났다. 2017년 2월 발매된 ‘신해경’의 첫 번째 앨범 <나의 가역반응>의 이야기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정규앨범 <속꿈속꿈작업하면서 지내고 있어요작업만 하면서 지내는 것 같은데아 영화 쪽 일을 하나 하게 됐어요단편영화 음악감독 일도 하고 있고앨범 작업도 하고 있고 그래요.

 

두 작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아요?

지금까지 앨범 작업 때문에 할 수 없어요.” 얘기하면서 못해 온 일들이 많아요요즘엔 미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오히려 나태해지는 것 같기도 했고요일을 늘리면 더 많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나의 가역반응>을 발매한 지 2년이 지났잖아요여전히 사람들이, 2년 전 앨범의 이야기를 찾을 때면 기분이 어때요?

너무 감사하죠부족한 앨범인데 많이들 좋게 봐주시는구나 싶어요사실 저는 이 앨범을 끝까지 못 듣거든요음악이 이렇게 되어야 할지 저렇게 되어야 할지스스로 결정을 못 하던 시기의 미숙함이 느껴져서요그런 애매모호함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The Mirror(더 미러)’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1곡씩만 발매하다가, ‘신해경이란 이름으론 6곡을 묶어서 발매했어요꼭 EP 앨범으로 신해경을 시작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요?

그때는 시작이라는 마음이 아니라,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사실은 10곡 정도 수록된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마지막이란 생각을 가지던 와중에도 정규앨범은 시기상조란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고요.

2016년도 봄쯤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음악을 아예 못 하는 순간이 왔어요. 지금 당장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 이제 1년밖에 안 남았다.” 느껴지는 일이 생겼어요. 발매 전날인 2월 21일에 “할 만큼 했다. 절대 기대하지 말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실망하지 말자.” 이런 글을 써놓기도 했어요. 굉장히 힘든 시기였죠.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꼭 앨범을 내자” 하고 만든 게 <나의 가역반응>이에요.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었는데계속 활동을 이어올 수 있게 된 이유는요?

앨범 발매하고 한 달 후에, 망원동에서 생애 첫 공연을 했어요. 그때 느낀 게, “어떻게 내 음악이 좋아서 여기까지 발걸음을 해주시지. 너무 신기하다. 믿기지 않는다.” 였어요. 그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거든요. 공연장까지 찾아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나의 가역반응> 내고, 온라인상에서 들려오는 반응들도 너무 감사했고 그걸 눈앞에서 보게 된 공연장에서도 너무 감사했고요. 그때 마음을 바꾸게 된 것 같아요. 2017년 2월, 3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예요. 그런 행복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고, 그럼 한 번 제대로 해보자 라는 마음도 생겼고요.

 

마지막이 결국 처음이 됐네요그렇다면 <나의 가역반응>이 <속꿈속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까요?

맞아요. <나의 가역반응>에 있던 화자가 <속꿈속꿈>에 그대로 나오거든요가역반응이 끝난 후에 그다음 이야기를 구상해 놓은 게 있어요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화자의 감정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느낄 수 있도록 다음 앨범을 작업하는 중이에요프롤로그와 본편의 개념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기본적인 골격은 같지만 사운드 측면에선 다른 앨범이 될 거예요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편곡적인 면에서 해법을 찾고 있거든요.

<나의 가역반응> 발매 기념 첫 공연

 

<나의 가역반응앨범 소개글을 직접 작성하지 않았어요지금 한 번 얘기해 본다면요?

나의 가역반응은 ‘모두 주세요’ 때문에 만든 앨범이에요모두 주세요는 제가 상상한 어떤 인물에서 시작됐거든요그 노래를 만들던 시기에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그 장면을 중심으로 앞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이 이야기 속 화자가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당시에 모두 주세요를 만들고 아 음악 이렇게 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그제야 싱글이 아닌 EP 앨범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요이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그렇다면 그 전에는그럼 그 이후는결국 마지막은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곡을 구성했어요

 

앨범 작업 당시에 있었던 일 중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못 자던 시기였어요새벽 6시에주변은 고요하고 저쪽에선 해가 떠오르고그런 풍경이었어요작업한 음악 확인하면서 혼자 걷고 있었어요그때 마침 화학평형이 들려오는데 좋다.” 하고 느껴지더라고요그 순간이 기억나네요

 

앨범 발매 직후엔 어떤 기분이었어요?

전화를 받았어요들뜬 목소리로 지금 반응이 되게 좋대.” 이런 전화를 받았어요. “아 진짜요진짜예요진짜로 반응이 좋아요?” “해경씨오늘은 그냥 즐기세요.” 하는 대화를 주고받았어요앨범 발매 전에 걱정이 정말 많았거든요실감이 안 나는데너무 좋았죠.

 

<나의 가역반응> 프로필 사진 촬영 / Photo by ‘이강혁’

 

<나의 가역반응>을 작업하던 녹음실

 

모두 주세요라는 곡이 더 미러 때도 한 번신해경 때도 한 번 나왔어요그만큼 애정이 깊은 곡이에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옆에 책도 펴놓고이것저것 공부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이렇게 열심히 해야 했는데지금까지 너무 설렁설렁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모두 주세요를 만들고 난 후에 이 곡이 전환점이 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실제로 더 미러 때도 이 곡 이후에 들어주시는 분들이 조금 계시더라고요그때 되게 기분 좋았죠덕분에 EP 앨범도 내게 되었고요.

