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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싱글 콜렉션] 1월 추천작: 애리, 천용성 외

발행일자 | 2020-02-17

블럭의 싱글 콜렉션 – 1월 추천작: 애리, 천용성 외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포크라노스에서 썼던 싱글 콜렉션을 다시 열게 되었다. 다른 글을 써볼까 잠시 고민도 하고 어떤 내용을 담는 것이 좋을까 열심히 궁리했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하나라도 오래 해보자는 생각에 결국 돌아왔다. 아마 많은 이들이 나처럼 뭔가를 하다 말 것이며, 1월에 만든 다짐이 12월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사실 뭐 어떤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한 해의 시작에 어떤 싱글이 있었는지, 어떤 좋은 음악이 있었는지 천천히 살펴보며 2월의 중순, 숨고르기라도 한 번 해보자. 이미 1월에 짜놓은 계획이 어긋났을 수도 있지만, 좋은 음악을 들으며 잠시 짬을 내 여유를 가지다 보면 또 한 번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딱 열 개만 고르려니 힘들었다.

애리 – 신세계

이 곡은 애리의 신세계이자 우리에게 신세계이기도 하다. 포크 음악, 락 음악으로 분류되던 애리를 이제는 팝 음악, 혹은 전자음악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동시에 곡을 듣는 사람도 새로운 무언가에 눈을 뜨게 된다. 변화가 있지만, 우리는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함께 만나게 되었다. 애리의 음악이 확장하는 과정은 어쩌면 정말 자연스러운 동시에 당연한, 그리고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일지도 모른다. 과거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던 “신세계”를 생각하면 그 변화의 과정이 더욱 크게 다가오며, 그래서 다음 곡이 더 기대된다.

ACACY – MMMM

재능 있는 래퍼 아카시는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며 자신의 특징을 세상에 드러내는 중이다. 사실 그러기에는 아카시라는 음악가가 가진 캐릭터나 성격은 확실하다. 매력적인 멜로디 메이킹은 물론, 때로는 기술적으로 접근하다가도 특정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아카시의 음악은 이전 싱글과 함께 모아서 들어봐도 흥미로울 것이다. 신선한 무언가를 원하는 힙합 음악 애호가라면 꼭 들어보자.

천용성 – 중학생

2019년 화려하게 등장하여 많은 주목을 받은 천용성은 다음 작품을 내는 데 있어서 부담스러웠을 법도 한데, 굉장히 자연스러운(?) 싱글을 발표해 자신이 발표했던 음악적 면모의 연장선을 들려준다. “중학생”과 “분더바”는 성격이 다른 두 곡이다. 하지만 천용성이라는 음악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다른 방식으로 도움이 되는 곡들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지니 매거진에 있으니, 항상 매력적인 문장을 쓰는 그의 글을 읽어보길 권한다.

제리케이 – 16 Ain’t Enough

어느덧 16주년이다. 16년이라는 긴 시간 생존하기란 그 어떤 장르에 있는 음악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그 자체만으로 칭찬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존경 받기는 힘들다. 제리케이는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늘 화두를 던지고, 새로운 옷을 입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런 제리케이가 자신의 16주년을 기념해 싱글을 발표했다. 16마디라는 랩 음악의 상징적인 숫자와도 맞아 떨어지지만 단순히 채우기 위한 16마디가 아닌, 어떤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는 자의 ‘16’이라는 중의적 의미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

폴립 – When Wolves Cry

대구를 기반으로 한 밴드 폴립의 “When Wolves Cry”는 어딘가 치열한 듯 보이면서도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처량함 혹은 외로움마저도 느껴진다. 안현우, 전성현, 김예지 세 사람으로 구성된 밴드의 신곡은 기존에 발표한 “Midnight Witches”의 연장선이라고 하며, 어딘가 투박하고 옛스럽지만 묘하게 에너지도 느껴진다. 폴립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곡일지도 모르겠다.

류나우 – Love you better

꾸준히 좋은 곡을 발표하는 류나우의 신곡은 기존에 발표했던 일련의 흐름과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90년대의 알앤비, 80년대의 신스팝에 좀 더 근접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다소 낯설다는 기분, 그 장벽 하나만 넘으면 좋은 음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

Jade – Letters

조금씩 다른 결의 음악을 선보이면서도 결국은 하나의 테마, 혹은 색채로 묶일 수 있는 작품을 발표하는 쟈드의 싱글 [Letters]는 한국어와 영어로 가사가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세 언어를 구사하며 쟈드는 언어마다 조금씩 다른 온도를 부여하고, 다른 색채를 풀어낸다. 가사를 어떤 언어로 쓰는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그 차이를 듣는 것도 쟈드의 음악을 감상하는 남다른 포인트가 될 것이다.

형선(HYNGSN) – Cocktail

지난해 [DAMDI]를 통해 주목을 받은 형선(HYNGSN)이 싱글 “Cocktail”을 발표했다. 전작부터 좋은 음악가들이 참여했고, 이번에는 비앙(Viann)과 재규어중사(SFC.JGR)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재능 있는 네오 소울 음악가의 발견이다.

사공 – 후회를 하네, 다짐을 하네.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 사공이 싱글로는 처음 발표한 앨범이다. 전작에 해당하는 곡이 있기에 찾아서 들어볼 것을 권한다(물론 들어보지 않는다고 하여 이번 싱글을 감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특정 장르보다는 특정 스타일을, 혹은 감성을 짚을 수 있을 것이다. 옛 한국 음악의 정서도 자연스레 자신의 것처럼 지니고 있어서 한국의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권한다.

jayvito – 돌아가자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진 제이비토가 새롭게 싱글을 발표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꾸준히, 묵묵히 이렇게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갈 줄은 누가 예상했을까?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음악을 해오는 정도로 기억되었다면, 이제 제이비토는 오직 자신만 갈 수 있는 그런 길을 걷는 이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번 곡은 그 여정 안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동시에 제이비토라는 음악가만의 차별적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곡 중 하나다.

Editor / 블럭
bluc@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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