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존경을 담아


 

 

맞배집의 의미는 우리나라 고유 지붕 양식을 가진 공간(집)이기도 하지만 서로 맞배(맞절)한다의 중의적 의미를 가진 곳입니다. 우리는 마이크가 필요한 이들의 마이크를 나누기도, 그 안에서 온기와 안전을 나누는 기획을 하길 소원합니다.

 

이번 맞배집의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과 존경을 담아>는 편지의 말미에 적는 어구, ‘사랑과 존경을 담아’에서 착안. 신진 지방 여성 창작자들과 그들이 사랑과 존경을 마다 않는 선배 창작자의 연결을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나아가며, ‘사랑’과 ‘존경’을 실현하고 실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는 그렇게,

서한나 – 김사월

김다영 – 애리

유진솔 – 시와

이메민 – 정우

경진 – 오지은

코커두드 – 슬릭

 

총 6팀, 6명의 지역 여성 창작자와 6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분들이 한 데 모여 6곡, 6가지 이야기를 노래합니다. 여성 간의 애정, 지지, 관계, 비행, 해방, 사랑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담아냈으며 그만큼 다채롭고 다양하며 다면적인 이야기들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를 통해서

당신에게 작은 연결의 씨앗이 심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Credits

 

1. 걱정 많은 래퍼들 – 순.애.보 (Feat. SLEEQ, 시와)

Composed by 김사월

Lyircs by 김사월 서한나

Arranged by 김사월

Mixed by 김사월

Mastered by Sonic Korea 강승희

 

2. 김다영, 애리 – 비행

Composed by 애리

Lyrics by 김다영, 애리

Arranged by 애리

Vocal : 애리

Mixed by 곽은정 @KWAK STUDIO

Mastered by Sonic Korea 강승희

 

3. 유진솔, 시와 – 금요일에 만날까요

Composed by 유진솔, 시와

Lyrics by 유진솔, 시와

Arranged by 시와, 유진솔

Vocal : 유진솔, 시와

Guitar : 시와

Percussion : 김동률

Flute : 박기훈

 

Recorded by 이숲 (숲레코즈)

Mixed by 이숲 (숲레코즈)

Mastered by Sonic Korea 강승희

 

4. 이메민, 정우 – 사하라

Composed by 이메민, 정우 (LEE MeMINe, JUNGWOO)

Lyircs by 이메민, 정우 (LEE MeMINe, JUNGWOO)

Arranged by 정우, 황현우 (JUNGWOO, Hyunwoo Hwang)

Vocal : 이메민, 정우 (LEE MeMINe, JUNGWOO)

Electronic Guitar : 황현우, 황성준 (Hyunwoo Hwang, Sungjun Hwang)

Bass Guitar : 까르푸황 (Carrefourhwang)

MIDI 황현우 (Hyunwoo Hwang)

Recorded by 황현우, 이현준 @고라니특공대 (Hyunwoo Hwang, Hyeonjun Lee)

Recorded by 황현우 @고라니특공대 (Hyunwoo Hwang)

Mastered by Sonic Korea 강승희

 

5. 경진, 오지은 – 마음과 내일의 노래

Produced by 오지은

Composed by 경진

Lyircs by 오지은

Arranged by경진

Vocal by 경진, 오지은

Recorded by 성진환 (장단콩스튜디오)

Mixed by tatsuki masuko (float, tokyo)

Mastered by Sonic Korea 강승희

 

6. SLEEQ, Cokadood – 사랑이 필요해 (All I Need)

Composed by Cokadood

Arranged by Cokadood, SLEEQ

Lyircs by SLEEQ

Recorded by 손지민 @109 sound

Mixed by ALE @ale_withyou Mastered by Sonic Korea 강승희

 

기억의 조각들


 

손혜은 EP [기억의 조각들]

 

마냥 의미 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도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행운의 순간들.

