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럭의 싱글 콜렉션 – 4월 추천작: 송희란, 박문치 등
매달 등장하는 싱글 단위의 작품 중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소개하는 싱글 콜렉션이 돌아왔다. 누군가에게는 싱숭생숭한,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4월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3월 같은 4월을, 4월 같은 5월을 맞이하는 중이라 산다는 건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그러한 가운데 좋은 음악이 많이 나와서 기뻤다. 잠깐의 휴식 같은 싱글을 소개한다.
레니 (LENI)- Magical Moonlight
이전에 발표한 “City Lights”도 소개했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싱글이다. 레니는 내가 좋아하는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이번 곡은 곡이 지닌 질감이나 리듬 구성이 취향을 저격했다. 레니는 작사, 작곡, 연주 등을 모두 혼자 했는데, 코러스 또한 인상적이었다. 코러스가 많이 쌓인 것보다 보컬 라인 하나만 들어간 담백한 곡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곡은 코러스가 정말 예쁘고 곡과 잘 맞아서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요즘 유행하는 요소가 있으면서도 레니라는 음악가만의 결을 간직하고 있다.
JOONIE – Instant Karma
오존의 곡에 피쳐링으로 참여했던 주니가 데뷔 싱글을 발표했다. 이미 좋은 음색이 있다는 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음악 세계를 펼칠지 굉장히 궁금했고 기대가 되었다. “Instant Karma”는 어떤 상상을 했든, 그것을 충족시켜줄 만큼 좋은 공간감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특히 공간감을 지니고 있는 악기와 리듬을 구성하는 소리의 디테일과 오묘한 조화, 섬세한 전개와 변주가 매력적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트 (Motte) – Roomie
이른바 ‘유투브 1시간 버전’을 이미 몇 곡씩 보유하고 있는 모트의 신곡 “Roomie”도 한 시간 버전이 곧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특유의 음색과 짙은 감성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그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듯한 비주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트는 이번에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것 같은 곡을 발표했다. 최근 음악가에게 음악적 기술만큼이나 그 음악가만의 감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하는데, 모트는 그러한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졸리브이 (Jolly V) – 엄마 미안해
졸리브이가 영어로 랩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는데, “엄마 미안해”는 아마 졸리브이가 지금까지 들려준 랩 중 가장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은 곡이면서도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곡이 아닐까 싶다. 그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상황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사적이기도 하다. 4월보다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박문치 – 널 좋아하고 있어 (with. 기린, Dala, 준구)
팬시하다는 단어는 팬시 차일드에게도 어울리지만, 박문치에게도 어울린다. 연주자, 프로듀서, 시선 강탈의 대명사(최근 온스테이지 2.0 민수 편에서 많은 이의 시선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박문치가 싱글 “널 좋아하고 있어”를 발표했다. 하지만 박문치의 곡에서 시선을 훔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캐스퍼 라디오에서 준구난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일하는 준구다. 라이브 무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골랐다.
송희란 – 여기까지 해
최근 정규 1집을 발표한 송희란의 싱글 “여기까지 해”다. 곡의 느낌에 맞게 음색도 창법도 조금씩 바꾸는, 그래서 한 곡 한 곡을 귀 기울여 듣게 되는 음악가 송희란은 이번 곡에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곡이 지닌 감성도 좋지만, ‘여기까지 해’라고 말하는 가사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여, 연애에 예의를 갖추자. 가까울수록 더 잘하고, 편한 것은 막 대해도 되는 것이 아님을 알자. 물론 내가 그런 상황을 겪고 있거나 겪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Curd – MilliM
그랙 다니(Grack Thany) 소속 DJ/Producer 커드(Curd)의 첫 싱글이다. 커드는 그간 자신이 영향을 받은 아프로비트, 유케이 훵키, 꼼(Gqom)과 같은 언더그라운드 장르의 모습을 닮은 곡을 선보인다. 타격감 있으면서도 잘 짜인 리듬 패턴과 퍼커션 사운드가 일단 가장 매력적이며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는 당연하다. 나처럼 클럽에 좀처럼 갈 수 없는 사람이면서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곡.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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