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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무너지기> 그 두 번째 이야기, Summer Soul 인터뷰

발행일자 | 2018-09-11

INTERVIEW / Summer Soul

공중도둑 [무너지기] 그 두 번째 이야기
Summer Soul의 시선으로 바라본 [무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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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도둑의 인터뷰 최초 구상안은 이랬다. [무너지기]라는 앨범을 놓고 공중도둑과 Summer Soul 두 사람이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조명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공중도둑과 동시에 Summer Soul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두 인물의 답변을 하나의 포스트에 실을 계획이였다. 그런데, Summer Soul의 답변지가 (예상치 못하게) 큰 볼륨으로 도착했고, 부득이하게 두 편으로 나뉘어 공개하게 되었다. 사려깊은 가사와 섬세한 멜로디/사운드 메이킹으로 [무너지기]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맡았던 Summer Soul과의 인터뷰를 지금 소개한다.

 

 

Q. 포크라노스 매거진을 읽게 될 분들을 위해 간단한 첫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공중도둑이 선택한 보컬 Summer Soul입니다. (웃음) 다작의 협업과 개인 작업물들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에요. 이번 공중도둑의 [무너지기] 앨범에서는 작사와 보컬로 참여했어요. 정말 즐거웠고 많은 걸 배우고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함께할 신보들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공중도둑의 앨범 참여진으로 Summer Soul이 함께했다는 것에 다소 의아함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로파이와 노이즈로 점철된 공중도둑의 음악과 그간 섬머 소울이 발표한 트랙들과의 결이 많이 달랐기에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어 Summer Soul이?’라며 놀라시는 분들은 잘 못 봤어요. (웃음) 의아함은 아니지만 이런 댓글은 본 적 있어요. ‘Summer Soul 목소리랑 조화가 대단하다.’라는 댓글이요. 목소리가 좋다는 말보다 이런 말들이 훨씬 좋았어요. 하나 또 생각나는 건 ‘우연히 왔는데 이곳에서 Summer Soul까지 보게 됐네.’라는 댓글인데, 이것도 일종의 의아함이겠죠? (웃음)

공중도둑님이 워낙 또 숨은 고수셔서 매니아층이 많은데 그중 저를 알던 분들은 더욱이 드물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대신 역으로 제 기존 팬분들이 공중도둑의 음악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음악 자체로 의아해한다랄까요? (좋은 뜻의 의아함입니다!) 공중도둑과 같은 유일무이한 음악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에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공중도둑의 팬분들이 이번 앨범 나오기 이전부터 저를 알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싶어서 조금 아쉬워요. 저였다면 공중도둑과 Summer Soul의 조합이 꽤 흥미로울 것 같거든요. 저 또한 처음 같이 작업을 시작할 때 어떤 그림이 나올까, 어떤 음악이 나올까, 우리의 감성이 어떤 식으로 섞일 수 있을까 하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제가 했던 협업 중에 가장 애착이 갔던 그리고 열정이 들끓던 작업이었어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Q. 공중도둑과의 첫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처음 공중도둑과의 만남은 2년 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였어요. 처음 접했던 음악은 ‘기다림’이라는 곡이었고, 당시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어떤 틀도 무시한 오로지 공중도둑만의 음악이었으니까요. 아, 이 사람은 오리지널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때는 음악을 막 시작했던 때라 공중도둑의 음악을 이해하고 또 그 매력에 빠지기까지엔 꽤 시간이 걸렸어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느새 제 플레이리스트에 공중도둑의 음악이 빼곡히 자리잡혀 있었죠. 아빠 차에도 넣어서 밖에 나갈 때도 항상 듣곤 했어요. (웃음)

꼭 한번 연락해 보고 싶어서 유일한 연락망이었던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로 연락을 드렸어요. 사실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는 너무 불편해서 연락이 안 될까 봐 정말 조마조마했지만 답장을 주셔서 그렇게 인사만 하고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먼저 연락이 오셨더라고요!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제가 작사와 보컬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콜! 했습니다. 티는 안 냈지만 그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잠을 못 잤어요. 적극적이었던 그때의 제 행동이 없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Q.  4개의 트랙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너지기앨범의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Summer Soul님의 가사 역시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작사를 하는데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어떤 점들이 있었을까요.