 

내가 지금 어디쯤에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새로운 계절과 인연들은 끊임없이 다가오고 멀어지지만

 

그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Credits
1. 바다로

 

Composed & Lyrics by 손혜은

Arranged by 손혜은, 이시내, 강건후, 전한국, 장동욱

 

Acoustic Guitar 손혜은

Piano 이시내

Electric Guitar 강건후

Bass 전한국

Drum 장동욱

 

 

2. 이렇게 멋진 날

 

Composed & Lyrics by 손혜은

Arranged by 손혜은, 이시내, 강건후, 전한국, 장동욱

 

Acoustic Guitar 강건후

Piano 이시내

Bass 전한국

Drum 장동욱

 

 

3. 클로버

 

Composed & Lyrics by 손혜은

Arranged by 손혜은, 이시내, 강건후

 

Acoustic Guitar 손혜은, 강건후

Piano 이시내

 

 

4. 기억의 조각들

 

Composed & Lyrics by 손혜은

Arranged by 손혜은, 이시내, 강건후, 문지원, 장동욱

 

Acoustic Guitar 강건후

Piano 이시내

Electric Guitar 강건후

Bass 문지원

Drum 장동욱

 

 

5. 여름빛

 

Composed & Lyrics by 손혜은

Arranged by 손혜은, 이시내

 

Acoustic Guitar 손혜은

Piano 이시내

 

 

6. 봄날

 

Composed & Lyrics by 손혜은

Arranged by 손혜은, 강건후

 

Acoustic Guitar 손혜은

Electric Guitar 강건후

 

 

 

Recorded by 최민성, 문정환, 이상철 @TONE Studio Gogi, @TONE Studio Seoul

Mixed & Mastered by 최민성 @TONE Studio Gogi

 

Artwork by 진청

Album Design by 안규건

 

가을맘


 

낙엽이 지고 두 볼은 붉고

모든 건 가을맘이지

 

-Credits-

Lyrics by 박민영

Composed by 최기덕(9duck)

Arranged by 참솜, 황애정, 정인영, 표인유

 

Drum by 박현수

Bass by 황애정

E.Guitar by 정인영

A.Guitar by 최기덕

Vocal by 유지수

Chorus by 최기덕

Keyboard by 표인유

 

Recorded by 남승원 @ starry sound

Mixed by 최기덕(9duck) @ 기덕이네

Mastered by 차순종

 

-Staff Credits-

Presented by Studio MOS

Executive Producer 김원호

Executive Supervisor 김병찬, 김태윤

 

MV Directed by 김원호

Photography by 김태윤

 

갈피


 

빛에 쏠린 산책자

 

 

슬픔 없이, 희미한 원망이나 미움 없이 지난 사랑의 주위를 거닐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 걸음들을 ‘산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는 또 얼마나 있을까. 한밤의 환한 트랙처럼 아름답고 용감한 사랑은 그것을 넓게, 깊게, 자세히 감각하는 산책자들에 의해 발명되는 것. 조금씩 발견되는 것. 손서정에게 사랑의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누는 것은 크게 의미 없어보인다. 그는 현재의 사랑에서도 이 확실한 사랑의 빛이 여전히 남아 반짝일 미래를 보는 사람, 사랑과 사람과 빛이 성운처럼 흩어져 있는 머나먼 과거를 보는 사람이다. 지난 사랑은 때문에 그에게, 언제나 새롭게 구성되고 움직이는 현재이자 가벼운 미래가 된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많은 사랑들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주저함이 없고 사랑이 많은 손서정에게 사랑은 늘 차례로 달려올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에게는 아직 만져보지도 않은 사랑 역시 끝나지 않을 완전한 미래나 매끄러운 형태, 환상에 가깝다기보다 어쩔 수 없는 아름다운 어긋남을 가진 과거일 것이다. 사랑의 미래에서 과거를 볼 줄 아는 빛의 여유는 그만의 비밀이 된다.

 

손서정은 슬픔 없이 트랙을 돈다고 한다. 누구에게는 거추장스럽고 누구에게는 괴로움으로 가득할 남은 사랑의 거님을 산책이라고 확신한다. 동시에, 매일 새로운 빛을 받으며 새롭게 생동하는 사랑의 잔여물들을 성실히 탐구한다. 우주의 빛과 어지러운 사랑의 빛에 쏠린 산책자 손서정. 트랙 바깥에서 손을 흔들면 다시 제 손을 들어 잘 걷고 있다고, 걷기에 꽤 좋다고 웃어보일 손서정. 그러나 그가 이렇게 의연한 산책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감정의 두께를, 흩어진 우주 이야기들을 견뎌냈을지 짐작해본다. 폭발을 견딘 사람만이 가벼움을 안다. 슬픔을 견딘 사람만이 슬픔 위를 다른 이름으로 걷는다.

