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 서울 /
Vol. 1 uju(우주)
“제 음악을 시티팝에 한정하고 싶지 않아요”
정규 앨범 미만의 작품을 발표한 음악가들을 우리는 흔히 ‘신인’ 혹은 ‘루키’라 부르곤 합니다. 과연 이러한 타이틀은 누가 부여하는 것이고, 또 어떤 그룹의 공감을 얻어 결정되는 것일까요. 또 신인 음악가를 결정짓는 뚜렷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앨범 타이틀 수와 무대 경험? 데뷔 연차? 인스타그램 혹은 사운드클라우드 팔로워? 음원 플랫폼 좋아요 수? 흔히 프로 스포츠에서 이야기하는 ‘명문화된 신인의 기준’을 과연 음악 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인류 서울’은 신인 혹은 루키와 같은 고루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장차 앞으로 10년 간 대중음악 시장을 선도할 ‘신인류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시리즈 인터뷰 컨텐츠입니다. 포크라노스가 자신있게 소개하는 신인류 음악가, 그 첫번째는 [선데이서울 Ep.2]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uju(우주) 입니다.
Artist I uju(우주)
신선한 사운드와 누구나 공감할만한 간결한 가사를 선보이는 감각적인 싱어송라이터 uju(우주). 시티팝과 레트로 사운드를 기반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평범하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2017년 4월, 데뷔 싱글 ‘#Outfit’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선데이서울 시리즈를 잇는 두 번째 EP 앨범 [선데이서울 Ep.2]를 발표하며 2019년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다.
Album I 선데이서울 Ep.2
우주의 새 앨범 선데이서울 Ep.2를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만나보세요!
Interview with uju(우주)
앨범이 나왔어요. 소개 부탁드려요.
[선데이서울 Ep.2]는 ‘선데이서울’이라는 타이틀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에요. 앨범명에 쓰인 Ep가 ‘Episode’의 약자거든요. [선데이서울 Ep.1]이 레트로한 뉘앙스만 전달했다면, 이번 앨범은 더욱 포괄적인 앨범이에요. 제가 동경하는 혹은 직접 겪은 과거의 상징적인 키워드와 주제 의식을 모두 아우르는 앨범이죠.
보통 ‘EP’라 하면 앨범 포맷으로서의 단위로 흔히 이야기하잖아요. 선데이서울 앨범에서의 EP가 ‘Episode’를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원래 ‘선데이서울 Episode.1’까지 풀네임으로 쓰려다가 후에 ‘Ep’로 수정했어요. 모두가 Ep라 하면 단위로서의 개념을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야, 속았지? 이거 사실 에피소드야” 같은 느낌이에요. 나 혼자만 아는 재미. (웃음)
‘선데이서울’을 시리즈 앨범으로 만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선데이서울 앨범은 ‘나를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제 에피소드들을 넘버링해서 하나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었고요. 보통 EP 이상의 앨범에서 흔히들 핵심 주제를 찾잖아요? 곡이 다섯 개인 EP 앨범이라 예를 들면, 다섯 곡을 모두 관통하는 주제와 제목이 있죠. uju(우주)로 발표하는 곡들은 모두 제 이야기인데, 이들을 함축하는 워딩을 굳이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별도의 앨범명도 짓지 않았어요. 그래야 곡들의 의미가 더 강해질 테니까요.
그렇다면, Ep.1과 Ep.2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Ep.1의 타이틀곡이 ‘불을 밝혀줘’인데, 이 노래가 시티팝 붐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물론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문득 제가 ‘시티팝 뮤지션’으로 되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uju(우주)는 레트로한 정서를 바라보는 뮤지션이지, 시티팝 아티스트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통해 사운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보게 되었어요. 흔히 시티팝이라 하는 편곡과 장르 문법에서 벗어나 뉴잭스윙, 누디스코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앨범에 많이 녹여냈어요. 사실 지금 얘기한 스타일도 모두 과거에 유행했던 레트로한 장르들잖아요?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Any Call’이나 ‘Moon, Crystal, Love’같은 노래는 제가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이나 과거에 사용한 휴대전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예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이 ‘서울의 밤’이에요. 서울이라 하면 과거, 현재, 미래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잖아요? 지금껏 제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만 써왔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서 제가 조금씩 과거를 벗어나고 있다는 복선을 던지고 싶었어요.
