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히, 그리고 고요하게 흐르는 투명한 겨울 호수처럼. 느린 호흡으로, 투명한 목소리로 덤덤히 노래하는 ‘이영훈’의 노래는 어딘지 겨울의 스산한 공기와 닮아 있다. 그 정적인 아름다움이 뜻 모를 뭉클함을 자아내는 풍경 같은 노래, ‘이영훈’이 부르는 노래는 늘 그랬다.
새 노래 “괜한 걱정”은 ‘이영훈’ 특유의 정서가 여전한 가운데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왠지 실체 없이 가벼워만 보여 불안해하는 누군가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특유의 투명한 음색의 기타가 선율을 짚기 시작하면 ‘이영훈’도 이내 노래를 시작한다. 그의 가녀린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채워지는, 그래서 너른 여백을 두고 진행되는 전반부를 지나 클라리넷 선율이 아련한 간주 부분에 이르면 은은한 오르간 연주가 여백을 채우고 들어와 소리의 온도를 한결 따뜻하게 데운다. 노래의 마지막은 첫 소절의 ‘나는 너에게 사랑을 말하네’로 시작하는 구절을 다시 반복하는 수미쌍관의 구성으로 매듭을 지으며 은은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는 이 노래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의 무게’ 혹은 ‘마음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묻는다. ‘순간의 진심’을 얘기했던 전작 ‘일종의 고백’처럼.
글: 김설탕(POCLANOS)
[Credits]
이영훈 Single ‘괜한 걱정’
Music & words / 이영훈
Arrangement / 이영훈
Performed by
이영훈 / Vocal & Guitar
박기훈 / Clarinet
전진희 / Organ
싱글 [더 나은 사람]에서 달콤한 사랑의 맛을 노래하던 ‘구름’. 이번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에서는 한껏 차분해진, 심지어 다소 서글퍼 보이기까지 한 말을 건넨다. 더 표현하지 못했던, 더 보여주지 못했던 지난 사랑의 모습은 언제나 씁쓸하다. 하지만 이 담담한 고백으로, 구름은 아쉬웠던 지난 시간에 미련을 갖는 대신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된 것을 안다. ‘더 나은 사람’으로,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Credits]
Produced by 구름(Cloud)
Music & Words by 구름(Cloud)
Arranged by 구름(Cloud)
Recorded by 구름 @studio ‘ㅃㅃ’
Mixed by 구름 @studio ‘ㅃㅃ’
Mastering by 구름 @studio ‘ㅃㅃ’
아침 라디오 진행을 맡게 되어 일 년 남짓, 아침 시간에 출근을 한 적이 있다. 방송은 아홉시에 시작되니까 여덟시 반까지 도착한다고 생각을 하고, 정체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길이었으니까 여섯시 반이나 일곱시에 나와야 했다. 평소에 생활하는 패턴으로 보았을 때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걱정이 되었지만 의외로 큰 사고 없이 한 해하고도 한 계절을 온전히 넘길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한가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단호해지는’ 것이다. 눈을 뜨고 침대에서 베개에 머리를 한번 더 묻지 않아야 하고. 어떤 옷을 입을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야 하고,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는 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나가면서 아직 잠든 가족들의 얼굴을 한번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일단 ‘나가야 하는’ 시간을 맞출 수가 있는데, 출근길 시작의 5분 차이가 도착 지점에서는 30분 차이로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차이를 낭비하지 않으려면 사람이 꽉 차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심호흡을 하고 끼어들어 타야 하고 (도저히 절대 탈 수 없는 경우에도 단호하게 마음먹는다면 탈 수 있다!)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차선 변경을 해야 하고 교차로에선 꼬리를 물어야 한다. 만약 안정권에 들어섰다면 그때부터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우연히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다면 꿈같은 잠깐의 단잠을 잘 시간이 생기고, 막히기 전의 강변북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길처럼 느껴진다.
