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STAGE!] 노란 나라를 보았니, WOOZE(우주)
Intro
영국인와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멤버 구성, 한국어 ‘우주(宇宙)’를 음차하여 만든 그룹명, 아트웍부터 코스츔까지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은 수상한 외연까지. 아직은 알려진 것 보다 알아가야 할 것이 더 많은, 하지만 이미 본거지 영국에서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밴드 우주(WOOZE)를 포크라노스가 만나고 왔다.
인터뷰는 내한 공연을 이틀 앞둔 1월 10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되었고, 전반적인 대답은 한국인 멤버 테오 스파크(Theo Spark)를 통해 이루어졌다. 밤샘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피곤했을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우주와 인터뷰 성사와 진행에 도움을 준 두인디 임도연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Artist I WOOZE
우주(WOOZE)는 2017년 말 결성된 인디 듀오 록 그룹으로, 한국인 테오 스파크(Theo Spark)와 영국인 제이미 씨(Jamie She)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 브릭스턴의 ‘머디 야드 컬렉티브’ 소속으로, 영국 내 버려진 건물을 합주실 및 리허설 룸으로 개조하여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작 ‘Hello Can You Go’를 시작으로, 통산 세 장의 싱글을 발표했으며 이들의 작품은 NME, BBC Radio 1, The Line of Best Fit, KEXP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었다.
Album I I’ll Have What She’s Having
이 곡은 둥근 원 위에 서 있는 것인데, 다른 쪽 방향을 더 좋게 느끼는 사람에 대한 노래입니다. 저희는 각기 다른 사회적 기대와 성공에 대한 문화적인 기준이나, 누군가의 성공이란 건 굉장히 주관적인 차원인데 타인이 손쉽게 판단 내리는 현상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옳고 그른 분명한 기준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를 통해 저희는 울타리 위에 앉아 안팎으로 흔들리는 사회의 진자를 관찰해 보았습니다. – WOOZE
Interview With WOOZE
Q. 한국 팬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제이미(Jamie, 이하 J) : (한국말로) 저는 제이미 씨입니다. 드럼과 노래를 담당하고 있어요.
테오(Theo, 이하 T) : 저는 테오 스파크, 한국 이름은 서태호입니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있어요.
Q.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한국에 온 적은 있지만, 공연은 또 처음이었을 것 같아요. 어때요?
T: 되게 재밌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었는데, 제 꿈이 이뤄졌어요. (웃음) 공연은 무척 만족스러웠고, 공연장에 찾아온 한국 관객들이 진정으로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Q. 첫 번째 한국 공연을 홍대 FF에서 가졌어요. 런던에서도 ‘The Windmill’과 같은 raw한 베뉴에서 자주 공연을 하지만, FF 역시 서울에서 가장 거친 라이브 클럽 중 한 곳이에요. 영국과 비교했을 때 어때요?
T: 저희가 Windmill 바로 옆에 살아요. 그래서 (많이 할 때는) 1주일에 한 번씩 공연하는 편인데, 가끔 런던에서의 공연에서 무료함을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서울 공연이 저에겐 무척 재밌고 또 의미 있었어요. 아마 한국 분들도 런던에 가면 소위 ‘신세계’를 만나듯이,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Q. 신곡 ‘I’ll Have What She’s Having’ 뮤직비디오를 한국에서 촬영했다면서요.
T : ‘Hello Can You Go’부터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정누리 감독님이 깨나 고생했어요. 아마 한숨도 못 잤을 거예요. 저희 둘만 나오던 기존 뮤직비디오와 다르게, 이번에는 (저희를 포함해서) 더 많은 배우가 등장하거든요. 많은 배우와 함께 촬영하게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현장을 컨트롤하는 데 있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WOOZE 세계관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정체성의 위기 (Identity Crisis)’를 뮤직비디오에도 똑같이 담고 싶었어요.
비디오 초반에는 각자 등장인물 중 한 명으로 등장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캐릭터들이 서로를 잠식해가요.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복제를 통해 온 세상이 ‘에이전트 스미스’로 덮이게 되잖아요. 저희도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죠.
Q. 뮤직비디오 로케이션 장소로 인천의 나이트클럽을 택했어요.
T: 전반적인 컨셉은 저희와 정누리 감독님 다 같이 3개월 동안 고민했고요. 이번에 촬영한 장소는 감독님이 이곳저곳 알아보고, 직접 가보기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발견한 곳이에요. 서울엔 그런 느낌의 나이트클럽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인천에는 정말 많더라고요. (모두 웃음) 저희가 오후 1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그때 이미 100명 정도 되는 어르신들이 춤추고 놀고 있었어요. 8시 정도쯤 영업을 다 마친 후에,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다 비우고 본격적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죠.
Q. 소위 ‘ㅇㅇ관’이라 하는 성인 나이트클럽은 대낮부터 노는 편이에요. 보통 지하에 있는데, 대낮부터 되게 시끄럽고 그래요. (웃음)
T: 신기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웃음)
Q. 머디 야드 컬렉티브(Muddy Yard Collective) 소속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 팬들을 위해, 어떤 집단인지 소개해줄 수 있나요?
T: 처음은 저희를 포함해서 총 4명으로 출발했어요. 지금은 2~30명 정도 되는 큰 그룹이 되었고요. 전반적인 감독을 하는 멤버가 한 명 있고, 저희는 음악 감독 역할을 맡고 있어요. 런던에서는 가게나 사업체가 망하면 그곳에서 굉장히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런던 집값이 너무 비싸니까, 그 방법이 저희의 최선이었죠. 버려진 공간이나 폐교에 들어가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브릭스턴 내에서 머디 야드 컬렉티브의 공간을 몇 군데 만들었죠. 한 곳은 갤러리로, 또 나머지 한 곳은 리허설 룸과 라이브 베뉴로 운영하고 있어요.