 

그만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산책법을 알려준 손서정에게 고맙다. 크고 작은 어긋남과 안녕들에게 그의 음악은 가장 따뜻한 웃음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의 음악이 내 안을 거닐고 밤새 산책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럼 나는 내 앞에 닥친 사랑에 조금 더 용감해진다.

 

김연덕/시인

 

 

 

Credits

Written by 손서정

Arranged by손서정, 서건호, DOF2D

 

Guitar 서건호

Piano, Percussion DOF2D

Guitar Recorded/Mixed/Mastered by 김정민 @studio_wansung

 

MV

Cast 버드 손서정

Storywriter/Producer 손서정

Director/D.O.P/VFX 안수찬

Art Director/A.D/VFX 민상명

Assistant Animator 한윤정

Puppet Making 버드

 

Cover Artwork/Concept Photo by 유연

Jewerly by이예원

Headpiece by버드

 

Liner note from김연덕

 

Published by POCLANOS

 

한강


 

정비 – [한강]

 

한강을 보며

지난 모든 게 다 별게 아니었다는 생각, 무엇을 그리 아파했을까 라는 생각.

마음의 여유를 안겨주는 곳이 저에게는 한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한껏 차올랐을 때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일렁이는 물결만 바라봐도, 일랑거리는 노을만 보아도

마음이 풀리는 유일한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한강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제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Credits

 

Composed by 정비 (@im_yjb)

Lyrics by 정비

Arranged by 정비

Mixed & Mastered by 정비

Artwork by 사일, 정비

 

Midnight in Paris


 

Midnight in Paris

 

1년 전 겨울에 나는 프랑스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신사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와 나누었던 대화와 파리의 풍광, 사람들의 모습은 이번 앨범의 서곡이 되었다. 노신사는 내 불어 발음을 칭찬하면서 파리는 예술가들이 살아기기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상상 속의 파리가 아니라 현실의 파리에서 나는 새로운 선율을 떠올리고 있었다. 상상은 상상으로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었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 가면 항상 듣게 되는 질문에 이제 나는 익숙해졌다.

 

Credits

Composed by 금이다 I’m Gold

Piano by 금이다 I’m Gold

Voice recorded by 금이다 I’m Gold

Mixed by 금이다 I’m Gold

Mastered by 금이다 I’m Gold

 

My Lullaby


 

사포(Sahpo)는 대한민국의 작곡가이자 아트 디렉터이다.

첫 데뷔 싱글 2019년 UZA와의 콜라보 [그대의]에 이어서

정아로, DAN, 그리고 설안까지 계절감에 어울리는 노래를 가끔씩 발매하는 그녀는

독립 영화와의 콜라보, 굿즈와 연결하는 등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여러 부분을 직접 관장하고 있다.

이번 곡의 특이점은, 이제까지 편곡자를 함께 섭외하여 진행했던 것과 다르게

사포가 작사 작곡 편곡 모두 진행하였다.

노래는 임예송, 기타리스트 강건후 드럼 김찬호 콘트라베이스 배한구 등이 참여,

사포가 보여주고자 하는 곡의 색채와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Credits

Produced Sahpo

 

Composed, Lyrics, Arranged Sahpo

 

 

Drum 김찬호

Contra Bass 배한구

Nylon Guitar 강건후

Vocals 임예송

 

Mixed by 김준상

Mastered by bk! at AB Room

Cover Art by 예섬

Lyric Video by Sahpo

 

잠재적 초점


 

 

여러 번 들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노래들은 대부분 군데군데 자신만의 무거움을 숨겨두고 있다.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은 그나마 명확한 편이지만 그 외에 장르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심연의 독백을 숨겨두고 리스너들에게 어렵게 들리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과음의 첫 번째 앨범 <잠재적 초점>의 경우는 ‘비밀 숨기기’보다 ‘다르게 생각하기’를 원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표면적인 부드러움이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그 밀도 또한 상당히 높다. 흔히 부드러움은 반복적으로 그냥 흘려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잠재적 초점>은 소프트 팝이 주는 푹신한 질감을 베이스로 하면서 예민하게 다듬어 놓은 감정을 언밸런스 하게 펼치는 방식이 그동안 반복적인 패턴으로 소비된 부드럽고 우울한 감정 표현 방식에 대해 조용한 반기를 드는 부분이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항상 팝이나 포크를 다룰 때 나타나는 어중간한 부드러움과 위안의 정서를 과감히 밀어버리고, 장르적인 틀만 표면적으로 그려 두고서 그 안에서 찌들어 있는 세상과 활활 타오르는 감정의 타선을 바라본다. 예민한 세계를 넘어선 대담한 세계다.