어느덧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망설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조금은 익숙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매일매일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망설일지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못한 채 슬픔과 분노와 체념 만을 단호하게 삼키고 쳇바퀴를 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싱어송라이터인 라팡이 두 번째 싱글곡 ‘머물러줘요’를 발표했다. 라팡(김홍일)은 이미 벤 `you`, 박정현 `가슴에 사는 사람`, 수란 `너의 꿈에`로 인기 OST작곡가로 자리 매김을 하였으며 2016년 3월에 발표한 ’나만의 길’에 이어 라팡이 작사, 작곡, 보컬을 모두 맡아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2015년 한국 대중 음악상 수상자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즈 기타리스트인 정수욱이 피쳐링을 했으며 융스트링을 이끌고 있는 작곡가 심상원이 편곡한 스트링은 ‘노래의 탄생’ 에서 노래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첼리스트 박보경이 함께 했다.
라팡의 내면의 소리를 들려주는 ‘머물러줘요’는 팝댄스 곡들이 장악하고 있는 가요계에 신선한 느낌을 준다. 마스터링은 그래미상 수상자인 황병준이 맡아서 사운드의 고급스러움을 더하였으며. 일본에서 활동중인 그래픽 아티스트 jainqoo(구자인)의 귀여운 토끼 로고가 라팡(토끼)이라는 아티스트 이름처럼 각박한 시대에 작은 위안을 준다. 가사에 나오는 `누구나 사랑을 하고 누구나 이별을 하죠. 그대만큼은 그때만큼은 너무나 행복했어요`, 이 말은 단순히 이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어렸을 때의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순수함을 간직한 노래로 이 가을에 잘 어울릴 듯 하다.
라팡은 괴로워하다가 잠든 어느 밤, 꿈을 꾸는 내내 들었던 멜로디를 가지고 일어나자마자 노래를 만들었다고, 그때 녹음한 가이드 보컬 트랙 그대로 이번 앨범에 사용했다고 한다. 괴로워 잠에 들 수 없어 뒤척이다 아침에 일어나 불렀던 느낌 그대로 담고 싶어서. 라팡의 오랜 친구인 기타리스트 정수욱은 믹스를 여러 번 엎고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 기타를 새로 쳐주고 보컬도 다시 부를 것을 권했으나 화려한 기교가 없다고 해도 라팡 본인의 괴로웠던 그 감정 처음 느낌을 그대로 담기 위해 그 날 아침 불렀던 첫 테이크를 썼다고 한다.
누구나 말할 수 없는 사연들을 하나 둘씩 가슴에 묻고 살아가곤 한다. 그걸 말로 털어낼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걸 말할 수 없이 묻어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우울한 소식이 많이 들리는 시대에 건전한 해소의 창구가 되는, 로고에 있는 날아가는 아기 토끼처럼. 동심을 담은 어릴 때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이 노래와 함께 누구나 한번씩 기억하는 비밀의 행복했던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Credits]
작사 작곡 편곡 라팡
로고 디자인 jainqoo(구자인)
기타 정수욱
코러스 seion
스트링 편곡 심상원
첼로 박보경
피아노 라팡
믹스 지승남
마스터링 황병준@soundmirror
cover photo & 뮤비 라팡
커버디자인 & 뮤비 편집 최유진
스물아홉 박신원의 첫 번째 싱글 ‘Swednesday #1’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첫 번째 곡 ‘같이 걸을까’
‘벌써 많은 밤, 흘러 지나가는 동안, 난 네게 사랑받지 못했어’
살면서 한 번쯤은 이별을 경험해본 이라면 이 느낌을 알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이가 사랑했던 사이로 변할 때 즈음,
무던한 데이트를 의미 없이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걸며 음악이 시작한다.
‘잠깐 같이 걸을까’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화자는 사랑했던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얘기한다.
여자의 감정을 표현하듯 악기가 나온다.
처음엔 나일론 기타가 조용하게 노랫말을 맞춰주고, 점점 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피아노와 첼로가 힘을 더해주며,
마지막엔 콘트라베이스와 심벌 롤, 어쿠스틱 기타가 클라이막스를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 음악은 마지막 여덟 마디를 위해 그 얘기를 시작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음악은 요즘 음악시장엔 맞지 않는 소소한 음악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공감을 불러 일으킬 그런 음악이 아닐까.