사실 작사를 맡게 되었을 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예 다른 감성은 아니겠지만 그간 발표한 트랙들과 결이 달랐기 때문에 가사를 쓸 때 엄청 집중을 했어요. 전 제 앨범 만들 때도 이렇게 집중한 적이 없어요. 얼마나 집중을 해야 했으면 조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 방에서 혼자 공중도둑의 데모 음악을 무한재생했어요. 이번 앨범 가사를 쓸 땐 의미, 발음 그리고 곡의 분위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간단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의미와 발음 두 가지를 잡으려면 엄청 손이 가요. 신경도 많이 쓰게 되죠.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 오래 걸려도 30분이면 끝나지만 (이번 앨범은) 하루 날을 잡아서 아침부터 저녁 시간 때까지 틈틈이 가사 쓸 곡 생각만 내내 하다가 자기 전인 새벽 시간에 항상 바닥에 엎드려서 가사를 썼죠. 그러다 잠든 적도 꽤 있었는데 그러다 보면 가사를 쓰는 게 꿈에서까지 이어질 때도 있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가끔 꿈에서도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웃음)

이번 공중도둑님의 가이드 녹음을 들으면서 하나씩 들리는 키워드들이 있었는데 그 단어로 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재밌는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자면, 2번 트랙 ‘감은 듯’의 가사에 ‘흘러~’가 많이 들어가는데 원래 오디오는 ‘how long~’ 이었어요. 이 발음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한글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생각이 ‘흘러~’ 였고 그걸 토대로 가사를 써내려갔어요. 여담이지만, 저는 원래 한국어 가사를 정말 못 써요. ‘못 쓴다’는 말은 의미적으로는 잘 쓸 자신이 있는데 한국어 가사로 발음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무척 힘들다는 말이기도 해요. 공중도둑의 음악에선 영어를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설정한 이번 앨범 작사의 핵심 키워드 역시 ‘한글’이기도 했어요. 아, ‘곡선과 투과광’에 영어 가사가 등장하긴 하네요. 참고로 그 영어 가사는 공중도둑 님이 쓰셨어요.

Q. 최근까지 국외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무너지기앨범 작업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될 수 밖에 없었을 텐데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협업을 온라인상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딱 한가지만 빼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트랙이 ‘감은 듯’이에요. 그래서 사연이 참 많은 노래기도 한데, 이 이야기를 공중도둑님께 허락 안 받고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어요. (웃음)

‘감은 듯’의 핵심은 끊기지 않은 긴 호흡이에요. 1분 25초부터 약 10초 가량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 마지막 호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재녹음을 30번 정도 더 했던 것 같아요. 정말 거짓말 안 하고 그렇게 작업하니 손발이 저리고 현기증이 나더라고요. 원래 한 번 녹음을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서 끝내는 스타일인데, 손발이 너무 저려서 중간에 쉬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체력이 안 따라 주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몇십 번의 재녹음을 거치고 드디어 마음에 드는 테이크를 뽑고 녹음을 더 하는데 갑자기 강제 종료가 돼서 다 날아가버렸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죠. 이 곡도 너무 난이도가 높은 곡이라 날을 잡고 녹음을 했어요.

 

Summer Soul의 아카펠라 작업 중 일부

그렇게 여차저차 녹음을 2 테이크씩 완성시켜서 공중도둑님께 전달하고 몇 주 뒤에 완성본을 보내 주셨는데, 들어보니 제 목소리가 너무 로봇 같더라고요. 알고 보니 공중도둑님이 피치를 낮추신 것이었습니다! 낮은 음이 더 좋게 들리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미 고생을 했던 곡이라 그런지 재녹음을 부탁하기가 미안하셨는지 그냥 피치를 낮춰 버리셨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재녹음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낮춘 음에 맞춰 다시 녹음을 했어요. 웬만하면 자처해서 재녹음을 하려고 하지 않는 타입인데 제가 공중도둑 님을 좋아해서 귀찮고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제 앨범처럼 대하게 되었죠.

