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Big Thing] 순간의 모든 계절
두은정 : 2010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래 처음 발표하는 싱글이에요. 중간중간 휴지기도 길었고 그 사이 지금의 멤버에 이르기까지 유지완, 유태관 두 멤버 외에 밴드를 거쳐간 이들도 여럿 있었고요. 첫 음원이 발표되기 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지완 : 첫 음원이 발매되기 까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홍대의 두리반과 자립음악생산조합과 함께 공연을 주로 했고,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두물머리와 같이 사회적인 이슈와 함께 음악이 필요한 장소에 많이 다녔어요. 미친 듯이 연주할 이유가 있는 곳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훨씬 재밌고,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활동과 공연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악어들’을 거쳐가기도 했고, 그런 도중에 함께 녹음을 해보자고 제안한 프로듀서를 만나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녹음 과정이 길기도 했지만, 군대 문제를 비롯해 바로 앨범이 나오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고, 앨범이 늦춰진 상태에서 현재에 대한 음악을 먼저 발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 2월, 이번에 나온 싱글을 녹음하게 되었습니다.
두은정 : 이번 싱글은 기존에 알고 있던 악어들의 곡들과는 조금 다른 무드예요. 신곡 ‘밤산책’을 각자의 방식으로 설명한다면.
유지완 : 지옥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한 노래에요. 우리가 지나온 몇 년이 그렇기도 하고, 현재도 잘 들여다보면 고통과 절망이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을 노래로 부르고, 연주하면 시원하기도 해요.
블루스의 매력은 슬픈 마음을 연주해서 원래 있던 ‘슬픔’과는 다른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갖고 악어들의 노래를 만들어온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밤산책’도 같은 맥락에 있지만 ‘밤산책’은 더 절망과 가까이 붙어서 물어뜯고, 맞서려 하는 것 같아요. 절망을 끝까지 파내려가고 그것을 노래해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다른 것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것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불가능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순간, 그리고 듣고 있는 순간 속에는 뭔가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노래가 보내는 지옥 같은 시간에 대한 작은 꿈틀거림을 누군가 느낀다면 그걸로 좋겠어요.
유태관 : 기존에 작업했던 곡과 이번 밤산책 사이에는 시간적인 거리가 있습니다. 저 자신도 기존 곡들을 작업했던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으며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이라던지 세상에 대한 태도라든지 여러 가지 것들이요. 밤산책이란 곡을 쓴 사람은 지완이 형이지만 지옥 같은 현실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시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들다 보니까 기존 곡과는 다른 느낌의 곡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두은정 : 이번 싱글에서부터 정규까지 ‘방준석’님이 프로듀서로 참여하신다고 하죠. 처음 악어들과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앨범 녹음 등의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조율해나가는지가 궁금합니다.
유지완 : 방준석 선생님이 활동하는 방백 듀오와 같이 지금은 사라진 ‘꽃땅’이라는 공연장에서 함께 공연을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악어들 다음 순서가 방백이었는데요, 그때 악어들을 보시고 녹음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서울 외곽에 있는 선생님 작업실에서 같이 파스타도 만들어 먹고, 고양이, 강아지하고 놀기도 하면서 녹음을 했습니다. 음악 외에도 음악을 만드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서도 방준석 선생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녹음을 시작했어요. 정규 앨범에 수록될 곡은 총 11곡, 또는 12곡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녹음한 부분들도 있고, 녹음 기간이 꽤 길었어요. 그래서 영화 ‘보이후드(Boyhood)’ 같은 앨범이라고 요즘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의 곡 안에 많은 시간이 들어있고, 이 앨범이 저희의 ‘보이후드’를 담고 있기도 하죠.
두은정 : 결국 악어들이라는 이름이 ‘밤산책’이라는 곡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는 거네요. 악어들이라는 밴드 그 자체를 상징할 만한 다른 곡이 있다면.
유태관 : 악어들을 상징하는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물고기였으면’이란 곡을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블루스리듬과 그 위에 저희 나름대로 어레인지한 부분이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하구요 연주할 때 특히 즐기면서 연주하는 곡이에요.
두은정 : 작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악어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오랜 공백을 깨는 일종의 ‘생존신고’를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유태관 : 헬로루키 프로그램은 다른 밴드들도 많이들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방송 영상이 남게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했구요. 당시 당장 음원발매 등의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헬로루키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두은정 : 김영훈, 박준철 님은 각각 쾅프로그램과 파블로프로 활동해왔죠. 각자 ‘악어들’에 합류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팀 내에서 이전의 팀과 다른 부분을 느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영훈 : ‘쾅프로그램’ 멤버 태현과는 군입대 날이 같았으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제가 먼저 군대에 입대했고 그 공백으로 쾅프로그램은 다른 드러머를 영입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고요. 전역 후 지완은 악어들의 멤버를 다시 구하고 있었어요. 마침 전역 시기가 맞아 떨어져 친분이 있던 저에게 연락이 왔고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두은정 : 사소한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과정부터 앨범 작업에서의 과정까지 각자가 느끼는 것들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은.
김영훈 : 쾅프로그램과 악어들의 다른 부분이라면, 쾅프로그램이 2인조와 컴퓨터의 구성으로 연주했다면 악어들은 4인조 밴드로 사람과의 합주로 유연함이 생겼다고 할까요 쾅 때는 시스템의 문제로 박자를 틀어놓고 연주하고 있었으니까요. 악어들은 연주라던가 구성이라던가 개개인과의 호흡이 더 잘 맞아야 되는 상황이니 정반대의 상황에서 연주하고 있는 것이죠.
박준철 : 악어들은 예전부터 함께 공연을 자주 하고 친하게 지내던 팀이라 지완이가 같이 하자고 부탁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제가 파블로프 때는 더 주도적으로 곡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악어들에서는 보조를 해주는 입장에서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연주자로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요.
두은정 : 각자 영향을 받은 뮤지션 혹은 매체가 있다면.
유태관 : 블루스 기타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저는 버디가이라는 기타리스트의 리듬을 매우 좋아합니다. 버디가이의 느낌을 따라해보려고 노력하며 청소년기를 보냈었습니다.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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