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럭의 싱글 콜렉션 – 12월 추천작: 문선, 정크야드 등
해가 다 지났다고 해서 좋은 음악을 놓칠 수는 없다. 12월에 등장한 멋진 싱글을 몇 곡 소개한다. 연말 연초에는 좋은 작품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좋은 곡이 많이 나온 만큼 꽤 많은 곡을 골랐다. 사실 소개하고 싶은 곡이 하나 더 있었는데, 사람또사람의 “폭주하는 눈썰매의 고민”은 이제 1월이 된 탓에 고르지 못했다. 또한, 몰디의 NTW 역시 그랙다니의 1년 프로젝트는 2018년에서 마무리가 되어야 할 것 같아 생략했다. 사실 내 실력이 모자란 것의 핑계다. 한 해의 시작, 좋은 음악과 함께 해보자.
문선 (MOONSUN) – 언젠가 마주칠 일이 또 있겠지
과거의 문법을 제대로 살린 신스 연주는 사실 그 자체로도 이미 매력적이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그 톤 하나만으로도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러한 신스의 톤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보컬의 이펙트와 톤, 가사까지 문선의 곡은 듣는 이의 마음을 떨리게 한다. 그 떨림에 공감한다면 얼마 전 나온 앨범 [미지(未知/微旨)]를 들어보자. 옛 느낌과 세련됨 사이에서 좋은 균형을 잡는, 그때의 서정을 유지하고 있는 문선의 매력을 더욱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주히피 – 그 어디든 잘 다녀와요
두말할 필요 없는, 이미 검증된 감수성을 지닌 우주히피의 신곡 “그 어디든 잘 다녀와요”는 늘 그랬듯이 가사 한 줄 한 줄이 와 닿는다. 차분한 포크 팝에서 들리는 덤덤한 이별의 감성은 내 경험과 그 감정을 충분히 복기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다가온다. 아마 그러한 매력이 우주히피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YELO) 옐로 – 밤하늘
두 번째 싱글 “밤하늘”을 발표한 옐로라는 음악가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음색과 창법, 보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발라드 넘버를 예쁜 코러스와 섬세한 편곡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채운 것도 있지만, 옐로의 음색은 오래 듣고 싶은 매력이 있다. 어떤 보컬일까 궁금해서 유투브 채널을 찾았는데, 저음이 굉장히 매력적인 (아주 상투적이고 낡은 표현이지만 알리샤 키스(Alicia Keys)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보컬이었다. 앞으로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볼 보컬.
YELO (옐로) 유튜브 ▶ https://bit.ly/2FzV3KQ
이성경x이루리 – 사랑을 믿고 싶어요
2018년 말 그대로 열일한 이성경x이루리의 싱글 “사랑을 믿고 싶어요”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싱글의 연장선에 있다. 단조롭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전작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2017년에도 네 개의 싱글을 발표하며 열일하더니, 2018년에는 두 달에 한 번씩 싱글을 발표하면서 더욱 열일을 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감성을 표현하는 디테일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우며,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들께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싱글을 한꺼번에 모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까데호 – TTL (Feat. 서사무엘)
까데호와 서사무엘이 흥미로운 싱글을 발표했다. TTL은 흔히들 생각하는, 임은경이 광고에 등장했던 요금제 서비스 이름이 맞다. 서사무엘은 011, 017 등 다양한 번호가 앞자리인 시절은 그만큼 번호도, 사람도 개성이 있었지만 010으로 통일된 지금은 그만큼 사람들도 획일화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가사만큼이나 흥미로운 곡의 구성과 전개도 인상적이다.
잠비나이 – Square Wave
잠비나이가 곧 세 번째 앨범 [온다(ONDA)]를 들고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곡 “Square Wave”는 앨범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수록곡 중 하나라고 한다. “다른 형태를 가진 커다란 기계장치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멤버들의 각기 다른 연주호흡의 조화로 표현한 곡”이라는 소개글이 아마 백 마디 설명보다 훨씬 더 들어맞을 것이다. 이미 2019년 주요 페스티벌 라인업에 포함되어 명실상부 최고의 포스트록 밴드임을 입증하고 있는 이들의 연주와 합, 거칠게 다가오면서도 세밀한 장치들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이들의 곡을 듣고 있으면 다음 정규 앨범이 훨씬 더 기대된다.
제리케이 – 첫눈 오는 날에는
제리케이가 오랜만에 신곡을 공개했다. “첫눈 오는 날에는”은 반려견과의 추억을 비롯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행복을 담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힙합 곡이다. 제리케이는 최근 발표한 룸306의 앨범 [겹]에도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첫눈 오는 날에는”은 최근 트렌드를 잘 반영한 트랩 스타일의 곡으로, 첫눈 오는 날의 모습이 듣는 내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신인 프로듀서 deathroes의 이름도 어딘가에 적어두면 좋을 것 같다.
옥민과 땡여사 – 구슬로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정말 좋은 반응을 얻은 옥민과 땡여사의 “구슬로”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옥민과 아쟁을 연주하는 땡여사의 호흡은 음악에서 빛을 발하지만, 그간 몇 차례 열었던 기획공연에서도 충분히 존재감과 합을 보여줬다고 한다. 얼마 전 발표한 동명의 EP [옥민과 땡여사] 역시 주목해야 할 앨범이다. 국악 크로스오버와 같은 애매한 단어는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처럼 각자만의 감성과 문법이 확실한 팀과 작품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정크야드 – Hunting Fall and I Hate Birthday
개인적으로 정크야드가 선보이는 감성은 절대다수가 사랑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동시에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점들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가 뻔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듣는 이에게 다가오기 시작해 곡이 끝날 즈음에는 자신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하는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장르로 설명하기 힘든,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작법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것을 쌓는 정크야드의 매력을 여러분도 한 번 접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_S-bemnwhSE
에이민 – I Remember
다른 지면에 에이민이라는 음악가를 소개할 때도 그랬지만, 에이민의 매력은 담백함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섬세함을 담는다는 점에 있다. 그것이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음악성을 입증하기 위해 과감한 진행을 담은 곡, 뛰어난 가창력을 입증하기 위해 넓은 폭의 음역을 쓰는 곡보다 이런 느낌의 곡이 좀 더 반가울 때가 있다. 특히 이 곡은 겨울에 딱 맞으니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실컷 듣자.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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