“문득 제가 ‘시티팝 뮤지션’으로 되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는 레트로한 정서를 바라보는 뮤지션이지, 시티팝 아티스트는 아니거든요.”
타이틀곡 이야기를 해볼게요. 처음 가사를 접했을 때,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것이라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받았어요.
제가 쓰는 대부분의 곡은 허구에서 출발해요. 영화와 같은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거나 상상을 통해 가사와 노랫말을 만들죠. 그런데, ‘서울의 밤’같은 경우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쓴 곡이 맞아요. 최근 베트남에 다녀왔어요. 다낭이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낮밤할 것 없이 굉장히 환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비행기가 마침 이륙을 해서 밑을 내려봤더니 굉장히 고요하고 적막하더라고요. 물론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긴 했지만요. (웃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새벽 4시 30분쯤 한국에 도착했는데 도로에 차들도 많고 불빛도 환하고, 정말 너무 밝은 거예요. 마침 그 날도 일요일이었고요. 제가 베트남에서 출발했을 때가 밤 11시 정도였어요. 그 때도 다낭은 그토록 적막했었는데, 대낮보다 환한 새벽 4시의 서울을 보면서 저는 기괴함을 느꼈어요.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대체 이 도시는 어째서 이렇게 밝은 거지?’ 라면서요.
집에 돌아와서 제가 느낀 감정을 정리해보니, 사실은 모두 제 주위의 사람들 덕분에 그 만큼 밝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나 야근했어”, “나 오늘 추가 근무했어” 같은 말들 모두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대화잖아요. 나부터 시작해서 친구들, 부모님, 그리고 제 부모님의 친구들까지. 그들 덕분에 서울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밤’이라는 노래는 서울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 트랙이기도 하지만, 서울을 사는 저와 제 친구들의 성장기에 대한 노래이기도 해요. 실은, 기자님도 일요일 오후에 (인터뷰로) 추가 근무 중이시잖아요. (웃음)
안 그래도 우주님 답변에 이입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서울의 밤’이 제 얘기이기도 하네요. 하하.
덕분에 제가 곡을 쓸 수 있었답니다. (웃음)
우주의 기발표곡에 비해 이번 노래가 유독 편곡적으로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날 공항에서 보고 느낀 모습이나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일까요?
네, 맞아요. ‘서울의 밤’ 편곡에 관해서 프로듀서 도일도시와 굉장히 많은 얘길 나눴어요. 처음 제가 느낀 기괴함과 무서움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프로듀서분께서 마치 좀비 영화 도입부에 나올 법한 편곡을 준비해 주셨어요. 사실 저는 그 속에서 로맨틱한 무드를 느꼈거든요. 비록 기괴하지만, ‘밝음’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의 성장 드라마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곡 스케치 때 처음 나왔던 피아노 리프 역시 로맨틱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다시 작업을 하게 됐고,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앨범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한 도일도시에 대한 소개도 부탁해요.
처음 앨범을 내기로 다짐했을 때, 여러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는 게 저의 목표 중 하나였어요. 원래 밴드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전환하면서 마치 밴드 멤버처럼 여러 명의 프로듀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었죠. 마치 발표곡마다 밴드 멤버가 다 다른, 그런 느낌이랄까요?
글로잉독(glowingdog), 캐비닛(Cabinett), 도일도시… 다양한 분들과의 협업 덕분에 좋은 작품을 계속 발표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막히기 시작하더라고요. 인생은 삼 세 판이 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싶었죠. (웃음) 네 번째 프로듀서를 찾는 데서부터 막히기 시작했어요. 일단 (제가 추구하는) 레트로한 사운드의 음악을 추구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고, 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주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작업에 애를 먹기도 했어요. 제 고충을 언젠가 도일도시에게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감사하게도 먼저 메인 프로듀서로의 제안을 해주셨어요. 감사한 일이죠.
밴드는 언제부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신도시 키드’에요. 초–중–고 모두 2회 아니면 3회 졸업생이었죠. 당연히 학교에 밴드부가 있을 리 없어서, 제가 직접 서클을 만들었어요. 모든 밴드부의 1기 멤버였던 셈이죠. (웃음)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밴드 멤버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전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좋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실용음악 전공으로 대학을 입학하게 되고 거기서도 자연스럽게 밴드를 결성했어요. 중고등학교때 하던 밴드와는 훨씬 전문적이고 연주 퀄리티도 높았지만,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었어요. 고난 없이 이루어지는 합주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만큼 성취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렇죠. 저는 마냥 밴드가 재밌는 줄만 알았는데, 대학에서 ‘과연 내가 밴드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같은 고민을 했어요. 저는 밴드 활동을 길게 하고 싶은데, 정작 제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그룹에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기로 결심했어요.