 

경직되지 않은 세계를 지향하면서 스스로 부드러움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쩌면 산에 박힌 바위를 조각 칼로 깎는 행위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도자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의 파도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하나의 선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전쟁 같은 마음에 세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 차유정 (음악취향Y)

 

Credits
Produced by 서준호 (except track 4 박종범 / track 5 김동용)

All Songs Written by 물과음,

All Songs arranged by 서준호

(except track 4 박종범 / track 5 김동용)

Recorded & Mixed by 서준호 at Link Lab Studio

(except track 4 박종범 at 범고래사운드 / track 5 김동용 at Shortcircuit )

Mastered by 서준호 at Link Lab Studio

Photos by 민수홍(skov)

Illustration by 장인준

Calligraphy by 전세계

Design by 강하늬

 

화원


 

선명하진 않아도 조금은 짙어질 거예요

 

Credits

 

크르르 are

 

Vocal, Synth 서영준

Guitar 박민영

Bass 정석원

Drum 박병석

 

작사 서영준

작곡 서영준

편곡 서영준, 박민영, 정석원, 박병석

 

Recorded by 김태용 at Studio Ampia

Mixed by Phatty.H

Mastered by 권남우 at 821 Sound

Art Designed by Jimmy c (jimmyjimmyc.com)

Produced Krr

기억의 조각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만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잠깐 스쳐 지나가는 행운의 순간들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Credits

 

Composed & Lyrics by 손혜은

Arranged by 손혜은, 이시내, 강건후

 

Acoustic Guitar 손혜은, 강건후

Piano 이시내

 

Recorded by 최민성, 문정환, 이상철 @TONE Studio Gogi, @TONE Studio Seoul

Mixed & Mastered by 최민성 @TONE Studio Gogi

Album Photo by 진청

알고 있어


 

사랑을 하고 있을 당시 나는 그녀에게

“우리가 헤어진다면 정말 슬플 거야”라는 말을 했었다.

나는 그날 상실을 주제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

나를 기록하고 싶었다.

 

 

 

Credits

 

Song by MANU

Composed by MANU

Lyrics by MANU

Arrangement by MANU

Vocal by MANU

Chorus by MANU

 

Guitar by 정소리, MANU

 

Recorded by 정소리 at JSOUNDLAB

Mixed by 정소리 at JSOUNDLAB

Mastered by 정소리 at JSOUNDLAB

 

Artwork by 오수지

밤과낮


 

“선과영의 노래는 우리는 어릴 적 질문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석양 같은 목소리는 단순한 질문들 몇 개를 떠올리게 한다. 우린 왜 슬퍼할까, 왜 사랑할까, 왜 미워할까.” ― 하림(음악가)

 

“《밤과낮》에 실린 노래들을 들으면 밤과 낮 사이, 그러나 밤에 더 가까워진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 기분이 든다. 조금 쓸쓸하지만 바람이 머리를 가볍게 흔들면 발에 힘을 주어 빠르게 나아가는 순간이 찾아온다. 한참을 달리다 이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순간까지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다.” ― 박솔뫼(소설가)

 

“무대 위의 불이 켜지고, 익숙했던 누군가가 살짝 낯선 모습으로 등장해 그 영혼을 드러낼 때의 감동이 있다. 인생과 우리 각자가 더 아름답고 넓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순간. ‘선과영’의 앨범이 첫 트랙부터 이렇게 울컥할 줄은 몰랐다. 정겹고 선명했던 노래와 목소리는 훌륭한 프로듀싱을 만나 45분간의 근사한 팝으로 돌아와 있었다. 새로운 배경 위에 놓아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구나 싶었달까. 나는 선과영에게는 결산이자 시작인 이 앨범을 오래전부터 기다리며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듣기 시작했고, 이윽고 친숙한 곡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곡 한 곡 놀랍고 새로운 모습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행복하고 마음 찡했던 한 편의 무대였다.” – 김목인(음악가)

 

라이너노트 : 우리 세대를 위한 우리식 성인가요 《밤과낮 Night and Day》

― 단편선(프로듀서)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의 보컬 레코딩이 끝난 직후였을 것이다. 복태가 말했다.

