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곳에서, 손서정 데뷔 싱글 [같은 지구 GATTEN Earth]
서정이 별안간 덴마크로 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쟤는 무서운 게 없나, 생각했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삶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무섭다. 내가 모르는 언어로 말을 하고 내가 모르는 음식을 먹으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무섭다.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나의 질문에 서정은 친구에게서 영어 회화를 배우는 중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덴마크 회화를 배울 수 있는 마땅한 곳이 없었기에 우선은 영어로 소통하며 덴마크에 가서 차차 배워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서정의 덴마크 유학은 그러한 부딪힘이 예정된 여행이었다.
그 부딪힘 속에서 서정은 〈같은 지구〉를 만들었다. 서정이 다닌 학교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고 서정은 “한번도 말해본 적 없는 세상을” “하나를 말하면 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생각해보지도 않은 말”로 이야기해야 했다. 〈같은 지구〉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악기들은 “평생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서로의 시간을 나누며 주고받던 대화를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장구 퍼커션은, 주변인에게 노래가 더 깔끔해지려면 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음에도 서정이 끝내 고집하던 악기였다. 나는 그게 서정의 언어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먹던 배를, pear와는 다른 그 배를 북유럽에서 설명하기 위해 애쓰던 한국인 여자아이를.
노래를 듣다 보면 서정 역시 무서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무서운 다름 속에서 발견하는 놀랍고 아름다운 감각을 우리는 경이驚異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wonderful. 덴마크어로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부르는 단어는 다르더라도 〈같은 지구〉 안에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감각이 있을 것이다.
글- 차도하/시인
Credits
작사/작곡 | 손서정
코러스 | 손서정, DOF2D
도당굿 장구 | 원재연
더블베이스 | 백하형기
아이리시 휘슬 | 백하형기
어쿠스틱 기타 | 여인서
에그쉐이커 | 손서정
클래식 기타 | 서건호
피아노 | DOF2D
보컬, 손서정 코러스, 클래식 기타 녹음 | 최성준 @studio801
장구, 어쿠스틱 기타 녹음 | 홍채은
믹싱 | 강은구
마스터링 | bk! at AB 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