–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곡을 발표하는 ‘박신원’은
사실 기타리스트로 더 많은 활동을 하며, 때론 작곡가로, 가끔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아도 순수하게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Swednesday’는 매달 첫 번째 수요일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대중을 찾을 것이다.
“직업은 음악, 그리고 이건 취미로 하는 음악”이라는 말을 따라,
앞으로 시작할 그의 순수한 음악에 귀 기울여봐 줄 수 있길 바란다.
[Credits]
박신원 single <Swednesday #1>
vocal 이혜지
all guitar 박신원
piano 원다희
cello 이유나
contra bass 김유성
cymbal 김동현
Produced by 박신원
Recorded by 김보성 @Monkeymusic studio
장지복 @M Studio
Mixed by 김보성 @Monkeymusic studio
Mastering by 최효영 @Suono mastering studio
이사를 앞두고 짐을 정리하면서, ‘버리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이 많은 것들을 남겨두었나 생각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하고 메모들과 사진들을 돌아보면서, 사실 ‘버리는 일’ 보다는 ‘이것이 버려야 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무엇을 소비하느냐가 어떤 이를 정의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무엇을 버리고 잊는가 하는 것이 어쩌면 더 그 사람의 속을 잘 보여주지 않는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더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이니까요.
‘잊어야 할 일은 잊으라’ 는 주문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원히 잊혀 지지 않는 일도, 노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수히 흩날리는 시간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조금 더 천천히 사라지는 것들이 있겠지요-
그 아름다운 것들을 위해서, 잊어야 할 일들은 잊을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Credits]
1. Mood Indigo 2. 어떻게 생각해
3. 깊이 아래로
4. How Can I Do
5. 새벽길
6. Mood Indigo (Inst.)
톡 쏘는 레모네이드처럼, 달콤쌉싸름한 밀크초콜릿처럼
조금 더 진해진 어반팝 듀오 ‘CHEEZE(치즈)’의 새 EP [Q]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합류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미니앨범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을 그리는 “어떻게 생각해”, 뮤지컬 같은 사랑노래 “Mood Indigo” 등 수록
‘치즈(CHEEZE)’의 음악이 주는 어떤 시각적인 인상들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 생각나는 어떤 이미지들 말이다. 그건 때로는 따사로운 볕이 넉넉하게 떨어져 나른함 가득한 인적 드문 동네 카페의 창가 자리 같은 ‘풍경’이기도, 혹은 저마다의 기억 속에 기록된 한없이 달콤한(했던), 더러는 터무니없이 쓰기도 한(했던) 사랑 또는 연애의 다양한 ‘장면’들이기도 하다.
‘치즈(CHEEZE)’는 메인 보컬리스트인 싱어송라이터 ‘달총’, 그리고 프로듀싱에 주력하는 싱어송라이터 ‘구름’으로 구성된 혼성 듀오다. 2011년에 ‘Ra.D’의 레이블 Realcollabo를 통해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4인조로 출발했지만 2014년 데뷔 정규작인 [Recipe!], 2015년 1.5집 [Plain]을 거치면서 현재의 2인조가 되었다.
‘캐치’하다는 표현이 꼭 맞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산뜻하고 예쁜 멜로디는 프로듀서 ‘구름’의 손길 아래 한결 컬러풀해진다. 곡의 인상에 따라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운드, 그리고 팝, 힙합, 재즈, 브라질리언 등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리듬의 차용은 구름이 ‘좋은 팝’을 만드는 것에 대해 빼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의 ‘좋은 팝’이 온전한 형태로 완성되는 지점은 의심의 여지없이 청량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달총’의 노래가 더해지는 순간이다. 투명하리만치 깨끗하고 또렷한 음색이 진성과 가성을 유려하게 넘나드는 그녀의 보컬은 일말의 감정과잉 없이도 다양한 감정선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한다. 리듬감이 있는 악곡에서는 리듬 위를 사뿐사뿐 거닐듯 산뜻하고 경쾌한 바이브로 노래하는가 하면 발라드 넘버에서는 특유의 청초함으로 억지스러움 없이 처연한 감정을 그려낸다.