 

“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런 장면을 상상하곤 해. 아이를 돌보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해. 빨래를 개다가 문득 창문을 봐. 창문 너머로 새소리가 들려. 그런데 나는 계속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거야. 멍하니 바깥을 바라봐. 그러다 아이가 낮잠에 들면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한 개비 물어. 산을 바라보며 한대 피고 다시 내려와 비누로 손을 씻어. 그리곤 아이 곁에 누워 잠든 아이를 바라봐. 이 노래는 그런 마음을 담은 노래야.”

 

아이를 돌보다 담배를 한 개비 피우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깨끗이 손을 씻고 돌아오는 어미의 마음. 그건 복태 또는 그의 친구들, 혹은 남모르게 숨죽여 자신을 달래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선과영 작업을 관통하는 정서적 이미지는 복태의 저 이야기로부터 출발했다.

 

선과영은 복태와 한군,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듀오다. 복태는 한창 연극을 공부하던 2007년, 홀연히 곡을 쓰고 공연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1년 간 쓴 노래들을 모아 첫 앨범 《Hello, Boktea》를 냈다. 냈다고는 하지만 정식으로 유통하는 대신 여기저기서 모은 은행 돈봉투 안에 CD를 넣어 지인이나 관객에게 팔거나 인디음반을 취급하는 작은 샵들에서 파는 정도가 다였다. 많이 만들지도, 팔리지도 않았지만 특유의 단순하고 청아한 포크팝 사운드가 귀밝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군과 만난 것은 2010년. 자신의 연주 실력에 고민이 많던 복태는 한군의 유려한 연주가 마음에 들었다. 둘은 이내 ‘복태와 한군’이라는 듀오로 활동을 시작했다. 가난한 예술가인 두 사람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아 결혼식을 올린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의 일이다.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전업 예술가들에게 세 아이 기르기란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창작은 종종 뒷전이 되었다. 공연, 예술교육과 더불어 태국에서 배워온 바느질은 다섯식구를 감당하기 위한 먹거리가 되었다. 본인들의 말을 빌자면 “통장에 정말 만 원도 없을 때”가 많았지만 “돈이 떨어질 때쯤 되면 귀신같이 일거리가 들어와” 유지해나가는 삶이었다. 와중에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어느덧 식을 올린지 10년이 지난, 언제나처럼 바쁘게 살아가던 2021년 가을의 어느 날, 복태와 한군은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낼 때가 되었구나.’

 

전신인 ‘복태와 한군’은 포크 듀오로 불렸다. 노래와 포크 기타 만으로 이루어진 곡이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이 포맷에 대해, 한군은 “너무 오랫동안 해와서 좋고 나쁨조차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부러 선과영이라는 새 이름을 지은 것도 이 넌덜머리 나는 친숙함을 넘어서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새롭게 잡은 방향은 ‘어덜트 컨템포러리’, 그러니까 성인가요. 트로트나 뽕 같은 한국식 어덜트 컨템포러리보다는 우리가 흔히 ‘올드팝’으로 통칭하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지향했다. 보편적이고 클래식한 팝송의 문법을 따르되, 2022년의 사람들이 만든 음반답게 인디팝과 인디록의 향도 허브솔트마냥 살짝 쳤달까. 언제 발표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음반처럼 들렸으면 했다. 오래된 가요, 그리고 팝 음악에 대한 우리의 경외감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음악이란 신기하다. 청각을 주로 활용하는 예술이지만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을 세심하게 (재)조직해낸다. 우리도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이 노래에선 작고 어두운 극장 한 가운데 복태가 서 있어,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와, 복태가 텅 빈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해⋯ 이 곡은 매우 늦은, 그래서 동트기 직전 파란빛이 자욱한 새벽에 불리는 노래야, 알 수 없는 곳으로 끊임없이 걸어가⋯ 같은 것들. 추상적인 표현들 속엔 우리를 둘러싼 여러 현실, 취향 같은 것들도 반영되었다. 직접 인용된 윤동주의 시나 핵심적인 모티브가 된 기형도의 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고와 한 노동자의 죽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알 수 없는 외국어들⋯ 우리가 작업하는 동안, 우리를 언제나 감싸주고 있던 건 새삼스럽지만 음악의 신비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고 우리를 충만하게 한 이 신비가 음반을 매개로, 듣는 이들에게 가닿길 진정으로 바란다.