 

지난 봄에공연장에서 모두 주세요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했어요기억나세요?

지금까지 사랑을 주세요관심을 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모두 주세요를 만들었다고 얘기해왔어요예전에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글로 옮길 수 있는 말을 고르다 보니까 의도와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전해졌어요아 그런데이번에 새롭게 한 이야기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그때의 영상을 봤는데입시 준비하면서 만들었다는 오해가 생기겠더라고요입시에 몇 번 도전했는데 다 떨어졌다, “하지만 지나고 돌아보니 별일 아니었다.” 이런 얘기를 덧붙여야 했는데 말이죠.

학교를 안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무시를 많이 당했어요제가 혼자 음악을 만든다는 거에 있어서요그걸 모두 주세요 작업 당시에 많이 느꼈거든요그런 억울한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음악이 너무 감정적이고 흐름이 없더라고요나중에 그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죠내가 누군지 알고나를 이해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관심을 갈구하는 마음이 아니라나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모두 주세요를 만들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모두 주세요’처럼, 지금까지의 과정 중 전환점이 되었던 일이 또 있어요?

가장 최근에 발매한 ‘그대의 꿈결’이요. 작년에 <속꿈, 속꿈> 앨범을 절반 정도 만들다가 다시 처음부터 만들었어요. 작업하던 걸 다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구성을 바꿨어요. 아마 저만 아는 일이겠지만, 작년에 준비하던 앨범과 지금 준비하는 앨범은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앨범이에요. 당시에 <나의 가역반응> 뒷이야기가 아니라 완전 다른 걸 하려고 준비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별로였어요. 그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자” 하고 만든 곡이 그대의 꿈결이에요. 음악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었는데, 그대의 꿈결 작업하면서 “맞아, 음악이 재미있었지.” 다시 느꼈어요. 그래서 ‘그대의 꿈결’에 애착이 커요.

또 피처링으로 참여해준 김사월씨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저 데뷔하기 전부터 음악을 들어왔으니까요. 다른 누구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 목소리로 내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별로 없는데, 김사월씨는 듣자마자 “와, 이 사람이 내 노래를 불러주면 정말 좋겠다.” 싶었어요. 바라던 일이 실현된 곡이라 더 좋은 것도 있어요. 

 

<나의 가역반응>과 <그대의 꿈결모두 2월 22일에 발매된 게 재미있어요특별한 날인가요?

제가 숫자 2를 진짜 좋아해요행운의 숫자 같은 느낌이에요무언가 할 때 숫자 2가 나오면예를 들어 시간을 봤는데 2가 많다던가그런 날이면 항상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나의 가역반응 때, 2월 22일로 발매일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얘기를 듣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고왠지 좋은 예감도 들었던 것 같고요.

그대의 꿈결 때도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까 2월 중으로 발매일을 정해야 했는데그날 내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사실 더 일찍 낼 수도 있었거든요이러다 정규앨범도 2월 22일에 나오려나요.

 

작업 시간이 많이 필요하신 것 같아요.

맞아요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려요제가 저를 믿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이거 좋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 바로 의심해요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기회가 생기면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는데요저는 이 앨범이 오래 남는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이상은 <공무도하가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그래서 제가 느끼기에 그 정도로 좋지 않으면 안 낼 거예요기다려주시는 분들에게 이 얘기를 전하고 싶었어요물론 적절한 시기도 중요하지만좋은 음악을 들려 드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그만큼의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또 그런 앨범을 만드는 게제 어머니와 동생에게도 좋은 일이 되어줄 것 같고요그대의 꿈결 작업하면서 음악의 재미를 찾았다고 얘기했잖아요그때 조금 알겠더라고요내가 하고 싶은 게 이런 거였지 싶었어요예전에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잡혀있었지 목표점이 없었거든요그 목표점이 지금 다시 생겼어요.

 

 

‘신해경’ 첫 단독 공연

 

발매될 정규앨범에 대해 조금이라도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마 10곡 정도 수록될 것 같아요. ‘그대의 꿈결은 들어갈 것 같고, ‘담다디는 못 담을 것 같단 생각도 하고요나의 가역반응 작업할 때감정선을 표현하기에 6곡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감정이 푹 찌르다가 푹 내려가고 그런 격차가 너무 빠르다고 느꼈어요새로 발매될 앨범에선 그런 부분들을 더 예민하게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신해경의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음악은 그냥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크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저 듣고, 좋은 감정이 생기면 되는 거예요. 저는 제가 음악을 들었을 때 좋다는 감정이 생길 때까지 작업하거든요. 이 좋음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그래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제 음악들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어느 시절을 타지 않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좋은 음악,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들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큰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음악을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그리고 이 앨범을 발매할 수 있게 해준 영기획 하박국 대표님과 마스터링에 고생해준 강승희 엔지니어님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 : 이지영
사진 제공 : 신해경 / a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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