이들의 새 EP [Q]는 뚜껑을 여는 순간 치즈 냄새가 물씬한 다섯 곡짜리 소품집이다. 동명의 미셸 공드리 영화와 같이 사랑이라는 관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는 “Mood Indigo(무드 인디고)”는 “조별과제”, “Madeleine Love” 이후 모처럼 ‘달총’과 ‘구름’의 듀엣을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사랑스럽고 동화적인 선율에 ‘치즈’가 이전부터 즐겨 사용하던 경쾌한 스윙리듬, 그리고 재지한 바이브의 피아노와 베이스가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떻게 생각해”는 앞선 곡과는 달리 단촐한 사운드 구성과 심플한 리듬워킹을 밑그림으로 ‘달총’의 투명한 음색이 전면에 나서 악곡을 채색해간다. 끝날 수 없는 고민들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해야만 하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1인칭으로 그리는 이 곡은 덤덤하게 반복하는 후렴구가 짙은 호소력으로 다가와 계속 귓가를 맴돈다. 한편 수록곡 중 유일한 발라드 넘버인 “깊이 아래로”는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깊이 침잠해가는 감정을 노래한다. 처연함 가득한 보컬은 따뜻한 톤이지만 우수 어린 피아노와 함께 애달픈 무드를 한껏 고조시키고 후반부에서는 낡은 LP처럼 지직거리는 노이즈를 연출한 힙합 비트가 곁들여지며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이어지는 “How Can I Do”는 앞선 곡과는 정반대의 상황과 감정을 노래한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점점 빠져들어가 세상의 중심이 그 사람으로 바뀌는, 기분 좋은 설렘을 적당히 달큰한 멜로디, 산뜻한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는 곡이다. 감정과 시간의 상관관계를 덤덤하게 노래하는 마지막 곡 “새벽길”은 심플하고 단단한 힙합 리듬에 건반과 스트링의 선율이 잔잔하게 어우러지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곡의 분위기, 담고 있는 메시지 모든 면에서 앨범의 마침표로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기도 하다.
‘치즈’는 여전히 ‘치즈스럽다’. 다만 그 맛과 향은 분명 조금 더 진해진 것 같다. [Q]는 어반-팝 듀오 ‘치즈(CHEEZE)’가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합류한 후 처음 공개하는 미니앨범이다.
글: 김설탕(POCLANOS)
-Credits-
치즈(CHEEZE) EP [Q]
치즈(CHEEZE) members / 달총,구름
Produced by 치즈(CHEEZE)
Recorded by 구름 @studio ‘ㅃㅃ’
Mixed by 구름 @studio ‘ㅃㅃ’
Mastering by 구름 @studio ‘ㅃㅃ’
Management / Magic Strawberry Sound
Executive producer / Soda
Chief Manager / 홍달님
A&R works / 홍달님, 정준구, 김은마로
Management works / 안성문, 정준구, 이예든, 이강문, 한정현
Artwork by 강동훈, 양서로, 여운혜
Design by 강동훈
Calligraphy by 최지웅 @프로파간다
Photo by 오지원
Photo assistant by 최누리
M/V edited by 이래경(Jimi Lee)
Hair by 구예영 @뮤제네프
Make-Up by 배지희 @뮤제네프
Stylist by 홍달님, 정준구 @9moon
Official Commentary by 김설탕(POCLANOS)
Press work by 최혜미
Management support by 선우진아
Publishing by POCLANOS
감정을 솔직하게 만지는 싱어송라이터 이주영. 그의 라이브를 본 사람들은 어떤 강한 매혹으로 그의 노래를 기억한다. 그 시간, 그 장소, 그날의 날씨, 모든 것이 합쳐진 그 순간의 분위기에 반응하면서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숨을 참게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거두절미하고 곧장 가슴을 치는 노랫말. 자의식을 버리고 노래와 일체가 되는 건반.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목소리. 의아하다. ‘아니, 이런 뮤지션이 왜 앨범이 없지?’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수상곡 “내맘엔” 과 [빵 컴필레이션 4] 에 수록된 “새” 가 있긴 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그의 많은 노래들을 들어온 팬들이 음원 발매를 기다려 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알면서도 그토록 오래 뜸을 들이던 그가, 드디어 단독 발매하는 첫 음원 “5월 23일”로 우리에게 왔다. 그것도 가장 그다운 편성인 목소리와 피아노만으로.