 

매우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 발표되는 음반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거의 빚지지 않고 새로운 작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나, 특히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 예술가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컸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예술가들이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 덕분에 더욱 풍성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이 지면을 빌려, 없는 길을 함께 일구어나가는 예술가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거의 레코딩을 끝마친 어느 날 밤, 우리는 언제나처럼 이 음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결국은 이 음반을 내기 위해 10년이 넘게 걸린 셈인데, 혹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왔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질문에 복태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하지만 확고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이 음반은 지금 나와야만 했어. 지금의 나라서 할 수 있는 노래야.” 우리 세대를 위한 우리식 성인가요, (구)복태와 한군, 선과영의 《밤과낮》이다.

 

– CREDIT –

 

제작 선과영, 오소리웍스

프로듀서 단편선 of 오소리웍스

A&R 단편선, 한마음 of 오소리웍스

 

Writing

 

복태 _ 작곡(1-11), 작사(1-3, 5-11)

한군 _ 작곡(1-11), 작사(3), 편곡(2-11)

소우 _ 작사(4)

4번 트랙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 「소년」 중 일부를 인용, 다원예술가 소우가 일부를 새로 써 덧붙임.

6번 트랙 〈나의 아주 깊은 마음〉의 후주에서는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À bout de souffle〉를 일부 샘플링함.

단편선 _ 편곡(1-8, 10, 11)

박장미 _ 일렉트릭 기타 편곡(5, 6)

 

Playing

 

양재혁 _ 드럼(1, 2, 3, 5, 6, 8)

송현우 _ 일렉트릭 베이스(1, 2, 4-8)

정수민 _ 콘트라베이스(3)

복다진 _ 피아노(1, 2, 4, 8), E.P.(5), 오르간(6)

박장미 _ 일렉트릭 기타(5, 6)

박기훈 _ 플룻(1, 3) 클라리넷(1, 4)

계피 _ 내레이션(5), 탬버린(5), 코러스(5)

홍혜림 _ 코러스(4)

안복진 _ 아코디언(10)

단편선 _ 일렉트릭 기타(2, 3, 5, 8), 피아노(7), E.P.(8), 프로그래밍(3, 7, 10), 샘플링(3, 7), 코러스(1, 6, 8), 박수(6)

한군 _ 노래(11), 일렉트릭 기타(7, 8), 포크기타(2-6, 8-11), 프로그래밍(7, 10), 샘플링(7), 코러스(1, 4, 6, 8, 10), 박수(6)

복태 _ 노래(1-10), 코러스(2-9, 11), 박수(6)

 

Engineering

 

천학주@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_ 레코딩(1-8) 믹싱(1-11)

한군 _ 레코딩(9-11), 보컬 레코딩(8), 포크기타 레코딩(2-8), 일렉트릭 기타 레코딩(7, 8), 일렉트릭 베이스 레코딩(1, 2, 4-8), 내레이션 레코딩(5), 코러스 레코딩(1-8), 박수 레코딩(6)

단편선 _ 포크기타 레코딩(3, 5, 8), 일렉트릭 기타 레코딩(7, 8), 내레이션 레코딩(5), 코러스 레코딩(1, 5, 8), 일렉트릭 베이스 레코딩(1, 2, 4-8)

박장미 _ 일렉트릭 기타 레코딩(2, 3, 5-8)

박기훈 _ 목관악기 레코딩(1, 3, 4)

안복진 _ 아코디언 레코딩(10)

천용성 _ 보컬 편집(1, 3, 4, 6-10)

강승희@소닉코리아마스터링스튜디오 _ 마스터링(1-11)

 

Visualization

 

추지원 _ 디자인

최수영, 김정현@STUDIO LICHT _ 사진

한마음 _ 콘텐츠 기획

 

[난 그냥 걸었어] 뮤직비디오

 

박홍열 _ 연출

이민규 _ 촬영

이헌국 _ 촬영 보조

 

[밤과낮] 뮤직비디오

 

박홍열 _ 연출

정하담 _ 출연

이민규 _ 촬영 보조

단편선 _ 사운드

한군 _ 사운드, 촬영 보조

 

[해가 지고 바람 불면] 뮤직비디오

 

단편선 _ 연출

김도균 _ 촬영

추지원 _ 그래픽 디자인

 

Distribution

 

음원배급 포크라노스

음반배급 비스킷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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