밴드 활동 당시에는 슈게이징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라디오헤드(Radiohead), 시규어 로스(Sigur Ros)를 좋아해요. 포스트 락, 슈게이징과 같은 장르를 접하면서 제 밴드에도 그런 음악을 추구하길 원했죠. 활동 당시에는, 슈게이징 스타일의 음악과 제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제 목소리에 몽환적인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활동하면서, 마냥 (제 목소리가)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음악에 여러 갈래가 있는데, 제가 락 뮤지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히게 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고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어보고 또 수집했어요. 앨범 준비는 몇 년째 이어져 왔지만 첫 앨범이 늦게 나오게 된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슈게이징과 레트로, 어떻게 보면 서로가 굉장히 동떨어진 스타일잖아요. 지금과 같은 음악적 자아를 형성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사실 제가 옛날 음악을 즐겨 듣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최근에 나온 앨범 혹은 새 아티스트의 데뷔 앨범 위주로 음악을 디깅했어요. 소위 ‘옛날 음악’이라 하면 빌 에반스(Bill Evans)같은 고전 재즈나 비틀즈(The Beatles) 같은 클래식 락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저한테 제 목소리가 심수봉 같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음악을 찾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후로 계속해서 심수봉의 음악과 당대 일본에서 활동했던 여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찾아 들었어요. 소위 ‘성인 가요’라 할 수 있을 디스코, 소프트 락 스타일의 음악에 심취하게 된 거죠.
“어느 날 아버지가 저한테 제 목소리가 심수봉 같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음악을 찾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굉장히 우연한 일이었네요.
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아버지와의 합작으로 ‘우주’라는 음악가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저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만 같았거든요. 가끔 아버지께 발매 전 제 음악을 들려드릴 때가 있어요. “지금 작업 중인 노랜데 들어볼래? 나 마냥 노는 건 아니야” 같은 느낌으로요. 신기한 게, 여태껏 아빠가 괜찮다고 한 곡은 실제로 (플랫폼 내에서) 좋아요 수가 높았고, 잘 모르겠다 한 곡은 상대적으로 좋아요 수가 낮았어요. (웃음)
마지막 트랙이자 신곡인 ‘우리는 사진 속에 갇혀 있지만’은 수록곡과 결이 달라요.
발라드 트랙이에요. 사실 [선데이서울 Ep.1]에도 ‘인사’라는 발라드가 있었죠. 그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너는 이런 정서의 음악을 할 때 가장 돋보인다’는 주위 지인들의 얘기도 들었었죠. 항상 저는 댄서블한 음악만 발표하다 보니, 이런 차분한 트랙 한 곡쯤은 미니앨범에 수록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싣게 된 거예요. ‘선데이서울’이라는 시리즈를 저는 길게 보고 있어요. 한 10년 정도 뒤에는 제가 포크나 재즈를 연주하고 있을 수도 있죠. 우주가 단순히 댄서블한 음악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발라드 트랙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복선을 깔아두고 싶었어요.
선데이서울 프로젝트는 우주, 그리고 김명지를 계속해서 기록해나가는 프로젝트인 셈이네요.
최근 음악 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이런 얘길 들었어요. “너는 참 네 마음대로 앨범을 내고 있다”고 말이에요. (모두 웃음) 물론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말이죠.
우스운 질문이지만, ‘선데이 서울’을 주로 어떻게 보내시나요.
보통 집에서 시간을 보내요. 일요일은 저에게 집 밖을 나가는 날이 아니거든요. (웃음) 강아지와 놀거나,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보곤 하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고요. 가끔 집에만 있는 게 우울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우울함을 환기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드라마틱한 것들을 찾아봐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이요.
시티팝 혹은 AOR의 주된 정서는 낭만과 화려함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음악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우주의 음악에서는 고독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이 둘은 완벽하게 상반된 개념이잖아요.
물론 시티팝이 멋있고 화려하고, 또 낭만적인 음악이 맞아요. 하지만 저는 시티팝을 ‘성인 가요’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불빛 속에서 저는 그 불빛을 등지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요. 제 음악도 그런 것 같아요.
글 I kixxikim
사진 I 박현 @cozy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