망해가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연애를 한다. 유일한 너. 영원을 믿었던 우리. 특별했던 그날. 잊혀지지 않는 고백의 말. 우리는 ‘5월 23일’이 어떤 날인지 알고 있다. 내 인생에도 그런 날이 있으니까. 그러나 끝이 없을 것 같던 영원의 시간은 끝이 난다. 나는 너와 헤어졌다. 그날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럴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우린 더 이상 순진하지 않은 어른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인생의 ‘5월 23일’을, 그날의 햇빛과 떨리던 너의 목소리를 기억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날의 기억은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곳, 가장 여린 살에 난 흉터 같은 것일 테니까. – 시타
[Credits]
작사 : 이주영
작곡 : 이주영
편곡 : 이주영
프로듀스 : 정현서, 이주영
녹음 : 신재민 at 필로스플래닛, 이주영
믹스 : 민경준 (Twomyung)
마스터 : 민경준 (Twomyung)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안에 가득한데”, ‘램즈’, ‘오만석’이 다시 부르는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광석 20주기, 김광석을 기억하다 Vol. 2]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안에 가득한데” 누구든 그런 시간이 있다. 내게는 스무 살 초반 어느 무렵이었던 것 같다. 다들 그렇듯이 설레는 봄날처럼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사랑했던 따스함을 지나, 자의든 타의든 그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보내고 느끼는 마음은 홀가분함도 서운함도 아쉬움도 아닌 묘한 감정이었다.
노래의 첫 구절, 그 감정이 축약된 한 문장의 말들은 이런 감정들을 한꺼번에 표현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슬픈 마음을 달래려 혼자 있고 싶어 방문을 닫아도, 여전히 너와 함께 있는 것 같아서 마음 아프다는 이야기가 ‘김광석’ 특유의 말투로 무덤덤한 채 전달되고 있다. 이 노래를 중간에 끊을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감정의 흐름이 시간의 지남과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 후반부로 넘어가며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결국 잊지 못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그것 또한 예전의 내 모습을 닮아서 더욱 가슴이 쓰렸다.
곡을 선곡하는 순간부터 편곡과 녹음, 믹싱, 마스터링 내내 힘들지만 즐거웠다. 너무도 좋아하는 노래를 손대고 싶지 않은 소중함에 더해, 이토록 명곡 위에 나의 색채를 얹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기본코드 외에는 잘 나오지 않는 이 명곡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건드려 보았지만 도저히 더 좋은 진행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기에,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김광석’의 기타에 담겨 있는 감성을 내 식대로 피아노에 담아내었고, 그의 목소리에 담겨있던 마음은 배우 ‘오만석’의 목소리로 재해석 되었다.
녹음을 하던 ‘오만석’의 마음도 같았는지, 노래의 끝부분에서는 가사 속에 담긴 감정들을 표현하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매년 1월 6일이 되면 생각나는 그의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추모한다. 나 또한 음악 선배 ‘김광석’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음악으로 담아 표현했다. 눈부시게 따스한 5월, 다시 한 번 그를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이기를 바란다.
글: 램즈(Lambs)
[Credits]
작사 : 김광석
작곡 : 김광석
편곡 :램즈
Vocal : 오만석
Acoustic & Electric Guitar : 안성민
Piano : 정성은
Bass : 권오상
Drum : 강용한
Programming :램즈