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정규 1집 [사람 마음]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불안의 시기는.
거두어지길 간절히 바랄 땐 그대로이더니, 다 잊혀질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한철의 아름다운 어리숙으로 추억됩니다.
그것이 사람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압니다.
열아홉 끝자락에서부터, 스물하나의 초입까지.
짧은 한철동안 마를 줄 모르고 쏟아졌던, 또 누군가에겐 마치 오늘과 같았을 미숙함의 노래들을 그대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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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강물
첫 트랙 ‘강물’은 한 줄의 가사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맘은 이미 저 강물에 떠있어”
본래 가사가 있는 곡이었고, 그 버전의 후렴구로 써놓았던 문장이다.
잔잔하지만 요동을 잃지 않는 강물의 모습을 담은 이 곡은, 동료 김창섭의 작업실에서 내추럴하게 직접 녹음한 기타 소스들로 더욱 담담히 완성되었다.
02. 오아시스
2002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를 보고 만들기 시작한 곡이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핍박에도 꿋꿋이 지켜나가는 그들만의 사랑, 그 사랑이 대체 뭐길래 저리 열심인지. 하지만 우습게도 당시의 나에겐 그만한 위로가 없었다.
아름다운 것만이 사랑인 것은 아니라며 한때의 어수룩을 대변해 주는 것 같은. 그런 위로 말이다.
03. 길
뜻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불쑥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혹은 그런 기억이 있다.
한때는 어질러진 내 마음이 불쑥 찾아온 그것 때문이라고 탓하며 원망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더라.
곡을 처음 쓸 때까지만 해도 저런 마음들로 휘청이던 때였는데,
이젠 그냥 가만히 두고서, 생각나면 생각하고 그런다.
04. 상관없어요
아무런 피해도 안 줄 테니 날 그대 안에 들여달라는 애원.
차라리 “문제없어요”에 가까운 외침이다.
2020년 2월 처음 쓰자마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던 이 곡은 그 당시와 참 많이 달라졌다. 편곡과 연주 같은 것들도 꽤 많이 바뀌었지만, 곡을 대하는 내 모습이 참 많이 달라졌다.
짜증 섞인 체념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당시의 노랫말,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컨트리풍의 사운드가 절묘하게 맞물린다.
05. 멜로드라마
영사기 소리와 먹먹한 기타 소리로 노래는 시작된다. 마치 정말 멜로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 곡은 후반부로 갈수록 가사의 서사와 악기들의 다이내믹이 함께 고조된다.
더 이상 영화 같은 사랑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화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은 이미 아름다운 대사 없이도 느껴지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우리네 사랑 얘기란 바로 이것.
06. 접점
2년쯤 전이었나. 불현듯 툭 튀어나온 후렴구를 녹음해놓고는 채 완성하질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 노래를 들은 한 친구가 내 의도와는 사뭇 다른 본인의 경험에 의거한 감상을 전해주었다. 의도는 달랐지만 내게 바람을 불어넣기엔 충분했고, 그 길로 곡을 마저 완성할 수 있었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단 그냥 노랫말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 노래를 듣기에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설명을 살짝만 보태자면, “무력함과 허무의 노래”가 되려나.
07. 놓아준다는 것
‘놓아준다는 것’은 내게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와의 관계, 오랜 꿈, 작은 여지마저도 쉽게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은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처음 이 곡을 만들었을 당시엔 기타로 쓰여졌었지만 앨범에 수록되면서 피아노로 편곡을 하기로 결정했다. 동료 이찬진의 작업실에 있는 업라이트로 직접 녹음을 받았다.
빈티지한 피아노 선율 위로 얹어진 섬세하고 애처로운 보컬에 집중해 보길 권한다.
08. 사람 마음
“하루 종일 너만 봐”
장난처럼 나온 한 소절이 내 첫 정규 앨범의 앨범명이 될 줄은 몰랐다.
어지럽게 반복되는 코러스들 가운데에서 마치 돌림 노래처럼 반복되는 후렴구의 가사는 이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다.
“사랑하는 만큼 혼자 삭여낼 수 있고, 사람 마음이 다 이렇다 포장할 수 있어”
그건 아마 기약이 없는 헌신과 대상이 없는 그리움.
그대 마음의 방향을 못 찾겠다면 이 노래를 듣자. 그리고 보내주자.
09. 되풀이
왜 같은 실수를 계속 되풀이할까.
나아지지 못하는 내가 미웁고 안타깝던 어느 날엔 그냥 창문을 열어놓고 노래를 썼다.
“난 이제 사랑할 수도, 받을 수도 없고 그저 이렇게 하룰 보내야만 하나.”
울먹이듯 전하는 가사들과 핸드폰 음성 녹음처럼 먹먹한 사운드는 7-80년대의 포크음악과 비슷한 결을 보여준다.
10. 연인 (demo)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인’은 연희동 원룸에서 직접 기타와 보컬을 원테이크로 녹음한 데모 버전으로, 연인을 향해 보내는 투박한 진심이 담겨있다.
언뜻 들으면 구슬픈 울음소리같이 들리는 후렴구는, 앨범에 담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그 어떤 몇 마디 가사보다 더 잘 갈무리한다.
[Credits]
Produced by 김민성
co-produced by 이찬진 (track 4,7,8)
All composed and lyrics by 김민성
01. 강물
Arranged by 김민성 김창섭
A Guitar 김민성
C Guitar 김창섭
02. 오아시스
Arranged by 김민성 이찬진
A Guitar 김민성
String 이찬진
03. 길
Arranged by 김민성 이찬진
A Guitar 김민성
Piano/Pad/Accordion 이찬진
04. 상관없어요
Arranged by 김민성 이찬진 김효린
A Guitar 김민성 김효린
Drum 김선웅
Bass 이광채
E Guitar 김채령
Chorus 김민성
05. 멜로드라마
Arranged by 김민성 망고 김효린
A Guitar 김민성
Mellotron/Keys/String/Midi Programing 망고
Organ 전용하
Chorus 김민성 김효린
06. 접점
Arranged by 김민성 이찬진
A Guitar 김민성
Piano, Pad, Organ 이찬진
07. 놓아준다는 것
Arranged by 이찬진 전호수
Piano 이찬진
08. 사람 마음
Arranged by 김민성 이찬진 김채령
A Guitar 김민성
Drum 강우용
Bass 이광채
E Guitar 김채령
Piano/Midi Programing 이찬진
09. 되풀이
Arranged by 김민성
C Guitar 김민성
Piano 전호수
Chorus 김민성 김효린
10. 연인
Arranged by 김민성
C Guitar 김민성
Vocal directed by
서빛나래 (track 2,3,4,6,7,8,9)
김효린 (track 5)
Recorded by
정호중
은강인
이찬진
배길현
박예빈
Mixed by
정호중 (track 2,3,5,6,9)
은강인 (track 4,7,8)
이찬진 (track 1,10)
Mastered by
강승희 at SonicKorea
Album Photo 정규성
Design 안규건
Music Video by L2 studio
Special thanks to
박현서, 김리하, 이민지, 양정민(Christine Yang), 텀블벅 후원자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