여기가 이야기의 끝인 것 같죠? 아니에요. 그래서 재녹음을 다 해서 보내드리고 수정본을 받았는데 어라? 피치가 또 올라가 있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그 수정본은 (소리를 만진) 티가 안나 재녹음을 하진 않았어요. 원래 ‘감은 듯’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부르기로 했다가 나중에 공중도둑 님 코러스가 추가가 된 케이스에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여담으로, 사실 저 곡 제목이 ‘현기증’이 될 뻔했어요. 제가 그렇게 하자고 제안드렸거든요. (웃음)

 

 

Q. 섬머 소울이 그리고 있는, 혹은 완성하고 싶은 음악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가지는 무엇일까요. 가능하다면, 그 이유도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이번 질문들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네요. 벌써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일단 제가 그리고 있는 음악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해방’이에요. 그 해방이 어떤 해방이던간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제 자신에게 억압을 많이 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음악할 때 방해가 되거든요. SNS를 포함하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차단하고 당분간은 음악에만 집중해 볼 생각이에요.

또 다른 키워드는 ‘실험’입니다. 저는 아직 음악으로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 한것 같지만 완성하고 싶은 음악적 세계에서의 키워드이기 때문에 넣었어요.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면서 제 음악 세계를 더 깊이 있게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제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제외한 새로운 악기들도 많이 배워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플룻이나 하프 같은 악기들이요. (엄청난 무리겠지요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 아무튼, 클래식한 악기들을 여러가지 배우고 싶어요. 나중엔 실제로 클래식 음악을 접목시킨 앨범도 내고 싶어요. 특히 낭만주의 (Romantic Era) 음악을 좋아해요. Claude Debussy의 ‘Pour le Vetement du Blesse’라는 곡이 있는데 특히나 좋아하고 이 곡은 연주도 했었어요. 살짝 TMI인 감이 있지만 발레도 배워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의미’ 또한 중요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무의미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제 음악을 통해서 저의 음악적 가치관과 생각들이 그대로 잘 전달되었으면 해요.

 

Q. 앨범 발표를 포함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사사로운 개인적인 소식까지그 어떤 형태도 좋아요.

20일 발표한 싱글 ‘I Feel Love’를 마지막으로 내년까지 개인 작업으로는 무소식일 예정이에요그럴 때마다 공중도둑의 무소식을 들어 주세요! (웃음사실 올해 초에 피처링 작업을 끝냈던 앨범이 하나 있는데 그게 아직까지 안 나오고 있네요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올해엔 나올 예정이랍니다제가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비교적 작업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항상 끝내고 나면 다른 트랙들보다 훨씬 일찍 끝나서 발매일이 엄청 늦어지더라고요그래서 몰아서 나올 때가 많아요.

9월에는 해외 유통의 곡이 두 개 정도 나올 거예요하나는 외국 학교 다녔을 때 친했던 선배 곡에 보컬로 참여했고나머지 하나는 Barrett Marshall이라는 미국 프로듀서와 함께한 두 번째 싱글 앨범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Fantasy라는 곡을 같이 했던 분입니다.) 그 외에 것들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요즘엔 피처링도 많이 안 하려고 생각 중이라 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EP 앨범은 내년 초꽃샘추위가 올 때쯤 나올 것 같습니다. Charming Lips와 함께한 앨범도 내년에 나올 것으로 계획 중이고요공연은 올 가을에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아직 다른 공연들은 신중히 생각 중이라 구상 정도만 하고 있어요앞으로도 공중도둑 님과 작업을 함께할 것 같아 이 부분 역시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날짜를 기약할 수는 없지만공중도둑과의 공연도 곧 보러 오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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