Q. 그렇다면 두 분은 머디 야드 컬렉티브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을까요.
T: 같은 학교 출신인데, 그 당시에는 (서로를) 몰랐어요. 이후에 저희 둘 다 런던으로 이사를 하였고, 각자 솔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서로의 음악을 좋아했게 되었죠. 동문이란 사실은 한참 후에 알게 됐어요. 2013년, 저와 제이미 그리고 한 친구와 같이 첫 밴드를 시작했어요. 밴드명이 ‘Movie’였는데, 구글에서 검색하기 너무 힘든 이름이었죠. (모두 웃음) 그래서 결국 밴드명을 ‘Screaming Peaches’로 바꿨어요.
“너네 음악 좋아, 그런데 밴드 이름이랑 노래 제목이 구글링하기에 너무….”
Q. ‘Movie’, ‘Screaming Peaches’ 시절 음악과 현재 음악적 스타일을 비교하면요?
T: 많이 달라요. 그때는 훨씬 80년대 팝/디스코 스타일이 가미된 음악이에요. WOOZE는 조금 더 헤비한 편이죠.
Q. WOOZE 음악의 메인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카오스와 정체성의 위기입니다. 이에 대한 음악을 부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T: <블랙 미러>를 보면, 인간 사회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붕괴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요. 많은 밴드들이 ‘사랑’과 같은 거대한 개념에서 출발해 창작을 시작한다면, 저희는 이 ‘Identity Crisis’과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 집중해 음악에 대한 메인 테마를 만들었어요.
J: 작은 주제와 테마에서 출발해, 이를 파고들고 또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이 WOOZE 세계관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Q. 밴드의 중심 색상을 노란색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T: 어릴 때, 영국에서 자라면서 유독 ‘노란색’에 관련한 놀림을 받았어요. ‘노란색 바나나’ 같은 것들이요. 피부색에 대한 얘기들을 컴플렉스라 생각 않고, 오히려 앞으로 드러냄으로써 이를 극복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노란색이 밴드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되었어요. 제이미는 원래 노란색을 좋아했고요. (웃음) 그리고 요즘 (런던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멋있어졌어요. 어렸을 때만 해도 김치로 많이 놀렸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이 “김치 너무 좋아요” 이러고. (모두 웃음)
저는 한국 사람이지만, 영국에서 훨씬 많은 기간을 보냈어요. 국적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정체성의 위기’를 갖고 세상에 나온 셈이죠. 우주(WOOZE)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도 저의 ‘정체성 위기’에 기인하고 있어요. WOOZE를 한국어로, 영어로 읽어도 다 그 의미가 통하니까요.
Q. 여담이지만, 중국에서는 노란색이 ‘황제의 색’으로 통해요.
T: 그래요? 아,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프랑스 공연 때의 일인데, 어떤 아저씨가 저희한테 다짜고짜 화를 내는 거예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당시 프랑스에서 파업 시위가 한창이었는데 (시위하는 이들의) 유니폼 컬러가 노란색이었나 봐요. 그래서, 저희가 프랑스인들을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 그런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생각한 거죠. 영국 내에서 노란색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저씨에게 잘 설명해 드렸습니다. (웃음)
Q. 슈퍼오가니즘의 ‘Sol’이 WOOZE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인가요?
T: 네, 그 친구랑 같이 예전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한 미디어 채널에서 한식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건이었는데, 런던에 저희만큼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잘 없어서 계속 일할 수 있었죠. (웃음) 그때 일하면서 친해졌죠.
Q. 라이브 셋을 보니, 두 명의 서포팅 멤버가 더 있더라고요. 두 백업 멤버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T: WOOZE를 처음 두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총 네 명이에요. 그 친구들은 각각 라이브 쇼에서 베이스와 기타를 맡고 있죠. 일종의 모타운(Motown) 배킹 싱어(=코러스)와 같은 역할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와 제이미가 그림이라면, 두 친구들은 프레임인 셈이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에요. 훗날 다섯 명까지 그룹을 확장시키고 싶어요.
Q.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네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테오와 제이미만 온거죠?
T: 네, 그런데 다시 서울에 온다면 꼭 풀 멤버로 공연할 예정이에요.
Q. ‘Party Without Ya’ 커버아트를 보고 테오가 정누리 감독님에게 ‘OLD SCHOOL & NEW SCHOOL’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 서울의 을지로 혹은 종로처럼 런던에도 올드스쿨과 뉴 스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요.
T: 모쓰 클럽(Moth Club)! 원래 모쓰 클럽은 근로자 분들이 일을 마치고 와서 술 마시고 얘기 나누는 그런 ‘아저씨 클럽이었어요’. (웃음) 지금은 근사한 뮤직 베뉴로 재탄생했어요. 내부도 온통 금색으로 되어있고, 되게 멋있어요. 런던 브릿지 근처에 있는 오메아라(OMEARA) 역시 추천합니다. 비교적 최근 생긴 베뉴인데, 예전 극장 느낌을 맛볼 수 있어요.
Q.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2019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T: 우선, 5월에 WOOZE EP가 발매돼요. 그리고 4월 ‘Great Escape Festival’을 시작으로 여러 무대와 페스티벌에 오를 예정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더 많은 공연을 갖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글 / 사진: kixxikim
보정: 배민지 (M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